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바로 항주로 돌아갈 수는 없었지요. 많이 놀란 탓에 큰 도련님의 몸이 펄펄 끓었고, 근처의 시골 객잔을 찾아 며칠을 보내며 우리는 그들과 제법 친해졌습니다.”
은 파파의 눈동자가 먼 기억을 더듬는 듯 아련해졌다.
* * *
“휘소! 물 좀 더 가져와!”
“여기 있다.”
“아니, 이렇게 팔팔 끓는 물 말고! 좀 식은 거 없어? 애 몸이 불덩이인데 이렇게 뜨거운 물로 몸을 적셔서 뭐에 쓰겠어?”
“다, 다시 식혀오겠다.”
“어휴, 내가 못 살아. 빨리 다녀와!”
홍령은 검을 쓰는 것 외에는 어리바리하기 짝이 없는 소꿉친구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휘소는 움찔하면서도 서둘러 냇물에 끓은 물을 식히기 위해 달려갔다.
“이보시오, 화 소저. 우리 애는, 건양이는 괜찮을 거 같소이까?”
“괜찮다니까요, 아저씨. 아저씨 몸이나 잘 돌봐요. 함부로 막 일어나면 안 된다니까요? 상처 벌어진다고요!”
홍령은 거의 삼촌뻘 되는 금왕에게 삿대질을 하며 다시 바로 누울 것을 요구했다. 사업을 하며 그보다 더 기 센 여인들의 콧대를 수도 없이 눌렀던 금왕이었지만, 구명의 은인이며 동시에 의원인 이에게 대들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금왕은 홍령의 말대로 다시 자리에 얌전히 누웠다.
“아가씨, 밖의 소협이 찬물이 필요하대서 가져왔는데. 어디에 쓸까?”
“아, 아주머니! 여기 주세요. 천으로 적셔서 드러난 데는 다 닦아주세요!”
은 파파, 그 당시에는 항아라는 이름을 썼던 그녀가 홍령의 말에 따라 응달의 찬물에 식힌 물을 가져와 불덩이 같은 금건양의 몸을 닦았다.
“으으, 으으…….”
“도련님, 정신이 듭니까?”
“항, 아줌마…….”
“잠깐만요, 맥 좀 다시 볼게요. 좋아, 빈맥은 많이 가라앉았고. 이봐요, 이제 어디 심하게 아픈 곳은 없죠?”
금건양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홍령은 좋았어, 하며 맥을 짚던 팔을 내려놓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고비는 넘겼으니 여기서 하루 이틀 정도 안정을 취하면 될 거예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을요. 이런 거 하라고 익힌 의술인데요. 이게 바로 화산의 정신이랍니다!”
홍령이 분위기를 밝히려는 듯 명랑하게 웃었다.
“근데 급하게 어딜 가고 그래야 하는 건 아니죠? 애초에 그 깊은 산엔 왜 들어간 거예요? 흑도 놈들이 아니어도 충분히 위험해 보이던데.”
“아, 그게…….”
은 파파와 금왕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사실 그들도 썩 떳떳한 일을 하는 이들은 아니었으니까.
“우리는 행상이오. 물건을 다 팔고 새로 팔 것을 장만하러 항주로 가던 길이었지. 지름길로 향한다는 게 이상한 골짜기로 빠져서 길을 헤매다가…….”
“돈을 노린 자들을 만난 거군요! 큰일 날 뻔했네요. 다음부터는 호위무사를 고용하거나 조금 오래 걸려도 관도를 타도록 해요. 아니면 우리 같은 정파의 협객들과 동행하는 방법도 있죠!”
“화홍령, 너 그러면서 은근슬쩍 밥값 굳히려고 그러는 거지?”
“야, 천우 너!”
“애가 사람만 좋아 가지고. 솔직히 말해. 우리 거기 뛰어든 거, 당신들 구하려고 그런 거 아냐. 그 전 마을에서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살린다고 나랑 휘소 녀석 주머니까지 털어서 약을 샀거든. 빈털터리가 된 상태였는데, 마침 나쁜 놈이 보여서 말이지. 말하자면 당신들은 덤인 거고.”
“그, 그, 그거 때문만은 아니라고! 애초에 거길 간 건, 유명한 도가 사당이 있어서였잖아!”
홍령의 얼굴이 홍시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은 파파는 그걸 보며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유야 무엇이 됐든 우리가 살았지. 그래, 구명의 은인에게 사례를 해야지. 내 정신 좀 봐.”
“아니, 아니에요! 대가를 바라고 도와드린 게 아닌데요!”
“군소리 말고 받지그래? 나 이제 건량 지겨워. 척 보니 그냥 행상치고는 돈도 많으신 모양인데. 봇짐이 묵직하더라고. 입고 있는 옷들도 고급이고. 이 객잔도 통째로 빌렸잖아? 난 봤다, 저 아줌마가 객잔 빌릴 때 은도 아니고 작은 금괴를 내밀더라니까?”
“야, 제갈천우!”
“제갈 소저 말이 맞소. 이보게, 저 친구들에게 그걸 좀 챙겨 주도록 해.”
은 파파는 그 자리에서 즉시 봇짐을 뒤져 전낭 세 개를 꺼냈다. 그리고 제갈천우에게 하나, 홍령에게 두 개를 쥐여 주었다. 원래는 인질인 금건양의 몸값으로 가져왔던 돈이었다.
“아니, 정말 안 받아도 괜찮은데…….”
“넌 좀 조용히 하고 있으라니까. 어휴, 제법 무겁, 응?! 잠깐만요, 아줌마? 아저씨? 이게 얼마예요 다?!”
제갈천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법 부유한 제갈세가의 재녀도 그럴진대 도가문파인 화산에서 자란 홍령은 어땠을까. 전낭을 풀어본 그녀는 눈알이 빠질 듯 놀랐다.
“이, 이거 못 받아요! 너무 많아요!”
“우리는 행상치고는 돈을 제법 벌어요. 그러니 괘념치 말고 받아요. 좋은 일을 해도 돈이 있어야 하지. 하나는 아까 그 소협에게 주고.”
“맞아! 야, 좋게 생각해! 이거면 다른 데서 약을 사서 그 마을에 더 보낼 수도 있잖아? 너 약이 현저히 모자란다고 속상해하지 않았어?”
“그, 그렇긴 하지……. 이 돈이면 사람 잔뜩 사서 병 옮기는 숙주인 벌레도 다 잡을 수 있고, 식량과 약을 왕창 사서 전염병이 종식될 때까지 사람들을 격리할 수도 있을 거고, 아얏! 왜 때려!”
“의원부터 고용해야지. 너 또 간병은 혼자 다 하려고 했냐?”
“너희들 있잖아!”
“그만 부려먹으라고. 사람 써! 이 돈이면 소림의고 무당의고 천 명은 사겠다! 그게 그 사람들 치료하는 데도 훨씬 도움 될걸?”
“아, 맞아! 죽은 사람들 제대로 제사도 지내줄 수 있겠다! 그때 대충 짚으로 덮어놓고 왔잖아…….”
“너 내 말 듣고 있긴 하냐?!”
두 소녀가 돈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것을, 금왕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람은 큰 힘이 생기면 본성이 드러난다. 큰 돈, 큰 지위, 큰 권력. 그를 짓누르던 여러 가지 제약이 사라지고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면, ‘무엇을’ 마음대로 하느냐가 그 사람을 보여준다.
“……신기하군.”
세상의 때가 묻기엔 어려서일까, 아니면 설움과 비참함을 맛보기 이전에 강함을 갖춘 무인들이어서일까. 온몸을 황제의 귀비처럼 치장하거나 번듯한 건물을 올릴 수 있는 돈을 쥐었는데도 그 돈으로 남을 도울 생각부터 하고 있는 모습들이, 금왕에겐 낯설고, 또 무척이나 빛나 보였다.
“식힌 물 가져왔다.”
“휘소 넌 끓는 물 식히러 북해빙궁이라도 다녀왔어? 왜 이렇게 늦어? 이미 아주머니가 물 갖다 주셨어.”
“……이 앞에서 산촌의 소식을 듣는 바람에.”
“뭐? 어떻대? 좀 가라앉았대?”
휘소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염병으로 앓아누운 이는 많은데, 우리가 약과 식량을 두고 떠나 이를 노리고 비적들이 꼬였던 모양이다. 물건을 내주고 목숨만 부지한 모양이더군.”
“뭐라고?!?”
홍령은 분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금왕의 상처와 금건양의 맥을 짚어보았다.
“좋아, 이대로 좀 쉬면 괜찮을 거예요. 우린 이만 가봐야겠어요. 미안해요!”
“어휴, 저 오지랖.”
“시끄러워, 빨리 가자. 휘소!”
“먼저 가서 상태를 살피고 있겠다.”
척하면 척이었다. 휘소는 홍령이 던진 짐과 전낭을 받아들고 창문을 뛰어내려 산촌이라는 곳을 향해 신법을 발휘해 달렸고, 제갈천우는 홍령의 행동에 투덜거리면서도 익숙한 듯 척척 짐을 챙겼다.
그때 금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나도, 나도 가겠소.”
“에? 아저씨요?”
“도움이 될 거요. 그냥 간다고 다가 아니잖소? 물자가 필요하겠지. 휘소라는 청년이 먼저 갔으니, 뒤따라가며 식량과 약을 수매해 따라갑시다. 이 객잔에도 말이 다섯 정도 있는 것 같으니 수레와 함께 사들이겠소.”
“에, 아저씨? 아저씨?!”
아까까지만 해도 표정에서 통증을 감추지 못하던 금왕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벌떡 일어나 제 짐을 챙겼다.
“건양이를 부탁하오. 소저들, 가십시다.”
* * *
“장주는 그러고 두 달이나 후에 항주로 돌아왔습디다. 그는 그들의, 특히 화 소저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지요. 이성적으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불의를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하는 젊은 혈기에 말입니다. 장주의 노련함과 금력으로 그들을 지원했을 때 무언가가 달라지는 모습이 꽤나 중독적이었나 보더군요.”
“은 파파는 아니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나한테 큰 도련님을 맡기고 홀랑 따라간 장주가 좀 미웠습니다. 나도 그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은 파파는 장난기 많은 소녀처럼 키득거렸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을 만나면 두 가지로 나뉘지요. 나는 왜 저렇게 태어나지 못했나, 패배감과 열등감, 질투, 질시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만, 나와 장주는 반대였어요. 우리 같은 밑바닥들이 살면서 당연한 거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던 부조리와 부패, 그런 것들에 과감히 덤비고 깨부수는 모습에서 우리는 쾌감을 느꼈습니다.”
이야기가 길었다. 처음 은 파파가 가져온 술동이는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대리만족에서 끝났습니다만, 장주는 아니었나 봅니다. 그들과 어울릴수록 행상이라는 거짓된 신분이 불편하고, 또 스스로의 삶이 부끄러웠는지, 돌아와 전당포의 재산을 정리한 후 가족들을 이끌고 무한으로 갔습니다. 그 뒤로는 도련님이 잘 아는 장주의 삶입니다.”
은 파파는 술동이를 기울여 마지막 잔을 채웠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찌꺼기들까지 전부 들이부었음에도 잔은 반도 차지 못했고, 그 얕은 밑바닥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했다.
“그렇게 살며, 장주는 화 소저나 휘소 소협과도 교분을 이어갔습니다만, 어느 순간 명절에 안부편지 한 번이나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지요. 사업이 커지고 금가장이 진정 금가장이 될 즈음이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무림을 종횡무진하고는 본산으로 돌아가 수련에 매진하느라 더욱 그랬지요.”
우연하고 낭만적이었던 만남 뒤에 이어진 일은 현실적이고 씁쓸했다. 누구나 살면서 겪는 일들. 그런 일이 나의 부모님들, 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즈음 두 사람이 혼인한다는 연락이 한 번 왔습니다만, 그때 장주는 일생일대의 사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연락이 왔다는 것도 훗날에나 알았을 겝니다.”
“설마 그 사업이, 삼(蔘)?”
“예, 곡물 수매상을 넘어 금가장이 진정 중원제일거상이 된 바탕이지요. 저 멀리 요동의 상인들이 육로를 통해 들여오는 고려삼을 독점으로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장주는 그 일에 큰 투자를 했지요. 사업은 참 잘되었습니다. 고려삼이야 이 나라에선 부르는 게 값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지금도 금왕상단에서 제일 큰 이문을 남기는 사업이잖아. 규모는 곡물보다 작아도 워낙 귀중품이니까. 그때 과감한 투자로 아버지가 거상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예, 그렇습니다. 허면 그 투자한 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
“……중개인들의 배를 불려주는 데 썼겠지? 독점을 약속받았으니까, 원가를 보통보다 더 쳐줬을 거 아냐.”
“그럼 그들이 그 돈을 어디 썼는지는 짐작이 가십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헌데 은 파파는 그걸 내가 알아야 한다는 듯 보았다. 알지 못한다면 짐작이라도 해야 한다는 듯이.
“그 돈은 혈교라는 세력을 불리는 데 들어갔습지요.”
은 파파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혈마에게 피를 바친다며 인신공양을 하는 자들입니다. 헌데 돈을 쥐니 그들이 벌이는 인신공양의 규모도 커졌지요. 피로는 만족을 못 했는지, 그자들은 생(生) 그 자체를 그들의 혈마에게 바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이쯤이면 그 비슷한 일이 도련님 머릿속에도 떠오를 겝니다.”
“……섬서사변?”
“혈교의 인사들은 중개인의 탈을 쓰고, 저 바다 너머 반도에 신비한 도술이 있다며 이를 의술과 접목시킬 방도를 찾고 있다 했습니다. 그들은 장주에게 대단한 의술을 가진 중원의 문파를 소개시켜 줄 수 있냐 했고, 장주가 떠올린 것은 다소 소원해진 옛 인연이었습니다. 하필이랄지, 당시 화 소저는…… 생기를 다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의술을 연구하고 있었지요.”
과거라는 이름을 가진, 수만 개의 조각을 가진 복잡한 퍼즐. 그 퍼즐 위에 그려진 그림의 윤곽이 이제야 뚜렷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아실 만큼 아실 테지요. 금가장이 일정 부분 그 일에 손을 뻗은 것도 아실 겝니다.”
“그건 어떻게 된 거야? 그런 일, 아버지가 정말 대놓고 돈을 대지는 않았을 텐데.”
“허나 어느 정도는 알았지요.”
“어떻게? 아버지는 무공도, 의술도, 그런 비술에 대해서도 몰랐잖아?”
“홀홀, 상세는 몰라도 말입니다, 구린 것은 냄새가 나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저와 장주입니다. 그 냄새를 못 맡았겠습니까?”
“감으로 알았다? 그런데도 계속 거래를 지속했고?”
“했지요. 더 했지요. 장주는 돈 나오는 구멍은 귀신같이 찾는 사람이고, 구린 일로 돈 버는 데는 도가 튼 사람입니다. 혈교가 화산에 여러 요구를 하면 화산은 우리에게 물건의 수매를 부탁하고 우리는 제법 적잖은 돈을 벌었고…… 뭐 그렇습니다. 더한 지저분한 짓도 있었지만 그 결과의 참혹함만큼 너저분하겠습니까.”
마침내 은 파파가 마지막 잔을 비웠다. 알코올을 잔뜩 머금은 찌꺼기가 쓸 텐데도 은 파파는 눈썹 한 올 흔들리지 않았다.
“도련님, 장주는 말입니다, 그 결과를 대충이나마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뭐?”
“허나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섬서 일대가 황폐화된다 쳐도, 무한의 금가장에 무슨 영향이 있겠으며, 아니지, 영향이 있지요. 장주는 또 비상히 머리를 굴려 가지고 그 일의 파급을 미리 파악하고 더 큰 돈을 벌 준비를 했더랬습니다. 물론, 섬서의 금가장 식구들은 다 발을 빼게 했지요. 당연하지만 하오문도 발을 뺐습니다. 당시 개방 방주가 이상함을 느끼고 장주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지만 적당히 둘러댔습니다. 진실을 말해줄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지요.”
도개걸은 아버지 금왕을 증오했다. 다 알고도 입을 다문 채 제 식구들만 빼돌렸다는 이유로.
“개방과는 그 전부터 여러모로 얽히고설켰으니 무리도 아닙니다. 그 개방이라는 거지소굴이 그리 힘이 커진 것도, 마약으로 패가망신해 거지가 된 자들이 모인 탓이니. 뭐, 그거야 그들과의 일이고, 지금은 화 소저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지요.”
그렇게 말하며 은 파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 앞에 서, 슬픈 눈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은 파파?”
“이제야 이 노구의 죄를 고합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내가 어쩔 줄 몰라 하든 말든 은 파파는 아랑곳 않고, 아예 바닥에 이마를 퍽 소리 나게 박았다.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을 박았다. 바닥에 피가 배어나왔다.
“쇤네가 도련님의 어미를, 화 소저를 이 손으로 베어 죽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