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곳에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47회
Chapter 1 : 처녀 잉태.
[ 퀘스트가 완료 되었습니다! ]
이제 끝났나?
분명 레나가 마지막이었지.. 특수개체 8개체의 개조가 끝났다. 과정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헤오오옷..!! 응그으으으읏!!!”
그렇다. 모판인 세실리아의 자궁으로 개조할 대상을 들여보낸 후 개조가 끝난 뒤 다시 방출(출산)하는 개념이다. 엘로아부터 시작해서 실피 델피아 리한나.. 레나 등등 모두 한 번 씩 세실리아의 자궁을 거쳐 ‘특수 개체화’ 시켰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은 특수개체는 기본적으로 ‘특수능력’이란 것이 주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에아렌이 검은 색 화염을 다룰 때 그냥 흑화해서 검은 화염을 쏘는 구나 싶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에아렌이 검은 화염을 쓰는 것도 타이탄이 다른 베타보다 덩치가 큰 이유도 전부 특수개체로서 주어진 ‘특수능력’이었던 것이다.
생각 외로 능력의 범주는 종류가 다양해서 엘로아의 경우 여왕이라는 별명 때문인지 ‘촉수 군단’이라는 대량 병력생산 능력을 각성했고 마지막에 나온 레나의 경우 완전한 은신인 ‘환경동화’를 얻었다.
전체적으로 기본 스텟이 상승하고 특수능력의 다양함으로 여러 가지 전투 전술을 사용할 수 있어 전력이 대폭 증가했다.
이제 연구도 끝났으니.. 슬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보라 보라한 촉수 방안에서 그것도 축축한 자궁 안에 박혀 연구만 계속 했더니 최근들어 머리가 이상해진 느낌이다.
원래 나는 꿈을 꾸지 않았는데.. 이상한 이 연구 기간 동안 이상한 꿈도 반복해서 경험했다.
모든 것이 흐릿한 꿈속의 기억..이지만 두 가지는 정확히 연상된다. 하나는 나와 닮은.. 하지만 더욱 급수가 높아 보이는 태초의 뱀 플루토라는 녀석과 플루토가 몸 속으로 파고 들어간 여자의 얼굴.
처음 꿈을 꿨을 때 보았던 꺼림칙함이 느껴지는 검은 머리의 여자와 닮은 얼굴이었다. 그 상반관계가 무엇인지는 감도 잡히지 않지만.
어쨌든 집단의식을 사용해서 엘로아를 부르는 거다 역시 고향이 최고..
파각-..!
응? 무슨 소리가..?
-슈우욱..!!
뭐냐 저건.. 초록색의 나무줄기?
지금 모판이 앉아 있는 의자에서부터 10걸음 앞 쪽에 땅이 갑자기 뒤집어졌다.
그리 큰 면적은 아니지만 이 방의 전면이 작은 융기촉수로 뒤덮여 있고 침입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
혹 두더지인가? 그런 것도 불가능하단 소리.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엎어진 흙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한 녹색의 잎사귀. 발아를 막 시작한 새싹에서 꽃으로 꽃에서 기다란 나무줄기로 그리고 완성된 그것은....
“안녕..하신가요? 중앙숲의 군주님.”
생물의 성대로 낸 소리가 아니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결코 인간이 아니다. 상체는 풍만하며 모성애가 느껴지는 인간 여성의 모습. 그리고 하체는.. 거대한 잎사귀에 싸여있는 살짝 열린 봉우리의 형태다.
피부는 전체적으로 나무줄기와 같은 색인 연두색이었으며 머리카락은 풀을 엮어 만든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머리 한 부분에 피어있는 분홍색의 꽃은 페로몬을 뿌리는 것처럼 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드는 생김새다.
허나 가장 거슬리는 것은 그 두 눈. 보통 눈이라 하면 흰자에 동공이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지금 눈앞에 있는 생명체는 동공이 없고 흰자라 할 수 있는 부분이 기묘한 황금색으로 가득 차있다. 보고 있으면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왜 나를 중앙숲의 ‘군주’라 칭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회색고원, 마물의숲, 녹색 숲 전체로 퍼져 있는 변이체 때문에 하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더욱 위험하다. 상대는 내가 여태 일궈온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본체인 내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 당신은.. 누구 십니까? ]
집단의식으로 방 주변에 변이체들과 특수개체들을 불러 모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나름 정중하게 물었다.
“후훗.. 저는 북수림을 거처로 삼고 있는 드라이어드 족의 여왕. 플로라라고 합니다. 군주님.”
드라이어드족..? 북수림의 드라이어드라면 전투대의 대장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분명 북수림 전체 지역을 삼등분해서 지배하고 있는 종족 중에 하나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왜 보자마자 알지 못했을 까 식물형의 마물이라면 드라이어드 밖에 없는데.
[ 생각보다 대단한.. 분이시군요. 그런데 여왕님이나 되시는 분이 왜 이런 누추한 곳 까지 직접 행차하신 겁니까? ]
왜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을 놀래키냐 그런 의도가 담겨있는 말이었다.
“ 군주님을 놀라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
그렇게 말한 드라이어드 여왕, 플로라는 두 손을 다소곳이 배에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풍만한 가슴이 골을 만들며 아래로 쏠린다. 수컷이라면 시선을 뗄 수 없을 그런 광경이다. 하지만 난 수컷이라기 보단 좀 다른(?) 생명체거든.
“하지만 밖에는 군주님의 병력들이 지키고 있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군주님과 대면할 수 없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시겠습니까? 훗.”
[ ... ]
은근히.. 능구렁이 같은 여자군.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미소를 흘려 존재감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 ..그래서 왜 찾아온 겁니까? 본론부터. ]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군주시여.”
거래? 무슨 거래? 일단 들어보자.
“다른 수장에게 흘릴 말은 아니지만.. 저희 드라이어드 족은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플로라의 설명이 이어졌다..
늪지, 수림, 강으로 이루어진 북수림. 위치상으로 녹색 숲의 북 쪽인 그 지역은 드라이어드, 자이언트 앤트, 리자드맨 부족. 세 종족이 대립하고 있다.
사실 대립한다고는 하지만 세를 불려나가는 자이언트 앤트 족을 리자드맨과 드라이어드 족이 연합하여 억제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자이언트 앤트는 말 그대로 거대한 개미들이다. 땅을 파고 식물을 갉아먹으며 가끔 씩 굴을 파고 돌아다니다가 동물이나 짐승을 급습하여 잡아 먹기도 한다.
드라이어드는 말할 필요도 없고 리자드맨들에게도 골치 아픈 존재다.
“자이언트 앤트의 숫자가 늘어나 저희 드라이어드 족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원래라면 리자드맨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함께 처리했겠지만.. 현재 리자드맨 분들은 인간군대와 싸우고 있어서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여서..”
[ 인간 군대라면..? ]
“신성 이노센트 제국의 성군단입니다.”
이노센트 신성제국이라면.. 헤르바 밀림과 가장 가까운 인간 국가다. 왜 그 나라에서 군대를 보내 리자드맨들과 싸우고 있냐는 궁금증이 들지만 사실 이상할 것도 없나.. 인간들 시점에서는 우리는 마물 일 테니.
‘우리’라고 하니 암울하다. 나도 사람들 눈에는 괴물로 보일 텐데.. 괜히 머리가 복잡해지지만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 설마 우리한테 함께 싸워줘라 그런 건 아니겠지? ]
존댓말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공격적으로 물었다.
말하는 뉘앙스만 보더라도 이건 도움을 바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도움은 분명 전투적인 부분일 것이다. 남의 땅 남의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진짜 먼지 한 톨 만큼도 없다.
“함께 싸운다면.. 좋겠네요. 하지만 그게 어려운 일이란 걸 알기에 다른 도움을 받으러 왔습니다.”
[ 적한테 공격당해서 어려운 상황에서 전투와 관련된 부탁이 아니라면 무슨 부탁? ]
“ 군주님이 가진.. 생물을 변형시키는 기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생물을 변형시키는 기술? 아 없다고는 못하겠다. 확실히 고블린부터 시작해서 그레이 오크, 에로프, 특수개체들까지.. 전부 내가 가진 힘에 의해 변형 된 것이니까.
[ 혹시 내 변형 능력으로 강화라도 시켜 달라는 거야? ]
“강화와는 조금 다르..군요. 저희 드라이어드 족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니까요. 혹 군주님은 드라이어드가 어떻게 생성 되는 지 아시나요?”
[ 전혀. ]
드라이어드를 샘플 분석해본 것도 아닌 이상 알 리가 있나.
“그럼 정확한 정보를 위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드라이어드는 아인종 암컷의 몸을 그릇으로 삼아 식물 세포를 집어넣고 새로운 드라이어드로 변형시킨답니다.”
허.. 식물처럼 생겼기에 분명 꽃에서 피어난다거나 나무 열매에서 태어난다거나 그런 걸 생각했는데 타 아인종 암컷의 몸을 개조해서 동족으로 만든다니.. 이거 완전 기생촉수인 나랑 별반 다를 게 없는 종족이다.
“이번에 리자드맨 분들에게 자이언트 앤트의 갑피를 넘기는 조건으로 인간 수컷들을 대량 받았습니다. 헌데 저희 종족의 번식 조건이 아인종 암컷이라고 말씀 드렸지요?”
설마.. 설마.. 꿀꺽. 나는 목울대도 없는데 침을 삼키며 떨리는 심정으로 물었다.
[ 그..생물 변형 기술로 인간 수..컷을 암컷으로 바꿔 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
“군주님은 통찰력이 대단하시군요!”
생긋 웃으며 답하는 플로라여왕이었지만 한 때 그 인간 수컷이었던 나로서는 결코 유쾌한 내용이 아니었다. 무려 군대까지 들어간 건장한 남성을 암컷으로 바꾸고 거기서 한 술 더 떠 드라이어드 암컷으로 바꾸다니..
뭐..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을 해주는 것 자체로 나에게 손해는 없다. 오히려 생물 변형을 위해선 기생을 해야 하고 그로 인한 샘플 정보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이득만 있는 셈이다.
허나 곧바로 수락한다면 너무 이쪽이 얕보이는 거 아닐까?
[ 그 변형을 내가 돕는다 치면 그 쪽에선 무엇을 줄 생각이지? ]
“첫째는 연구 결과의 공유에요. 군주님은 분명 접촉한 대상의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시지요.”
[ ...아니라고 하면 안 믿겠지?]
“식물의 눈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만약 함께 연구를 한다면 분명 군주님께선 저희 드라이어드 종족의 정보와 인간 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 그건 돕는다면 당연히 얻어야 되는 거야. 대신 내가 안 돕는다면 당장 수컷을 암컷으로 바꿀 방법이 없지 않나? ]
“그렇지요. 하지만 분명 제시할만한 조건은 조건. 뭐.. 첫 번째 조건은 별로 큰 것은 아니에요. 두 번째는 지역에 대한 정보에요. 식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저희의 눈이 있는바.. 군주님이 원하시는 지역의 정보를 알려드릴 수 있어요.”
흐음.. 나 역시도 변이체를 통해 상당히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모든 식물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이어드의 맵핵 수준의 시야는 아니다. 드라이어드의 시야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열대우림인 헤르바밀림 지역은 모두 드라이어드의 시야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시한 두 가지 조건 만으로도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다. 내가 희생해야 할 것은 분열체 하나뿐이다. 그저 분열체를 하나 넘겨서 연구를 하고 돌아오면 그만인 거래.
“마지막은 중앙 숲의 지배자. ‘포레스트’가 잠자고 있는 위치입니다.”
마지막 조건은 내가 도저히 거절 할 수 없는 조건이다.
[작품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