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6/84)

제10장 가자 북경으로

 천선비도(天仙秘圖).

 고금오천무(古今五天武)중 일좌(一座)를 차지하고 있는 무공이 묻힌 곳을

나타내는 비도, 그것으로 인하여 무림은 들끓고 있었다.

 광서에서부터 시작된 천선비도의 출현 소문은 일파만파로 중원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광서와 호남성(湖南省) 지역으로 전 무림의 이목이 집중되었

다.

 무림삼천의 정예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자신들이 소속되어 있는 맹과는 별

도로 이름 있는 문파에서도 자파의 인물들을 파견하여 비도를 노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나 같이 천하제일을 꿈꾸는 인간 군상들이 이곳을 기웃거린다. 과연 탐

욕의 끝은 어디인지 자신의 한계도 능력도 무시한 채 모두가 비도를 향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     *     *

 "도대체가 말이 됩니까? 우리가 누구입니까? 맹내의 정예 중에서도 최고인

 무룡댑(武龍隊)니다. 근데 벌써 한 달 동안이나 비도의 그림자조차도 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놈들에게 귀를 도둑맞지를 않나….

"

 천무맹의 신성인 정천무룡(正天武龍) 백무천(百武天)이었다. 만상투인루(

萬象鬪人樓)에서 투신과 돈을 포기하고 비도를 찾아나섰던 백무천이 잔뜩

흥분된 어조로 소리를 질러댔다.

 백무천의 심기는 극도로 불편했다.

 자신이 가장 먼저 접했다 생각했고, 맹에는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은밀하게

 처리하고자 했다. 그래서 신중에 또 신중을 기했는데 비도는 그림자도 보

지 못한 채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버렸고, 이제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비도에 관해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진행하려고 했던 계획은 애초에 물 건너가버렸다. 지금은 천무

맹의 임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직은 기회가 있다. 비도가 무공은 아니다. 천선비도를 얻게 되면 먼저

비동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비도는 맹으로 보내고 자신은 따로 담사월의 무덤을 찾을 생각인 모양이었

다.

 주인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먼저 들어가서 익히면 된다는 말이다.

 "개방에서는 연락이 왔습니까, 사형?"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옆에 있던 운학자를 향해서 물었다.

 운학자의 답답한 심정은 백무천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닌 공동파를 위해서 비도를 찾고자 했던 그였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에게 알려져버렸고, 공동파의 명예를 위해서도 반드시 비도는 자신들

이 가져가야 한다.

 천선비도가 나타났던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빈손으로 맹에 복귀하게 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공동파에서 지게 될 뿐 아니라 맹내 다른 문파에서 쏟

아지는 비난 또한 감당하기에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

은 차기 맹주 일순위인 백무천의 경력에 오점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결

코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천선비도는 벌써 수십 번 주인을 바꾸며 이곳 호남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 한다. 그리고 무룡대 제일각주 하우돈과 오십 명의 수하들의 귀를 자른

자들은 아마도 신분을 감춘 천마맹의 천마군(天魔軍)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

더구나. 자신들이 천마맹이란 것을 숨기기 위해서 광풍대란 이상한 이름을

사용한 것 같고."

 "그렇겠지요. 천마맹이 아니면 우리 무룡대를 이 지경으로 만들 수는 없지

요. 그래도 전쟁은 싫은지 신분을 속였다 이건데…."

 백무천은 이를 아득아득 갈았다. 감히 불가침 조약을 깨트리고 천마맹이

먼저 도발을 해온 것이다.

 "그럼 이곳에 사진악도 와 있다고 합니까?"

 마군자(魔君子) 사진악.

 천무맹에 정천무룡 백무천이 있다면 천마맹에는 마군자 사진악이 있다고

한다. 문사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차분한 성격의 무인으로 천마맹 맹주인

 개천신마(開天神魔) 악천(岳天)의 대제자이며 천마군(天魔軍)의 군주이다.

 백무천의 물음에 운학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곳 호남성 어디에서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고 있겠지…."

 "하우돈!"

 "네! 대주!"

 광견조(狂犬組) 소살우에게 귀를 잘린 무풍검 하우돈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두 다리가 전부 부러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절뚝거리는 다리

에 양쪽 귀마저 없어져서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수하를 바라보는 백무

천의 얼굴이 또다시 잔뜩 일그러졌다.

 비록 암습을 당했다고 하지만 귀를 잘라가도록 방치하다니, 보기만 해도

짜증이 밀려드는 모양이었다. 백무천의 눈빛을 받은 하우돈은 갑자기 오한

이 드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의 거짓말 때문이다. 동굴에서 나온 놈들을 잡으려다 손도 써보지 못

하고 당해버린 자신들, 어떻게 보고를 한단 말인가. 그래서 그때 당했던 부

하들 모두와 입을 맞추었고 산공독에 암습을 당한 것으로 보고했던 것이다.

 "맹으로 전서구를 보내라. 천마맹(天魔盟)에서 불가침 조약을 어기고 먼저

 도발해왔다고!"

 "네, 알겠습니다. 대주!"

혹여 다른 말이 나올까봐 하우돈이 한쪽 다리를 쩔뚝거리며 재빠르게 방을

벗어나고 있다.

 '전쟁이란 말이지.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야. 난세만이 영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동안 너무 평화로웠어. 이제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람이 나와야 된다. 바로 나의….'

 창 너머를 쳐다보고 있던 백무천이 혼잣말로 조용히 뇌까렸다.

*     *     *

 "암밀대(暗密隊)로부터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보고하라!"

 "우리 천마군(天魔軍)을 암습해서 귀를 잘라간 놈들은 천무맹의 무룡대임

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이곳 호남에 정천무룡 백무천을 비롯한 무룡대원

이백 명이 와있다고 합니다."

 "감히 무룡대 놈들이 불가침 조약을 어기고 도발을 해왔다 이건가? 이 사

진악에게 검을 들이대?"

 천마맹 진영이었다. 이곳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마군자라고 불리는 사진악

이 분노하고 있었다. 대월산에서 자신의 부하들이 당했던 일의 전말을 통보

받았던 것이다.

 "무인의 도리도 모르는 놈들 같으니."

 그가 분노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부하들이 당해서가 아니었다. 차라리 죽

였더라면 이렇게 분노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당하게 비무를 했을 것임으로.

 그러나 비겁하게 암습을 했다. 그리고 두 귀만을 잘라간 것이다. 이것은

무인으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치욕이다.

 "맹으로 전서를 보내라. 천무맹(天武盟)에서 불가침조약을 어기고 먼저 도

발해왔다고. 아울러 천마군(天魔軍) 잔여 인원도 파견해달라고 해라."

 천무맹과 천마맹 두 곳의 진영에서 동시에 전서구가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들 누구도 알지 못했다.

 자신들을 공격한 자들은 서로가 지목한 상대가 아니고 뇌룡현(雷龍縣)의

삼류 건달의 모임인 광풍대(狂風隊)였음을….

 귀 자르기라는 단순하면서도 사소한 내기가 몰고온 이 파장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는 없었으나 간단한 사건이 아님은 분명했다.

*     *     *

 "오십 년 전의 오천맹(五天盟)의 백살마대(百殺魔隊) 사건 이후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천무맹(天武盟)과 천마맹(天魔盟)의 수뇌부는 서로

간에 협정을 맺었네. 서로를 인정하고, 침범하지도 않으며 상대 맹의 인물

들을 공격하지 않기로 말이네. 그것이 바로 마정불가침협정(魔正不可侵協定

)이라고 하지. 천무맹에서는 정마불가침협정(正魔不可侵協定)이라고 하고."

 마정불가침협정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백산 일행이었다.

 대월산에서 한바탕 춤사위를 벌인 일행은 그곳을 출발하여 북경으로 향하

는 중이었다.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지도 못한 채 한가로운 표정으로 광서지

방과 호남성의 경계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그럼 웃음뎅이의 말을 들어볼 때 지금 이곳에 천마맹과 천무맹이 모두 와

있다는 소린데 두 세력이 충돌할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럼 전쟁은 불가피

한 것 아뇨?"

 천선비도 때문이 아닌 바로 자신들이 저질러놓은 일이 발단이 되고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백산의 말이다.

 귀조수 연동립은 백산에 의해서 죽었지만 모든 일들이 그의 의도대로 흘러

가는 것 같았다.

 '그 자식은 죽어서까지 속 썩이는구먼? 그 알맹이도 없는 것에 왜 그렇게

들 목숨을 거는 건지…천마맹은 그렇다 치고 천무맹은 왜 이 난리지?'

 연동립의 말로는 이 일의 주제자가 천무맹이라 했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

는 행태를 보아서는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백무천이 투신과 돈을

 포기하고 떠난 것을 보면 천무맹에서도 천선비도를 원하고 있음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백산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린가?"

 백산이 혼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던지 철목승이 의아한 눈빛으로 백

산을 쳐다보았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혼자서 해본 소리요."

 '천선비도(天仙秘圖)를 이용해서 돈을 벌기 전까지는 아무소리도 하면 안

되지! 그놈이 엄청난 돈을 가져다줄 텐데 음모라고 어떻게 이야기하냐고.'

 천선비도가 주는 무공보다는 돈에 더 관심이 많은 백산, 수중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돈에 대한 끝없는 갈구는 도대

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옛말에 있는 놈이 더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가

보다.

 "이 천선비도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죽어갈지 그것이 걱정

이구먼…."

 마도인이면서 마인 같지 않은 철목승의 걱정스런 목소리였다.

 "그것이 자신들의 숙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칼밥을 먹고사는 무인

이라면 칼날 위에서 죽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되죠. 그건 마치 어부가 바

다에서 죽는 것을 걱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심오한 말이다. 도저히 백산의 입에서 나올 만한 소리가 아니었기에 모든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져서 백산을 바라보았다.

 "야 새끼들아, 나는 이런 말 좀 하면 안되냐?"

 자신을 향한 눈초리가 부담스러운지 광견조를 향해 눈을 부라렸으나 너는

절대로 안된다는 듯이 전원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씨펄놈들. 하여간 도움이 안 돼요, 도움이…."

 "그것은 자네 말이 맞지만 아무런 신념도 없는 그런 이들이 많이 희생될

수가 있으니 하는 말일세."

 철목승의 걱정거리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무도에 건 사람들이라면 더 강

한 무공을 얻기 위해 비도쟁탈전의 와중에 죽는다 해도 그리 아쉬울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도를 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구경 차 따라온 무인 같지도 않은

 삼류들이 문제였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왔다가 그야말로 개죽음 당하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되

었던 것이다.

 "자자!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가자고요. 우리 사냥꾼들은 말입니다. 사

냥 나갈 때 죽음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맹수나 괴수를 만났을 때 목숨을 잃는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죠. 다만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뿐…."

 백산의 사고방식의 바탕은 언제나 사냥꾼의 법칙이 기틀이 되고 있다. 사

냥을 나갈 때는 사냥 가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언제나 살아 돌아오기

를 기원한다. 살아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냥을 나가지 않기 때문이

다. 그러한 사냥꾼의 삶의 방식을 무림인에게도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었다.

 천선비도 쟁탈전은 무림인에게 있어서는 사냥터다. 자신보다 강한 고수는

맹수로 비유된다. 천선비도(天仙秘圖)라는 사냥감을 얻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다른 고수들, 즉 맹수들을 이기고 나가야 한다.

 맹수를 이기지 못하면 사냥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고 자신의 죽음은 당연한

 것이다.

 사냥에 실패한 것을 두고 아쉽다거나 불쌍하다고 동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

 "이제 호남성(湖南省)인 것 같은데 이곳에 대해서 재미있는 그런 것은 없

소?"

 칙칙함을 견디지 못하는 백산이 먼저 화제를 다른 곳으로 바꿔버린다.

 "호남성(湖南省)에 대해서는 내가 말해주지."

 조용히 침묵하며 그들을 따르고 있던 석숭이 나서며 입을 열었다.

 호남성.

 중원 남동부에 있는 성(省)으로 양자강(揚子江) 중류의 여러 하천이 주변

에 있으며, 북을 제외한 동서남이 모두 산으로 둘러 쌓여있는 천혜의 요새

지로, 춘추전국시대에는 초나라에 속했던 곳이다.

 성의 중심에 있는 형산(衡山)은 중원 오악(五岳) 중 남악(南岳)으로 불릴

정도로 그 산세가 아름답고, 또한 악양에 있는 중원 최대의 호수인 동정호

로 유명한 곳이 호남성이다.

 "동정호와 형산이라… 그곳은 천천히 가보면 될 테고. 산이 많다던데 가장

 가까운 산이 어디요?"

 "저기 앞에 있는 산이 봉우리가 하얀 눈이 덮여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설봉산(雪峰山)이라 불리는 곳이네."

 석숭이 가리키는 산을 바라보는 백산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어리고

이와는 상반되게 백산의 눈치를 보던 광견조의 얼굴은 꺼멓게 질려가고 있

었다.

 "자! 가자고요!"

 백산이 앞장을 서며 일행을 재촉한다. 천선비도야 운이 닿으면 얻을 수 있

을 것이고, 굳이 찾으러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라버니. 저 마차 안에 있는 것은 다 뭐예요? 도대체 무엇이 들었기에

저렇게 조심스럽게 다루고 감시를 하고 있는 거죠?"

 모든 일행이 출발할 때부터 가장 궁금하게 여기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마차에는 수십 개의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있고 별도로 검은 색의 상자 두

개가 바닥에 솜을 깐 채 놓여있었던 것이다.

 "그건 알 것 없고 아무튼 중요한 거야."

 바로 마령호(魔靈虎)의 뼈였다. 그것마저도 북경으로 가져가서 팔 욕심으

로 마차에 싣고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를 포함한 몇 개의 유골상자

도 같이 들어있다.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살기, 넝마 같은 옷차림, 마차를 호위하고 있는 광견

조(狂犬組) 열두 명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백산 일행은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설봉산(雪峰山)의 입구에 있는 객잔을 향해 다가

가고 있었다.

 객잔 안은 식사를 하고 있는 다수의 무인들로 가득 차 있었으나 천선비도

의 여파인지 그들의 몸에서 나오는 미묘한 긴장감 때문에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천선비도(天仙秘圖) 때문에 이런 이름 없는 객잔마저도 호

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 천선비도가 하는 놈이 좋은 일도 하는구먼. 허름한 객잔도 이렇게 손

님이 많은 걸 보면 말이야."

 천선비도라는 한마디에 주루 안에 있던 모든 인물들의 눈이 백산 일행을

향해서 쏠렸다. 은연중에 살기까지 풍기는 인물도 있었는지 주루 내부에는

살기마저 깔리는 듯했다.

 "아아! 긴장들 하지 말고 하던 짓 계속하쇼. 우리도 지나가는 길손일 뿐이

니까."

 "꼬마야, 천선비도라는 말은 어디서 들었느냐?"

 얼굴 가득 음탕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백산 일행 쪽으로 다가오면서 하는 말이다. 천선비도라는 말은 괜스레 해본

 소리고 목적은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호호! 시남 오라버니, 저 촌놈 같아 보이는 녀석이 괜찮아 보이는데요?"

 "그 옆에 있는 계집은 어떻고 저렇게 생긴 것을 내미지상(內美之像)이라고

 한단다, 여옥. 저런 내미지상의 미인을 만나게 되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군."

 자신이 최고라며 착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전 무림을 통틀어서 가장 강

자는 아니지만 그나마 무공으로는 목에 힘을 줄 만한 위치에 있는 자들은

강호무림을 횡보하다가 자신보다 강한 자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다. 백산 일행을 향해 다가오는 두 남녀도 그런 축에 속하는 사람들임에 분

명한 것 같았다.

 마차를 정리하느라 광견조가 아직 들어오질 않고 있지만 이쪽의 인원이 대

여섯 명이나 되는데도 두 남녀의 행동은 안하무인이 따로 없었다. 이 정도

의 인원 가지고는 자신들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임에 틀림없다. 마치

자신의 먹이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얼굴에 나타나는 음탕함과 헤

픈 웃음으로 보건데 백산과 조천영을 점찍은 듯한 표정이었다.

 조천영이야 내미지상이라 했으니 그리 예쁜 얼굴이 아닐지라도 이해가 가

는 상황이지만, 눈 크기도 소살우보다 조금 크고 얼굴에 일자로 흉터까지

있는 백산을 바로 지목하는 여자의 안목을 짐작컨대 그쪽 방면으로는 경지

에 올라있는 여자임에 틀림없는 듯했다.

 "앗! 음양쌍마(陰陽雙魔)닷!"

 갑자기 한 중년인의 입에서 놀람에 찬 외침이 터져 나왔고 삽시간에 주루

안에 있던 인물들이 동작을 멈추고 두 남녀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새파래진

 그들의 얼굴에 한결같이 나타나 있는 감정은 두려움과 공포였다.

 "이 어르신들이 용무가 있어서 오늘은 용서해주마. 그러니 모두 사라져라!

"

 먹음직스런 먹이감을 찾았다는 기쁨에서인지 흐뭇한 미소를 짓는 중년남자

가 주루 안에 있던 인물들을 향해 마치 인심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음양쌍

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안도의 숨을 내쉬던 사람들은 행여나 음양쌍

마가 마음을 바꿀까봐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살우, 막앗!"

 순간 백산이 막 들어오려는 소살우를 향해 소리치자 광견조원들이 도를 뽑

아들며 입구를 막아섰다.

 소살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리자 순식간에 주루 안은 광견대가 뿜어내

는 살기로 가득했다.

 "어이! 주인 양반. 우리 음식값은 공짜고 절반은 내 몫이요?"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던 주인은 백산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알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살우! 거기 나가는 인간들에게 술값하고 밥값 받아. 은자로 스무 냥씩만

…."

 백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기저기서 소살우를 향해 은자를 던지는 소리

가 들리고 삽시간에 그들의 앞에는 은자가 수북하게 쌓이는 것이었다.

 은자보다는 목숨이 더 중요한 것이다.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공연히 남

의 시비에 끼어들었다가 죽으면 그야말로 개죽음이다.

 자신이 먹은 것에 대한 확인도 없이 주머니째 그냥 던지고 사라지는 인물

도 부지기수였다. 소살우가 가져온 은자를 받은 백산은 그중 반을 객점 주

인에게 내밀고는 빨리 음식을 만들라며 주방으로 쫓아버렸다.

 백산이 뜻 모르게 외쳤던 말의 진상이 밝혀진 것이다. 그냥 도망을 가려는

 무인들로부터 밥값을 받아주고 그중 절반은 자신이 가진다는 소리였다.

 "석두야! 돈이란 이렇게 버는 것이다. 기회란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니니라.

 하지만 그것을 잡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놈은 기회가 와도 놓쳐버리는

거야. 자, 한번 생각해 보자."

 수중에 있는 돈을 짤랑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던 백산이 석두에게 하

는 말이다.

 "저기 있는 저 엄청 밝히게 생긴 연놈들이 큰소리를 치고 다들 도망갈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냐?"

 "그냥 저 밝히게 생긴 연놈들이 강한 연놈들인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

 음양쌍마라는 인물들의 얼굴색이 변하건 말건 백산과 석두는 장단이 척척

맞았다.

 "그것이 너와 나의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나는 저 엄청 밝히게 생긴 연놈

들이 큰소리를 치고 무림인들이 도망을 가려하는 바로 그때, 저놈들이 공짜

로 먹고 도망을 가려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의 주인도 남고

나도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더 물어보자. 방금 나간 놈들이 먹은 것은 과연 얼마나 될

까?"

 "글쎄요. 아마도 은자로 한 냥도 채 안될 것 같은데요?"

 "그렇다. 그런데 나는 이십 냥을 부른 것이다. 그럼에도 전부 은자를 내놓

았고 어떤 이는 주머니째 던지고 가지 않더냐. 그래서 주인은 열 냥 어치만

 팔고서 은자 백 냥을 벌었고. 나는 입만으로 백 냥과 우리들의 음식을 벌

지 않았냐. 이것이 기회를 잡는 방법이다."

 "큭! 하하하! 기가 막히다 기가 막혀. 그 순간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 자네가 나보다 한 수 위구먼, 위야!"

 옆에 있던 석숭이 무릎을 치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

했던 절묘한 방법이었다. 무림인이나 일반인이 보았을 때는 유치하고 야비

한 짓이었지만 상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정녕 기가 막힌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인간 심리의 허를 찌르고, 그때의 상황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방법인

것이다.

 석숭이 기가 막힌다는 말을 연발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정작 기가 막

힌 인간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백산과 조천영을 맛있게 생겼다며 잡아먹으

려 했던 음양쌍마(陰陽雙魔)라 불리는 인물들. 백산과 그 일행으로부터 엄

청 밝히는 연놈들이란 소리를 들은 이들이었다.

 음양쌍마.

 음마(陰魔) 마여옥(馬麗玉)과 양마(陽魔) 육시남(陸視男). 두 사람을 일컫

는 말이다. 부부라는 말도 있으나 하는 행태로 보았을 땐 결코 부부 같지

않은 인물들.

 인간의 정혈로 내공을 증진시키는 흡정색마공(吸精色魔功)이란 색공을 익

히고, 채음방중술로 수많은 선남선녀들을 복상사시킨 채화음적이다.

 뜻있는 무림 협사들이 그들을 잡고자 했으나 워낙 강한 무공 때문에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두 사람이 함께 펼치는 음양합격술(陰陽合格術)은 가히

천하무적이라 불릴 정도라고 한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입으로는 처단

을 외쳐댔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그들을 어찌하지를 못했다.

 더욱 기고만장한 그들은 백주 대낮임에도 이렇게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인

간들이 있으면 잡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양마 육시남은 조천영을, 음마 마여옥은 백산을 자신들의 먹이감

으로 선택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먹이감들이 자신들을 마치

동네 북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말끝마다 엄청 밝히는 연놈들이

란 말을 써 가면서.

 강호를 횡보(橫步)한 지 어언 십여 년. 감히 어느 누가 자신들에게 그렇게

 말했던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는 무림삼천에서도 그들을 잡으려 하질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놈들이 밝히는 연놈들이라고 한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가 하고 일행을 다시 한번 세세히 살펴보았

다. 눈에 익은 인물이 있는 것도 같았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을 보면 그

리 유명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이제는 행동을 해야할 때다.

 "감히 너희 연놈들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우리 음양쌍마(陰陽雙魔)에

게 그런 소리를 하다니."

 처음의 목적이 변했는지 음욕이 사라진 육시남의 몸에서 살을 엘 듯한 살

기가 넘쳐났다. 한번에 모두를 죽이려는 듯이 자신의 독문무공인 흡정색마

공을 극도로 운기해 그의 주변으로 분홍색 기운이 넘실대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탁자며 의자들이 음양쌍마가 내뿜는 강기들에 의해서 부서져

나갔다.

 "에구 아까운 것, 다 부서지네."

 음양쌍마의 행동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백산이 부서지는 의자와 탁자가 아

까운지 혀를 차면서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살우야! 이번에는 네 녀석이 다쇠불알 한번 해라."

 또다시 백산의 엉뚱한 소리. 모두들 의아한 눈빛으로 백산을 쳐다보는데

석두와 소살우만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기회는 내가 만들어줄 테니까. 그런데 밝히는 놈이야 대충 처리하면 되겠

지만 저 밝히는 년은 어쩔래?"

 이들의 선문답에 나머지 일행은 아직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하였고,

 소살우 또한 엉뚱한 말을 하고 있었다.

 "다시는 쓰지 못하도록 말뚝이라도 박아버리죠, 뭐!"

 "네 이놈들!"

 자신들을 무시하고 저희들끼리 노닥거리는 모습에 홱 돌아버린 음양쌍마가

 동시에 백산 일행을 덮쳐갔다.

 그때,

 "철혈전신(鐵血戰神) 철목승(鐵木承) 대협. 요즈음 천마맹(天魔盟)에는 별

일 없죠?"

 백산의 난데없는 물음에 철목승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러나 백

산의 그 한마디가 주는 의미는 다른 곳에서 엄청난 파장으로 나타났다.

 쿠웅!

 "헉!"

 백산 일행을 죽일 듯이 달려들던 음양쌍마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선 것

이다.

 그들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온 것, '철혈전신 철목승' 천하제일인의 이름

석자였다.

 어디서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철목승이었다.

 "크억!"

 "아악!"

 곧 숨이 넘어갈 듯한 처절한 비명소리가 주루 안에 울려 퍼졌다.

 음양쌍마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아랫도리를 붙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

린 것이다.

 그들의 바지에서 흘러나와 바닥에 흥건하게 고이는 피.

 백산이 철혈전신 철목승이라 부르는 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

고, 공격하던 음양쌍마가 주춤하며 멈춰선 순간, 소살우의 발이 두 사람의

아랫도리에 박힌 것이다.

 소살우보고 다쇠불알을 하라던 말의 의미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살우!"

 "옛! 큰 형님."

 "저 밝히는 연놈들의 단전을 잘라버려. 영원히 그 짓을 못하도록."

 소살우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어리며 그의 허리춤에서 순식간에 붉은 혈광

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아악! 으익!"

 잘려진 음양쌍마의 단전으로부터 무엇인가 빠져나가는 것 같더니 두 사람

은 온몸을 비틀며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허억!"

 음양쌍마를 쳐다보던 일행의 입에서 놀람에 찬 비명이 새어나왔다. 거의

사십 대 초반으로 보였던 음양쌍마의 모습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먼저

 손으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주름이 생기는 것 같더니 팽팽하던 피부는 어

디론가 사라지고 얼굴 가득 검버섯이 핀 팔십 대의 노인으로 바뀌었다. 주

안술이 풀려버린 두 사람은 한 순간에 사십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몸도 제

대로 가누지 못하는 노인들로 변해버렸다.

 변해가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가 힘들었는지 여자들은 고개를 돌리며 인상

을 찌푸렸고, 석숭과 철목승은 혀만 끌끌 차고 있었다.

 "주인장. 여기 동경 같은 것 없소?"

 주방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주인에게 동경을 얻

어온 백산이 그것을 음양쌍마의 손에 쥐어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앞으로 또 하고 싶으면 너는 이 동경으로 얼굴을 보고 네놈은 아랫도리를

 만져봐. 그래도 하고 싶으면 내가 성을 간다. 아니지 나는 성이 없으니 이

름을 바꿀게."

 백산이 내린 처벌.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을 죽인 음양쌍마에게 내려진 벌

은 죽음이 아닌 본모습으로의 회귀였고, 조그마한 동경을 선물하는 것이었

다.

 "늙은 것들이 나잇값을 못하니 이런 일이 생기지. 그래도 나같이 인정 많

은 사람을 만나서 죽지 않았으니 운이 좋은 거야. 뭐해? 빨리 안 가고. 부

지런히 움직여야 좀더 오래 살 수 있을 것 아닌가. 자자 일어나라고. 계속

이러고 있으면 밥맛없잖아."

 백산이 음양쌍마 두 사람의 얼굴을 툭툭 치며 몸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러자 백산 일행을 원독에 찬 눈으로 노려보던 음양쌍마는 비틀거리는 몸

으로 주루 밖으로 사라져갔다. 음양쌍마를 물리친 백산 일행에 대한 주인의

 환대는 말할 나위 없이 극진했다.

 잘못했으면 주루가 박살날 뻔했는데 아무런 사고도 없었고, 은자 백 냥이

란 거금을 벌었으니 피곤한 줄도 모르고 연신 백산 일행을 향해 음식을 내

오는 것이었다.

 음식에, 술에, 하룻밤 유숙까지 모든 것이 무료였다. 공짜란 말에 가장 즐

거워하는 사람은 역시 백산이었었다.

 조천영에게 십억 냥이라는 거금을 맡겨두고 있으면서도 공짜라고 하니 늘

먹던 만두는 쳐다보지도 않고 최고급 요리만 찾는다. 있는 놈이나 없는 놈

이나 공짜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보다.

 하룻밤을 공짜로 묶은 백산 일행은 다음날 설봉산을 향해서 출발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살우!"

 "예! 큰형님!"

 "먼저 출발해라. 가서 요깃거리를 잡아라. 큰놈은 필요 없다. 죽은 놈도

안 된다. 반드시 생포해라."

 소살우의 얼굴이 흐려졌다. 또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그의 얼굴에 역

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백산의 얼굴은 냉담했다.

 "방법은 동일하다. 살기를 죽여라. 그래야만 잡을 수 있다. 점심때쯤 귀혼

곡(歸魂谷) 입구에서 보자. 자 가라!"

 "옛! 알겠습니다."

소살우와 그의 조원들이 설봉산을 향해서 몸을 날리며 사라져갔다.

 "못 잡으면 또 굶길 건가?"

 철목승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사라져가는 광견조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야죠. 수련은 수련이니까?"

 이곳까지 오면서 계속 이랬다. 산이 있으면 광견조는 언제나 사냥을 하러

산에 올랐고 아무것도 잡지 못했을 경우에는 끼니를 걸렀다.

 철목승으로서는 백산이 의도하는 바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광견조를 비롯한 광풍대원은 대부분 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친구들이다. 세

상에 맺힌 한이 살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외부로 표출되는 상태이고, 본

인이 줄이려 한다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백산도 그러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사냥 훈련을 시키고 있다.

정이 무엇인지 따뜻함이 무엇인지를 알기 전까지는 그들의 몸에서 발산되는

 살기를 갈무리하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대월산에 있을 때보다는 많이 좋아졌는걸요? 지금 저 단계를 넘지

 못하면 영원히 이류무사가 되지 못합니다. 그냥 삼류 무사일 뿐이지요."

 또다시 팽무도와 백산의 엉터리 무인(武人) 분류법이 나왔다. 어검술의 단

계라고 칭한 이류무사, 물론 백산도 저들이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들은 남을 믿지 못한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힘들게 살아온 세월

때문에 본능적으로 신뢰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고개는 숙이고 있

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저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자신의 동료인 광견조이다

. 모두들 같은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고 보니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런 탓에 쉽사리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것이다.

 소살우의 얼굴에 나타나는 살소가 진실한 미소로 변할 때 저들은 이류를

넘어 일류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백산이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줄 수 없는 것 그것은 그들 스

스로 채우고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네는 이류무사라고 칭하고 있는 그 단계가 얼마나 높은 경지인지 알고

있나?"

 이번 기회에 백산의 지식을 바로 잡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철목승이 백산

을 향해서 물었다. 그러나 백산의 응대는 그에게 할 말을 잃게 만들어버리

고 말았다.

 "우리가 언제 무림인들 수준 보고 무공을 익혔답니까? 그냥 우리들의 수준

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다른 것에는 조금씩 융통성을 발휘하는 백산이었지만 유독 부하들의 무공

에 대해서만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 그것은 백산의 의지였고 결심이었다.

 자신의 부하라고 하는 광풍대원, 그들이 언제까지 자신의 부하일 수만은

없는 일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떠나야 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런 그들이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과 힘이 필요한 세상이다.

 돈은 이미 가지고 있다. 이제는 강해져야 한다. 힘이 없어서 당하지는 말

아야 한다는 것이 백산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광견조(狂犬組)를 혹독하게

수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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