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릅.. 빨리와 더 빨리! 41회
엘프랑 오크는 공생 관계야!
“죄송합니다.. 주인님.”
돌아온 실피와 리한나는 귀가 축 처진 모습으로 나에게 사죄했다.
오크들에게 들킨 실수에 대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확실히 그 괴물 같은 놈에게 이쪽의 모습을 들켰다는 건 ‘엘프가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 되었으니 매우 좋지 못한 상황임에는 틀림 없다.
- 됐다. 나도 같이 보고 있어서 알고 있어. 그 놈들이 정령을 다루는 것도 아닌데 그 먼 곳에서 너희를 발견 할 줄 어떻게 알았겠어?
“그렇지만..”
- 그 얘긴 여기까지 하도록. 지금 중요한 건 빠르게 오고 있는 놈들을 어떻게 처리 할 것이냐니까.
회색 오크 녀석들은 지금 이제 막 마물의 숲에 진입 했다. 혹시라도 그 엄청난 스피드로 잠도 자지 않고 오는 것 아닌가 걱정했지만 녀석들은 여유라도 부리는 것처럼 주변 동물들을 사냥하고 먹어치우며 느릿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그 정보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희생된 알파의 수가 적지 않다.
마물의 숲 역시도 꽤나 넓은 편이라 그런 속도로 온다면 아직 한 달 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결국에는 이곳 까지 오게 될 것이다. 그 사이 마을을 옮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곳에 설치 해놓은 것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녀석들을 처리하는 것이 지금의 내 목표다.
사실 정말로 목숨이 달린 긴급한 상황이었다면 짐싸고 당장 도망쳤겠지만.. 비빌언덕이 없는 것도 아니다.
main 퀘스트 엘프 마을을 정복하라! 성공 보상으로 얻은 ‘그 기술’이라면 어떻게든 오크를 전부 정리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상황까지 가면 가지고 있는 양분 포인트를 전부 소모해야 되기 때문에 최악의 손해라고 할 수 있어 아끼는 것이다.
[ 좋은 의견이 있다면 전부 거리낌 없이 말해줘. ]
엘로아가 손을 들었다. 내가 깃들어 있기에 그냥 말해도 될 텐데 아이처럼 귀엽기는.
[ 엘로아? ]
“숲에서 은신하고 있다가 들어온 순간 정령이나 활로 기습을 하는 건 어떨까요? 돌격대는 원거리 공격을 하는 인원을 보호하면서..”
아렌을 잡았을 때처럼 말인가?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여왕님. 적의 투척이 제 화살을 부수고도 그대로 날아올 정도로 화력 면에서 적들이 더욱 강력하고 순간적인 돌진 속도 역시 돌격대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빠릅니다. 오히려 역공 당할 수 있습니다.”
“그..그런가요?”
[ 실피의 말이 맞아 나도 봤는데 그 녀석들 달려드는 게 장난이 아니더라. ]
엘로아의 의견이 논파당하고 난 후 이번에는 마을의 내정을 맡고 있는 분홍머리의 거유 엘프, 실렌이 손을 들었다.
“저.. 저는 전투는 잘 모르지만 오크들을 초대하고 음식에..”
[ 음식에..? ]
“독을 타는 게 어떨 까요! 헤헤..”
우리 마을의 주방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실렌이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에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주방장이 음식에 독이라니!
흐음.. 그나저나 독을 타는 거라..?
처음 마을 엘프들을 감염시킬 때도 작게 만든 분열체를 음식에 타서 감염시켰었지.
효과는 보다시피 촉수 가득한 마을만 봐도 알 수 있다. 음식을 어떻게 오크들에게 먹이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방법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수컷에게 분열체를 먹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기생이 가능한 건가? 주변에 다 여자 엘프들만 있다 보니.. 수컷에게도 기생을 할 수 있는 지 모르겠다.
“오크들의 소화력을 모르는 구나?”
그 때 에아렌이 입을 열었다.
[ 에아렌 무슨 소리야? 오크의 소화력이라니. ]
“흐응, 오크의 조상이 돼지에 가까운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데, 파파. 그래서 잡식성이고 워낙 소화력도 좋아서.. 그런데 거기에 투란을 익히잖아? 자연의 도움을 받는 엘프의 로아랑은 다르게 투란은 신체 능력 전반을 올려줘. 당연히 쇠를 먹어도 다 녹여서 소화시킬 정도가 되버리지.”
[ 그럼 혹시 내 촉수도 녹을까? ]
“파파의 촉수.. 물론 단단하고 듬직하지만. 훗! 아마 내가 아는 강도라면 녹아버릴 걸 흐물흐물~”
후우.. 그럼 자궁 기생을.. 아니 수컷에게 자궁이 있을 리 없잖아!
결국 다시 한 번 이루어진 회의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해산했다.
엘로아와 함께 지내는 방에 도착했을 때.
“주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님이라면 분명 어떤 일이든 해내실 거고.. 주인님 곁엔 저랑 마을사람들이 있으니까요!”
[ 위로해줘서 고마워 엘로아. 흐음 그런데 정말 좋은 방법이 없는 걸까.. ]
“흐음..음!”
나를 위해 열심히 생각한다는 것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엘로아.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는 지 표정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손뼉을 치며 눈을 빛낸다.
“텐타클 박사님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 눈깔문어..? ]
“네, 전에 말씀 해 주셨던 그 분이라면 아는 것이 많으니까.. 좋은 방법을 알려주실 것 같아요!”
그렇다 전에 엘로아에게 텐타클에 대해 말해줬다. 솔직히 눈에도 보이지 않고 내 심상에 있는 녀석이라고 설명해서 믿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가 나한테 말해준 것이다.
흐음 타클이라.. 확실히 촉수 연구에 관련해서는 아는 게 많은 녀석이니까 근본적인 해결책을 알려주진 않더라도 새로운 능력을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생물 연구소에 접속합니다.. ]
이제는 익숙해진 시야가 꺼졌다가 점차 밝아지는 과정이 빠르게 지나가고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방이..
[ 우효효! 오셨습니까. 사용자님?! ]
“이게.. 다 뭐냐?”
원래대로라면 물건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하얀 방 안에 온갖 괴상한 것들이 가득하다.
촉수가 엉겨 붙은 것 같은 실험관과 어떤 신체부위를 분리 해놓은 것 같은 표본까지.. 마치 외계인의 연구실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 한 연구를 구상하고 있는데 이게 또... ]
“잠깐! 잠깐만.. 나중에 들을 게!”
한 번 저 연구 얘기가 시작되면 끝날 줄을 모른다. 지난번에 호기심에 참고 듣다가 귓구멍에 피가 줄줄 새는 줄 알았다.
“후우, 이번에 온 건 상담 때문이야. 지금 큰 일 났어.”
[ 아아, 그 오크놈들 때문에 말이십니까? ]
“말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 우효횻! 이 생물 연구소에 있으면 사용자님 시점으로 다 보입니다. 전부 다! 우후우후후..! ]
뭐야 이 문어가.. 날 관음하고 있던 거야? 음흉한 웃음을 짓는 것을 보니 왠지 엘프들과 했던 행위 역시 다 지켜본 것 같다. 당장에라도 저 능글맞은 눈매를 한 대 쳐주고 싶지만 지금 아쉬운 건 나니까.
겨우 참아내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럼 혹시.. 방법이 있을까? 오크 녀석들한테 여태 쌓아온 것들을 내줄 순 없잖아?”
[ 흐음, 사실 전 순수한 지식인이라 전투에 대해선 무지 합니다만.. 한 가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사용자님. ]
“한 가지?”
[ 예! 사용자님 음식으로 분열체를 기생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헌데 다릅니다. 애초에 사용자님은 오직 각 개체의 ‘암컷’에게만 기생이 가능 합니다. ]
“..자궁 때문이야? 하지만 대장으로 기생하는 것도 가능한데..”
[ 전혀 다릅니다. 기생하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님의 몸은 오직 ‘암컷’에게만 기생하게끔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수컷의 몸에 들어가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소멸합니다. ]
뭐냐 그 19금 만화에 나오는 촉수 같은 설정은. 오직 암컷에게만 기생이 가능하다니.. 곧 죽어도 남자에게는 기생할 수 없어! 라고 외치는 변태 촉수가 아닌가. 그런데 그게 나다.
“근데 지금 니 말은.. 마치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혹 소멸만 하는 건 아니라 던지?”
[ 바로 맞췄습니다! 수컷의 몸에 들어가면 소멸하기는 하지만 소멸하는 순간 변형 성분을 내뿜어 대상의 신체 일부를 ‘오염’시킵니다! ]
“..하지만 오크들한테 독 면역이 있다고 그랬는데.”
[ 다릅니다. 결국 몸에 해를 끼치게 되는건 독과는 다름없으나. 약을 먹는다고 해서 몸이 좋은 성분을 차단하지는 않지요. 변형은 말하자면 독이 아니라 세포 변형입니다. 이 경우 독면역 기술이 있었도 막을 수 없습니다. 수컷 몸에 들어가기만하면 잠복해 있는 암세포와 같은 것이 되는 겁니다! 우효횻! ]
막을 수 없는 독.. 호오.. 좋은 걸 알았다. 어떻게든 복용시키기만 한다면 저 괴물 같은 오크 녀석들의 신체 부위를 변형시키고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혹시.. 수컷에게 잠복하자마자 바로 죽는 거야?”
[ 아닙니다. 그리 긴 시간을 생존하지는 못하지만 일주일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요! ]
“그런가 일주일이라.. 흐음! 뭐 좋다! 알려줘서 고마워.”
[ 천만에요! 사용자님이 흥해야 저도 더욱 많은 소재를 가지고 연구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효횻! 다음번에 들려주시면 더욱 엄청난 것을 개발 해 놓겠습니다! ]
나름의 성과를 가지고 기분 좋게 타클과 인사하며 생물 연구소 밖으로 빠져 나왔다.
- 돌아왔어, 엘로아.
“앗! 주인님. 기분 좋으신 걸 보니.. 텐타클 박사님이 해답을 알려 주셨나보네요?”
싱긋- 웃으며 얘기하는 엘로아. 근데 얜 자궁 속에 있는 내 기분이 좋은 걸 어떻게 아는 걸까.
“그야. 주인님은 기분이 좋으시면 몸을 부르르 떠시는 걸요? 뱃속에서 느껴져요!”
그.. 그랬었나?
저벅- 저벅-
- 누가 온다.
그 때 통로 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한 인영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엘로아와 나만 지내는 방.. 혹시 루나가 온 것일까? 하지만 통로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루나의 신장보다도 훨씬 작은 소녀였다.
“주인님! 그리고 여왕님.. 쉬시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소녀, 갈색 양갈래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 그 꼬리부분이 땅에 끌린다. 사실 소녀라고 하긴 했지만..
“괜찮아, 델피아! 그리고 레나한테도 말했지만 둘이 있을 땐 ‘친구’로 대하기로 했잖아?”
“후훗, 여왕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나 진짜 말 편하게 한다?”
그렇다, 소녀는 엘로아와 같은 나이인 델피아다.
왜 아직도 델피아가 소녀의 몸을 하고 있느냐? 혹시 델피아만 발육을 시키지 않은 것 아니냐? 라는 의문이 나올 정도로 델피아는 초창기와 그리 다르지 않은 슬렌더형의 몸을 갖고 있다.
허나 내가 발육을 시키지 않은 것이 아니다. 같은 발육을 적용시켜도 개체마다 성장률이 다르다고 했던 것 기억하는가?
이상하게 다른 애들은 가슴하고 키가 쑥쑥 크는데도 델피아는 골반을 제외한 가슴과 키 같은 것이 발육을 한 게 맞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변화가 적었다.
지금도 키는 작았고 가슴도 작다. 다만 탱탱한 허벅지와 골반만 육덕지게 보인다는 점이 언밸런스하면서도 묘한 색기가 있다.
본인은 다른 엘프들과 달리 작은 가슴에 자격지심을 가진 것 같지만. 저건 분명 수요가 있을 것이다.
[ 그런데 델피아, 무슨 일로 왔지? ]
나의 물음에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델피아가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해본 계획이 있는데요.. 다른 분들 앞에서는 말하기가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 대체 무슨 계획 이길래.. 뭐 어때 말해봐 지금은 조금이라도 좋은 생각이 있으면 참고해야 되는 상황이니까. ]
“주인님이 싫어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오크들이 온다고 했고 에아렌 대장이 오크들의 목적이 아마 종족 번식일 것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델피아의 설명이 시작 되었다. 누구나 생각했을 법한. 하지만 쉽게 얘기를 하기는 어려운 계획이다. 그것을 델피아는 유심히 생각한 것 같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하면 될지 요약해 온 것이다.
“만약.. 계획을 실행하게 되면 제가 앞장설게요!”
[ 델피아.. 위험할 수도 있다. ]
“전에 주인님이 말하셨죠. 만약 죽는다고 해도 되살려 주실 수 있다고.. 전 주인님을 믿어요.”
확실히.. 죽는다고 해도 되살릴 수 있다.
에아렌과 같은 방법으로 말이다. 흠 그나저나 ‘미인계’라..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타클에게 알아온 분열체를 수컷에게 적용시키는 방법까지 쓴다면 아무런 피해 없이 이길 수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델피아.. 정말 괜찮겠어? 그런 괴물들한테..”
“괜찮아! 엘로아. 비록 이런 빈약한 몸이지만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본인이 저렇게 의지를 불태우니 막기도 뭐하다.
[ 알았다. 이 계획 당장 준비하자. ]
'이중 마을 미인계' 획이 시작 되었다.
[작품후기]
ntr? 오크들이 두껍고 거대한 대물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 알파의 성기와 주인공의 두꺼운 촉수로 조교받아온 엘프와 에로프들을 당해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