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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관-15화 (15/202)

귀환무관 15화

백서휘는 멈춰서서 홍륜을 바라봤다.

홍륜은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 보였다.

“무슨 일이지?”

“당신한테 할 말이 있소.”

“그 할 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해줬으면 좋겠군.”

“아들한테 헛바람 넣는 짓을 그만둬주시오. 이걸 들어준다면 나도 당신이 원하는 걸 다 들어드리리다.”

“헛바람 넣는 짓이란 게 정확히 뭐지?”

“초상 치를 만한 일을 하지 말란 거요.”

“음…….”

백서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가진 기예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절정 고수 수준이면 육체에 많이 의지한다.

그래서 사지 근맥을 다 잘라 놓으면 적상현도 별수 없었다.

‘단전이 깨진 충격까지 적상현이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걸 생각하면 사실상 홍선이 초상 치를 일은 없어.’

홍륜이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지만 그럴 일은 없으니 부탁을 들어줘도 되리라.

“부탁 들어주지.”

“좋소. 그쪽이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니 나도 약속을 지키겠소. 내게 부탁할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무관을 증축해줬으면 좋겠군.”

“어디에 있는 어떤 무관이오?”

“장사에 있는 자하무관.”

“이틀 후에 짐을 가지고 그쪽으로 가겠소.”

이틀 후면 이미 거사가 끝나도 진작에 끝났을 시간.

정말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이야기가 잘 합의된 것 같으니, 나는 이만 장사로 가보겠다.”

장사로 출발한 지 한 식경쯤 지났을 때, 백서휘는 도박 중독자 ‘왕오’의 모습으로 도박장에 나타났다.

‘계속 돈을 따면 적상현 쪽에서 접근해오겠지.’

주사위를 시작으로 골패, 마작, 투실솔(鬪蟋蟀, 귀뚜라미 싸움) 등.

모든 부문의 도박에서 돈을 따자 적상현 쪽에서 접근했다.

“판돈이 더 큰 곳에서 놀고 싶지 않나?”

적상현의 똘마니 중 하나가 은밀히 다가와 속삭였다.

“여기보다 판돈이 더 큰 곳이 있다고?”

“큰손들만 오는 곳이지. 원한다면 자네도 참여시켜줄 수 있네.”

“음…….”

백서휘는 일부러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 가면 이곳에서 열 번을 도박해야 딸 돈을 한 번에 딸 수 있어.”

“좋아, 가도록 하지. 거기가 어딘가?”

“나를 따라오게.”

적상현의 똘마니와 백서휘는 진상이 있거나 다른 조직에서 쳐들어왔을 때나 열리는 문으로 걸어갔다.

“여기는…….”

“특별한 자만 갈 수 있는 곳이야.”

적상현의 똘마니는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백서휘는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순간 후두부에 강한 타격이 들어왔다.

금강불괴에 이른지 오래라 타격은 조금도 없지만, 작전을 위해 백서휘는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척했다.

적상현의 똘마니가 바닥과 입 맞추고 있는 그를 번쩍 들어 고문실로 데려갔다.

“여기 앉혀봐.”

적상현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때가 됐다고 느낀 백서휘는 눈을 뜨고 일어나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앉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여기 있는 도구들로 고문이라도 할 건가?”

적상현은 태연하게 놀라지 않은 척했다.

“……너 정체가 뭐냐.”

“감당할 수 없는 건 묻는 게 아니란 걸 모르나?”

“네깟놈의 정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이 적상현이? 하하하! 웃기는 놈이군.”

챙!

적상현은 갑자기 정색하더니 검을 뽑아 백서휘의 목에 겨누었다.

“내 별호가 왜 잔살검인지 알고 싶지 않으면 정체를 밝히는 게 좋을 거야.”

“정말 궁금한 것 같으니 알려주지. 나는…….”

백서휘는 난화만천수(蘭花滿天手)를 펼쳐 똘마니들을 모두 제거했다.

“수호문(守護門)의 당대 문주다.”

“수호문이 어디 있는 문……. 컥! 수, 수호문이라면 본가를 멸문시킨…….”

“잘 아는군.”

적상현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고문실을 뛰쳐나갔다.

백서휘는 바로 응룡비천신법을 펼쳐 그를 따라갔다.

“오, 오지 마!”

적상현은 도기(刀氣)가 일렁이는 도를 크게 휘둘렀다.

쿠콰콰콰쾅!

강렬한 도기가 스치고 지나가는 곳은 모두 풍비박산이 되었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도에 담긴 힘에 겁을 먹고 접근할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백서휘는 비범함 이상의 수준을 가진 무인이었다.

그는 도리어 웃으며 공격 범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오, 오지 말라고!”

도병(刀柄)을 쥐고 있는 적상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공격 속도는 빨라졌고 날이 향하는 방향은 더욱 정교해졌다.

방계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무위였다.

‘제법이야.’

혈통의 한계를 이겨낸 무인이 마교엔 매우 드물다는 걸 알기에 자연스럽게 감탄이 나왔다.

‘이런 놈이 왜 십만대산에 없었던 거지? 무사단을 지휘하기 충분한 실력인데?’

마도십가의 무사단은 화산의 매화검수나 무당의 무당칠자, 소림의 십팔나한만큼이나 뛰어난 존재였다.

그런 곳의 대장을 맡길 만큼 적상현의 실력은 뛰어난 면이 있었다.

‘모르겠군.’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바로 귓전에 들려왔다.

쐐애애액!

날이 목에 닿기 직전, 백서휘는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왼손으로 가볍게 반격했다.

‘도를 놓아야 한다.’

적상현은 본능의 외침을 무시하지 않았다.

쾅!

굉음과 함께 도가 날아가더니 천장에 꽂혔다.

적상현은 도를 바로 놓았기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멍청해 보이는 것과 다르게 판단력은 좋은 편이군.’

적상현은 당장 매화검수와 싸워도 괜찮은 승률을 보여줄 것 같았다.

‘사실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지.’

손에서 무기가 사라지자 적상현은 적수공권으로 싸울 준비를 했다.

‘권을 쓰는 백가(白家)도 아니고 도를 쓰는 적가, 그것도 방계에 불과한 놈이 아무것도 없는 두 손으로 날 상대하겠다? 실망스럽군.’

어이가 없어 백서휘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적상현이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가 볼 때 백서휘는 항복을 받아줄 만한 인물이 아니었고 살려면 뭐라도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 나름대로 고뇌를 거쳐 선택한 게 적수공권이었다.

“항복해라.”

“그럼 살려줄 거야?”

“그게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하나?”

“씨발! 그럼 왜 항복하라고 한 건데!”

적상현은 말을 하면서 눈치를 보다 먼저 공격을 했다.

백서휘는 금나수로 그의 팔을 꺾어제압했다.

“죽어!”

적상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허리 쪽에 반대편 손을 가져갔다.

보아하니 숨겨놨던 무기를 꺼내는 것 같았다.

쐐애애액!

적상현이 어느새 뽑은 송곳으로 백서휘의 목을 찌르려 했다.

백서휘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수로 그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게 하였다.

푸욱!

송곳이 허벅지를 파고들자 적상현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채찍처럼 휘어진 백서휘의 다리가 적상현의 오금을 때렸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사, 살려줘!”

“내가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도, 돈을 줄게.”

“도박장으로 많이도 번 모양이군.”

“내, 내 집무실에 가면 금고가 있어. 이건 집무실 열쇠…….”

적상현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했다.

‘암기겠지.’

아니나 다를까.

적상현은 백서휘를 향해 기다란 막대기를 들이댔다.

암기의 생김새가 당가의 유성연환표(流星連環鏢)와 닮아 있었다.

“죽어라!”

기다란 막대기에서 쏘아진 표창이 유성처럼 빠르게 짓쳐들어왔다.

피리리리릭!

백서휘는 따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손을 휘둘렀다.

그의 보랏빛 손그림자가 공간을 가득 뒤덮었다.

“마, 말도 안 돼.”

“이거 말인가?”

백서휘는 피식 웃으며 조금 전에 잡아낸 암기들을 땅에 버렸다.

“자, 이젠 뭘 보여줄 거지?”

적상현은 비장의 수까지 모두 막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갔다.

백서휘는 무심한 얼굴로 지풍을 쏘아 보냈다.

지풍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더니 적상현의 어깨를 꿰뚫었다.

“끄아아악!”

적상현은 어깨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뒹굴했다.

백서휘는 그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적상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백서휘가 그의 발목을 걷어찼다.

쾅!

“지겹군.”

백서휘는 적상현의 아혈과 마혈을 점혈했다.

“읍읍읍!”

적상현이 뭐라고 말을 해보았지만 아혈이 점혈된 탓에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질 못했다.

백서휘는 그의 뒷덜미를 잡고 고문실로 질질 끌고 갔다.

“시작한다.”

백서휘는 적상현의 사지 근맥을 하나하나 칼로 잘라냈다.

적상현의 양팔과 양다리에서 나온 피가 바닥을 적셨다.

“죽으면 안 되지.”

혈도를 짚어 지혈하고는 적상현이 입고 있는 상의를 찢었다.

그것으로 대충 붕대를 만들어 상처 난 부위에 하나씩 감아놓았다.

“나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러는데 이번에 하는 게 진짜 아프다고 하더군.”

적상현을 대자로 눕게 한 후 마혈을 다시 한번 짚었다.

혹시라도 움직이는 일이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하려는 짓이 무엇인지 짐작한 걸까?

적상현은 하지 말아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백서휘는 그의 기해혈에 역(逆)의 성질이 담긴 진기를 주입했다.

단전을 오가며 순환하는 기운들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다 아예 멈추어버렸다.

‘시작되겠군.’

지기를 주입하던 손을 떼고 가만히 있으니 적상현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의 역류로 인해 단전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은 분근착골 때 느끼는 고통의 이상이었다.

적상현이 눈물을 흘리며 피를 계속 토해냈다.

‘준비가 끝났군.’

백서휘는 주위를 둘러보며 포대가 없는지 살펴봤다.

다행히 고문실에는 시체를 치울 걸 대비해 포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포대에 적상현을 집어넣고 천환역형공 펼쳐 얼굴을 적상현의 똘마니 것으로 바꾸었다.

‘가볼까.’

백서휘는 포대를 어깨에 메고 밖으로 나왔다.

다른 똘마니와 마주쳤지만 들고 있는 포대 때문인지 고생한다는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

도박장을 빠져나온 이후로 악록산까지 쾌속으로 달려갔다.

악록산에 도착하니 초입에 홍선이 연장이 든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마을로 내려가려 했다.

“어딜 가는 거지?”

“그걸 내가 왜 알려줘야 합니까?”

“약속 잊었나? 사흘 후 악록산에서 결행한다는.”

홍선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거지?”

“도, 도대체 누구십니까. 그건 저랑 백 관주님만 아는 건데…….”

“아!”

백서휘는 천환역형공을 풀어 원래 얼굴로 돌아왔다.

“나다, 백서휘.”

“정말 백 관주님 맞습니까?”

홍선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며 맞서 싸울 준비를 했다.

“정, 의심이 가면 이걸 한 번 봐봐.”

포대 안에 담겨 있는 적상현을 보여주자 홍선은 그제야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백서휘란 것을 믿었다.

“여기 있지 말고 올라가자.”

백서휘는 미리 봐두었던 장소로 홍선을 이끌었다.

“홍 대목장과 약속했다.”

“아버지와 무슨 약속을…….”

“초상 치를 일 없게 해주면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그럼 이 일은…….”

“아버지에게 말해도 상관없다. 우리가 하는 일이 초상 치를 일은 아니니까.”

“그렇죠.”

홍선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다 도착했으니 이 포대를 풀도록 하겠다.”

백서휘는 포대를 풀어 안에 들어있는 적상현을 꺼냈다.

“오다 죽은 거 아닙니까? 아예 움직이지를……. 아! 살아있군요.”

“마혈을 짚어놔서 그런 거다. 점혈해놨던 걸 풀면 움직일 수 있으니 조금 뒤부터는 조심해야 돼. 뭐, 그래도 홍 목장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백서휘는 적상현을 상처 없이 납치해 온 고수였다.

그런 고수가 자기를 인정해주자 홍선은 자신감이 생겼다.

“결정해야 할 일이 있다.”

“어떤 일이죠?”

“점혈해놓은 마혈과 아혈을 푸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돼. 참고로 마혈을 풀면 이놈이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아혈을 풀면 말할 수 있게 된다.”

“풀어주십시오.”

홍선은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그럼 점혈한 걸 풀고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을 대비해 지켜 보겠다. 그 이후로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겠다.”

백서휘는 적상현을 해혈한 후 멀찍이 떨어졌다.

조금 기다리니 적상현이 꿈틀거리며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너희들 뭐야……. 뭐냐고……. 우리 형이 누군지 알아……? 홍염방의 방주 적우현이야……. 이 개자식들아…….”

홍염방은 무림에 대해 잘 모르는 홍선도 들어봤을 정도로 근래에 유명해진 방파였다.

그런 곳의 방주가 형이라니.

홍선이 떨리는 눈동자로 백서휘를 바라봤다.

“이, 이거 괜찮은 겁니까?”

“저놈이 사라진 거 아는 사람은 둘뿐이다. 나랑 홍 목장.”

“그럼 우리만 입 다물면…….”

“그 누구도 우리가 범인이란 걸 알지 못할 거야.”

“그렇군요. 그럼, 여기서 저놈이 죽어 나가도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네요?”

“그렇지.”

“가만두지 않겠어. 적상현”

홍선이 으르렁거리며 말하자 적상현이 흠칫 놀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떤 식으로 죽이려나.’

홍선이 뚜벅뚜벅 걸어가서는 적상현의 턱주가리를 발로 걷어찼다.

적상현은 그 한 번의 공격에 잠시지만 기절하고 말았다.

“정신 차려라. 아직 끝나려면 멀었어.”

홍선이 뺨을 때려 적상현을 깨웠다.

“여, 여긴…….”

“너와 나의 지옥이지.”

홍선은 작게 말을 중얼거리는 적상현의 몸을 정신없이 난타했다.

적상현이 팔을 허우적거리며 반항하자 홍선은 그의 팔을 붙잡고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다 부러뜨렸다.

“끄아악!”

모든 손가락을 다 부러뜨리자 홍선이 벌떡 일어나더니 가방에서 연장을 꺼내 적상현의 손톱을 뽑아버렸다.

“끄아아아아악! 이 개자식아!”

사지 근맥이 잘려나가 힘을 쓸 수 없는 적상현으로서는 홍선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다시 홍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엔 다른 연장을 쓰려나.’

예상이 맞았다.

홍선은 가방에서 망치를 꺼냈다.

‘뭘 하려고 저러는 거지?’

백서휘는 홍선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홍선은 아무 말 없이 적상현의 발가락을 일일이 망치 깨부쉈다.

쾅쾅쾅!

열 번의 망치질이 있고 열 번의 비명이 있었다.

“개자식.”

홍선은 치미는 울화를 이기지 못하고 적상현의 위에 올라탔다.

그다음 적상현의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홍선이 하늘을 향해 목이 터지라 포효하며 울분을 푸는 모습을 보니 백서휘는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헉헉헉!”

적상현의 얼굴은 완전히 짓뭉개져 있었고, 홍손의 손과 손가락에도 상처가 많이 있었다.

‘수리를 꽤 오래 해야겠네.’

홍선의 울분을 이해하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관주님, 이놈 시체는 어떡합니까?”

“흔적을 안 남기려면 아예 없애버려야지.”

홍선이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지만 이 부분에서는 칼같이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화골산으로 적상현의 시체를 처리하고 옷까지 다 태워버리면 나중에 홍염방 놈들이 들쑤시고 다녀도 문제없겠지.’

백서휘는 주머니가 달린 혁대에서 화골산을 꺼냈다.

“시체 처리하겠습니다.”

홍선이 보는 앞에서 적상현의 시체에 화골산을 부었다.

치이익!

화골산이 닿기 무섭게 적상현의 시체가 흐물흐물해지더니 완전히 녹아버렸다.

남아있는 옷까지 삼매진화로 처리하니 적상현의 흔적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끝인가요?”

“그래, 끝이다.”

“그렇군요.”

백서휘와 홍선은 터덜터덜 악록산을 내려갔다.

“제가 이성을 잃고 주먹을 쓰는 바람에 손을 좀 다쳤습니다. 그래서 수리가 좀 늦을 것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홍 대목장께 증축과 수리를 동시에 부탁드리면 되겠지.”

“아! 그건 제가 유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백서휘는 꾸벅 고개를 숙여 홍선에게 인사하고는 다시 도박장으로 향했다.

‘적상현이 모아둔 돈을 찾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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