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七章 운몽루(雲夢樓)의 혈전(血戰) (8/35)

第七章 운몽루(雲夢樓)의 혈전(血戰)

1

연운(連雲).

강소성 동단에 위치한 항구로, 해운 교통의 요지(要地)이다.

이 곳은 비단 항도(港都)로 뿐만이 아니라, 강북과 강남의 문물을 교류하는 중요 지역이다.

그 때문에 이 곳 연운항에는 항시 커다란 선박들이 줄을 이어 입항과 출항을 하고 있었다.

부두 주변에는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상인들로 만원을 이뤄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또한 먼 길을 가는 여행객들도 뱃길을 이용하느라 부산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이니, 자연 주루(酒樓)와 객잔(客棧)이 번성(繁盛)할 수밖에.

그러므로 거리는 늘 흥청거렸고 생기가 넘쳐흘렀다. 그 중에서는 세인(世人)들이 가장 즐겨 찾는 주루가 있었으니…….

운몽루(雲夢樓).

이 주루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거대한 규모에 화려한 내부 시설로 중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음식값이 저렴하고, 좋은 술이 준비되어 있어 항상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 날, 이 항도 연운의 운몽루 앞에 뿌연 황진을 일으키며 한 떼의 인마가 몰려들었다.

특이한 것은 여덟 필의 준마가 끌고 있는 마차였는데, 거기에는 두 개의 표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비표표국(飛豹 局)>

<청원표국(淸苑 局)>

바로 하북성 청운에서 온 진유걸 일행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뽀얀 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채 다투어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하나같이 피로감이 역력한 모습들이었다.

진유걸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실로 몇 년 만인가? 성(成) 어르신네도 별일 없는지 궁금하군."

그가 홀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비영신성 위종출이 다가왔다.

"공자! 표사들이 지쳐 있으니 일단 여기서 쉬어 가야겠습니다."

"좋소. 뭐든지 무리하면 더 나빠지는 법이니, 연운에서 삼 일 간 쉬었다가 출발하도록 합시다."

주루 안.

진유걸은 내부가 엄청나게 넓다는 것과 탁자와 기둥이 모두 값비싼 향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바닥에는 융단이 깔려져 있고, 탁자마다 화병이 놓여 있어 그윽한 꽃향기가 코를 찔렀다.

'대단한 치장이로군. 한낱 주루에 이토록 많은 은자를 들이다니…….'

진유걸은 의혹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그 때 예쁘장하게 생긴 여아(女兒)가 차를 날라 왔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이 주루에서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을 가져오너라. 술은 연화주(蓮花酒) 세 근만 가져오고."

진유걸은 주문을 마친 후, 주위를 둘러보며 백순혁에게 물었다.

"표사들은 모두 어디 있소?"

"일부는 마차를 보호하고, 일부는 이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음식을 먹은 후 진유걸은 억지로 술을 권하는 두 사람을 피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동평객잔에 있도록 하겠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리로 연락하시오. 그럼……."

그는 두 사람이 잡을 틈도 주지 않고 운몽루를 나섰다.

'이 주루 때문에 동평객잔의 타격이 꽤나 컸겠군.'

진유걸은 옛 일을 회상하며 운몽루로부터 삼사십여 장 떨어진 동평객잔을 찾았다.

빛 바랜 문루와 아담한 건물이 예전 그대로였다.

'이 곳에서 휘아와 나는 꿈을 키웠었지. 그러나 지금은… 크윽!'

진유걸은 독고휘를 떠올리자 분노가 복받쳐올라 일신을 부르르 떨었다. 

"괘씸한 놈!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다."

북수를 다짐하며 객잔 안으로 들어선 순간.

진유걸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객잔 안은 냉기가 감돌고 있었으며, 먼지가 수북히 쌓여 여기저기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영업을 중단한 지 오래 된 듯싶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성 어르신은 어디로 가시고……?"

진유걸은 객점 안을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진유걸은 내심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비어 있었던 것 같군."

그의 뇌리로 동평객잔의 주인 성의수(成義秀)의 자애스런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진유걸과 독고휘가 추운 거리를 방황할 때, 밥과 일거리를 주었던 따뜻한 호인(好人)이었다.

만일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들은 차가운 한파에 시달려 동사(冬死)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진유걸이 지나간 추억에 잠겨 있을 때였다.

"거기… 누구요?"

돌연 뒤쪽에서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광혈풍 진유걸은 움찔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머리가 하얗게 센 주름살 투성이의 노파가 구부정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진유걸의 두 눈이 크게 떠지며 기쁨에 찬 탄성이 흘러 나왔다.

"아, 안모모(安母母)!"

그녀는 진유걸과 독고휘가 동평객잔에서 점소이로 일할 때 주방 일을 하던 노파였다.

안모모는 의혹이 가득 담긴 눈초리로 진유걸을 빤히 응시하였다.

"공… 자님은 뉘신데 이 비천한 늙은이를 아십니까?"

"저는 전에 여기서 일하던 유걸입니다. 그런데 객잔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주인어른은 또 어찌 되셨습니까?"

순간, 노파는 몹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유걸이라고? 아니, 정녕 유걸이란 말이냐? 이제는 몰라보게 변했구나. 그래, 휘아 소식은 아느냐?"

노파의 입에서 독고휘의 이름이 나오자, 진유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런 건 나중에 얘기하시고… 객잔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나 말씀해 주십시오."

안모모는 한숨을 크게 불어 냈다.

"이게 모두 운몽루의 황가(黃家) 때문이야."

그러자 진유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안모모는 그 때 일을 상기하는 듯 눈물을 주르륵 흘려 냈다.

"우리 객잔에 객(客)이 많은 것을 시기한 황가가 녹림 무리들을 동원하여 주인어른을… 으흑흑… 벌써 일 년이 지났어. 어지신 분이셨는데… 흐흑… 엇?"

그녀는 눈물을 흘리다 말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앞에 있던 진유걸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 아닌가?

노파는 마치 넋 나간 사람 마냥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그를 찾았다.

"아니? 내가 백주 대낮에 귀신이라도 봤단 말인가?"

안모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때.

진유걸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늘상 쓰고 다니던 인피면구를 벗고 있었다.

진유걸은 처음 주수연과의 애정 도피로 관부의 추적을 받는 몸이라 어쩔 수 없이 인피면구를 하게 되었다.

주수연이 그를 배신하고 탈혼사자를 따라갔지만 그런 사실을 그 누가 알겠는가?

어쩔 수 없이 진유걸은 쫓겨 다녀야 할 입장인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아직 인피면구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면목을 드러내면 독고휘가 영원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수없이 본모습을 드러내야만 할 때였다.

'황가라고 했던가? 네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 주리라!'

진유걸이 살기를 뿜어 내며 인피면구를 벗는 순간.

일순, 천하제일 미남아(美男兒)로 추앙받는 이살(二殺) 중의 일 인 광혈풍 진유걸의 절륜한 용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더할 수 없이 깨끗한 피부에, 수려한 이목구비(耳目口鼻)는 가히 천상(天上)의 신동(神童)과도 같았다.

우뚝 선 콧날은 사나이의 기상(氣象)을 그대로 드러내고, 의지가 담긴 입술은 정열(情熱), 그 자체였다.

단 한 군데도 흠잡을 곳이 없지 않은가?

인피면구를 벗어 버린 진유걸은 폭발할 듯한 가슴을 안은 채 단숨에 운몽루로 달려갔다.

2

운몽루 앞에는 청원표국의 표사들이 금괴를 실은 마차를 호위하고 있었다.

광혈풍 진유걸은 그들을 힐끔 둘러본 뒤 운몽루를 들어섰다.

내부는 여전히 소란했고, 빈 좌석 하나 없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진유걸은 들어서자마자 대갈성을 터뜨렸다.

"광풍혈무진천하(狂風血舞震天下)… 광폭한 혈풍(血風)이 천하을 진동시키며 난무(亂舞)하고……."

찰나, 떠들썩하던 운몽루의 내부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지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진유걸을 향했다.

그 때 등에 장검을 멘 무림인 한 명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광… 혈… 풍……!"

진유걸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챈 그 자는 매우 경악한 듯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제서야 중인들도 무언가를 느낀 듯 저마다 주춤주춤 신형을 일으켜 세웠다.

진유걸은 공손한 어조로 중인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나는 이 운몽루의 황가와 풀 수 없는 원한이 있소. 그러니 모두 자리를 피해 주길 바라오."

그는 말을 끝낸뒤 천천히 이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 속에 섞여 술을 마시던 위종출은 진유걸이 풍운서생임을 알지 못한 채 백순혁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백 총표두님! 광혈풍이 나타나다니… 정녕 뜻밖이로군요."

신주용검 백순혁이 침울한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듣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자군. 운몽루의 주인과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나 그 자는 이제 끝장이겠군."

"공연히 말려들지 말도록 이층에 있는 표사들을 불러 내야겠습니다."

비영신성이 몸을 움직이자 백순혁이 그를 잡았다.

"그냥 두게. 그는 지금 살기에 휩싸여 있어. 괜히 심기를 건드려 변이나 당하지 말고."

그러나 위종출은 백순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순간, 광혈풍이 걸음을 딱 멈추며 위종출을 쏘아보았다.

위종출은 그의 살기에 찬 시선을 받자, 등골에 소름이 쫙 끼침을 느꼈다.

위종출은 위압감에 눌려 한 발자국도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소?"

냉기가 감도는 광혈풍의 말에 비영신성 위종출은 땀을 주르륵 흘러 내며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외다. 단지 이층에 볼일이 있어서……."

그는 몸서리를 치며 광혈풍의 곁을 스치듯 올라갔다.

위종출은 이층으로 올라가 표사들을 모조리 불러 내렸다.

그들이 내려간 뒤, 진유걸은 점소이에게 물었다.

"황가는 어디에 있느냐?"

진유걸의 으시시한 태도에 놀란 점소이는 혼비백산하여 어디론가 달아나더니, 잠시 후 두 명의 황의중년인을 데리고 나왔다.

그들은 허리에 낭아봉(浪牙棒)을 차고 있었고 인상도 험상궂었다.

그 중 눈이 찢어진 인물이 진유걸을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흥! 난 또 웬 놈인가 했더니, 형편없는 약골이잖아?"

그러자 뺨에 흉터 자국이 있는 다른 중년인이 볼을 실룩거리며 차갑게 소리쳤다.

"감히 황 대인의 주루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뒈지고 싶으냐?"

순간, 진유걸은 소맷자락을 가볍게 흔들었다.

"우매한 놈들! 나는 황가를 만나러 왔을 뿐이다."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흉터 자국이 있는 중년인이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으악!"

그는 비명과 함께 왈칵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폭삭 고꾸라졌다.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라, 중인들은 모두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진유걸이 언제 어떻게 손을 썼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곁에 있던 눈이 찢어진 중년인이었다. 그는 동료가 갑자기 절명(絶命)하자 사지가 다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으으, 사술(邪術)이다."

진유걸은 오금을 펴지 못하는 중년인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차갑게 물었다.

"황가 놈은 어디에 있느냐?"

눈이 찢어진 중년인은 학질 걸린 사람마냥 온 전신을 와들와들 떨며 반대쪽에 있는 한 밀실을 가리켰다.

진유걸은 그가 가리킨 곳을 향해 발걸음을 떼어 놓았다.

이 때.

우당탕탕-!

요란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십여 명의 무림인들이 뛰어 올라왔다.

그들은 진유걸의 앞길을 막았던 두 중년인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옆구리에는 장검을 차고 있었다.

"엇! 편(片) 노제(老弟)가 어떻게 된 거야?"

몰려온 인물들이 죽어 있는 자를 보며 묻자, 눈이 찢어진 중년인이 진유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바로 저 자의 짓이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몰려온 인물들이 진유걸을 향해 짓쳐들었다.

"이 놈! 생명을 바쳐라!"

쇄액- 쇄액-!

예리무비한 파공음이 돌출되며 시퍼런 검기가 무서운 기세로 진유걸을 향해 휘몰아쳤다.

수백, 수천의 검영이 형성되며 주위 삼 장 이내를 온통 감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유걸은 추호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검기가 몸의 네 치 부근까지 접근하자 그제서야 버럭 대갈성을 내질렀다.

"팔방풍영보-!"

순간, 그의 모습이 유령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 기기묘묘한 신법에 몰려온 자들은 간담이 서늘하였다.

그들은 재빨리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진유걸의 손속은 가히 무적이라 할 만큼 섬전적이고 가공하였다.

"혈폭영(血瀑影)-!"

그의 입에서 마의 부르짖음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순간.

콰르릉-!

흡사 벼락이 치는 듯한 폭음이 무시무시하게 울렸다.

그와 함께 생을 단절하는 참혹한 비명 소리가 꼬리를 이었다.

"우욱!"

"아악!"

"허억!"

"아아아아악……!"

혈육우(血肉雨).

짓뭉개진 혈육 덩어리와 핏물이 사방팔방으로 휘날렸다.

찰나지간, 장내는 지옥의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진유걸은 단 한 수에 그들을 처치한 뒤 유유히 몸을 돌렸다.

그의 미간에는 어느 새 붉은 기운이 은은하게 서려 있었다.

3

밀실 앞.

진유걸은 입가에 잔혹한 살기를 흘리며 문을 열어제쳤다.

덜컹-!

밀실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방 안의 정경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방 안에는 벌거벗은 한 쌍의 남녀가 땀을 쏟아 내며 정신없이 열락(熱樂)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허어억……!"

"흐윽!"

그들 남녀는 진유걸이 나타난 줄도 모른 채 뜨거운 호흡을 토해 내며 정신없이 정사(情事)에 몰두하고 있었다.

진유걸은 냉막한 코웃음을 날렸다.

"흥! 죽음이 코앞에 닥친 것도 모르고……."

순간, 애욕(愛慾)의 화신처럼 미친 듯이 율동을 일으키던 남녀가 찬물을 뒤집어쓴 듯 행동을 딱 멈추고 말았다.

"억! 누… 누구냐?"

"아악!"

"황가야! 저승에 갈 때는 좀 가리고 가야 저승사자들이 덜 혐오스러워 하지 않겠느냐?"

일순, 황심형(黃深形)은 벼락을 맞은 듯 전신을 부르르 떨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천(千)… 포(布)가 보… 냈느냐?"

그 때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여인이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은… 남… 편의 친구가 아니… 에요."

찰나, 진유걸은 그들이 부부(夫婦)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는 가슴 속에서 분노가 무서운 기세로 치솟아 오름을 느꼈다.

'수연… 그 계집 또한 저런 요부가 아니었던가? 천하의 요물들!'

진유걸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금시라도 가슴이 폭발할 것 같았다.

그는 상대의 심장이 녹아 내릴 듯한 안광을 줄기줄기 폭사하며 살얼음을 뱉어 냈다.

"더러운 년놈들! 내 당장에 요절을 내고 말리라!"

"이… 놈! 감히 무풍채의 화당당주(火堂堂主)를 어쩌려고……!"

무풍채(武風寨)!

연운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강북녹림의 한패였다.

무풍채 채주는 귀하보 보주 성하신필(星河神筆) 나한욱(羅閑旭)의 친아우, 귀혼신겸(鬼魂神鎌) 나한목(羅閑睦)이었다.

강북녹림에서는 이들 형제를 가리켜 녹림쌍신(綠林雙神)이라 불렀다.

진유걸의 금괴 마차를 습격했던 삼패주도 따지고 보면 성하신필 나한옥의 수하였고, 지금의 황심형은 귀혼신겸 나한목의 수하였다.

기실 황심형은 이 곳 연운에서 알아주는 거부(巨富)에 속했다. 물론 그가 지닌 재력 모두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지만…….

그는 비록 막대한 재산을 지니고 있었으나, 무공은 하류에 불과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당주 자리에 오른 것은, 그의 수중에 있는 엄청난 재화(財貨) 때문이었다.

무풍채의 채주이며 녹림쌍신 중 일 인인 귀혼신겸 나한목은 그의 이런 점을 이용하고자 그를 요직(要職)에 앉힌 것이다.

일순 진유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흐흐흐… 어리석은 황가야! 이 자리에 귀혼신겸 아니라, 그보다 더한 인물이 올지라도 네놈의 생명을 결코 구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 순간.

"푸하하하… 과연 그럴까?"

갑자기 뒤쪽에서 음충맞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진유걸은 이미 짐작하고 있은 듯, 추호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후후후… 죽을 자리가 없어 이 곳을 택한 모양이구려."

진유걸은 살벌하게 뱉어 내며 천천히 소리가 들린 곳으로 몸을 돌렸다.

그의 전면, 염소수염에 눈이 몹시 작은 노인 한 명이 버티고 서 있었다.

노인의 새우처럼 가는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일견하기에도 음침한 모습의 노인.

"오, 이제 보니 녹림 건달 귀혼신겸이었구려?"

진유걸의 조롱 섞인 말투에 귀혼신겸 나한목이 움찔 놀랐다.

"이 놈! 노부를 알아보는 것으로 미루어 필경 무명소졸은 아니렷다."

그는 겉으로 큰 소리는 쳤지만 내심은 불안하였다.

상대가 자기를 알면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고수라는 얘기가 아닌가?

나한목은 진기를 잔뜩 끌어올리며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진유걸은 그런 나한목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초조해 하는 구려, 무풍채주 귀혼신겸 나한목?"

"네놈의 이름부터 밝혀라!"

진유걸은 그를 천천히 노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뱉어 내듯 말했다.

"광… 혈… 풍……!"

순간, 귀혼신겸 나한목이 경악성을 내질렀다.

그는 우연히 이 곳에 들렸다가 그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

귀혼신겸 나한목에게 있어서는 실로 재수없는 날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닌가?

"광혈풍! 귀하와 본채와는 이렇다 할 원한이 없는 걸로 아는데……."

주위의 이목(耳目)을 의식한 귀혼신겸 나한목이 짐짓 큰소리를 질렀다.

"하나, 무풍채의 화당당주 황심형과는 씻을 수 없는 원한이 있소."

황심형에 대한 말이 나오자, 나한목의 안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으, 실수다. 그 놈의 막강한 재력을 이용하고자 한 것이 도리어 이런 불행을 자초하게 됐으니…….'

귀혼신겸은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무풍채 수하들의 혈시(血屍)를 둘러보며 이를 으드득 갈았다.

"죽… 일… 놈!"

진유걸은 그 말이 자기에게 한 말이 아님을 알고는 그의 의도를 짐작하였다.

"그 쓸모 없는 자를 베어 버리시오. 본 공자는 그 년놈들의 더러운 피를 묻히고 싶지 않소."

그러자 귀혼신겸 나한목이 황심형을 향해 호통을 내질렀다.

"황 당주! 냉큼 이리로 나오너라!"

황심형은 어느 새 옷을 걸친 채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주춤주춤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안색이 너무도 창백해 흡사 백짓장을 연상케 했다.

"채… 채주, 어쩌시려는 겁니까? 제발……."

"네놈이 감히 본 채주의 명을 거역하다니… 당장에 요절을 내 주마!"

"으으, 채주! 제발 목숨만… 보살펴 주신다면 전 재산을… 모두… 드리겠습니다요. 그러니 제발……."

황심형은 학질 걸린 사람 마냥 부들부들 떨며 애걸하였다.

그러나 무풍채주인 나한목은 그를 불공대천지 원수처럼 노려보았다.

"네놈은 본채의 위신을 추락시켰다. 그러니 죽어 마땅해!"

"하… 하지만 제가 그 동안 이룩해 놓은 공적과… 또 채주와의 친분을 생각하면……."

귀혼신겸은 허리에 차고 있던 혈비겸(血飛鎌)을 뽑아 들었다.

"너는 본채를 위해 그만 죽어 줘야겠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황심형의 안면이 끔찍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채… 주……!"

그의 입에서 마지막 절규가 가슴 아프게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귀혼신겸은 혈비겸을 위에서 아래로 사정없이 내리그었다.

휘익-!

끔찍스런 파공음이 격하게 울리며 섬전처럼 공간을 갈랐다.

순간, 탐욕과 욕정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비참한 사나이의 종말음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핏물이 포물선을 그으며 분수처럼 뿜어져 올랐다.

동시에 황심형의 육신은 이마로부터 하반신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분시(分屍)되고 말았다.

정녕 두 번 다시 대하지 못할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사였다.

황심형이 처참한 죽음을 당하자, 그와 정사를 벌였던 여인은 반쯤 혼(魂)이 나간 듯하였다.

귀혼신겸 나한목은 일격에 황심형을 도륙낸 뒤 이번에는 여인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여인은 선 채 넋이 나가 있었다.

나한목이 들고 있는 혈비겸은 피로 물들여져 보기에도 소름이 오싹 끼쳤다.

나한목이 여인의 목을 내리치려는 순간.

"멈춰라!"

돌연 분노에 쌓인 폭갈이 천지를 뒤흔들 듯 터져 나왔다.

소리가 들려 온 곳.

그 곳에는 한 중년사내가 커다란 마대를 짊어진 채 짐승 같은 눈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하늘로 뻗친 듯한 눈썹에 세모꼴의 독사눈.

음흉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얄팍한 입술에 구레나룻을 기르고 있는 사내.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섬뜩한 건 얼음장보다 냉막한 그의 얼굴이었다.

그는 마치 금세 무덤에서 나온 송장처럼 밀립 같은 안색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등 뒤에 짊어지고 있는 마대가 그의 분위기를 더욱 음산하게 만들었다.

중년사내는 진유걸의 곁을 스친 뒤 나한목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문득, 나한목의 입에서 의혹에 가득 찬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너… 는 부두에서 고기를 파는 도부(屠夫 : 백정) 천가(千家)가 아니냐?"

천 도부는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이 털썩 마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마대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더니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일순.

"어헉! 이… 이것은……!"

나한목은 까무라칠 듯 놀라며 황망히 뒤로 물러섰다.

선혈로 얼룩진 수급!

그것은 분명 혈육(血肉)으로 뭉쳐진 사람의 머리통이 아닌가?

몸체와 분리된 지 얼마 되지 않는 듯, 시뻘건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광경은 참으로 끔찍하였다.

천 도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절단된 수급을 꺼내 놓았다.

하나, 둘, 셋……!

수급은 모두 다섯 개에 달했다.

나한목은 절단된 수급들이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듯한 느낌이 들어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갑자기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아… 아니? 이제 보니 모두 본채의 수하들이 아닌가!"

진유걸은 그의 말로 미루어 비로소 모든 사실을 알아 낼 수 있었다.

'황심형이 천 도부의 부인을 차지하기 위해 수하들로 하여금 천 도부를 죽이라고 했는데, 반대로 저들이 오히려 천 도부에게 죽음을 당하게 된 것이다."

진유걸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천 도부라는 사내에게 일말의 동정심이 갔다.

나한목은 그렇지 않아도 울화가 복받치던 판이라 대성일갈을 내질렀다.

"도부 자식이 감히 본채의 수하들을… 뒈져랏!"

그의 수중에 있던 혈비겸이 빛살처럼 뻗치며 천 도부의 가슴을 찍어 갔다.

쉬이잉-!

그 기세는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가 한꺼번에 쏟아지듯 무시무시하였다.

하지만 천 도부는 추호의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혈비겸의 으시시한 광망이 가슴 앞에 이르자, 그제서야 슬쩍 허리를 틀며 가볍게 손끝을 퉁겼다.

순간, 귀혼신겸 나한목의 입에서는 간담이 서늘한 단말마의 비명성이 튀어나왔다.

"으윽!"

언제 어떤 수법에 당했는지 나한목의 목구멍에는 손가락만한 구멍이 뚫렸고, 거기에서 피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천 도부의 신법은 너무도 섬전적이라, 진유걸조차 그의 손속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저 자의 성격으로 미루어 저 여인도 죽음을 면치 못하겠군.'

그러나 이러한 진유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잔혹무비한 중년사내는 넋이 나간 자신의 아내를 조심스럽게 감싸안는 게 아닌가?

"여보, 늦게… 와서 미안하오."

비록 투박한 말투였으나 그 안에는 아내에 대한 무한한 정이 담겨 있었다.

이 의외의 광경에 진유걸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저 자는 자신의 아내가 강압에 못 이겨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진유걸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자도 모르고 있는 게 아니다. 다만 모른 체하고 있을 뿐이다.'

진유걸은 여인을 소중하게 안고 나가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뒷모습에서 진유걸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4

진유걸이 운몽루를 나선 후 제일 먼저 찾아간 곳.

그 곳은 한 그루 백송이 자리잡고 있는 야산(野山)이었다.

거대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백송을 보며 진유걸은 형용할 수 없는 비감에 차 있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오열(嗚咽)을 터뜨릴 듯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엇이 그를 슬프게 만드는 것일까?

한 그루의 백송!

그 나무는 바로 진유걸과 독고휘의 이름이 새겨진 우정의 소나무가 아닌가?

그렇다. 그 때문에 진유걸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휘! 백송은 변화가 없건만… 너는… 너는……!"

진유걸의 안색은 배신감과 슬픔으로 인해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일순.

"독고휘! 탈혼사자 독고휘! 광혈풍 진유걸이 너의 피를 원한다!"

그는 폭갈을 내지름과 동시에 목전의 백송나무를 그대로 후려쳤다.

우지직-!

우정을 맹세했던 나무는 무참히 부러져 나갔다.

찰나간에 한아름도 넘어 보이는 백송은 도검(刀劍)으로 벤 듯 싹뚝 잘려져 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실로 공포스러울 만치 으시시한 공력이었다.

진유걸은 부러진 백송을 주시하며 입술을 와락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진홍빛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용서할 수 없어. 절대로! 반드시 너희들을 찾아 낼 것이다!"

이 때.

"소협은 한 사람이 나서는 것보다 두 사람이, 두 사람보다 세 사람이 더욱 빠르다는 것을 모르시오?"

나직하면서도 힘찬 음성이 진유걸의 고막을 파고드는 동시에 세 인영이 유령처럼 장내에 등장했다.

그들은 진유걸이 동평객잔에서 만나기로 약조했던 라마승(喇 僧)들이었다.

진유걸은 미처 인피면구를 쓰지 못한 터라 당혹감을 드러냈다.

"풍운서생! 아니, 광혈풍!"

일순, 화천존인의 입에서 서슴없이 진유걸의 별호가 튀어나왔다.

진유걸은 그들이 자기의 정체를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지라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냉정을 되찾으며 여유 있게 말했다.

"동평객잔에서 뵙기로 하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자연을 벗 삼아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요."

일순, 세 라마승은 그의 침착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연 광혈풍의 명성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군. 자신의 심기를 저토록 잘 다스리다니… 저 자의 기지와 심기(心機)는 천하에 따를 자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또한 단 한 초에 백송을 부러뜨린 진유걸의 무공에도 경탄의 눈길을 보냈다.

"광혈풍! 귀하의 위명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소. 이 자리를 빌어 우리들은 귀하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하겠소."

"무슨 조건이오?"

화평존인은 옆에 선 화천과 화각을 돌아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귀하는 혹, 중원(中原)을 웅패(雄覇)하고픈 야심이 없소?"

찰나, 진유걸은 너무도 의외의 말이라 몹시 놀라고 말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화천존인이 선뜻 나서며 자못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한 사람을 없애면 귀하는 중원을 지배할 수가 있소. 본 포달랍궁에서는 광혈풍, 당신을 전적으로 도와 주겠소."

포달랍궁!

천여 년 간 신비 속에 묻혀 있던 밀종(密宗)의 주류가 아닌가?

길고 긴 잠 속에 빠져 있다는 삼대궁 중 하나.

전해진 바로는, 서장에 위치한 이 궁의 무학은 천고광절(千古曠絶)하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보다 더 경악할 일은 바로 그들 문파의 등장이었다.

진유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들을 다시 자세히 훑어보았다.

'음, 이들의 태양혈(太陽穴)이 내부로 갈무리된 것으로 미루어 내공의 화후(火候)가 이미 이 갑자는 넘을 듯하군.'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짐짓 여유롭게 대꾸했다.

"이제 보니 세 분께서는 그 유명한 포달랍궁 출신이셨군요?"

"노납이 보건대 그대는 엄청난 살심을 지니고 있소. 때문에 수많은 적들이 항시 귀하의 앞을 가로막을 게요."

그들의 제의를 거절한다면 그들 역시 그 수많은 적들 중의 한 무리가 될 거라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진유걸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뜻을 내심 간파하며 입을 열었다.

"포달랍궁의 고수들조차 처치 못한 인물이 과연 누구요?"

화천존인이 신중한 얼굴로 말했다.

"바로 이살 중 한 명인 탈혼사자요."

일순, 진유걸은 쇠뭉치로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듯 정신이 아찔하였다.

그로서는 너무도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이들이 휘를 경계하고 있다니 뜻밖이군. 나 역시 휘를 찾아 복수하려 했으니, 나로선 손해볼 게 없다. 그러나 만일 거절한다면……?'

진유걸은 염두를 굴리며 그들을 슬쩍 살펴보았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세 화상은 진유걸을 예리한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그를 제거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였던 것이다.

진유걸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냉랭하게 외쳤다.

"흥! 이제 보니 세 분께서는 나를 은근히 위협하시는군요. 나는 당신들의 제의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그와는 해결할 일이 있는 몸! 공연히 내 신경을 자극하지 않는 게 피차 좋을 것이오."

그의 싸늘한 어조에 화천존인이 불호를 읊었다.

"아미타불… 소협, 곡해하지 마시오. 어쨌든 소협께서 본궁의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하겠소. 그럼 강태위의 장원에서 다시 만나기로 합시다."

말을 끝맺기가 바쁘게 그는 두 사제를 대동하고 훌쩍 몸을 날려 갔다.

휙- 휘익-!

진유걸은 그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이한 일이로군. 포달랍궁이 천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그렇다면 나머지 두 궁도 언젠가는……."

진유걸은 서녘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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