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절강 항주 (20)
“황병아라는 여인과 검은 복색의 남자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북문 너머의 관도(官道)였네. 이십리 정도 소주방향으로 올라간 부둣가에서 버려진 말 두 필이 발견되었지. 거기서부터 배를 타고 종적을 감추었네.”
“어디로 갔는지는 알 것 같은가?”
종리세리의 말에 과이가 태문은 어깨를 으쓱하며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하늘만이 알겠지. 원래 관곡을 가지고 놀던 이들이니 무창이나 장사 쪽으로 갔을 수도 있고, 아니면 소주 너머로 운하를 타고 계속 북으로 올라갔을 수도 있지. 항주 주방팔기가 추적할 수 있는 곳은 한계가 있어.”
종리세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 검은 옷차림의 사내가 관건일거야. 황병아는 항주를 떠난 적이 없지 않은가?”
과이가 태문은 입맛을 다시며 종리세리를 바라보았다. 옛 전우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떨떠름한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었다.
“설마 자네가 여기까지 내려온 게 항주의 관곡 횡령을 잡으려고 온 것은 아니겠지. 종리세리.”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 있는 것이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는 게 이상한 일 아닌가.”
태문은 고지식하고 뻣뻣한 친구를 노려보다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답답한 한족은 만주족보다 더 만주족다웠고, 오히려 그 성정이 만주족들에게 경원을 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북경 보국장군부의 선무사 천호가 내려와 항주 주방팔기의 관곡 문제를 들춘 것이 지휘사에게 무슨 의미인지 모른단 말인가. 이미 지휘사는 신경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어. 외지의 기인이 들어와서 항주 사방을 헤집고 다녔다고 말이야. 그것도 한족 팔기가.”
과이가 태문은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아차 싶었는지 종리세리의 눈치를 봤지만 종리세리는 별다른 내색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대체 자네가 보국장군부의 밀명을 받고 내려와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할 뿐이야. 지휘사께서도 이젠 그걸 더 궁금해 하시지. 이쯤 되었는데도 말을 하지 못하겠나? 항주의 횡령범들은 모두 잡혔고 주범들은 죽거나 잡혔지 않나?”
“사실 동성가는 거쳐가는 일이었을 뿐 그게 주된 업무는 아니었어. 국법에 저촉되기에 실력을 행사한 것뿐이라네.”
“그럼 보국장군부의 지시는 뭔데?”
“말하기 곤란하네.”
과이가 태문은 종리세리의 판박이 같은 대답에 슬쩍 짜증을 내며 황소처럼 콧김을 불어댔다.
“나 이거야 원, 그리고 자네와 함께 다니던 그 절름발이 노인은 뭔가? 자네하고 각별한 사이인 듯 보이던 노인 말이야. 눈매가 사납더구먼.”
“그냥 오다가다 알게 된 사람일세.”
“그래, 그렇겠지. 그럴 거 같았어. 젠장!”
종리세리의 별 도움 안 되는 대답에 과이가 태문은 되었다는 듯 자신이 입을 다물고 사내와 함께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찬 서호의 절경을 바라보았다.
종리세리는 자신의 눈앞에서 깨알같이 움직이는 배들과 방죽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불현듯 자신의 벗에게 말을 남겼다.
“내가 이상해 보이나. 태문?”
“음?”
“나는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가?”
과이가 태문은 물끄러미 자신의 전우를 바라보며 입을 벙긋거리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한참동안 굳게 입을 닫고 있던 과이가 태문은 종리세리를 보며 짧게 말을 이었다.
“자네는 충성스러운 팔기야. 그건 내가 보증하네.”
“고맙군.”
그때였다. 병사 하나가 부리나케 성루의 계단을 뛰어올라오더니 두 사람을 발견하고 급하게 다가왔다. 병사는 종리세리와 태문 앞에서 준비해 온 말을 천천히 되뇌었다.
“북경에서 온 전갈입니다. 선무사 천호께 급히 올리는 연락이라 하였습니다.”
종리세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병사의 손에서 받은 편지를 펴보았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을 읽고 있던 종리세리의 표정은 조금씩 심각하게 변해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과이가 태문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전우의 표정을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편지를 다 읽은 종리세리는 편지를 접어 품 안에 넣고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그를 지켜보는 과이가 태문이 입을 열기 전 종리세리가 먼저 친구에게 말문을 열었다.
“보국장군께서 돌아가셨네.”
“뭐라고?”
“노환으로 돌아가셨어. 마지막을 뵈었을 때에도 많이 수척해지신 상태였다.”
“이런.”
“주무시듯 돌아가셨다는군. 남기신 말도 없고.”
두 사람은 말없이 다시 서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평상시의 무표정한 종리세리와 달리 서호를 바라보고 있는 종리세리는 눈을 빠르게 깜박이며 연신 입술을 이로 깨물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태문은 물끄러미 친구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시 북경으로 귀환하는 것인가?”
종리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편지에는 귀환하라 써있군.”
“그럼 돌아가야지. 자네는 장군부의 천호 아닌가.”
하지만 과이가 태문의 말에 종리세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서호를 노려보더니 두 손으로 세수하듯 얼굴을 문질렀다. 사내는 다시 이를 악물고 있었고 태문은 그런 사내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직 장군께 받은 명을 다 완수하지 못하였네.”
“그럼 어찌하려고? 종리세리, 장군이 내린 지시가 사적인 특명(特命)이라면 그것을 완수한다 한들 누구 하나 그를 알아줄 사람이 없네. 군령이 아닌 다음에야 원래 그런 지시는 사라지는 것이 상례야. 알고 있지 않은가?”
“알고 있어.”
“자네 표정,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야.”
“……태문, 자네가 보는 게 맞아. 지금 나는 생각이 많네.”
평생을 만성과 전장에서 보내며 무기를 다루는 데 익숙한 팔기 사내는 자신 앞에 있는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는 길을 잃어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평생 한 길만을 외골수로 살아온 사내에게 갑자기 길이 끊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
과이가 태문은 종리세리를 보며 수만 가지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무슨 말을 내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사내의 입에서 나온 것은 가장 짧고, 가장 알기 쉬운 말 뿐이었다.
“어찌할 텐가? 어디로 갈 텐가?”
재차 이어지는 전우의 물음에 종리세리가 고개를 돌렸다.
***
“서안으로 간다.”
당태세의 말은 간결하고 힘이 있었다. 아룡은 당태세의 말에 별다른 대꾸 없이 고개만을 끄덕일 뿐이었다.
노인은 자신의 행장을 간편하게 꾸려 침상 위에 올려놓더니만 다시 아룡을 보며 짧게 지시사항을 말하였다.
“짐을 꾸려놓고 있거라. 금방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올 것이니.”
늘 웃는 표정에 실없는 이야기로 아룡의 빈축을 사던 당숙부는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 아룡에게 말을 거는 노인은 아룡이 아는 당숙부가 아닌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엄혹하고 돌과 같은 사내였다.
아룡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다른 몸짓이나 말을 섞을 수 없었다. 아니, 섞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당태세가 다시 객잔 밖으로 나간 다음이 되어서야 아룡은 눈을 위로 올리고 가느다란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산동 금월방주가 갑작스레 소개한 숙부라는 것도 이상하였고, 그와 당숙부가 돌아다닐 때마다 들렸던 장소에서 크고 작은 사달이 난 것도 지금 보면 기이한 일이었다.
바꿔 생각해보면 아룡이 그런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며 돌아다닌 것이 아니라 숙부가 그 소용돌이를 만들면서 다닌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조차 들었다.
“팔기를 알고 있어.”
아룡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당숙부는 팔기를 위해 일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 모르게 정보를 수집하여 각 성의 모리배들을 처단하고 팔기에 알리는 것이 당 숙부의 주된 업무일 것이라고 아룡은 결론을 내렸다.
“나는 대청(大淸) 팔기를 위해 일한다.”
순간 가슴 한 구석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터져 나오며 저절로 눈물이 치솟았다. 아룡은 어느덧 자신이 오매불방 기다리던 순간이 목전에 와 있음을 짐작하였다.
사내로 태어나 대청제국의 일원이 되어 그들의 일을 도우며 천하에 이름을 날릴 대장부가 되는 여로를 지금 걷고 있는 것이었다.
아룡은 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당숙부가 어디로 가든 무슨 일을 하든 자신 역시 그의 옆에서 충실하게 그의 종자된 일을 맡아서 하겠다고.
“이 무두리, 천지신명께 맹세코 대청과 황제를 위해 개와 말의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겠습니다!”
아룡은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으며 북쪽을 향해 절을 하였다. 절을 하고 또 하였다.
이제 다음 행선지는 서안이 될 것이었다.
***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방 안에는 먹던 음식과 술통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이미 화대를 주고 산 여인들은 일찌감치 해가 밝기 전에 자리를 떠난 뒤였고, 세 명의 사내들만 음식범벅이 된 침상 위에서 코를 골며 돼지처럼 자고 있었다.
그들은 작은 문이 열리고 그림자 하나가 소리없이 들어와 그들이 자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림자가 방 안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서랍과 문갑을 뒤지고 깊숙한 곳에 넣어둔 궤짝을 열어보일 때까지도 그들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였다.
그중 잠귀가 밝은 텁석부리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 침입자가 자신들의 방을 뒤지는 것을 알아챈 것은 침입자가 궤짝을 정리하고 그들을 침상머리위에서 빤히 내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누. 누구냐!”
텁석부리의 고함에 나머지 두 명도 눈을 번쩍 뜨고 품 안에 넣어둔 단도를 반사적으로 뽑아 들었다. 흐릿한 눈에 힘을 주고 쳐다본 그들의 눈에 들어온 곳은 다름 아닌 허가전장의 절름발이 노인이었다.
천리안 허종이 엮어서 데리고 왔지만 아직 제대로 돈을 우려내지 못한 북쪽의 부가옹, 바로 그 사람이었다.
“난 또 누구라고. 늙은이. 여기는 어찌 알고 찾아왔느냐?”
“시장구석에서 네놈들의 용모를 물어보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생각과 다를 바가 없이 사는구나.”
“이런 빌어먹을…그래, 돈은 가지고 오셨소? 우리 홍문에 바칠 군자금 말이오.”
“홍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지 않느냐?”
노인의 눈동자엔 경멸과 살의가 같이 담겨 있었다. 희미하게 웃음을 짓고 있던 텁석부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너희들은 홍문이 아니야. 그저 사람을 이용해 먹는 사기꾼 하오배들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전장의 어린 아이를 꼬드겨 그 돈으로 지금까지 호의호식하며 살았더구나.”
순간 세 사람의 눈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당태세는 세 사람의 표정을 하나하나 바라보더니만 다시 나직한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정성공인가 뭔가에게 가는 군자금은 없는 것이렷다? 다 네놈들이 먹고 쓰는 것이지?”
“이…이놈…너…대체…누구….”
“그저 너희들은 시장의 각다귀에 불과한 쓰레기들이지. 전장 어린 아이에게 감투 하나를 씌우고 그 아이를 이용해서 배를 불리는 쓰레기 말이다.”
그 순간, 침상 위에 있던 세 사람의 몸이 동시에 움직이며 단도를 뽑아 들었다.
가운데 텁석부리가 칼로 당태세의 목을 노리자 양 옆의 사내 둘이 옆으로 흩어지며 당태세의 오른 어깨와 왼 어깨를 짓누르려고 팔을 뻗었다.
하지만 당태세의 몸은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두 사내의 목을 단숨에 그어버리고 앞으로 날아와 텁석부리의 단도를 튕기고 가슴팍을 번개처럼 찔렀다 빠지는 소도의 번득이는 검광이 당태세가 있던 자리를 대신했을 뿐이었다.
텁석부리 사내는 친구들이 수수깡처럼 넘어가는 것과 자신의 가슴팍에서 선혈이 흘러내리는 것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내의 옷섶에 칼날을 닦더니만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 동안 즐겁게 산 대가라고 생각해라.”
당태세가 사내들의 돈궤를 가지고 방문을 나서자 텁석부리 사내는 손을 뻗어 노인에게 말을 걸려 하였다. 하지만 사내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그대로 침상 앞으로 고꾸라진 털보는 그대로 숨이 끊겼고, 쓰러진 세 사내는 당태세가 들어올 때나 나갈 때나 다를 게 없는 모양새였다.
***
“내가 맡긴 돈을 찾으러 왔네. 다시 돌려주시게.”
허가전장의 사환은 쓰다달다 말없이 손님의 말을 충실히 이행했다. 노인의 돈궤를 돌려주고 인수장에 서명을 받은 뒤 영수증을 노인에게 건네자 노인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송구하옵니다.”
“무엇이?”
“제 분수를 넘는 행동으로 노사께 쓸데없는 심려를 끼친 듯싶습니다.”
“별 소리를.”
노인은 계산이 끝난 돈궤를 옆구리에 끼고는 슬쩍 허종을 바라보았다. 허종의 인상은 예전과 조금 달라져 있는 것 같았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어린아이의 인상이 남아있었지만 이제 사내의 표정이 겹쳐지고 있었다.
자신의 책임을 마다하지 않고 큰일이 닥치면 감내하겠다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당태세는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슬쩍 발치에 있는 다른 돈궤를 톡톡 차더니 다시 허종을 불렀다.
“이 아래 내가 자네에게 주는 선물이 있네. 이것은 온전히 자네 몫이니 자네가 알아 처분하게. 내 몫은 알아서 챙겼고.”
“네?”
허종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창구에서 나와 당태세의 발 아래 있는 돈궤를 보더니 당태세를 바라보았다. 당태세는 허종을 바라보며 표정과 목소리를 엄하게 바꾸었다.
“이 돈은 천하를 유랑하는 늙은이가 항주의 홍문 용두에게 드리는 헌사요.”
“노사?”
“그대는 애오라지 유일하게 남은 홍문의 적자니, 이 돈으로 의를 행하고 신의로 사람들을 사귀어 항주에 아직 홍문의 협기가 살아있음을 보이시오. 이제 그대는 이 돈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네.”
“노사?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당태세는 말없이 전장을 빠져나갔다.
어느새 나귀를 끌고 온 아룡이 정중하게 당태세를 모시러 나왔다. 당태세가 그와 함께 북쪽으로 길을 잡아 나서는데, 전장의 문을 박차고 허종이 뛰어나와 당태세의 발아래 엎드리며 고개를 숙였다.
“성함이…존성대명이! 어찌……어찌 되십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당태세의 이름을 묻는 허종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당태세는 낮은 목소리로 답하였다.
“나는 들개이며 늑대일세.”
“네?”
나귀가 움직이고 노인이 발걸음이 다시 움직였다. 또각또각 소리내며 땅의 포석을 찍는 노인의 목괴는 기이하게도 청아하게 허종의 귓속을 맴돌고 있었다.
“자네 가족을 도륙내고 사람인척 하던 그 늑대들과 같은 부류니.”
허종은 멍하니 등을 보이고 사라지는 당태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목을 놓아 외쳤다.
“노대인! 노대인! 이름이 어찌되십니까!”
노인은 말없이 소년을 뒤에 두고 떠나갔다. 아름다운 거리와 풍경을 뒤에 두고 물길을 따라 나가는 노인과 청년을 바라보며 소년은 연이어 노인을 불러대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한 소년과 기약없는 이별을 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사내 하나도 만성의 문을 열고 터벅터벅 말을 몰며 바깥으로 나오는 중이었다.
사내는 표정없이 저 멀리 윤곽으로 사라지고 있는 나귀와 두 사내의 모습을 보며 말머리를 돌리는 중이었다. 이미 해는 중천으로 다가가며 뜨거운 열기를 사방으로 뿌려댔다. 화창하니 더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