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사천 성도 (5)
이미 밤은 깊어 사방이 어둠속에 침묵에 가라앉았는데, 작지 않은 창고 안에는 등롱이 흔들리며 가까스로 몰려드는 어둠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노인의 으르렁대는 소리가 낮게 요동치며 창고 안을 범의 굴처럼 두렵고 음산하게 만들어내는데, 노인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곱사등이 노인과 아리따운 여인은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주춤주춤 벽으로 몰리는 형국이었다.
여인은 겁에 잔뜩 질린 채 철장타 위목손의 소매를 꽉 부여잡고 있었지만 철장타 위목손은 이미 반쯤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포일문주 마길은 어디에 있느냐.”
“……문주께선 여기 계시지 않습니다.”
가까스로 위목손이 입을 열어 대답하자 당태세는 천천히 그들 앞에 칼을 빼들고 다가섰다. 노인이 발을 옮길 때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거세고 흉맹한 기세가 밀려들었다.
위목손은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는데, 오히려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은 아무 무공도 없는 여인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소서, 비록 가진 것 없는 야장이지만 돈은 있사오니 만약 재물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나는 돈 대신 목숨이 필요하다. 소녀야.”
“무엇 때문이오? 왜 뜬금없이 살심을 가득 품고 조용한 포일연에 들어온 것이오? 여기 거하는 어느 누구도 하늘 아래 죄를 짓고 산 적이 없습니다! 그대는 무엇을 오해하고 들어오신 거요!”
“오해? 오해라?”
그 때, 뒤에 멍하니 앉아있던 위목손의 입에서 신음과 함께 더듬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연주님, 저 분을 막지 마십시오. 최소한 저는 저 분께 열 번 죽어도 할 말이 없는 놈입니다.”
“네?”
소녀가 화들짝 놀라 위목손을 돌아보고 다시 당태세를 바라보는데, 당태세의 시퍼런 안광이 위목손을 향하였다가 다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철장타 네 놈은 염치가 남아있구나. 고통없이 보내주마.”
“무슨 일인가요? 무슨 연유에요? 왜 이런 일이 갑자기 생기는 거예요?”
“저는…아니, 우리 포일문은……저분께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이곳으로 달아나….”
소녀는 이제 눈을 둥그렇게 뜨고 당태세를 바라보는데, 그 커다란 눈망울에는 가식이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당태세는 슬쩍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기분 나쁜 상황이었다.
무지(無知)가 인생을 낭패보게 할 수 있지만 죄는 아닌 법이었다. 하물며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지라 할 수는 없는 법.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에게 목을 내놓으라 말하는 것은 그저 도적의 일이었다.
“네 년은 누구냐.”
“소녀의 이름은 숙영으로, 포일연주 마길의 독녀(獨女)입니다.”
“마길의 딸이라면 너도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구나.”
그러자,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철장타 위목손이 고개를 들고 다급하게 당태세를 바라보았다.
“문주님! 부연주는 아무 죄도 없고 우리와 관계도 없습니다! 제발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마숙영이라 자신을 소개한 소녀는 위목손의 말을 받아 눈을 깜박이며 당태세의 매서운 눈을 두렵지도 않은 듯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노사께선 과거에 무슨 연유가 있으시기에 이런 참담한 일을 눈 하나 깜박하지도 않고 저지르시는 겁니까?”
당태세 역시 소녀의 눈을 마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길의 딸이라면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를 말해주는 게 도리렸다.”
당태세는 입을 열고 높고 낮은 목소리로 십칠 년전의 이야기를 원수의 딸 앞에서 가감없이 풀어내는데, 마숙영은 뜻하지 않은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노인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철장타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구석에 주저앉아 당태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등롱의 불이 흔들리며 창고안의 빛을 이리저리 내몰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당태세의 긴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말을 마친 노인은 왠지 지친 표정이 되어 있었고, 철장타는 고개를 숙인 채 석상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직 일렁이는 등롱 불빛 앞에서 움직이는 것은 가녀린 마숙영 하나뿐이었다.
여인은 언제부터인가 손으로 입을 막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당태세와 위목손을 번갈아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정말인가요? 이 일이 실로 일어난 일이란 건가요? 노사, 제가 지금 잘못 들은…….”
“사실이다.”
당태세의 매정한 목소리에 마숙영은 뒤를 돌아보았다.
철장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숙영은 지금 자신이 보고 듣는 것이 모두 환영이고 현실이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머리를 돌리는데 당태세의 쉰 목소리가 서늘하게 여인의 귀에 와서 꽂혔다.
“내 말에 한 치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하늘이 벼락을 내려 날 이 자리에서 죽일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그렇지 아니하겠지. 하늘에 의(義)가 남아있었다면 어찌하여 네 아비를 지금까지 살려두었겠느냐?”
“……믿을 수 없습니다.”
“네게 믿으라 강권하지 않는다. 나는 내 일을 행할 뿐이다.”
당태세의 얼음장 같은 눈빛을 바라보던 여인의 입이 닫혔다. 여인의 커다랗게 뜨였던 눈이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철장타 위목손은 천천히 무릎을 꿇고 당태세를 보더니 다시 한번 간절한 목소리로 간청을 시작했다.
“하늘같으신 당문주님. 소인은 오래전부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습니다. 문주께서 오지 않아도 하늘이 벌을 내리리라 짐작하고 있었지요. 소인은 이미 살 만큼 살았습니다. 부디 소생의 목으로 우리 부연주님의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위목손. 네 놈의 목숨이 무슨 가치가 있기에 너와 다른 목숨의 경중을 내미느냐?”
그러자 마숙영이 당태세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당문주님, 그러시다면 다른 방법은 정녕 없사옵니까?”
“무슨 소리냐?”
“저는 아직도 내 아버지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뵈었던 제 부친의 모습은 당문주께서 말씀하시는 포일문주 마길과는 너무나도 다르옵니다.”
“그래서?”
마숙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풀쩍 무릎을 꿇고 당태세를 올려다보았다.
당태세가 눈을 돌려 마숙영을 내려다보는데 마숙영은 어느새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로 당태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문주께서 말씀하신 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제 아버지와 그 동접들이 지나간 명(明)와 문주께 차마 못할 일을 한 것이니 어찌 그 죄를 없었다는 듯 넘어가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의 죄를 묻지 못하오니….바라건대 문주께선 제 목을 취하시옵소서.”
당태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숙영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대신 제 아비의 죄를 사해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순간 당태세의 눈썹이 위로 솟구치며 목구멍에서 으르렁대는 호소(虎嘯)가 올라왔다.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계집이로구나. 네 놈이 뭔 가치가 있다고!”
“당문주님! 아비를 살려주옵소서, 저를 죽이소서!”
“너도 죽이고 아비도 죽일 것이다.”
“그럼 저를 분이 풀릴 때까지 참하고 또 참하소서! 제발 가련한 아비를 구해주옵소서!”
“문주님. 제발…어찌 안 되겠습니까?”
아예 목을 놓고 울어대는 마숙영의 옆에서 철장타 위목손이 눈치없이 말을 거드는데, 그들의 하는 짓을 보고 있던 당태세의 눈매는 점점 더 험악해져갔다.
“연놈들이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그런다고 칼이 목에 안 들어가랴?”
“염치없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런다고 딸이 어찌 아비가 죽는 것을 본단 말입니까?”
마숙영은 비록 눈물을 흘릴지언정 당태세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금수인 까마귀도 효를 안다 하였는데 어찌 사람이 혈육의 정이 없겠습니까? 아비 대신 죽을 수 있다면 죽는 것이 자식 아니겠습니까? 제가 죽어 아비를 살릴 수 있다면 어찌 이 목숨 흔쾌히 내 드리지 않겠습니까?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무엇을 더 드리면 되겠습니까?”
여인의 목소리는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당태세의 눈에 핏발이 돌았다. 여인의 울음이 가증스러워서가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지금 그의 앞에서 고개를 들고 쳐다보는 소녀의 가녀린 얼굴 사이로 헌헌장부였던 아들, 철운적우 당운천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비 대신 목숨을 내어 놓는다고….”
“그러하옵니다.”
“네 놈이 그게 뭔지나 아느냐!”
얼굴이 일그러진 당태세가 일어나 칼을 드는데, 뒤에 있던 곱사등의 노인이 불쑥 뛰어들며 자신의 몸으로 마숙영을 감쌌다. 그런다고 당태세의 칼날이 사람을 못 뚫겠냐만 위목손도 결사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당문주님! 하나만! 한 마디만 들어주십시오!”
“꺼져라! 위목손!”
“어찌 선한 자를 악한 자를 위해 죽인단 말입니까! 이 곱추 위가, 비록 견식이 적고 이 집의 녹을 받아먹는 사람이지만 여기 있는 부연주만큼 선한 이는 태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선하게 살다가 악인이 되고, 악인이 되었다 회개하는 이도 있지만…….”
위목손이 고개를 불쑥 들며 주름투성이 얼굴을 당태세에게 내보였다. 사내는 울먹이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선하며 지금까지 선하게 산 이를 죽이시면 어찌하란 말입니까?”
“천하에 그런 이는 없다.”
“아닙니다. 있습니다! 선인이 있으니 그를 보호하는 게 협객지심 아닙니까? 선인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칼을 고쳐 쥐는 것이 협객지도 아닙니까!”
“뭐가 어째?”
당태세의 눈이 번득이더니 순간 단괴가 바람처럼 내려와 위목손의 턱을 후려갈겼다. 퍽 소리와 함께 위목손이 그대로 고개를 휘청이며 마숙영의 뒤에서 쓰러져 모로 쓰러지는데 마숙영이 울음을 터뜨리며 위목손의 몸을 감쌌다.
당태세가 눈을 부릅뜨고 혼절한 위목손을 노려보았다.
“어디 포일문의 쓰레기 따위가 내 앞에서 협심을 운운해? 십칠 년 전 나를 잔해한 주제에 협객을 논한다고!”
당태세는 입을 부들부들 떨며 칼을 쥔 채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칼자루를 쥔 노인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며 당장이라도 내려가 두 남녀의 목을 잘라버릴 태세였다.
하지만 노인은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도 마지막 손짓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노인의 눈은 마숙영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벌벌 떨면서도 당태세를 향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노인의 가슴 속에 저절로 처연함이 들어서며 뜻 모를 화가 치밀었다.
‘하늘은 어찌하여 악인에게 효녀(孝女)를 주고, 표리부동한 놈의 자식에게 협심(俠心)을 주는가?’
당태세는 한참동안을 그렇게 서 있다 결국 시선을 천장으로 향하고는 한마디 신음을 내뱉었다.
“진언표만 만나지 않았더라도…….”
당태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이를 악물었다. 무창신룡 진언표만 만나지 않았던들 실로 이런 고민이 있었으랴.
아무리 사갈 같은 놈의 자식이라도 협객이 나오는 것을 보았고, 왕양성 같은 협객 아래에서도 왕보휘 같은 놈이 나오기도 하였으니 포일문주 마길의 자식이 천하에 선인(善人)이 못 되리라는 법 또한 없었다.
당태세는 위목손을 감싸고 있는 마숙영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당태세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하니 정제된 소리였고, 마숙영 역시 그런 노인의 목소리에 슬쩍 젖은 얼굴을 들어보였다.
“네 놈은 네 아비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리라 믿는구나.”
“문주님.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 한들…그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뭐?”
“제 나이 열일곱이니 당문주께서 아버지에게 버림받을 때 저는 필시 어미의 태중(胎中)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 아버지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겠습니까? 저 때문에 아비가 절개를 꺾은 것이니 이 죄는 모두 제 탓이 아니옵니까?”
“뭐가 어째?”
당태세는 마숙영을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눈물범벅인 여인의 얼굴은 젖은 꽃과 같이 아리따운데 하는 말 하나하나에 효심이 가득하고 사정을 파악하는 재지(才智)도 있었다.
당태세는 이가 부드득 갈렸다. 어찌하여 하늘은 이런 식으로 모든 일을 엮어내는가?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문주께 죄를 지었으니 저를 참하옵소서! 제가 아니면 모두가 평온했을 것을…….”
“시끄럽다!”
당태세는 이를 드러내며 천장을 쳐다보았다. 사내의 눈이 빠르게 깜박이더니 한숨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결국 철석같은 맹세에 목숨을 내던진 것은 당태세와 당운천 부자뿐이란 말이냐!”
“……제 말은 그게 아니오라…..아, 어쩌면 좋아…….”
당태세의 말을 듣던 마숙영이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지금 우는 것은 자신의 처지가 궁박해서가 아니라 당태세의 처지를 긍휼히 여기는 것이었으니 당태세는 소녀의 우는 모습을 보더니 다시 가슴이 착잡해졌다.
실로 철장타의 말마따나 이 아리따운 아이는 선량하기 그지 없었다.
당태세는 한참동안 흐느껴 우는 마숙영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내의 표정과 눈동자는 어느새 다시 냉정을 찾고 있었다. 노인은 슬쩍 목괴 안에 소도를 끼워넣고 이마를 만지작거리더니 번득이는 눈으로 마숙영을 바라보았다.
“너는 명(明)의 낙일(落日)을 아느냐?”
“잘 모르옵니다.”
“그날 수많은 지사가 죽었고, 수많은 변절자가 나왔고, 수많은 백성이 죽었다. “
“네.”
“누구는 대의를 위해 싸우다 죽고 누군가는 저항하다 죽었고, 누군가는 살기위해 변절하다 분노한 자의 손에 의해 죽었지만 결국 죽은 이들 대부분은 백성이니 나는 그 날의 설움을 잊지 않으려 한다.”
당태세의 말에 마숙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그 날은 지나고 또 다른 나라 위에서 백성들이 살고 있구나. 네가 나와 사는 바탕이 다르니 네가 나에게 어찌 살 것이냐 묻는다면 나는 네게 무엇이라 답할 것이 없다.”
“예…….”
“단지 내가 잊지 않은 설움의 마지막은 청산할 것이다. 그것은 네가 보지 못한 곳의 역사였으니 네 아비 역시 그곳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숙영이 다시 낯빛을 흐리는데, 당태세가 엄중하게 말을 이었다.
“단, 네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바꾸었다. 네 아비의 마지막 말은 내가 최후의 최후에 들어보겠다. 단, 그의 죄과가 명명백백하다면 너 역시 그의 변호를 멈춰야 할 것이야.”
마숙영은 입술을 떨며 손을 만지작거렸다. 당태세는 속으로 자신에게 욕을 퍼붓는 중이었다. 미련한 놈 당태세. 이런저런 일로 흔들리더니 종당에는 네 원수의 앞에서 칼을 거둘 셈이냐. 고작 알지 못하는 계집 하나 때문에 내 남은 업을 망칠 셈이냐.
“소녀의 말을 들어주시니 감사하옵니다.”
처연한 마숙영의 대답이 잔인하게 당태세의 가슴을 후벼팠다. 당태세는 인상을 쓰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때 끄응 하면서 고개를 드는 위목손의 얼굴이 당태세의 시선에 들어왔다. 늙은 곱사등이 노인은 이제 광풍이 한차례 지나감을 느낀 듯 슬쩍 당태세를 보며 예를 올리더니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순천문주께 위목손이 아뢰옵니다. 제가 남은 잔명을 걸고 한 마디 청을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뭐라고?”
지금 목을 끊어도 모자랄 판에 간청이라니, 당태세가 무슨 소리냐는 듯 위목손을 쳐다보는데, 위목손은 전에 없이 번쩍이는 눈빛으로 당태세를 쳐다보며 어이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희를 모두 죽이신 뒤에 부연주 마숙영 소저를 이 사천에서 빼 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무슨 소리냐?”
위목손이 잠시 혀로 입술을 핥더니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뱉어내듯 말을 이었다.
“사형문주 유독중과 우리 부연주님의 혼사를 막아주시옵소서.”
당태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