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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마협-567화 (567/569)

암흑대공전기(暗黑大公傳奇) 18화

역시

[인간이라는 종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 어떤 마법서보다 이해하기 쉬운 기초 마법서를 집필하느라 여념이 없던 블랑샤르는 머릿속에서 울리는 말에 기겁하여 벌떡 일어섰다.

뒤돌아보니 거대한 드래곤이 소리 없이 다가와 그를 굽어보고 있었다.

“하, 한심해서 죄송합니다.”

[그걸 알면서 왜 그러느냐?]

블랑샤르는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인간으로 태어난 걸 어쩌라는 말인가?

머뭇머뭇하는데 머릿속으로 의외의 말이 들려왔다.

[네놈이 끄적거리고 있는 낙서는 시작부터 틀려먹었다.]

“……네?”

[언젠가 맥이 끊길지도 모를 마법을 보전하겠다는 놈이 ‘마나와 더 쉽게 감응하여 궁정 마법사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 따위를 논하다니. 그걸 보고 몇 명이나 더 마법을 익힐 수 있을 것 같으냐?]

블랑샤르는 드래곤이 두려웠지만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찾은 유일한 길을 부정당한 것이다.

“이게 최선입니다. 한 명, 단 한 명이라도 늘어나면 저는 만족할 겁니다.”

드래곤이 비웃었다.

[별다른 효과가 없을 걸 알면서도 위안으로 삼겠다는 거군.]

“저 자신을 속이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

[아까 말했듯이 인간이라는 종은 한심하다. 그런 주제에 탐욕은 끝이 없다.]

문트바르가 봤을 때, 그 탐욕이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자 제일 강한 무기였다.

[허나 탐욕을 채우려면 그만한 능력이 필요하기 마련. 너무 커 보이면 시도조차 못 하고 한번 좌절하면 다시 도전하기 쉽지 않다. 드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정도의 것들이 딱 좋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꽉 막힌 데다 주제넘기까지. 네 눈높이부터 낮춰라. 나는 방관하는 존재, 여기까지만 한다.]

문트바르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블랑샤르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정수리에 번개가 내리꽂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넘치는 탐욕과 부족한 능력!’

마법사가 되는 걸 원하는 이는 부지기수로 널렸으나 자질이 있는 자는 극소수였다. 너무 높은 목표라 생각해 시도조차 안 해보는 사람은 더 많았는데 그들을 유혹해야 했다.

‘내가 오만했구나. 마법사가 뭐 그리 대단한 존재라고. 쉽고 흔한 마법,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에 중점을 둬야 해.’

갑자기 정광이 떠올랐다.

그런 불가사의한 능력을 지닌 인물조차 불을 피우고 얼음을 만드는 간단한 마법을 좋아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오죽할까.

‘폐쇄적으로 전승되는 관습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시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적당한 높이에 있는 과일을 보여줘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따먹을 마음을 품게 한다. 팔이 길거나 높이 뛸 수 있는 자는 해낼 테고 그걸 본 이들은 덩달아 시도하거나 다시 도전할 것이다.’

숫자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질도 올라갈 게 분명했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그럴 만한 자질이 있는 자가 왜 없을까.

‘길을 봤다!’

블랑샤르는 미친 듯이 깃털 펜을 움직였고 얼마 안 가 무아지경에 빠졌다.

그에게 관심을 끊고 걷고 있던 문트바르가 혀를 찼다.

‘미련한 놈. 저렇게 느려서야 뭘 한다고.’

다른 한 녀석이 하는 짓을 보니 더 답답해졌다.

[너도 한심하긴 마찬가지구나. 참을 수가 없을 정도다.]

허공에 마법을 펼치고 있던 에스텔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악! 죄송합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진심입니다!”

[알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왜 마법을 그런 식으로 학대하느냐?]

어떤 행위든 간에 타고나는 이가 있고 이론을 알아야 할 수 있는 자가 있다.

문트바르는 전자에 속했으나 마법에 통달했기에 역으로 이론으로 풀어낼 수도 있었다.

[똑똑히 들어라. 그 마법은…….]

설명이 이어질수록 에스텔의 눈이 커졌다. 감탄하고 때론 부끄러워하며 열심히 듣던 그녀는 문트바르의 말이 갑자기 뚝 끊기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

“드래곤시이여, 다음 구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문트바르는 대답하지 않고 레어 밖으로 나가더니 침묵의 산 위쪽을 쳐다봤다.

에스텔이 급히 따라 나와 고개를 들자 눈부신 황금빛이 햇빛처럼 쏟아져 내렸다.

정광이 문트바르와 겨룰 때 발산했던 것이었다.

‘아니야, 더 밝아.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어 올라가려는데 문트바르가 막았다.

[기다려라. 곧 결판이 날 거다.]

“결판이라니요? 정광이 싸우고 있는 겁니까? 상대는 누굽니까?”

[그 녀석이 타고난 것과 지금껏 쌓아온 것.]

에스텔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질문하려 했으나 문트바르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입을 꾹 다물었다.

‘뭐야 이건? 화난 것 같기도 하고 기쁜 것 같기도 하고. 투지? 실망? 종잡을 수가 없네.’

문트바르의 의중은 알 수 없었으나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드래곤의 기준으로’ 곧 황금빛이 폭발하듯 커져서 세상을 뒤덮는가 싶더니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허억! 저, 정광이 이긴 거지요?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네?”

너무 놀라 말투가 바뀌었는데도 문트바르는 신경 쓰지 않았다.

[고약한 녀석. 내 예상을 또 뒤엎었군.]

정광이 새처럼 떨어져 내려와 사뿐히 착지하며 미소 지었다.

“또 과소평가하셨어요?”

문트바르는 정광과 뒤따라 내려온 자오를 번갈아 보며 답했다.

[그런 편이다. 너도 저 녀석도.]

“다 느끼고 들으신 것 같으니 빨리빨리 갈게요.”

정광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그럴듯한 걸 보여주고 싶은데 마땅한 게 눈에 띄지 않았다.

‘맞아. 그게 있지.’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니 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을 유유히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정광은 그 구름을 주시하며 상단전을 활짝 열어 하늘과 영(靈)을 통한 뒤 하고자 하는 것을 혼에 담아 언령(言霊)으로 명했다.

““그려.””

어느새 황금색으로 변한 그의 눈과 언령에 막대한 마나가 화답했다.

후우우우웅-

거대한 솜털 같은 구름이 천천히 일그러지더니 기묘한 형상으로 변해 흘러가기 시작했다.

에스텔은 입을 떡 벌리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사슴?”

자오의 의견은 달랐다.

“……아니오. 천축과 해가 불타는 땅에서 본 악어와 닮았소.”

기적을 일으킨 정광이 인상을 찡그렸다.

“용인데요.”

“…….”

“…….”

“드래곤이요. 그래도 어르신은 알아보셨죠?”

문트바르는 정광이 드래곤이라고 주장하는 구름 덩어리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내렸다.

그의 노란 눈이 새카맣게 변하고 있었다.

정광이 재빨리 설명했다.

“날개를 접은 모양이라 헷갈리시나 봐요. “날갯짓해.””

설명을 들었는데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름 덩어리가 어색하게 날갯짓을 했다.

파닥파닥-

[…….]

“어때요? 이제 똑같죠?”

문트바르는 대답하는 대신 용언마법을 펼쳤다.

[[수정해라.]]

후우우우우우웅-

구름은 그제야 문트바르로 변화해 위엄 있게 날개를 움직였다.

펄럭- 펄럭- 펄럭-

“아! 제가 그리려고 했던 게 바로 저건데.”

[…….]

“어르신을 놀리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쓰거나 그리는 쪽은 살짝 약해서 그만.”

[네가 끔찍한 악필이라는 건 들어서 알고 있다.]

“하하하.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자오! 정말 그렇게 표현하셨어요?”

자오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다, 단주. 이해해 주십시오. 이야기라는 게 하다 보면 가끔 과장된 표현을 섞어줘야 더 재미있는 법 아닙니까?”

“금시초문인데요. 그 이상한 법은 누가 만들었죠?”

“그, 그건…….”

문트바르가 자오를 구했다.

[언령을 쓰다니. 어설프지만 최소한의 구색은 갖췄군.]

“사족을 다시긴 했지만 인정하셨으니 이 유희의 승자는 결국 제가 됐네요.”

문트바르가 코웃음 쳤다.

[최소한의 구색이라 했다.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다듬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충분히요. 자오, 짐 좀 챙겨주시겠어요? 우리가 원래 지니고 있던 것들과 마검만 있으면 돼요.”

“맡겨만 주십시오, 단주.”

자오는 마치 황제에게 사면령을 받은 대역죄인처럼 기뻐하며 사라졌고, 정광은 문트바르를 돌아보며 작별 인사를 했다.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니 그만 갈게요.”

문트바르의 생각은 달랐다.

[네가 언령을 완성했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 나는 이 대륙을 못 벗어난다.]

“동방의 홍복이네요. 이쯤이면 됐다 싶으면 들를까요?”

문트바르는 정광을 노려보며 이 오만방자한 미물을 이대로 보낼지 말지 갈등했다.

그리고 그 갈등은 길지 않았다.

‘내가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살까, 기껏해야 몇백 년인 것을.’

이런 녀석을 또 만날 거란 보장이 없었다.

잡으면 순순히 따르긴커녕 목숨을 내던져가며 반항할 터, 말년에 이르러서야 만난 쓸 만한 상대를 죽이자니 녀석이 다시 돌아왔을 때 즐기게 될 유희가 아까웠다.

[늙다가 죽고 유령이 되어 오겠다는 뜻이군. 좋을 대로 해라.]

문트바르는 발걸음을 옮기다가 멈추며 덧붙였다.

[너는 끝없는 욕심에 걸맞는 재능을 지닌 유일한 인간이다. 내가 실망하게 하지 마라.]

“어르신도요. 먼 길을 왔는데 치병에 걸려 있으시면 안 돼요.”

문트바르는 정광의 말을 무시하고 레어에 들어갔다.

그동안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에스텔이 이유를 캐물었다.

“솔직히 말해. 난데없이 떠나겠다니 무슨 소리야?”

“동방으로 돌아가려고요.”

“왜? 뭐하러?”

“아까 자오가 했던 말이 있는데 그걸 들으니 마음이 움직이네요.”

빨리 조선으로 간 뒤 대해를 건너려는 것도 아니고 중원의 맛있는 요리와 향기로운 명주가 그리워서도 아니었다.

그러기 전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이들을 잠시나마 만나보고 싶었다.

“헤어질 때 똑같이 나누기로 했던 돈은 잘 보관하고 계세요. 돌아오면 한 푼도 빠트리지 않고 몽땅 챙길 거니까.”

“그런 걸 따질 때야? 정말 오긴 올 거지?”

“언젠가는요.”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마. 나 벌써 오십 살이야. 이제 이백 년도 못 산다고.”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노인분들한테 욕먹어요.”

정광은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 말을 이었다.

“어디 보자. 백 오십 년 안에는 올게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아니다, 네가 무슨 사람이야.”

에스텔은 정광이 선보였던 신위들과 함께 누렸던 즐거운 기억들을 되돌아봤다.

그 기억들이 두 눈에 고이기 시작하더니 한 방울씩 떨어져 내렸다.

그녀는 젖은 눈으로 정광을 한참 보다가 이를 갈았다.

“네 고집을 누가 꺾겠어. 좋아, 대신 그 전에 죽어버리면 네 시체와 영혼에 저주를 걸어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무서워서라도 잘해야겠네요.”

정광이 씩 웃으며 에스텔의 어깨를 토닥였다.

“에스텔도 제가 돌아왔을 때 당당히 걷고 계셔야 해요. 드래곤 어르신이 은근히 신경 쓰고 계시니 잘 배우시되 저처럼 성격이 좋은 분은 아니니 조심하시고요.”

“뭐? 누가 성격이 좋다고? 아하하하하.”

눈물을 흘리던 에스텔이 웃음을 터뜨리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짧지만 행복했던 동행을 마친 두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사라졌다.

‘정광은 빈말을 안 해. 반드시 돌아올 거야.’

약속을 지키려면 낭비할 시간이 없기에 바로 레어에 들어갔다.

문트바르가 화풀이라도 하듯 블랑샤르를 닦달하고 있었다.

[이 오만한 놈. 내가 친히 은혜를 베풀었는데도 그따위로 끄적여?]

“으아악!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그, 그런데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젠 말대꾸까지? 네놈의 필체가 마음에 안 든다.]

“아아! 내용은 옳다는 말씀이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 맞고 나서 그래라.]

“크아아아악!”

이 처참한 광경을 본 에스텔은 등골이 서늘해졌으나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어떤 고난이 있어도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두고 봐. 반드시 보여줄게.’

* * *

침묵의 산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상주하며 변동 상황을 확인하던 기사와 마법사가 경악했다.

“아, 암흑대공이오! 그가 수하와 함께 나왔소!”

“대체 어디로 가는…… 서, 서쪽! 서쪽이라면!”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킨다더니 과연! 휜펠 제국으로 가는 것일 게요! 빨리 국왕 전하께 통신 마법으로 보고드립시다!”

프로부뉴 왕국만 난리가 난 게 아니었다.

왕국에 첩자를 심어둔 한 나라는 아예 뒤집혔다.

‘해가 지는 땅’에서 제일가는 강대국의 중심지이자 대륙을 군림하는 절대자가 기거하는 황궁.

그곳의 주인인 휜펠 제국 황제 슈폰하임 11세가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아직도 종적을 못 찾았느냐?”

좌우로 늘어선 수많은 귀족과 대신들은 머리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 꼴을 본 황제가 폭발했다.

“아국으로 오고 있다는 첩보를 몇 번이나 받았는데도 놈들이 아국에 들어오자마자 사라져? 정말 사라진 것이냐, 못 찾는 것이냐!”

황제는 눈앞에 있는 밥벌레들의 목을 모조리 자르고 싶었다.

대륙제일검 바텐베르크가 허무하게 죽어버린 후 모든 국력을 황궁 방어에 쏟아붓고 국경에서 황궁까지 이르는 길을 전력으로 감시하게 했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이래서야 누굴 믿고 대륙을 경영하겠는가?

‘후우우우. 이놈들 탓만은 아니다. 마족답게 치졸한 놈이야. 몰래 숨어서 오나 본데 언제까지 들키지 않을 것 같으냐?’

내심 비웃는 그때, 밖에서 고함과 비명이 은은하게 들려왔다.

‘……흥. 오늘은 유난히 훈련을 심하게 하는군.’

불안한 마음을 억지로 속였지만 소용없었다.

한 친위기사가 회의실 문을 부술 기세로 밀며 들어왔다.

“폐, 페하! 왔습니다! 놈이 성문 앞에 나타났습니다!”

“……확실한 것이냐?”

“그, 그렇습니다! 정벌군으로 갔을 때 그를 봤던 자들이 공포에 질려 도주했습니다!”

황제는 화려한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 분노를 토했다.

“탈영한 놈들을 전부 잡아 효수해라! 아니! 마족을 먼저 죽여! 그놈의 수하도!”

“네! 폐하!”

하지만 상대는 정광이었다.

높고 튼튼한 성벽과 새까맣게 모인 휜펠 제국군을 구경하다가 피식 웃었다.

“사람만 많은 게 아니라 화포도 많네요.”

자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성가시게 됐군요. 제가 먼저 가서 포수들을 제거할까요?”

“그게 더 귀찮은 일인데요. 쉽게 쉽게 가죠.”

제국군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성벽 위에 줄지어 있던 화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콰콰콰콰콰쾅!

천둥이 연달아 치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포탄들이 허공을 갈랐다.

포탄들로 가득 채워진 정광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물들고 한껏 올라가 있던 입에선 짧은 언령이 흘러나왔다.

““떨어져.””

후두두두둑-

맹렬하게 날아오던 그 많은 포탄들이 우박처럼 떨어져 애꿎은 땅을 때리고 폭발했다.

꽈꽈꽈꽈꽈꽝!

정광은 단단히 다져진 땅에 깊은 구덩이들이 생기고 흙먼지가 비산하는 광경을 흐뭇하게 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편하긴 한데 허전하네. 왜지?’

바로 깨달았다.

정광은 마혼을 개방해 지옥의 겁화(劫火)보다 더 새카만 마기로 전신을 휘감았다.

검은 화염이 되어 성을 향해 날아가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황궁을 방어하는 거대한 성문이 산산이 조각났고 정광은 만족했다.

‘역시. 손맛이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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