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526화 (526/569)

외전 7화

정마(正魔) 간의 골

단성오는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묵묵히 산을 오르다가 참다못해 물었다.

“소교주, 정말 시주하러 가시는 겁니까?”

그와 대조적으로 단출한 차림새로 휘적휘적 걷던 섬랑이 어깨를 으쓱했다.

“겸사겸사.”

단성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러니까. 진의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또 무슨 음모를…….”

“어허. 음모라니.”

섬랑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합장했다.

“중원에 나왔는데 사대불교명산(四大佛敎名山) 중 하나 정도는 구경해야지. 혹시 알아? 여기에 상주하신다는 보현보살(普賢菩薩)을 뵙게 될지도 모르잖아.”

“…….”

단성오는 기가 차서 할 말을 잊었다가 가까스로 물었다.

“설마 그 보현보살인지 뭔지를 베시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이교도셨습니까?”

“보살 좀 뵙는 게 뭐 어때서. 대인께서 질투하실까 봐? 그분은 그렇게 쩨쩨하지 않아. 얼마나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데.”

“…….”

자비가 넓고 커서 끝이 없다고?

누가?

단성오는 이십 년 전 현신했던 천신(天神)을 떠올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진짜 아니지.’

자비로운 면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뒤끝이 넘치도록 있었다.

나이가 든 마인들은 진천마(眞天魔) 시절에도 그랬다며 하나같이 치를 떨지 않았던가!

‘빌어먹을.’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온몸이 가늘게 떨렸다.

단성오는 이를 지그시 물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괜찮아, 내 잘못이 아니다. 소교주를 말릴 만큼 말렸는데도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니 정상을 참작해주실…… 역시 아닐까?’

그래, 아닐 것이다.

천신의 뒤끝을 고려하면 한바탕 피바람이 불 공산이 컸다.

단성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사람의 생각이란 비슷비슷하기 마련.

묵영대원들의 안색도 안 좋았다.

섬랑은 그런 그들을 한번 둘러보고 피식 웃었다.

“불문에 한 발을 걸칠 의향은 없으니까 망상 따윈 집어치우고 어깨 펴. 오히려 너희에겐 좋은 일이야. 아미파가 어떤 곳이지? 소묵, 네가 말해봐.”

우소묵이 부리부리한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구파일방 중 유일하게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문파입니다.”

“적나라하게.”

“불씨(佛氏)를 믿는 비구니들이 몰래 고기를 뜯고 술을 삼키다가 수틀리면 칼춤을 추는 곳이지요.”

섬랑이 단호히 부정했다.

“틀렸어. 음? 왜 마갑신공(魔甲神功)을 일으켜? 안 때릴 거야.”

“정말입니까?”

“이번에는. 아미파에는 네 말처럼 비구니들만 있는 게 아니야. 관(官), 상계(商界), 무림에 산재한 명문가들이 애지중지 키우던 여식들을 데려와 속가제자로 입문시키거든.”

“…….”

그게 뭐?

우소묵을 비롯한 마인들이 두 눈을 끔벅거리자 섬랑이 혀를 찼다.

“쯧쯧. 속가제자가 뭐야? 속인(俗人)이잖아.”

“…….”

그래서?

마인들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섬랑의 이어지는 말에 눈을 부릅떴다.

“참배객이 들어갈 수 없는 금지(禁地)에 갇혀 지내느라 사내를 언제 봤는지 기억조차 못 하는 젊은 여인들이야. 너희들이 아귀곡(餓鬼谷)에 처박혀서 한창 폐관수련할 때 어땠어? 여인을 구경도 못 하니 자영이 저 녀석조차 예뻐 보일 지경이라고 허구한 날 투덜거렸잖아.”

“아!”

묵영대원들은 탄성을 지르고 구자영은 곱게 눈을 흘겼다.

“소교주께서도 그러셨으면서 왜 그 아름다운 추억을 폄하하십니…….”

“시끄럽고.”

섬랑의 말이 빨라졌다.

“중원 전역에서 모인 수많은 여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야. 죽었다 깨어나도 이어질 수 없는 관계니 더 각별하지. 벌써 들리지 않아? 그런 여인들이 너희를 보고 지를 환호성이.”

단성오가 인상을 쓰며 당부했다.

“그런 것 따윈 필요 없으니 제발 사고만 치지 마십시오.”

다른 이들도 이구동성으로 동의했으나…….

말과 행동이 달랐다.

구자영을 제외한 묵영대원들은 발걸음에 힘이 들어갔고 단성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도무림이나 마도무림이나 여인들의 취향은 대동소이한 법.

외모가 흉악한 것으로 따지면 천하를 통틀어 정예 중의 정예라 할 수 있는 그들이 언제 여인들로부터 환영받아 봤겠는가?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섬랑과 더불어 유이(唯二)하게 잘생긴 연규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빛냈다.

-소교주.

-갑자기 왜 전음이야? 너도 마음이 동해?

그럴 리 있나.

연규서는 아극소연가 소교주였기에 일찍 혼인하여 자식을 보았고, 부친에게 못 받은 정을 자식과 부인에게 항상 나눠주고 있었다.

-농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나도 아닌데.

-그럼 얘기가 편해지겠군요. 언급하신 보현보살이 진짜 보살이 아니라 어떤 비구니를 지칭하는 겁니까?

-헛짚기는.

섬랑은 씩 웃으며 전음을 이었다.

-비구니들에겐 관심 없어. 보살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술이라도 한잔 나누려는 것이지. 아마 그분도 좋아하실걸?

보살은 의향을 밝히지 않고 아미파가 의사를 표현했다.

근방에서 웅장한 타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곳에서도 그 소리를 이어받아 타종하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 아미산 전체가 종소리로 물들었다.

그리고 많은 비구니들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선두에 선 중년 여승이 섬랑 일행을 한차례 훑어보고 신음처럼 불호를 읊조렸다.

“아미타불…… 소식을 듣고 급히 나와봤거늘, 정말이었구나.”

섬랑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소식이었는데요?”

중년 여승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벽안(碧眼)이 인상적인 대단한 미청년과 화려한 녹의(綠衣)를 걸친 곱상한 장년인, 그리고 흉악무도하게 생긴 흑의인(黑衣人)들이 본산을 오르고 있다는 얘기였소.”

섬랑은 안쓰러운 눈으로 묵영대원들을 돌아본 뒤 여승을 향해 합장했다.

“아미타불. 아미산에는 고승들이 기거하신다더니 명불허전이네요. 아주 솔직하세요.”

묵영대는 꾹 참고 비구니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인이 불호를 외우다니.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구려.”

“어허. 부처를 떠받드는 데 차별이 있으면 쓰나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대는 보통 마인이 아니잖소?”

여승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고 음성도 무거워졌다.

“점창(點蒼)에서 보낸 전서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소. 마교 소교주 섬랑, 빈승의 말이 틀렸으면 반박해 보시오.”

“마교가 아니라 천.마.신.교. 소교주 섬랑이요. 사태(師太)께선 누구시죠?”

“……사태라니. 감당하기 어렵소이다. 빈승은 혜상이라 하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냥 사태님으로 가죠. 혜상 사태님, 이제 인사도 했겠다, 갈 길 가도 되죠?”

혜상의 눈썹이 솟구쳤다.

이런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들을 줄이야.

장차 천하마도를 이끌어 나갈 대마두(大魔頭)가 구파일방의 한 축이오, 불교의 성지 중 하나인 아미산을 어찌 감히 활보한단 말인가?

“어디를, 무엇을 하러 가시는 길이오?”

섬랑이 순진무구하게 웃었다.

“사찰들을 돌며 부처께 인사를 드리고 시주도 하려고요.”

“그걸 믿으란 소리요?”

“사실인데.”

혜상은 섬랑을 노려보며 힘주어 거절했다.

“불가하오.”

섬랑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사람을 가려 받으시는 거예요? 불문에선 모든 사람을 부처처럼 존귀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었기에 혜상은 말끝을 흐렸다.

반대로 섬랑은 기세를 탔다.

멀리서 구경하는 참배객들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진짜 아니죠! 석가(釋迦)께서 화엄경(華嚴經)을 통해 말씀하시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내고 그 마음이 주체가 되어 세상 만물을 구성한다고 하셨잖아요. 제 신분이 마음에 안 든다고 축객령을 내리시면 쓰나요. 편견을 버리고 마음을 여셔야죠. 사태님 마음속에서 저라는 사람은 부처께 인사도 드려서는 안 되는 종자인가요? 아미파 입장에서 저 같은 이들은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존재예요?”

“……!”

섬랑의 학문은 낮았으나 말재주 하나는 괜찮은 편이었다.

허점투성이에 지나친 비약으로 점철된 항변이었지만 보통 사람들이 듣기에는 무척이나 그럴듯한 하소연이었다.

섬랑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야 어찌 된 연유인지 알게 된 참배객들은 섬랑의 신분을 몰랐기에 동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수군거렸다.

“그러게. 이번 일은 사태께서 너무하셨어.”

“보아하니 흑도 무리 같은데, 그래도 여기까지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정성을 생각해 주셔야지.”

혜상의 얼굴이 벌게졌다.

이런 망신이 또 있을까?

‘아미타불. 대마두답게 혀를 사특하게 놀리는구나. 그렇다고 저자의 정체를 시주들에게 밝히자니 대혼란이 일어날 게 분명하고. 진퇴양난이로다.’

혜상의 선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섬랑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느긋하게 기다렸다.

‘누가 오려나? 말귀가 통하는 사람이면 좋을 텐데.’

곧 알 수 있었다.

비구니들이 계속 몰려와 주위를 둘러쌌는데, 빼빼 마른 노승이 포위망을 열고 들어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네가 섬랑인가?”

“그런데요. 누구시죠?”

노승은 섬랑을 유심히 뜯어보더니 웃었다.

“흘흘. 이십여 년 만에 눈 호강을 하는구먼. 그 녀석보단 한참 못하지만 이게 어디야.”

“그 녀석이란 게 혹시?”

“자네가 못나 보일 정도의 미남이 진옥룡밖에 더 있을까.”

섬랑은 순순히 인정했다.

“뭐 그렇긴 하죠. 복호사(伏虎寺)의 대연 신니(神尼)세요?”

“신니는 무슨. 늙어도 죽지 않는 땡중일 뿐이지. 헌데 그걸 어찌 아는가?”

“뻔뻔하게 외모를 감상하고 칭찬하시는 걸 보고요.”

“아미타불. 불제자라면 솔직담백해야지.”

“툭하면 아미 제자들은 살계(殺戒)를 열라고 외치신다 들었는데 그것 역시 솔직담백한 거예요?”

“아무렴. 마찬가지일세. 내가 아니면 누가 지옥에 들어갈까.”

“오늘도 그러시겠네요.”

대연이 피식 웃고 받아쳤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만큼 날카로운 살기를 담고 있었다.

“자네가 하는 것 봐서. 무슨 일로 온 겐가?”

섬랑은 혜상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대연은 황당한 얼굴로 듣다가 혜상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지금 들은 게 사실이더냐?”

혜상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네, 사숙조.”

“그럼 빨리 안내해 줄 것이지, 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냐?”

“……네?”

“되었다, 내가 하마.”

대연은 섬랑을 보며 손짓했다.

“어서 가세. 내 육신이 너무 늙어 힘이 없으니 이리 와서 부축해 주시게나.”

섬랑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방금 산봉우리를 훨훨 날아오셨잖아요.”

“그땐 그때고. 노납(老衲)이 암습이라도 할 것 같나?”

“그건 아닌데 의도가 영 불순해 보여요. 갑자기 노납이라고 칭하시니 더 그렇네요.”

“허어. 정마(正魔) 간에 이렇게 의심의 골이 깊어서야 어이할꼬. 가고 싶은 사찰들을 말해보게.”

“다 돌기엔 시간이 없으니 큰 곳들만 가려고요.”

“그럼 보국사(報國寺)부터 가는 게 낫겠군.”

대연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섬랑도 마찬가지.

대연과 나란히 걸었다.

그 뒤를 마인들과 여승들이 서로를 경계하며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주위 풍경을 구경하며 묵묵히 걷던 섬랑이 지나가듯 말했다.

“대범하시네요. 저를 이렇게 들이시고.”

“어쩔 도리가 있나. 자네가 소란을 부리려고 마음먹으면 막을 만한 방법이 없어 보이는 것을.”

대연은 불평을 늘어놓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자네는 진옥룡의 사람 아닌가? 부처께 인사드리고 시주하겠다 했지? 진옥룡이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이를 거두지는 않았을 거라 믿네.”

섬랑이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믿으시는 것치곤 너무 많이 따라오시는 것 같은데요.”

대연이 정색하며 지적했다.

“귀교가 이십 년 전에 했던 일을 떠올려 보게. 본산에도 그때 피 흘리고 입적(入寂)한 이가 많아.”

“아, 맞다. 아미타불. 좋은 곳으로 가셨길 빌게요. 본교 사람들도요.”

대연은 진지하게 합장하는 섬랑을 슬쩍 보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후우우. 무공의 경지도 확실히 알 수 없고 성격 또한 종잡을 수 없구나. 하필이면 마교에서 이런 괴물이 나오다니.’

마치 오래전의 진옥룡을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정파무림이라고 이만한 인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뛰어날 거라고 확신했다.

‘두 아이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주 큰 공통점이 있으니 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반된 세력에 몸을 담고 있는 게 문제였다.

사람의 의지가 아닌 집단의 뜻에 떠밀려 충돌하게 될지도.

‘그랬다간 또 수많은 피를 흘리게 돼. 아니길 빌 수밖에.’

불과 이십 년 전만 해도 척마멸사(斥魔滅邪)의 기치(旗幟)를 높이 들고 그 선두에 섰으나 세월을 똑바로 마주하며 만물의 생(生)을 아끼는 고승이 된 대연의 근심이었다.

그 근심을 섬랑이 깼다.

“오오. 여기가 보국사군요. 벌이가 좋나 봐요. 곤륜보다 화려하네요.”

“……곤륜에도 들렀었나?”

“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장문인께 선물을 좀 드렸고. 덕성(德聖)께선 제게 조언을 하나 해주시고 훌륭하다 칭송도 하셨죠.”

“…….”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래도 다른 곳이면 모를까, 진옥룡의 사문인 곤륜에 해를 끼칠 만큼 미친 사람은 천하에 존재하지 않으니 별문제는 없었으리라.

“어서 할 일을 하게.”

“네.”

섬랑은 묵영대원들을 시켜 한껏 짊어지고 온 것들 중 일부를 바닥에 내려놓게 했다.

한쪽 담 너머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젊은 여인들이 보였다.

바로 속가제자들이었다.

묵영대원들은 은근히 기대를 품고 있었으나 아미파 속가제자들이 아무리 사내를 못 봤어도 사문의 어른들을 해친 악의 무리를 곱게 볼까.

마인들에게 쏟아진 건 열렬한 환호가 아니라 차디찬 살기였다.

자연히 그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지만 섬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심을 끌어 올렸다.

“부처님, 안녕하세요.”

부처는 대답이 없었다.

“잘 계세요. 그럼 이만.”

부처는 배웅하지 않았다.

이게 시작이었다.

섬랑은 선봉사(仙峰寺)와 화장사(華藏寺)에 들러 짧게 인사하고 듬뿍 시주했다.

그리고 만년사(萬年寺)에 갔다.

섬랑은 아까와는 다르게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끌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대연이 더 참지 못하고 의문을 표했다.

“찾는 것이라도 있는가?”

“아뇨.”

“사람인가 보군.”

“글쎄요.”

대연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솔직히 말해보게. 그래야 내가 도울 수 있지 않나.”

섬랑은 고개를 젓다가 한쪽을 바라봤다.

잠시 뒤.

그의 입가가 부드럽게 휘었다.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음?”

대연은 섬랑이 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아름다운 중년 여인 한 명이 서 있었다.

과거 진옥룡과 함께 강호를 질주했던.

아미파 속가제자 혜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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