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촉수가 되었다-61화 (61/266)

하하! 공짜로 변이체를 얻으려고 했습니까? 휴먼! 61회

공주님의 산란장

“밖에서 전부 지켜보고 있었겠지?”

[ 우효효! 물론 입니다! 이야 자이언트 앤트라.. 이미 플로라 여왕님에게 그 갑피 소재를 보고 샘플을 채취 하기는 했지만 아직 샘플이 부족해서 이 어찌나 흥미로운 생명체인지..! ]

“잠깐만.. 설명은 나중에 들어 줄 테니까..! 지금은 더 중요한 얘기가 있어.”

[ 흐음!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일단은.. 제가 가진 지식 내에서 사용자님의 궁금증을 충족시켜드리겠습니다! ]

똑바로 나를 쳐다보는 보라색의 문어, 타클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나는 조금은 긴장한 채 본론을 꺼냈다.

“만약 저 자이언트 앤트의 무리 전체와 우리 본거지에 있는 내 전력 전부를 맞부딪친다면 누가 이길 것 같아?”

[ 무조건 사용자님의 병력이 집니다. ]

“뭐..?”

타클의 답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리가 정지되는 것 같았다. 자이언트 앤트의 강함과 그 물량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내가 생각하는 촉수 군단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다.

특수개체들과 에로프들 그리고 알파와 베타가 섞인 변이체 군단까지. 솔직히 말해 드라이어드들을 덮쳤던 그 자이언트 앤트 무리 정도는 에아렌과 타이탄의 선에서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유가 뭔데?”

[ 전투 자체는 사용자님의 전력이 훨-씬 훨씬 강합니다. 하지만 종의 전쟁 그 자체를 두고 보면.. 저 자이언트 앤트들은 전부 죽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사용자님도 느끼지 않으셨습니까? 자이언트 앤트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라기 보단 인형처럼 명령대로만 움직이는 존재들이란 걸. ]

확실히.. 자이언트 앤트들은 생명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공포심이 없었다. 무감정한 드라이어드들조차 자폭공격을 할 때는 슬픔 혹은 두려움이 나타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자이언트 앤트들은 앞에 동료가 날아가든 죽든 몸을 들이밀기만 했었다.

“혹시.. 자이언트 앤트들을 조종하는 존재를 제거해야 된다는 거야?”

[ 바로 그겁니다! 자이언트 앤트들을 조종하는.. 말하자면 여왕개미를 처리해야 합니다! 여왕 개미를 처치하지 않는 이상 전부 처리한다 해도 다시 알을 깔 것이고 먹이가 풍부한 헤르바 밀림 특징 상 다시 병력을 생산해내 끝이 없을 겁니다! ]

여왕개미를 처치 한다라.. 말은 쉽다. 안 그래도 개미 떼 하면 그 알을 까는 여왕개미가 생각났기에 플로라에게 물어봤지만 사막 어딘 가 지하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그 여왕개미가 어디 있는 지는 플로라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공간 인지도 마찬가지다 지하에 나무 뿌리를 내려 앤트들이 침입하는 경로를 공간 인지로 훑었지만 걸리는 물체가 없었다.

"결국.. 답이 없다는 거잖아? 여왕개미가 어디 있는 진 모르니까.“

[ ..사용자님 ‘영역선포’ 써보셨습니까? ]

영역 선포라면 기억 상 마을을 발전시켜라 이후 얻은 스킬이다. 스킬의 설명이 난해하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에 아직 까지는 사용한 적이 없다.

“갑자기 영역선포는 왜..?”

[ 영역선포가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할 키 카드가 될 것입니다! ]

그 스킬이 키 카드가 된다고?

--------

“군주님.. 아무래도 결판을 지으려는 것 같아요.”

플로라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 어, 나도 똑똑히 보고 있어.

숲을 넘어서 모래로 가득한 지형. 그 곳곳에서 땅을 파헤치고 자이언트 앤트들의 붉은 몸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파박..!!

-사각.. 사각..!

녀석들은 몸을 완전히 밖으로 꺼내고는 이쪽을 향해 돌격해오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앞니를 흔들며 그 자리에서 대기하는 것을 유지한다. 평소라면 돌격해왔어도 벌써 돌격했을 녀석들이다.

..그러고 보니 근 며칠간 자이언트 앤트의 습격이 없었던 건 이 한 방에 전력을 쏟아 붓기 위해서인가?

픽시들의 수가 1천을 넘어갔을 때 부터였던 것 같다. 자이언트 앤트들이 몸을 사리며 그저 견제 형식의 습격만 반복 했던 것은.

겨우 100개체 가까이 되는 드라이어드들로 수비를 할 때는 손이 부족했지만 드라이어드들의 능력과 비행 능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픽시들이 합세하자 자폭 공격을 사용하지 않아도 개미들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

저 자이언트 앤트들을 조종하는 여왕개미라 추정되는 존재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여태까지의 방법으로는 이쪽을 공격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물량을 모아 공격할 생각을 한 것 같은데..

“너..무 많아요.. 군주님.”

- ...

그 말대로다. 아이보리빛의 모래 위에 도열하고 있는 자이언트 앤트들의 숫자는 지금껏 봤던 숫자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 물량이었다. 아마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이언트 앤트들을 전부 끌어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사각.사각.사각..

어느새 전면에 보이는 사막이 붉은 물결로 가득 차 있었다.

그저 멈춰 서서 이빨을 갈고 다리를 움직이는 것뿐인데도 그 스치는 소리에 위압감이 든다. 공간인지 범위 안에 있는 자이언트 앤트들의 인지된 수는 1만 개체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전투가 아닌 전쟁이라는 것이 실감된다.

나는 전생에서도 그리고 기생촉수가 된 지금에서도 한 번도 이런 대규모 전투를 치러본 적이 없다. 지금도 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생존본능이 자극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몸을 떨리게 만들고 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도망칠 수는 없다.

-플로라 픽시 들 전부 모아줘.

“네, 군주님.”

플로라가 픽시들에게 명을 내림과 동시에 픽시들에게 사념파를 보내 명령을 내렸다. 내가 원하는 위치에 진의 형태를 상상해 픽시들을 재배치한다.

완전히 성장한 픽시들은 드라이어드와는 달리 하반신 역시 인간형을 하고 있으며 등에는 보라색 나뭇잎으로 된 날개를 가져 공중을 날 수 있는 비행 능력을 보유했다. 픽시들은 나무줄기나 땅에서 걸어오는 것이 아닌 플로와 내 주위로 날개 짓을 하며 모여들었다.

일반 드라이어드 200체와 완전체인 픽시들 1500체..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이쪽의 최대 전력이다. 그에 비해 자이언트 앤트들은 1만이 넘어가고 있다.

지금 가진 픽시를 전부 자폭시킨다고 해도 이길 수 없다.

일반적인 힘 대 힘의 대결이라면 무조건 이쪽이 패배하겠지만.

- 지금부터.. 픽시들을 전부 돌진시켜서 적들을 상대할 거야.

“군..군주님!? 나무가 없는 사막에서 싸우면 자이언트 앤트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요!”

- 나한테 방법이 있어.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지만.. 날 믿어줘.

나의 말에 플로라는 어두운 표정으로 자이언트 앤트 군단과 픽시들을 번갈아보고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군주님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죠. 아마 자이언트 앤트들에게 전부 당하고 말았을 거예요. 저는.. 마지막까지 군주님을 믿겠어요.”

거절했다 해도 계획대로 진행했겠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서 까지 믿어준다고 하니.. 조금은 플로라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는 기분이다.

[ 정면을 향해 전부 이동해라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

사념파를 쏘아내어 픽시들에게 명령했다.

-위이잉..!

픽시들이 보라색 눈동자를 빛내며 일제히 날개짓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웅!!

일천의 픽시가 한 몸인 것처럼 동시에 정면으로 날아오르자 순간적으로 바람이 쏠린다. 나는 집단의식을 사용해 의식을 플로라의 복부에서 선두에 있는 픽시에게로 이동시켰다.

공중을 나는 새와 같은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낀다.

이거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봐서 그런지 저 징그러운 개미 녀석들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네.

결코 다가가고 싶지 않은.. 비쥬얼과 물량에 차라리 도망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개미 군단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픽시들에게 개미에게 닿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것을 명했다.

-사각.. 사각.!!

개미들의 움직이는 소리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자이언트 앤트들과 가까워 졌을 때.

[ 전부 촉수로 공격해! ]

- 휘릭!!

- 쐐애액..!

공격을 명했다. 픽시의 등 쪽에서 가느다란 촉수 줄기들이 나타난다. 형태 자체는 촉수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것은 보라색의 나무줄기다. 일반 촉수보다 형태 변형은 어려워도 더욱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슈우욱! 송곳처럼 날카롭게 벼린 줄기 촉수들을 밑에 있는 자이언트 앤트들에게 쏘아낸다.

티잉! 티잉!

허나 돌아오는 것은 쇠를 두들기는 것 같은 타격음 뿐. 줄기 촉수는 바위를 뚫을 정도의 관통력을 가졌지만 역시나 저 사기적인 단단함을 가진 갑피를 뚫기에는 역부족이다.

-키이익!!

오히려 승질만 건들인 것인지 멈춰 있던 개미들이 제자리에서 몸을 세우며 위에 있는 픽시들을 잡으려고 날뛰기 시작했다. 뭐, 좋다! 애초에 공격을 하려는 목적에서 덤빈 것이 아니다.

결국 여왕개미마저도 공격할 것을 명령한 것인지 자이언트 앤트들이 픽시들을 향해 몸을 날려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자.

[ 전부 뒤로 빠지면서 유인해! ]

사념파로 다시 명령했다.

위이잉-!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날개소리와 함께 픽시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자이언트 앤트들과 비교하여 픽시가 유일하게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이동속도다.

두두두두.. 여왕개미가 명령을 내린 것인지 개미군단이 일제히 픽시들의 뒤를 쫓아 진군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많은 거대 개미의 이동에 모래바람이 날리며 땅이 울린다. 허나 바닥에 붙어 있는 개미가 날뛰어봐야 하늘을 나는 나비를 잡을 수는 없는 법.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며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 페로몬 분사해! ]

-슈우우..

픽시들의 머리 위 꽃에서부터 보라색의 꽃가루가 분사되어 밑에 있는 자이언트들의 갑피 위로 뿌려진다.

드라이어드들의 특기인 ‘페로몬 분사’ 아인종이나 짐승들에게 있어 감정이나 행동을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무기이며 도구이지만 아쉽게도 저 자이언트 앤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텐타클의 말에 의하면 여왕과의 조종체계의 결속이 너무나도 강력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미는 이동하며 특유의 페로몬을 분사한다. 그것을 맡아서 뒤에 있는 동료가 쫓아오거나 혹은 메시지를 남기는 수단이 되는 것인데.. 그 위로 다른 페로몬을 겹쳐 뿌린다면?

투둑- 투둑-!

키이익..!

마치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 부딪치며 방황하기 시작하는 자이언트 앤트들 그로 인해 진군의 속도가 저하되며 안 그래도 잡기 힘들었던 픽시들과의 거리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나는 마지막으로 픽시들에게 촉수 줄기를 사용해 선두의 개미들을 붙잡아둘 것을 명령했다.

- 휘리릭!

- 꽈악..!

픽시들이 쏘아낸 촉수 줄기들이 선두의 개미를 묶으며 개미들의 이동 방향을 저지 한다.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만 그로 인해 개미들의 이동 잠시 멈추고 그 자리에 고정 되었다. 머릿속으로 계획은 했지만 조금이라도 상황적 요건에 의해 실패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이언트 앤트들을 고정시키기 까지 어떻게든 성공했다.

이제 마지막 피날레만 남았다.

[ 특수기 ‘영역 선포’를 발동 하시겠습니까_? ]

메시지가 나타나고 나는 수락의 의지를 보냈다.

[ 특수기 성립의 조건을 위해 대상을 지정해주시기 바랍니다. 0 /1000.. ]

그동안 영역선포를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 총 1천기의 숙주형 변이체를 동원해야 할 것. 알파나 베타 같은 전투형 변이체가 아닌 에로프와 같은 ‘숙주형 동원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스킬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일을 해줘야 할 에로프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영역 선포를 사용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는 총 1500기의 숙주형 변이체 ‘픽시’들이 있다. 앞에서 자이언트 앤트들을 옥죄고 있는 픽시들을 제외하더라도 1천기는 충분히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이다. 시야를 움직일 때마다 픽시들이 스킬 대상을 지정할 때와 같이 파란색으로 지정된다.

주변에 있는 모든 픽시들을 대상으로 지정했을 때.

[ 특수기 ‘영역선포’의 발동 조건이 완료 되었습니다! 스킬을 사용하시겠습니까? ]

당연하지!

[ 영역선포 발동중 0%... ]

스킬이 발동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보이고.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꿀꺽- 만약 나에게 목울대가 있었다면 그런 소리를 내며 침을 삼켰을 것이다. 생물 연구소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보았던 영역선포의 모습이란..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것이니까.

-부욱..!

“흐응..!? 하앙!”

“으극..배..배가 부풀엇!?”

전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신음소리가 픽시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픽시들의 하복부가 급격한 속도로 부풀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순식간에 풍선에 바람이 들어가듯 보라색의 복부가 동그랗게 부푼다.

“헤오옷!!”

“흐게엑..!”

픽시들의 입에서 쾌락 섞인 비명성이 터져 나오며 음부의 구멍이 급격하게 젖어 벌름거리며 투명한 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강제적인 쾌감으로 인해 피식들의 몸이 달아오르고 어떤 픽시의 경우 날개짓을 유지하지 못하고 비틀거리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만삭의 임산부 같이 커진 배.. 특이한 점은 반투명한 피부이기 때문에 정액을 싸내도 피부 위로 그 형태와 색상이 보였는데 지금 부푼 픽시들의 배는 티끌의 이물질도 섞이지 않은 보라색이다.

그것은 지금의 배 안에 들어있는 것들이 형태가 없으며 픽시의 몸과 같은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같았다.

[ 전부 참지 말고 싸버려! ]

이대로 있다간 만삭의 복부 때문에 전투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배출 하는 것을 참아내고 있던 픽시들이었지만 나의 사념파가 닿자. 절대적인 명령에 의해 픽시들은 일제히 하반신에 힘을 주어 자궁구를 벌리며 산도를 열었다.

“흐게에엑!!”

“응고오옷..!!”

-촤화악...!!

-콸콸콸콸...

픽시들의 벌려진 구멍에서 보라색의 걸쭉한 액체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수도꼭지를 최대로 튼 것처럼 한 번 배출되기 시작한 액체는 끝 없이 터져나오며 멈출줄을 모른다.

“헤에에...”

“아으오..”

육벽을 스치는 차가우면서도 서늘한 액체의 감촉과 엄청난 배출감에 픽시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날개는 멈추지 않고 공중에서 날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놀라운 것은 분명 엄청난 양을 배출하고 있는데도 픽시의 만삭배가 꺼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지금 나오는 저 점액질은 픽시들의 자궁 내부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아무리 싸내도 배가 꺼지지 않는 이유는 배출하는 만큼 새롭게 생성된 물질이 다시 배를 채우기 때문이다.

그렇게 픽시들이 싸낸 정체불명의 물질은 땅에 닿자 그 색으로 땅을 물들인다. 모래였던 것도 오염되는 것처럼 끈적거리는 보라색의 점액질로 바뀌어 버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픽시들의 아래쪽은 땅은 물론이거니와 그 주변까지 내 본체와 같은 보라색으로 모습을 바꾼다.

-꿈틀..! 꿈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맥동하며 움직이는 점액질의 대지. 뱀처럼 움직이는 촉수를 볼 때와는 다른 의미로 꿈틀 거리는 보라색 바닥은 또다른 혐오감과 역겨움을 불러 일으킨다.

허나.. 나의 눈에는 그것은 최고의 무기이며 든든한 아군으로 보인다!

[ 영역선포 발동 중 100%... 영역 지정이 완료 되었습니다! ]

[ 영역에서는 일정 시간마다 분열체가 자동으로 생성 됩니다. ]

[ 영역에서는 공간 인지 범위가 100% 증가하며 은신한 대상을 감지 할 수 있습니다! ]

[ 영역에서는 ‘자동 방어 촉수’가 가동 합니다! ]

...

아아.. 눈앞을 가득 채우는 메시지가 이 보라색 대지의 엄청남을 나에게 알려주고 있다.

절대로 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형태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건 최고다. 내가 가진 스킬 중에서 두 번째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스킬이다.

-사각. 사각.

보통 이런 끔찍한 땅을 본 이상 접근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드라이어드들의 자살 공격에도 몸을 들이밀던 자이언트 앤트들은..

-두두두두..!!

-키이익!!

..거리낌 없이 점액 대지 위로 올라섰다.

혹시라도 이걸 보고 도망치진 않을 까 걱정했는데.. 아주 고맙다.

- 끈적..! 꿈틀! 꿈틀..!

끈적거리는 점액질의 대지 표면에서 둥근 반구형의 덩어리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며.

[ ‘자동 방어 촉수’가 가동 합니다! ]

-푸슈우욱!!!

점액대지의 전체에서 수 백 수천 가닥의 촉수가 솟아나 자이언트 앤트 들을 휘감는다.

-키이익..!

-사각. 사각.

장기인 앞니를 이용해서 촉수를 잘라보지만.. 줄기 촉수와 다르게 이 점액으로 이루어진 촉수들은 액체와 같아서 흩어져도 순식간에 다시 촉수 형태를 이루며 앤트들을 붙잡는다. 이렇게 잡힌 앤트들을 보라색의 점액으로 감싸서.

[ '흡식 Lv. 53 - 접식' 스킬을 발동합니다! ]

-쑤우욱..! 쑤우욱..!

[ 대상으로부터 250 양분 Point 가 흡수 됩니다! ]

[ 대상으로부터 120 양분 Point 가 흡수 됩니다! ]

..

-키이익!

그래 너희들의 갑주를 뚫을 수는 없다. 허나 점액질로 감싸여진 이상 접식 스킬을 이용한다면 조금씩 분해해 녹여 먹을 수는 있단다!

대지에 올라선 자이언트 앤트들로부터 빨아들인 양분 포인트를 이용해 다시 촉수를 재생성하고 형태 변형을 시켜 자이언트 앤트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촉수를 뻗고는 전부 점액 대지 위로 집어넣는다.

강인한 갑주를 걸치고 거리낌 없이 덤벼오던 자이언트 앤트들이 지금은 개미 지옥에 빠진 보잘 것 없는 개미처럼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굳이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명령을 내리고 있을 여왕 개미의 당혹감이 피부로 전해진다.

..도망쳐.. 도망쳐..!

‘영역‘ 덕분에 인지 범위 능력이 확장되었기 때문일까? 공간인지와 집단의식 스킬을 중첩시키자 어느 지점에서부터 퍼진 초음파가 느껴진다. 마치 소녀의 목소리와 같은 외침이 자이언트 앤트들에게 닿는 것이 육감으로 감지되었다.

..음파가 닿을 때마다 자이언트 앤트들은 더듬이를 움직이며 반응을 보인다. 저것이 여왕개미가 자이언트 앤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수단..인가?

..그렇다면 저 음파가 퍼져 나오는 곳이 여왕개미가 있는 곳인 게 아닐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직감이 맞을 거란 생각이 든다. 빠르게 공간인지를 음파가 퍼져 나오는 곳으로 집중 시킨다. ‘영역’으로 인해 은신된 것 마저 감지해내는 강화된 공간인지가 땅 속 지하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플로라!

“군..군주님?”

집단의식을 사용하여 다시 플로라의 하복부로 이동했다.

여태까지의 전투를 지켜보며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던 플로라가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대답한다. 나는 여타의 설명보다는 곧바로 인지공유를 통해 플로라에게 음파가 나온 장소를 알렸다.

-여왕개미가 있는 곳!

“...”

슈우욱..!

플로라는 말이 없었다. 다만 빠르게 씨앗 형태로 변형하며 땅으로 파고들었다. 지하에서 뻗어나간 나무의 뿌리가 인지된 장소까지 연결된다. 씨앗이 된 플로라와 그에 타고 있는 나는 뿌리를 타고 빠르게 인지된 공간으로 이동했다.

[작품후기]

*북수림의 초반 히로인은 플로라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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