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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원-41화 (41/350)

41화

방 안에 들어가자 환자 둘이 침상에 누워 있었다.

지현도 잘 아는 김이박 세 의원이 지현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인사는 됐네. ……그런데, 어제 사경을 헤맸다는 쪽이 이쪽인가?”

“아, 아닙니다.”

“그러면 이쪽인가 보군. 얼굴이 다 죽었구만, 끌끌.”

“그쪽도 아닙니다. 그 환자는 원래 낯이 까맣더군요. 지금은 둘 다 간밤에 기운이 넘친다며 잠을 안 자다가 이제 겨우 잠든 참입니다.”

환자가 기운이 넘쳐서 잠을 설쳐?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어제 다 죽어 갔다던 놈은?

“서, 설마. 밖에서 기지개를 켜던 자가 어제 다 죽어갔다던……?”

김이박 세 의원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금 의원의 의술은 실로 놀랍습니다!”

“어제만 해도 열이 펄펄 끓어 숨 넘어가기 직전이었는데!”

“금 의원이 침을 몇 번 놓고, 약을 먹이니 오늘은 감쪽같이 나았지 뭡니까?”

허어……

지현이 침음을 삼켰다.

분명 지현도 말짱하게 몸을 푸는 환자를 확인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믿을 수 없었다.

“아, 마침 잘 들어왔네. 이리 와서 지현께 자네 상태를 보여드리게.”

“예? 갑자기요?”

“군말 말고 배를 까라니까!”

때마침 밖에 있던 환자가 들어와 김이박 세 의원에게 웃통을 훌러덩 까이는 수모(?)를 당했지만, 덕분에 지현은 그의 뱃가죽의 수술자국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보십시오, 정말 아물고 있지 않습니까?”

“꿰맨 자국이 검은 기운도 하나 없는 것이, 이대로라면 멀쩡해질 겁니다!”

“어제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도 빨리 나으려고 반등을 했던 모양입니다.”

진짜 낫고 있네?

……한번 해봐?

지현의 마음속에 갈등이 생긴 것을 눈치챈 한 의원이 거들었다.

“아드님의 수술은 이보다 간단하다고 하더군요. 이쪽은 내장이 흘러나올 정도였지만 아드님의 경우 살짝 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목숨에 지장이 있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가라앉았다.

남은 것은 지현의 결정뿐이었다.

“……금 의원에게 우리 아들 녀석을 보러 오라 일러라!”

* * *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응.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자신 있게 수술한 세 환자 중 둘이 중태에 빠져서 며칠이나 정신을 못 차리질 않나.

하나는 정말 저승길 보낼 뻔했다.

수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지.

[맞아요. 솔직히 지난번 맹장 수술에 비하면 제 전문 분야라고요. 수술에서 문제가 생겼을 리는 없어요.]

점혈도 문제없었다.

애초에 점혈 좀 잘못됐다고 상처가 아물지 않거나 수술자국이 덧나지는 않지만.

김이박 세 의원이나 한 의원이 보조를 선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들이 예리하고 잘 관리된 검이 아니라 낡은 낫에 베였던 게?

그도 아니면……

[그래도 천산오공의 내단이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그게 없었으면 꽤 오래 걸렸을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멀쩡한 내단이 아니라 내단 부스러기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일반인들이 복용하기에는 과할 정도로 좋은 약재다.

아슬아슬하게 완성해서 다 죽어가던 사람을 저승 문턱에서 멱살 잡아 끌고 왔지.

덕분에 지현의 신뢰는 확실히 얻은 듯하지만.

“……정말 그, 간단히 째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네. 정 불안하면 옆에서 지켜보셔도 됩니다.”

“아, 아니. 아닐세! 난 나가보겠네!”

지현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요.”

“왜, 왜 붙잡나?! 나간다니까?!”

“수술하기 전에 필요한 게 있어서요.”

“피, 필요한 거?”

대체 이렇게 간덩이가 작은 사람이 어떻게 한 고을을 책임지는 지현이 된 거람?

그냥 필요한 게 있어서 잡았을 뿐인데도 심장이 벌렁벌렁해 보인다.

“칼이 필요합니다.”

“칼?”

“네. 수술에 필요합니다. 이 정도 크기면 좋겠고, 질이 좋을수록 좋습니다.”

태양의원과 이곳 출장소에서 한 수술에는 다른 점이 많다.

기술에 문제가 없다면, 그러한 환경 차이가 환자들의 상태이상을 불러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로 줄여야지.

다른 건 내 선에서 어찌할 수 있지만 딱 하나 문제되는 게 칼이다.

[태양보도, 그게 특별한 힘이 있었던 거 같아요.]

홍령의 결론은 그랬다.

사실 태양의원에서 한 수술과 이곳 출장소에서 한 수술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질 않았다.

좌수검은 무림인이니까 회복력이 남다르다 친다.

그렇다면, 맹장이 터졌던 왕 씨는?

맹장의 고름이 터진 상황이 녹슨 낫에 상처를 입은 상황보다 덜 위중할 리 없다.

[운철이라고 했죠?]

귀하디귀한 운철.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에서 나온 소량의 금속으로 가공한 철.

운철로 만든 검은 그 강도가 뛰어나며 남다른 기운이 있어 명검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 ‘남다른 기운’이 다름 아닌 방사선이라면?

[근데 방사선, 방사능…… 당신의 기억에 따르면 그건 위험한 거 아닌가요?]

아니, 과하지 않을 정도의 양만 쬐는 것은 오히려 소독 효과가 있다.

의료기기를 소독할 때도 방사선을 사용하니까.

아마 태양보도에서 흘러나오는 양은 딱 그 정도였을 것이다.

“질이 좋다고 하면…… 얼마나 좋아야 하는가? 금이나 은으로 된 것을 찾는 게야?”

제 자식 몸에 대는 칼 얘기가 나오자 반쯤 넋이 나갔던 지현이 정신을 차렸다.

후.

떨린다.

“금이나 은은 물러서 안 됩니다. 검기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질렀다!

“허어, 검기라니. 점혈할 때부터 금 의원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았지만. 검기라니!”

“대단한 정도는 아니에요.”

검기라고 해도 작은 단도에 아스라이 내력을 불어넣는 정도다.

창천이 봤으면 코웃음을 쳤을걸.

그래도 괜찮다.

난 누구와 싸우려는 게 아니라 수술을 하려는 거뿐이니까.

[약한 검기를 두른 검으로 수술하면 절삭력은 물론이고, 신기할 정도로 덧나지 않고 잘 아물어요. 이게 왜 이제야 기억이 났지?]

홍령이 기억을 되찾는 일도 순조롭다.

이제 이 아들내미만 잘 수술하고 지현에게 무패도와 장 의원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얻어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

……지난번엔 반쯤 죽을 위기에서 겨우 살아났지만, 이번엔 다를 거다.

겨우 자리 잡은 내 터전을, 그리고 내 보물을 훔쳐간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한다.

“자네가 말하는 수준의 검, 그것도 그만큼 작은 검은 내가 알기론 하나뿐이네만. 그건 내가 어찌하기가…….”

역시 어렵나?

주변에서 구한 단검으로 시험을 해봤지만 대부분 약한 내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망가지기 일쑤였다.

수술하다가 검이 조각나 수술 부위에 박히면 그게 더 큰 문제다.

그럴 바엔 위험을 감수하고 검기를 쓰지 않는 것이…….

그때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지금 그깟 단도가 문제라고 망설이고 있는 겁니까, 나으리?”

“여, 여보!”

[지현의 아내인가 봐요. 화가 많이 났나 봐요.]

“내 남자들의 비밀스러운 곳에 병이 났다 하여 내 귀한 아들을 제대로 간호도 못 하였건만. 그깟 단도가 뭐 문제라고 의원에게 내어주지도 못한답니까!”

“그, 그치만! 그건 정왕께서 주신 보물이지 않소!”

“시끄러워요! 우리 숙부님께서 준 거 내가 주겠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에요!”

어쩌다 저렇게 심약한 자가 한 고을의 수령이 되었나 했더니, 결혼을 엄청 잘했었구나.

[저 검인 거 같죠?]

지현 부인의 허리춤에 한 자루의 단검이 반짝였다.

과연, 검집만 봐도 명품의 기세가 느껴졌다.

“금 의원이라고 했나요?”

지현 부인이 지현을 반쯤 말로 죽여 놓은 후, 부인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예의 그 단검을 내게 내밀었다.

“귀한 검이니 귀한 곳에 쓰이는 것이 맞겠지요. 부디 아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네, 염려 놓으십시오.”

단검을 받자마자 검을 뽑아보았다.

검이라고 해봤자 검지 손가락만 한 날을 가진 작은 단검.

그래도 잘 관리했는지 예기가 느껴지는 것이, 확실히 왕이 하사할 만한 명품이다.

[좋아요, 해볼까요?]

상단전을 개방한 후, 내 머릿속은 항상 시원한 솔바람이 부는 듯 청명쾌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불꽃처럼 거센 기운이 화르륵 일어나며 양 팔의 경혈에 불을 붙인다.

이글이글 일어나는 기운이 손끝으로 향해, 단검의 날로 흘러들어간다.

머리가 타는 것 같다.

홍령은 이것이 하단전부터 착실히 다져오지 않은 부작용이라 했다.

하지만!

“오오!”

“저것이 검기인가……!”

작은 칼날에 여린 촛불이 일렁이듯 유형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좋아요, 잘했어요! 그렇게만 하면 돼요!]

홍령의 확인을 받은 후 나는 검기를 거두었다.

수술 내내 필요할 때마다 검기를 피워 올려야 할 테니까.

“정말 대단하구만…… 그런데 혹, 검기가 너무 강하여서 우리 애의 그, 거기를 너무 잘라버리면―.”

“어휴, 군말 말고 나가요! 의원님 수술하시게!”

부인이 지현의 귀를 붙잡고 끌고 나가고, 신생을 제외한 나머지들도 다 나갔다.

방 안은 야명주의 불빛만이 감돌고 있었다.

환자는 아까 점혈로 재워놓아서 조용했다.

[그러면, 시작할까요?]

“좋아. 시작하자.”

* * *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애초에 잘린 팔을 붙이거나 터진 맹장을 떼어내거나 녹슨 낫에 내장이 흘러나온 걸 수습하는 일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야명주의 불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방.

한 의원과 김이박 세 의원이 환자의 환부를 살폈다.

“아주 훌륭한 솜씨입니다. 원인을 제거했으니 더 이상 도련님이 아프실 일도 없겠군요.”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어르신.”

“아주 깨끗이 나았습니다. 누가 보면 원래 이런 모양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덧나지도 않고 잘 아문 것을 보니, 역시 금 의원의 수술 실력은 천하명의가 따로 없군요!”

네 의원이 입을 모아 칭찬하자 지현이 큼큼 헛기침을 해댔다.

“허면 나이를 먹어서도 그, 자손을 보는 일에는 크게 문제는 없단 말이렷다?”

“네, 그렇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제 목이라도 내놓죠.”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은 호언장담할 수 있다.

포경 좀 했다고 나중에 밤 생활에 문제가 된다는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으니까!

“이 사람이 정말! 수술 안 해도 문제인 사람도 있는데! 고생한 의원에게 왜 자꾸 따져요, 따지길!”

지현 부인이 지현의 등짝을 때리는 소리가 참으로 찰졌다.

[평소엔 참 곱고 어진 부인이던데 말이에요.]

으음.

아무래도 지현 내외의 밤 생활에 문제가 있는 듯하지만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니까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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