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70 화 성녀 (70/107)



〈 70화 〉70 화 성녀

나는 당황해서 침대에서 튀어 나와 방 구석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그 안에는 고렙 검사의 몸이 아닌, 덩치가 작고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가녀린 소녀가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스탯창을 열어봤다.

[이라유]

[종합 레벨 : 14/199]

[성별 : 여자]

[직업(생활) : 성녀]

[직업(헌터) : 성녀]

[완력 : 4/200]

[민첩성 : 6/200]

[지구력 : 8/200]

[마법력 : 30/200]

[정신력 : 165/200]

분명  이름이 떠 있긴 한데, 직업이 아예 성녀로 바뀌어 있고 스탯이 엉망이 돼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면 가득 채우고 있던 기질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고, 검사 스킬들도 전부 사라져 있었다.

이건 레벨 드레인이 아니었다.

마치 정신만 다른 몸으로 옮긴 것처럼 내 몸이 매우 어색했다. 아예 내 몸이 아니었다.

똑 똑!

나는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흠칫 놀랐다. 나는 덜덜 떨며 아무 소리도  냈지만, 잠시 뒤 문이 열리고 소피아가 들어왔다.

“아아....성녀님....일어나 계셨군요.”

그녀가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전과 달리 정말로 성녀를 대하는 듯한 태도다.

그녀의 뒤에는 여자 성직자  명이 따라 들어와서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드디어 구원을 받으셨으니 저희에게도 구원을 내려주십시오.”

소피아가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씨발....그녀가 말한 구원이 이런 의미였다니, 조금이라도 눈치를 챘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쳤을 텐데, 이미 늦어 버렸다.

내 원래 몸은? 소멸했나? 나는 절망적인 기분이 돼서 덜덜 떨렸다.

소피아가 나에게 바람조차 닿게 하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일어나더니, 여자 성직자들을 시켜 나를 의자에 앉게 했다.

그녀들이 시녀가 된 것처럼 내 몸을 치장시켜주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혀주고 머리를 손질해줬다.

그 상태로 소피아가 내게 말했다.

“성녀님, 아직 적응이  되시겠지만 이 기쁜 소식을 신도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러니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새로운 몸인데도 머리칼을 제외하곤 온 몸에 털 한올 없었다. 물론 사타구니에도 털이 없었기 때문에 보지균열이 훤히 보였다.

이 몸을 보고 있으니 다른 여자의 몸을 보는 것 같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게는 속이 훤히 비치는 흰색 실크 드레스가 입혀졌다. 로브처럼 생긴 옷이었지만, 연분홍색 젖꼭지와 보지 균열이 고스란히 보였기 때문에 입는 의미가 있나 싶은 옷이었다.

 단장이 끝난 뒤, 나는 예전 성수를 쥐어짜졌던 발코니로 인도됐다.

그곳에는  수천 명의 신도들이 모여서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파르르 떨며 발코니의 난간 앞에 섰다.

“여러분! 드디어 성녀님께서 우리에게 강림하셨습니다! 이 분께서 우리를 구원해주실 것입니다.”

소피아가 크게 말하자, 수많은 신도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울며 기도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언제 봐도 미친 작자들이구나.

나는  성수라며 애액과 조수를 쥐어짜질 생각에 파들파들 떨고 있었는데, 소피아는 절대 내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이제 방으로 돌아가시지요.”

그녀는 나를 방으로 인도해서 데려다주고 방을 나갔다. 내 곁에는 내 수발을 들 두 명의 여자 성직자만 남았다.

“이게 도대체 뭐야?”

마침내 내가 입을 열어서 그녀들에게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내 몸이 왜 바뀐 거냐고.”

“대사제님의 강림 의식으로 인해 성녀님의 원래 몸을 되찾으신 겁니다.”

하아....씨발, 뭔  같은 소리야. 진짜 판타지 세상도 아니고 게임 속인데 그 말이 가능하냔 말이지.

“이런 거 필요 없어. 다시 원래대로 돌려줘.”

“이게 성녀님의 원래 신체이십니다.”

그녀들은 고개를 숙인 채로 계속 말대꾸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무기가 사라졌다. 인벤토리도 텅텅 비었고, 장비창도 지금 입고 있는 예복 하나뿐이다.

하아....골치 아프다....

“너희들도 나가.”

그녀들은 전혀 저항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 나는 창문을 열어서 팔을 내밀어 봤다.

전에는 소피아의 마법 때문에 팔을 밖으로 내미는 것도 불가능했지만, 이제 무리 없이 몸을 밖으로 내밀 수 있었다.

나는 머리를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봤다. 거의 빌딩 10층 높이는 될 거 같은 높이였고, 아래로는 디딜 거 하나 없이 벽이 쭉 이어졌다.

지금 이 몸으로 여길 내려간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마 내가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는  알고 속박을 걸어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 원래 몸을 되찾기 전에는 도망치지도 못한다.

나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마이트를 떠올렸다.

그는 하급 팔라딘에 불과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바랄  없겠지만, 그래도 의지할 곳이 그밖에 없다.

“어디 가십니까.”

방문을 나오자, 아까 내쫓았던 성직자 들이서 문 옆을 지키고 있었다.

“교회 안을 좀 돌아다닐 거야. 따라오지 마.”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녀들은 내가 이동하는 걸 막지는 않았지만, 혼자 돌아다니도록 두지도 않았다. 내가 어딜 가든 쫄래쫄래 따라 다녔고, 굉장히 신경 쓰이게 했다.

“오오...성녀님...”

괜히 교회의 아래층까지 갔다가 일반 신도를 만났고, 그들이 나를 보고 절하는 바람에 기분을 잡쳤다.

하아....존나 넓네 진짜....어느 세월에 찾나.

분명 팔라딘들이 모여 있는 곳이나, 팔라딘의 숙소 같은  교회 안에 있을 텐데 찾을 수가 없었다.

“하급 팔라딘들은 어디서 시간을 보내?”

나는 정말 묻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성직자들에게 물었다.

“지금 시간이면 교회 밖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을 것입니다.”

으윽.....그러면 1층을 지나야 하잖아.

1층은 참회실이 설치됐던 곳이다.

그리고 내가 있던 그곳 말고도 일반 참회실도 있다. 신도들이 가장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고, 그래서 신도들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이다.

나는 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받아야 하고, 그에 성녀로서 답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해도 번거로웠다.

뭐, 내가 그렇게 신경 써줘야 할 일은 아니지.

나는 그냥 인사를 하든가 말든가 쌩까기로 하고 1층으로 갔다.

역시나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내가 등장하자마자 경배하듯 예의를 차렸다. 나는 그냥 무시하며 교회의 출입구 쪽으로 갔고, 사람들이 마치 벌레를 피하듯 나와의 거리를 벌리며 샤샤샥 피했다.

물론 자기들 딴에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벌린 거겠지만, 그들이  구멍을 범했던  생각하면 벌레로 취급해 주는 것도 과분했다.

나는 밖으로 나갈  있을지 약간 확신이 없었지만 성직자들은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 하급 팔라딘들이 모여 있는 훈련장에  때까지도 아무 말 없었다.

내가 훈련장에 가까이 가자, 교관이 먼저 알아 차리고 훈련을 멈춘 채 예의를 취했다.

“마이트는 어딨지.”

나는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게 주어진 권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교관이 마이트를 불러서 내 앞으로 대령했고, 그는 덜덜 떨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 내 방으로 찾아와.”

“네....”

그가 덜덜 떨면서 겨우 대답했고,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사람을 찾는 일이라면 저희에게 시키셔도 됩니다.”

방에 도착했을 때 성직자   명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내가 아까 방에서 나가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방으로 따라 들어오지는 않았다.

나는 침대에 맥없이 누우며, 정말 성녀가 돼 버린 건가라는 기분이 들었다.

아까 보였던 소피아의 태도도 이전의 내 몸을 대할 때랑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치 왕, 아니 신을 대하는 듯한  태도.

씨발....그게 무슨 소용이야....

하지만 난 그런 대에 관심이 없다. 나는 그저 내키면 죽이고, 빼앗고, 괴롭히면서 사람인 채로 살고 싶다.

나는 성녀나 신 따위가 되자고 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내게 권력이 주어졌으니, 그걸 최대한 활용하면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똑똑....

“성녀님, 마이트가 왔습니다.”

여자 성직자의 목소리였다.

“들여보내.”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거의 사색이 된 마이트가 들어왔다.

“죄, 죄송합니다!”

문이 닫히자마자 그가 바닥에 넙죽 절을 하며 사과를 했다.

아마 이전 몸일 때 나한테 손을 댔던 게 마음에 걸렸나보다.

그는 성녀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 몸에 손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성녀랍시고 현신해 버렸으니, 겁이  만도 했다.

나는 티테이블에 앉은 뒤, 그에게도 앉게 했다.

“니가 나를 좀 도와줘야겠어.”

이번에는 그냥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했다. 괜히 시간을 끌었다가  꼴이 됐다. 능구렁이 같은 소피아가 어떤 개 같은 상황을  계획하고 있을지 모르니, 빨리 해결을 해 버려야 한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대체 성녀라는 게 뭐야?”

그리고 그가 간단하게 설명을 해줬다. 디토피아 교단은 현실 세계를 가짜 세계로 보고, 거꾸로 게임 속  세계를 현실로 만들려는 집단이었다.

사이비란 말이다.

성녀란 사람들을 이쪽 세계로 완전히 넘어올 수 있게 해주는 통로였다. 그리고 현실의 신체에서 완전히 분리돼 이 세계에 뿌리박게 되는 그것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구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통로가 되는 성녀가 먼저 구원을 받아야 했는데, 소피아가  행동들이 바로 그 구원을 만드는 의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내 현실의 신체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 이 말이지?”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뇌사상태를 거쳐 완전히 신체 기능을 멈추게 되겠지요.”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럼 나는 데이터 쪼가리가 돼서  세계에 남게 되는 건가?

ai와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돼서?

그게 가능해?

가능하단 말이야?

현실이 아무리 좆 같아도, 그렇다고 죽고 싶은 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 쪼가리가 되어 버리고 싶은 건 아니란 말이다.

아마 내 신체가 완전히 죽었을 때 정신만 남은 내가 어떻게 되는지 보기 위한 실험체로 삼은 것 같았다.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뭔가 실수를 했습나까.”

마이트가 갑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더 설명해봐.”

내가 울먹거리면서 말하자, 그가 엎드린 채로 대답했다.

그리고 소피아가 했던 의식, 타락의 근원 어쩌고 즉, 나를 지독하게 범했던  행동들은, 내가 쾌감에 취하고, 절정에 취해서 이쪽 세계에서 느끼는 감각에 취하면 취할수록 현실에서 의식을 분리시키는 게 수월해진다는 거였다.

이쪽 세계에서 느끼는 감각을 현실적으로 느끼고, 더욱 강하게 느낄수록 정신을 옮겨오기 쉬운데, 그걸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적 쾌감이었다.

다시 말해, 내가 쾌감을 느끼던 게 모두 이쪽 세계에  정신을 고착화시키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피아가 지독하게 날 범하고, 온 거리를 돌아다니며 범해지고 왔을 때 내가 얼마나 민감해져 있는지를 확인했던 것이다.

나는 마이트를 돌려보내며 당부했다.

“매일 이 시간에  방에 와.”

그리고 침대에 엎드려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래, 언젠가부터 의심이 들긴 했다. 실제의 나, 남자로서의 나는 점점 희미해지고, 이라유로서의 나가 강해지고 있다는 걸,

범해질 때마다 느끼는 쾌감을 서버가 주는 전기 자극으로 취급해버리지 못하고, 정말로 내가 여자가 돼서 느끼고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게 됐다.

지금은 현실에서의  몸이 어떤 감각이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나를 채우고 있는 건 이곳에서 범해지며 느꼈던 쾌락들, 여자로서 느꼈던 쾌락들뿐이다.

한참을 울다가 진이 빠져서 쉬고 있는데, 내 허락도 없이 문을 열고 여자 성직자들이 들어왔다.

“무, 뭐야?  나가?”

그리고 달콤한 향이  코로 스며 들어왔다.

미약.....달콤한 향기가 익숙한 것이었다. 내 체액으로 만든 미약이 분명했다.

그녀들이 내 침대 양 옆에 서더니 알몸이 됐다.

그리고 내 양 옆에 누워서 내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흐읏....하지 마....제발.....”

그녀들은 대꾸도 하지 않았고, 내 예민한 젖꼭지를 건드리고, 가녀린 보지 균열을 비비며 애무했다.

내 몸은 완벽하게 개발돼 있던 예전  몸처럼 엄청나게 민감했고, 쾌감을 쉽게 받아들였다.

그녀 중 하나가 오일 병을 쏟아서 자신들의 몸과 내 몸, 침대 전체를 미끌미끌하고 끈적하게 만들었다.

오일에도 미약이 섞여 있었는지, 아직 남자를 모르는 거 같은 이 몸으로도 잔뜩 달아오르고, 보지에서 애액이 흠뻑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이 손가락으로 귀엽다는 듯이 내 젖꼭지를 괴롭히고, 혀로 핥고, 온 몸으로 내 몸을 비비며 나를 쾌락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이 쾌락이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공포에 떨면서도, 쾌감에 빠져 허리를 움찔거리고, 내 보지 안에 들어와 있는 그녀들의 손가락을 느끼며 절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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