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25화 도시와 마족 (25/107)



〈 25화 〉25화 도시와 마족

다음날 아침 나는 모든 장교들을 1층에 끌어 모았다.

“오늘, 도시 북서쪽 백화점 지대를 탈환한다.”

내가 선언하듯 말했지만 반응이 시원찮았다. 장교들이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쏟아놓기 시작했다.

“저, 사단장님, 도시에 이제 막 들어오셨는데 일단 전황 파악부터 하시는 게 어떨까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쪽은 적 병력이 너무 많아서 신중하게 공격해야 합니다.”

“좀 더 약한 곳부터 무너뜨리는 게 어떠신지요.”

하아....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이런 자식들이니 아직도 마족들을 상대로 빌빌대고 있지.

“이 멍청한 놈들아. 언제까지 의미 없는 잡몹만 잡고 있을 거야? 큼지막한 곳들을 쳐내야 밀어낼 수 있을 거 아냐.”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씨발! 너는 식당으로 가서 요리나 해. 거긴 안 위험하겠지.”

나는 말대꾸하는 장교의 멱살을 잡아들어 올렸다가 던져 버렸다. 바닥에 넘어졌던 장교가 우물쭈물대며 일어나지도, 계속 넘어져 있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했다. 다른 장교들을 둘러보자 모두 기가 죽어 내 눈을 피해 버렸다.

“라유님, 라유님은 강하시니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지만, 저희는 라유님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겁니다. 모든 병사를 준비 시키겠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라유님의 활약을 보면 모두 마음을 다잡을 겁니다.”

 옆에 있던 토스크가 기특한 말을 했다.

좋아, 너는 상황을 봐서 정액 셔틀 1호로 사용해주마.

“알았으면 빨리 움직여! 시간이 없다. 탱커들 최대한 끌어 모으고, 사제들 끌어 모아. 없으면 다른 사단에서 공수라도 받아서 최대한 끌어 모아.”

장교들이 허둥대며 회의실을 나갔다.

“엉망이구만, 지금까지 버틴  용해.”

아직 나가지 않고 내 옆을 지키던 토스크가 변명했다.

“일단 시민들을 끌어 모아서 군단을 만들긴 했지만 전투직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럴 것이다. 이 도시 자체가 중간 레벨에 끼어 있는 도시이다 보니 건너뛰어도 성장에 무리가 없다. 전투직보다는 일상직들 위주로 돌아가는 도시인 것이다.

마족들도 그걸 파악하고 이 도시를 골랐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족들의 힘이 너무 강하다. 너무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점령하는 속도도 빠르다.

“루나라는 서큐버스가 사령관으로 임명된 뒤로 마족의 공격이 치밀해졌습니다.”

토스크가 벽에 스크린을 띄워 한 서큐버스의 사진을 띄웠다.

“응? 쟤가 사령관이었어?”

“혹시 아십니까?”

어제 역에서 만났던 그 서큐버스였다. 잠깐 그녀를 공격해 봤을 때는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았었다. 직접 전투보다는 지휘 계통인가보다.

“어제 역에서 만났었는데 죽여 버렸어야 했네.”

“.....”

“후우, 그래도 사령관이 전투력이 약하니 다행이네.”

“그래도 범상치 않은 전략가입니다.”

“전략 좋지. 하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의미 없는 법이야.”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전쟁에서 질 거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귀찮을 뿐.

방금 말했던 대로, 전략적인 부분에서 밀리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죽은 병사들은 다시 리스폰 되고, 계속 공격을 시도할 수 있으니까, 정말 큰 문제는, 여기 있는 인원을 다 동원해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강한 캐릭터의 존재이다.

백날 머리를 굴려봤자 압도적인 고인물 앞에서는 다 무의미한 법이다. 그래도 일단은 사령관이 전투직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으니 한시름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점심이 약간 지난 시간, 병사들이 사열해 있었다. 하지만, 사단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너무 초라한 수준이었다.

탱커 300 명 정도에 딜러 500  정도, 사제 100  정도가 끝이었다.

“사제가 너무 적은데.”

“하지만 이게 한계까지 끌어 모은 겁니다. 방어부대에도 최소 인원은 있어야 방어선이 유지되기 때문에 더 모을 수가 없습니다.”

토스크가 대답했다.

끄응....

심지어 그 백 명의 사제조차 레벨이 애매하게 낮아서 제대로 된 공격마법을 쓸 수 있는 인원이 별로 없었다.

차라리 나한테 힐을 집중시키고 혼자서 캐리하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상대 병력은?”

나는 고개를 반대로 돌려 정보 장교에게 물었다.

“헬하운드형 3000마리, 데빌형 1000마리, 마족형 6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고일도 소수 있는 거로 보입니다.”

비교가 안 되는구만, 우리 쪽 인원을 다 합쳐야 상대 마족형이랑 비슷한 수준이라니, 게다가, 아마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공격을 시작하면 근처에서 지원군을 보낼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정보 장교가 말한 것보다 두 배는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답이 안 나오는군.

보통이라면 그렇게 말했겠지만.

내가 있다.

“가자.”

내게 보고를 마친 장교들이, 당황해서  따라왔다.

“사단장님? 어딜 가시는 겁니까?”

“어디긴? 백화점이지.”

헬하운드가 삼천 마리, 아니 이젠 이천 마리, 나는 병사들에게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해 특별한 작전을 세우지 않고 내가 앞장서서 돌파했다. 병사들에게는 나를 뒤따라오며 알아서 살아남으라고만 했다.

상대 지휘관은 백화점 꼭대기에 있었다. 그곳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탈환 방법은 간단하다. 점령지 지휘관으로 설정된 놈을 죽이기만 하면 된다.

나는 미친 듯이 똥개들을 썰며 피를 뒤집어쓰고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일반 몬스터는 어려울 게 없다. 평타  방에 서너 마리씩 썰려 나갔다. 스킬이라도 쓰면 스무 마리씩 죽어 나갔기 때문에 별  없었다.

마족형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지난번에는 상황이 그래서 범해졌었지만, 칼을 맞대고 싸운다면  거 없다. 이 자식들도 대부분은 평타 한 방, 조금 고렙은 스킬 한 방에 불과하다.

확실히 잡몹들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어진을 탄탄하게 짜고 있었다. 하지만 힘 앞에서 그런  의미 없다.

<선풍>

검기를   날리기만 해도 몬스터들이 갈려 나갔다. 사실상  뒤를 따라오는 병사들은 별로 하는 게 없었다.

순식간에 백화점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고, 나는 로그와 레인저 중 레벨이 높은 애들 몇 명을 골라 같이 진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병사는 입구를 지킨다. 다른 구역에서 지원군이 올 수도 있으니, 내가 적 지휘관의 목을 딸 때까지는 죽어서라도 지킨다.”

“네!”

병사들의 목소리에 생기가 생겼다. 차라리 내가 마구잡이로 썰어가며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니, 그들에게 희망이 생긴 거 같았다.

백화점은 25층이나 됐고, 층마다 몬스터들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게 귀찮을 뿐이었지, 몬스터들 자체는 별로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24층에 도착했을 때, 비밀병기쯤으로 보이는 상급 몬스터 발록이 튀어 나왔다.

“쿠어어어어어어어어어!!”

한 손에는 불타는 대검을 들고, 다른  손에는 불타는 채찍을 든 강력한 몬스터다. 병사들이 발록의 고함소리에 쫄아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바쁘다, 뒷걸음질이나 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팔연섬>

나는 순식간에 채찍과 함께 발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런 잡몹한테 우물쭈물하지 마.”

나는 병사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마지막 25층으로 올라왔다. 그곳에는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성 마족이 지금  도망가려다 들킨 것처럼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병사들을 대기시키고 혼자 다가갔다. 쓸데없이 병사들을 죽게 할 필요는 없다. 일단 상대의 직업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내가 그의 코앞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무기를 들지 않았다. 나는 기습당할 걱정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지만, 맥 빠지게 덜덜덜 떨면서 나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사, 살려주세요, 지금 당장 나갈 테니 죽이지 마세요.”

후우....

사령관이 두뇌파이니, 지휘관들도 두뇌파로 채워둔 걸까.

나는 너무 맥 빠지게 해서 화까지 나게 하는 이 자식의 머리통을 베어 버렸다.

<도시 북서쪽 백화점 지역을 마족으로부터 탈환했습니다.>

나는 유리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봤다. 병사들이 입구를 잘 지키고 있었으나, 아직도 수천 마리나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감당 못하고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뛰어 내린다.”

“네?”

병사들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뛰어 내렸다. 그리고 나는 광역 스킬을 준비했다.

<낙화>

낙화는 낙하 높이에 따라서 충격파의 범위가 커진다. 25층에서 떨어지니 난생 처음 보는 범위의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발생해 몬스터들 수백 마리를 갈가리 찢어 버렸다.

내가 나타난 걸 본 몬스터들이 주춤주춤 하더니, 모두 도망 가 버렸다.

“총사령관한테 연락해서 방어병력 구축하라고 해.”

“아....네, 네.”

멍청한 부관놈이 돌파하던 중에 날 잃어 버렸다가, 내가 백화점에서 떨어지니 그제야 날 찾아서 다가왔다. 나는 콘솔이 없기 때문에 부관을 통해서만 부대와 연락을  수가 있었다.

“지금 당장 방어선 구축 부대를 보내겠답니다. 사단장님께서는 방어 부대가 도착할 때까지만 대기하시다가 복귀 하라고 하십니다.”

“그래, 좋아.”

나는 구석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후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긴장했던  사실이다. 다행히 상대 지휘관이 전투능력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발록이나 지휘관이 고렙이어서 백화점 입구가 뚫리기 전에 결판을 못 냈으면 매우 곤란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건실해 보이는 남자 하나를 물색하는 중이었다. 눈에 봐둔 놈은 하나 있었다. 도덕수치가 굉장히 높아서 날 건드리지 않을 만한 놈이었다.

아무리 쉽게 돌파했다고는 해도, 잔 상처는 조금 입었다. 방어력이 낮았기 때문에 저렙한테도 대미지가 들어오긴 한다. 문제는 원래라면 쉽게 회복해버려야 하는 수준인데, 나는 그렇지 못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심란했다.

그래서 일단 하나 골랐다고 치자, 방으로 부른 뒤, 도대체 뭐라고 말을 꺼내지?

정액 좀 주세요?

씨발! 그런 말을 어떻게 하나.

차라리 옷을 벗고 기다릴까? 그러면 일이 너무 커질 수도 있다. 아직 민트가 준 병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건 최후까지 남겨놨다가 급박한 전투 상황에 써야 한다.

평소에는 새로 구하는 게 낫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구하냐는 말이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부대에 복귀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일단 아까 점찍어 두었던 병사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너, 이름은?”

“네! 마틴입니다!”

“이따가 토벌 길드 2층으로 와서 날 찾아.”

“네! 알겠습니다!”

잠깐 사이였지만 어쩐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끄러웠다. 차라리 지난번처럼 협박해서 짜내는 거였으면 이렇게 부끄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집무실 의자에 앉아 긴장을 잔뜩 하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벌써부터 얼굴이 화끈거렸다.

왜 새삼 이러는 걸까. 그동안 빨았던 자지만 해도 수백 개인데,

나는 미리  말을 생각 해봤다.

‘혹시 자위는 자주 하나?’

‘정액을 모으는 취미는 있나?’

‘상관 앞에서 자위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이 씨발 다 너무 쓰레기 변태 같잖아!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사단장님! 마틴입니다!”

“들어와.”

그가 뚜벅뚜벅 힘 있게 걸어와  앞에 섰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야.”

“네!”

“자지 까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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