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어질 플레이들(고어는아님)은 조금 역겨울 수도 있음.. 하지만 언제부터 그런 것을 신경썼던가? 92회
엘레노어 침투조교(2) 약고어x신체변형
거대한 촉수 식물 중 버섯 형태의 촉수 식물을 선택하여 그 안에 들어갔다. 촉수 버섯의 내부를 방의 형태로 변형시키자마자 나는 엘레노어를 방의 한 가운데에 고정 시키는 것을 먼저 실시했다.
여태까지는 촉수 벽에 박아놓거나 혹은 촉수의 의자에 앉혀 놓는 방법을 채택했다면 이번에는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더욱 철저한 방식으로 위치시킨다. 방 자체를 하나의 감옥처럼 사용하는 것처럼 회오리형태로 엮인 두꺼운 촉수 줄기를 각각 엘레노어의 양 팔과 다리에 묶고 엘레노어의 몸이 살짝 떠있는 상태로 만든다.
“너희 마물 놈들 따위 신성력만 사용할 수 있으면..!”
엑스자로 몸이 묶인 채 엘레노어는 분한 것처럼 소리쳤다.
[ 못 쓰잖아. 신성력 ]
나의 말에 흠칫하며 몸을 떠는 엘레노어 표정에 자신이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미 여태까지의 행동으로 충분히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제와서는 무슨..
“너..너희 마물이 내게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내가 굴할 것 같으냐?! 나는 신성제국의 6사도 엘레노어 화이트우드.. 마물에게는 결코!”
[ 그 마물 따위가 한 배설 조교에 암퇘지마냥 울부짖었던 건 누구였더라? ]
- 움찔!
나의 말에 스스로도 찔리는 부분이 있기는 한 것인지 엘레노어는 토마토처럼 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입만 뻐끔거리다가 시선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건 그 순간에만 그런 것이다아..”
오호! 어차피 자동 재생으로 정신마저 전부 회복되니 쾌감에 신음하던 과거의 자신은 문제가 없다?
허점투성이인 그 한마디에 반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저 사도만능주의적 사고와 회복기능으로 보아 시간낭비일 것 같으니 패스한다.
“전쟁에서 승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종의 군주시여..! 저희 신생오색비늘 부족의 복수를 해주신 것에 감사하며 이 은혜를 반드시 갚을 것임을 신생오색비늘의 부족장으로서 약속드립니다!”
“은혜를 갚을 것을 약속드립니다!”“은혜를 갚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여성이 나신으로 묶여있는 놀라운 풍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페루킨과 양 옆의 리자드맨이 큰 목소리로 외치며 넙죽 엎드렸다. 말을 외워오기라도 한 것일까? 숨 한 번 내쉴 시간에 저렇게 긴말을 전부 내뱉다니.
하긴.. 최대한 좋게 보이고 싶을 것이다. 쟤네들한테는 일족의 원수인 강적들을 대신 처리해준 것이니 고맙게 여겨지긴 할 것이다.
동시에 고마운 만큼 막대한 부담감 역시 느끼고 있겠지.
[ 일어나 너희에게 감사나 받자고 부른 것도 아니고.. 빚이야 ‘두고두고’ 갚으면 될 테니까. ]
일정 단어에 힘을 주면서 말하자 안 그래도 푸른 비늘이 덮인 얼굴을 한 페루킨의 안색이 더욱 파래진다. 내 생각이지만 이 빚을 갚으려면 리자드맨 애들이 뭘 해줘야 하려나.. 아마 지금 생존한 일족의 전부를 갈아 넣어도 모자를 것이다.
눈치가 없지는 않을 테니 페루킨은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페루킨과 회색 녹색 비늘의 리자드맨 두 녀석이 쭈뼛거리며 일어났다.
“저..그럼 무슨 연유로 부르신 것인지..?”
[ 눈앞에 인간 여자 보이지? ]
나의 말에 리자드맨 삼형제는 뒤늦게 입을 악물고 노려보고 있는 엘레노어를 보았다. 리자드맨 역시 아인종류에 속하는 종족. 비록 그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고 해도 같은 아인종과의 미녀를 보면 성욕이 동하게 되는 것이다.
엘레노어의 경우 최상급의 미인. 페루킨과 리자드맨 형제의 긴 동공에 성욕이 맺힌다.
“설..설마 이 여자는..!”
그 때 페루킨이 무언가를 생각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돌아봤다.
[ 누구 일 것 같아? ]
“제 눈에는 인간으로 보입니다.. 군주님께서 인간의 군대와 전쟁을 치루셨으니 그 군대에 속해 있을 인간일 확률이 높고 이렇게 묶어 놓은 걸 보면 그들을 지휘하는 인간..혹은 전사..?”
호, 페루킨 이 녀석 리자드맨 족장의 자제라고 했나 간단한 추론이지만 제법 세밀하게 추측했다. 실제로 엘레노어는 그들 인간 군대의 높은 사람이니.
[ 맞아. 이 인간 여자 이름은 엘레노어 화이트우드인지 뭔지. 인간 군대에서 가장 강한 상대다. 선봉장이라고도 할 수 있지. ]
“...!”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기만 한 인간 여자다. 하지만 내가 페루킨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 따위는 페루킨이 생각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페루킨에게 이 인간은 ‘선봉장’이라는 역할을 맡았다는데서 아주 엄청난 의미를 갖게 된다.
“군..군주시여.. 이 인간에게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녀석은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이미 얼굴은 확신을 내린 것 같은데 굳이 확인을 하려 하다니.. 뭐 곧바로 엘레노어에게 묻는 게 아닌 나에게 허락을 요한데서 기특하다고 할 수 있다.
[ 얼마든지 ]
나의 허락에 들고 왔던 작살 같은 창을 움켜쥐며 굳은 얼굴로 엘레노어에게 다가가는 페루킨.
“인간 암컷..! 신전에 있던 오색비늘 부족의 모두를.. 죽인 것이 너냐?!”
“사도인 내가 마물에게 대답해야 할 이유가.. 아아!”
또다시 사도니 어쩌니 같은 레퍼토리의 말을 꺼낼 것 같았던 엘레노어는 페루킨의 얼굴을 보더니 무언가를 떠올린 것인지 탄성을 뱉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 어디선가 본 것 같더니.. 제법 한 수가 있었던 그 푸른 색 리자드맨과 닮았군. 마물주제에 창 실력이 대단했었지.. 하지만 마물인 이상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 분명할 터 전부 처리했다.”
“그럼 인간 네가 신전의 부족원들을..!”
“아아 그래. 리자드맨들의 목을 벤 것 역시 나다.”
“이익..!”
[ 멈춰라! ]
페루킨이 창을 내지르는 순간 나는 사념파를 쏘아 명령했다. 변이체도 아닌 페루킨이 내 명령을 강제적으로 따를 일은 없겠지만 페루킨의 창날 끝은 정확히 엘레노어의 목덜미 앞에서 멈췄다.
창대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꽉 쥔 손아귀로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창을 내지려는 그 자세 그대로 멈췄다. 그렇다. 페루킨은 원수를 눈앞에 두고 복수심을 절제 한 것이다.
과연 나였다면 가족을 전부 죽이고 그 목을 베어내 수치를 준 원수를 앞에 두고 참아낼 수 있을 것인가.. 새삼 페루킨 이 녀석의 참을성과 상황에 대한 계산적인 부분이 쓸 만하다고 여겨진다.
“죽여 버릴 거다 인간!”
“크르릉!!”
뒤에 있는 리자드맨 두 마리의 경우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기에 촉수를 소환하여 묶어놓은 상태다.
[ 지금 눈앞의 인간을 죽여 버리고 싶겠지? 페루킨. ]
“그..렇습니다. 군주시여.”
[ 하지만 너의 힘으로는 저 인간을 죽일 수 없다. ]
“크윽..!”
페루킨은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죽이지 못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비통한 침음성을 흘렸다. 사실 점액대지에 있는 그 누구도 엘레노어를 죽일 수 없다. 아니 죽지 않는다.
[ 그래도 기회 정도는 줘도 되겠지.. 페루킨 그리고 나머지 두 리자드맨 녀석들. 내일 아침까지 시간을 주마 ]
“군주시여 그 말씀은..!”
[ 내가 돌아오는 아침까지 저 인간 여자를 죽여라. 도구는 음.. 이것들 사용해라. ]
그렇게 말하며 나는 형태 동화를 사용했다. 형태 동화는 사물의 형태를 기억할 수 있으니까. 엘로아의 드레스를 만든 거나 에로프들의 옷을 만든 것처럼 내 머릿속에 있는 고문 도구를 상상하여 구현한다.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는 쇳덩어리들을 진열대에 쭉 세워 놓는다. 페루킨과 리자드맨 두 녀석은 고문 도구의 잔혹한 외형 만으로도 겁을 집어 먹은 것처럼 침을 꿀꺽 삼켰다.
“크윽. 군주시여..!”
털썩-
돌연 페루킨 녀석이 무릎을 꿇었다. 차마 고문 같은 것은 못하겠다는 건가? 그러면 곤란한데.
“처음에는 저희 종족에게 얻을 것이 있기에 도와주신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저희 부족을 대신 전쟁을 치러주시고.. 일족의 복수를 할 기회까지 주시다니.. 이 페루킨은 정말이지..!”
[ 어음.. ]
“신생 오색비늘 부족의 은혜와는 별개로 저‘페루킨’이라는 리자드맨의 이름을 걸고 군주님께 이 빚을 꼭 갚겠습니다!”
“저 다루킨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루킨인 제 이름도 걸겠습니다!”
[ 음.. ]
난 그저 고문이라는 귀찮고 심적으로 꺼려지는 일을 하기 싫어서 이 녀석들을 부른 것인데 이런 반응이라니..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 그래 빚은 많이많이 갚고.. 아무튼 부탁하지. ]
“반드시 복수를 성공 시키겠습니다.. 반드시!”
“너희 마물 놈들이 하는 짓 따위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
[ 아아, 그럼 내일 보자고 ]
그렇게 엘레노어를 리자드맨 삼형제에게 맡겨놓고 나는 점액대지로 돌아와 긴장하고 있는 일행들에게 안심하라고 다독이며 휴식을 권한 후 변이체 군단의 정비와 부산물 회수가 끝나는대로.
“하아앙.. 주인님. 오랜만에 주인님하고 대화하면서 하고 싶어요!”
“아앗! 주인님 나두! 나두! 나 가슴 엄청 커졌다구?”
“..군쮸님! 안아줘!”
밤새 일행들과의 화포를 풀었다.
하늘을 보니 어느새 밤이 지나가고 해가 뜨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천천히 촉수를 움직여 직접 꿈틀거리며 거대 버섯이 있는 곳 까지 기어갔다. 그리고 공간인지를 통해 내부를 확인한 순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비늘의 색이 붉게 보일 정도로 피를 뒤집어 쓴 채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리자드맨 삼 형제의 모습. 혹시 농땡이를 부리고 있는 것인가 가까이 다가보니 탈진한 것인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잠들어있다.
“후으음..”
그에 반해 단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엘레노어는 핏자국은커녕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 말끔한 흰색의 나신 그대로다. 혹시 고문을 하려다가 엘레노어가 힘을 회복해서 리자드맨들이 역으로 당한 것인가 싶어 곧바로 촉수 버섯의 기억을 읽어 어젯밤의 일을 확인한다.
그리고 나는.. 목이 없음에도 구토를 쏟아낼 것 같은 역겨움을 느꼈다.
찌르고, 베고, 벗겨내고, 갈아내고, 독까지 사용하며.. 행해지는 고문의 현장. 리자드맨 삼형제는 엘레노어를 죽이려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레노어가 미친 재생력을 가졌다는 것을 눈치 챘다.
처음 행해진 고문은 서툴렀으나 복수심으로 상대에게 어떻게든 고통을 안겨주겠다는 의지 때문인지 점차 고문에 익숙해지고 방법 역시 잔인해졌다.
하지만 진짜 잔인한 것은.. 리자드맨 삼형제가 행하는 고문이 아닌 엘레노어의 재생력이었다.
“흐갸아악!! 아파앗! 그마안.. 그마안! 꺄아아악!!”
엘레노어는 고문을 당할 때 마다 성스러운 사도고 뭐고 울고 불며 목숨을 구걸하고 오줌을 지리며 천박한 행태까지 보였다. 허나 일정 시간이 되어 권능으로 재생하면 몸은 물론 정신까지 회복되어 언제 그런 추태를 부렸냐는 듯 당당한 사도님의 태도로 리자드맨들에게 소리쳤다.
리자드맨들 입장에서는 미칠 지경이었을 것이다. 고문을 전문적으로 업으로 삼는 이들이 아니라면 계속 튀기는 피를 보면서 남의 살을 헤집는 것에 대해 극심한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고생을 해가며 고통을 줬더니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상대가 원래대로 돌아와 말끔한 면상으로 신경을 긁는 말을 지껄이며 떠들어 댄다. 고문자로서의 엄청난 허탈감과 피로감이 들겠지만 리자드맨 삼 형제로서는 ‘복수심’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건 차라리 리자드맨 3형제가 엘레노어의 재생력에 고문을 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바퀴벌레 같은 재생력을 예상했기에 이 녀석들에게 시킨 것이지만.. 고문자가 탈진해버리는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보게 될 줄이야.
“하아음.. 응?! 마물 네 놈! 다시 왔구나!”
크게 하품을 하며 일어난 엘레노어가 촉수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 나를 보았는지 쌍심지를 키며 외쳤다. 귀찮은 상황을 직감한 나는 엘레노어의 외침을 무시하며 주섬주섬 리자드맨 삼 형제를 촉수로 들쳐 업었다.
“어젯밤 그 도마뱀 녀석들이 날 고문했지만.. 어림도 없었지! 나는 신성 이노센티아 제국의 사도. 빛의 사도다! 그런 고문 따위 간지러울 뿐..!”
듣다보니 어이가 없다.
고문당하면서 개처럼 짖기도 하고 살려달라고 그 무시하던 마물과 리자드맨에게 빌기도 한 장면이 선명하게 버섯의 기억에 남아 있는데 자기는 그런 적이 없는 거 마냥 외치고 있는 꼴이라니.. 왠지 이사벨이 생각난다.
아니 이사벨은 당하고 회복하고 나면 조금이라도 말을 듣는 척이라도 했지 엘레노어는 당하는 그 순간에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굴지 재생이 끝나면 뇌가 리셋 된 것 마냥 성스러운 사도인 척을 해댄다!
자신이 했던 추태를 생각하면 일말의 부끄러움이라도 느껴야 정상인데 모두 견뎌 낸 것처럼 뻔뻔하게 성스러운 사도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모습에 괜히 내가 민망해진다.
[ 이것으로 안 되면 땅에 파묻어 버리던가 해야지.. ]
엘레노어에게 들으라는 것처럼 사념파를 쏘고는 삼형제를 촉수로 한데 엮어 거대 버섯의 출구를 향해 기어간다.
“또 무슨 속셈인거냐 마물!”
불안감을 느꼈는지 뒤에서 엘레노어의 외침이 들려왔다.
[ 무슨 속셈이긴 이제 곧 폭발하니까 나가는 거지. ]
“뭐..뭐!? 폭발!?”
바로 어제 있었던 333호를 이용한 자폭 공격이 생각난 것인지 ‘폭발’이라는 단어에 엘레노어의 안색이 새파래진다. 뒤에서 엘레노어의 비난인지 아니면 자신도 데려가라는 것인 지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그대로 거대 버섯의 밖을 나왔다.
[ 형태변형 Lv... 스킬을 발동 합니다! ]
밖으로 나오자마자 거대 버섯의 입구를 봉쇄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버섯 주위에 이중 삼중의 촉수 장벽을 세웠다. 엘레노어를 묶고 있었던 구속구에 꽤나 많은 양의 양분 포인트를 투여해 폭탄으로 만들었다.
부디 이 정도 벽으로 그 충격을 견뎌줘야 할텐데..
꽈아아아앙!!!
잠시 후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작은 흔들림과 함께 폭발의 굉음이 들려왔다. 주변에 있던 변이체들이 화들짝 놀라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가볍게 촉수를 저어 돌려보내고는 나는 무사히 버텨준 거대 버섯의 안으로 다시 입구를 열고 들어갔다.
[ ..해치웠나? ]
내부에는 탄 자국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엘레노어를 구속하던 촉수다발들이야 폭발시켰으니 사라지는 것이 당연했고 엘레노어 역시 직접적인 폭발의 데미지에 살아남을 수 없었는지 그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증발해버렸다. 하긴 땅이 흔들리고 거대한 건물이나 다름없는 촉수 버섯이 팽창했을 정도의 위력이다. 작은 공간 안에서 일어난 폭발이기에 그 충격은 더욱 대단할 것.
아무리 무한 재생의 바퀴벌레 같은 사도님이라고 해도 살아남을 수는..
-꿈틀..
살아남을 수는 없어야 하잖아..?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불그스름한 핏자국 같은 것들이 새어나오더니 점차 뭉치며 붉은 살점조각을 이룬다. 그리고 그 살점조각들은 서로서로 엉키며 주먹만 한 덩어리로 바뀌고.. 그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으며 실제로는 폭발로 흩어진 엘레노어의 아주 작은 단위에 흔적들이 뭉쳐서 재생하는 과정이었다.
저것들이 완전히 뭉친 뒤에는 그 때 구덩이에서 보았던 그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되고 또 엘레노어는 부활할 것이다.
대체 인간은 맞는 것일까? 다른 사도들 역시 이런 것일까? 엘레노어가 입에 담기론 자신은 제 6사도라 했다. 신성제국에 있다는 다른 사도들 역시 이런 미친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면..
생각의 파도가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그것의 대부분은 지금 눈앞에 있는 라키엘의 끔찍한 병기를 어떻게 파괴해야 하나로 결론지어진다.
-꾸물.. 꾸물.. 그 와중에도 살점이 얽히고설키며 재생되고 있어서 매우 심란하다. 저걸 대체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는.. 잠깐 꼭 없애야 하나?
저 재생을.. 정확히는 그 과정을 이용할 방법이 한 가지가 떠올랐다.
[ '분열 Lv. 63 ' 스킬을 발동 합니다! ]
...
분열 스킬을 사용하여 5개체의 분열체를 생성한다.
스킬레벨이 올랐기 때문인지 생성되는 분열체는 팔뚝만 한 두께에 구렁이를 연상시키는 형태다. 애벌레 시절이나 지렁이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녀석들이 내 명령에 따라 합체하고 있는 엘레노어의 살점과 살점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다.
-꾸물.. 꾸물..
-꿈틀..꿈틀..
그리고 먹이를 사냥하는 뱀처럼 살점을 감싸 안으며 똬리를 트는 분열체들. 완전히 뒤엉킨 것을 확인하고 그 ‘스킬’을 발동 시킨다.
[ ‘침투 Lv. 12‘ 스킬을 발동 시킵니다! ]
-추적.. 추적..
분열체들이 녹아내리며 보라색의 점액으로 변해 엘레노어의 재생 중인 살덩어리들 위로 뿌려진다. 보라색의 점액에 뒤 덮인 살점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융합하기 시작한다.
침투 스킬로 대상과 융합했을 때 색과 형태의 변화를 주지 않는 점이 작용해 분열체와 합쳐진 엘레노어의 살점은 처음 상태 그대로 붉은 고깃덩어리의 형태로 보였다.
하지만 분열체가 융합하면서 저것은 원래의 구성성분과 크게 달라져 있다. 피와 살점 반 분열체 반이라고 해야 할까. 분열체와 살덩어리가 뒤섞인 제 3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덩어리의 통제권이 나에게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나는 새로 선물 받은 레고를 맞추는 어린아이와 같은 심경으로 합쳐져 재생하고 있는 엘레노어인 덩어리를 보았다.
-꾸물.꾸물. 전과 마찬가지로 팔과 다리가 뻗어 나오고 혈관이 새겨지며 몸의 형태를 갖춘다. 백색 도자기 같은 티 없는 피부와 탄력 있는 황금비의 몸매 그리고 금발의 머리카락까지 갖춰지자 기절해 있는 사도 엘레노어의 완전무결한 모습이 있었다.
아니 이제는 재생을 해도 완전무결하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없는 신체이지만 내가 의식을 보내면.
-스르륵.
그 부위의 투명한 피부위로 보라색의 실핏줄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간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 할 정도로 작은 흔적이며 사라지는 속도 역시 빠르지만 저것은 내가 보낸 신호에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마치 분열체처럼.
지금 엘레노어의 몸에서 머리와 건드릴 수 없는 금단의 부위인 음부에서부터 자궁까지의 부위를 제외하고는 전부 내 통제하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윽.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 했는데도 엘레노어의 손이 들린다.
[ 변형.. ]
그리고 형태 변형 스킬을 사용하자 그 팔에 살이 붙어 두꺼워지거나 근육질로 변하거나 나의 조종에 의해 그 형태가 자유자재로 변형한다. 손과 팔 뿐만이 아니라 엘레노어의 전신 그 전부를 내가 원하는대로 변형시킬 수 있다.
원래 침투 스킬의 효과가 이 정도는 아니고 변형에 제약이 존재하지만.. 엘레노어는 다르다. 몸을 형성하는 그 과정에서 소재를 전부 분열체와 뒤섞인 것으로 바꿨기에.. 더욱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한 것이다.
실험은 성공했다. 이 빌어먹을 바퀴벌레 같은 육체를 파괴시키는 것이 아닌 내 통제하의 넣는 방법으로 컨트롤에 성공했다!
스윽- 엘레노어의 팔을 다시 원래의 형태로 되돌리며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지금 당장 엘레노어를 맘대로 가지고 놀고 싶었지만 참는다.
의식을 되찾고 일어난 후 자기 것이 아니게 된 몸을 보게 되었을 때 엘레노어가 어떻게 반응할지 몹시 기대된다. 그 즐거움을 위해 잠시 숨을 죽인다.
[작품후기]
일단 두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