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545화 (545/569)

외전 26화

숙명

섬랑이 이관휘에게 어서 떠날 준비를 하라고 채근하자 황제는 어이가 없어 눈을 깜빡거렸다.

“벌써 가려는 것이냐?”

“네.”

“이유는?”

“황궁 밥도 배불리 먹었고 논의도 대충 끝났는데 뭐 하러 더 있어요?”

“며칠 더 먹고 마시며 놀다가 갈 줄 알았는데 의외군. 짐의 집은 네 생각보다 훨씬 더 넓고 화려하다.”

섬랑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다가 안정을 되찾았다.

“시간이 많으면 그럴 텐데 아니라서요. 폐하께서도 그러시잖아요.”

“그렇긴 하지.”

황제는 순순히 수긍하고 병필태감을 돌아봤다.

“짐이 얼마나 더 살 수 있느냐?”

“폐하께선 천추만세(千秋萬歲) 하실 것이옵니다.”

“솔직히 고해라. 중요한 일이니 확실히 알아야 해.”

병필태감은 고개를 숙여 눈에 맺힌 눈물을 감추며 전음을 보냈다.

-무능한 소인을 죽여주옵소서. 석 달 정도밖에…… 크흑.

충복이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았으나 황제는 담담했다.

‘석 달이라. 길어야 그렇다는 말이겠지.’

냉정하게 계산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황제는 가슴을 펴고 무겁게 명했다.

“청람상단, 정족상단, 신강은 육 개월 안에 세부 사항들도 전부 협의하고 짐의 승인을 받아라.”

섬랑의 눈이 동그래졌다.

“육 개월 안에요?”

“너무 짧다고 변명해 봐야 소용없다. 서두르면 훗날 어느 쪽에서도 잡음이 안 나오게 제대로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이야.”

“…….”

확실히 그렇긴 한데.

섬랑이 황당해한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렇게 안색이 안 좋으신데 그때까지 괜찮으시겠어요?”

“짐은 해낼 수 있다.”

“……!”

아니, 병세가 보이는 것보다 양호한 게 아니라 해낼 수 있다고?

그게 사람의 의지로 될 일인가?

강소산도 백승무도 상대가 상대인지라 내색하진 않았지만 섬랑까지 그럴 리 있나.

“몸이 허해서 그런가, 환청이 들리네요. 폐하,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시죠.”

환청이 아니었다.

“짐은 해낼 수 있다.”

황제는 옥좌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위엄에 찬 목소리로 천명했다.

“그것이 이 자리에 앉은 자의 의무요, 권리니라.”

병필태감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만세만세만만세’를 외쳤다.

섬랑은 입을 살짝 벌리고 멍하니 있다가 탄성을 질렀다.

“와! 정말 멋지시네요.”

황제가 싱긋 웃었다.

“짐이 좀 그런 편이지.”

“하하. 자오 아저씨에게 들은 것과 달라서 변하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곤 하나 전부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너무 삭막하지 않느냐?”

“…….”

놀라운 위엄과 굳은 의지, 거기에 소탈한 모습까지.

섬랑은 황제가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보내긴 아까운데. 소환단(小還丹)을 먹이면 조금이나마 나아지려나?’

그럴 리가.

천하에서 제일가는 부와 권력을 지닌 이가 그만한 영약이 없어서 이 지경이 됐을까.

더구나 소환단은 대인이 남겨준 정표, 그가 돌아오면 이것을 안 쓰고도 이렇게 훌륭히 성장했다고 자랑해야 했다.

섬랑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황제를 똑바로 봤다.

“폐하.”

“말해라.”

“폐하의 의무와 권리가 헛되지 않게 최대한 빨리 끝낼게요.”

황제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하고 있으마.”

* * *

섬랑은 새벽에 황궁에서 나와 동이 트기 전에 팽가에 도착했다.

“태상가주님! 다녀왔습니다!”

집무실 문이 벌컥 열리고 팽수관이 구르듯 뛰쳐나왔다.

“어, 어떻게 됐느냐?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

“하하. 설마요. 저를 믿으시라고 했잖아요.”

섬랑은 한껏 으스대며 함께 온 사람을 소개했다.

“천하제일 어용상인을 모셔왔으니 인사 나누세요.”

“처, 천하 뭐?”

팽수관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더듬거리자 강소산이 쓴웃음을 지으며 포권했다.

“청람상단(晴嵐商團)의 단주 직을 맡고 있는 강소산이 전 무림맹주이시자 현 하북팽가 태상가주이신 팽 대협을 뵙습니다.”

“아! 강 단주셨군. 위명은 익히 들었소.”

“서로 금칠하시는 건 그만하면 됐고요.”

섬랑이 팽수관의 집무실로 들어가며 재촉했다.

“시간 없으니 빨리 오세요. 논의를 시작하죠.”

“이놈이! 내 집무실이야!”

“지금 그게 중요해요? 일의 경중을 따지셔야죠.”

백승무가 재빨리 사정을 설명한 덕에 팽수관은 화를 가라앉히고 식솔들을 불렀다.

잠시 뒤, 집무실에 팽가 사람들까지 모이자 섬랑이 입을 열었다.

“세부 사항들을 모조리 논의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어디에서 하는 게 좋죠?”

백승무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다들 만족하는 협의가 이뤄져도 황상과 조율해야 할 사안이 생길지도 모르니 황궁과 가까운 팽가가 적임지일세.”

모두 동의하자 섬랑이 지필묵을 달라고 요구하더니 일필휘지로 글을 썼다.

“후우. 이 정도면 되겠지.”

섬랑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소매로 훔치며 뿌듯해하는데 백승무가 감탄했다.

“자네 정말 대단하군.”

“안목이 있으시네요. 용사비등(龍蛇飛騰)한 필체죠?”

“이 삐뚤빼뚤한 글씨가? 으음. 사형의 악필과 견주어 보면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 걸세.”

섬랑이 말을 돌렸다.

“단주님, 청해성 서녕(西寧)에 있는 백가상단까지 서신을 빠르게 보낼 수 있는 연락망이 있죠?”

“물론이네.”

“백가상단에는 서역과 교역하는 상인들이 있고요.”

“그렇긴 한데 왜 그러는가?”

“본교는 너무 먼 곳에 있어서 빨리 알려야 제때 올 수 있어요. 어디가 좋을까? 토로번이 그나마 서녕에서 가까우려나.”

섬랑은 서신을 작성한 김에 아예 겉봉까지 만들어 글을 첨부했다.

“이제 다 됐어요. 백가상단 상인을 통해 토로번곽가(吐魯番郭家) 가주에게 보내주세요. 그러면 그가 알아서 총단에 전달할 거예요.”

백승무가 난색을 표했다.

“토로번은 천산남북로(天山南北路)가 시작되는 곳 아닌가? 본가는 서역남도(西域南道)로만 교역한 지 오래라 그쪽 길은 어둡네.”

“이번 사업이 성사되면 백가상단도 천산남북로를 주로 이용하게 될 텐데 미리미리 가보셔야죠.”

“…….”

백승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금껏 외면하고 있었지만 그의 부모인 백진환과 허여민이 목숨을 걸고 개척한 서역남도의 가치가 크게 추락할 터.

두 분이 얼마나 슬퍼하실까?

백승무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어머님은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야지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냐며 등을 때리실 거야. 아버님도 술 몇 잔으로 털어버리실 거고.’

최소한 겉으로는 그러시리라.

‘서역남도 덕분에 본가의 기틀이 잡혔다. 나는 본가를 더 키우고 세상에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 두 분의 노고를 위로해야 해.’

그게 아들로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자네 말이 맞아. 헌데 토로번을 다스리는 마도 가문은 무척 흉악하다고 들었던 것 같네만 자네를 배반하지는 않을까?”

“그건 손가(孫家)가 나댈 때 얘기고요. 곽가(郭家)는 저와 친하니 안심하세요.”

“좋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전하겠네.”

백승무가 서신을 챙기며 장담하자 섬랑이 오른팔을 주무르며 투덜거렸다.

“망할. 오랜만에 장문을 썼더니 경련이 일어나네요.”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그때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팽수관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것참 안 됐구나.”

“말로만 그러지 마시고 영약 하나만 주시죠.”

“벼룩의 간을 내먹어도 유분수지, 천마신교 소교주가 할 말이냐?”

“쩨쩨하시긴.”

“무어라?”

“이거야 원. 계속 말다툼만 하게 되네요.”

섬랑이 팔짱을 끼며 제안했다.

“어르신과 저 중에서 한 명은 처소로 가 잠이나 자야겠는데요. 모두를 위해서요.”

그 모두가 일제히 섬랑을 바라봤다.

“……저요?”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한 섬랑이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 뭐 그렇다면야.”

섬랑은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간 뒤 문고리를 잡았다.

“마지막 기회예요. 어서 잡으시죠.”

아무도 잡지 않았다.

오히려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 어서 나가라고 눈짓했다.

섬랑은 어이가 없어 그들을 둘러보다가 전각 밖으로 나가 찬바람이 일 정도로 문을 세차게 닫았다.

콰앙!

안에 남은 이들은 불쾌해하긴커녕 활발히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섬랑도 씩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배경에 해만 달랑 솟아 있었다.

‘딱 좋은 날씨네.’

섬랑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규서, 성오. 애들 모아서 떠날 준비를 하고 끝나면 알려줘. 소란 일으키기 싫으니까 조용히. 이해했지?”

연규서와 단성오는 섬랑이 인상을 쓰며 주먹을 들어 올리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묵영대원들을 챙기러 갔다.

다음은 이관휘 차례였다.

“이 소협, 최단 거리로 안내해 줘.”

“무림맹을 말하는 건가?”

“응. 거기 갈 거라고 했잖아. 팽가에서 할 일은 다 했고 방해꾼도 떼어놨으니 떠나야지.”

이관휘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

꿀꺽.

“패검진협(覇劍眞俠)을 만나서 생사결을 벌이려고? 꼭 그래야만 하나? 다시 생각해 보게.”

“생각해 볼 게 뭐 있다고. 무인이라면 강자와 싸우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꼭 그렇진 않네.”

“아니. 그건 검을 쥔 자의 숙명이야.”

“그저 자네가 그러고 싶은 거 아닌가?”

언성을 높여 따지는 이관휘와 달리 섬랑은 담담했다.

“싫어도 결국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 그럴 바엔 먼저 해버리는 게 낫지.”

“궤변일세.”

“현실을 부정하네. 다른 직종도 그래. 숙명을 거스를 순 없어. 네 부친을 생각해 봐. 자유를 꿈꾸시면서도 관복을 못 벗고 황상 곁에 계시잖아.”

“그건…….”

“좋든 싫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니까. 평생을 바쳐 올라간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으시겠어? 훌훌 벗어던지고 낙향하신다 치자. 그분을 시기하던 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물어뜯을걸? 식솔들을 지키려면 어떻게 하셔야겠어?”

“…….”

“예를 더 들어주지. 내 비밀수신호위만 해도 그래. 사형을 난생처음 만났으면 반갑게 인사라도 나눠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그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데만 집중했어. 제 오라비를 죽인 나를…… 아야! 오희성! 네가 그러고도 내 호위냐?”

섬랑은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화내다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누구나 숙명이 있다는 얘기야. 이 소협 네가 여전히 거지인 것도…….”

“그건 건드리지 말게.”

“네가 원해서 된 거…….”

“아니라니까!”

이관휘는 분노를 표출하려다가 찔끔했다.

묵영대 오장들인 우소묵과 구자영이 어느새 다가와 살기를 쏟아내고 있어서였다.

“섬랑, 자네가 부럽네. 이런 충신들을 거느리고 있다니.”

“충신은 개뿔.”

섬랑이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이 녀석들을 제치고 황궁에 갔다 와서 화를 내는 거야. 가만, 왜 규서와 성오가 안 오고 너희들이 왔어?”

우소묵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소교주를 뵈면 열불이 치밀어 오른다고 떠넘겼습니다. 소인들만 불쌍하게 됐지요.”

“진짜 불쌍한 건 나지.”

구자영이 눈웃음을 치며 요사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호호.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소교주껜 제가 있잖습니까?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안 괜찮으니까 닥쳐.”

섬랑은 부리부리한 눈을 부라리는 우소묵과 붉디붉은 입술을 샐쭉거리는 구자영을 두들겨 패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후우우. 일단 팽가 밖으로 나가야지. 가자.”

“존명.”

잠시 뒤.

한 떼의 인마가 팽가를 빠져나가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안 팽수관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런 사악한 놈을 봤나! 이런 식으로 도망을 쳐? 강휘, 너는 뭐 하고 있느냐? 어서 무림맹에 서신을 보내야지!”

“이미 붓을 들고 있습니다. 뭐라고 쓸까요?”

팽수관의 음성이 낮게 가라앉았다.

“마교 소교주답지 않게 무도한 자는 아니니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해라. 수빈이와 생사결을 하려 들 텐데 반드시 막으라 하고.”

그의 뒤에 있던 한 사람이 나직이 물었다.

“말린다고 되겠습니까?”

팽수관은 화를 내려다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둘째 며느리인 걸 알고 한숨을 쉬었다.

“후우우. 수수야, 그게 무슨 뜻이냐?”

모용수수가 지체 없이 답했다.

“아가씨는 대결을 피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악을 징치하겠다고 먼저 싸움을 걸 겁니다.”

“……그래, 수빈이는 그런 아이지.”

팽수관은 어깨를 힘없이 늘어뜨렸다.

자신의 딸이지만 말릴 방법이 없어서였다.

‘천하에 수빈이의 뜻을 꺾을 수 있는 건 그 녀석뿐인데.’

팽수관은 천하제일미남의 얼굴을 떠올리며 속으로 부르짖었다.

‘이놈! 사부가 됐으면 제자를 챙겨야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것이냐! 어서 돌아와 수빈이를 말려라!’

* * *

섬랑은 말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건?’

옥룡객잔(玉龍客棧), 옥룡반점, 옥룡포목점 등등.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점포들의 현판마다 ‘옥룡’이라는 두 글자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거참. 듣는 것과 직접 보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다르네.’

섬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이관휘에게 빨리 안내하라고 채근했다.

“전부 비슷비슷해서 정신이 사나울 정도네. 아직 멀었어?”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참게.”

“아까도 그랬잖아.”

“이번엔 진짜일세. 저쪽을 보게나.”

이관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 끝에는 현판조차 없는 낡은 반점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섬랑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들었는데 뭐가 저래? 아무리 봐도 장사가 안 되는 집이잖아.”

“그건…….”

이관휘가 대답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반점에서 나온 중늙은이 때문이었다.

중늙은이는 기골이 장대한 것으로 명성을 떨치는 팽가 사내들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거한이었다.

거한이 섬랑 일행을 훑어보고 섬랑에게 물었다.

“깨끗한 척하는 거지 빼고 전부 마인들이군. 네가 두목인가?”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철월은 눈썰미가 무척 좋다. 머리도 좋은 편이고.”

“오! 그분일 것 같더라니. 듣던 대로네요.”

기뻐하던 섬랑은 철월의 이어지는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냥 돌아가라. 너희에게 줄 밥은 없다.”

“지금 마인이라고 차별하시는 거예요?”

“너희에게 줄 밥은 없다고 했다. 어서 가라.”

“싫다면요?”

철월이 한 손을 어깨 뒤로 돌려 등에 메고 있던 대월(大鉞)을 움켜잡았다.

“어쩔 수 없지. 철월이 죽더라도 싸울 수밖에 없다.”

섬랑이 싱긋 웃더니 주먹을 쥐고 말에서 내렸다.

“그럼 싸워 드리죠. 죽을지도 모르니 어떻게든 견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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