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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촉수가 되었다-68화 (68/266)

알바가기전 한 편 예약 때리구 갈게요! 68회

Chapter 3 : 촉수 군단 vs 신성 군단

“뭐..뭐야 이 괴물들!”

-꿈틀.. 꿈틀..!

- 촤확-!

리자드맨 족의 전통 후계자에게 넘겨주는 창 ‘부스터’를 휘둘러 보라색의 촉수를 베어낸다. 물컹한 동물의 고기를 베어내는 것처럼 큰 저항감 없이 베어지는 보라색 촉수였으나 잘린 부분이 떨어져 나가기 무섭게 재생하며 솟아오른다.

“오..오빠! 발밑에..!”

여동생 메르헨의 외침에 페루킨은 발밑을 보았다가.

-슈욱!!

점프하며 달려드는 보라색의 뱀과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곧바로 리자드맨 종족의 기공술이자 몸의 가속을 높이는 ‘자벨린’ 1단계를 사용하여 보라색뱀의 접촉을 피해낸다. 허나 자신의 덮치기가 실패하여 땅에 떨어진 보라색 뱀은..

-꿈틀.. 꿈틀..

[ 형태 변형 ]

-슈우욱!

돌연 몸을 늘리며 기다란 촉수로 변해 공격해오는 것이 아닌가? 페루킨은 창을 휘둘러 그 공격을 맞받아쳤다.

-채앵!

‘이런 소리가..!?’

분명 말랑말랑했던 다른 촉수와는 다르게 마치 금속을 받아친 것처럼 단단하기 그지없다. 그 반동에 놀란 페루킨은 자신이 쳐낸 촉수가 허공에서 방향을 꺽어 다시 자신에게 쇄도하는 것을 보며.

‘아차..!’

다시 자세를 잡기엔 늦은 상황.. 팔 한 쪽을 내줄 것을 각오하고 자신의 팔을 내민 페루킨은..

“오빠!”

-휘릭! 퍼억!!

여동생 메르헨이 휘두른 꼬리 공격에 의해 촉수가 튕겨져 나갔다. 한숨 돌린 페루킨은 걱정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메르헨의 보라색 눈동자를 쳐다보고는 주변을 바라봤다. 자신이 촉수랑 싸운 것처럼 주변에 있는 어린 리자드맨들과 라미아들이 필사적으로 촉수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저 특이한 지형이겠거니 생각했던 보라색의 대지. 허나 가까이서 본 이곳은 그야말로 ‘마경’이다. 기괴한 생김새의 거대 식물들은 그렇다 쳐도 살아있는 것 같이 꿈틀거리는 바닥과 그 곳에서 솟아나는 촉수들. 거기에 자세히 보면 이 바닥 전체에 기어다니고 있는 보라뱀이 보인다.

한 마리만으로도 리자드맨 전사인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했던 그런 마물들이 쫙 깔려있다.

‘드라이어드의 영역까지 코앞인데..’

아버지이자 족장인 아나킨은 드라이어드 여왕을 만나라고 했다. 건네받은 지도를 따라 미친 듯이 달려왔건만 목표지를 바로 앞에 두고 괴상한 장소 때문에 건너갈 수가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버지와 리자드맨의 전사들은 인간 군대에 침략으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발목이 잡혀 버린 것이다.

“끄아악..!”

“저리가..저리가!”

비명을 지르는 리자드맨 아이들과 라미아 소녀들의 울먹거리는 얼굴을 본 페루킨은.

“전부 뒤로 빠져 후퇴한다! 전부 물러나!”

이를 악물며 외쳤다.

빠르게 빠져나가는 부족의 소년 소녀들을 덮치는 촉수와 꿈틀이들을 치우며 여동생 메르헨을 챙겨 보라색 땅을 빠져 나간다. 이 보라색 땅은 부족의 사람들과 잡았던 그 어떤 괴물들보다도 흉측하며 약점이랄 것이 보이지 않지만 다행히 멀어지면 공격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일단.. 빠져나가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달리고 있는 중에.

[ 기껏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지. ]

그런 목소리와 함께.

-콰과광..!

-휘리릭!

“헉..!”

맨 앞에서 도망치고 있던 리자드맨과 라미아 아이들 바로 앞에 거대한 나무덩쿨들이 솟아나며 그 앞길을 막았다. 그리고 그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인영. 나뭇잎으로 이루어진 머리카락과 반신이 거대한 나뭇잎으로 싸인 여인..!

아나킨이 설명했던 그 드라이어드 족임에 틀림없다!

‘찾..찾았다!’

순간 긴장이 풀리며 드라이어드족으로 추정되는 여인을 부르려던 페루킨은 움찔했다.

‘그런데 분명 녹색이라고 했는데 왜 보라색이지..?’

---

“균형을 잘 잡아라! 흔들리지도 않는 뗏목에서 떨어질 얼간이는 없겠지?!”

거칠다고 할 수 있는 크루세이더 지휘관들이 외치고

“노를 더 열심히 저으셔야 합니다. 형제님!”

“모두 우리의 신을 위한 노력 입니다!”

사제와 몽크들의 나긋하지만 결국은 노를 더 빨리 저으라는 채근이 반복된다.

그렇다 지금 선발대 5천의 특화 병력들이 작은 뗏목에 몸을 맡기고 블랙 스네이크 강을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물살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지만 흔들림 없는 물 위에서는 멈춰 서 있어도 불안한 것이 아닌가?

“어어..!”

풍덩..!

급조한 뗏목이기도 했고 일생 살며 노 젓는 일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성직자들이다보니 제대로 노질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균형을 잡지 못해 물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나마 성직자끼리의 협동심만큼은 최고인지라 뒤에 있는 사람이 재빨리 건져주면 젖은 채로 다시 뗏목을 타고 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정말 왜 이 쉬운 노질하나 못하는 걸 까요? 저 사람들은?”

칸나의 중얼거림에 뒤 쪽을 힐끔 본 엘레노어는 다시 앞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도 선두를 자청한 청장미기사단의 그 누구도 뗏목에서 낙하하는 일은 없었다. 항상 무기술을 단련하다보니 균형 감각이 뛰어나기도 했고 사도의 성기사단이란 다른 국가의 특수부대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노 젓는 일 정도는 할 줄 알았다.

-스윽.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수면을 바라보고 있던 엘레노어는 돌연 등에 매고 있던 방패를 들어 올렸다.

- 빛의 신 라키엘이시여 어둠으로부터 당신의 아이들을 지켜주소서..!

- 성법 13장 7절.. ‘천상의 방패’..!

-우웅..!

엘레노어가 당당한 목소리로 성언을 외우는 순간 엘레노어의 방패에 은은한 백광이 깃들며 그 앞으로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방패의 형상이 나타났다.

첨벙!! 그와 동시에 물보라를 튀기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회색 비늘의 리자드맨 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상반신만을 내밀고 한 손에는 기다란 작살과 같은 형태의 창을 들고 있는 그들은 창을 뒤로 치켜들며 그대로 팔을 휘둘러 창을 내던졌다.

-쐐애액!!

미처 적의 공격을 인식하고 대비하기도 전에 수 십 자루의 투창세례가 퍼부어진다.

- 티팅! 티잉! 채챙!!

그 일부는 엘레노어가 펼친 성법 천상의 방패에 의해 튕겨져 나가 물 위로 떨어졌지만 그 수비 범위보다도 훨씬 넓게 퍼져나간 투창들은 그대로 엘레노어와 청장미 기사단의 방패막을 지나 뒤 쪽에 있는 신성군단 전원에게 도달한다.

-푸욱..!

“크아악!”

-푹! 푹! 푸욱..!

“어어..으극..!”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소리. 그 목소리에는 당황이 섞여 있었다. 사제들은 그렇다치더라도 크루세이더와 몽크들의 경우 어느 정도 투술을 배운 이들이다. 아무리 빠르게 창이 날아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눈으로 보고 반사신경으로 쳐낼 정도의 숙련도는 가지고 있다.

-채앵!

분명 손 혹은 무기로 쳐냈다.

-끼기기긱!!

그런데 무기가 투창에 닿는 순간 초고속의 진동과 함께 뱀이 나무를 감아 내려오는 것처럼 무기를 타고 내려와 신체에 꽂히는 것이 아닌가?

“빛의 신이시여.. 그 빛으로 당신의 창조물들을 보살피소서..”

“치유의 빛!”

사제들이 발하는 신성력으로 여기저기서 하얀 빛 망울이 퍼져 나간다. 전문적인 치유 사제들이 발하는 치유술의 수준은 매우 높은 것이어서 순식간에 창에 꿰뚫린 상처들이 치료된다.

자리에서 일어난 크루세이더들은 방패를 치켜들고 이어지는 투창 공격을 막았고 몽크들은 뒤 쪽에서 성법을 사용해 신성력의 기파를 날리는 원거리 공격을 행했다.

-첨벙!

“제길..!”

공격을 가할 때마다 검은 색 리자드맨들은 곧바로 물 밑으로 숨으며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잠잠해진다 싶으면 머리를 드러내며 다시 투창을 날리고 숨는 것이다.

‘이미 대처를 해서 이쪽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는 글렀다. 그런데도 왜 계속 공격하는 거지? 마치 이쪽의 시선을 끌려는 것처럼..!’

“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적 때문에 뗏목 주변의 수면을 확인하는 것을 놓쳤다. 이미 다시 쳐다봤을 때는 자연스럽지 못한 물그림자들이 신성군단의 지근거리까지 온 뒤 였다.

“밑을 조심해! 적습이다!”

엘레노어의 외침에 크루세이더들은 일제히 정면을 향해 방패를 고정시켰다. 적습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저 앞에 있는 적의 공격이라 생각한 것이다. 인간끼리의 전투경험만을 가지고 있는 사제단과 크루세이더들은 설마 이 수심 깊은 물속에서 적이 덮쳐올 리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엘레노어의 밑을 조심하라는 명령에 대해 생각했다면 대처가 가능했겠지만.. 바로 옆에서 동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는 상황에서 여유가 없었다.

촤학!!

“죽어랏! 인간!!”

물보라가 일어나며 초록색의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이 양손에 든 단창으로 신성 군단의 옆과 뒤를 찔러 들어간다. 그저 앞만을 막을 생각으로 가득했던 크루세이더들과 몽크들은 초록 비늘 리자드맨의 공격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끄으윽.. 몸이.. 타는 것 같은..!"

"형제님! 신의 가호와.. 영광의 빛이.. '치유의빛'!"

영창을 생략하면서까지 성언을 외워 사제가 치유를 시작하려는 순간 부상을 입은 이들의 얼굴이 녹색으로 변하며 그 고개가 아래로 내려간다. 그 후 신성력의 빛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도 상처가 아무는 일은 없었다.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대상이 죽었을 때 뿐이다.

“말..말도 안 돼.. 급소도 아니고 그저 스친 것 뿐인데..!?”

“키쉬잇.. 밀림곰도 3초면 죽는 맹독이다! 인간 따위가 견딜 리 없지!”

“그..그런..!”

-푸욱!!

평생을 라키엘에게 일생을 바친 사제는 제대로 된 유언조차 뱉지 못하고 리자드맨의 단창에 머리가 뚫려 절명했다. 하나의 뗏목을 정리한 리자드맨은 곧바로 잠수하며 다른 뗏목을 노리고 달려든다.

“성창 궁그닐 제 3형태.”

-위잉.. 시동어를 외우자 엘레노어가 들고있는 성창 궁그닐의 창대 끝을 중심으로 빛으로 이루어진 긴 면적의 원뿔이 생긴다. 마상전에서나 사용할 법한 ‘랜스’의 모습과 같다.

성창 궁그닐은 기본적으로 하얀색의 봉과 같은 형태지만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창과 폴암, 랜스의 형태로 변하며 각 형태에 맞춰 특화 기술이 존재한다.

“하압!”

엘레노어가 기합성을 터트리며 허공에 궁그닐을 내지르자.

-파앙! 파앙!

-콰아앙!!

구슬형의 광탄이 빛의 원뿔에서 출사되며 멀리서 투창을 던지던 회색 비늘 리자드맨들을 포격한다. 리자드맨들은 여태까지의 공격을 피했던 것처럼 다시 물속으로 잠수하려 했지만 유도기능이 존재하는 광탄은 물속까지 쫓아가 리자드맨과 함께 폭발했다.

‘부족해..!’

신성력이 부족하지 않기에 광탄을 계속 발사할 수 있지만 한 번에 처리 할 수 있는 숫자에 비해 아군이 죽어나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마음 같아선 달려들어 전부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적은 이 강가에서 움직임이 자유로운 반면 이쪽으로 작은 뗏목에 의지해서 움직여야 하기에 행동반경이 좁았다.

-끄아악!!

-살..살려..!

시시각각 들려오는 아군의 비명소리가 그 어떤 공격보다도 엘레노어의 정신을 압박했다. 한심하다 욕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엘레노어다.

‘ 한 마리라도 더 죽인다.. 그것만이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다.’

엘레노어는 모든 것을 잊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장 큰 무기라 생각하는 것은 사도로서의 막강한 신성력도 신의 무기라 칭해지는 성창 궁그닐도 아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냉철함이라 생각하는 엘레노어다.

슈욱-! 콰앙!!

궁그닐을 내질러 적을 해치우고.

-카앙..! 키에엑!

방패를 휘둘러 달려드는 적의 머리를 강타한다.

기계적으로 그 두 가지만을 반복했다.

“저.. 괴물 같은 인간을 먼저 노려!”

“모두 저 인간에게 창을 던져라!”

분명 유리한 전황임에도 아군의 숫자가 꾸준히 줄어감을 느낀 리자드맨의 두 전사장이 엘레노어를 목표로 지정했다. 모든 투창 세례가 엘레노어에게 집중되고 물 밑에 있던 리자드맨들이 엘레노어의 뗏목 주변으로 모여든다.

-터엉.. 터엉..! 텅..!

방패하나에 몸을 의지하면서도.

‘조금만 더.. 아직이다. 아직..’

푸른 눈동자를 번뜩이며 때를 기다린다.

-첨버엉!

“키이익! 죽어라 인간!”

“죽여주마!”

최대한의 리자드맨이 몰린 그 순간.

[ 성창 궁그니르 : Gungnir - 제 2형태 ]

엘레노어의 손에 들린 랜스의 형태가 일그러지며 도끼창 - 폴암의 형태로 바뀐다. 랜스가 광탄사출과 돌진을 위한 무기라면 2형태인 폴암은 대군을 상대하기 위한 병기.

방패마저 손에서 놓아버리며 두 손으로 창대를 그려 잡은 엘레노어는 신력을 쏟아 부어 궁그닐을 크게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황금빛과 백색섬광이 섞인 반원이 그려지며 물 밑과 뗏목 위를 휩쓸고 지나간다.

툭. 툭.. 투둑..

리자드맨이었던 불타버린 고깃덩어리들이 뗏목 주위를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괴..괴물.. 하지만.. 너도..”

하반신이 날아간 녹색비늘 전사장 고르킨의 시선이 엘레노어의 갑옷 틈새 흐르는 피를 쳐다본다. 다른 리자드맨이 무기에 바른 독보다도 수십 배는 강한 극독을 바른 무기로 벤 상처다. 아무리 초월적인 힘을 가진 영웅이라해도 이 독에는..

“후욱.. 나는 라키엘의 사도다. 신혈이 흐르는 내가 너희 마물 따위에 독에 감염될 것 같으냐?”

“말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스쳐지나가고 고르킨의 동공에서 빛이 사라진다. 엘레노어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뒤를 돌며 경외감과 경악이 섞인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이들에게 외쳤다.

“빛의 신께서 우릴 지켜주신다! 제 6사도의 권한으로 명한다! 마물들을 처 죽여라!”

와아아-!! 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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