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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원-229화 (229/350)

229화

창천, 그리고 제갈다영.

저 둘이 왜 같이 움직이고 있지?

아니,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저 사람, 김진 소협이에요! 자하신룡이요! 당신이 겨뤄보고 싶다고 찾고 있던 그 신흥 강자!”

“저자가?”

창천의 눈이 번뜩 빛났다. 그러더니 이내 빠르게 내 옆으로 달려오며 검을 뽑았다.

……잠깐만.

저거 지금 이 상황에서 나랑 겨루겠다고 검을 뽑은 거 아니지?

그치?

캬아아아악!

갑자기 등장한 두 사람에 정신 팔린 사이 마물이 내 뒤를 노렸다.

어딜?

나는 몸을 낮추며 마물의 중심을 베려 했지만 검은 허망하게 허공을 베고 지나갔다. 마물은 내가 예상한 자리에 없었다. 날 치려던 게 아니었나?

“꺅! 이거 뭐예요, 이상해!”

“이건 대체―!”

아니, 마물이 노린 건 내가 아니었다. 갑자기 자리에 나타난 두 사람이었다.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그들에게 다가간 마물이 두 손을 각각 창천과 제갈다영에게 뻗었다. 이제 손이라 보기 어려운 형태를 한 그것은 마치 괴물 영화에 나오는 촉수 같았다.

[저 두 사람으로 잃은 기를 보충하려나 봐요! 막아야 해요!]

확실히 두 사람은 버거워 보였다. 창천도 내가 알던 창천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쓰러지진 않지만 나보다는 힘을 뺏기고 있는 건가?

게다가 마물의, 사람을 벗어난 괴이한 형태가 그들의 대처에 실수를 불렀다. 젠장, 잠시 숨을 고르고 힘을 모으려고 했는데.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 저건 사람의 생기를 뺏어!”

마물의 손과 발이 관절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움직이며 의외의 측면에서 창천의 뒷덜미를 노리고 들어가는 것을 베어내고 외쳤다. 제갈다영은 그 말을 알아듣고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지만, 창천은 내 말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 건지 나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하냐?! 빨리 물러나! 일 장 밖으로는 물러나라고!”

“어떻게 가능한 거지, 방금?”

진짜, 이 새끼는 이 상황에서 그게 중요한가! 하는 수 없이 나는 창천을 발로 차다시피 밀어냈다. 그제야 녀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마물과 거리를 벌렸다.

젠장, 젠장. 그거 좀 가까이 붙어 있었다고 기를 또 빼앗겼다. 마물도 생기를 흡수하자 좀 살 만한 듯 베여나간 신체를 재생하며 우리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된 건진 나도 몰라. 하지만 저건 일대의 생기를 다 빨아먹으면서 이동하고 있어. 그냥 내버려 두면 이 항주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몰라.”

나는 최대한 요약해서 핵심만 전달했다. 제갈다영은 “아하, 사악한 영물 같은 거군요?!”라는 식으로 이해했고 창천은 미간을 좁힌 채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걸로 대신했다.

사악한 영물이라.

그 영물의 본체가 사람이라는 것만 빼면 크게 다른 건 아니군.

“팔다리 같은 건 베어봤자 소용없어. 머리도 비슷해. 회복이 느리긴 하지만 기를 흡수해서 신체를 기이한 속도로 재생하고 있어.”

“세상에, 그런 게 가능하다고요?! 멋지다……!”

“제갈세가! 눈 반짝이지 마! 아무튼, 결국 생기를 흡수하고 그 막대한 생기로 재생하는 거니까 그 원천을 파괴해야 해.”

“단전인가.”

“모든 단전.”

창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이런 쪽으로는 말이 짧아도 바로 통해서 다행이군. 제갈다영도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여전히 살짝 맛이 간 과학자의 그것처럼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단전을 파괴하면 죽어버리겠죠? 더 관찰하고 싶은데, 으으, 아까워요!”

젠장, 제갈세가 인간들이란.

“지랄 말고 집중해! 왜 당신들이 멀쩡한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바로 픽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지금 우리 셋뿐인 거 같으니까.”

합을 맞춰볼 시간 같은 건 없다. 아직 재생이 완벽하지 않을 때 해치워야 한다.

가자, 그런 말 한 마디 할 필요 없이 우리 셋의 발이 동시에 지면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나는 창천의 검을 안다.

“―!”

녀석이 선호하는 방향과 공세의 전개, 결정타를 먹일 때 어느 정도의 간격이 필요한지를 안다. 반드시 물고 늘어지는 약점과 가급적 피하는 부분도 안다. 그걸 알고 있다면 맞춰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래요! 아래! 좋아요, 다음은 위에서 내리칠 거예요! 중간, 아니 바꿨어요! 다시 위에서!]

그리고 홍령은 제갈세가의 검을 알았다.

무공수위로 치자면 오대세가 중에서는 제일 쳐지고, 몇몇 지방의 유력 가문들도 제갈세가는 한 수 아래로 본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제갈다영의 검은 괜찮았다.

조상의 이름값과 약간의 잔머리, 그리고 괴이한 것에 대한 괴이쩍은 집착만으로 오대세가에 한 자리를 올린 게 아니라는 듯 검을 놀렸다. 내가 창천에 맞춰 검을 놀리면 그 중간중간 생기는 빈틈에 교묘하게 한 방을 찔러 넣는 식이었다.

그러한 공격은 대체로 예상외의 일격이 되었다.

빠른 상황 판단과 과단성이 없으면 쉽지 않은 검.

홍령의 조언을 받아 제갈다영을 위해 자리를 내어줄수록 그 일격은 빛이 났다.

“―!!!”

제갈다영이 내가 비워준 자리를 향해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마물의 옆구리에 정통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그어어어어어!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과 함께,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공격하고, 또한 재생하던 마물의 움직임이 일순간 느려졌다.

지금이다.

우리 모두 그 순간을 알아차렸다.

말 한 마디 주고받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는 것을 알았다.

묵직한 기세를 담은 창천의 검이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마물의 심부를 노렸다.

좌에서 우로, 강한 힘을 담은 횡 베기가 있었고, 그 직후 방향을 꺾은 검 끝이 수직으로 흉부를 찌르며 베었다.

제갈다영은 창천이 마물의 중단전을 파괴하는 동안 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뒤로 돌았다. 기괴하게 꺾인 다리가 제갈다영의 검을 막으려 했지만 그게 오히려 하단전을 노출시켰다.

지나치게 가까워 긴 검으로는 가벼운 절상 정도만 가능한 거리.

그 거리에서 제갈다영이 짧은 단검을 뽑아 정확히 하단전이 있을 위치에 짧은 검을 손잡이까지 푸욱 박아 넣었다.

그아악, 그아아아아아악―!

귀가 아니라 뇌를 흔드는 거 같은 고함성이 마물의 입, 아니 전신에서 퍼져 나왔다. 나나 저들처럼 이 마물의 영향을 적게 받는 자가 아니라면 지금의 고함에 오장육부가 뒤틀렸을지도 모른다.

“빨리, 마무리하지요!”

“어서!”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가고 있다고!

어디서?

머리 위에서!

[가라, 가라아!]

두 사람이 마물의 중단전과 하단전을 파괴할 때, 나는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더 이상 높이 오를 수 없다 싶을 정도로 정점에 떠오른 채, 검을 역수로 단단히 쥐고, 그대로 추락했다.

높이를 이용한 가속과 주변 일대의 기를 끌어모아, 검 끝의 한 점에 응축한 채.

마물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더요, 더 쑤셔 박아요!]

큽, 말처럼 쉽지가 않다고!

두개골을 박살 내며 내리꽂았지만 검이 완벽히 박힌 건 아니었다. 저항이 있었다. 다시 한번 검기를 불어넣었지만 반탄력과 정확히 균형을 이루었다. 검이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뭐 하나!”

“빨리요! 재생해요!”

놈의 아래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부서지기 일보직전인 상단전에 압도적인 기가 몰렸다. 중단전과 하단전을 부수어서 그런가? 갈 곳을 잃은 기가 상단전으로 쏠리나?

그때 따스하고, 또한 서늘한 기운의 손이 내 손 위에 얹혔다.

[힘을 내요! 어떻게, 이렇게라도―!]

순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홍령의 손이 검에 깃든 듯 흡수되더니, 검 홍령이 내뿜는 검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했다. 내가 불어넣은 기는 이미 최대치였는데?!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죽어!!!”

다시 한번 힘을 주어 검을 밀어 넣었다. 이번에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강하게 반항하던 반탄력이 내 검기를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찢어졌다.

일순간 강대한 기가 마물을 중심으로 파도쳤다. 거대한 댐을 부쉈을 때 물이 몰아치는 것처럼 기의 파도가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 방금 전의 일격에 모든 내력을 쥐어짠 터라, 나도 창천도 제갈다영도 속절없이 그 파도에 휩쓸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아아아…… 그아…… 나, 나는……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는 점.

일순간에 기가 빠져나가면서 마물의 모습은 다시 사람의 것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두 팔다리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고 기괴했던 얼굴이며 몸도 원래의 것으로 돌아갔다.

아니, 원래의 것으로 돌아가는 데 그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바람 빠진 것처럼 쪼그라들던 하오문주의 몸은 끝도 없이 쪼그라들었다. 사람의 손이 쪼그라들어 손가락 하나만큼 줄어든 하나의 덩어리가 됐다. 몸 또한 그랬다. 차라리 마물일 때는 원래의 모습이 남아 있었는데, 갓난아이의 크기에 뼈도 살도 가죽도 쪼그라든 모양은 아예 사람조차 아니었다.

[……끔찍한 최후네요.]

검 홍령에서 손을 빼낸 홍령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검에 깃들어 내 힘을 증폭시켜서 그대로 소멸하는 건 아닌지 일순간 걱정했는데, 다행히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미친 듯이 일대의 기를 흡수해 저장하던 세 개의 단전을 파괴했다. 숙주의 몸도 괴멸했다. 그렇다면 그 기는 제대로 원 주인에게 돌아갔을까?

“으으, 흐윽…….”

“사람 살, 려…….”

아니. 이변은 없었다.

“어이, 끝난 거냐?! 근데 왜 다들 이 모양 이 꼬라지야?!”

저 멀리서 동태를 주시하고 있던 도개걸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까처럼 실시간으로 기가 빨리는 거 같진 않았지만, 그 또한 아까 빼앗긴 기가 회복된 거 같진 않았다.

“은 파파는!?”

도개걸이 표정을 구기고 고개를 내저었다. 젠장!

도개걸이 가리킨 방향으로 서둘러 달려가자 길 한 모퉁이에 은 파파가 죽은 사람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은 파파! 정신 차려, 은 파파!”

바닥에 꿇어앉아 몸을 들어 올렸지만 은 파파의 몸은 그저 힘없이 축 늘어질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몸이 굳지는 않았다. 사후경직은 아니다. 숨은 쉬고 있었다. 지나치게 가늘었을 뿐.

“도련, 님…….”

“말하지 마! 정신만 차리고 있어! 내가, 내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안 돼…… 내, 내 아이…….”

나는 서둘러 맥을 짚었다. 체내의 기가 거의 고갈되다시피 했다. 추궁과혈이라도 해야 하나?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런 건 둘째 치고, 지금 은 파파의 몸으로 그걸 버틸 수는 있나?

나는 품에 넣어두었던 침통을 꺼냈다. 기본만 챙겨서 몇 자루 없었기에 신중하게 침을 놓자 은 파파의 체내 기운이 극도로 가라앉았다.

거의 시체와 가까운, 그러나 살아 있는 상태. 생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기운을 최대한 제한했다.

이 상태로 오래 두면 심장 등의 장기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다.

다시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

단순히 고강한 기운으로는 이처럼 지친 사람의 몸을 해칠 뿐이다.

나를 살렸던 삼살이 꽃처럼 정순하고 부드러워 사람의 몸을 해치지 않으며 스며들 수 있는, 그런 신비에 가까운 약이 필요하다.

하오문주가 들고 도주했던 불로불사의 약, 항아의 보주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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