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래도 한 편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쓰고 올립니다!! 저는 이만 잠을 자러 끄윽..이따가 또 일어나자마자 일가야 되서 여유가 없군요! 끌끌 85회
성창녀로서...
“군쮸님 시작 할까요?”
내 손에 들린 화분 플로라가 말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엄청나게 작은 꼬마애가 화분에 박혀서는 군쮸님! 군쮸님! 거리는데 장난 아니게 귀엽다. 차마 이 작은 아이에게 기생한 상태로 촉수만 삐죽 내밀고는 돌아다닐 수 없어서 내가 들고 다니기로 결정했다.
점액대지니까 양분변형에 큰 포인트가 들고 다니지 않아서 인간 비슷한 형태로 상반체만 만들고 꿈틀거리며 플로라를 들고 다니는 중이다.
“군쮸님! 군쮸님!”
- 응?
시선을 내려 보니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플로라가 팔을 휘저으며 내 시선을 끌려고 했다. 빵빵한 누님일 때는 요염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런 꼬마 상태가 되니 제법 귀엽..
“군쮸님 집쭝하세요!”
- 아 미안 미안. 플로라가 너무 귀여워서 말이지.
“찐짜!”
플로라의 말이 맞다. 지금은 집중해야 할 때다.
지금 내 주변으로는 점액 대지에 있는 픽시 대부분이 모여 있다. 평소 수다쟁이인 녀석들을 생각하면 벌써 시장바닥처럼 시끌벅적해야 정상이겠지만 지금은 눈만 껌뻑이며 긴장한 상태로 날지도 않고 땅에 두 발로 서있는 상태다.
픽시들이 모인 이유는 지금부터 플로라와 내가 시도 할 ‘대 전이’ 때문이고 다섯 뿌리 마을에 준비되어 있는 병력과 엘로아 델피아 레나 등 전부를 소환하기 위해서다. 원래라면 플로라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지만 미니 플로라로 변하면서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워졌다.
그러니 이렇게 픽시를 동원한 것이다.
-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잠시 손에 들고 있던 플로라를 앞에 내려놓고 두 팔을 앞으로 뻗어 두 손바닥을 겹쳤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공간의 확보. 이동해 올 병력의 숫자가 적지 않고 타이탄이나 베타들의 덩치까지 생각할 때 웬만한 공터로는 부족하다. 사실상 빼곡하게 거대 식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점액 대지위에선 병력이 위치할 마땅한 공간이 없다.
허나 공간이 없다면 만들면 그만이다.
[ ‘침투Lv.1'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
[ 침투 Lv. 1 ]
- 접촉한 대상에게 침투 및 융합 합니다.
- 아군 침투 시 :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신체를 변형 및 조종 합니다.
- 적 개체 침투 시 :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신체를 변형 및 조종 합니다.
- 적 개체 침투 시 : 적 개체의 저항력과 기본 소재의 한계에 의해 변형이 제한 됩니다.
텐타클이 메르헨을 연구하면서 새롭게 얻은 스킬이다.
보통 스킬이라 함은 퀘스트를 깨야 얻을 수 있었는데 개체 연구만으로 스킬을 얻은 건 처음이다. 확실히 텐타클의 말처럼 메르헨의 혈통에는 특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완전히 세뇌당해 훌륭한 오색비늘부족과의 연결책이 되었다.
어쨌든 이 스킬을 얻음으로서 좀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한계가 늘어났다고 해야 할까.
전에는 촉수 한 두 가닥을 조종하던 것을 범위가 늘어서 전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시야 범위에 있는 촉수와 변이체들을 동시에 조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 점액 대지 위에 있는 것 자체를 전부 내가 상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쿠구구궁...
문을 여는 것처럼 양 손을 움직이자 손에 움직임에 맞춰 거대한 촉수 식물들이 하단부로 촉수 돌기 같은 것들을 만들어 양 옆으로 이동한다. 순식간에 내 시야에 보이던 식물들이 전부 반대편으로 치워지고 거대한 공터가 형성된다.
-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의 물음에 플로라는 견적을 뽑아보는 것처럼 두 눈을 빛내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츙분해여! 바로 시작할까요?”
-끄덕.
“애들아 모여엇!”
-위이잉!
플로라가 발랄한 목소리로 외친 순간 주변에서 날파리 수 백 마리가 날개짓하는 것 같은 소음이 발생한다. 물론 그 날개짓의 대상은 징그러운 벌레가 아닌 아름다운 보랏빛 소녀들이다. 양쪽으로 퍼져나가며 픽시들은 공터의 끝 테두리를 기준으로 원형으로 감싼다.
“자라나라! 자라나라!”
픽시들이 완전히 공터를 감싸며 자리를 잡자 플로라가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두 팔을 들고 외쳤다.
-부글부글..
그러자 넓은 공터의 중앙에서부터 물이 끓는 것처럼 점액이 끓기 시작하더니 점차 범위가 커져간다. 픽시들 역시 자신의 주변으로 촉수들을 소환해놓고 플로라의 외침에 맞춰 팔을 들고 호응하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꿈틀! 꿈틀!
끓던 표면은 점차 위로 솟구치며 촉수다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넓은 공터가 촉수로 가득 차고 점점 쌓여서 언덕을 형성한 촉수가.
-촤하아악!!
점액을 튀기며 하늘로 솟구친다. 거대한 탑과 같이 솟아오른 촉수의 덩어리가 천천히 가라앉으며 다시 원래의 땅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촉수가 사라진 그 땅에서부터 점액이 덩어리져 올라오며 하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크기는 제각각이었지만 팔과 다리 머리를 가진 인간형의 가까운 존재들.
허나 그 피부색은 보라색이며 생김새 역시 이질적이기 그지없다.
쿵! 쿵! 쿵!
가장 먼저 나타난 거인들이 발을 구르자 땅이 울리며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진다. 3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체구가 수천 아니 일 만에 가까운 숫자로 공터를 채워 나간다.
그아아아!!
그런 거인 군단의 앞으로 다른 거구들보다도 두 배는 큰 보라색 거인이 울부짖는다. 이마에 나있는 뿔과 하나 뿐인 커다란 눈 거기에 짐승과도 같은 송곳니로 가득 찬입까지 덩치뿐만 아니라 그 얼굴까지도 ‘괴물’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험악한 생김새다.
그아아아!!
괴물은 자신이 이곳에 왔노라고 외치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생물이라면 절로 위압감이 들게 하는 그런 괴성.
딱콩~!
“시끄러워 바보야!”
그어어..
그런 거인을 잠재운 것은 엄청난 마법의 힘도 강력한 족쇄도 아닌 작은 소녀의 귀여운 꿀밤 한방 이었다.
7미터 거인 특수개체 타이탄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는 붉은 트윈테일 머리의 소녀. 타이탄의 주먹보다도 작은 것 같은 소녀에게 타이탄은 기를 못 쓰고 낑낑거리는 강아지처럼 명령에 따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소녀는 타이탄 자신을 만들어주고 지금에 와선 최고의 파트너인 소중한 존재였으니. 소녀의 이름은 역시나 델피아.
정확히는 특수개체 ‘델피아’다. 에아렌이나 혹은 다른 특수개체들이 그렇듯 델피아 역시 그 모습이 조금은 달라졌는데 진한 갈색의 색이었던 머리카락이 진홍빛으로 바뀌었고 양 갈래 머리 역시 키 만큼이나 길어져 델피아의 상징이 흔들리는 트윈테일이 되었다!
-출렁! 출렁!
아 물론 흔들리는 건 트윈테일 뿐만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로리 거유라는 아주 귀여운 소녀일 뿐이지만 저 타이탄과 합쳐지면 아주 무시무시한 파괴전차가 된다.
델피아의 특수개체로서의 능력은 ‘촉수기수’. 촉수를 소환해 자기가 탑승하고 있는 탈것에 연결시켜 그 육체적 능력을 강화시키는 능력이다.
하이오크인 아트록 베이스로 특수개체가 되어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타이탄. 그런 타이탄과 델피아의 특수능력이 합쳐지면 에아렌도 감당하지 못한다.
“주인니이임! 주인니임 여기! 여기!”
이쪽을 발견한 것인지 타이탄의 머리 위에서 폴짝폴짝 뛰며 델피아가 손을 흔든다. 마주 흔들어주니 더욱 신나하는 것이 겉보기에는 귀엽기만 한 소녀지만 델피아는 든든한 아군임에 틀림없다.
고르륵! 고륵!
고륵!
베타 군단의 전이가 끝나자 그 옆으로 바퀴벌레 알에서 애벌레가 우글우글 쏟아져 나오듯이 알파 녀석들이 전이되기 시작했다. 점액을 뿌리치고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자마자 녀석들은 손에 든 무기를 흔들며 고륵! 이라는 통일된 울음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한다.
비록 덩치는 베타의 비할 바가 못 된다고 하지만 그 투지와 기세만큼은 거대한 베타들 못지않다.
아니 오히려 알파들은 자신들의 덩치가 작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장점으로 사용한다. 작은 몸으로 적을 방심시키고 혀를 찌르는 공격을 자주 일삼는 알파. 지금 하고 있는 무장 역시 숨길 수 있는 단검류나 독침이 든 대롱. 혹은 빠르게 휘두를 수 있는 단창류의 무기를 장비하고 있다.
하나 같이 적재적소에서 사용한다면 적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들이다.
전부 마을에서 새로 개발한 무기들 같은데.. 알파들 특유의 시각적 능력과 민첩한 움직임이 합쳐진다면 당하는 입장에서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부글.. 부글..
마지막으로 베타군 단과 알파 군단 그 사이로 일단의 점액이 올라오며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여태까지 형성되었던 점액들의 경우 타이탄에 타고 있는 델피아를 제외한다면 전부 한 눈에 보기에도 ‘괴물’이구나 싶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허나 지금 일어나는 점액들의 경우 솜씨 좋은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극상의 여체와 같은 모습이다.
점액이 아직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하나 같이 굴곡진 몸매와 찍어낸 겉 같은 황금률의 라인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런 여체들의 맨 앞 선두에 있는 여체의 경우 뒤에 있는 형상들과 비교하더라도 압도적으로 풍만하며 미의 여신과도 같은 몸이다.
-후두둑..
겉을 덮고 있던 점액이 흘러내리고 그 안의 감춰져 있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황금가루를 뿌린 것 같은 화사한 금발과 그런 머리카락 사이로 쫑긋 내밀어져 있는 긴 귀. 그들의 얼굴은 벌레 하나 죽이지 못할 것처럼 순진하고 매혹적인 미녀의 얼굴이었으며 수컷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방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허나 그 얼굴 밑에 있고 있는 복장은 금속과 달라붙는 망사가 섞인 암살단원과도 같은 전투복이다.
이들의 정체는 마을의 전투대원인 ‘에로프’. 에아렌과 실피의 밑에서 촉수 슈트와 관련된 전투 훈련을 받던 이들이다.
기본적으로 마을의 일꾼이자 병력을 생산해내는 에로프들의 경우 내 근본이기에 마을 밖으로 돌리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이 전투대원들은 논외로 친다. 단순히 전투대원이라는 역할 때문이 아닌 그 순수한 전투적 측면에서라도 마을에만 두기에는 아깝다.
오크나 고블린 그 외에도 샘플로 얻었던 모든 종족들. 그런 종족들의 한계적 능력치를 뛰어넘는 잠재력을 지닌 에로프들은 단순히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무엇이든 빠르게 배우고 익히며 발전 속도가 타종족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 에로프들에게 공방 일체인 촉수슈트를 입게 하고 그에 맞춘 전투 기술을 가르쳤다.
전에 성군에서 봤던 기사단? 선두에서 창을 휘두르던 미친 여기사는 몰라도 우리 에로프들이 더 강할 것이다.
-사락.
여러 가지 면에서 전투대원들의 모습을 확인하던 나는 중앙에 서서 군단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은 여인을 보고는 잠시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금빛의 수실과 같이 일정한 형태로 허리까지 닿는 머리카락과 하얀 얼굴의 면 위로 요요한 빛을 내며 빛나는 자수정 같은 두 눈동자. 그 선명한 이목구비는 상상으로도 연상하기 힘들 정도의 비현실적인 외모였으며 천사, 여신, 과 같은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도록 만든다.
내가 촉수가 아니었다면 여인과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바로 마음을 뺏겨버리고 노예가 되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 가련한 눈동자가 제발 자신을 지켜달라고 이 세상은 자신과 같은 연약한 미녀가 지내기에는 너무 험하다고 애원하는 것 같다.
허나 그것은 전부 미모에서 오는 착각이다. 너무나 아름답기에 얼굴만을 두고 보았을 때는 그저 연약한 미녀로 보이지만 그 전체를 두고 보면 절대로 약한 존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몸매의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검은 색 드레스와 깊게 파인 가슴골에서부터 굴곡진 골반이 만들어내는 육감적인 육체. 어떻게 보면 천박 해 보인다고 할 수 있는 외양이었지만 그 얼굴의 미모가 합쳐져 기품 있으면서도 고고한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여인의 정체는... 엘로아.
특수개체가 되어 ‘여왕’으로서의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은 엘로아다.
여태껏 의식을 나눠 대화만을 했지 그 외양을 제대로 살필 기회가 없었는데.. 순간 엘로아인지 모를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져 있다.
‘여왕’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여태껏 드라이어드 족의 여왕인 플로라나 자이언트 앤트를 낳는 개미여왕 이사벨 등 여왕이란 칭호가 붙은 이들을 봤지만 그녀들은 그저 한 종족의 우두머리라는 느낌이지 ‘여왕’이라는 그 단어 자체가 주는 품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여왕인 엘로아의 모습은 정말로 거대한 궁전에서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부리는 여왕처럼 오만하면서도 경외심이 들게 하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나는 과거 이런 느낌이 드는 여인을 본 적이 있다.
세실리아.
세실리아를 처음 봤을 때와 같다. 세실리아는 엘프 왕족의 피를 가지고 있다고 에아렌에게 들었다. 특수개체로 변형되면 그런 세실리아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았기 때문에 엘로아의 모습이 세실리아와 유사해지면서 이런 기품마저 생긴 것일까?
-저벅.
그 때 소리 없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엘로아가 내 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드레스 자락이 들춰지며 길게 뻗은 다리의 각선미가 엿보인다. 솔직히 말해 항상 가깝게 생각하던 엘로아인데도 저런 아찔한 자색의 눈동자로 똑바로 쳐다보며 다가오니 이상하게 긴장되는 기분이다.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기품 있게 인사하며 ‘주인님을 뵙습니다’라고 할까? 아니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여왕으로서의 자태를 뽐내며 도도하게 말을 걸어올까.
-타다닥!
“주인니이이임!”
뭐야 왜 갑자기 달려오는..
-와락!
“으아앙! 주인님 보고 싶었다고요! 흐읍.. 흐읍.. 주인님의 비릿한 냄새.. 하악..”
엘로아는 내 점액인간의 몸에 고개를 파묻고는 미친 듯이 자신의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이 모습에서 방금 전의 도도한 여인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여왕님 어디 갔냐고!?
[작품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