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헤르바밀림의 절대지주가 된 시점입니다. 126회
2부 시작 : 젊어지는 비약
상단이 마을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연회와도 같은 술자리다.
연회라고 해봤자 마을에 있는 술과 고기를 풀어 한 끼 식사를 하는 것뿐이지만 그 행위 자체에는 물건을 싼 값에 거래하기를 원하는 마을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식사에선 보통 마을의 남자들이 나선다.
마을의 촌장이 이런 오지에 있는 마을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한 마디로 운을 띄우고 오스카와 안면이 있는 알렉스나 재넌 같은 마을 남자들이 상인들을 대접하며 분위기를 만든다.
“내가 지난번에는 황소만한 늑대를 맨 손으로다가 확!”
“어쩜~ 대단하세요! 용병님!”
..하지만 이번 축하연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각 용병들과 상인들의 옆자리에서 미녀들이 술을 따라주며 시중을 들고 있다.
난생처음 보는 외모를 지닌 미녀들의 사근사근한 태도에 남자들의 얼굴이 불거져 그 입꼬리가 귀까지 걸려 있다.
이 미녀들이란 당연히 마을의 여자들. 연례행사와도 같은 접대를 안 보이는 마을 남자들 대신 그녀들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 잔 따라 줄게 받어 동생.”
그리고 당연하게도 상단주인 오스카에게도 한 명의 여인이 함께 자리했다. 그 여인의 정체란 바로 마을의 아낙네인 롤랑이다.
-쪼르륵..
마지못해 내민 잔에 투명하면서 보랏빛이 감도는 과실주가 차오른다. 오스카는 미인이 따라준 술을 받고도 독약이라도 보는 것 마냥 쳐다볼 뿐 마시지 않았다.
“난 솔직히.. 아직도 마녀들한테 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
“후우.. 아직도 부족한거야, 동생? 다시 어렸을 때 이야기를.. 아 그래 동생 이불에 오줌 지렸을 때 그 모양이..”
“됐어! 이제 어렸을 때 이야기는 됐수, 누님! 하아.. 이거 참 분명 롤랑 누님이 아니면 모를만한 이야기들이긴 한데 대체 그 외모는..? 혹시 롤랑 누님 딸 아니야?! 지금 삼촌이랑 장난..”
“내가 롤랑이라니까!”
콰앙-!
테이블을 양 손바닥으로 치며 버럭 하는 롤랑의 기세에 오스카는 찔끔하며 물러났다.
“이런 승질머리를 보면 누님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너 진짜!”
“알겠어! 알겠어! 누님! 술병 내려놓고.. 하 믿겠어. 그런데 말이오.. 누님. 그럼 한 가지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재넌 그 주정뱅이 양반이나 알렉스 형님 같은.. 마을의 남자들은 모두 어디가고 여자들만 남은 것이우?”
그렇게 묻는 오스카의 시선에는 진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눈앞의 여인이 자신이 아는 롤랑이 맞던지 아니 던지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마을에 여인들만 그것도 전혀 다른 수준의 외모를 지닌 여인들만 남았다는 것이 매우 비정상적이다.
오스카의 추궁하는 시선에 롤랑은 시선을 내리며 슬픈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잠시 동안의 무거운 침묵이 감돌고 롤랑의 닫혀있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두 달 전에 마을에 마물이 나타났어.”
“마물..?”
“응. 녹색의 밀림에서부터 기어 나온 마물.. 보라색의 끈적거리는 몸을 가진 끔찍한 괴물이 말이야.”
말을 하던 롤랑은 순간 목 메인 것인지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연기라기엔 너무나도 애처로운 모습이다. 미녀의 슬퍼하는 모습이란 그 어깨를 감싸주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한다. 허나 오스카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롤랑을 쳐다볼 뿐이었다.
진정된 롤랑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마을 남자들이 나섰고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전부 죽고 말았어..”
“그건 더욱 이상하지 않수? 마을 남자들이 전부 죽었다면 왜 마을의 여자들만 무사한 것이고 대체 왜 그런 젊어진 외모를 갖게 된 것인지..?”
“이야기하자면 길어.. 이 식사가 끝나면 그 마물의 사체를 보여줄..”
-탁.
오스카가 내려놓은 잔이 나무 탁자에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아니 지금 당장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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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로서 술은 멀리해야 하는 법이지요. 저는 맡은 바 일을 먼저 수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디 야속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길.”
“엘리제 사제님에게 용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제님. 이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성당이 나올 것입니다. 엘리제 사제님은 그 곳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이반은 방문 축하연도 거절하고 마을 여인의 길 안내를 듣고 곧바로 엘리제가 있을 성당으로 향했다. 과연 거친 길목을 걷자 언덕의 끝에서 짙은 갈색의 건물이 보였다.
‘저기가 엘리제.. 그 아이가 있는 곳.’
이반은 조용히 걸으며 엘리제의 모습을 생각했다.
- 이반 오라버니 저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사제님이 될 거에요. 그러니 오라버니도 꼭 훌륭한 몽크가 되시는 거예요?
어린 소녀가 녹색 마경이라는 위험천만한 금지에 파견을 나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이반에게 엘리제는 그리 말하며 밝은 미소로 답했다.
비록 피가 이어진 것은 아니나 이반에게 있어 엘리제는 친 여동생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라키엘을 모시는 성직자로서.. 그리고 어린 시절 같은 사제단의 교육기관에서 자란 남매로서 이반에게 엘리제는 소중한 아이였다.
만약 발길이 닿기 쉬운 장소였다면 그 안부를 확인하러 자주 찾았겠지만 엘리제의 파견지는 헤르바 밀림의 앞.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으며 이제 막 중급 몽크로서 활동하기 바쁜 이반이 마음을 먹는 다 해도 들릴 수 있는 장소 역시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3년.. 사제단의 상급 몽크가 되었고 수행자로서의 지위를 얻은 지금에서야 엘리제를 일로서 찾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저벅. 저벅.
반가운 마음에 점차 걸음이 빨라진다.
저 멀리로 한 성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성당의 모습은 그리 쾌적하다 할 수 없었다. 이반의 기억 속에 있는 어린 엘리제가 생활하기엔 성당은 너무나 낡았으며 동시에 어두운 기운마저 서려 있었다. 기감적인 부분에서 이반은 성당이 불길하다 느꼈다.
보통 높은 신성력을 지닌 성직자들의 감은 단순히 기분 탓 따위가 아닌 예지에 가깝다.
‘아니지.. 저곳에 엘리제 그 아이가 지내고 있다면 불길 한 기운 따위 있을 리 없지 않나? 내가 좀 예민했던 모양이야.'
"화단.. 그러고보니 엘리제가 꽃을 기르는 것을 참 좋아했었지. 이곳에서도 하고 있었나 보구나."
성당의 앞에 사람의 손길이 닿은 정돈된 작은 화단을 보며 이반은 다시 한 번 엘리제를 떠올렸다. 그 화단 위에서 꽃을 심고 있을 엘리제의 모습이 떠올..
‘잠깐만..?’
화단의 앞을 지나칠 때 이반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꽃이 심어져 있기는 하나 그 이파리의 색이 누렇게 변질되며 힘이 빠져있다.
꽃을 키우는 취미를 가진 것은 아니었으나 한 눈에 보기에도 꽃은 시들어가고 있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있었다면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반이 아는 한 엘리제는 자신이 심은 화단의 꽃들을 시들게 하는 아이가 아니다.
‘이제 막 개화하는 꽃과 줄기까지는 시들지 않았다. 이건 사람의 손길이 닿다가 도중에 끊긴 것 같은데..’
끼익-쿵!
‘..?’
타닥..!
그 때 이반이 서있는 곳의 10발자국 밖 경첩음과 함께 성당의 나무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 문의 틈새로 보인 금빛처럼 보이는 머리카락의 색에 이반은 엘리제를 떠올렸다. 허나 자세히 보니 엘리제라기엔 그 복장이 다르다.
수녀복도 아닐뿐더러 면바지와 상의. 소년이라고 해야 할 복장이다.
-터업.
순간 반사적으로 자신의 옆을 지나치는 소년의 어깨를 이반의 손이 작살 같이 잡아챘다. 이반은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 의문을 느끼면서도 소년의 얼굴을 보았다.
“히..히익!”
두 볼이 안쪽으로 푹 파여 피접이 상접한 몰골에 흐리멍텅한 눈가에는 검은 음영이 져있다. 한참 생기가 넘칠 나이임에도 다 늙은 노인과 같이 기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년의 눈동자에 깊게 서려 있는 공포.
‘대체 무엇을 봤길래..?’
-스륵.
발버둥치는 소년의 움직임에 이반은 손에서 힘을 풀었다. 마치 괴물에게 쫓기는 것처럼 허겁지겁 소년이 도망치는 뒷모습이 멀어지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또각. 또각.
이반은 자신이 보고 있는 방향의 뒤편. 성당의 열린 문 쪽을 돌아봤다.
괴물의 아가리 같은 어둠 속에서 햇빛을 받으며 점차 한 인영의 모습이 드러난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선명한 자홍빛의 눈동자. 머리에 검은 베일을 쓰고 그 베일의 안쪽으로 밝은 금색의 머리칼이 보인다. 하얀 얼굴 면 위에 자리 잡은 순한 눈매와 노출 없는 검은 수녀복상의 위로 새겨진 하얀 태양의 무늬는 그녀가 태양(라키엘)교단의 성실한 여사제처럼 보이게 한다.
허나 그 하의 부분부터는 전혀 다르다.
무릎의 위보다도 더 높이 정확히 Y자의 사타구니 부분을 지나는 그 시점에서 잘려져 있어 하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고 허벅지를 지나 수녀가 신기엔 너무나도 굽이 높은 구두까지 그 어떤 가리는 천 따위는 없다.
새하얗고 탱탱한 허벅지와 다리의 가느다란 곡선이 그대로 노출되어 검은 수녀복의 상의와 대조를 이뤄선 더 없이 음란한 느낌을 자아낸다.
본디 성직자의 의상이란 손과 얼굴을 제외한 모든 면의 살을 보이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특히나 성직자의 순결을 중시하는 라키엘 교단의 수녀복이다. 그 목 밑 부분부터 시작된 천의 면적은 몸의 라인을 따르되 발목까지 완전히 가려야 한다.
그런데 무엇인가? 저 수녀복은?
사제단의 임무 수행 중 부덕한 영주들의 퇴폐적인 취미를 조사할 때 보았던 창녀들이 입던 가짜 수녀복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육욕보다도 신성한 업을 행하는 사제가 입는 복장을 모독하는 것 같은 불쾌감에 이반은 표정을 찌푸리고 그런 복장을 아무렇지 않게 입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엘리제?’
그럴 리 없다 생각하면서도 이반은 자신의 앞에 있는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분명 어렸을 때의 자신이 알던 어린 엘리제의 얼굴과 다르기는 하지만 그동안 지난 시간과 성장도를 생각하면 분명 의심 할 여지없는 엘리제다.
‘..하지만 엘리제의 눈동자색은 파란 색이다 그런데 이 여인의 눈동자색은 보랏..빛이 아니잖아?’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어느새 놀란 듯 크게 떠있는 눈동자의 색은 순수한 파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반 오라버니?”
그 목소리가 이반에게는 곧 답이었다. 과거 들었던 엘리제의 목소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엘리제.”
이반은 꺼림칙한 느낌을 애써 감추며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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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줄 칼을 대동했어야 했는데..’
진짜 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롤랑과 함께 축하연이 벌어진 건물 밖으로 나가기 전 상단의 모두를 데리고는 아니더라도 용병 한 둘은 데리고 가려고 했다.
“고용주우~ 밀림에 이런 천국이 있는지는 내 정말 몰랐어! 오기 싫다고 불평했던 내가 바보였던 거지! 이런 천사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잉~ 천사라니 차암. 한잔 드셔요. 멋진 용병대장님.”
“하핫! 그래! 받아야지 암!”
이미 붉은 개 용병대장은 물론이고 그 용병단원들 역시 술에 취해 있었다. 사실상 미녀들이 따라주는 술잔을 거절할 만큼의 절제력을 가진 이들은 상단에 거의 없었다. 오직 꺼림칙함을 느낀 오스카만이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이거 다들 술이 깼을 때 본다고 했어야 하나..’
오스카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면서도 계속해서 롤랑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이라면 아직 해가지지 않은 낮이라 할 수 있는 시간대란 거다.
“이곳에 그 마물의 사체가 있어.”
“누님.. 이곳이라면..”
오스카는 롤랑이 가리키는 건물을 보았다.
목재로 지어진 조립형의 건물, 마을에 있는 그 어떤 집보다도 큰 이 건물의 정체는 마을의 창고다. 수확한 곡식이나 식량을 보관하고 혹은 가치 있는 밀림의 부산물들을 보관한다. 오스카 역시도 이곳에서 물건을 받고 값을 치룬 적이 몇 차례 있기에 본 적이 있다.
“마을을 덮친 마물의 사체가 이 창고에 있단 말이요?”
“응, 모두의 희생으로 잡은 그 마물이.. 이곳에 죽어 있어.”
끼이익-
혹시 이것이 함정은 아닌가?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롤랑의 손이 창고의 문을 열었다. 오스카는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호랑이 굴의 바로 앞까지 온 상황. 눈을 질끈 감으며 창고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 너머의 내부 공간은 환한 바깥에 비하여 어둡기 그지없다.
오스카는 그 어둠 속에서 내부의 모습을 확인하려 했지만 마물의 사체는커녕 한치 앞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안쪽으로부터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비릿한 향내가 절로 소름돋게 하여 발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화륵!
“어이쿠!”
그 순간 갑자기 들려온 소음에 오스카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서는 롤랑을 쳐다봤다.
“푸훕! 놀랐어? 그냥 횃불 킨 거야 사내가 겁이 많아서는..”
“아니 누님! 그걸 말을 하고 해야지.. 아우 됐어!”
“이런 걸로 놀라선 마물의 모습을 제대로나 볼 수 있겠어?”
롤랑의 어린아이 겁주기와 같은 장난스러운 말투에 오스카는 오히려 겁이 싹 달아났다. 젊은 여인처럼 보이는 지금의 롤랑이 중년인 자신에게 능글맞게 군다는 것이 웃겼지만 어렸을 때 보았던 롤랑의 모습과 분위기가 흡사하여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누님이.. 확실한 것 같군. 그 외양이 어떠하든.’
“됐고 빨리 확인이나 합시다. 에잇! 그 마물인지 뭔지 얼마나 무서운 지 말이야!”
-저벅. 저벅.
횃불을 든 롤랑이 앞장 서 걷고 오스카가 그 바로 뒤를 따르는 형식으로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간다.
밖에서 보았을 때도 창고 건물 크기가 제법 커보였지만 어두컴컴한 안에서 횃불 하나의 빛만을 의지해서 걷다보니 던전을 탐험하는 기분처럼 안이 너무나 넓게 느껴졌다.
-저벅.
어느 시점 롤랑이 걸음을 멈추고는 굳은 얼굴로 무언가를 바라본다. 그 시선을 따라. 횃불의 빛을 따라. 움직이는 오스카의 눈동자는 그 안에 하나의 형상을 담고는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이..이게 뭐야?”
분명 그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겠다. 다짐했으면서도 오스카는 그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횃불의 비친 거대한 무언가의 일부. 마치 먼 외국에 있다는 포도라는 열매를 크게 부풀려 놓은 것처럼 둥근 수 십 개의 눈알이 알알이 겹쳐 있고 그 주변에는 굵은 촉수다발이 한데 뒤엉켜 땅에 널브러져 있다.
상인으로서 몬스터의 부산물 역시 취급해본 적이 있는 오스카는 그 무섭다는 숲의 귀신 트롤이나 흉악한 폭군이라 불리는 오거의 시체 역시 본적이 있었지만.. 단언컨대 지금 눈앞에 있는 마물인지 뭔지도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서 느껴지는 흉흉함은 그 어떤 몬스터의 사체와도 비교 할 수 없다.
‘죽..죽은 거 맞아?’
정신줄을 붙잡으며 다시 괴물의 모습을 관찰해보니..
괴물의 ‘눈’이라 추정되는 구체들은 전부 눈꺼풀이 덮여 감겨 있었으며 그 감겨진 눈의 틈새로 칼이나 도끼 같은 것들이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바닥에 축 쳐져 있는 촉수 다발들 역시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오스카는 그 괴물의 근처 바닥에 보라색의 웅덩이가 고여 있다는 것 역시 확인했다. 그것을 피라 생각할 수는 없었지만.. 괴물의 보라색 몸체를 보면 그 체액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동생 이것이 밀림에서 나와 마을을 공격한 마물이야..”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잡았단 말입니까? 누님!”
마물의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형체에 겁에 질린 오스카가 버럭 소리쳤다.
“마을 남자들의 희생이 있었지.. 처음에는 모두가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 마물에게는 사람의 위치를 추적하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 같았어. 결국 무기를 들고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고.. 생각보다 모두 잘 싸워줘서 저 마물을 상대로 한 방씩 먹였지만.. 결국엔 전멸. 저 빌어먹을 괴물은 계속 움직여서 마을 여자들이 숨어 있는 장소까지 도달했어.."
"그런데 어떻게.. 전부 다 살아 있는 거요?"
오스카의 긴장한 물음 속에 담긴 전부란 마을의 '여자'들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롤랑이 마지막 한 마디를 뱉었다.
"마을 여자 앞에 도착한 괴물은 여자들을 죽이지 않았어.. 저 촉수를 이용하여 여자들의 몸을 희롱하고 결국엔 보라색의 체액을 뿜으며 그 자리에서 저렇게.."
"몸을 희롱당했다..? 설마 그래서..!"
오스카는 무언가 추측 한 것인지 롤랑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살폈다. 그 눈에는 보라색의 마물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지금 오스카의 머릿 속에는 자신의 앞에 있는 롤랑이 괴물에게 희롱당해 변해버린 또다른 '괴물'이 아닐지라는 의심이 깔려 있었다.
"단순히 희롱당한 것만으로 이렇게 젊어지고 몸매가 좋아진 건 아니야. 괴물이 뿜어낸 체액 그것을 뒤집어쓰니 모든 상처가 낫고 이런 상태로.. 알겠어? 동생."
"그..그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단 거요? 정말로?!"
"응, 조금 체력이 좋아졌다 싶은 정도? 전혀.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꿀꺽.
롤랑의 대답을 들은 오스카는 다시 괴물 밑에 있는 그 웅덩이를 응시했다.
'저 체액이 젊어지게 만들었다고.. 그리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 눈동자에는 미지에 대한 경계와 '탐욕'이 서려 있었다.
[작품후기]
후우.. 겨우 다써서 올렷군요! 요새 학교시간에 알바 시간 겹겹이 하다보니 바빠서.. 연재가 지연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쓸 내용은 많은데 말이죠 ㅠㅠ
아참 그리고 어떤 분이 댓글로 몸매는 좋아져도 외모까지 나아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의문 제기 하셨는데.. 이거 좀 있다가 주인공 독백으로 밸런스 발육에 대한 설명 나오게 하려고 했는데 아직 안 나와서..
밸런스 발육의 경우 몸매의 뒤틀림이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가슴이나 엉덩이만 과도하게 커진 경우 그것이 신체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라고 할까요?
그 외에도 피부결이나 자라면서 변하는 얼굴의 뒤틀림까지 맞춰져 한층 미모가 돋보이게 합니다. 엘프들의 경우 태어날때부터 미녀였지만 인간들은 나이가 먹으면서 조금 뒤틀려 있었던 것들이 다시 맞춰져 미녀처럼 된 경우죠!
늙은 것 역시 균형을 해치는 것이라 여겨 젊어지게 된 것입니다!
사실상 저 마을의 인간들은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상태..? 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