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촉수가 되었다-17화 (17/266)

고블린과의 교배? 땡 틀렸습니다! 고블린 따위와는 성교하지 않습니다. 뱃속에서 키워서(?) 먹지요! 17회

[ 엘로아 이종출산 편(3) 설명충 주의 ]

하얀색의 공간 이었다. 공간의 형태를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겨우 성인 한명이 누울 것 같은 1평 정도의 정육면체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아주 오랜만에 나는 내 몸으로 움직인다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내 눈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볼 수 있다. 혹시 신체가 돌아온 것일까 시선을 내려 보니 몸이 보이지 않는다. 아 그래.. 눈으로 보는 감각만 돌아온 것이구나.

그러고 보니 여긴 어디일까? 난데없이 이런 알 수 없는 공간에 내던져졌지만 이제는 뭐 놀랍지도 않다. 사람이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으면 심줄이 단단해지는 법이다.

꿈틀.. 꿈틀..

아.. 취소. 이건 좀 놀랍다.

꿈틀.. 꿈틀...

아니 놀라운 정도가 아니라 공포스럽다. 생각해봐라 당신이 하얀색의 독방에 갖혀있고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눈만 뜨고 있는데 갑자기 그 방 한가운데에서 보라색의 덩어리가 들끓으며..

번뜩-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축구공만한 크기의 원형의 보라색이 자기 몸집만한 눈을 가지고 나를 똑바로 주시하고 있다. 예전에 했던 게임 중에서 이런 생김새의 보라색 문어 괴물이 있었는데 현실 버전으로 보니 촉수 따위보다 기괴하고 무섭다.

스으윽.. 그런데 왜 나한테 다가오는 거냐? 제발 꿈이라면 깨줘.

[ 안녕하십니까! 사용자님? ]

보라문어 혹은 문어눈깔 녀석은 신사처럼 자신의 촉수다리로 머리를 쓱쓱 하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대답을 해주고 싶은데 난 목소리가 안 나와서..

“어, 아? 뭐야.. 목소리가 나오잖아?”

[ 이 공간은 가상의.. 공간.. 즉 사용자님의 심상 속이기에 연상만 똑바로 하신다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

“뭔 소린 진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가 말도하고 별 거 다 할 수 있다는 거네?”

[ 그렇습니다! 이해가 빠르시군요. ]

하하 눈깔 문어한테 칭찬받아봐야 기분 하나도 안 좋다.

“그래서.. 여기가 내 꿈속이나 내가 미친 것이 아니라면 여긴 어디고 넌 누군데?”

숨 쉴 틈도 없이 본론부터 말했다. 눈깔문어 녀석은 10개 정도 되 보이는 촉수다리를 살랑거리더니 두 팔을 벌린 것 같은 자세로 말했다.

[ 이곳은 사용자님의 연구/개발을 원활히 하기 위한 임상실험의 공간 생물 연구소 입니다! 저는 그 개발 도우미 ‘텐타클 박사’라고 합니다! 우효효 잘 부탁드립니다! 사용자님! ]

“아 그래 그렇구나.”

[ 예엡! 그런 거지요 우효효! ]

덥썩- 이야 역시 내 상상 공간이라 그런가? 팔을 상상하니까 바로 되네!

[ 저..저기 사용자님? ]

“뭐가.. 그런 거지요야? 너 잘 만났다!”

휘익- 퍼억!

[ 꾸오옷! 아픕니다! 아퍼요! ]

퍼억-! 퍼억-!

인정사정없이 녀석의 눈깔을 후려 팬다. 녀석이 나보다 강하다거나 혹은 징그럽게 생겼다거나 그런 건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치밀어 오르는 화에 뭐라도 패주지 않으면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뭐가 텐타클이냐 뭐가 촉수고 뭐가..! 제기랄!! 그 개 같은 여자 잘 살고 있던 사람을..!”

난데없이 이 세계에 떨어져 촉수가 되고 퀘스트란 명목 아래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받았다. 매초 매시간 순간마다 이런 이[異]세계에서 촉수 같은 몸으로 아무도 모르게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스트레스..!

그럼에도 누구하나에게 따져 물을 수도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돌려놔! 나를 원래 세계로 돌려놔! 인간으로 돌려 놓으라고오오!!!”

퍼억-! 퍼억!

[ 제..제발! 저에겐 권한이 없습니다.. 저는 오직 연구와 관련된 것만 알고 있는 그런 이유로 태어난 생명체입니다! 믿어주세요! 제가 죽으면 사용자님은 ‘인간’으로 돌아가실 수 없습니다! ]

뚝. 휘둘러지던 손을 멈췄다.

“그게 무슨 소리냐..? 아는 대로 말해!”

[ 저는 오로지 생물연구소를 운영/도우미 목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이기에 사용자님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는 방법은 모르나.. 이 생물연구소의 무한한 기술을 이용하여 사용자님을 인간으로 돌아가게 할 수는 있습니다! ]

주먹을 겨누며 협박조의 목소리로 말하자 녀석이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생물 연구소의 상위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만약 제가 사용자님에게 맞아 죽는다면 기술 개발을 하실 수가 없으실 겁니다! 그러니 제발! ]

이 녀석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거부감이 들 정도로 괴상한 생김새를 가진 생명체인데? 나는 뚫어져라 텐타클 박사.. 눈깔문어를 보았다. 눈이 붓고 그 큰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쭈그려 있는 모습이 측은감을 불러일으키긴 한다.

하지만 그 뿐 냉정하게 생각하자. 이 녀석이 없으면 나갈 방법을 모르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난 이 공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저 녀석은 대충 아는 것 같고 결과적으로 저 녀석의 협조를 받아야 하긴 하는데..

“잠깐!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건 엘로아는.. 숙주는 어떻게 된 거지?!”

[ 이곳은 사용자님의 심상세계입니다. 원래 있던 장소에는 아마 그대로 있을 겁니다! 사용자님의 몸 역시도 말이죠! ]

“그럼 그 상태 그대로..”

엘로아의 마지막 모습은 고블린을 배에 담고 완전히 기절해서 드러누운 상태였다. 있던 장소가 마물의 숲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도 코가 베이는 정도가 아니라 목이 날아가는 곳이 이 숲인데 거기에 무방비 만삭배인 상태로 기절해 있다면..

“위험한 거 아니야?”

[ 확실히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괜찮습니다! 이걸 보시죠 사용자님! ]

보긴 뭘 보라는...

삐익-!

파앗-

눈깔문어가 허공의 한 부분을 누르자 하얀 방의 한 벽면 가득히 거대한 화면이 나타났다. 마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랑 느낌이 비슷한데 그것은 둘째 치고 거기에 담긴 모습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끼기긱!

듣기 싫은 이빨 가는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그것은 렙터 한 마리, 나무와 나무 사이를 통과하며 코를 땅에 비비던 녀석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어딘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한다. 화면은 렙터의 뒤를 쫓는다.

-끼이익!!

갑자기 달려가며 환호를 하는 녀석, 대체 뭘 보고 저러는 걸까란 궁금증이 생기자 화면이 렙터를 지나쳐 앞 쪽을 비춘다.

그 곳에 있는 것은 배를 부풀린 개구리.. 아니 만삭이 된 채 기절해 있는 엘로아였다.

-끼기긱!!

“x발! 저거 어떻게 해!?”

무방비하게 쓰러져 있는 엘로아에게 미친 듯이 달려가는 녀석을 보고 내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엘로아의 정령술과 활솜씨라면 렙터 한 마리쯤이야 눈을 감고도 쓰러트릴 수 있지만 저렇게 누워 있대서야 그냥 먹기 좋은 밥에 불과하다.

엘로아가 죽은 다음에는 당연히 뱃속에 있을 나 역시도 끝장이고.

-촤아악!!

휘릭! 끼에엑!!

그 순간 이변이 나타났다. 엘로아의 배가 움찔하며 다리와 다리사이에서 기다란 보라색 촉수가 솟아나와 렙터의 몸체를 후려쳤다.

정확한 위력을 알 수 없으나 들어왔다 다시 다리사이로 사라지는 속도가 빗살과 같아 얻어맞은 렙터가 화들짝 놀라 도망치는 것이 보인다.

[ 보다시피 생물 연구소에 입장 해 계실 땐 자동방어가 작동하니 잔챙이 정도는 걱정 없습니다. 우효효! ]

“대..단 하네. 하아..”

세상에는 이상한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 역시도.. 한숨을 참을 수 없었다. 원래 세계에 대한 향수가 더욱 심해진다.

“됐고 아까 말했던 인간이 되는 법 그거나 설명해.”

[ 방법 자체는 단순합니다. 많은 생물 샘플을 연구/개발 하고 상위 샘플을 얻어 사용자님의 육체를 구성하는 방법이지요! ]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습니다! 마침 실험용 샘플도 있으니 직접 보시지요! ]

꾸물꾸물..

눈깔문어의 촉수 한 가닥이 갑자기 거대화 되었다. 혹시 두들겨 맞은 것에 대해 복수를 하려는 것인가 싶어 긴장하고 있을 때 촉수 가닥에서 한 물체가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이거 고블린 이잖아?

[ 일어나라! 샘플코드: 고블린 01 ]

스윽-

눈깔문어의 명령에 고블린이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정면을 보고 똑바로 선채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 이 샘플을 한 번 집중해서 보시겠습니까? 요령은 스킬을 사용하실 때 혹은 상태창을 떠올리실 때와 같습니다. ]

눈깔문어의 말을 듣는 것 자체는 기분이 나쁘나 별 수 없기에 나는 ‘샘플’이라 칭해진 고블린 녀석을 뚫어져라 보았다.

띠링!

그러자 하나의 홀로그램 창이 나타난다.

[ 샘플 코드 : 고블린 01 ]

*종족: 아인종 - 고블린

*개조 시 능력치 : [근력] 1~10 [민첩] 1~ 15 [마력] 1~5 [행운] 1~20

*보유 능력 : 단검술(고블린) 이종 번식(고블린) 약물 제조(고블린)

*개조/추출 : 가능

“이것은..?”

[ 지금 보고 계신 건 흡수한 샘플의 정보 창입니다! ]

“설마 엘로아.. 그러니까 숙주의 뱃속에 들어간 고블린이냐 이거?”

[ 정확히는 조사한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님의 심상 세계에 구현화 시킨 모습입니다! 우효! ]

눈깔문어의 말을 흘러 들으며 고블린을 만져봤다 마치 나무껍질을 만진 것처럼 거친 피부가 느껴진다. 코를 건들거나 얼굴을 쳐도 녀석의 눈동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인간과는 다른 무언가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 이런 녀석이 엘로아의 자궁 안으로 들어갔다고?

“샘플 정보 창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

[ 좋습니다! 일단 샘플 코드 고블린 01 이건 다른 동일 샘플.. 다른 고블린과 구별하기 위해 붙은 코드명입니다. 사용자님이 수정할 수 있습니다! ]

[ 종족은 보시는 대로이고 개조 시 능력치의 물결 표시가 보일 겁니다. 왼쪽에 있는 수치가 최소 수치이고 오른쪽의 수치가 최대 수치입니다. 만약 이 고블린을 개조해서 개조물로 만들 시 붙는 능력치의 범위 입니다! ]

[ 보유 능력은 이 고블린 개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능력을 추출하면 다른 개조 대상에게 추가 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조/ 추출 가능은 대상의 조사가 완료되어 개조와 추출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블린이 하위 개체였기에 조사가 쉬웠습니다만.. 고위급의 종족 일수록 조사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

정리하자면.. 숙주가 집어삼킨 대상을 개조하여 부하로 만들 수 있다. 또한 그 대상이 가지고 있던 종족적 특성이나 능력을 추출해서 저장하거나 다른 대상을 개조할 때 능력을 부여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 또한 개조의 결과물을 생물 연구소에서 저장할 수도 있으며 양분 포인트를 소모하면 언제든지 숙주를 통해 생산이 가능합니다! 더욱 더 많은 샘플들의 능력을 추출하고 계속해서 강한 개조물들을 만들다 보면.. 이해가 되십니까? ]

“무슨 느낌인지 알겠네.. 왜 생물 연구소라는 이름이 붙는 건지도.. 눈깔 문.. 텐타클 박사 너는 지금 이 시스템을 이용해서 내 신체를 만들라는 거냐?”

[ 그렇습니다! 지금 흡수한 하위개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만 앞으로 더욱 뛰어난 상위개체를 흡수하고 개조하다보면 사용자님이 원하는 신체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우효효효!! ]

내 신체를 내가 만든다.. 표면상으론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완성된 그것이 어디 인간일까? 수많은 종족에서 추출해 낸 생물에 대한 정보로 촉수의 기술로 인간을 만든다라.. 어딘가의 매드사이언티스트도 아니고.

그런데 거절할 수가 없다. 이것이 최선이라고 느껴진다.

“좋아.. 도우미라고 했지? 그럼 나를 도와줘 인간인 내 몸을 만들 때까지.”

[ 물론 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시더라도 저는 오직 사용자님을 돕기 위해 태어난 몸! 자자 그럼 그 첫 걸음입니다. ]

-스윽.

촉수가 고블린의 몸을 감고 내 쪽으로 내밀었다.

[ 개조를 시작 해봅시다! ]

고블린의 몸이 파란색 영역으로 감싸인다.

띠링!

[ 샘플코드 : 고블린 01을 개조하시겠습니까? Yes / No ]

Yes를 누른 순간 고블린의 발 끝 손끝에서부터 보라색으로의 변색이 시작된다. 잠시 후 완전히 보라색의 몸체로 변모한 고블린 01의 몸 곳곳 위로 작은 홀로그램 창이 생성 되었다.

[ 약물 제조 : 성기 ]

[ 형태 변형 : 전신적용 ]

[ 이종 번식 : 성기 ]

[ 단검술 : 손 ]

각 부위에 적용 할 수 있는 능력인 것 같았다. 단검술이 손이라던가 이종 번식이 성기인 것을 보면 각 능력과 연관이 있는 것인 것 같은데.. 약물 제조가 성기에 있는 것은 왜 인지.. 설마 성기로 약물을 발싸 한다던가..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 마지막으로 '생산'을 누르시면 작업이 시작 됩니다! 사용자님! ]

띠릭! 약간의 망설임 끝에 생산을 손으로 터치하자.

[ 퀘스트 보너스로 첫 번 째 생산 비용이 제외 됩니다! ]

[ 샘플 코드 고블린 01의 개조를 시작합니다. ]

[ 1%.. 3%.. - 완료/생산까지 앞으로..(9분 58초)- ]

뭔가가 시작 되었다.

[작품후기]

Housecarl 님 쿠폰 10장 감사합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이름이 안나오는 쿠폰? 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ㅎㅎ 그리고 저도 보테배 좋아합니다! unbirth..를 아시다니!

이번편은 개조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편이기에 썼습니다. 본방 들어가기 전 '1분 후 공개됩니다 같은 느낌이랄까요!'

타클이는 착한 문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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