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봐주시는 신사 독자님들 더운날에 고생고생하시며 추천, 선작, 댓글 박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늘보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걸 배우거나 힘을 얻고 있습니다! 19회
텐타클 박사의 촉수학개론!(떡신 없으니 스킵가능하십니다!)
[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개조 대기 시간이 끝나자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하지만 나는 나타난 퀘스트창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지금 만들고 있는 ‘결과물’에 집중하고 있었다.
“타클, 내 형태변형과 공간인지가 ‘알파’에게 어느 정도나 적용된다고 했지?”
[ 공간인지는 10분의 1. 형태 변형 역시 10분의 1이지만 신체의 한 부위에만 적용됩니다, 사용자님! 우효효! ]
“흠.. 그럼 다른 부위보다 팔에 적용시키고.. 아니지 차라리 다리사이에 그곳이라면? 늘어나는 물건이라니 엄청나잖아!?”
흡사 어린 시절에 조립 로봇을 처음 선물 받았을 때처럼. 나는 고블린이었던 것을 정체를 알 수 없는 변이생명체로 만드는 작업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었지만 타클의 풍부한 조언을 바탕으로 나의 수하가 될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추가하거나 점점 더 완성도 있게 변하는 결과물을 보며 자연스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실험체01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나름 애정도 생겼기에 이름을 지어줬는데 처음의 시작이란 뜻으로 ‘알파’라고 지었다.
“자 어때 이 정도면?”
지금 가진 할 수 있는 것들의 최대를 뽑아낸 내 작품이 어떠냐?!
[ 으엑.. 끔찍하게 생겼네요! 사용자님의 취향이 몹시 기괴합니다! ]
“뭐라는 거냐. 눈깔문어 같이 생긴 녀석이!”
[ 눈깔 문어라니 말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너무 하십니다 사용자님 저의 이 멋진 모습을.. ]
옆에서 떠드는 타클에게 주먹을 치켜들어 조용히 시킨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창작물을 보았다.
타클에게 눈깔문어라며 타박을 했긴 했지만 음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나의 첫 번째 작품 ‘알파’는 안 좋은 쪽으로 엄청난 외양을 하고 있었다.
좋게 말하면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 나쁘게 말하면 꿈에 나올까 무서운 흉측한 괴물이다. 특히 보라색의 몸이나 다리사이의 엄청난 크기의 주포는 그렇다고 쳐도 목 윗부분의 생김새가 절로 혐오감이 생기는 외양이다.
“너 니가 눈깔문어 같이 생겼다고 얘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냐?”
[ 아닙니다!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이건 엄연히 ‘효율’을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눈깔문어라니 상처입니다!!! ]
아니..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타클의 머리는 보라색 구체에 거대한 눈알이 하나 달린 생김새. 그런데 ‘알파’역시도 축구공처럼 둥근 머리에 눈만 달려있다. 타클과 다른 점이라면 알파는 작은 눈이 수 십 개인데 타클은 한 개라는 차이다.
[ 알다시피 알파에게는 주인님의 공간인지가 주어질 겁니다! 이건 오감을 뛰어넘는 감지능력인지라 솔직히 말해 청각 후각 같은 다른 감각은 필요가 없어집니다. ]
“그럼 왜 시각에만 이렇게 집중시켜놓은 건데? 나도 눈 없어도 공간인지로 잘만 돌아 다녔는데 너 진짜 약 파는 거 아니냐!?”
[ 약을 팔다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이거 좋은 데 진짜 좋은데 뭐라 말을 못 하겠네, 에잇! ]
키에엑!
타클이 손(?)을 튀기자 알파의 앞으로 단검을 들고 괴성을 질러대는 고블린 한 마리가 등장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10분 전이라면 모를까. 난 이 심상 세계에서 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신과 같은 힘을 지녔다.
“뭐야 너 지금 무력 시위하는 거냐?”
[ 에엑! 아닙니다! 사용자님 일단 그 주먹부터 내리시고.. 자자 잘 들어 보십시오! 이건 임상실험을 위한 준비입니다! ]
노려보며 말하자 타클이 손사레를 치며 이유를 설명했다.
“임상실험?”
[ 그렇습니다! 사용자님께서 저 외형의 쓸모를 잘 모르시는 것 같으니 직접 체험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사용자님 이곳에서 나가시면 알파나 앞으로 만들 변이생물들을 조종해 봐야 할 텐데 미리 경험을 쌓으면 아주 좋지 않겠습니까! ]
“그렇긴 한데.. 어떻게 하자는 거냐?”
내가 관심을 보이자 타클은 문어다리를 들어 삐질 땀을 훔치고는 하나 밖에 없는 눈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머릿속으로 알파를 떠올리시면서 ‘조종’하겠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미지가 중요한 겁니다 이미지가! ]
흐음.. 이미지라.. 알파의 동그란 문어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파를 움직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알파의 머리통이 점차 가까워지며 내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환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껌뻑- 껌뻑-
뭐..뭐야 묘하게 키가 작아진 것 같은..!
-그루우..
분명 말을 했는데 입에서는 기묘한 소리만 흘러나온다. 이건 성대를 움직여 소리를 낸 것 보다는 안에서 울리는 것 같은 전혀 다른 원리의 발성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손을 내려다봤다. 보라색의 작은 손가락과 손목이 보인다. 메마르고 거친 피부결의 손이다.
-알파의 성능이 어떠십니까! 사용자님!?-
귀가 없다고 했던가? 내가 의사소통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텔레파시의 방식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라 판단되는 위쪽을 쳐다보니 눈깔문어 한 마리가 눈웃음을 지으며 둥둥 떠다니는 게 보인다.
그래 ‘보인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게 단순히 ‘보는’거란 말인가? 공간 인지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타클의 정면 모습뿐만 아니라 그 뒤통수와 양 옆의 모습까지 다방면의 각도에서 쳐다보는 것 같았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거미나 잠자리 같은 곤충들에게는 수많은 눈이 존재합니다. 그것들이 모두 같은 역할을 하지는 않으나 분명 감각기관으로의 이점이 있기에 그런 형태를 취하는 것이지요. 알파의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효효효!-
잘난 척 하는 타클의 괴상한 웃음소리는 듣기 싫었지만 확실히 눈이 여러 개 달려서 좋은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풍부한 시각효과라니..! 여기에 공간인지까지 적용시킨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느 정도 몸에 익숙해지셨으니 전투 체험을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
전투체험?
그루우?
-제가 측정한 알파의 전투력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하위개체 고블린 정도는 압살이 가능합니다만.. 그래도 사용자님은 초심자시니! -
투욱.
허공에 단검 하나가 생성되고 나는 반사적으로 단검을 받았다. 그런데 이 단검으로 저기 저 앞에서 키에엑 거리고 있는 괴물을 잡으라고?
- 준비하시고 시작! -
키에엑!!
내가 뭐라고 말을 잇기도 전에 고블린이 괴성과 함께 그 자리에서 도약했다. 작은 키와 덩치를 가지고 있는 고블린이지만 저런 소인형의 신체 조건으로도 마물의 숲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작지만 충분히 위협적이다!
이렇게 갑자기 전투 시작이라고!?
순식간에 주춤거리고 있는 내 쪽으로 접근하는 고블린의 붉은 눈에는 살기가 줄줄 흘렀다.
휘익-! 내 급소를 노리고 빠르게 휘둘러지는 단검의 날. 고블린의 눈동자, 손가락이 움직이는 모양새, 근육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이 정지화면처럼 정확히 보였다.
이크..!
구로..!
옆으로 한 두 걸음 움직이는 것으로 단검의 경로를 피해낸다. 운으로 피한 것인가? 아니면 보고 피한 것인가? 확실한 것은 고블린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보이며 예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눈썰미가 좋다 라기 보단 알파의 신체 효과였다.
키에엑!!
휘익! 휘익!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피했다는 것에 흥분한 고블린 놈이 앞 뒤 가리지 않고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따로 검술을 전문적으로 익힌 상대가 아니라면 이런 마구잡이식의 공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간인지-!
난 검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나 무재가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스킬빨과 이 눈깔빨이 있다 이 말씀이다!
휘------익----
달인의 경지에 달하면 혹은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하면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천천히 보인다고 했던가? 공간인지를 사용한 순간 고블린의 움직임이 마치 슬로우 모션을 킨 것처럼 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투욱.
나까지도 느려지기는 했으나 앞으로 짓쳐드는 상대를 피하고 그 등을 살짝 칠 정도의 이동은 가능했다.
퍼억-! 홱! 키엑..!
넘어진 녀석이 분한 지 고개를 돌리며 노려본다.
하하.. 이건 뭐랄까? 상대는 분명 단검을 들고 있는 괴물인데. 솔직히 말해 가소롭다.
난 이 세계에 떨어지고 단 한 번도 직접적인 전투란 것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경험이 없다고 하면 그건 아니다. 엘로아와 감각 공유를 통해 엘로아가 하는 수련. 전투. 위기 그 모든 것을 간접 체험 했다.
심지어는 적의 목을 따고 피륙에 단검을 박는 등의 경험까지 말이다.
내가 든 단검을 슬쩍 훔쳐봤다. 그리고 다시 덤벼들려고 일어서는 고블린을 보았다. 첫 전투임에 분명한데 떨리거나 두렵기보다는.. 그래.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타앗! 키에엑..!
몸을 띄운 녀석. 그 점프력은 단검을 들어 내 머리 위로 내려찍기까지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그러고 보니. 알파의 오른팔에 형태 변형을 이식했던가?
형태변형- 슈우우욱!
단검을 쥐고 있던 팔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며 채찍과 같이 공중에 떠있던 고블린의 옆구리를 후려친다.
-푸욱! 손끝으로 느껴지는 무언가를 꿰뚫었다는 감각.
키에엑!!
푹! 푹!
녀석은 내 단검에 꿰뚫린 상태에서도 잡고 있는 팔을 떨쳐내려 단검을 든 손으로 내가 빙의하고 있는 알파의 팔을 손으로 잡고 단검을 찔러댔다. 순간 고통이 오는 것은 아닌가. 철렁하며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이 몸에는 고통이라는 감각이 없는 것처럼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이 자식이..!
순간 나를 당황시켰다는 것에 화가나.
-퍼걱! 키레엑..!
녀석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척 보기에도 강한 충격을 받아 힘 빠진 비명을 지르는 녀석.
-쑤우욱!
형태변형을 되돌려 팔을 축소시키니 손에 든 단검에 묻은 녹색살점과 핏자국이 보인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상처부위를 움켜잡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고블린의 모습 역시도 보였다.
이거 분명 가상의 홀로그램 같은 거라고 하지 않았나? 피를 토해내고 죽어가는 고블린의 모습이 진짜와 다름없다.
키르륵.. 잠시 후 고블린의 움직임이 멈추고 그 육신이 빛으로 화해 사라진다. 전투의 흔적을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든 단검과 고블린이 있던 자리의 핏자국밖에는 없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찌르고 죽였는데 구토감이 올라온다거나 어지러운 증상은 없다. 그렇다고해서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괴물인 촉수가 되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피륙으로 된 무언가를 찔러서 죽였다고 징징거리기에는 그동안 겪어온 것들이 내 멘탈을 너무나 강하게 만들었다.
[ 어떻습니까? 알파의 전투능력이? ]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자 타클이 다가오며 물었다.
당연히 만족이다 외형은 어떨지 몰라도 시각 능력과 공간인지 거기에 더해 형태변형을 사용한 공격기까지 본판인 고블린을 소재로 사용하였지만 본판인 고블린과의 전투 능력이 수 배는 차이난다.
매우 강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효율적인 면에서 아주 좋다.
이 모든 것을 타클에게 말하자
[ 우효효! 그것 외에도 몇 가지 알려드릴 능력이 있습니다. 먼저 아까 홀로그램에게 다친 부분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
다친 부분.. 그러고 보니 고블린을 형태변형으로 공격했을 때 단검에 몇 번이고 찔린 팔부분이 있다. 빙의했었던 알파를 보니 팔 한 쪽에 상처가 있고 그 곳에서 알파의 혈액으로 추정되는 보라색의 진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쑤욱.
그 때 타클의 촉수 한 가닥이 늘어나 알파의 상처부위를 감싸고 10초가량이 지난 뒤 떼자
“..상처가 없잖아?”
[ 이것은 재생 능력 입니다! ‘알파’가 가진 능력이 아닌 사용자님 고유의 능력이지요. ]
“내 능력이라고?”
[ 혹시 사용자님이나 혹은 숙주가 다쳤을 때 자동으로 치료된 적이 없으십니까? ]
내가 다쳤을 때.. 흐음 모르겠다. 개미에게 물린 적이 있긴 했는데.. 곧바로 엘로아에게 기생했으니까. 잠깐, 엘로아? 그러고 보니 첫 번 째 흡식을 사용했을 때 엘로아의 위장이 파열되고 양분 흡수와 동시에 내장을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본 기억이 있다.
그 때에 한해서 재생이란 것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타클은 재생이 내 기본능력인 것 마냥 말하고 있지 않는가?
“나에게 재생 능력이 있다는 거야? 답답하게 하지 말고 본론만 말 해!”
[ 워워.. 맞습니다! 사용자님 자체에 재생 능력이 있습니다. 사소한 상처는 쉽게 회복 하실 수 있으시고 깊은 상처에는 양분 포인트가 소모되지만.. 그것 역시도 시간만 있다면 회복 하실 수 있습니다! 우효! ]
“호오..!”
좋은 걸 알았다. 알고 보니 나 완전 힐러 였잖아.
“그 능력은 어떻게 발동 하는 건데? 따로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지입니다. 동물이 숨을 쉴 때 구조와 원리를 생각하면서 쉽니까? 자연스레 호흡하지 않습니까? 아까 전 형태변형이나 공간인지를 사용하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님은 스킬을 발동시킨다 했지만 이미 머릿속으로 어떤 식으로 발휘될지 ‘이미지’하시지 않았습니까? ]
흐음..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이해된 것은 아니었으나.. 재생을 어떻게 사용해야 될지에 대한 윤곽은 잡힌다. 그냥 눈깔문어였는지 알았는데 이 녀석 생각 외로 좋은 정보를 많이 알려준다.
[ 생각 같아서는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사용자님께 임상실험을 하며 알려드리고 싶으나.. 여유가 없습니다. 이미 사용자님이 기생하고 있는 숙주의 출산이 시작되었습니다! ]
뭐 출산?! 잠깐 그러고 보니 아까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보았다. 그것은 분명 고블린을 알파로 개조시키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단순히 개조로 끝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엘로아는 고블린 한 마리를 통째로 자궁으로 집어삼켰고.. 새가 물어다 줄 리는 없으니 알파는 생산 될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이 설마 숙주가 직접 낳는 다는 출산이었단 말인가?
“취소! 취소시킬 수는 없는 거야!?”
[ 이미 뱃속에서 형성이 다 되었는데 삭제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사용자님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막 태어난 알파는 누군가의 명령이 없으면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숙주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
“나가는 방법! 빨리 날 내보내줘!”
[ 스킬 명을 떠올리는 것처럼 ‘연구소에서 나간다’라고 연상하십시오! ]
‘연구소에서 나간다‘ 그 문장을 연상시키자마자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며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흐릿해진 의식으로.
[ 사용자님의 재방문을 기대 하겠습니다 우효! 우효효효!! ]
타클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음에 온다면 이런 중요한 사실을 처음부터 말하지 않은 저 녀석을 패주리라..
[ 공간인지 Lv. 50 스킬이 발동 합니다 ]
이제는 오감보다도 더욱 익숙한 기생촉수 특유의 감각이 발동 되고 주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자로 뻗어 완전히 망신창이가 된 모습의 엘로아와 방금 전까지 주무르고 만지고 했던 알파로 추정되는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다리사이의 물건을 빳빳하게 세우고 한 걸음씩 다가오는 모습이 무슨 의도인지 뻔히 보인다. 젠장! 니가 내가 만들어낸 창조물이라고 해도 내가 거하고 있는 숙주를 범하는 것을 허락할 것 같으냐!
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형태 변형을 하여 엘로아의 그 곳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알파. 멈춰라.-
의사소통을 사용하면 말을 들을까. 다행히도 다가오던 자세 그대로 멈춰서는 녀석이 보인다. 하아.. 당장의 일을 해결하고 나니 엘로아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히으에...헤헤..”
눈이 돌아간 상태로 광기마저 엿보이는 낮은 웃음을 흘리고 있는 망가진 얼굴을 보고 있자니 출산으로 겪었을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조금은 상상이 간다. 그러고 보면 자동조종으로 처녀막이 뚫리자마자 엘로아는 출산을 한 것인가?
그것도 태아라고 하기엔 저렇게 큰 녀석을? 수박이라도 들어갈 것처럼 벌려져 있는 엘로아의 구멍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우에도 재생이 통할까?
[ 숙주를 재생 시킵니다! ]
재생은 단순히 상처를 치료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몸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효과도 있는 것인지.
꽈악. 얼마 지나지 않아 다물어진 엘로아의 입구가 나와 있는 내 몸을 조였다. 그 조임을 느끼며 다시 자궁 안으로 돌아가자 방금 전 출산을 한 성기라고는 믿을 수 없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 균열의 모양이 보인다.
다만 처녀막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재생으로는 어쩔 수 없었나?
-알파, 들어라. -
구르!
나의 명령에 대답한 알파가 팔을 변형시켜 엘로아의 몸을 들어 올렸다. 이대로 한가롭게 있기엔 마물의 숲은 너무나 위험한 곳. 일단 안전한데로 피한 뒤.. 마을로 돌아갈 생각을 해야겠다.
[작품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