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촉수가 되었다-2화 (2/266)

독자님들 댓글 추천 달아주시는 거 너무나도 버겁고 힘들고 어렵고 토나오는 일이란 것 알지만 하나라도 달아주신다면 개처럼 짖겠습니다 멍멍! 2회

[ 자궁 기생 주의 ]

꿈틀- 꿈틀-

뭐..뭐야 내 몸이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도 매우 미세하고 정밀한 조작이다. 지렁이의 유연한 몸을 최대로 활용하며 소녀의 작은 균열 속 은밀한 살덩이들을 파헤치며 들어간다.

그리고.. 첫 번 째 난관이 등장했다! 불룩하게 뭉쳐져 있는 살덩이는 마치 중심을 기점으로 모여들어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공불락의 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걸까?

무언가의 조종을 받고 있는 듯한 내 실지렁이 육체가 대가리로 툭툭 건들자 살덩이가 움찔하더니 아주 작은 틈새를 내보였다.

쑤욱-! 그리고 망설임 없이 파고드는 이 몸!

꿀렁- 꿀렁-

아아 본격적으로 무언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거대한 살덩어리들이 나의 몸을 매만지며 얽혀 들어오기 시작했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수축하고 이완하기를 반복하는 살덩어리들은 짐승희 혀바닥처럼 날 탐욕스럽게 맛보며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꿈틀-

하지만 자동조종 당하는 나의 육체는 살덩이들의 간절한 손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구부렸다 피며 구불구불한 통로를 지나 그 틈새사이로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육체의 통제가 돌아왔다 느껴졌을 때.

내 몸이 위치한 곳 앞에 둥근 형태가 튀어나온 벽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처녀막을 지나고 그리고 그 통로를 거쳐 이 ‘벽’앞에 도착했을 것이다. 내가 여자의 몸인 것은 아니지만.. 갖고 있는 기본적인 성지식에 의하면 이 둥그스름하고 중간에 구멍이 하나 나있는 벽의 정체는...

자궁..의 입구.

아아.. 조종할 것이면 끝까지 조종할 것이지 왜 이 앞에서 몸의 통제권을 돌려주나이까..!

원래는 붉은 선홍빛을 띄고 있을 지도 모를 이 신체의 내부는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공간인식으로 보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회색을 하고 있다.

헌데 저 자궁의 입구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딱 그 부분만 보랏빛이다 그리고 저색의 경우 내가 이 몸이 되고나서 단 한 번 밖에 본적이 없다.

바로 퀘스트의 목적지를 가리키던 보라색의 화살표!

입구는 그 색과 완전한 동색을 띄고 있었다. 그 의미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보고 저기 안으로 들어가라는 이야기다.

세상에 사람이라면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아기 때나 저 곳에서 나왔을 것이지 완전히 자아를 갖춘 성인이 되어서 다시 자궁으로 회귀하다니!

꺼림칙하고 매우 죄를 짓는 기분이다. 이 신체의 주인인 소녀의 그 곳으로 내가 들어가도 된단 말인가?

하지만 이미 선택지는 정해져 있다. 저곳에 들어가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자동조종으로 어떻게 질벽들을 지나쳐 여기까지 왔다고해도 나는 내 의지로 저 꿀렁거리는 질벽들을 다시 뚫고 나갈 용기가 없다.

이 입구너머에 무슨 해답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쳐도 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에잇-!!!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그 머리부터 튀어나온 벽에 나있는 구멍에 집어넣었다. 매우 좁은 구멍이었지만.. 어떻게든 들어간다. 신기하게도 구멍이 들어올 수 있도록 안쪽에서 끌어당기는 느낌이다.

끄응- 어떻게든 들어왔다 어떻게든.. 그리고 그 내부의 공간은? 상당히 작다고 할 수 있는 크기였지만 내 실지렁이 같은 몸을 u자로 꺾어 누워있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띠링!

[ 대상 숙주의 신체에 접촉하였습니다...]

[ 기생하시겠습니까?.. ]

아아.. 이것 때문이었나. 기생촉수라는 것은 단순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나보다! 하필이면 기생하는 장소가 ‘이곳’이라고?

[ 0:30..29..28.. ]

이번에도 생각할 여유 따윈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시간초가 가기 시작했다.

그래 하자! 해버려! 이 실지렁이로 기생이라도 안하면 어떻게 살아가겠냐?!

이미 내 멘탈과 통상의 상식은 부셔져버렸다.

[ ‘자궁 기생’을 시작합니다..! ]

[ 육체의 변형이 일어납니다! ]

촤아악-!

갑자기 내 지렁이 육신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며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온몸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마치 식물에서 새로운 줄기가 피어나듯 사방으로 솟구친 미세한 촉수들은 이 작은 방의 벽면에 달라붙어.

[ 감각 촉수가 연결되었습니다. ]

[ 숙주와의 동기화 0%...20%...50%..100%! ]

[ 자궁기생 서브 항목을 실행 합니다! ]

-서브 항목-

[ 숙주 상태창 열람 ]

*종족: 엘프

*스킬: 엘프궁술(초급) Lv. 13 + 바람 정령술(초급) Lv. 5 + 엘프단검술(연습) Lv. 25

*능력치: [근력] 10 [민첩] 23 [마력] 19 [행운] 1

[ 현재 보유 양분: 0 point. ]

[ 숙주와의 감각공유 실행 on/off ]

[ 아직 개방되지 않은 항목입니다- ]

[ 아직 개방되지 않은 항목입니다- ]

....

오옷! 뭐냐 이 게임시스템 같은 화면은? 마치 거대 로봇의 조종석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내 몸에서 퍼져나간 작은 촉수 다발이 이 숙주.. 엘프소녀의 신체와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자궁기생이라더니.. 정말로 엘프소녀의 자궁과 한 몸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 능력치창이라는 것.. 종족에서부터 설마 내 능력창 일리는 없고. 이 숙주의 능력치창인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공간인지나 격동의 꿈틀거림 같은 지렁이용 스킬과는 다르게 엘프다운 스킬들이 존재한다.

다만 (초급)이나 (연습)이 붙여있는 걸로 봐선 그 수준이 높진 않은 모양이다.

혹 이런 상태창이 보인 다는 건 내가 이 숙주의 몸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있단 것인가?

바람 정령술!

엘프 궁술!

역시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발동하지 않는 스킬들.. 이 안에서도 공간인지 스킬을 사용할 수 있기에 엘프소녀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자고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능력치는 말 그대로 능력치일테고..

보유 양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왠지 모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숙주와의 감각공유 실행 on/ off 이건 버튼이 존재한다. 나에게만 인식되는 홀로그램창에 on. off를 실행할 수 있는 네모칸이 있다. 사실상 다른 것의 경우 정보를 전달해준다는 느낌에 불과했으나 이건 ‘뭔가’를 실행시킬 수 있는 기능이 부여되어 있다.

그런데 숙주와의 감각공유라니.. 내가 아는 감각이라는 것은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그런 감각들이다. 설마 숙주가 느끼는 감각을 공유한다는 것일까?

[ 숙주와의 감각 공유 실행 on- ... ]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본능적으로 on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

“우으음..”

나무에 기대 곤히 잠들어있던 소녀의 얼굴 위로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스쳐지나간다. 몇 번이고 뒤척이던 소녀는 이내 기지개를 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어딘가 멍한 기색으로 깜빡거린다. 소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주변을 살피고는 멍청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야.. 여긴?”

자다가 일어났기 때문일까? 머리에 돌덩어리도 앉은 듯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무겁기 그지없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나무가 가득한 숲 속이라는 것인데.. 사실 소녀에게 있어서 숲속이라는 것은 늘 보는 자기집이나 다름없다.

결국 특별한 것을 찾지 못한 소녀의 시선은 그대로 하늘로 향했다.

파랗게 게인 하늘.. 아직 밝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는 태양이 곧 모습을 감추려 서족으로 향하고 있다. 그것을 잠시 동안 지그시 바라보던 소녀의 얼굴에 점차 경악성이 차오른다. 태양을 본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고 또 왜 이 자리에서 자고 있었는 지 모든 것이 기억났다!

“나.. 나는 대체 얼마나 자 버린거얏!?”

분명 마을에서 나올 때만 해도 저 너머에 있던 해가 어느새 지려하고 있다. 마을 밖은 위험하기에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어린 엘프에겐 ‘통금’이란 것이 존재한다.

엘프소녀, 엘로아 역시도 75살 밖에(?) 먹지 않은 어린 엘프이기에 늦게 들어가면 당연히 혼난다!

‘아..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뛰어서 돌아가면 혼나진 않을 거야!’

엘로아는 기대어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나무둥치에 기대어 놓았던 자신의 활과 화살통을 챙겨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걸음을 떼 달려 나가려고 행동을 취하려던 순간..

두-근-

“아..?”

미약한 음성을 뱉으며 엘로아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조급함으로 가득했던 얼굴이 기이한 낯빛을 띄며 이어 불편한 듯 얼굴을 찌푸린다.

‘뭐지..? 아랫배에서 오한이..’

자신의 배 한 부분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엘로아는 그 부분을 보았다. 뭔가 몸에 알 수 없는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그것이 뭔지 알 수가 없는 찝찝한 기분이라고 할까.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야!”

하지만 급박하다는 생각에 엘로아는 자신이 느낀 그것을 별것 아닌 걸로 넘기며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

뭐.. 뭐냐? 대체 뭐가 일어난 거야!?

듣는 것, 보는 것, 피부로 느끼는 감촉. 오감이 다시 돌아왔다. 방금 전 까지 도화지 위에서 흑백으로 된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이 주변을 파악했다면 지금은 명확히 1인칭인 나의 눈, 귀, 등 신체의 감각들이 돌아온 느낌이다.

순간 실지렁이에서 다시 내 몸으로 돌아온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그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눈은 똑바로 보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보는 게 아니고 두 다리와 두 팔 역시도 내 것처럼 느껴지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렇다.. 감각의 공유이란 것은 말 그대로.. 이 숙주인 엘프소녀가 느끼는 것을 같이 느끼는 기능이었던 것이다!

“나.. 나는 대체 얼마나 자버린거얏!?”

소녀가 말하는 것을 그저 듣고.

소녀가 보는 나무 가득한 풍경을 같이 보며.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야!”

움직이는 신체를 마치 내가 움직이는 것처럼 체감한다.

솔직히 이 숙주인 소녀가 아랫배를 쓰다듬었을 땐 움찔했다. 혹시 내가 이곳에 숨어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만약 소녀가 자신의 ‘그 곳’에 나 같은 기생충이나 다름없는 징그러운 생물이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1차적으로 경악하고 졸도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명 나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찾겠지.. 이 세계에 의학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의학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적출당하는 암세포처럼 적출당하고 죽임당하거나.. 혹은 연구목적으로 해부 당할지도 모르겠다..

들키는 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아는 기생충인 연가시도 자신이 기생한 숙주의 몸을 조종한다고 들었다.

기생촉수인 나 역시도 그런 능력이 있는 것 아닐까? 사실상 조종하는 법을 모를 뿐이지 마치 내 몸과 같이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내 마음대로 조종 할 수 있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떠오른 것이 퀘스트의 완료와 그 보상인 ‘사념유도 Lv.1 ' 스킬이다.

[ 퀘스트 : 당신은 기생촉수입니다! 숙주를 찾아서 기생하십시오! ]

1. 화살표를 따라가면 ‘숙주’가 있을 겁니다!(완료)

2. ‘숙주’의 출입구를 통해 목적지까지 이동하십시오!(완료)

3. 완전한 기생에 성공하십시오!(완료)

(성공) _ 사념 유도 Lv. 1 스킬 생성!

[ 현재 보유 스킬 - 공간 인식 Lv.1 사념 유도 Lv.1 ]

역시..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어있다.

사념 유도라.. 의미만으로 해석해보자면 사람의 생각이나 의지를 유도한다는 뜻인데.. 이걸 사용하면 분명 내가 생각하는 종류의 어떤 변화가 일어날 거란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스킬을 이용해 육체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적어도 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이세계에서 실지렁이보다는 유리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스킬과 마찬가지로 그냥 반복해서 생각하면 발동이 되는 것일까? 사념 유도 스킬을 보며 곧바로 발동시키려하고 있을 때.

띠링!

[ 사념 유도 ( Lv. 1 ) ]

- 현재 기생중인 숙주의 사념을 유도 합니다.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스킬 레벨이 높을수록 곧바로 행동을 유도 할 수 있습니다.

-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부여되는 상황에서 스킬 성공 확률이 증가합니다!

오오 친절하게 설명이 나타난다. 공간 인지 때는 이런 설명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새로 얻은 스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스킬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까? 정확히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스킬 설명을 알 수 있다는 건 유용하군..

그런데 성공확률이 존재한다는 건 실패 할수도 있다는 뜻이겠지?

일단 사용해본다!

[ 멈춰라! ]

달리고 있던 엘프소녀가 과연 멈출 것인가?

[ 스킬 발동에 실패하였습니다! ]

뭐야.. 곧바로 실패라고? 엘프 소녀는 멈출 기미는커녕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외부적 요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스킬 레벨이 낮기 때문에 실패한 것일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스킬 설명을 주의 깊게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아냈다.

-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부여되는 상황에서 스킬 성공 확률이 증가합니다!

행동에 대한 당위성! 당연히 그 행동을 하는데 의문을 갖게 하면 안 된다!

엘프소녀는 지금 뭔가 급한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멈추라고 했으니 당연히 스킬이 통할 리 없다. 하나 배웠다!

그럼 다시 지금 행동에 맞는 ‘더 빠르게 달려’라던가등의 주문을 하면 스킬이 통하지 않을까?

[ ‘사념 유도’ 스킬의 현재 쿨타임 9:55.. ]

뭐냐.. 쿨타임까지 존재 하는 거냐? 게임 시스템처럼 보이더니 쓸데없는 기능까지 생성되어있다. 늘 발동되는 패시브 형태인 공간 인지와는 달리 사념유도는 액티브 스킬인 모양이다. 하아.. 그럼 당장 할 수 있는 건 숙주가 무엇을 하는 지 함께 보고 체험하는 것뿐인가?

타닥-!

나무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과연 엘프라는 걸까? 분명 외형은 어린 소녀였는데도 그 달리기 속도가 국가대표 달리기 선수보다도 훨씬 빠르다. 가벼운 몸놀림과 사뿐한 걸음으로 마술처럼 거리를 벌린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실까!”

한참을 달리던 소녀의 앞을 가로막는 인영이 있었다.

[작품후기]

첫번째로 함께한다는 의지를 보여주신 '내가패트여'님 감사합니다. 본 소설은 작품성은 1도 존재하지 않는 괴악한 소설이 되겠지만 최대한 기생촉수물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