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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촉수가 되었다-130화 (130/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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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어이! 조심 조심 실으라고! 흘리면 단주님 노하신다!”

“예이!”

이른 새벽의 아침부터 일꾼들은 커다란 나무통을 마차에 실고 있다.

이미 오지마을에서 얻을 밀림의 부산물들은 전부 실은 뒤였기에 일꾼들은 대체 무엇을 더 싣는 건가 싶었지만. 사실 이 나무통이야말로 이번 상행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나무통 안에 든 것은..

“어이쿠!”

“저..저!”

-덜컥!

앞서가던 짐꾼 하나가 발을 헛딛으며 나무통을 떨어트리고 떨어진 나무통의 뚜껑부분이 살짝 열리며 그 안에 든 내용물이 흘러넘친다. 옆에서 보고 있던 상인이 허겁지겁 통의 뚜껑을 닫아 전부 쏟아지는 것은 막았지만 몇 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꿈틀.

순간 땅에 떨어진 보라색의 점액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찔거렸다가 가라앉았지만.

“조심하라고 했잖아! 단주님이 중요한 물건이라 몇 번이나 강조했는데..!!”

“죄..죄송합니다..! 근데 너무 무거워서 말입죠.. 이게 대체 뭐 길래..?”

상인은 쌍심지를 키며 화를 내느냐고 그를 못 봤고 머리를 긁적이며 사죄하는 일꾼역시 마찬가지였다.

“뭐 보라색이니까 밀림에서 나는 과일로 만든 포도주 비슷한 거겠지! 네가 신경쓸 건 아니니까 열심히 실기나 해라!”

“네..넵!”

괴팍한 상인에 재촉에 짐꾼은 다시 나무통을 들어 올리며 마차 쪽으로 걸어갔다.

“흐음.. 해가 뜰쯤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열심히 움직이는 짐꾼들과 상인들을 지켜보던 오스카는 수염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제법 볼 살이 붙어있던 편인 그의 얼굴은 그 턱 선의 윤곽이 뚜렷하게 들어날 정도로 볼이 홀쭉하게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그가 이렇게 변할 때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을에서 지낸 단 일주일 만에 그의 얼굴이 반쪽이 된 것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매일 밤 제대로 잠도 청하지 못하고 롤랑에게 착정과 같은 행위를 당하며 시달렸다. 이것은 상단의 모두가 마찬가지라서 자세히 보면 짐을 드는 짐꾼이나 상인들 용병들의 얼굴 역시 오스카 못지않게 움푹 들어가 있다.

짐꾼들이 자꾸 넘어지는 것 역시 나무통이 무겁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허벅지가 후들거릴 정도로 마을의 여자들에게 당했기 때문이다.

분명 밤마다 행해지는 그 행위들이란 도저히 정상적인 관계라 볼 수 없었다.

차라리 음마에게 정기를 빨리는 것과 같았지만 행위 시 맡아지는 향의 착란 효과 때문인지 마을 여자들과 관계를 가진 상단의 남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것이 진실 된 사랑의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꼭 다시 돌아오셔야 해요.. 알았죠?”

“내 이렇게 아리따운 부인을 두고 오랜 시간 떠나 있을 수 있나?! 암! 금방 다시 돌아 올 테니 부인이야 말로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구! 흐하핫!”

그래서인지 일주일 전만해도 마을 아낙네와 떠돌이 용병, 상인 정도의 관계였던 그들은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와 같은 사이 정도로 관계가 발전해 있었다.

“오스카 상인님.”

그 때 상단을 지휘하고 있던 오스카의 근처로 이반 사제가 다가왔다.

“아니 사제님! 이거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하하 너무 오랫동안 못 본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성당에서 나올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이반은 힐끔 옆으로 시선을 준다. 과연 그 곁에는 검은 수녀복을 차려 입은 작은 키의 소녀가 서있다. 오스카는 뒤늦게 그녀를 발견하고는 이 마을의 파견사제이며 오스카가 말한 ‘동생’이 눈앞의 소녀라는 것을 눈치 챘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을의 사제 엘리제라고 합니다. 이번에 신성제국까지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에이 신세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사제단과 제휴를 맺은 상단이니 당연히 사제님을 모셔야 하는 것이고 남자들만 있는 곳에 엘리제 사제님과 같은 미인 분이 계시면 조금은 분위기가 달라지겠지요. 대 환영입니다 하하!”

오스카의 은근한 칭찬에 엘리제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는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스카는 엘리제를 부끄러움이 많으며 순해 보이는 수녀님이라고 속으로 판단했다. 만약 마을을 방문할 당시에 엘리제의 모습을 보았다면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허나 이반의 권유에 의해 일반적인 수녀복으로 갈아입은 엘리제는 그 강아지와 같이 처진 눈매와 더불어 은은한 신성력마저 두르고 있어 과연 이것이 사제구나 싶은 아우라를 품고 있었다. 수녀복을 전부 걸쳐도 발육이 왕성해 골반의 라인이 선정적임에도 전혀 성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적어도 신성제국에 도착할 때까지 엘리제는 자신의 이변을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다.

“아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지만.. 저는 이 작은 상단을 맡고 있는 오스카라고 합니다.”

“네, 롤랑 아주머니께 설명을 들었어요.”

“허허 롤랑이 사제님에게 벌써 이야기를 했군요.”

엘리제의 말에 오스카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너털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항상 롤랑을 ‘누님’이라 부르던 오스카는 거리낌 없이 롤랑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일주일 동안 롤랑과 함께 한 오스카는 이미 옆집 누나와 동생의 사이를 뛰어넘은 관계를 맺었다.

“오스카아~”

-와락!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고 했던가? 어디선가 달려온 롤랑이 오스카를 덮치듯이 뒤에서 껴안았다. 그 뭉클한 가슴의 감촉과 볼에 퍼부어지는 키스 세례에 순간적으로 정신을 못 차린 오스카는 애써 롤랑을 밀어내고는 곤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사..사제님들이 보고 계시잖아.. 크흠.”

“흐음?”

오스카의 말에 바로 앞에 서있는 이반과 엘리제를 발견한 롤랑은 방금 전의 발랄한 젊은 여자 같은 모습은 어디 갔는지 평소와 같은 품 넓은 아낙네의 분위기로 돌아와 미소를 띠우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미 일주일 그 사이에 성당을 방문하여 이반과 엘리제를 본 롤랑이기에 통성명을 필요 없다.

“오늘 상단이 갈 때 같이 간다고 하셨죠. 사제님?”

“네, 아주머니.”

“에구.. 우리 사제님 떠나면 어쩜 좋아.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저도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니까 할 ‘일’이 끝나면 이곳으로 돌아올게요! 아주머니.”

“그래요! 우리 사제님은 잘해낼 거야!”

겉으로 보기엔 정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지만 엘리제와 롤랑 사이에는 모종의 시선이 오가고 있었다.

“단주님! 물건 다 실었습니다! 당장 출발해도 됩니다!”

“알았어! 잠깐.. 모두 와서 인사나 하고 가라!”

오스카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마차에 타고 있던 일꾼과 상인들이 달려와 밤을 함께한 연인과 부둥켜안으며 인사를 나눈다.

“꼭 다시 돌아와야 해?”

“크흠..”

눈을 똑바로 맞추며 촉촉한 목소리로 말하는 롤랑을 보며 오스카는 부끄러운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쪼옥.

“후훗!”

그런 오스카의 볼을 두 손으로 부여잡으며 입술에 입을 맞춘 롤랑이 장난스럽게 웃는다. 어떻게 보아도 젊은 아내와 돈 많은 중년쯤으로 보이는 한 쌍이었지만 그 나름대로 잘 어울린다.

“자! 그럼 출발하자!”

-덜그럭..!

잠시 후 상단마차에 용병과 상인들이 전부 탑승하고 마지막으로 엘리제까지 마을 여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마차에 오르자 말들이 푸레질을 하며 마차를 끌기 시작한다. 바퀴의 덜커덩 소리와 함께 마차는 점차 마을의 입구, 목책에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마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입구에 서서 바라보던 마을 여자들은 더 이상 마차가 보이지 않게되자 일제히 뒤 돌아선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일정한 걸음의 속도로 이동한 곳의 종착지는 마을 깊숙한 곳에 위치한 창고건물.. 롤랑이 오스카에게 보였던 바로 그 건물이다.

-끼이익..

창고의 문이 열리고 그 내부에서 예의 비릿한 향내가 확 풍겨온다. 마을 여자들은 그 지독한 향내가 익숙한 것인지 거리낌 없이 건물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벅..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마물의 사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여전히 모든 눈에 무기가 꽂혀 널브러져 있는 모습. 다만 오스카가 선정한 몇몇 상인들의 의해 그 체액을 채취해갔기 때문인지 바닥에 고여 있던 체액 웅덩이가 사라져 있다.

-스윽.

그런 마물의 사체 앞에서 마을의 여자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던 롤랑만이 대표로 일어나 마물의 앞에 다가가서는..

“주인님! 명령하신 모든 일들을 수행하였습니다!”

-꿈틀..!

마물을 향해 크게 소리친 순간 그 거체가 움찔거리며.

-스르륵..!

각 눈에 꽂혀있던 무구가 보라색의 점액질로 변하여 마물의 몸에 흡수되고 그 형체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점차 마물의 감겨져있던 눈꺼풀이 서서히 떠진다.

-움찔.. 움찔..

하얀 흰자위로 떠있는 거대한 자수정과도 같은 눈동자. 눈알이 주위를 훑으며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앞에 모여 있는 마을 여자들을 향한다.

“아아.. 저희들의 주인이시여..”

“주인님께서 시키는 대로 전부 했습니다!”

“그 비실거리는 놈들에게서.. 정액도 전부 뽑아냈어요!”

주인의 애정을 갈구하며 광기마저 엿보일 정도로 외쳐대는 마을의 여자들. 그녀들의 눈동자는 전부 진한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들에게 주인이라 불린 마물은 무심한 듯 눈을 감았다가 재차 뜨며 공간을 울리는 말 한 마디를 내뱉었다.

[ 지금부터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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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로아 마을을 한 번 살폈으면 하는데..

“네, 주인님.”

나의 말에 검은 드레스를 차려 입은 엘로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양 옆으로 그림자와 같이 호위들이 따라 붙는다. 외적으로는 붉은 갑주를 차려 입은 에로프들이 그리고 암중으로는 검은 야행복을 입은 에로프들이 2 중으로 호위한다.

엘로아의 수준을 생각하면 따로 호위가 필요 없겠지만 저들의 말로는 이것은 당연히 해야 할 격식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주인인 나를 존중하고 섬기기에 그런 나의 의식이 담겨진 육체를 지키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엘로아는 마을의 모든 중요안건을 나의 명령으로 처리하는 ‘여왕’이기에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차피 전부 나의 통제나 시선 안에 있어서 딱히 호위가 필요하지 않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자신들만의 규칙을 정하고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느낌이 든다.

전생에서 했던 문명을 일구는 게임에서 내가 키운 국가의 내부를 구경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영역 확인.

띠링!

[ 제 1 영역 : 중앙 숲 + 마물의 숲 ]

[ 제 2 영역 : 회색 고원 ]

[ 제 3 영역 : 북수림 + 뱀의 궤적 ]

명령어를 떠올리자 각 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구조물들과 인구의 현황이 홀로그램 창이 되어 눈앞에 나열된다. 관리해야할 구역이 많아짐에 따라 한 차례 정리해본 것인데 이렇게 보니 거대한 월드맵을 띄워 놓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내가 보고 있는 나의 영역들. 이미 초록색의 녹림이나 바위의 회색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지역이 보라색으로 변색되어 있다. 이런 화면이 나타나는 것은 변이체들이 몰려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랬다면 자잘한 모래알 같은 점들이 찍혀 있는 형태였을 것이다.

지금 보이는 화면의 보라색으로 빈틈없이 땅을 채우고 있다. 그것은 그 부분이 전부 점액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작은 국가라고 해도 될 정도의 영토. 그 전부를 영역 선포의 점액으로 채워 버린 것이다!

마을의 전 에로프들과 픽시들이 점액을 싸면서 밀림을 횡단한다고 해도 이런 넓이의 지역을 점액으로 덮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포레스트 : 촉수항모’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포레스트.. 그 녀석.

사실 난 아직도 포레스트를 완전히 노예로 만들지 못했다.

포레스트가 촉수항모가 되어 깨어난 그 날로부터 엄청난 조교를 강행했지만 결국에는 포레스트의 조교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성적인 고문과 협박을 할 당시에는 신음하며 애처롭게 울부짖는 포레스트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그 상황 자체에 대한 ‘척’이란 것을 깨달았다.

애초에 포레스트는 그 어떤 조교로도 복종 시킬 수 없다. 종의 차이 때문이다. 그 자궁에 촉수항모를 설치하고 어떻게든 미세 촉수를 퍼트려 그 숙주의 능력치를 확인한 결과 무려 전 스텟이 4천대를 돌파한 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텟의 종합치가 높은 엘로아의 평균 능력치도 800 정도에 그치는데 4천이라니..? 단순히 스텟이 두 배 세 배 높구나 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다. 스텟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수치를 뛰어넘어 수 백 수 천 배의 힘까지 발휘하니까.. 포레스트의 스텟은 이 세계에서 활동하며 본 그 어떤 녀석들보다도 압도적이다.

물론 이런 포레스트를 물리치기도 했다. 군체집중을 사용해서 일순간 적으로 엘로아의 스텟이 평균 5천대를 돌파했으니까. 허나 그것은 잠시 동안의 효과일 뿐이며 사용할 때마다 양분의 대량소모와 주변의 피해가 일어나게 되니 필살기와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포레스트는 거의 그 수준의 능력치를 평상시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사용하는 정신 지배나 최면암시 같은 촉수 스킬들은 당연히 통하지 않았고 육체적으로 가하는 미약 역시 술 한 잔을 마신정도의 수준으로 시간이지나면 해결된다.

내가 그 어떤 폭력을 가해도 포레스트에게는 모기에게 물린 수준 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다행히 뱃속에서 변이체들을 폭발시키는 것만큼은 포레스트에게도 치명적인 것인지.. 목숨 협박이 통하고 있기는 하지만.. 포레스트는 틈만 나면 나에게서 도망치려는 시도를 보였다.

-꿈틀..꿈틀..

“꾸에엑! 잘못해써요옷!! 흐갹!”

잡혀올 때마다 그런 식으로 비명을 질러대며 용서를 빌기는 하지만 말짱 도루묵이다.

용종으로서의 프라이드 때문에 그런 것인가 싶어 그것을 완전히 쳐부수기 위해 에아렌, 실피, 리한나에게 그랬던 것처럼(지금은 풀어줬지만) 목에 개목줄을 달고 ‘암캐’로서 굴려도 봤다.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알 수 있었던 건 포레스트가 단순히 용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탈출하려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사실이다.

- 대체 계속 잡혀올 거면서 왜 자꾸 도망치는 건데? 진짜로 죽고 싶은 거냐?!

“그..그치만..! 이곳에 있으면..흐윽. 나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단 말이야!”

서러운 듯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포레스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토로했다. 그 동정심이 드는 탄생부터 시작해서 오크들을 멸족시킨 이유까지.. 그리고 그녀의 절대적인 목적 역시 전부 들었다.

“나는 드래곤이 되어야 한단 말이야!”

그렇다. 그녀는 드래곤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도망치는 이유 역시 땅에서 지력을 흡수하는 행위를 반복하여 완벽한 용.. 드래곤이 되기 위해서였다.

“나 이제.. 이 근처엔 얼씬도 안할 게..요. 조용히 숨어서 잠만 잘 테니까..!”

포레스트는 그렇게 말하며 애원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이미 그녀의 뱃속에 설치한 완벽한 촉수항모로서의 설비가 아까운 것도 아까운 것이고 포레스트, 그녀처럼 위험요소를 함부로 풀어놓을 수도 없다. 나중에 악감정을 품어서 복수하러 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 음 그러니까.. 용만 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이거지?

“에..?”

대신 나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내가 가진 만능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능력.. 그것이라면 반마룡을 완전한 용으로 바꿀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리고 이에 대한 전문가가 나와 함께할지니.

[ 우효횻! 반푼이를 용으로 만들라 이 말씀이십니까!? 용의 유전 정보가 매우 복잡하기는 하지만.. 좋습니다!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

전에 삐졌던 것은 어디 간 것인지 포레스트의 샘플을 발견한 이후 앤트 드래곤을 시작으로 연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텐타클은 나의 제안에 눈이 충혈될 정도로 흥분해서는 의욕을 불태웠다.

녀석이 그런 반응을 보일 때면 좋든 싫든 결과가 나왔기에 내심 기대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 무리.. 도저히 무리입니다! 드래곤은.. 완벽한 드래곤의 샘플이 있지 않은 이상 드래곤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크으윽..! ]

역시 드래곤은 무리였나? 텐타클은 얼마나 분한 것인지 그 큰 눈으로 눈물을 주륵주륵 흘려대며 연신 촉수로 눈가를 닦았다. 그런 녀석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텐타클이 눈물을 흘리던 말던 그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닌.. 이대로 포레스트를 폭발 처리 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이다. 분명 엄청난 전력이 될 촉수항모를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다니..

[ 그런데 말입니다. 사용자님 미흡하기는 하지만 실험체를 조금씩 드래곤에 가깝게 발전시키는 방법은 있습니다. 이것이라도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

“일단 알려줘 봐 뭐든 시도는 해봐야지.”

그렇게 하여 텐타클에게서 연구에 대해 듣긴 들었는데.. 이건 드래곤의 가깝게 만드는.. 정확히는 그 외형에 가깝게 만드는 개발이다. 과연 포레스트가 겉외양 변화만으로도 만족할까 싶지만 일단 폭발 엔딩보다는 낫지 않은가?

“나..나를 용으로 만들어 주겠다고..요?”

말은 존칭이었지만 그 눈에서는 숨길 수 없는 ‘네가?’라는 하찮음이 떠올라 있다. 거기에 더해 또 무슨 일을 저지르려는 거야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 건방져서 혼내주고 싶었지만 혼내 주는 건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사탕발림으로 이 어린(만살이 넘었다) 반인반용 소녀를 설득하는 것이었기에 일단 침착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개발을 받아보라 제안했다.

“어..어차피 내가 거부해도 할거잖아..요!”

- 잘 알고 있네.

그렇다 애초에 그녀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곧바로 포레스트에게 본체로 변신할 것을 명령하고 그녀의 몸 속에 있는 분열체들을 일제히 가동시킨다.

-꿈틀.. 꿈틀..

개발이란 간단하다.

포레스트의 혈관과 근육에 파고들어 있는 분열체들을 최대한 가동시켜 포레스트의 피부 근육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들며 외형적으로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그렇다 날개!

포레스트는 반마룡인지라 드래곤이라면 갖고 있을 날개가 없다.

드래곤 하면 멋들어진 날개가 아닌가? 지금 그것을 달아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포레스트의 본체가 작은 산 정도의 거구이기에 그 몸을 날 수 있도록 하는 날개를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양분이 소모되고 분열체들 역시 당분간 활동을 못할 정도로 과부하 시켜야 한다.

허나 무려 날개다! 이것으로 포레스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사실 내 개인적인 욕심도 있다. 명색이 촉수항모인데 땅을 기어다니는 것보다는 앤트 드래곤들과 함께 비행하는 것이 멋지지 않은가!?

-펄럭!

그래서 날개를 달았습니다.

크라라라!!

솔직히 말해서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 진 알 수 없었다. 다만 신난 듯이 폴짝폴짝 뛰어 다니며 이내 날개를 펼치고 한 바퀴 비행을 하고 돌아와서는 다시 소녀의 형태로 변신한 포레스트는.

“나..나 용이 되었어!”

매우 만족한 얼굴로 신나서 외쳤다. 정확히는 날개가 달린 거대 도마뱀일 뿐이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 거봐 내가 용이 되게 해줄 거라고 했지?

“정말이었어.. 내가 드래곤이.. 그 종족이.. 되었.. 흐아앙..”

얼마나 기쁜 것인지 포레스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포레스트에게 다가가 그 작은 어깨를 토닥여주며..

- 그거 기억해야 될 게 있어. 아직 완전히 드래곤이 된 건 아니라서 말이지. 앞으로 말 잘들으면 내가 완벽한 드래곤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포레스트 내 말 잘 들을 거지?

“으응.. 드래곤이 될 수만 있다면.. 말 잘 들을게! 아니.. 잘 들을게요!”

- 그래그래 딱 드래곤이 될 때까지만 나한테 협조하면 되는 거야.

“네엣!”

아마 내 기술이 포레스트를 완벽하게 드래곤으로 바꿀 시점이 되었을 때에는 이미 포레스트의 몸은 완벽히 내 통제하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어쨌든 임시방편으로 포레스트는 나의 말을 잘 듣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포레스트는 그 배 안에 점액을 가득 채운 상태로 비행하며 전 지역에 음부를 통해 점액을 뿌리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점액 영역은 끝없이 늘어나고 그 위에 있던 자연물들을 흡수한 토대로 엄청난 양의 양분 포인트를 빨아들이게 된 것이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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