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촉수가 되었다-90화 (90/266)

다음 떡신은 주인공이 새로 익힌 '침투'스킬과 관련된어 무한 재생하는 엘레노어를 조교하는 내용이거든요! 하하 엘레노어의 몸은 촉수에 잠식되어 주인공의 인형처럼 움직이는.. 큼큼 90회

성창녀로서...

- 엘레노어.. 나의 창이 되어 나에게 적의를 가진 이들을 멸하며 또한 나의 적들을 멸하라..

어느 날 들려온 그 한 마디에 평범한 귀족가의 자제였던 여자아이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호호호..

다른 귀족가의 소녀들이 보석과 화장품을 찾으며 다과회를 벌일 때 무거운 창 한 자루를 들고 땀내 나는 연무장에서 창을 휘둘렀다.

깔깔깔..

이름 높은 가문의 영애들이 드레스를 차려입고 파티장에서 춤을 출 때 무거운 쇳덩어리인 갑옷을 차려 입고 창을 휘두르며 전쟁터에서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창의 춤을 췄다.

한 소녀로서.. 완전히 거세된 삶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엘레노어에겐 한 점 후회는 없었다.

자신은 그 어떤 귀족가의 영애도 할 수 없는 사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 그 귀족 영애들의 삶을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사도로서의 힘이 있는 한 엘레노어 자신은 언제고 전장에서 신성한 빛으로 빛날 테니까..

그 어떤 악도 이 빛의 힘에는 대항할 수 없다.

‘라키엘의 사도는 그 어떤 악에도 굴하지 않아야 할진데..’

왜 지휘부의 성법이 전해지지 않는가?

왜 지원 병력은 오지 않는 것인가?

그런 나약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엘레노어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만큼 지금 그녀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육체적인 부분이나 신성력의 부족의 경우 신이 내린 축복인 재생의 권능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정으로 엘레노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전쟁터 그 자체의 주변 상황이다.

근처에서 들려오던 비명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이 악몽 같은 상황이 끝났기 때문이 아닌 비명을 지를 성군들이 전부 마물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차가운 땅바닥에 사체가 되어 누워 있기 때문이었다.

그어어어어!!

고륵! 고륵!

주변을 살펴봐도 보이는 것은 오직 마물들뿐이다.

-채앵! 채앵!

“우욱..!”

“하아..하아..”

그나마 청장미 기사단원들이 무기를 들고 적에 맞서 싸우고 있었지만.. 검에 깃든 신성력의 빛이 희미해지는 것으로 보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눈에 보인다.

“그만 포기하는 게 어때? 쿠쿡..”

“웃기지마.. 나는 빛의 사도다! 악의 종자한테 굴복하는 일 따위!”

그어어어!

-부우우웅!!

괴물의 머리 위 소녀에게 대답하는 사이 다시 한 번 거인의 주먹이 정면으로 날아든다. 자신의 키만 한 주먹에 담긴 위력은 이미 몇 번이고 부딪치며 몸으로 똑똑히 알고 있다.

-쩌엉!!

“크으윽..!”

성창 궁그닐의 창대를 돌리며 주먹에 담긴 힘을 흘려보낸다.

그럼에도 몸이 뒤로 뜨는 것을 막지 못한다.

허나 저 거인의 공격 자체는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다. 아무리 몸에 충격을 주고 뼈를 부러트린다고 해도 실시간으로 회복되는 사도의 힘이 있으니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면 머리에 타고 있는 짜증나는 소녀와 거인 정도는 처리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상대해야 할 것은 거인과 소녀만이 아니다.

타다닥!

..빠른 발소리와 함께 거인의 등 뒤에서 보라색 촉수 슈트를 입은 이들이 튀어나와.

-촤화악!

채찍과 같은 촉수를 날려 온다.

채앵! 챙!

창대를 휘둘러 쳐내보지만.

-파가각-!

“큿..!”

촉수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전신의 급소를 노리고 한 번에 공격해오는 촉수들을 전부 쳐내는 것은 아무리 창술의 극의에 다다른 엘레노어라 할지라도 무리였다. 날카로운 촉수의 끝 부분에 적중당한 갑옷의 판금 부분이 꿰뚫리며 몸에 상처를 남긴다.

-우우웅..!

..빛이 일어나며 상처부위가 봉합되지만 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공격이 날아온다.

-부웅..!

-콰아앙!!

“크허억..!!”

거인이 달려들며 연속해서 거대한 주먹을 날린다.

그주먹을 막아내면 거인의 양 옆으로 숨어 있던 보라색 슈트의 여인들이 촉수가닥으로 습격하는 연계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반격의 틈새를 노려보기도 했지만 두 마물의 연계 공격은 정말로 쉴 세 없이 몰아쳐와 겨우 막아내는 것이 한계다.

엘레노어는 흐릿해지는 시야로 주변을 보았다.

땅에 쓰러져서 정신을 잃고 누워 있거나 마물들에게 포박당해 무릎을 꿇고 있는 청장미 기사단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물들이 죽이지 않는 다는 것에서 일부분 안심이 되었지만.. 저런 끔찍한 마물들에게 끌려간다면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른다.

‘성군은.. 이 마물들에게 패배했다. 이대로 있다면.. 나 역시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전장에서 도망친다는 그 행위. 라키엘의 사도로서 명예에 흠집이 가는 행동이었지만 엘레노어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청장미 기사단원들을 살리길 원했다.

‘한 번 사용하면 최소 한 달간은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겠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꽈악.

성창을 양손으로 쥐며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고.

“빛의 어머니시여 부디 당신의 사도에게 그 힘을 허락하소서..!”

타악.

창대의 끝을 땅에 꽂은 순간.

화아아아아-!!!

엘레노어의 전신에서부터 백색의 휘광이 폭발하며 주변에 있던 타이탄과 에로프들을 튕겨낸다.

빛을 직접적으로 막아낸 타이탄의 몸체는 화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붉게 녹아내리고 있었고 에로프 전투대원들이 입고 있던 촉수슈트는 그 흔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저..저게 뭐야!?”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델피아가 외친다. 그리고 그것은 주위에 있던 변이체와 에로프들의 심경을 대변해주는 한 마디였다.

고오오오...

“후우..”

깊은 숨을 내쉬는 엘레노어.. 지금 그녀의 모습은 지상의 것이라 할 수 없었다.

걸치고 있는 갑옷은 빛을 제련해서 만든 것처럼 파손된 부분 없이 백색으로 광열하고 있었고 한 손에 쥐고 있는 성창 궁그닐은 랜스, 폴암, 창 그 세 가지가 어우러진 형태로 줄기줄기 강렬한 빛무리를 흘린다.

촤악-!

엘레노어의 등 뒤로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날개가 펼쳐졌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진정으로 ‘신의사도’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모습이다.

“-사도화. 마물들에게 보일만한 모습은 아니나.. 이렇게 된 이상..”

-우우우웅..

“전부 징벌해주마.. 빛의 대적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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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아앗..!!

위기의 순간 각성하는 용사마냥 여기사에게서 빛의 폭풍이 일어난 순간.

띠링!

[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

[ 가짜 년의 개를 처치 해..!! ]

치지직..!

[ 메인 퀘스트 : 여신의 사도를 쓰러트리십시오! ]

1. 빛의 신 라키엘의 잔당을 처치 혹은 속박 하십시오!(성공)

2. 빛의 신 라키엘의 사도를 처치 혹은 속박 하십시오!(0/1)

3. 전투에서 승리하십시오!(0/1)

성공 시_ 다른 용사에 대한 정보. ‘스킬 포식’ 스킬 획득.

실패 시_ 모든 스킬 Lv. 30 하락.

시야로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북수림의 퀘스트 이후로 실로 오랜만에 보는 퀘스트 창이다.

헌데 이 퀘스트.. 원래 보던 일정한 문구의 퀘스트창이 나타나기 전에 처음 보는 내용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가짜 년의 개를 처치 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 같은데..

노이즈가 뜨며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내가 본 것이 착각일 리 없다.

여태 퀘스트란 것이 누가 고의적으로 보내는 것인지 혹은 이 세계의 시스템이 원래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이것으로 사실상 퀘스트를 보내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실시 된다.

나에게 퀘스트를 보내는 존재.. 이 세계로 나를 끌어들인 라키엘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가짜 년의 개.. 그것이 ‘여신의 사도’인 엘레노어를 가리키는 거라면 가짜 년은 라키엘 일 것이다. 즉 이 퀘스트를 나에게 주는 대상은 라키엘이 아니며 라키엘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 까지 알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이번 퀘스트 창의 보상이 다른 용사에 대한 정보라니..?

역시 이 세계에 떨어진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거야?!

여러 가지로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쐐액..!

콰아아아!

-휘익!!

쩌저저적!!

“꺄아악! 으에엑!”

생각의 흐름을 깨트리며 델피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원래도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했던 여기사는 빛을 휘감고는.. 이제는 아예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정말로 등에 달린 날개로 날아다닌다!

“빛의 이름으로!”

그렇게 외치며 여기사가 들고 있는 창을 휘두를 때마다 창날에서부터 거대한 섬광이 터져 나오며 땅위에 서있는 변이체들과 에로프들을 휩쓴다. 그래도 지속해서 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씩 땅에 착지하기는 했으나 변이체들은 물론이고 타이탄마저도 여기사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치이이익..!!

그아아..

“타..타이탄!”

여기사의 근처에 다가갈 때마다 빛이 일어나며 타이탄의 육신을 태운다.

역시 저 신성력.. 썩을 라키엘에게서 비롯된 힘은 나와는 상극인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되면 상당히 어렵다. 이미 저 각성한 여기사가 보이는 힘은 한 개인을 초월한 것으로 저대로 1시간 정도만 날뛰어도 말도 못할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꿈틀..!

그 때 점액대지에 있던 내 옆으로 검은 웅덩이가 생겨나며 한 여인의 형체가 올라온다.

“주인님! 다녀왔어요!”

나타난 존재의 정체는 엘로아였다.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말하는 엘로아. 방금 전 홀로 후방 부대를 초토화시키고 돌아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미소다.

[ 경계 너머의 성군단들은 어떻게 됐지? ]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처음 주인님이 명령 하셨던 대로 제 병사들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죽이고 쫓아냈어요!”

[ 훌륭해! 수고했어. 엘로아. ]

“헤헤!”

나의 칭찬에 엘로아는 두 손으로 볼을 감싸며 웃는다. 그 모습이 귀여워 더욱 더 칭찬해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 미안하지만.. 레나와 델피아 타이탄이 압박하고 있는데도 적을 당해낼 수 없어. ]

“흐음?”

나의 말에 엘로아는 시선을 돌려 여기사와 변이체들이 싸우고 있는 전장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러고는 엘로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인간.. 기분 나빠..요.”

엘로아 역시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그런지 엘레노어를 보며 꺼림칙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 신성력 때문이야.. 아무래도 저 여자가 발하는 기운은 우리와 상극인 것 같아. ]

“당장에라도 없애 버리고 싶은 걸요..?”

[ 동감이야. 하지만 저건 상당히 위험해 닿는 순간 타이탄의 몸조차도 녹아버렸어. 하지만 저렇게 내비 둘 수도 없으니. 엘로아.. 위험한 일이지만 부탁해도 될까? ]

“주인님의 부탁이라면 엘로아는 뭐든 지 할 거예요!”

그렇게 말한 엘로아는 촉수슈트를 두르고 12개의 꼬리를 흔들거리는 나인테일 모드.. 아니 이제는 트웰브 테일 모드라고 해야 할까. 전투 준비가 완료된 형태로 달려 나가며.

“금방 끝내고 돌아올게요, 주인님!”

파앗-!

엘로아의 신형이 검은 화살과 같이 빠르게 날아가며 전장으로 향한다.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여기사를 확인했다.

펄럭-!

빛의 날개를 펼치며 변이체 군단의 상공 위를 날아다니는 여기사.

휘익!- 그 창을 휘두르자 또다시 반월형의 빛 덩어리가 밑으로 퍼부어진다.

-지이이잉.. 콰가강!!

저렇게 빠르고 강력한데다가 원거리 공격까지 능수능란한 적을 어떻게 잡아야 되나.. 그런 고민을 하며 비행하고 있는 여기사를 보았을 때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야..? 저게 왜 저기 있어?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정확히 식별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전신이 백광에 물들어 있기에 보라색 티 끝이 선명하게 보인다.

여기사의 복부에 있는 저 보라색 꿈틀이의 모습!

마치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신성력에 닿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라색 꿈틀이는 여기사의 배 안에서 움츠리고 있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저것은 분명 분열체다! 대체 언제 분열체가 저기에 들어간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분열체가 여기사에게 기생하는..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잠깐! 그러고 보면 신성군단의 진지를 정찰할 때. 그리고 플로라와 함께 저 여기사를 처음으로 마주쳤을 때 역시.. 분열체의 반응이 느껴졌었다.

왜 저 분열체가 여기사의 뱃속에 있는 것이며.. 왜 여태 눈치를 못 챈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 신성력에 감싸 있어서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신성력이 더욱 강해진 지금은 어째서 저 분열체의 존재가 인식되는 것일까.

짐작 가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분열체와 변이체들끼리는 서로 가까이에 있을수록 집단의식에 의해 감지되는 반응이 강해진다. 그리고 저 여기사의 주변은 변이체 군단이 완전히 포위하고 있다. 집단의식이 최대로 강해지는 상황이니 저 안에 신성력에 의해 가려져 있던 분열체가 느껴진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저 분열체는 답이 없는 상활을 헤쳐 나갈 돌파구나 다름 없다!

[ 집단의식.. ]

곧바로 내 의식을 여기사의 복부에 있는 분열체를 향해 쏜다.

찌릿--..!

아..! 신호는 분명 갔는데.. 신성력의 막에 의해 중간에 끊긴다. 제대로 의식을 옮기기 위해서는 변이체 혹은 촉수를 여기사와 더욱 가까이 위치시켜야 한다.

[ 전부 여기사를 붙잡아! ]

-그어어어!!

-고르륵!!

명령을 전달한 순간 알파와 베타들이 보라색의 거대한 파도가 되어 여기사를 향해 달려든다. 허나 아무리 그 자리에서 뛰고 팔을 들어 휘둘러도 공중에 떠있는 여기사에게 닿을 리 없다. 오히려 공격하기 좋게 몰이가 될 뿐이지. 미안하지만.. 시선을 돌리기를 원했을 뿐 너희한테는 기대도 안했다.

“주인님, 알겠어요!”

대답한 엘로아는 여기사의 발아래까지 달려가서는..

파앙!! 꼬리를 이용해 땅을 박차고 도약했다. 포탄의 탄환처럼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엘로아.

쐐애애액-!

“헛!?”

밑에 있는 변이체들에게만 정신이 쏠려 여기사는 날아오는 엘로아를 뒤늦게 눈치 챘다. 하지만 그 늦었다는 것 역시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며 각성한 여기사에게는 충분히 자세를 잡을만한 긴 시간이다. 여기사는 곧바로 창을 들어 엘로아를 향해 창격을 날릴 준비 자세를 취했다.

-휘리릭!

12개의 촉수꼬리가 여기사를 향해 쇄도하고.

-챙! 채앵! 챙! 챙!

여기사의 창과 엘로아의 촉수꼬리가 섬전과 같은 속도로 허공에서 충돌한다. 여기사의 성창은 흠집하나 나지 않은 반면 충돌한 엘로아의 촉수꼬리는 그 전부가 신성력에 의해 녹아버린 상태다.

“하압!!”

푸우욱!!

기합성과 함께 내지른 여기사의 성창이 엘로아의 복부 한 가운데를 꿰뚫는다.

여기사의 얼굴에 끝냈다는 승리가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엘로아의 드러난 얼굴을 본 순간 여기사의 얼굴이 굳었다. 한 움큼의 피를 토해낸 엘로아는 배가 창에 꿰뚫려 있는 채로 여기사를 향해 달려든다.

“잡..았다..!”

“..!?”

-슈우우욱!

-콰앙.. 후두둑..

여기사와 엘로아의 신형이 한 덩어리가 되어 아래로 추락한다.

두 사람이 떨어진 장소로 흙먼지가 이는 것이 보였다. 공간인지를 통해 자세히 확인하자 엘로아의 밑에 깔린 여기사가 위를 덮치고 있는 엘로아를 치워내기 위해 두 손으로 그 몸을 밀어내는 것이 보인다.

“하악..하아..쿨럭..”

엘로아는 엘로아대로 입으로 피를 토해내면서도 입고 있는 슈트의 점액을 변형시켜 여기사의 몸을 땅과 고정시키고 있다.

[ 제발.. 닿아라! ]

온 정신을 집중해 여기사의 복부로 보낸다. 특수개체인 엘로아가 몸을 가까이에 붙이고 있기에 가장 강하게 분열체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이것으로도 접속할 수 없다면 사실상 저 분열체에겐 접근할 방법이 없다.

[ 집단 의식 Lv. 68 스킬 발동에 성공하였습니다! ]

됐다!

아..! 머리를 관통하는 것처럼 이 분열체.. 333호의 기억이 흘러 들어온다. 333호가 이 몸에 들어올 수 있었던 그 순간부터 시작해서 여기사..엘레노어를 순종적으로 만들기 위하여 333호가 했던 노력들을 말이다.

이제 보니 겉으로만 신성한 기사인 척 했지 배설로 느끼는 음란녀잖아이거!

이상한 것은 333호가 몇 번이고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쾌감으로 미쳐버릴 지경까지 만들었는데도 이 엘레노어라는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결국에는 333호는 이 여자를 조교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밥을 받아먹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본체인 내가 확언한다. 333호 네가 한 일은 결코 쓸모없지 않았다고.

[ 엘로아 떨어져! ]

그렇게 외친 나는 곧바로 형태 변형하여 엘레노어의 복부에서 팽창했다.

“캬학!!”

기침을 터트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엘레노어 그 복부는 공에 바람을 넣는 것처럼 둥근 형태로 부풀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최대로 형태변형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333호와는 다르게 본판인 내가 하는 형태변형은 무척 빠르고 강하거든!

-파지직! 파지직!

..하지만 신성력을 뒤집어 쓴 각성상태이기 때문인지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기 전에 엘레노어가 몸에 두르고 있는 신성력에 의해 내가 조종하는 333호의 몸체가 깍여 나간다. 제길.. 이대로면 오래 못 버틴다. 제발 엘로아가 떨어져야 하는데..

[ 엘로아 서둘러! ]

“주..인님..”

스르륵.. 그런 단발마와 함께 ‘촉수군단’을 사용할 때와 같이 검은 점액으로 변형한 엘로아가 모습을 감추고.. 나는 곧바로 하나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촉수를 칼날이나 꼬챙이로 만들 수 있는 촉수병기의 스킬이 lv.50 에 도달하며 생겨난 새로운 스킬.

[ '촉수 폭탄' 스킬을 발동합니다. ]

[ 가진 양분에 비례하여 폭탄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가진 양분 point 계산 중. ]

그 동안 잘 챙겨먹었구나 333호!

-지이이이잉!!

333호의 몸이 보라색으로 발광하며.

“아아.. 안 돼!”

엘레노어의 비명과도 외침을 끝으로.

콰아아아앙!!!!!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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