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무관 133화
“당가타다!”
앞서가던 당가 무인이 멀찍이 보이는 마을을 보고 소리쳤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환호성.
한참 동안 외지를 떠돌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게 기쁜 모양이었다.
당가타에 완전히 들어서니 길 위에 있던 자들이 옆으로 비키며 마차 행렬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당가 사람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계속 이동하기만 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인가.’
당가타는 당가가 지배하는 곳.
지금부터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 적이 될 수 있단 걸 가정하고 움직여야 했다.
‘언제 어디서 독과 암기를……. 잠깐, 당기준은 조심해야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잖아?’
독과 암기가 통하지 않게 된 건 모두 독령 덕분이었다.
독만 해도 그랬다.
화경의 경지에 올라 만독불침이 됐지만 진짜로 만 가지 독이 통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일반적인 무인에 비해 저항력이 말도 안 되게 강해져서 독이 통하지 않는 거지, 저항력을 뛰어넘는 독이 체내에 들어오면 백서휘도 중독이 된다.
당장 사도련에서 당한 산공독만 해도 독령이 없었다면 중독당했을 수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독기는 독령에게 잡아먹힐 뿐이고, 암기야 신순으로 방어하면 되니까.’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무력과는 별개로 자신은 당가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당가에서 기를 쓰고 독령을 얻으려는 게 이해가 가네.’
쓸 수 있는 무기가 늘어나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었다.
소리 죽여 웃는데 마부석에서 당기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좋은 일 있으십니까?”
“뭐, 좋은 일이라면 좋은 일이지.”
“어떤 일이시길래…….”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당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기준이 마부석에서 훌쩍 뛰어내리더니 승용칸의 문을 열었다.
백서휘는 천천히 걸어 나오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당가의 무인들이 마차에서 내린 후 각을 잡고 도열했다.
미리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누가 오고 있나 보네.’
아니나 다를까.
기감을 넓히니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다들 기세가 남다른 걸 보면 당가의 중진들인 것 같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툭 던진 백서휘의 말에 당진우가 반응했다.
“자, 잠시만 기다리시면 가주님과 다른 어른분들이 나올 겁니다. 그분들과 인사를 나누시고…….”
“객(客)이 이런 말을 하긴 뭣하지만 미리 나와 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이건 제 불찰로 인해 생긴 일입니다. 당가타에 가까워졌을 때 미리 사람을 보냈어야 했는데, 제가 그걸 생각 못 했습니다.”
당기준은 쩔쩔매는 당진우를 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당진우는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내게 불만이 있다면 속으로 욕하지 말고 직접 말하는 게 어때?”
“무, 무슨 말씀을 하는지 이해가 잘…….”
“지금 주먹에 피가 안 통할 정도로 힘을 주고 있잖아.”
백서휘가 손가락으로 당진우의 주먹을 가리켰다.
“헉! 이, 이건 관주님에게 불만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긴장을 해서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던 겁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당가의 가주와 중진들은 서로의 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헐레벌떡 신법을 펼쳐 백서휘가 있는 곳으로 왔다.
“이렇게 올 거면 진작 신법을 써서 오지 그랬어.”
자신과 싸울 준비를 뒷구멍으로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 좋게 나가질 않았다.
속내를 모르는 당가 사람들은 너무 늦게 나와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가에 온 것을 환영하오. 나는 당가의 가주 당천익이라고 하오.”
“난 백서휘고, 이쪽은 누군지 잘 알지?”
당천익이 불편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소개는 따로 안 해도 되겠지?”
“그렇소.”
“서로 바쁘니까 빠르게 일을 진행하자고. 돈이랑 무공은 어딨어?”
“돈이랑 무공?”
“여기 방문하는 조건으로 나한테 돈이랑 무공을 주기로 했잖아.”
“아! 급하게 뛰어오느라 잊고 말았소. 금방 가져다드리리다.”
마부석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니 무인 둘이 상자를 낑낑거리며 가져왔다.
상자에는 은원보가 든 작은 주머니와 다량의 은자, 무공비급이 들어 있었다.
백서휘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무공비급을 먼저 확인했다.
‘단혼독조(斷魂毒爪)?’
슬쩍 훑어보니 당가의 내공심법을 익히지 않으면 크게 위력이 떨어지는 무공이었다.
손해 보는 장사는 하기 싫다는 당가의 의지가 느껴졌다.
백서휘는 무공비급을 상자에 던져넣으며 피식 웃었다.
“재밌네.”
남에게 줘도 무방한 무공일지라도 그 무학의 근원이 당가라서 그런 것일까?
당가 사람들은 비급을 막 굴리는 백서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내 방문을 별로 환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이대로 확 장사로 돌아갈까?”
“화, 환영 안 할 리가 있겠소. 다들 관주 같이 강한 자를 처음 봐서 얼어 버린 것이오. 긴장이 풀리면 표정도 같이 풀릴 테니 양해를 좀 해줬으면 좋겠소.”
“여독이 쌓여서 그런가. 양해를 해줄 만큼 마음에 여유가 안 생기네. 조금 쉬면 괜찮아질 것 같긴 한데…….”
“이런, 손님을 오래 붙잡고 있었구려. 이자를 따라가시오. 그러면 숙소가 나올 거요.”
백서휘와 당기준은 당천익이 지목한 자를 뒤 따라갔다.
숙소는 진짜 귀빈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곳인지 고급스러운 물건들로 가득했다.
“편히 쉬십시오.”
백서휘는 안내인을 뒤로 하고 방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괜히 묵룡갑을 갖고 온 건가?”
자신과 같은 경지의 무인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쓸 일은 없을 듯싶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여기 두고.”
당기준이 한참 동안 입술만 달싹거리다가 용기를 내 말했다.
“……관주님.”
“왜?”
“단혼독조 그거 제가 익혀도 되겠습니까?”
당기준이 절실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그래, 그거 네가 익히면 되겠다.”
“감사합니다.”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독경과 암경을 얻게 되면 그것도 볼 수 있게 해줄게.』
당기준의 눈이 커다래졌다가 이내 다시 작아졌다.
『저, 정말입니까?』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기준이 이렇게 감정을 풍부하게 표출할 줄이야.
백서휘는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숙소 한가운데로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너도 준비해둬.”
‘무엇을’이란 말이 빠졌지만 당기준은 바로 알아듣고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백서휘도 본격적으로 몸 상태를 점검하며 앞으로 있을지 모를 전투를 대비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순식간에 두 시진이 지났다.
‘이쯤 되면 당가에서 부를 때가 됐는데…….’
그때 거짓말처럼 누군가가 문 근처에 달린 종을 울렸다.
“누구냐!”
당기준이 문을 향해 소리쳤다.
“가주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무슨 일로?”
“관주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같이 차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백서휘는 당천익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독령 때문이란 건 알겠는데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건지를 모르겠네.’
시간이 지나도 명쾌한 답이 안 나왔다.
이럴 때는 호랑이굴로 직접 들어가서 호랑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파악하는 게 답인 경우가 많았다.
“차 마시겠다고 전해.”
당기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문을 향해 소리쳤다.
“관주님께서 같이 차를 즐기겠다고 하신다. 어디로 가면 되는가?”
“안내는 제가 하면 됩니다.”
“아니, 안내는 내가 하겠다.”
“가주께서 당 소협까지 부른 것이 아니라 안내가 끝나면 다시 이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도 안내를 맡으시겠습니까?”
당기준이 다시 고개를 돌려 백서휘를 바라봤다.
백서휘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문을 향해 소리쳤다.
“잠깐만! 당기준은 부르지 않았다고?”
“수장과 수장이 일대일로 다른 누구도 없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하셨습니다.”
호랑이굴로 들어가기 전에 당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이 자식들 당기준한테 독령이 있다고 생각해서 따로 어떻게 해버리려는 모양인데?’
슬쩍 당기준을 보니 그도 당가에서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챈 것 같았다.
『네게 독령이 있는 줄 알고 이러는 것 같아.』
『제 생각에도 비슷합니다.』
『너랑 따로 만나서 뭔가를 하려는 것 같으니까 당가에 최대한 협조를 해봐.』
『……협조 말입니까?』
당기준이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독령이 있다고 생각하면 계속 너나 나를 귀찮게 할 거야. 독령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줘서 당가가 집착하지 못하게 만들어.』
『알겠습니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거나 당가 쪽에서 악의를 보이면 바로 탈출해서 나한테 와.』
『탈출하려면 관주님의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알아야 하니 제가 안내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당기준은 자기가 안내를 맡겠다고 하고 당천익이 어디서 기다리는지 알아냈다.
『지금 안내하는 곳이 당가의 가주가 원래 차를 마시는 곳이야?』
『원래 차를 마시는 곳도 아닐뿐더러, 당가의 가주는 차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변수를 만들어볼까?’
장소를 옮기거나 차 대신 술을 마시자고 하면 당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해 보자.’
당기준이 무인들이 지키고 있는 곳의 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백서휘는 그와 무인들을 지나쳐 당천익이 기다리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와줘서 고맙소.”
“차 마시러 온 거 아니야.”
자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당천익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차가 맘에 안 들면 술은 어떻소?”
“술? 좋지. 근데 술을 먹는다면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먹고 싶은데.”
“다른 곳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오다 보니까 정원이 있던데 거기서 술판을 벌이면 안 되나?”
“안 될 건 없지만…….”
“옮겨도 되지?”
“그게…….”
갑자기 당기준의 얼굴이 백서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여기서 위치를 옮기면 당기준이 못 찾아오잖아?’
백서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마음이 바뀌었어. 그냥 여기서 먹자.”
“정원도 좋지만 여기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소.”
“그런 것 같네. 그나저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리로 부른 거야?”
“학관과 무관을 합친 형태의 새로운 교육기관을 연다고 들었는데 맞소?”
“맞아.”
“들어 보니 남궁가에서는 사범을 한 명 파견했다고도 하던데.”
“파견이라기보다는 나랑 따로 계약한 거지.”
“우리 당가에서도 계약을 했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소?”
“당가에서? 우리랑? 왜?”
숟가락 올리는 것 같아 당천익을 경계하고 있는데, 당기준이 있는 쪽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 * *
“너희들이 뭐 때문에 오는지 알고 있다.”
당기준이 둘러싼 자들과 눈을 한 번씩 마주치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겠군.”
“그래.”
“완맥을 내줘.”
당진우가 당기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당기준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무인에게 완맥을 내준다는 건 목숨을 맡기라는 것과 같았다.
마음만 먹으면 상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일 수도 있는 급소인데다, 무인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익힌 무공의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된다.
지금 당진우는 후자 쪽을 택해 독령이 있는지 알아보려 하고 있었다.
“안 할 건가?”
당진우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에게 완맥을 내주려니 극심한 거부감이 들었다.
“기다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당기준은 심호흡을 하며 백서휘을 떠올렸다.
그가 아는 백서휘는 부하가 당하면 그래도 복수를 해줄 유형의 사람이었다.
거기다 독경과 암경을 빼앗기 위해서는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진우에게 공격을 당해 백서휘에게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지 않은 도박은 없다고 중얼거리며 당기준은 당진우에게 천천히 완맥을 내밀었다.
당진우는 완맥을 잡고 독령이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지금은 당기준을 어떻게 하는 것보다는 독령을 되찾는 게 우선이었다.
주위에 있는 당가의 무인들이 기대감어린 시선으로 당기준과 당진우를 지켜봤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확인 끝났으면 손을 좀 떼줬으면 좋겠는데?”
당기준이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독령을 어디다 빼돌린 거냐고!”
당진우가 당기준의 완맥을 잡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죽고 싶지 않아서 관주님의 도움을 받아 독령을 제거했다.”
“뭐? 독령을 제거해? 너 그게 어떤? 거짓말! 거짓말이다! 어디에다 빼돌렸어! 말해! 말 안 하면 죽인다!”
당진우는 시뻘개진 얼굴로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나는 조금의 거짓도 없이 말했다. 이 세상에 독령은 없어.”
당진우는 말하면서 완맥을 잡힌 손이 아닌 반대편 손을 주머니 쪽으로 가져갔다.
“독령도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기간에 강해져!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독령이 아니라 내 피와 땀이 날 강해지게 했다.”
당진우는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격양된 감정이 가라앉으며 그의 머리에 차가운 이성이 다시 깃들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 주장은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으면 어쩌겠다는 거지? 없는 독령을 내가 가져오기라도 해야 한다는 거냐!”
“한동안 당가에 머물면서 연구에 협조해라.”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나는 할 만큼 했어. 협조는 이걸로 끝이야.”
당기준은 당진우의 손에서 완맥을 빼내려 했다.
“협조하겠단 말이 나오게 해주지.”
“힘으로 어떻게 해 보려는 거면 생각 잘하는 게 좋을 거야. 관주님은…….”
“그자를 상대할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으니 너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좋을 거다.”
“말이 안 통하는군. 어쩔 수 없지.”
휙!
당기준은 주머니에서 폭발형 암기를 꺼내 당진우에게 사용했다.
쾅!
암기에서 난 폭음이 당가 전체로 퍼져나갔다.
꽤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당천익과 백서휘는 폭음을 더 크게 들을 수 있었다.
뭔가 잘못됐단 걸 깨달은 당천익이 바로 기관 장치를 작동시켰다.
바닥에 구멍이 생기면서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 새끼들……!”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려고 보니 백련정강(百鍊精鋼)으로 만든 차단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사방팔방에서 보라색 독연이 뿜어져 나왔다.
만독불침을 무시하는 독이 인정사정없이 백서휘의 체내로 들어왔다.
천하제일독가(天下第一毒家)란 명성을 야바위로 딴 게 아닌 듯싶었다.
‘독령!’
백서휘는 날카로운 눈으로 백련정강으로 만든 벽을 노려봤다.
그가 방 안에 갇히고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쿠구구구궁!
백련정강으로 만든 차단벽이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당가의 무인들은 긴장된 얼굴로 백서휘가 있을 방을 노려봤다.
“셋! 둘! 하나! 발사!”
“발사!”
당가의 무인들은 복명복창하며 모든 방위에서 백서휘가 있는 방을 향해 암기를 쐈다.
뇌성벽력과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오며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과, 관주님……. 어, 어떻게……”
포위망을 간신히 벗어난 당기준이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아무리 백서휘라도 지금처럼 8대 암기들로 공격을 받으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다들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먼지구름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잠시 후, 먼지구름이 내려앉으며 한 남자의 인영(人影)이 나타났다.
“차 맛이 엉망이잖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넋 놓고 있던 당기준의 눈에 희망의 빛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