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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원-42화 (42/350)

42화

“그러면 약속대로 알려주시죠. 무패도와 장 의원은 어디로 향했습니까?”

“잠깐, 금 의원. 지금 이이가 수술비로 고작 그런 걸 알려주기로 했단 말이에요?”

“예, 그렇습니다. 제겐 중요한 사안이라.”

“아니, 그래도 그렇지! 설마 당신, 귀한 은인께 정보만 알려주고 입 씻으려던 건 아니죠?!”

“그, 그럴 리가 있소이까, 부인!”

[그러려고 했네요, 뭘.]

그러게. 그러려고 했네.

사실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아니었다.

출장소를 열어 환자를 치료하면서 여비 정도는 충분히 벌었고, 색다른 환자들을 보면서 홍령도 기억을 많이 되찾았으니까.

덕분에 나도 검기를 발출해 수술을 할 수 있었으니, 수술에 대한 사례 정도야 정보만 얻는 정도로도 충분한―

“흠, 지현 어르신. 이것은 금 의원과 어르신 간의 문제이지만 저도 아니 끼어들 수가 없습니다.”

얼레? 한 의원까지?

“맞습니다!”

“자고로 큰일에는 큰 대가가 따라야 하는 법이지요.”

“큰일을 해낸 의원에게 제대로 보답을 하지 않으신다면 세인들이 지현 어르신을 어찌 볼지 심히 우려가 됩니다.”

얼씨구, 김이박 의원들까지?

심지어 이들의 말은 보다 협박조였다.

한 의원이야 이곳이 근거지가 아니니 조금 반감을 사도 상관없지만 이 세 명은 이 고을에서 의업을 하는 이들이 아닌가?

내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저들이 앞으로 지현의 요청을 어찌 대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이래서 담합이란 게 무섭다니까.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당신 몫은 제대로 챙겨야 한다고요.]

아니, 나도 안다고.

전생에서는 나도 충분히 그런 사람이었는데, 아무래도 풍족한 부호의 막내로 살아 그런 감각이 많이 흐려졌나 보다.

당장도 의원 하나를 굴리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수준이고.

하지만 챙길 수 있다면 챙겨야겠지.

[맞아요. 큰 도시에 가면 제대로 수술 도구부터 맞추자고요. 그것만 해도 돈이 꽤 들 거예요.]

“이이하고는 얘기가 안 통해. 어휴, 금 의원. 나랑 얘기합세. 그래, 무슨 정보인지는 이이가 나중에 알려줄 거고.”

지현 부인께서 남편의 좁은 배포가 답답했는지 직접 나섰다.

역시 이쪽이 실세군.

“우선 이건 내 감사 표시네.”

부인이 내민 것은 바로 수술할 때 썼던 단검이었다.

날이 짧아서 그렇지 보검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품질의 검.

“내 시집올 때 숙부이신 정왕께 선물 받은 것이지만 쓸 일도 없는 아녀자의 손에 있느니 귀한 의원의 손에서 사람을 살린다면 더욱 값지겠지. 숙부께서도 능히 그래야 한다 하셨을 게야.”

“과찬이십니다.”

“이건 그냥 선물일 뿐이네. 재물은 갈 때 섭섭잖게 쥐여 주겠네만. 더 필요한 것은 없나? 작은 촌에서 의원을 하고 있다 들었는데. 더 큰 곳으로 옮길 의향은?”

호오.

이건 아예 지현이(정확히는 지현 부인께서) 내 뒤를 봐줄 테니 자기들 앞마당으로 영업지역을 옮기란 뜻인데.

이런 조건을 제시할 줄은 몰랐는지 김이박 세 의원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내 편을 들어주는 건 들어주는 거고, 내가 여기에 개업을 하면 자기들 밥벌이가 위험해질 테니까.

“……사실 갖고 싶은 게 하나 있었는데요.”

“무엇인가, 말해 보게.”

[어휴,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겠네요.]

걱정도 많으셔.

내가 내 편 들어준 사람들 밥그릇 깨먹을 사람으로 보이시나.

“저기 저거.”

내 손가락이 천장을 가리켰다.

“저거?”

“저건!”

“네, 저 야명주를 받고 싶습니다.”

무슨 폭탄이라도 떨어진 거 같다.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오히려 조용해지듯 말이다.

지현이나 다른 의원들은 물론, 의원을 이전하면 장원 한 채쯤은 떡하니 내어줄 거 같았던 지현 부인마저도 입을 떡 벌렸다.

[저게 비싸긴 비싸죠.]

그치, 비싸긴 비싸겠지.

장원 한 채가 아니라 열 채 가격은 될 테니까.

“다, 다른 건 안 되겠나?”

“네. 야명주를 받고 싶습니다.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옆에서 한 의원이 내 옆구리를 쿡 찌르더니, “금 의원, 자네가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저건 좀…….” 하고 귀엣말을 속삭였다.

하지만 난 반드시 야명주가 필요했다.

눈이 돌아가게 비싸서가 아니다.

[저 야명주가 태양보도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면, 돈을 주고 사기라도 해야 해요.]

평범한 돌은 저렇게 빛을 발산하지 않는다.

일명 자체발광 하는 돌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태양광 발전처럼 태양광을 머금어 빛을 발하는 축광석(蓄光石).

다른 하나는 방사능이 있는 돌.

우라늄이나 라듐 등이 붕괴할 때 이런 푸른빛을 낸다.

방사능 피폭이나 라돈 침대 등 위험한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적절히 사용했을 때 이보다 더 유용한 물질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현대보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은 이곳 무림이라면!

“내가 이 단검은 그대에게 선물할 수 있으나 이 야명주는…….”

통이 커 보였던 지현 부인까지 말을 흐린다.

으음,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하는 수 없지.

“제가 귀한 것이기 때문에 달라고 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청하는 것입니다.”

“해가 돼?”

“네. 야명주는 사람 몸의 기혈을 완전히 뒤틀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빛을 뿜는 돌이라니. 자연의 흐름과는 반대되지 않습니까? 태양빛처럼 따스한 빛도 아니고요.”

“허나 여태 잘 써오던 것인데…… 아이가 늦은 밤에 공부를 하려면 꼭 필요하네.”

“밤에는 초를 켜도 되지요. 문제는 그리 기혈이 뒤틀려 어찌 되느냐입니다.”

“어, 어찌 되나?”

“당장 도련님에게는 별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만. 아까 지현께서 후사의 일을 걱정하지 않으셨습니까?”

갑자기 자신에게로 대화가 튀자 지현이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후사에 문제를 준단 말입니까?”

“예. 후대에 기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너튜브 만만세네요. 나도 보고 싶어요.]

이건 딱히 너튜브에서 잡상식 채널을 취미로 보는 사람만 알고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게 정말.”

“진실입니다.”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지현 아들의 염증이 심각했던 것도 오랜 시간 동안 방사선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지도.

“허면 자네는 그걸 가져다 어디 쓰려는 건가? 그리 위험한 물건을?”

“모든 약을 과하게 쓰면 독이 되듯, 야명주 또한 적절히 쓰면 탁월한 약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걸 연구해보려고 합니다.”

이들에 비해 조금 더 지식이 있다 뿐이지, 나도 너튜브로 겉핥기 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걱정 마요. 내가 있잖아요.]

하지만 그 얄팍한 지식이 홍령과 만난다면 충분한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다.

“알았네, 야명주를 주지.”

“여보!”

의외로 이 결단은 지현 부인이 아닌 지현이 내렸다.

심지어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야명주를 뽑아 건네기까지 했다.

“미안하네.”

“감사합, 네?”

“나는 약속은 지켰네. 은인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썩 마음이 내키진 않는다만…….”

아, 그 위험한 물건을 내가 가져간다고 해서 그런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저에게 도움이 될 일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다행이네만…….”

잠깐만.

이 양반 태도가 좀 심히 이상한데?

[……!]

지현의 태도도 이상한데 홍령의 기색도 심상찮았다.

[밖에 누군가 있어요. 기운이 상당한―]

“실례합니다. 지현께서 여기 계시다 들었습니다.”

밖에서 정갈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문이 열렸다.

“크흠, 태청의문에서 오셨는가.”

태청의문?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상황이 내게 좋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알겠다.

왜냐면 저들의 옷깃에 수놓아진 문양이 아주 익숙했으니까.

장 의원의 소매에도 있었고, 여기 앉아있는 한 의원, 김이박 세 의원의 소매에도 수놓아져 있다.

[무당파예요.]

홍령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저를 의맹에 고발하셨습니까?”

“……미안하네. 자네를 처음 뇌옥에 가두었을 때 연락을 했기에 미처 물릴 수가 없었네.”

“여보!”

나 참.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맞게 될 줄이야.

“좋게 생각하게. 무패도를 쫓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자와 함께하던 의원이 태청의문으로, 의맹으로 가겠다고 했네.”

“정보를 주긴 주시는군요.”

도저히 말이 곱게 안 나왔다.

아무리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지만.

김이박 세 사람도 내 눈을 피했다.

그나마 한 의원만이 내게 작게 속삭였다.

“어차피 한 번은 부딪쳐야 할 일이지 않나. 너무 걱정은 말게. 그 사람들도 눈이 있는데, 자네의 실력을 보면 생각이 바뀔 걸세.”

그래. 한 번은 부딪쳐야지.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한 번 가려고 했으니 기회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겠군요. 하지만 지현 어르신,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두고 보자, 이 인간.

내가 눈을 부릅뜨자 지현이 움찔하며 물러났다.

“좋습니다. 태청의문에서 오셨다고요? 갑시다.”

기왕 갈 거 당당히 가자.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

의맹 입장에서야 금지한 수술을 한 거지만, 나는 환자를 치료했을 뿐이다.

수술이 아니면 어떻게 할 방도가 없는 아픈 환자를.

그래, 나는 틀리지 않았다.

“대신 내 발로 갈 테니 날 묶고 끌고 가거나 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금 의원님,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저희는 금 의원님을 포박해가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셔가기 위해 온 거지요.”

[모셔간다고요?]

의맹에서? 나를?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말이 가짜 같지는 않았다.

날 데려가기 위해서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니 우리를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이야. 칼을 내려놓으렴.”

칼? 아이?

고개를 내리자, 신생이 내 앞을 지키듯 서 있었다.

뭐야, 언제 가져갔어?

신생이 들고 있는 단검은 내가 지현 부인에게 받아 허리춤에 갈무리한 그거였다.

가져가는 낌새조차 몰랐는데?!

[기세도 남달라요. 무공을 익힌 적이 있나? 내가 왜 몰랐지? 저 아이의 맥을 열 번은 더 짚어 봤을 텐데?]

홍령도 혼란스러워하던 중, 태청의문의 무인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이걸 보여드리면 믿으시겠습니까? 저희가 금 의원님을 모시러 왔다는 사실을요.”

어?

이게 왜 여기서 나와?!

[보도! 태양보도잖아요!]

무인의 품에서 나온 건 분명 태양보도였다.

장 의원에게 호신용으로 빌려주었다가 장 의원과 함께 분실되어 버린 내 보물.

아버지께 받은 물건이며 금가장의 일원임을 뜻하는 것 외에도, 그 자체로 소독의 기능이 있을 거라고 추정하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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