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밤! ts는 거들 뿐 주인공의 새로운 병력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답니다! 60회
공주님의 산란장
“군주님, 저 아이들의 이름을 정해주시겠어요?”
- 나보고 이름을 정해달라고..? 그러기엔 수가 너무 많잖아 여왕.
“후훗, 하나하나의 이름을 정해달라는 뜻이 아니에요. 저 아이들의 종족명을 정해 달라는 거랍니다.”
뭐..? 하필이면 자신들의 일원이 될 저 보라색 드라이어드들의 종족명을 나에게 지어달라고 한다고? 혹시 플로라는 저 변이드라이어들의 통제권이 나에게 들어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일까.
- 하하.. 종족명을 외부인인 내가 지어도 되는 거야?
“저 아이들을 생성하는데 힘을 빌려주셨으니 완전히 외부인이라고 말할 수 도 없는걸요? 게다가 저들은 순수한 드라이어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존재가 되었어요. 마침 군주님의 색깔과 아이들의 색상이 같으니 군주님이 지어주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이상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흐음.. 그나저나 이름이라.
알파 베타니까 다음은 감마.. 는 조금 성의 없어 보인다. 플로라가 알파 베타라는 단어의 뜻은 모를 테니 사용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화자 될 지도 모르는 종족명인 만큼. 조금은 성의 있게 지어주자.
흐음.. 나는 열심히 허리를 흔들며 인간 남자들의 정을 뽑아먹고 있는 변이 드라이어드들의 모습을 살폈다.
내 몸체의 색과 같은 보라색의 반투명한 피부하며 허리까지 닿는 백발과 그 위로 피어있는 보라색의 꽃.. 음? 분명 처음에는 등 쪽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정을 뽑아먹으며 변화라도 일으킨 것인지 등 쪽에 잎사귀로 이루어진 날개 같은 것이 보인다.
- 그래.. ‘픽시’가 좋겠는걸.
“픽시..? 어쩐지 뜻이 있어 보이는 이름이네요.”
- 숲의 요정이라는 뜻이야.
실제로는 요정이 아니라 요괴라고 해야 맞겠지만. 외양만 봐서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에 머리에는 꽃을 달고 날개까지 있으니 요정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내가 정해준 종족명이 맘에 드는 지 플로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흘리며 ‘좋은 이름이네요. 군주님’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화를 하던 중 돌연 플로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첫 만남 때부터 시종일관 여유로움을 잃지 않던 그녀의 포커페이스가 깨졌다는 사실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픽시들의 성장이 순조로운 가운데 그녀가 곤란함을 느낄만한 일이라.. 흐음.
- 자이언트 앤트들이라도 왔나?
“맞아요, 군주님..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 장소를 이동해야 할 것 같은데..”
- 난 상관없다.
설령 자이언트 떼 한 가운데에 들어간다고 해도 상관없다. 일회용 분열체니까.
“군주님의 넓은 아량에 감사합니다. 충격에 대비해주세요!”
왠, 충격?
이라고 생각한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플로라의 하반신을 감싸고 있던 거대한 잎사귀가 순식간에 자라나며 플로라 몸 전신을 감싼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부터 플로라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슈욱..
손가락 끝에서부터 그 몸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인간의 형태가 허물어지고 마지막에는 작은 씨앗의 형태로 변한다. 이건.. 플로라가 촉수의 방에 침입하고 다시 나갔을 때의 그 수단인가!?
잠깐만.. 이렇게 작아지다보면 그 안에 있는 나도 찌그러지는 것 아닌가..! 물론 그 때 플로라가 사라졌을 때도 분열체는 무사하기는 했지만. 이런 걱정을 하는 와중에도 플로라의 몸은 완전히 작아져 멜론정도의 크기의 ‘씨앗’이 되었다. 다행이라면 그 안에 있는 내가 무사할 공간은 확보되었다는 것이다.
-쑤욱-! 거대 나무의 안으로 들어간 씨앗은.
-쐐애액!!
뭐-------야------아--이---거어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도 훨씬 빠르다.
공간인지를 키고 있다 보니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마치 기차를 타고 창밖을 보는 것처럼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 속도감을 느끼며 드라이어드들이 어째서 숲의 터줏대감인지 알 것 같았다.
식물을 통한 감시와 이런 초고속의 이동수단이라니..
-슈욱..!
목표 지점에 도착해서야 줄기로 이동하는 것을 멈추고 플로라는 역재생을 하는 것처럼 씨앗에서 풀로 그리고 꽃으로 다시 인간의 형태를 되찾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가 펼칠 수 있는 최대의 공간인지 범위(5km)를 펼쳐 주변을 살폈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드라이어드들이 살고 있는 거대한 면적의 숲. 그것이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사막 같은 지형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우지끈.. 쿠웅..!
그리고 사막과 숲이 맞닿은 지점에서부터 들려오는 굉음과 함께 쓰러지는 나무들의 모습이 보인다. 플로라가 나무의 위쪽에 하반신을 고정하고 매달려 있기에 바닥을 훑은 나는 그 원인인 확인 할 수 있었다.
-사각. 사각. 사각.
-쿠웅..!
갈고리 같이 날카롭게 벼려진 한 쌍의 앞 이빨을 사용하여 나무의 표면을 갉아버리고 물고 비틀어 나무를 쓰러트린다. 거대한 나무다보니 그 두께 역시도 일반적인 나무의 수십 배였지만..
-사각.. 사각..
-쩌저적!!
나무를 둘러싼 개미의 크기 역시도 내가 알고 있는 통상의 개미와 비교하여 수 천 수 만 배의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눈으로 가늠해보더라도 5m정도 되는 몸길이에 다리가 땅에 맞닿은 지점에서 머리통까지 높이가 3m는 되어 보인다. 반질반질한 갑주와도 같은 붉은 갑피와 철 막대처럼 뻗은 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하다.
저런 거대한 개미가 한 마리도 아니고 나무와 나무 사이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처럼 바글바글하다. 각각의 개체가 가진 힘도 결코 약해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서 개미는 자기 몸집의 10배 정도 되는 무게를 들 수 있다고 했었는데..
물론 그것이 몸집의 크기가 작기에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금 저 거대개미들도 몸 크기의 5배 정도의 힘은 발하는 것 같다. 말이 5배지 저런 거대한 생명체의 5배 분량이라면 그것은 괴력이다.
저것들이 자이언트 앤트겠지..?
너무나도 많으며 너무나도 단단하며 강하다.
저런 거대 개미 군단을 어떻게 막아내야 싶었지만.. 개미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의 한 지점을 보자 개미들이 뭉쳐 있으며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개미들의 덩치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그 너머에는 플로라를 닮은 인간형태의 식물들.. 드라이어드들이 일자로 서서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다.
-휘리릭!
-사각.. 사각..!
바닥에서부터 넝쿨이 솟아나 선두에서 다가오는 거대 개미의 몸을 부여잡는다.
뒤에 있던 개미가 동료의 몸을 밟고 넘어서려하지만 드라이어드들이 소환하는 넝쿨이 자라나는 속도가 그들의 진격속도보다 더욱 빠르다. 넝쿨은 차례대로 올라오는 자이언트 앤트들의 몸을 고정시키고는 그 개미들을 쓰러트려 바닥에 고정시켰다.
식물에 휘감겨 점차 탑처럼 쌓여가는 자이언트 앤트들. 오히려 그것이 붉은 장벽과 같이 되어 아군 개미들의 진군을 막아서는 것처럼 보였다. 이대로만 있으면 저 개미들의 침범을 순조롭게 막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사각. 사각. 사각.
자이언트 앤트들은 몸을 버둥거리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주특기인 앞니를 사용해 넝쿨들을 갉아내기 시작했다. 투둑.. 투둑! 하나 둘 씩 끊겨 나가는 넝쿨의 올가미. 아무리 질기고 촘촘하게 박혀 있는 그물이라고 해도 한 올 씩 풀려나가기 시작하면 헐거워지는 법이다.
-키기긱..!!
자이언트 앤트로 이루어진 장벽이 서서히 허물어지며 뒤편에서 몰아치는 앤트들의 돌진에 의해 점차 드라이어드들이 있는 방향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 플로라..! 저대로 놔둬도 되는 건가!?
지켜보고 있던 나의 다급한 외침에 가슴 위에 올린 손을 꽉 쥔 플로라는 결심한 얼굴로 그 입술을 열었다.
“미안해..아이들아.”
- 휘릭!
그 순간 멍하니 자이언트앤트들을 지켜보고 있던 드라이어드들 중 몇몇이 식물로 몸을 띄워.. 파도처럼 몰려든 자이언트들의 위로 몸을 내던졌다.
미친..! 단단한 통나무도 잘게 부셔버리던 자이언트 앤트들이다.
거리를 벌리며 방어전을 해도 모자를 판에 그 한복판으로 몸을 내던지다니.. 드라이어드의 몸체가 닿자마자 개미들은 난폭하게 달려들며 그 몸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위이이잉..-
팔 다리가 찢기고 잔혹하게 죽어가던 드라이어드의 몸에서부터 녹색의 광채가 쏟아지며 그 눈이 시릴 정도로 전신이 광열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에너지를 뭉쳐가던 몸 위로 최대한의 개미가 뭉쳤을 때.
-콰가가가가강..!!!!!
...폭발이 일어났다.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그 일대의 녹광의 반구가 형성된다. 연기마저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고출력 에너지가 드라이어드 위로 올라타 있던 개미 떼들을 집어 삼킨다.
-스으으..
파괴의 여파가 가신 장소에는 그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이 거대한 구덩이만 형성되어 있었다.
- 플로라.. 저건 대체..
“드라이어드들의 식물의 장점을 몸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저것은 광대뿌리나무라는 식물의 특징을 채용한거에요.. 광대 뿌리 나무는 위기에 처할 시 폭발을 일으켜..”
- 지금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나의 외침에 플로라는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인종을 실험체로 삼으며 전혀 거리낌 없이 웃던 그녀다. 저 표정 역시도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그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자폭을 제외한 저희의 공격은 그 무엇도 저 자이언트 앤트들의 갑주를 뚫을 수 없어요. 리자드맨 분들의 투창기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막아내기 위해선 방법은 저것뿐이에요. 군주님..”
- ...
-콰아앙..!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밑에서는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한 떨기 꽃처럼 앤트 떼 위로 몸을 날리는 드라이어드들의 모습은 비장하면서도 처절하기까지 하다.
드라이어드를 숲의 마녀라고 했던가..? 자이언트 앤트들에 비한다면 약자에 불과하다. 동료가 폭발로 산산조각이 되든 말든 일정하게 기어오는 붉은 갑주의 마물들은 가히 ‘재앙’이라 해야 될 정도로 끔찍하며 공포스럽다.
-키기긱..!
두려움도 모르고 폭발하는 장소로 달려들던 자이언트 앤트들이 돌연 방향을 돌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뒤 늦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다.
기계처럼 일직선으로 오던 개미들은 마치 누군가의 명령을 받은 것처럼 단 하나의 오차 없이 일제히 숲을 빠져나가 자신들이 왔던 사막으로 돌아간다.
“...”
개미 들이 숲에서 전부 빠져 나가고 나서야 플로라는 말없이 줄기를 타고 밑으로 내려왔다. 드라이어드의 승리.. 라고 하기에는 이미 숲은 쓰러진 나무들과 폭발의 잔해로 인해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가 되어있다.
“어머니..”
“어머니..”
플로라가 내려오자 자이언트 앤트와 전투를 치렀던 드라이어드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플로라와 얼굴이 닮아 있는 그들은 마치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플로라에게 어머니라는 단어들만 연신 반복한다.
“모두.. 고생했구나..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희생 된 거니?”
플로라의 물음에 드라이어드들은 자신의 손가락을 피고는 하나씩 접으며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허나 척 보기에도 100개체 가까이 되던 드라이어드들이다. 저렇게 세서는 가늠할 수 있을 리 없다.
- 132 개체 중에 15개체가 폭발했다. 여왕. 어림잡아도 10분의 1이군.
“그렇..게나 많이.”
- 여왕.. 아니 플로라. 개체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 때문이었나? 폭발시킬 드라이어드들이 필요해서? 대체 이런 싸움을 언제부터 한거지..?
나는 조금은 흥분해서 플로라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픽시들이 내가 만들어낸 변이체기에 희생 되는 꼴을 못 본다는 점도 있지만 그걸 떠나서 이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자이언트 앤트들의 숫자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알을 까고 숫자를 늘려나가는 개미들을 생각했을 때 그 숫자가 적을 리는 없다. 그에 반면 이쪽에서는 드라이어드나 픽시를 만들 소재가 한정되어 있다.
자폭으로 막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거다.
“전에는 이런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저희 쪽 아이들이 버티고 서있으면 작은 전투 후에 서로 물러나는 식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자이언트 앤트들의 숫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숲의 나무들과 생물들을 전부 먹어 치워 사막으로 만들어버리고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저희들의 영역까지 노리고 있어요.
- 정확한 자이언트 앤트들의 숫자는 알고 있나?
“한 달 전에 봤을 때가 지금 나타난 수의 10배.. 그리고 시간이 지난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말을 잇지 못하는 플로라를 보며 나는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허..! 지금 나타난 앤트의 숫자도 수 백 마리는 넘어보였는데 늘어나는 숫자를 최소로 잡은 것이 30배라고 한다면.. 대체 저 끔찍한 녀석들이 얼마나 있단 말인가. 대체 드라이어드들은 그런 물량의 공세에서 어떻게 버텨낸 거지?
플로라와 드라이어드들에게 존경심마저 든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이 문제가 단순히 드라이어드들에게 국한된 부분이 아니란 것이다. 북수림과 내 본거지가 있는 녹색 숲까지는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맞닿아있는 부분이 존재하니 전혀 다른 지역이라 할 수는 없다.
식물과 동물을 먹어치우는 자이언트 앤트들.. 그 증가의 숫자가 그렇게나 빠르다면 점차 먹이가 부족해진 앤트들은 북수림 뿐만이 아니라 헤르바 밀림 전체를 먹어치우려 들 것이다. 그때가 돼서는 막을 수도 없다.
지금 자이언트 앤트들이 늘린 사막의 면적을 가늠해 보니 그 진행속도가 결코 느리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대로 드라이어드들이 전부 밀리고 계속해서 내려 오다보면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저 자이언트 앤트들과 가장 먼저 충돌해야 하는 것은 중앙 지역이 될 것이다.
- 플로라. 지금 남아있는 성군.. 인간 수컷의 수가 아까 본 것이 전부가 아니겠지?
“네, 군주님.. 아직 파리지옥 30개체 분의 수가 남아있어요.”
- 지금당장 돌아가서 픽시들의 숫자를 최대한 늘린다. 그리고 자이언트 앤트들의 습성 약점을 전부 나한테 말해줘.
“군주님 그 말씀은..?”
- 그래, 단순히 픽시들을 늘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전면적으로 도와주지!
..천연의 방파제를 지켜내기 위해서!
[작품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