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6화 첫 번째 도시 (6/107)



〈 6화 〉6화 첫 번째 도시

게임에서 창의력이 가장 뛰어난 존재는 아마 뉴비일 것이다. 시스템을 잘 모르면 모를수록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 때문이다.

그는 내 젖꼭지와 클리토리스에 있는 피어싱을 임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내게 귀속된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아예 제거하거나 회수하지는 못했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만으로도  작자에게는 충분했다.

이 자식은 그동안 모아온 돈을 지금 이 자리에서 죄다 써버리려는 건지 최고급 미약을 계속 사서 내게 투여했다. 그리고 미약 때문에 불타는 듯한 쾌감에 탱탱하게 발기한 내 젖꼭지와 클리토리스에 집개를 물려 놨다.

그리고 다시 수차례 보지와 항문을 공략 당했다.

<기질 획득 : 미약 중독>

<미약이 품질에 상관없이 극심한 효과를 불러옵니다.>

“후우...후우, 쌍년, 이만하면 조금은 반성 했겠지.”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에서야 남자의 지구력이 바닥났다.

“너 같은 년들은 정의구현 좀 당해봐야 돼.”

그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아 칭호를 샀다. 그가 산 건 일반적인 칭호가 아닌 악명 칭호였다.

원래는 상습 범죄자나 트롤링을 하는 놈들을 유저들끼리 표시하라고 만들어둔 시스템이었으나,

문구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탓에 온갖 지랄 맞은 칭호들이 만들어져 돌아다녔다.

악명 칭호는 당사자가 임의로 제거할 수가 없었다. 악명 제거 아이템을 사서 지우거나, 다른 악명 칭호를 다는 수밖에 없었다.

<악명 칭호 획득 : 정액받이>

<악명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칭호를 즉시 사용합니다. 해당 칭호는 다른 캐릭터들에게 공개됩니다.>

악명 칭호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강제적으로  머리 위에 칭호가 뜬다는 것이었다.

좆됐네.

이따위 칭호를 달고는 제대로  생활을  수가 없다. 그래도 퀘스트를 못 받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조심하기만 하면 더디긴 하겠지만 돈을 모을 수는 있다.

돈만 모을 수 있다면 다른 악명 칭호를 사서 덮어 버리면 된다. ‘뿌우~’ 같은 의미 없는 과시용 칭호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돈이 좀 낭비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칭호를 제거하는  우선이다.

열차가 멈출 때까지 나는 쉬고 있는 남자의 자지를 입으로 깨끗하게 청소해주었다. 그 중에도 몇 번 더 사정 당했지만 꿀꺽꿀꺽 삼켜가며 청소를 계속 했다.

남자는 날 버려두고 미련 없다는 듯 방을 나가버렸다.

<크로스로부터 통제권을 돌려받았습니다.>

나도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플랫폼에 들어서자마자 내 ‘정액받이’라는 칭호로 시선이 쏟아지는 게 보인다. 숨기지도 않고 킥킥 비웃는 놈도 많았다. 홧김에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평판이 바닥나고, 수배자가 되기라도 한다면, 이 도시에 영영 묶여버릴 수도 있다.

“어이, 내 것도 좀 받아주지?”

한 사내가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보지로 손가락을 옮긴다. ***가 뚫어놓은 슬롯들은  이외의 캐릭터들에게 권한이 열려 있다 보니, 이젠 성기 접촉 저항 굴림은 뜨지도 않았다.

“꺼져!”

그를 휙 밀쳐 버렸지만, 상대는 기분 나쁘게 웃기만 했다.

일단 거점을 찾아야 한다. 리스폰으로 지정하지는 못하더라도 안전하게 쉴 곳은 필요하다. 도시를 둘러보며 컨셉을 확인했다. 도시는 지도자에 따라 특별한 컨셉을 띄기도 하는데, 이곳은 특별한 컨셉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전 도시와 마찬가지로 퀘스트와 사냥이 주된 수입원일 것이다.

도시의 컨셉을 정해놓은 지도자들은 깡패같이 컨셉 이외 컨텐츠의 수입을 바닥까지 줄여놓는다. 그래서 강제로 본인이 만들어 놓은 컨셉에 참여하게 만드는데, 대부분의 컨셉들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요구하기 때문에 내게 너무 위험하다.

다른 길드는 거들떠 볼 필요도 없이 토벌 길드 근처에 방을 잡았다. 리스폰으로 지정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휴식하는 건 가능하다.

미약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가만히 있는데도 애액이 줄줄 흐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보지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닦아 내는 것도, 자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대로 흥분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끙끙 앓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약 기운이 완전히 사라져 몸이 가벼워졌다. 나는 다시 토벌 모험자로 신규 등록해 D랭크부터 올릴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왔지만, 별 수 없었다.

토벌 길드는 이전 도시보다 사람이 꽤 있었다. 아무래도 이전 도시는 그곳에서 시작한 뉴비를 제외하면 고렙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람이 좀 적은 편이었다.

덕분에 지명 수배자 목록도 꽤 두둑했다. 퀘스트보다는 우선 수배자 목록을 살폈다. D등급에도 대여섯 명 있었다. 보수는 대충 비슷하기 때문에 직업을 보고 잡기 수월해 보이는 놈을 찾는 게 좋다. 이 놈들은 어차피 C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한 디딤돌일 뿐이다.

멍청한 검사가 한 명이 있어서  놈 퀘스트를 수주했다. 로그 계열이 아닌 수배자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킥킥

길드 건물 안의 캐릭터들이 또 내 칭호를 보며 비웃고 있다.

신경 쓸 필요 없다. 나중에 필드에서 만나면 정액받이에게 죽는 기분을 알게 해 줄 테니.

“어이,  퀘스트, 너한테는 좀 벅차 보이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한 사내가 찝쩍댄다. 그는 발기한 걸 숨길 수 없는 내 젖꼭지를  붙잡았다.

“흐읏! 꺼져 개새끼야.”

“오오, 신음소리도  귀엽잖아? 그러지 말고 나랑 놀지?”

안타깝게도 나는 꽉 잡힌 젖꼭지에서 그의 손을 떼어버릴 수가 없다.

“하아...귀찮게 하지 말고...저리 꺼져....히잇!”

“하하, 그따위 표정을 하고 센  해봤자 웃기지도 않다구.”

<상의 탈의 저항......실패>

그는  옷을 벗겨 버렸다. 사방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 환호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칭호와 성노예 각인 때문에, 어지간한 도덕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이 사내에게 동조하는 것 같다. 오히려 사내의 평판이 아닌, 내 평판이 점점 깎이고 있었다.

<하의 탈의 저항......실패>

그는 나를 알몸으로 만들어 버린 뒤 물고 빨며, 손가락으로 보지를 벌리면서 날 가지고 놀았다. 나는 금세 조수를 뿜어 제끼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하, 신입, 앞으로  지내보자구.”

사내는 날 버리고 떠나 버렸고, 나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옷을 주섬주섬 입고 길드를 나왔다.

“개자식들! 밖에서 보이기만 하면 평판이고 자시고 다 죽여 버려야지.”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건물들 사이로 녹색 빛 기둥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저게 수배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식이다. 대충 저 주변 10미터 반경 안에 그가 있을 것이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정밀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인간 사냥을 위해 수배자 탐지 스킬을 끝까지 올린 특권이다.

도시 안에 있으면 차라리 다행이다. 던전 같은 데라도 들어가 있다면 던전 전체를 샅샅이 뒤져야 하기 때문이다.

수배자 처치 퀘스트는 일반 퀘스트와 달리 수주자에게 귀속되는 개념이 아니다. 대상 위치 안내가 뜨긴 했지만 누구나 퀘스트를 받을 수 있고, 가장 먼저 잡은 사람이 보상을 가져간다.

D급 수배자이기 때문에 노리는 사람이 별로 없긴 하겠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등급 경험치 덩어리였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이 칭호를 달고 전철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아무도 수배자에 관심 없길 바라면서 발로 뛰도 또 뛰었다.

지구력이 거의 바닥났을 때쯤  기둥에 도착했다.

젠장 텔레포트도 이용 못 하는  너무 불편하네.

너무 인스턴스 콘솔에 기능이 집중돼 있는  아니냐고 투덜거렸지만 보통 콘솔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말이다. 게다가 잃어 버렸거나 부서졌더라도 집에 가기만 하면 쉽게 재발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 그 자식은 대체 뭐였을까 핵이라도 썼나.

그 놈은 아이디도 볼 수가 없었었다. 아니면 또라이 같이 ***가 아이디였던 거겠지.

일단은 지금 할 일에 집중해야한다. 우선 주변을 둘러봤다. 수배범을 죽이는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경쟁자가 있으면 곤란해진다는 거였다.

뭐 그래봤자 걔도 D랭크겠지만.

경쟁자와 싸우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어려운  그놈보다 먼저 수배범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D랭크 정도로 보상이 낮으면 찾는  귀찮아서라도 안 하는 법이다.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오히려 정액받이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내가 이 주변에서 가장 수상한 자일 것이다.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대상을 찾았습니다.>

빛기둥이 사라지고 수배범 머리 위에 화살표가 떴다.

맥 빠지게도 그놈은 여유롭게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나오고 있었다.

하긴 D급 수배범 정도 되면 자신이 수배범이 됐는지조차 모를 수도 있다.

나는 장도를 소환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빛이 약간 흔들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는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아이스크림을 마저 핥고 있었다.

탕!

멀리서 사격음이 들렸다. 그럼 그렇지 아무도 없을 리가 없다. 저격수가 있었다. 총알은 수배범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고 나는 그를 보호하듯 감싸고 섰다.

<태세 전환 : 패리>

빠르게 방어 태세로 바꿔 총알을 튕겨낼 수 있었다. 이동은 못하지만 거의 무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방어 태세 중 하나이다. 검을 통해 느껴지는 울림으로 상대가 꽤 고렙이라는 걸  수 있었다.

뒤에서 단단히 착각한 수배범이 내게 말을 걸었다.

“어,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검으로 이 멍청한 놈의 목을 베어 버렸다. 아이스크림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나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저 정도 고렙이라면 수배범이 목적이 아닐 것이다. 어딘가에 숨어서 다른 사람들을 관음 하다가 장난으로 죽이는 또라이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수배범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내 퀘스트를 방해하려고  것뿐이다.

하지만 추가 공격은 날아오지 않았다.

나는 방어 태세를 풀고 잽싸게 골목 안으로 도망쳤다.

 도시는 컨셉이 없다고 했지만 유저들 유형은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길드에서 만났던 그 놈이나, 저격수를 보나,

고인물은 아니면서 나름대로 고렙이라고 거들먹거리는 놈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정작 최고렙 도시인 20번 도시나 내가 있던 3번 도시에 들어갈 깡은 없으면서 이런 곳에서 애매한 중렙이나 괴롭히는 애들이 모인 도시인 것이다.

저격수의 위치는 끝까지  수가 없었다. 차라리 한 발 더 쏴줬으면 찾을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성급한 놈은 아닌 거 같았다. 나를 추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골목길 사이로 숨어서 길드에 복귀하니 저녁이 돼 있었다.

웬만하면 오늘 악명 칭호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더 이상 퀘스트를 받을 수 없었다.

악명 칭호 때문에 매우 찝찝한 기분이었지만 토벌 길드 근처에 있는 싸구려 호텔방에 임시 거점을 잡았다.

조금이라도 아껴야 칭호를 우선 지울 수가 있다. 콘솔이 없기 때문에 원격 경매장은 이용도 못 하고, 결국 공개 장터로 가서 직접 뒤져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위험한 것도 있거니와 시세가 개판이었다.

유저가 너무 많은 탓에 개발진들은 원격 경매장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아이템을 올리는 권리서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책정해 놨다. 또한 판매 수수료도 너무 비쌌다. 현실적인 플레이를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긴 했으나, 그래도 게임인데  그렇게까지 빡빡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고인물이라 하더라도 권리서와 수수료로 돈 낭비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좌판식으로 깔아놓고 장사하는 공개 장터를 많이 이용했다.

그런데 자기가 원하는 걸 찾을 때까지 그 많은 장사꾼들을 다 뒤져야 하고, 찾는 물건이 아예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시세가 개판이었다.

게다가 정액받이라는 칭호를 달고 그 사이를 누빈다? 개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니 일단 뭐든 좋으니 싸구려 악명 칭호를 하나라도 살 만큼 돈을 충분히 모아서 한 방에 해결해 버리는 게 최선이었다.

지금은 일단 쉬어야 했다. 게임이라도 피로도는 쌓이고 수면도 취해줘야 한다.

그래도 첫날 바로 수배범 하나를 잡아서 C등급까지 금방 올릴 수 있을 거 같아 기분 좋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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