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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원-133화 (133/350)

133화

[새 집이 그리 많이 보이진 않던데. 그 정도로 많이 늘었다고요?]

집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생에야 건축기술이 발달했고 시멘트라는 끝내주는 재료의 발전으로 눈 깜짝 할 새에 고층 아파트도 지어 올리지만 여긴 아직도 나무와 돌, 흙으로 집을 짓는 게 일반적이니까.

북촌객잔처럼 사람들이 떠나 방치된 집들을 고쳐 쓰는 곳들이 간간이 보이긴 했지.

아, 그런 거군?

“일을 찾아 북촌으로 온 사람들은 많지만 아직 거주할 집을 짓지 못해서 객잔 신세를 지는 이들이 많은가 보군요.”

“맞습니다! 역시 금 의원님은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아시니 대화하기가 참으로 편합니다. 제약방에서 고용한 사람들 외에도, 이곳에 일거리가 있다고 소문이 났는지 흘러들어 온 날품팔이들이 제법 되거든요. 약초를 캐러 다니거나 태양의원의 잔일을 받거나 하지요.”

오면서도 약초꾼들이 산으로 향하는 걸 봤다. 태양의원이 바로바로 구매를 해주니 약초꾼으로 활동하기에도 좋겠지. 그 숫자가 제법 됐으니까―

“이 객잔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넘어서서, 새 객잔이 들어온 거군요.”

“그렇습니다. 어디서 얘길 주워들었는지, 온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저희 객잔의 손님 절반을 뚝 잘라 가져갔지요! 게다가 이름도 북촌객잔이라고 떡하니 붙이질 않겠습니까! 제가 분통이 터져가지고, 어휴!”

[사람이 늘어나면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마음이 안 좋긴 하네요.]

우리가 여기 처음 자리 잡을 때 가장 큰 공헌을 해준 사람이잖아.

장 의원이 고의로 방치하던 그의 다리를 고친 일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빨리 자리를 잡을 수는 없었을 거다.

게다가 내게는 하오문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기도 하지.

“그러면 가장 큰 문제는, 손님이 객잔 하나에는 넘치지만 두 개가 먹고 살 만큼 많지는 않다는 거겠군요.”

“맞습니다! 제 복장이 두 배로 터지고 있어요! 그 객잔이 들어오면서부터 북촌에 한동안 안 보이던 거지들도 어슬렁거리질 않나. 하여간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객잔 주인은 우려 놓은 용정차를 술 마시듯 원샷 했다. 어지간히 속이 타는 모양이었다.

쓸 만한 정보도 얻었겠다, 내가 좀 도와줄까?

“지금 고민은 당장 저쪽에 손님을 뺏긴 거죠? 북촌에 있는 북촌객잔이니 사람들이 두 객잔 중 하나를 선택할 때 그 이름이 신뢰를 줄 거고, 기존에는 폐가였지만 새로 손을 봤으니 이 객잔보다 깔끔할 거고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객잔이 더 불리해지겠네요. 뒤에 새로 짓는 건물이 완성되면 경쟁력이 생기겠지만, 혹시 건물을 짓기 위해서 돈을 꽤 융통했습니까?”

“혹시 의원 아니고 점쟁이십니까?!”

“그러면 내가 정보를 사려고 하겠어요. 점 쳐서 다 맞추지.”

“그, 그도 그렇군요…….”

“점쟁이는 아니지만 내게 괜찮은 생각이 있는데.”

“그 방도가 뭡니까? 제가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새 현판을 거세요. 이름은 태양객잔으로.”

“태양객잔! 금 의원님의 이름을 빌려주시는 겁니까? 이렇게 황송할 데가―.”

“그냥 이름만 빌려드리는 게 아니에요.”

장사가 안 되는데 이름만 갈았다고 장사가 될 리가 없지. 리네이밍, 리브랜딩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거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북촌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이유, 그리고 객잔에 사람들이 투숙하게 된 이유는 태양의원 때문이죠. 태양의원이 북촌에 있어서 북촌이라는 이름이 사람들 뇌리에 박힌 거지, 북촌에 있어서 태양의원이 유명해진 게 아니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렇고말고요!”

말하자면 북촌보다 태양의원의 브랜드 가치, 정체성이 더 강하다는 뜻이다.

북촌객잔이 마을의 터주대감 같은 분위기를 포지셔닝 한다면, 이쪽은 태양객잔으로 태양의원과의 연계성을 강조한다.

“원래도 우리 환자들이 객잔에 머물면 혜택을 주던 것도 있으니까요. 그 부분의 혜택을 좀 강화하고, 기왕 하는 거, 객잔의 숙수들도 의원으로 보내세요.”

“예? 숙수들을요?”

“약선 요리법을 전수해드릴게요. 이곳 객잔, 아니, 태양의원 숙수들의 솜씨는 제법 괜찮으니까요. 거기에 약재를 더해 특색을 강화하죠. 그러면 태양의원과 같은 이름을 쓰는 의미도 더 강화될 테고, 잘만 하면 요리 자체로도 유명세를 탈 겁니다.”

요리가 맛과 약효로 유명세를 타면 태양의원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겠지.

안 그래도 장 의원이 금궤요략 중 가장 해석이 쉬운 부분을 번역해 놓은 것이 마침 약선요리 레시피들이었다.

장 의원은 대단치 않은 걸 번역했다며 성을 냈지만, 효과가 확실하다면 사업가치가 넘치는 아이템이지.

“그 외에도 약향을 이용해서 수면의 질을 올리는 방법도 있고, 우리 의원에서 판매하는 약재비누를 비치하는 방법도 있고. 기존의 객잔과 차별화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죠.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저도 먹고 살아야죠.”

“아무렴, 제가 그런 걸 공짜로 받아먹으려고 하겠습니까. 금 의원님이 전수하시는 약선요리법이면 천금을 주고도 못 살 보물일 텐데요. 약향도, 약재비누도 전부 좋습니다. 사람이 오면 올수록 더 큰 사업이 되겠군요.”

“잘되면 태양의원 분원 주변에도 하나씩 태양객잔 분점을 낼 수도 있겠죠.”

“이야, 생각만 해도 벌써 배가 부릅니다!”

시름에 차 있던 표정은 어디 가고 객잔 주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하오문은 가져오는 정보의 질이나 양으로 문파 내에서의 지위를 결정한다고 하니, 구상이 실제가 되면 객잔 주인도 제법 급이 올라갈 거다. 그러면 내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급도 달라지겠지.

이 구상이 잘 구현되면, 일종의 관광의료를 계획할 수도 있다. 태양의원의 의료 서비스와 태양객잔의 숙박, 식음료 서비스까지 연계해 매출의 규모를 확대하는 거다.

거기에 금왕표국의 운송 서비스까지 결합하면 그야말로 완벽해지겠지.

지금까지 없었던 서비스는 아니다. 여기가 아무리 전생에 비해서는 서비스 산업이 낙후된 중원이라고 해도, 이 모든 서비스는 돈만 있으면 누릴 수 있다.

그랬던 걸, 보편 수준으로 퀄리티를 맞춰 제공하는 거다.

[부자만이 누릴 수 있던 거니까 혹하는 사람도 많겠네요. 평소 쓰는 돈보다는 조금 비싸도, 괜히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럼. 전생의 비행기 산업에서 퍼스트 클래스 매출은 ‘큰 맘 먹고 돈 한번 써보자!’하는 서민들이 책임진다는 말도 있는걸.

“천하백대의원을 꼽을 때 다른 의원에는 없는 특색을 크게 본다던데. 태양객잔이 잘 되어서 금 의원님께도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 그거 슬슬 뽑을 때가 됐군요.”

천하에 명성 있는 백 곳의 의원을 뽑는 천하백대의원. 그와 별개로 의원 개인의 실력과 명성을 고려해 순위를 매기는 건 천하백대명의인데, 둘 다 내가 노리고 있는 지표였다. 둘 다 순위에 오르기만 하면 환자가 지금의 배는 오겠지.

“아무리 그래도 백대의원에는 쉽게 들어가시지 않겠습니까?”

객잔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하오문에서 뭔가 언질을 들은 게 있나? 양양에서 있었던 사건을 종식시킨 게 사실 나라는 건 하오문 정도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

그때의 일이 반영되는 데다 무당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은 부분이 감안되면 백대의원 중 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운이 좋다면 백대명의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할 거고.

“기왕이면 꿈은 크게 갖고 싶네요.”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역시 금 의원님은 더 위를 노리시는군요!”

나는 말없이 그냥 미소 지었다. 내가 의맹의 정회원을 노리고 있다는 건 아직 비밀이니까.

객잔주인을 신뢰하지만 그는 동시에 하오문도라 우리 쪽의 정보를 하오문에게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섣불리 중대 정보를 발설할 수는 없지.

“최소 오십 위 안으로는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의맹의 정회원이 되려면 십대 의원 중 한 자리는 차지해야겠으나, 태양의원은 이제 생긴 지 일 년 정도 된 신생 의원이다.

성장세나 차별성 등이 돋보이지만, 객관적으로 십대 의원에 꼽힐 정도는 아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한다면 이삼 년 내로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하위권에서 중상위권까지 올라가는 건 의외로 단시간 안에 가능해도 그 위로 올라가는 건 무척 까다로운 일이란 말이지.

[십대의원, 십대명의쯤 되려면 정말 전 중원에 회자될 수준이어야죠. 십대 고수처럼요.]

쉽지 않고 먼 길을 단숨에 가려다간 큰 코 다치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 평가 기준 중에, 의맹 준회원의 숫자나 수술의 같이 무공을 쓸수 있는 의원이 얼마나 있느냐도 꽤 크게 반영되죠?”

“맞습니다. 아무래도 의맹이 무림맹 산하라 그런 점을 크게 쳐주지요.”

“부탁할 게 있습니다. 사람을 하나 불러주세요. 의원들에게 무공을 가르칠 사범이 필요하거든요.”

“우와! 태양의원의 의원님들도 금 의원님처럼 무공을 익히게 되는 겁니까?”

“절대고수는 못 되어도 어디가 괄시받지 않을 정도로는요.”

객잔주인은 반나절 내로 데려오겠다며 장담을 했다.

하오문도의 경이로운 신법이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당장 출발해야 점심 즈음에는 돌아올 텐데, 객잔주인은 당장 데리고 오겠다며 큰 소리를 쳐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거리기만 했다.

“내가 더 알아야 할 게 있습니까?”

“아뇨,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금 의원님께서 객잔에 태양객잔이라는 이름을 주셨잖습니까아…….”

“예, 그런데요?”

“혹시 현판 글씨를 손수 써주실 수 있으신지 해서…… 헤헤…….”

객잔주인은 그런 부탁이 멋쩍은 듯 뒷목을 긁었다. 현판 글씨 하나 부탁하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써둘 테니 이따 와서 받아가세요.”

“알겠습니다! 후딱 갔다오지요!”

객잔 주인이 눈썹을 휘날리며 객잔을 빠져나갔고 나도 찻잔을 내려놓고 객잔을 나왔다. 그리고 마을을 조금 더 둘러본 후, 바로 태양의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 곳을 더 들렀다.

북촌객잔.

새로 마을에 들어선 그 객잔을 다시 가보기 위해서였다.

점소이를 쓸 만큼 여유롭지는 않은지 객잔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직접 마당을 쓸고 있고 마당 한구석에서는 누가 봐도 나 거지요 하는 행색의 거지 두엇이 객잔 주인이 내준 잔반을 먹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객잔 주인이 기묘한 눈빛을 했다.

[정반합에서 보냈나?]

내가 전음을 보내자 북촌객잔의 주인이 움찔했다.

알아볼 줄 몰랐나 보지?

저 사람은 그때 객잔에서 나를 뚫어져라 보던 사람 중 하나였다. 사실 좀 가물가물했는데 눈빛을 보고 알았다.

[그래서 정보료를 줘야겠다고 한 거군요. 거지가 있다는 얘기를 해줘서요.]

그래.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객잔을 차린 사람이 있는데, 거지가 딸려왔다는 얘기가 바로 정보였지. 태양객잔의 주인은 그게 정보라고 정확히 인지하진 못한 거 같지만.

“어차피 오늘 중으로 창천에게 접선할 예정이었겠지? 돌아가서 합에게 볼 일이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하라고 전하지.”

나는 그렇게 말하곤 몸을 돌렸다. 객잔을 차렸다면 우리 쪽과 정기적으로 연락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 저 거지들도 그냥 거지가 아니라 개방의 방도겠지.

이 작은 마을에 하오문과 개방이 동시에 발을 들였다라.

그렇다면 유용하게 써먹어줘야겠지.

나는 태양의원으로 돌아와 밀린 일을 처리하며 바쁜 오전을 보냈다. 특히 나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태양객잔의 주인이 돌아왔다는 소리에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금 의원님이 말씀하신 대로 청화문주를 모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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