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 댓글 선작 추천 너무나도 감사하고 몸둘바를 모르겠는 작가 입니다! 6회
첫 타겟은 엘프마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세실리아는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실피를 보며 물었다.
정령에게 들어 알고 있다. 마을에 잔류하던 숲지기들이 황급하게 움직이고 어린 엘프들과 조를 짜 나갔던 이들이 빠르게 돌아왔다. 그 중에서도 실피는 핏덩어리나 다름없는 엘프를 업고 들어왔다 하였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세실리아님.”
“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랍니다. 그저 마을의 엘프들을 모두 제 자식처럼 생각하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한 것뿐입니다. 실피.”
세실리아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숲지기 실피는 조금 어두운 낯빛으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사냥 실습조를 나갔고.. 저희 조는 델피아, 레나.. 그리고 엘로아가 속해있었습니다. 숲을 정찰 중에 사냥감으로 사슴을 발견했는데.. 엘로아가 화살로 사슴을 겨냥하고 맞췄습니다. 두 말 할 필요 없이 깔끔한 솜씨였죠.”
“그렇군요.. 엘로아는 순수하면서도 성실한 면이 있으니까요.”
세실리아의 말에 실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에게 의식을 가르치고 의식을 행한 후 엘로아에게 실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니 먼저 마을로 돌아가라 일렀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처음으로 생명을 뺏은 존재이기에 조금 더 의식을 치루고 싶다 하더군요... 그 때 혼자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럼 업고 들어온 아이는.. 엘로아군요?”
“네.. 뒤늦게 흘러나온 혈향에 장소에 가보니..”
말을 하던 실피가 표정을 찡그러트렸다. 그 때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아무래도 짐승이 습격한 것 같았습니다. 사냥했던 사슴은 가죽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내부가 비어있었고 그것은 분명 짐승의 송곳니로 파헤친 흔적이었습니다. 근처에 피가 묻은 단검이 떨어져 있던 걸로 보아 엘로아가 그 짐승과 대치했던 것 같습니다.”
“엘로아는.. 그 아이는 많이 다쳤나요?”
“처음 발견했을 때는 피에 젖어있어.. 크게 다친 줄 알았지만 다행히 외상은 없었습니다. 정확한 것은 다시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기절한 것 말고는 문제는 없는 듯해서..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정말..”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올린 세실리아는 맑고 푸른 눈으로 실피를 보며 말했다.
“힘드시겠지만.. 그 주변을 다른 숲지기 분들과 탐색해주세요. 혹시 그 짐승이 다시 마을 근처를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결하겠습니다. 세실리아님.”
실피가 방을 나섰고 세실리아는 다시 제단 위에 있는 나무뿌리 의자에 앉아 두 눈을 감았다. 평소라면 들려올 자연의 소리가 심란한 심상 때문인지 흐릿하게만 들린다.
“흐윽.. 엘로아아!”
덥썩-
“우으-! 숨 막혀 레나!”
“그치만.. 그치만..”
엘로아는 자신의 품안에 뛰어든 레나의 머리맡을 연신 쓰다듬으며 달래기 바빴다. 분명 큰 일을 당했다는 건 자신이라고 들었는데 울고불고 하는 것은 레나가 더 난리다.
“푸흡! 엘로아 바-보야? 기도하다가 또 졸아버린 거 아닐까?”
“뭣!?”
장난스러운 어조가 굳이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델피아임을 알 수 있었다. 괜찮으냐며 눈물까지 짜내는 레나와는 다르게 델피아는 이런 상황에서도 놀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열을 내려던 엘로아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놀리는 것 치고는.. 가장 먼저 병문안을 왔잖아?’
분명 걱정했으니까 한 걸음에 달려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델피아의 장난스러움이 귀엽게 보였다.
“그래도.. 와줘서 고마워 델피아!”
“칫, 바..바보네 정말.”
재미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면서도 그 볼은 부끄러운 듯 붉어져있다. 거기에 강아지 꼬리처럼 흔들리는 양갈래 머리까지.. 평소 델피아에게 당하는 역할만하던 엘로아는 ‘호오’하며 델피아를 놀리고 싶어졌다.
“엘로아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거야? 응?”
하지만 레나의 물기어린 물음이 막았다. ‘어디 다친데는’ 없냐는 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많이들은 말이다. 치료사인 숲지기님도 그리고 직접 찾아온 실피 언니와 세실리아님도 그렇고 모두 입을 모아 같은 말을 했다.
사실 엘로아는 자신이 무엇에 습격을 당했으며 또 무슨 행동을 취했는지 그 어느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지막 기억은 의식의 기도를 하던 것에서 멈춰 있었다. 마을 사람들 말로는 핏덩어리가 되어서 업혀 왔다고 하는데 눈을 떴을 때는 누군가 씻겨준 것인지 더러움 하나 없는 뽀송뽀송함과 깨끗한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들 왜 걱정하는지 모를 정돈 걸? 나 완전 괜찮아! 오히려 자고 일어나서 개운한 걸?”
“휴우 다행이다..”
레나는 눈물을 훔치며 생긋 웃었다.
와아아-!!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각자의 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운동장을 달리는 선수들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인 것처럼 서로 질세라 더욱 크게 목청을 높인다.
후욱.. 후욱..
미친 듯이 달렸다. 공을 잡고 있기에 적 팀 수비수들이 들소 떼처럼 쫓아오며 몸을 부딪친다. 나름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부를 했기에 공을 모는 데에는 재주가 있었다. 앞으로 3초 정도 정말로 힘들지만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골문 앞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어엇!?”
한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이제 남은 것은 골키퍼 한 명 뿐 잔뜩 긴장한 채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어디로 찰까? 오른쪽? 왼쪽?
공을 차기 위해 발을 들어올린 순간.
털썩-
뭐야..?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빠지고 그대로 넘어졌다. 다리가 없어진 감각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하반신을 돌아보니 발가락 끝에서부터 보랏빛으로 물들며 작아지기 시작했다.
“뭐..뭐야! 이거 왜 이래! 어... 엇!?”
꿈틀.. 꿈틀..
당황해서 외쳤지만 괴현상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졌다. 발가락 끝이 액체처럼 흐물거리며 그 형태가 일그러진다 점차 뭉쳐서 마치 촉수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꿈틀거리고 있다.
변하기 시작한 것은 하반신만이 아니었다. 손도 팔도 목 밑도 보이는 모든 곳이 보라색으로 물들며 형태가 촉수가닥과 같이 변한다.
“제발! 누가 좀 도와줘어!!”
목이 찢어져라 외치며 고개를 들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응원하던 사람들도 같이 축구를 뛰던 팀원들도 전부 텅 비어버렸다. 방금 전 까지 누군가 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운동장에는 나 혼자만 존재했다.
꿈틀- 꿈틀-!
아아.. 어느새 입고 있던 옷도 사라지고 몸은 작아지고 보라색의 덩어리로 바뀌어서 원래의 형태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갑자기 이렇게.. 괴물이 되어 버리는 거야?
[...언제는 인간이었다는 거야?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세상이 검은색의 도화지처럼 바뀐다.
[ 자세히 봐 네 모습이 ‘인간’인지.. ]
놀랍게도 나의 모습이 3인칭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좋게 말해 사람은커녕 동물이라고도 할 수 없는 보라색의 작은 애벌레 같은 모습.. 그저 그 자리에서 꿈틀 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물이 보인다.
저게 정말로 나란 말인가? 그럴 리 없다.. 나는 사람이다 사람인데..
어째서 저 흉측한 모습이 나라고 느껴지는 걸까?
[ 기억해 너는 인간이 아니야. 인간성을 지키고 싶겠지? 하지만 현실을 봐 너의 모습을 인정해! ]
목소리의 감정이 실려 있었다. 그제 서야 이 목소리를 누가 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어둠 속에 파묻혀서 내 근처에 서있는 그 인영.
긴 생머리의 황금비라 할 수 있는 굴곡진 몸매, 윤곽뿐이었지만 분명 미인일 것이다. 그녀에게서 보이는 색을 가진 부위는 오직 눈이었다. 보랏빛의 보석처럼 요사스러움이 느껴지는 두 눈동자. 그것을 보고 있자니 심신이 붕 뜨고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 그래.. 이리로 오렴.. 이리로.. ]
아아..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함이 날 사로잡는다..
파차창-!
[ 쳇, 그 가짜년이 또! ]
쩌저적-! 챙그랑-!
[ 뭐 좋아.. 기회는 다음에도 있으니까. 후훗! ]
세계가 깨져나가고.
으아아악-!
-꿈틀!
허억 뭐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 가수면 상태에서 해제 되었습니다! ]
[ 공간인식 Lv. 10이 발동 합니다! ]
메시지를 봄과 동시에 나는 내 상태를 깨달았다. 조용한 방, 침대위에 누워 있는 엘로아와 그 복부 한 가운데에 위치한 나의 모습. 그렇다 나는 촉수다.. 이 엘프소녀의 몸 속에 기생한 촉수. 허나 나는 인간이다.
대체 뭐였을까? 그러고 보니 정신을 잃기 직전 가수면 상태에 빠진다고 했었다. 설마 꿈을 꾼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방금 꾼 것은 길몽은 아님에 틀림없다. 꿈속에서 나타난 여자는.. 마치 어머니와 같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지만 동시에 불길한 무언가라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지금 끌리는 것도 마치 파리가 파리지옥에 이끌리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만약 그 상태로 꿈이 지속되었다면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으리라..
아! 꿈이 중요한 게 아니지..
엘로아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침대에 누워 있고 몸 전체를 공간인식으로 살피는 딱히 상처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데.. 거기다가 중요한 건 엘로아의 몸뿐만이 아니다! 엘프들이 나의 존재를 눈치 챘는가 하는 것인데.. 지금으로선 그 어느 것도 알 수 없다.
[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 퀘스트 : 훌륭한 기생촉수의 두 번 째 단계! ]
1. 흡식 스킬을 사용하여 영양분을 섭취하십시오!(완료)
2. 흡식 스킬로 얻은 영양분을 흡수하십시오!(완료)
(성공) 강제절정 Lv.1 스킬 획득
다행인 것은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것.. 물론 실패했으면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강제절정이라.. 새로운 스킬을 얻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났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흡식’스킬의 발현 형태를 떠올려보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마치 짐승처럼 생고기를 먹어치우던 엘로아는 짐승과 같았다. 엘프가 고기를.. 그것도 생고기를 입으로 물어뜯어먹다니..!
엘로아에게 당시의 기억이 남아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분명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내가 지켜본 엘로아는 순수하고 여린 아이인데.. 죄책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하지만 그 죄책감보다도 혹시 그로인해 내 존재가 들킨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자신이 더욱 역겹고 끔찍하다. 꿈 속 여인의 말이 떠오른다. 현실의 나는 이런 기생촉수에 불과한데 어딜 인간성을 지키려고 하느냐고..
그 말대로다 이렇게 하나하나 죄책감을 느껴서는 나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이세계에 있는 동안은 모든 것을 잊자.. 나는 인간이지만 돌아갈 때까지는 기생촉수로서 살아날 방법만 강구하는 것이다.
[ 강제절정 Lv.1 ]
- 현재 기생하고 있는 숙주의 성감을 최대로 올려 절정 상태로 만듭니다.
- 스킬에 적용당한 숙주는 일시적으로 ‘무력화’상태에 빠집니다.
이 스킬은 적나라했다. 흡식처럼 애매하게 해석될 여지도 없었다. 이건 그거다 오르가.. 여성이 쾌감의 극도에 달했을 때 표출되는 그것임에 틀림없다. 절정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고 ‘무력화’라는 상태이상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다른 사소한 이유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이걸 어디에 쓰냐는 것이다.
오직 현재 기생하고 있는 숙주에게만 적용된다고 나타나 있다. 차라리 상대방에게 걸 수 있는 스킬이었다면 강제절정마라도 돼서 유용하게 써먹었을 것이다.
기생한 숙주를 강제절정 시켜 무력화시킨다고 한들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
[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
[ 퀘스트 : 훌륭한 기생촉수의 세 번 째 단계! ]
1. 강제절정을 사용하십시오!
2. 숙주의 자위행위를 성사시키십시오!.
_성공 시: 양분상점 개방. 의사소통 개방.
_실패 시: 사망.( 2일 23시간 59분..)
와우! 퀘스트에 써먹겠죠!
그래.. 강제절정을 사용하라고? 그리고 자위행위? 강제절정까지 나온 마당에 저 자위행위라는 단어가 사전적인 의미의 자기위로 따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엘로아에게 ddr을 시키라는 것이겠지.
그런데 엘프도 자위를 했던가?
엘로아의 몸에 기생하여 근 한 달 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결과.. 자위라는 것을 하는 걸 못 봤다. 그와 비슷한 행위 역시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혹시 여자는 자위를 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 그것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상의 지식이지만 분명 여자도 성욕이 있고 심심찮게 자위를 한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엘프는 순수한 종족이기에 자위를 하지 않는 것 이다 라는 쪽으로 의견이 쏠린다. 앞이 막막하다 한 번도 자위를 해보지 못한 엘프에게 어떻게 자위를 시키는가?
사념유도로 자위를 시킨다? 안타깝게도 사념유도는 만능의 도구가 아니다. ‘당위성’이 필요하다. 적어도 엘로아가 아! 치고 싶다! 더하기 자위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퀘스트의 항목에는 강제절정을 사용하라는 내용이 이었다. 강제절정.. 내가 생각하는 강제절정이 맞다면 이 난관을 해결할 키 카드는 강제 절정 스킬이 틀림없다!
어느 정도 해결할 윤곽이 잡힌다. 남은 퀘스트 완료시간은 3일. 촉박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며 흡식 퀘스트 역시도 빠르게 진행시키지 못해 큰 위험을 당할 뻔 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하루’의 텀을 두기로 했다.
계획을 실행시킬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작품후기]
어떻게든 잘 넘어간 주인공. 흡식으로 얻은 양분은 분명 '아주아주' 중요한 곳에 쓰일 것 입니다! 그나저나 일일 2연재 지켜나갈 생각인데 주말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 주말에는 삼촌일하는 공사장 따라가서 노가다 알바를 뛰어야 하기 때문이죠! 저도 사람인 이상 생활비가 필요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