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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촉수가 되었다-31화 (31/266)

+ 쿠폰 쏴주시는 분들..! 그걸로 만두 사먹고 글을 더 쓰겠습니다!! 31회

보라색으로 물드는 마을

실피와의 전투에서 느낀 게 있다.

양분 상점을 통해 강화된 엘프의 신체는 순수한 근력과 체력, 그리고 넓어진 마나통으로 인해 일반 엘프보다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 엘프인 실피를 상대로 밀린 것은 ‘전투 경험’ 때문이었다.

어린 아이가 장검을 들고 있다고 해도 목검을 든 검술의 달인을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근접전에서 붙었다간 순간적인 판단력과 공격의 대응기술 때문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책이 필요하다. 늘어나는 촉수를 활용하면서 가진바 전투력을 최대로 활용 할 수 있는 방식.

[ 촉수병기 Lv. 10 ]

- 촉수 슈트 : 전신을 촉수로 감싸 몸을 보호합니다.

- 촉수 슈트 : 대상 숙주의 마력량에 비례하여 방어도 증가.

- 촉수 칼날 : 촉수를 칼날 형태로 연성 합니다.

- 촉수 칼날 : 대상 숙주의 마력량에 비례하여 절삭력 증가.

숙주의 기본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양분상점과는 다르게 직접적으로 숙주를 강화시키는 ‘촉수 병기’.

[ 촉수병기 Lv. 10 스킬을 활성화 시킵니다. ]

- 꿈틀.. 꿈틀..!

촉수의 면이 얇게 퍼지며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보라색의 점액질이 엘로아의 몸을 감싼다.

“으읏.. ”

점액질의 안쪽에는 아주 미세한 융기와 같이 작은 촉수들이 가득하다.

그 끈적거리면서도 전신을 핥는 것 같은 감촉 때문인지 엘로아는 신음을 흘렸지만 그것도 머리 까지 촉수가 덮어버리자 소리를 내지 못한다.

등까지 흘러내린 금발을 제외하고는 엘로아의 몸 전신이 보라색으로 뒤덮였다.

마치 변신 전대물의 히어로처럼 보라색의 헬멧과 전신 타이즈를 입은 것 같은 모습. 그 누구보다도 마력이 높은 엘로아이기에 슈트의 방어력은 보통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허나 이걸로 끝이 아니다.

방패를 준비했으니 창을 준비할 차례.

-쑤우욱-!!

보랏빛으로 번들거리는 엉덩이의 끝에서 9가닥의 촉수들이 솟아난다. 마치 구미호의 꼬리와 같이 엘로아의 등 뒤에서 살랑거리는 9개의 촉수들. 그 끝 부분을 촉수 병기의 ‘촉수 칼날’로 변형시켜 날카롭게 만든다.

이 폼(형태)을 나는 ‘나인 테일’이라고 이름 지었다.

- 엘로아, 정령을 소환하고 활을 들어라!

‘네, 주인님!’

실라페(바람)! 샐리스트(불)! 운다인(물)! 노임(흙)!

[ 전부 아렌을 집중 포격해! ]

나의 사념파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엘프들을 제외한 모든 감염 숙주엘프들이 일제히 활을 겨누고 정령을 소환하며 아렌에게 공격을 퍼붓는다.

-후우웅..!

-화르륵!!

-쩌적..!

불과 물, 바람과 흙 각종 속성의 공격이 허공을 가득 채우며 단 한 명을 노리고..

콰가강!! 콰앙!! 쿠웅!! 콰아아앙-!!

날아든다.

일대를 울리는 형형색색의 폭염..!

그 폭발로 발생한 먼지로 인해 아렌과 불의 정령인 이그니스의 모습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 안이 어떻게 됐을 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그렇다. 내가 구상한 것은 접근전으로 이겨낼 수 없다면 접근전을 해주지 않는 것. 그저 물량과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것이다!

저런 정령 포격과 화살 세례를 당한 이상 시체조차 찾지 못할 것이 당연하지만 확실한 확인을 위해 공간인지를 퍼트려 아렌이 있는 부근을 훑었다.

하하! 쓰러져 있는 아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 다시 공격해! 다시! ]

-채채챙! 채앵-채챙!

쓰러지기는커녕 똑바로 서서 한 자루의 장검을 들고 전 방향에서 날아든 화살을 전부 쳐낸다.

뒤 이어서 화염구와 물 화살 바람의 칼날이 쇄도하지만 그마저도 아렌의 주위에 서있는 불의 상급정령인 이그니스가 발하는 불의 장막에 닿자마자 전부 소멸해버린다.

게다가 밀리는 것도 아닌..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정확히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후우웅-!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의해 연기가 사라지며 아렌의 모습이 드러났다. 모든 공격을 전부 막아낸 것은 아닌지 찢어진 옷가지와 허벅지나 상체에 박힌 화살대들이 보였다.

저 괴물 같은 존재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것에 반색하던 나는 꿋꿋하게 내딛어지는 걸음과 아렌의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았던 안도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공..공격해! ]

타닥!

명령에 의해 촉수슈트를 걸친 엘프들이 아렌에게 돌진한다. 아렌은 잠시 멈춰 서서 장검을 들어 올리고 몸을 한 바퀴 회전 시켰다.

서걱-!

투둑. 투욱.

“아아악!!”

“꺄악! 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간 신체 부위를 부여잡으며 쓰러지는 감염엘프들. 단 한 합이었고 저것은 전투라 말할 수도 없었다.

단 몇 번의 칼질로 달려든 감염 엘프들을 정리해버린 것이다. 너무나도 쉽게 처리하여 엘프들이 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럴 리가 없다.. 방금 돌진한 촉수슈트를 적용한 엘프들은 며칠간 공을 들여 발육시키고 숲지기로서 잠입, 활동한 엘프들이다 당연히 그 전투력은 동일 숲지기보다도 강하다.

“죽인..다! 죽여 버리겠다..! 마물!!”

-타다닥!

살벌한 목소리로 악을 지르며 아렌이 엘로아를.. 그 안에 있는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런 아렌을 마주한 순간 한 생각이 스쳤다.

...이대로 있다간 죽는다고.

웃기지마라..!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 엘로아!

‘네, 주인님!’

- 휘릭! 홱!

뒤로 물러서며 9개 꼬리의 촉수칼날을 아렌을 향해 출수했다. 전 방향에서 쇄도하며 종잡을 수 없는 촉수의 공격을 아렌은 촉수가 날아올 방향을 예상하기라도 하듯 미리 칼을 휘둘러 촉수를 쳐낸다.

[ 형태변형 Lv. 40 스킬을 발동.. ]

[ 형태변형 Lv. 40 스킬을 발동.. ]

9개의 촉수로도 모자라 엘로아의 손 부분의 슈트를 변형시켜 날카로운 칼날처럼 바꿔 찌르고 슈트의 각 부분에서 예측할 수 없는 촉수를 솟아나게 해 변칙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 서걱! 서걱!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느는 것은 촉수 슈트의 상처뿐이다.

방어력이 강해 직접적으로 신체가 베이지는 않지만 아렌은 이미 베인 부분을 계속해서 노리며 데미지를 주고 있다. 이대로 있다간 결국에는 슈트 채로 신체가 베어 버릴 것이다.

- 홱!

‘아..!’

그 때 검을 들고 있지 않은 아렌의 한 손이 엘로아의 하복부 바로 앞에 위치했다.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보이기 시작한 손의 움직임. 펼쳐진 손바닥 위로 광열 하는 구슬 같은 것들이 생성된다.

“여기겠지.”

아렌의 한 마디를 듣는 순간.

콰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 신체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 ]

[ 공간인지 Lv. 52 스킬의 발동이 해제됩니다.. ]

[ 집단의식 Lv. 3 스킬의 발동이 해제됩니다.. ]

메시지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고 정전이라도 난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여긴 어디고 나는 무엇인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붉은 폭풍이었다는 것 밖에는.. 머리가 너무나도 어지럽다.

한 가지 장면이 스친다.

처음 이세계에 떨어진 보라색 지렁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작디작은 개미들에게 물어 뜯겨 죽음을 실감하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아득한 무력감의 공포.

어쩌면 그 때의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인성 따위는 집어 쳐버리고 그렇게 살아남는 것에 집착했을 지도 모른다. 저 미약하기 그지없는 지렁이는 바로.. 나니까.

이 정전이 된 세상은 그때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아무것도 알 수 없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고통스럽다고 쉬고 싶다고 말하는 육체 때문에 몰려오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다.

주인님.. 주인님..

어쩐지 엘로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다. 원래는 아주 순수한 숲의 소녀였는데.. 내가 건들지 않았다면 엘로아는 숲의 율법을 지키며 훌륭히 성장 해 마을을 지키는 숲지기가 됐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죽으면 마물에게 가담한 엘로아 역시도 무사하지 못하겠지.

나만 개입하지 않았다면.. 엘로아는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 공간인지 Lv. 52 스킬이 발동 합니다! ]

작은 지렁이로부터 주변이 확장하며 흐릿하게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시도 끈 적이 없던 공간인지. 이건 공간인지를 다시 켰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기절한 듯 바닥에 쓰러진 엘로아가 보이고 그 주변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팔이 잘려 옆으로 쓰러져 있는 레나. 하체가 검게 타버려 쓰레기처럼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델피아. 그리고 내가 기생시키고 성장시킨 숙주들. 전부 주위에 쓰러져 있다.

아렌.. 그 한 가운데에 검을 들고 서 있는 숲지기들의 대장. 아아 무슨 상황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 폭발에 의해 엘로아와 내가 정신을 잃고.. 그 뒤에 아렌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레나와 델피아와 숙주들은 나와 엘로아를 지키기 위해서..

정말로 혼자의 몸으로 마을의 전력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힘을 몰살시켰네!? 아렌 대장!

이건.. 너무 괴물이잖아..

“허억.. 후욱..”

허나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건 아닌지 전투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가슴을 부여잡으며 숨을 몰아쉬는 아렌의 모습이 보였다.

전투 시작 때부터 내장에 출혈이 있었고 전신에 화살이 꽂히고 정령의 포격을 당했는데 아직까지도 멀쩡하다면 그게 숨을 쉬는 생명체겠는가?

저벅.. 저벅.. 상태가 좋지 않아 빨리 끝낼 생각 인 것인지 호흡을 가다듬은 아렌이 검을 들고 엘로아.. 내 쪽으로 걸어온다.

-엘로아.. 정신 차려라! 엘로아!

제길..! 반사적으로 엘로아를 불렀지만 엘로아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의 미동조차 없는 몸. 지금 아렌이 끝을 내러 오고 있는데 숙주는 정신을 잃은 것이다.

“%@&2.. @@9#”

걸어오는 아렌의 입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숙주와의 감각공유 역시도 꺼져 있기에 나는 저것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봐주겠다’ ‘살려주겠다’ 따위는 절대 아닐 것이다.

어느새 엘로아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아렌이 두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으며 칼끝을 복부. 내가 있는 복부로 겨누고 있었으니까.

[ 형태변형을 시전 합니다.. ]

[ 육체의 손상도가 심해.. ]

하하..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엘로아의 몸 안에서 내 본체를 변형시키는 것은 물론 주변에 있는 숙주들 역시도 분열체를 건들기라도 한 것인지 전부 손상된 상태라는 메시지가 뜬다.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이대로 죽어야만 하는 걸까?

아니.. 아니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촉수들이 있다.

“헤오오..!”

“으그윽!”

분열체가 섞인 음식을 먹고 뱃속에 분열체를 품게 된 마을의 엘프들! 지금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분열체들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 저것들을 움직인다면.. 아!

‘문제’..가 있다.

양분 포인트는 통합이 아니다. 본체가 대부분의 양분 포인트를 가지고 있고 분열체들은 본체인 나에게서 양분 포인트를 전달 받거나 혹은 기생하고 있는 숙주의 흡식을 통해 양분을 모아야 한다.

간단히 말해 자신이 숙주가 된지도 모르고 흡식은 당연히 해본 적이 없을 마을의 엘프들에게 양분 포인트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뱃속에서 꿈틀 거리는 것 정도야 가능할지 몰라도 촉수 병기로 변형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건 불가능하다.

“끝이다.”

아렌의 입 모양이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장검의 끝이 정확히 나를 노리고 떨어지려는 그 순간.

-휘청.

갑작스럽게 비틀거리는 아렌. 손으로 잡고 있는 부분은 화상자국이 난 복부. 분열체를 빼낸 그 부분이다. 분열체만 제대로 작용했다면.. 그랬다면 이런 최후를 맞지 않았을 텐데!

1천 포인트를 투자해 만든 분열체는 아무런 쓸모도 없이..

잠깐.. 1천 포인트? 분열체 한 기를 만드는데 드는 양분 포인트.. 분열체는 양분 포인트로 만들어진 존재. 다시 말하면 1천 포인트 가량의 양분 포인트가 깃들어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분열체 그 자체를 희생시켜 한 번의 촉수 공격을 가한다는 건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1000천 포인트를 소모해서 한 번의 촉수 공격이라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실험할 가치도 없던 것이다.

[ 몸을 양분삼아서 공격해라! ]

1만 포인트가 들든 10만 포인트가 들든 상관없다. 그러니 제발 성공해라.. 너희들의 몸을 희생해서 공격을 성공시켜줘.. 그런 애원이 담긴 사념파가 방출되고.

-슈우우욱!!

“아그..악!”

“헤오옷!?”

배를 부여잡고 쓰러져 있던 마을 엘프들의 비명과 함께 그들의 항문과 음부에서 보라색의 덩어리가 대포처럼 분출된다.

-쐐액-!

날아가는 덩어리는 허공에서 막대의 모양으로 형태를 변형하고 그 끝부분을 촉수병기의 칼날강화로 송곳으로 만든다. 그런 것의 숫자가 무려 수 십 개의 달한다. 일순간 아렌의 전방향이 보라색의 벽으로 둘러 싸있는 착각이 일었다.

아렌의 푸른 눈동자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날아오는 촉수송곳의 숫자를 가늠하다가 다시 이쪽을 향하는 시선의 이동이.. 그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눈빛으로 알았다.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아렌은 나를 제거 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손에 힘이 들어가며 칼날이 빠르게 내 쪽을 향해 떨어진다.

-퍼억! 푸욱! 푸욱! 푹! 푸욱!

“쿨럭..”

..처음부터 나를 노렸다면.. 적어도 나는 저승길 동료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한 치 정도의 거리를 남기고 아렌의 손에서 장검이 떨어져 땅바닥을 튕긴다. 전신이 보라색의 송곳에 꿰뚫려 아렌은 얼굴 부분만을 남기고 고슴도치와 같은 모습이 되어 버렸다.

“..윽.”

입에서 피를 흘리며 귀기 서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렌.

아렌이 고개를 떨구는 그 순간까지 나는 죽은 척이라도 하듯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원망서린 눈이 내 숨통을 죄이는 것 같아서..

-투욱.. 투욱..

...하지만 양분이 전부 소모되어 촉수 송곳의 뒷부분이 녹으며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까지도 아렌이 고개를 들지 않자.

나는 정말로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동시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 역시도 자각했다.

지금 내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건 아렌의 몸에 꽂혀 있는 저 촉수들뿐이다.

마을의 엘프들이 절정의 전희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지만 잠시 후면 회복될 것이고 쓰러진 숙주들 역시도 상처가 깊어 이대로 놔두면 절명할 가능성이 크다.

[ 뭉쳐라! ]

촉수들의 제어권을 가져오며 집단의식으로 명령을 내렸다.

-투둑.

아렌에게 박혀있던 촉수들이 그 몸에서 빠져나오며 하나로 뭉쳐 원형의 덩어리를 이루기 시작한다. 완성된 보라색의 구체에서 한 가닥의 선을 뽑아내는 이미지를 연상하자 구체의 표면에서 한 가닥의 선이 뽑아져 나왔다.

-쑥..-

“흐읏..읏..”

그것을 망설임 없이 엘로아의 다리사이 균열에 꽂아 넣었다.

혼절한 와중에도 무언가가 들어온 것을 느끼는 지 얼굴을 붉히며 작은 신음성을 내뱉는 엘로아. 상황을 잊고 괴롭혀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집중해야 할 때다, 빠르게 질내를 통과하고 자궁구를 넘어 선을 본체에 연결시킨다.

[ 현재 보유 양분 120800 Point. ]

[ 양분 포인트를 전송 합니다.. ]

선을 타고 내 몸에서부터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은 당연히 양분이다. 빨대를 빨아들이듯 빨려나간 양분은 그 근원지인 구체에 전부 흡수된다. 양분을 잃으며 점점 크기가 작아지고 있던 구체가 두 세 배로 커지며..

- 꾸물.. 꾸물..

그 표면 위로 굵은 촉수 가닥들이 생성되어 허공에 흐느적거린다. 늦기 전에 촉수를 되살리는 것은 성공이다.

[ 움직여.. 기생시키고 회복 시켜라! ]

- 꿈틀!

나의 명령에 촉수 가닥들이 일제히 목표를 향해 날아 들었다.

첫 번째 목표는 기생체가 빠져나간 마을의 엘프들. 한 번에 두꺼운 촉수 덩어리가 분출되었기 때문인지 그들의 벌어진 구멍은 아직까지도 닫히지 않고 뻐끔대고 있었다.

그런 구멍 위로 다가간 촉수들은 토해내듯 구멍 안으로 분열체를 뱉어낸다.

다시 한 번 마을의 엘프들의 뱃 속에 분열체가 심어지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목표는 큰 상처를 입은 숙주들. 그들의 피부에 촉수를 갖다 대고 미세 촉수들을 몸 안 쪽으로 집어넣어 재생을 하기 시작한다.

외상과 내상을 회복시키고 절단된 부위는 다시 연결시키거나 없을 시 재생성한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분포인트가 빠져나갔지만.. 별 수 있나. 이들은 내가 책임져야 할 이들인데.

아렌도 치료하여 기생시킬까 했지만 포기했다.

수 십 발의 촉수에 꿰뚫려 벌집이 되어버린 신체는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다. 거기에 더해 설령 되살린다고 해도 마지막의 그 눈빛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이쪽에 칼을 겨눌 것 같았기에.. 큰 미련을 두지 않았다.

“으응..”

잠시 후 엘로아가 깨어났다.

“주인님.. 주인님!”

눈을 뜨자마자 황급히 복부를 더듬으며 나를 찾는 엘로아.

-그래, 나 여기 있다.

“아아..”

똑.. 똑..

뭐야 얘 설마 우는 거냐?

“주인님의 목소리가 안 들려서.. 주인님이 어떻게 된 줄 알고..흐윽..”

- 흠흠, 내가 그 정도에 당할 것 같아?

사실 엄청나게 당했지만.

“계속 주인님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나도 니가 있어서 다행이다 엘로아.

..이 말은 하지 않았다.

[작품후기]

자기 전에 한편 정도는 괜찮.. 꿰꼬닥 죽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독자님들이 봐주지 않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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