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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五章 천지화합비공(天地化合秘功) (29/35)

第五章 천지화합비공(天地化合秘功)

1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으음……!"

전여정은 천천히 기력을 회복하며 눈을 떴다.

그 때였다. 돌연 일진의 소성과 함께 그녀 앞에 한 여인이 내려섰다.

서른 살 가량 되었을까?

구름처럼 말아 올린 머리에 염기 가득한 얼굴을 한 여인은 비록 중년의 나이였으나 극히 뇌쇄적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가슴이 움푹 파여진 묘족(苗族)의 옷을 입고 있어, 탄력 있고 팽팽한 젖가슴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정녕 사내들의 심장을 녹일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치마가 짧아 희멀건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 자극적이었으며, 쭉 뻗은 각선미는 그야말로 유혹적이었다.

유아독녀궁의 살시나찰이 비록 요염하다 하나, 이 여인에게는 비교조차 될 수 없었다. 그만큼 이 여인은 너무도 매혹적이었던 것이다.

감미로운 눈길이 그렇고, 촉촉이 젖어 있는 입술이 그랬다.

이 여인에게는 선척적으로 사내의 가슴을 진탕시키는 요기가 잠재되어 있는 듯싶었다.

전여정은 눈앞에 나타난 여인을 보자 자지러질 듯 놀라며 황급히 몸을 굽히는 게 아닌가?

"궁주님을 뵙습니다!"

아, 이 중년미부가 바로 유아독녀궁의 궁주인 귀염마녀(鬼艶魔女)란 말인가?

여인천하를 이룩하려는 야심(野心)에 찬 여인.

또한 탈혼사자 독고휘의 진원을 갈취한 여인이기도 했다.

귀염마녀는 음랭한 시선으로 전여정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누가 혈궁의 진창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

그녀는 분시대살진을 전개했던 혈궁고수들에 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월하신녀 전여정은 운기요상 중인 진유걸을 가리켰다.

"바로 저 분이……."

일순 전여정이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린 귀염마녀가 경악에 찬 외침을 터뜨렸다.

"저 자는… 불마공자!"

진유걸을 바라보는 귀염마녀의 안면에 왠지 모를 희열의 기운이 어렸다. 그녀는 진유걸의 진원을 빼앗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귀염마녀의 의도를 눈치챈 전여정은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과 함께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녀는 불현듯 몸을 날려 진유걸의 앞을 막아 섰다.

"안 돼요, 궁주님! 제발……."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그녀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단 한 가지 생각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반드시 유걸 오빠를 살려야 한다!'

전여정은 어떻게 해서든지 진유걸을 귀염마녀의 손아귀에서 빼내야만 했다.

"이 분은 제자의 생명을 구해 줬어요. 그러니 이 분만은 살려 주세요."

귀염마녀는 전여정의 이 당돌한 행동에 몹시 기분이 상했다.

"괘씸한 것! 지금 본 궁주에게 감히 반기를 든단 말이냐?"

"제자가 어찌 감히 궁주님께 반기를 들 수 있겠습니까? 제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본궁에도 많은 고수들이 감금되어 있으니 그 중에서……."

귀염마녀는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무지한 계집 같으니라구! 본 궁주는 지난 삼 년 간 일류고수들이라 자처하던 세 고수의 진원을 취했지만, 혈궁이나 포달랍궁의 절정고수들과 겨우 평배를 유지했을 뿐이야!"

음향회천경(陰陽回天經)에 수록된 채양보음지술(採陽補陰之術)로 흡취한 공력을 지니고도 평배를 유지하다니?

그렇다면 혈궁이나 포달랍궁에 얼마나 더 뛰어난 고수들이 있단 말인가?

"흥! 하지만 이제 불마공자의 공력만 흡수한다면……."

그러나 월화신녀 전여정은 물러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분만은 제발……."

귀염마녀는 그녀가 추호도 비켜 설 기미를 안 보이자 울화가 치밀었다.

"쓸모 없는 년!"

귀염마녀가 우수를 들어올려 좌우로 흔드는 순간, 전여정은 무지막지한 흡입력에 의해 저절로 몸이 끌려 갔다.

"앗! 섭물공(攝物功)!"

그녀가 대경실색하여 외치는 순간, 귀염마녀의 우수가 빙글 원을 그렸다.

윙-!

전여정은 둔탁한 쇠뭉치가 아랫배를 후려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악!"

그녀는 다음 순간, 허공 위로 붕 날며 갈대숲으로 곤두박질쳤다.

귀염마녀의 무학은 이미 입신의 경지에 들어선 듯, 지극히 유연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였다.

"분수를 모르는 계집! 여인천하를 이룩하려는 본 궁주의 앞길을 막아 스스로 죽음을 택하다니……."

그녀는 조소를 흘리며 운공요상에 빠져 있는 진유걸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진유걸은 상승심법(上乘心法)으로 내상을 치료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제 일 년 후면 본 궁주의 뜻을 펼칠 수 있으리라.'

귀염마녀는 진유걸의 전신을 훑어보며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그녀는 즉각 품안에 든 황색 가루를 꺼내 자신의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굽혀 진유걸의 코 끝에 자신의 입술을 바싹 갖다 대었다.

"하-!"

귀염마녀의 입에서 안개 같은 기류가 순간적으로 뿜어졌다.

너무도 야릇한 향기.

물심일여(物心一如)의 공간을 헤매던 진유걸은 차츰차츰 정신이 흐트러졌다. 아니, 정확히 말해 사지백해를 돌던 진기들이 힘을 잃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너무도 느릿느릿 진행되어 진유걸조차 느낄 수가 없었다.

그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뒤였다.

그는 어렴풋이 누군가가 자신을 들어올리는 느낌을 받았다.

귀염마녀와 진유걸이 사라진 뒤.

장내는 이제 피를 뿌리며 나뒹구는 시신들만이 널려 있었다.

간혹 부드러운 실바람이 갈대를 흔들며 지나갈 뿐, 주위는 고요하기만 하였다.

이 때 어디선가 늙수그레한 음성이 들려 왔다.

"피 냄새는 저편에서 나고 있소이다."

이어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그렇군요. 어서 가 봅시다."

순간, 두 줄기 인영이 빛살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허공에서 빙글 몸을 회전시키며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장내로 내리꽂혔다.

휘익- 휙-!

푸른 장삼을 입은 온화한 용모의 노인과 우스꽝스럽게 생긴 노화자(老化子).

바로 마령신의와 영걸신개였다.

바로 십대기인(十代奇人) 중의 하나이며 진유걸의 사백이기도 한 남궁태협(南宮太俠)과 개방방주 영걸신개가 아닌가?

그들은 시신이 널린 주위를 둘러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누구의 짓인지 모르지만 무척 잔인하구려."

"죽은 자들은 혈궁고수들이 분명하외다. 혈궁에는 모두 다섯 단계의 항렬이 있다고 하는데… 보아하니 이들은 그 세 번째 항렬에 해당될 듯싶소이다."

마령신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떠올렸다.

"무엇으로 그 항렬을 알 수 있는 거요?"

"옷색깔로 구분합니다. 궁주를 제외한 최절정 고수는 백(白), 다음은 흑(黑), 적(赤), 청(靑), 황(黃)의 순이외다. 이로 미루어 이들은……."

그는 말을 잇다 말고 피를 흘린 채 죽어 있는 한 노인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마령신의가 의아한 듯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 거요?"

"신의께서는 이 사람이 누군지 아시겠소?"

남궁태협은 그를 유심히 살펴보다 갑자기 경악에 찬 외침을 터뜨렸다.

"사대천왕 중 한 명인 남악천왕 악심골제!"

영걸신개는 머리를 끄덕였다.

"노화자도 그렇게 생각하외다. 한데 이상한 것은, 그가 어찌해 적의를 입고 있느냐 하는 점이오."

그는 평소의 활달하던 모습과는 달리 무척 진지한 얼굴을 하였다.

"남악천왕 악심골제가 적의를 입고 있다면… 혈궁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고수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얘기가 아니오?"

그러자 남궁태협이 침착하게 응수하였다.

"이것은 혈궁궁주의 흉계일지도 모르오. 중요한 것은 남악천왕을 누가 격살시켰느냐 하는 점이오."

이들은 남악천왕 악심골제가 백 년 전의 상세로 인해 본신 공력을 오 성밖에 활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혹시 귀염마녀의 짓이 아닐까요?"

영걸신개의 말에 남궁태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 마녀는 탈혼사자를 비롯한 다른 두 고수의 공력까지 흡취하였으니 능히 사대천왕을 상대할 수 있을 게요."

"그렇다면 그 마녀가 또 다른 고수의 공력을 흡취한다면,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가 일어날 게 아니오?"

"그것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요. 채양보음지술을 시도하여 얻은 공력은 일 년 간 운공해야만 자신의 진원으로 바꿀 수 있소. 그 때까지 혈궁이나 포달랍궁, 태명회에서 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오."

"음, 하지만 그 마녀의 음양회천경은 정녕 가공하지 않소?"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하는 절전비술(絶傳秘術)이 있소이다."

순간, 영걸신개는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더듬거렸다.

"그… 그것이 어… 어떤 무공이오?"

"천살성 사마기가 말년에 발견했던 희세(稀世)의 비급 불마경(佛魔經)에 수록돼 있소이다. 거기에는 음양회천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한 무학이 수록돼 있다 하외다."

그러자 영걸신개의 얼굴에 한 가닥 화색이 감돌았다.

"불마경… 십만대산에 등장했다는 불마성! 그리고 본방을 도와 준 불마공자! 아아……!"

그의 입에서 나직한 경탄성이 튀어나왔다.

2

삐이꺽-!

웅장한 정문이 열리며 한 여인과 어린아이가 걸어 나왔다.

여인은 평범한 용모였으나 어딘지 모르게 고상한 인품이 엿보였다.

걸음걸이마다 품위가 있어 보였고, 몸매도 상당히 빼어난 여인이었다.

바로 혜령이라는 이름으로 철영보에서 하녀 노릇을 하던 주수연이었다.

주수연의 옆에는 이제 세 살 난 성운이 아장아장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백옥 같은 피부에 초롱초롱한 눈동자, 거기다가 오똑 솟은 콧날과 작은 입술.

성운은 매우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어린아이답지 않게 의젓한 면도 있었다.

"어머니, 어디 가는 거예요?"

"응, 아버님을 찾아가는 거란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며칠 전, 철지연이 병상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 그 분은 자신을 불마공자 진유걸이라고 하셨어.

아, 진유걸!

불마공자는 역시 광혈풍 진유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주수연을 전혀 몰라보지 않았던가?

주수연은 어쩌면 그가 의식적으로 모른 체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동안 그의 마음이 변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그 분은 마음이 변하신 게 분명해! 그래서 우리 모자를 모른 체했던 거야. 우리를 버린 그런 분을 계속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이 곳을 떠나자.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지?'

주수연은 철영보에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장 의원의 마수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오직 진유걸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는데… 진유걸이 자신들을 버린 것을 안 이상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성운을 데리고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이다.

성운이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어머님은 아버님이 계신 곳을 알고 계세요?"

"나도 모르고 있단다. 하지만 찾을 수 있을 거야."

성운은 부친을 만난다는 기쁨에 깡충깡충 뛰었다.

"이제는 소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있겠네요."

주수연은 의아한 얼굴을 하였다.

"마음을 놓다니?"

"아버님을 찾으면 어머니가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시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 말에 주수연은 어린 성운을 와락 껴안았다.

두 줄기 눈물이 그녀의 가녀린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루 종일 타오르던 태양은 산 너머로 몸을 숨기고 하늘을 날던 새들도 둥지를 찾아 날아드는 시각.

그러나 주수연과 성운은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다.

천하 그 어디에 자신들을 반겨 주는 곳이 있겠는가?

"휴우!"

주수연은 하늘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며 성운의 손을 꼬옥 쥐었다.

성운은 어린 마음에도 주수연의 괴로움을 아는 듯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어머니,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꼭 아버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버님을 만나면 어머니가 그 동안 겪으신 고초(苦楚)들을 모두 말씀드려 줄 게요."

주수연은 총명한 성운이의 또박또박한 말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그녀는 성운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 주며 내심 울음을 삼켰다.

'영특한 녀석. 하지만 너의 아버지는…….'

그 때였다.

"으음……!"

신음 소리와 함께 피투성이가 된 여인이 불쑥 그들 모자 앞으로 튀어나왔다.

"어멋!"

주수연은 화들짝 놀라며 성운의 손을 잡아끌며 얼른 뒤로 물러섰다.

피범벅이 된 여인은 나타나자마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어머니! 이 분이 많이 다쳤나 봐요."

그제서야 수연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쓰러진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여보세요. 정신차리세요!"

그녀는 피에 젖은 여인을 흔들어 깨웠다.

여인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으으, 유걸… 오빠……."

순간,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수연은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월화신녀 전여정.

천면신옹의 손녀로 중조산의 길목에서 주수연과 진유걸을 막아 서서 저주를 퍼붓던 여인이 아닌가?

하지만 그녀는 지금 피투성이가 된 채 진유걸을 부르고 있었다.

'혹 이 여인이 그 분의 행방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주수연은 다급한 마음으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때마침 어디선가 시구를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吳兒多白晳 好爲蕩舟劇

賣眼擲春心 折花調行客

살결 흰 오(吳)의 계집들은, 배를 흔드는 장난을 좋아한다.

눈웃음을 쳐서 정을 보내고, 꽃을 꺾어 들고 행인을 조롱한다.

수연은 반가운 심정이 되어 얼른 그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여보세요! 사람 좀 구해 주세요!"

그녀의 외침에 행인이 걸음을 멈추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핏빛처럼 붉은 경장 차림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턱, 사람의 의표를 찌를 듯 날카로운 눈빛.

나타난 인물은 뜻밖에도 백표서생(白豹書生) 당평학(唐平鶴)이 아닌가?

천면신옹의 유일한 제자로 진유걸의 눈을 실명케 했던 인물.

당시 진유걸은 그의 손에 죽을 뻔했을 때 지청란(池淸蘭)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지 않았던가?

주수연은 그를 보는 순간, 왠지 온몸이 섬칫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백표서생 당평학은 주수연을 보자마자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잡는 것이 아닌가?

주수연은 그의 느닷없는 행동에 너무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아니, 왜 이러는 거예요?"

신랄한 그의 손속에 주수연은 여지없이 그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던 당평학의 입가에 괴이한 미소가 어려졌다.

"당신, 인피면구를 쓰고 있군. 그것도 만화장의……."

그 말에 수연군주는 기절초풍할 듯이 놀라고 말았다.

삼 년 동안 쓰고 있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던 정교한 인피면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행인이 알아 내다니…….

그것도 안휘성(安徽省) 만화장(萬和莊)에서 천면신옹이 제작했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니?

"도대체 누구요? 어디 얼굴 좀 봅시다."

백표서생 당평학은 음충맞게 웃으며 그녀의 인피면구를 사정없이 떼어 냈다.

쫘악-!

찰나, 당평학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입을 떡 벌렸다.

'아름답다!'

단지 이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천상의 선녀(仙女)라 한들 이렇게 화사할 수가 없으며, 이슬을 머금은 한 떨기 백합(百合)이라 해도 이처럼 곱지는 못하리라.

당평학은 음침한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백표가 이제서야 진짜 미인(美人)이 어떤지를 알겠구나. 아니지. 마음만 있으면 품을 수도 있지."

그의 이 색정 어린 말에 주수연은 수치감과 함께 공포를 느꼈다.

"어서 이 손목을 놓아 주십시오. 저는 자식이 있는 여인입니다. 그리고… 지금 죽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백표서생 당평학은 추호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흐흐흐… 하지만 일단 내 품에 한 번 안겨 보면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고 앙탈을 할걸."

일순.

"이 더러운 놈! 퉤!"

주수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여 당평학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만일 우리 남편이 알게 되면 당신은 온전히 죽지도 못할 거예요."

백표서생 당평학은 냉소를 흘렸다.

"남편이라니? 대체 어떤 놈이 혈궁의 적동고수를 상대할 수 있단 말이냐?"

"그 분은 바로… 광혈풍이에요!"

순간, 당평학은 포복절도(抱腹絶倒)할 듯 대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광혈풍이라고? 푸하하하… 그 놈은 본 서생에 의해 눈알이……."

그는 말을 잇다 말고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주수연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너는 태성왕부의 수연 군주?"

그녀는 상대가 놀라기는커녕 자신의 정체까지 알아 내자 어안이 벙벙하였다.

"대체 당신은 누구죠?"

"그건 알 필요가 없다. 단지 광혈풍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라."

"거짓말! 그 분은 죽지 않았어요! 불마공자! 그 분이 바로 광혈풍이에요!"

찰나, 당평학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허억! 그럴 리가… 불마공자가 광혈풍이라니?"

"사실이에요. 만일 날 놓아 주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어서 놓아 줘요!"

한동안 염두를 굴리던 백표서생 당평학이 차갑게 소리쳤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차피 그와는 일전을 불사해야 할 몸!"

그는 말과 함께 주수연의 앞섶을 잡아챘다.

찌이익- 찍-!

그녀의 옷자락이 찢겨 나가며 백옥 같은 살결이 드러났다.

"앗! 안 돼!"

주수연은 기겁할 듯이 놀라며 몸부림을 쳤으나 불가항력적이었다.

강철 고리에 걸린 듯 죄어 오는 당평학의 힘에 그녀는 손목이 으스러지는 듯했다.

"흐흐흐… 불마공자 따윈 두렵지 않다. 지금 불마공자가 문제겠느냐?"

당평학은 이마에 핏대을 세우며 뜨거운 입김을 불어 냈다.

그야말로 위기일발의 순간.

이 때였다.

"과연 네놈이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이냐?"

웅후한 대갈성이 어디선가 청천벽력(靑天霹靂)과도 같이 터져 나오는 게 아닌가?

한쪽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던 성운이 쫓아나오며 크게 소리쳤다.

"어머니, 아버님이 오셨어요."

순간, 백표서생 당평학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넘어올 듯 놀라고 말았다.

비록 말로는 불마공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찌 그를 무서워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자신은 그에게 살수까지 전개하지 않았던가?

당평학은 소름이 오싹 끼침을 느끼며 주수연을 그대로 던져 버렸다.

"가거라!"

"아악!"

주수연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고, 그 기회를 이용한 백표서생은 지면을 박찼다.

휘익- 휙-!

그는 주수연을 내던진 반대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으으, 그의 수중에 걸리면 필경 참혹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백표서생 당평학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한편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 주수연은 죽음을 직감하고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앗! 어머니!"

멀리서 성운의 부르짖음이 들려 왔다. 

그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몸을 가볍게 낚아채는 것이 아닌가?

주수연은 그 사람으로 인해 가볍게 땅으로 내려설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죽음 직전에서 간신히 살아났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모양인지 어리둥절해 하였다.

"부인, 괜찮으세요?"

그 때 주수연을 구해 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러나 그 소리는 분명 사내가 아닌 여인의 나긋한 목소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좀 전에 들려 온 남자 목소리는 뭐란 말인가?

이 여인이 일부러 남자 목소리를 냈단 말인가?

주수연은 의혹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던진 여인을 바라보았다.

주수연을 살려 준 사람은 성숙한 몸매에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무림여걸이었다.

그녀는 무림인답게 삼 척 장검을 차고 경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아이가 매우 영특하군요. 아이 때문에 혈궁고수를 간신히 물리칠 수 있었어요."

그제서야 주수연은 그녀와 성운이 백표서생 당평학을 물리치기 위해 연극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가 몇 살이에요?"

주수연은 성운의 나이를 묻는 그녀의 음성이 어딘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졌다.

"이제 세 살이에요."

주수연은 문득 쓰러져 있던 전여정이 생각났다.

그녀는 자신을 구해 준 여인과 함께 즉시 그녀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여정은 여전히 사경(死境)을 헤매며 축 늘어져 있었다.

경장여인은 얼른 맥을 짚어 본 뒤 품속에서 누런 빛깔의 환단을 꺼내 전여정의 입에 넣어 주었다.

"휴, 조금만 더 지체했으면 큰일날 뻔했어요."

주수연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낭자의 도움으로 세 목숨이 살아나게 되었군요."

여인은 주수연을 바라보며 쓸쓸한 미소를 띄우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 불마공자라는 분이 진정 광혈풍 진유걸 공자님이신가요?"

여인은 놀랍게도 광혈풍의 본명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수연은 강호에서 그의 본명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음을 알기에 몹시 놀라고 말았다.

'광혈풍의 본명(本名)을 알고 있는 여인라면……?'

순간, 주수연은 언젠가 진유걸이 강보연(姜寶蓮)에게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는 얘기를 떠올렸다.

"혹시… 보연 낭자가 아니신지요?"

주수연의 물음에 경장여인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은 자신이 강보연임을 인정한다는 뜻이 아닌가?

한데 이 경장여인이 강보연(姜寶蓮)이라니?

그녀는 원래 무공을 모르던 여인이 아니었던가?

한데 어째서 장검을 휴대하고 경장 차림을 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오직 강보연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주수연은 그녀에게 그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수연 군주님이란 말씀입니까?"

강보연 역시 그녀가 주수연임을 알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수연은 강보연을 대하자 그 동안 참고 참았던 오열(嗚咽)이 터져 나왔다.

"보연 낭자! 흐흐흐흑……!"

주수연이 강보연을 붙잡고 눈물을 쏟아 내자, 강보연 역시 역시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천하도로 인해 오빠 강태위(姜太衛)가 살해된 후 그녀는 지금까지 아무 희망도 없이 살아왔던 것이다.

"흐흑… 흐흐흑… 흐흐흑……!"

주수연과 강보연은 서로를 껴안고 그 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두 사람의 서러운 흐느낌이 어둠을 타고 울려 퍼지자, 성운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어머니……!"

만약 전여정도 이 때 깨었더라면 같이 울음을 터뜨렸으리라.

주수연,

전여정,

강보연.

한 남자를 사모하는 세 여인의 만남.

이것은 운명(運命)인가, 아니면 불행(不幸)인가?

"으흑… 흐흐흑……!"

"흐흐흑……!"

그녀들의 복잡한 심정을 말해 주듯,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3

불마경(佛魔經).

고금제일(古今第一)의 무학기서(武學奇書).

천축(天竺), 서장(西藏), 묘강(苗疆), 중원(中原) 등… 천하의 상고절학(上古絶學)을 모두 통틀어 기록한 비급.

여기에 기재된 무공을 단 한 가지라도 연성한다면 능히 한 성(城)을 지배할 수 있으리라.

무림에 떠도는 말도 있지 않는가?

- 영구불멸(永久不滅)의 패왕지존(覇王至尊)이 되려거든 성(城)으로 진입하라.

그것은 바로 이 불마경을 가리킨 말이었다.

불마성 내에 소장(所藏)돼 있는 광세비록(廣世秘錄).

강호인들이 이것을 찾고자 혈안(血眼)이 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누구도 불마성에 들어서지 못했고, 더더욱 불마경은 수중에 넣지도 못하였다.

그러나 오직 단 한 사람.

불마공자이자 광혈풍 진유걸!

그는 역시 선택받은 절대기재(絶代奇才)였던가?

지난 삼 년 간 그는 줄곧 불마성에서 불마경에 수록된 개세무학을 연공하였던 것이다.

그 중 그의 이목을 끌었던 괴이한 방중술(房中術).

천지화합비공(天地化合秘功).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서술돼 있었다.

<천(天)과 지(地)는 각각 양(陽)과 음(陰)을 나타내며, 이것은 곧 사내(男)와 여인(女)을 가리킴이다.

… 중략(中略)…….

채음보양술(採陰補陽術)과 채양보음술(採陽補陰術)을 연성한 남녀가 서로 상대방에게 시전하면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되면 내공의 단점을 상호 보강할 뿐 아니라 내공이 더욱 정심(精深)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것은, 채음보양이나 채양보음을 과다하게 전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상대의 공력을 갈취하는 것인데, 이 천지화합비공은 시술 중에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큰 낭패를 본다.

다시 말해, 이 비공 중에 상대의 진원을 흡수하려 한다면… 도리어 자신의 공력을 상실당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것은 신체상의 문제보다도 심법구결(心法口訣)에 의해 좌우되는 비술이다.

때문에 채양보음이나 채음보양으로써 공력을 축적하는 악인(惡人)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편인 것이니…….>

불가사의한 방중비법(房中秘法).

천하에 이토록 괴이무쌍한 방중술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이것은 깨우치기 쉽게 심법 구결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반인이 해득하기에는 너무 난해하였으나 진유걸은 천고기재가 아닌가?

그는 천지화합비공 외에도 불마경에 수록돼 있던 통천가공(通天可恐)할 무공들을 모두 수련하였고, 천살성 사마기가 창안해 낸 각종 무학도 연성하였다.

4

열풍(熱風).

뜨거운 열기와 끈적끈적한 땀 내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나, 방문과 창문은 꼭꼭 닫혀 있었다.

단지 방 안에는 남녀의 거친 호흡 소리만이 들려 오고 있었다.

뱀처럼 꼬여 있는 일남이녀(一男二女).

화려하게 꾸며진 침상 위, 두 남녀가 본능적으로 꿈틀대고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허물을 모두 벗어 버린 남녀의 육체는 황홀하기까지 했다.

유아독녀궁주 귀염마녀와 불마공자 진유걸!

지금 그들은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절정을 맛보고 있었다.

귀염마녀는 진유걸의 진원을 갈취하고자 지독한 춘약인 화락단(花樂丹)을 복용시켜 음양회천경에 기재된 채양보음지술을 극도로 시술하고 있는 중이었다.

진유걸은 귀염마녀의 윤기 있는 목덜미를 우악스럽게 핥으며 그녀의 전신을 마음껏 유린하고 있었다.

진유걸은 폭군(暴君)이었다. 그는 여인의 나신을 거칠게 학대해 갔다.

그 때마다 귀염마녀가 자지러지는 듯한 교성을 내질렀다.

"하악!"

귀염마녀는 능수능란하게 진유걸의 포악한 공세를 받아 넘겼다.

뿌듯하고 짜릿한 쾌감이 그녀의 전신을 녹여 내리는 것만 같았다.

"아아……!"

그녀는 전신을 비비꼬며 뜨겁게 달아오른 비음을 토해 냈다.

금세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황홀한 전율이 그녀를 뒤흔들었다.

진유걸은 귀염마녀의 탄력 있고 풍만한 나신에 애무를 퍼부으며 열락의 끝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였다.

"아아……!"

귀염마녀의 체내 한 구석이 폭발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것은 정녕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흐으윽……!"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며 죽음에 달한 듯한 신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죽음의 늪.

그녀는 황홀감에 빠지며 어째서 죽음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죽고 싶을 만큼 짜릿한 전율에 휩싸이며 더욱 몸을 율동적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은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듯 이제까지보다 더욱 거칠게 서로를 탐해 갔다.

그 순간, 진유걸은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한 심법구결을 떠올리고 있었다.

불마경의 천지화합비공!

그에 반해 귀염마녀는 채양보음지술을 극도로 전개하고 있었으니…….

격랑(激浪)에 휘말린 열정(熱情)의 시각이 얼마나 지났을까?

돌연, 폭풍 같은 희열(喜悅)이 그들의 전신으로 휘몰아쳤다.

"하악!"

"허억!"

귀염마녀와 진유걸은 일신이 모두 녹아 내리는 듯한 쾌감(快感)을 느끼며 서로를 꽉 부둥켜안았다.

귀염마녀는 평생 처음으로 황홀경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잠시 후 황홀경도 잠시, 이게 웬일인가?

그녀의 체내 진원이 갑자기 어디론가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귀염마녀는 이 뜻밖의 상황에 혼비백산하였다.

"아니, 이럴……."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체내의 진원이 순식간에 모두 빠져 나가며 기력이 눈꼽만치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탈진(脫盡)!

아아, 이럴 수가 있는가?

천여 년 간 신비 속에 묻힌 채 여인천하를 꿈꾸던 유아독녀궁주 귀염마녀가 순식간에 빈 껍데기만 남게 되다니…….

자신의 진원과 세 고수의 공력을 혼합하여 절세의 경지에 올라섰던 그녀.

하지만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잃고 빈 껍데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진유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귀염마녀의 진원을 흡수해 버린 것이다.

그는 아직도 황홀경에 빠진 채 장강의 물결처럼 밀려드는 귀염마녀의 웅후한 진원을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었다.

막강한 기류가 체내에 흡입되며 그의 본신 진원과 융합을 이루었다.

그의 공력은 이제 그 상대가 없으리만큼 가공할 정도로 불어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으음……!"

진유걸은 서서히 환락단의 약효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가 몸을 미처 운공하기도 전에 그의 체내에 거대하게 형성된 기류가 스스로 기경팔맥(奇經八脈)을 돌기 시작했다.

진유걸은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에 일순, 어리둥절해 하였다.

그러나 그가 놀랄 사이도 없이 가공할 진기는 진유걸의 생사현관(生死玄關)으로 몰아쳐 갔다.

임독양맥(任督兩脈)!

이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일단 임독양맥이 통하게 되면 끊임없이 진기(眞氣)가 솟아날 뿐 아니라 출신입화(出神入化), 등봉조극(登峯造極)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화경(化境)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내상을 입더라도 심장이 파열되지 않는 한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또한 쉽게 늙지 않으며, 삼 갑자 이상의 장수(長壽)를 누릴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생사현관의 타통은 모든 무림인들의 한결같은 염원(念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진유걸의 몸에서 임독양맥의 타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진유걸은 온몸이 찢겨 나가는 충격과 함께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악……!"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나른한 느낌과 깊은 나락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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