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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마협-560화 (560/569)

암흑대공전기(暗黑大公傳奇) 11화

감응

정광은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 손에 쥔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쿡쿡 쑤셨다.

조금씩 약해져 가던 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활활 타올랐다.

맞은편에 앉아 피로 얼룩진 비수를 정성스레 닦고 있던 자오가 미소 지었다.

“불을 붙이는 건 마법으로 편하게 하시더니 그 후론 여느 사람들과 같은 방법을 쓰시는군요. 기다리시기 지루한가 봅니다.”

“그렇기도 하고 이런 낭만이 고기 맛에 한몫하니까요.”

“하하하. 지당한 말씀입니다. 지킬 건 지키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지요.”

자오는 날이 시퍼렇게 선 날카로운 비수에 기름까지 꼼꼼히 발라 소매 속에 넣은 뒤 숙영지가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단주, 에스텔이 생각보다 늦습니다. 오늘은 사슴 진흙 구이를 먹을 거라 말씀하셨을 때 침을 꼴깍 삼키는 걸 보고 바로 따라올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이러다 우리가 다 먹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먹을 몫이 줄었네요. 오시는 중이에요.”

자오의 눈이 빛났다.

“다른 손님들과 함께 오고 있습니까?”

“네. 슬슬 마중 나가셔야겠어요.”

자오가 몸을 일으켰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시죠? 서두르셔야 해요.”

정광의 진지한 당부에 자오가 빙그레 웃었다.

“물론입니다, 단주. 사슴 고기가 다 익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그의 신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홀로 남은 정광은 나뭇가지로 불을 조절하며 간간이 하품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광은 모닥불에 불타 끝부분이 새카매진 나뭇가지를 회초리처럼 가볍게 휘둘렀다.

찰싹.

“……!”

정광의 측면에서 은밀하게 접근하다가 나뭇가지에 맞고 은신술이 풀린 사내가 두 눈을 부릅떴다.

‘어, 어떻게!’

머리는 경악했지만 몸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칼날이 초승달처럼 크게 휜 시미터로 표적을 베고 제압하려 했다.

그 순간 표적이 들고 있던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아름드리나무로 확대되어 사내의 시야를 메웠다.

‘말도 안…….’

콰아앙!

포탄이 터지는듯한 폭음과 함께 사내가 맹렬하게 날아갔다.

정광은 사람을 포탄으로 만들어 버린 나뭇가지로 다시 모닥불을 뒤적이며 혀를 찼다.

“지난 며칠간 멀리서 지켜보시기만 해서 애가 타셨나. 아직 덜 익었다고 경고했는데 또 그러시네요.”

정광은 장작을 몇 개 더 넣으며 덧붙였다.

“남은 손님들도 설익은 고기를 좋아하시면 곤란한데.”

곤란한 건 정광이 아니라 손님들이었다.

허공에서 소리 없이 떨어져 내린 자들은 아까의 사내처럼 포탄이 되어 날아갔고 땅에서 느닷없이 솟아난 이들은 땅속에 거칠게 처박혔다.

그러자 산새가 배쫑배쫑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손님들의 공격이 멎었고 정광의 사방에서 똑같은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역시 쉽지 않군. 평범하게 생긴 놈은 어디로 갔느냐?”

“자오가 들었으면 서운해했겠어요. 잘생긴 저한테 집중하시죠.”

“말장난하지 말고 어서 대답……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정광은 바닥에 난 구멍들을 두 발로 쓱쓱 메우며 설명했다.

“파묻힌 분들을 사슴처럼 구워 먹으려는 건 아니니 안심하세요.”

“…….”

“진흙도 안 발랐잖아요. 못 보셨어요?”

“그런데 왜 땅에 묻는 것이냐?”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드리는 거죠. 고향이 어디세요?”

“왜? 그곳으로 보내주려고?”

섬뜩할 만큼 차가운 말에 정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뇨, 아뇨. 그건 무리죠. 귀찮게 그 먼 곳까지 어떻게.”

“……우리의 고향이 어딘 줄 알고 멀다 하느냐?”

“손님들의 기운도 기술도 낯설지 않아 물은 건데 맞나 보네요. 파사(波斯), 그러니까 페르시아. 페르시아의 하샤신에서 갈라져 나온 일맥이시죠?”

“……!”

한참 떨어진 바위에 동화되어 있던 중늙은이 피슈카르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살짝 벌렸다가 건조한 음성으로 물었다.

“넌 누구냐?”

“정광요.”

“그 이름과 치크라는 칭호는 알고 있다. 진짜 정체를 밝혀라.”

“대답은 안 하고 묻기만 하시네요. 하샤신의 일맥 맞죠? 돈만 받으면 평생 밭만 갈던 선량한 노인이든 갓난아기든 간에 해치워 버리는 악당 중의 악당요. 꽤 오래전에 떨어져 나오신 것 같은데.”

피슈카르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입조심해라. 일맥이 아니라 본맥이다.”

“아. 권력다툼에서 깨지고 여기까지 흘러들어 오신 유민들의 후손이셨구나.”

“네놈이 감히…….”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드물지 않게 생기는 일이고 제가 꽤 오래 지냈던 곳도 그런 분이 세운 집단이었는데요 뭐. 제 조상님도 비슷한 처지셨고요.”

정광은 몸을 숨기고 있는 상대를 위로하고 나무랐다.

“그래도 양심은 있으셔야죠. 일맥보다 못한 본맥이 어딨어요?”

“……우리가 그 간악한 놈들보다 못하다는 말이냐?”

“네. 야트막한 산 정상에 있는 성채에서 만나봤거든요. 확연히 차이가 나요.”

“……너무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는군.”

진심이었다.

피슈카르는 오히려 우스울 지경이었다.

삼백여 년 전 고향을 떠나 해가 지는 땅에 들어온 그의 선조들은 현지인들과 다른 용모 때문에 무수한 핍박을 받았다.

시간이 흐르며 언어를 완벽히 익히고 후손들이 현지인들과 피가 섞여 피부색까지 변하니 차차 덜해졌으나 차별은 여전히 존재했다.

자연히 많은 걸 버릴 수밖에.

그런 아픔 속에서도 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전통 방식 그대로 수련하고 전수해 온 암살술을 타인이 무시하다니, 그것도 배신자 놈들이 차지한 고향에 들러봤다고 주장하는 녀석이!

“거짓말을 하려면 그럴듯하게 해라. 야트막한 산이라니. 알루 아무트 산의 높이는 2,300야드나 된다.”

“야트막한 거 맞잖아요. 기준점이 소심하시네요.”

“…….”

“그래도 약을 안 하시는 건 훌륭해요. 이곳 분들에게 공적으로 찍힐까 봐 그러시는 거겠지만 건강을 유지하게 되셨으니 전화위복이죠.”

피슈카르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더 얘기할 가치가 없군. 어디 한번 증명해 봐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일족이 정광을 노렸다.

정면에서 달려오던 자가 사라지더니 옆에서 나타나 단검을 내지르고, 볼품없던 덤불이 건장한 사람으로 변해 시미터를 내려쳤다.

그들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각양각색의 악독한 수법으로 합공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정광은 오른손에 쥔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조심스레 조절하며 한가한 왼손을 대충 휘저었다.

콰콰콰콰콰쾅!

정광의 왼손에 닿은 것은 무기든 사람이든 간에 형편없이 우그러져 날아갔다.

피슈카르의 일족은 그런 신위를 목도하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표적을 노렸다.

정광은 그들을 일일이 상대해 주다가 피식 웃었다.

“처음엔 생포하라는 의뢰를 받은 것처럼 덤비시더니 살기가 철철 넘쳐흐르네요.”

“…….”

피슈카르는 물론이오, 아무도 대꾸하지 않고 공세를 펼쳤다.

의뢰도 중요하나 복수하고 살아남는 게 먼저 아닌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읽은 듯 정광이 이죽거렸다.

“현실적이긴 한데 신용을 못 지키는 하샤신이 하샤신인가?”

“시끄럽다!”

한 청년이 결국 참지 못하고 고함쳤지만 말이 끝나자마자 가슴이 함몰되어 튕겨 나갔다.

정광은 계속 손을 쓰며 중얼거렸다.

“알라무트의 하샤신들과 비교해 보면 한 삼사백 년 동안 아무런 발전 없이 원래 암살술만 미련하게 익혀온 것 같은데.”

콰지직! 콰아아앙! 쿠웅!

“이상하네. 신용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도 그렇고, 샴쉬르를 이곳 양식으로 변형시킨 칼을 쓰는 것도 그렇고.”

빠각! 뻐버버벅! 따악!

“다른 것들은 왜 이리 편하게 바꾼 거야? 잘난 척이라도 안 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어?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요?”

용감무쌍하기 그지없던 하샤신들의 얼굴이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

“역시 자기 암시를 거는 심법만으론 부족하죠? 약이 없으니 밑천이 드러나네요. 어? 이젠 도망까지 치시네.”

산새가 시끄럽게 우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정광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가만히 있다가 땅바닥에 있는 돌멩이들을 주워 한꺼번에 던졌다.

다쳐도 죽어도 작은 신음조차 없던 사람들이 돌멩이에 맞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정광이 사라지더니 한참 떨어진 바위 앞에 나타나 바위를 걷어찼다.

뻐어억!

“커헉!”

은신술이 풀린 피슈카르가 땅바닥을 수십 바퀴나 구른 후 큰 나무둥치에 부딪히며 멈췄다.

정광은 뚜벅뚜벅 다가가 입을 열었다.

“증명했네요. 확실히 본맥보다 약해요.”

“끄으으…….”

“일족을 피신시키고 제 뒤를 치려고 하신 거예요, 일족을 미끼로 던지고 혼자 도망치려고 한 거예요?”

척추가 부러진 고통 때문에 신음만 흘리던 피슈카르가 가까스로 경고했다.

“이, 이게 끝이 아니다. 네 동료인 하프 엘프는 우리 일족에게 이미 잡혔다.”

“말은 정확하게 하셔야죠. 잡혔다가 아니라 잡혔을 거다, 맞죠?”

“서, 설마 그 평범한 놈이 도우러 간 것이냐? 그놈의 실력으로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자오를 너무 과소평가하시네요. 숨는 게 장기인 분이라 본인의 수준을 숨기는 걸 잘하는 것도 문제라니까.”

“크윽. 뭐가 장기라고?”

“첩보와 암살요. 세상의 그 누구도…… 아니, 단 한 명만 빼고 그런 싸움으로는 자오를 이길 수 없어요. 알라무트의 하샤신들이 박살 나며 증명된 사실이죠.”

“……!”

정광은 얼굴이 시커멓게 죽은 피슈카르를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자오도 바쁠 텐데, 우리도 해야 할 일을 하죠.”

* * *

에스텔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숙영지를 벗어났거늘, 숲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어쌔신들이 그녀를 습격했다.

이제껏 정광과 동행하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철저히 준비하고 있던 덕에 마법과 저주로 적절히 대응해 물리칠 수 있었는데…….

‘후우우. 그것도 한두 번이라야지.’

어쌔신은 많았고 그녀를 알면서도 몰랐다.

“조심해. 이 하프 엘프는 마녀다.”

“정보에 없는 데다 추악하게 생기지도, 음침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감쪽같이 속았군.”

당사자가 분노했다.

“이 망할 것들아! 편견을 버려!”

에스텔은 용맹하게 싸웠다.

정광에게 두들겨 맞아가며 쌓아온 실전 경험이 빛을 발했다.

어쌔신들이 살수를 쓰지 않는 걸 눈치채고 역으로 이용했다.

방어는 도외시한 채 공격에만 집중하자 마법과 저주의 위력이 배가됐다.

허나 어쌔신들은 강했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얼마 안 가 에스텔은 조금씩 밀리게 됐고 마력마저 바닥을 드러내려고 했다.

‘이것들이 진짜! 내가 이대로 잡힐 것 같냐!’

적들과 같이 죽었으면 죽었지, 또다시 누군가에게 잡혀가 소유물이 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이맛살을 모으며 주문을 외워 수식을 되새긴 후 남은 마나를 몽땅 끌어올려 수식에 맞춰 가공하고 조합하려는 그때.

“수고하셨소. 이제 그만 쉬시오.”

너무나 평범해서 이상하지만 익숙한 음성이 들려오고 기적이 시작됐다.

허공이 갈라지더니 은신하고 있던 장년인이 세로로 양단되어 굴러떨어지고 나무에 큰 구멍이 나자 심장이 꿰뚫린 노파로 변해 피를 쏟아냈다.

그렇게 어쌔신들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연이어 쓰러졌다.

냉혹하기 그지없던 그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사신은 여전히 몸을 감춘 채 한 명도 빠짐없이 도륙했다.

그리고 은신을 풀어 본모습을 드러냈다.

에스텔이 비명처럼 외쳤다.

“자오!”

자오가 재빨리 변명했다.

“고, 골탕 먹이려고 지켜보고 있던 건 아니었소. 그간 쌓인 분을 조금이나마 풀게 하려고 그랬는데 그렇게 위험하게 느껴지는 저주까지 쓰려고 하실지는 몰랐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시끄러워요!”

에스텔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자오를 부둥켜안았다.

자오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에스텔이 하는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

“강한 건 알았는데 엄청나게 강하네요. 본직이 어쌔신이었어요?”

“비슷하오.”

“정광의 말을 안 믿은 내가 바보네요. 내게 우리와 함께 다니면 안전하다고 했죠. 그 우리에는 자오도 포함된 게 당연한데 말이죠.”

“나에 대한 건 둘째치고. 단주의 말을 믿어야 한다는 걸 아시게 되어 다행이오.”

“네, 믿어야죠. 하지만 자오는 아직 못 믿겠어요.”

“그건 무슨…… 윽.”

에스텔은 자오의 배를 주먹으로 때리고 물러나 투덜거렸다.

“골탕 먹이려고 지켜보고 있던 건 아니었다고요? 자오는 사실과 다른 변명을 할 때 목소리의 톤이 조금 바뀌는데 내가 모를까 봐요?”

자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게 정말…… 이, 이럴 때가 아니오. 빨리 단주에게 가야 하오.”

“아! 정광도 공격당하고 있…….”

“설명할 시간이 없소. 어서 갑시다.”

자오는 에스텔의 손목을 잡고 신법을 펼쳤다.

그리고 정광 옆에 내려놓고 멀찍이 물러섰다.

에스텔은 정광과 자오를 번갈아 보다가 정광에게 물었다.

“자오가 무척 급하다고 해서 왔는데 무슨 일이야?”

“사슴 고기가 과하게 익기 전에 오셔야 맛있게 먹죠.”

“……사슴 고기?”

에스텔은 시선을 돌렸다.

자오가 그녀의 눈치를 보며 모닥불을 끈 뒤 땅을 파고 있었다.

에스텔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정광을 바라봤다.

“너는 뭐 하는 중인데?”

“누가 사주했는지 알아보는 중이요.”

정광은 사지가 잘게 부러진 피슈카르를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에 곱게 눕히고 두 손을 비볐다.

“마지막 자존심인지 뼈 몇 개 부러뜨린 것으로는 입을 안 여시네요. 지금부터 제대로 갈 테니 마음이 변하면 말로 하시지 말고 눈을 반 시진, 아니. 한 시간 동안 깜빡이지 마세요. 말로 하시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거예요.”

마혈이 짚인 피슈카르는 너무 두려워 오줌을 지리면서도 입을 꾹 다물었다.

에스텔이 인상을 찡그리며 정광에게 물었다.

“한 시간 동안 어떻게?”

“지금 이분을 무시하시는 거예요?”

“어떤 고문을 하려는 건데?”

“전에 금의위가 어떤 조직이냐고 물었었죠?”

에스텔은 정광의 이어지는 설명을 듣고 긴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아. 체포, 감금, 문초, 뭐든 마음대로 한다고? 고문까지? 뭐 그런 조직이 다 있어?”

“있더라고요. 너무 나쁘게 보지 마세요. 저도 한자리했었으니까.”

“잘 어울리네. 그래서 거기에서 익힌 고문술을 쓰겠다?”

“그것들보다 훨씬 쉽고 효과적인 거요.”

“그게 뭔데?”

“잠깐만요. 자오, 고기의 상태는요?”

“딱 좋습니다. 식기 전에 빨리 드십시오.”

“다른 방법을 써야겠네요. 에스텔, 그리 보기 좋은 건 아니라서요. 자오나 좀 도와주실래요.”

에스텔은 망설이다가 자오에게 가서 아까 못다 한 잔소리를 했다.

정광은 오랜만에 마령제혼술(魔靈制魂術)을 펼쳤다.

마혼을 살짝 개방하여.

-말해. 누가 시켰지?

‘……!’

정광이 피슈카르의 뇌와 혼을 의념(意念)으로 움켜쥔 그 순간.

먼 곳에 있는 다른 존재가 감응했다.

생소한 마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아주 오랫동안 감고 있던 눈을 예정보다 조금 빠르게 떴다.

거대한 노란색 눈이 짙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침묵의 산을 둘러싼 결계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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