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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관-42화 (42/202)

귀환무관 42화

유소화의 보신경 실력은 백서휘에 비해 많이 모자랐다.

그러다 보니 스무날이 넘도록 장사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유소화를 혼자 놓고 갈 수도 없어 백서휘의 고민만 늘어갔다.

“그렇게 신법을 펼치는 게 아니라니까!”

“죄송해요.”

“하아~ 됐다. 난 포기하련다.”

백서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유소화는 눈치를 보며 노숙할 준비를 했다.

“누가 여기서 머물 준비를 하래?”

“귀빈님이 쉬고 계셔서 준비한 건데요.”

“조금 더 가면 화전민 마을이 나오니까 지금 벌려놓은 거 다 정리해.”

그때 백서휘의 귀에 비명 비슷한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기를 귀에 집중해 청력을 증폭시켰다.

“꺄아아악!”

“크억!”

화전민 마을이 위치한 곳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제기랄! 오래간만에 지붕 있는 집에서 자나 했더니 일이 이렇게 생기네.”

“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어디를 가시는……. 와! 엄청 빠르네. 귀빈님이 나한테 뭐라고 그러는 이유가 있었구나.”

유소화는 달려가는 백서휘를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백서휘는 응룡비천신법을 전력으로 펼친 덕에 화전민 마을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누구지?’

정체불명의 여자가 자객처럼 보이는 놈들을 상대로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녀의 하얀 무복에는 자객들의 것으로 보이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땅에 쓰러진 놈들을 다 저 여자가 죽였나 보네.’

대여섯 명의 자객들이 목이 잘리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누워 있었다.

살아 있는 자객 중에서도 몇몇 놈들은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지쳤군.’

계속 숨을 헐떡이고 검기가 만들어졌다가 없어지길 반복하는 걸 보면 여자는 한계에 다다른 게 분명했다.

‘이상하네.’

검기를 뽑을 만한 경지면 저 자객 놈들을 다 도륙하는 쪽이 맞았다.

그런데 여자는 자객들을 상대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태가 정상이 아니거나 실전이 처음일 때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지.’

아니나 다를까.

여자는 자객 중 하나가 입으로 내뿜은 독물에 당해 허우적거렸다.

“그물을 던져라.”

“네!”

자객들이 여자에게 커다란 그물을 던졌다.

여자는 날아오는 그물을 베어내려고 했다.

카강!

쇠끼리 부딪쳤을 때 나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여자는 그물이 쇠로 만들어졌단 걸 깨달았다.

휙휙휙!

쇠그물이 여자를 덮쳐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이, 이놈들!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나는…….”

무리에서 달려 나온 자객이 여자의 배를 걷어찼다.

그물 안에 있는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목격자를 모두 죽여라.”

자객들이 화전민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나서려면 지금 나서야 돼.’

백서휘는 구천현현보를 오랜만에 전력으로 밟았다.

느려진 시간 속에 움직이는 건 그 하나뿐이었다.

공간을 격해 움직인 그는 그물에 갇힌 여자의 앞에 연기처럼 나타났다.

자객들이 갑자기 나타난 그를 경계하며 무기를 겨누었다.

“누구냐!”

눈앞에 있는 자객들은 수호문의 문주라고 밝혀도 누군지 알지 못할 조무래기들이었다.

그런 놈들에게 진정한 정체를 밝힐 수 없던 백서휘는 가지고 있는 여러 직함 중 하나를 말했다.

“그냥 지나가던 작은 무관의 관주.”

“안타깝구나. 그대로 지나갔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허세는…….”

읊조리듯 중얼거린 백서휘는 가까운 곳에 있는 자객부터 차례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크억!”

“사, 살려……! 크르르륵!”

“죽어라, 이 괴물! 컥!”

부하들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자 자객들의 대장이 나섰다.

대장은 동귀어진(同歸於盡)할 생각으로 송곳처럼 생긴 검으로 찌를 준비를 했다.

‘동귀어진도 근소한 차이가 있을 때나 통하지. 나처럼 압도적이면 그냥 자살하는 거랑 다름없는데……. 설마, 이놈 고수랑 싸워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놈인가?’

백서휘는 대장의 멍청함을 비웃으며 빠르게 검을 세 번 내질렀다.

푹푹푹!

자객들의 대장은 머리와 목, 심장에 구멍이 커다랗게 나며 앞으로 쓰러졌다.

“도, 도망가서 상부에 보고를…….”

“대장의 복수는 해줘야지!”

“복수는 너나 해!”

자객들은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적인 자객은 아닌 모양이야.’

백서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객들을 일일이 다 죽였다.

모든 자객이 땅에 누웠을 때, 유소화가 화전민 마을에 도착했다.

“귀빈님, 제가 도울……. 일은 없겠군요.”

“도울 일이 없긴, 시체를 저기 있는 공터에다가 모아놔.”

“예?”

“내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한 줄 알아?”

“죄, 죄송해요.”

“그러고 있지 말고 움직여.”

“네!”

유소화가 도적들의 시체를 한곳에 모아놓는 사이, 백서휘는 여자를 위해 그물을 제거해주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이 보답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백서휘는 빠르게 위아래로 스윽 훑어봤다.

옷의 재질이나 장신구를 찬 걸 보면 여자는 잘사는 집 딸 같았다.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걸 보면 성격은 좀 안 좋아 보이네. 그냥 돈이나 요구하자.’

백서휘는 눈앞에 있는 여자와 인연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그냥 서로 각자 갈 길을 가면 되리라 생각했다.

“보답은 돈이나 금붙이로 줘.”

“……돈이나 금붙이요?”

“우리가 앞으로 다시 만날 것 같지도 않으니까 돈이나 금붙이를 요구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지 않을까 싶은데.”

“다시 만날지 안 만날지는 아직 모르는 거 아니에요?”

“내가 그쪽이랑 연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어. 서로 갈 길 가자고.”

“좋아요. 돈으로 드릴게요.”

여자는 주머니에서 전표를 꺼내 백서휘에게 쥐여주었다.

“이 정도면 제 목숨값으로 충분할 거예요.”

“무슨 목숨값을 이렇게 막……. 헉!”

여자가 쥐여준 전표를 확인하니 받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액수가 적혀 있었다.

‘금원보 20개에 해당하는 금액을 그냥 이렇게 막 준다고? 좀 사는 집 자식이 아니었잖아?’

만복상단의 금태풍처럼 새로운 자금 창출원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왜요? 너무 적어요?”

“아니, 너무 많아.”

“내 목숨값은 그 정도 하니까 그냥 받아둬요.”

“훔친 건 아니지?”

“후, 훔친 건 아니에요.”

말을 더듬는 게 뭔가 이상했다.

느낌이 안 좋았다.

백서휘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이 전표 원래 주인이 누구야?”

“훔친 거 아니라니까요!”

“그럼?”

“빌려온 거예요.”

“누구한테서?”

“아버지요.”

“진짜 빌린 거 확실해?”

“네.”

“나중에 전표 주인이 추적해오면 어떡할 건데?”

“추적해온다고요? 어떻게요?”

“여기 발행번호랑 발행 전장 번호……. 잠깐만! 훔친 전표를 쓰면 추적될 거란 사실을 모르는 거야?”

“추, 추적이 돼요?”

아주 잘 사는 집 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훔친 물건들로 잘 사는 척하는 거란 생각이 드니 기분이 더러워졌다.

“제기랄! 똥 밟았군. 이거 받아.”

백서휘는 좀 전에 받은 전표를 다시 여자에게 쥐여주었다.

“말해줘요. 전표가 추적되는 거였어요?”

“훔친 전표를 계속 쓰고 다녔다면 전표의 원주인이 당신이 대충 어디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그, 그러면 안 되는데…….”

여자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진짜 전표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한테 용서를 빌어. 용서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안 들킬 방법 없을까요?”

“조언이라도 해달라는 거야?”

“네.”

“지금부터 전표 쓰지 말고 현금만 쓰고, 인피면구를 구할 수 있으면 그걸 쓰고 다녀. 그리고……. 아니, 내가 왜 이걸 말해주는지 모르겠네. 유소화! 시체들 한곳에 다 모았어?”

“네!”

땅바닥에 앉아 있던 유소화가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럼 이 여자한테 도주하는 법 좀 알려줘.”

“도주하는 법이요? 누구한테서요?”

“그건 이 여자한테 물어보고.”

백서휘는 유소화에게 여자를 떠넘기고 마을의 촌장을 찾으러 갔다.

“누구한테서 도주하는지를 알려줘야 제가 방법을……. 어?”

“왜요?”

“다, 당신 아니, 아가씨께서 왜 여기에?”

유소화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여기 있으면 안 됐다.

무려 사도련 련주가 애타게 찾는 딸이었으니까.

“제 정체를 아는군요.”

“종리연 아가씨 아닌가요?”

“맞아요. 어떻게 안 거죠?”

“……련주께서 아가씨의 용모파기를 저희 문파에 보내셔서 협조를 요청했으니까요.”

“련주님 아니, 아버님께 제 소재를 알리실 건가요?”

“그건…….”

유소화는 백서휘의 뒷모습을 한번 보고는 다시 사도련 련주의 딸을 봤다.

“제가 련주께 아가씨의 소재를 고할지, 고하지 않을지는 다 저분에게 달려 있어요.”

“저분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거군요.”

“네.”

“혹시 저분에게 제 정체를 비밀로 해주실 수 있나요?”

“그럴 순 없어요. 만약 들켰다가는 저분의 검에 제 목이 날아갈 거예요.”

“일행에게 그런다고요? 그럴 분으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실제로 목이 달아나 지부장이 있어요.”

“아버님이 도움을 구하고……. 지부가 여럿 있는 걸 보면……. 당신, 하오문 사람이군요.”

“네.”

“저분이 하오문 문주의 제자라도 되나 보죠?”

“그건 아니에요.”

유소화는 종리연에게 하오문 문주의 제자가 자기라는 사실을 숨겼다.

“그럼 뭐 하는 사람이길래 하오문 사람인 당신이 따르는 거죠?”

“무관의 관주님이세요.”

유소화는 백서휘의 진정한 정체가 수호문의 문주이고, 하오문의 귀빈이라는 사실 역시 숨겼다.

“무관의 관주?”

종리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받아들이는 게 편할 거예요.”

그때 백서휘가 두 여자를 향해 다가왔다.

“촌장이랑 무슨 얘기를 하신 거예요?”

종리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걸 왜 내가 말해야 하지?”

“당신처럼 이 마을 촌장 역시 제 생명의 은인이니까요.”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목숨값이라고 촌장한테 전표를 쥐여준 건 아니지?”

“그랬는데요?”

백서휘는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관자놀이를 지압했다.

그러고는 종리연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넌 안 되겠다.”

“안 되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종리연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포기했으니까 쟤한테 물어봐.”

백서휘는 다시 촌장이 사는 집으로 걸어갔다.

“왜 저러는 거예요?”

“촌장한테 얼마짜리 전표를 쥐여주신 거예요?”

“금원보 1개요.”

“쥐여준 전표의 액수가 너무 커요.”

“제 목숨값은…….”

“그 목숨값 때문에 촌장이 마을 사람들이나 도적들한테 죽을 수도 있어요.”

종리연은 유소화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자기 잘못이 뭔지 깨달았다.

“뺏어야 할까요?”

“사정을 말하고 돌려받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유소화는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백서휘가 있는 곳으로 가려 했다.

“아직 도주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그냥 집으로 돌아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럴 수 없어요.”

“결혼 때문에요?”

“어떻게 안 거죠? 그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사도련 내에서도 몇 명 없는데?”

유소화는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유소화! 여기 아직 시체가 남아 있잖아!”

“죄송해요!”

변명할 수 없었던 유소화는 종리연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백서휘가 가리킨 시체를 치우러 갔다.

‘아무리 봐도 저 두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잠깐이라도 몸을 의탁해보자.’

종리연은 촌장 집에 있는 백서휘에게로 향했다.

백서휘는 평상에 누워서 낮잠을 자려 하고 있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잠깐이라도 좋으니 저를 일행으로 받아주세요.”

백서휘는 입을 앙다문 채 팔짱을 끼고 종리연을 바라봤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추적을 당하고 있다는 걸 백서휘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 일행으로 받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무공을 모르는 사람이 일행으로 받아달라고 하면 좀 더 고민했을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여자는 실전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일류의 경지에 오른 고수였다.

강호를 혼자 주유할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했다.

‘굳이 일행으로 받아서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귀찮은 일은 되도록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백서휘가 단호하게 거절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 유소화가 멀찍이서 그게 전음을 날렸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사도련 련주의 딸 종리연이에요. 잘 생각해서 결정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사도련 련주의 딸이라고? 확실해?』

『확실해요. 본인 입으로도 사도련 련주 종리혁의 딸이 맞다고 했어요.』

『그럼 자객들 정체는 뭐야? 아버지가 전표 훔쳐갔다고 딸을 죽이기라도 하려했던 거야?』

『련주의 반대파나 정파 쪽에서 보낸 자들 아닐까요?』

“음…….”

한참 전에 나겁개에게 들었던 말이 백서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당시, 나겁개는 그에게 사도련 련주 딸의 실종으로 정사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무관 운영에 지장이 없다면 정사대전이 일어나든, 말든 상관없다고 했던 게 잘못이었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이 이렇게 벽력탄(霹靂彈)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감도 안 오네.’

당금의 무림은 정파의 무림맹과 사파의 사도련 두 개의 축으로 나뉘어 있었다.

똑같은 연합단체임에도 무림맹과 사도련은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무림맹이 조직구성원 간에 차이가 없는 수평적 조직이라면, 사도련은 련주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직적인 조직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최고 권력자의 따님이 내 눈앞에 있고, 일행으로 삼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네.’

말도 안 되는 일이란 생각이 드는 동시에 왜 자신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붕 밑에서 자겠다는 욕심이 너무 컸던 걸까?’

백서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종리연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 이상 그녀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할 수 없었다.

혹여라도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다가 나중에 사도련으로 돌아갔을 때 고까운 마음을 먹고 학무관에 해코지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해코지한다고 해서 내가 가만히 당해주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종리연을 일행으로 받아줄 수도 없었다.

종리혁에게 잘못 걸리면 짜증이 나는 상황이 매우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저를 일행으로 받고 싶지 않다면 받고 싶지 않다고 말씀해주세요. 조용히 다른 곳으로 떠날게요.”

“기다려. 생각 좀 해보자.”

종리연을 받아서 일이 아주 잘 해결되었을 때의 이득과 손해를 계산해봤다.

이득은 사도련의 비호를 받을 수 있다는 거고, 손해는 화산파의 관계가 애매해진다는 것이었다.

‘일이 망하면 사도련과는 전쟁이겠지.’

사도련과의 싸움에서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이라면 지금 당장 가서 사도련주의 목을 베고 나머지 인간들을 강환으로 소멸시키는 것도 가능하니까.

단지 걸리는 게 있다면 학무관에 집중해야 할 시간과 노력이 다른 곳에 뺏긴다는 거였다.

‘잠깐! 왜 이렇게 고민하는 거지? 어차피 잠깐 동안 일행으로 받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이러면 이득은 이득대로 취하고 손해는 안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종리혁이 통이 크다는 얘기를 지나가다 들은 적이 있었다.

종리연을 잘 보호하고 있다가 종리혁이 등장했을 때 냅다 가져다 바치면 사업장 하나를 공짜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손해를 안 보려면 안 볼 수도 있었네.’

이러면 종리연을 일행으로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백서휘가 눈에 띄게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일행으로 받아줄게.”

“정말요?”

“대신에 약속 하나만 하자고. 추적자에게 잡히게 되도 나와 내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기로.”

“약속할게요.”

“우리 목적지는 장사인데 너는 어디야?”

“목적지는 따로 없어요.”

“그럼 장사에서 헤어지는 거다?”

“장사에서요? 꼭 그래야 해요?”

“길동무나 하자는 거지.”

“……알겠어요. 대신 추적을 피하는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쟤한테 배워. 친절히 잘 설명해줄 거야.”

“알겠어요.”

백서휘는 다시 평상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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