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46화
만장일치
남궁기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정의의 기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했다.
허나 적은 너무 많고 강했다.
거기에 사지 한두 개쯤 잘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날뛰는 포악한 성정까지.
극도로 지쳐서 그런 걸까, 몸이 허전할 만큼 피를 많이 흘려서 그런 걸까?
평소와 느낌이 달랐다.
입에서 신물이 날 정도로 지긋지긋했다.
아니, 솔직히 두려웠다.
이 괴물들과 언제까지 이래야 한단 말인가?
오늘은 어찌어찌 이길지 몰라도 앞으로도 계속될 정마대전(正魔大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때.
‘……!’
형편없이 꺾이려던 마음이 저 멀리 날아갔다.
사십여 년 동안 가슴에 소중히 품고 살아온 창궁무애(蒼穹無涯) 의기천추(義氣千秋) 정신을 되새겨서가 아니었다.
허벅지에 새로운 자상(刺傷)이 생기며 느껴진 고통 때문이었다.
‘이러다간 죽어!’
생존욕이 솟구쳤다.
도주하고 싶었으나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방법은 단 하나뿐.
어떻게든 길을 열고 달려야 했다.
‘나는 살아남을 거다!’
전신에서 피를 흩뿌리며 싸웠다.
적을 죽이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평상시 실력을 훌쩍 뛰어넘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마인이 뒤에서 휘두른 도끼에 등이 찍혀 쓰러졌다.
등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워지고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안 돼!”
남궁기윤은 처절하게 부르짖으며 눈을 떴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몇 번이나 깜빡여봐도 마찬가지였다.
‘주, 죽은 건가? 설마 지옥?’
아니었다.
누군가 어깨와 허리를 잡고 옆으로 돌렸다.
침상에 엎어져 있던 몸이 옆으로 세워지며 환한 빛이 남궁기윤을 삼켰다.
‘윽.’
눈이 부셔서 얼굴을 찡그리는데.
한 사내가 불쑥 나타나 따가운 햇볕을 가렸다.
기골이 장대하고 위맹하게 생긴 장년인이었다.
심지어 목소리도 우렁우렁했다.
“악몽을 꾸셨나 봅니다. 괜찮으십니까?”
“패, 팽 소가주?”
“맞습니다, 남궁 대협. 팽강웅입니다.”
“여긴 어디오? 내가 왜 엎드려 있었소?”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팽강웅이 옆으로 움직였다.
그가 가리고 있던 시야가 확 트이며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남궁기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부상자들로 가득한 거대한 천막 안에 있었다.
‘나도 많이 다친 건가?’
현실을 자각하자 등이 쪼개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마인의 도끼에 찍힌 상처 때문이었다.
“크윽.”
어찌나 아픈지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팽강웅이 고개를 저으며 남궁기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역시 엎드리시는 게 나을 것 같군요. 제가 돌려 드리겠습니다.”
남궁기윤은 기겁했다.
이제야 팽강웅이 몸통 곳곳에 부목을 대고 면포를 칭칭 감고 있는 걸 알아봐서였다.
“가, 갈비뼈가 다 부러진 것이오?”
“몇 개는 괜찮습니다.”
“숨 쉬는 것도 고통스러울 것 같은데 무슨. 괜찮소. 나는 이 자세가 편하오.”
남궁기윤은 혀를 내두르다가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아! 전투는 어찌 됐소? 소강상태요?”
팽강웅은 잔뜩 긴장한 전우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고전했지만 물리쳤습니다.”
“후우우. 정말 다행이오.”
“남궁 대협께서 큰 몫을 하셨습니다.”
“음? 그건 무슨 소리요?”
남궁기윤이 어리둥절해하는데 어린아이들이 낑낑대며 갖가지 물품을 들고 들어왔다.
그 아이들 중에서 제일 똘똘해 보이는 소녀가 기쁜 얼굴로 다가왔다.
“남궁 대협, 의원님 말씀대로 의식을 찾으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남궁기윤도 환하게 웃었다.
자신이 이곳에 누워 있는 게 누구 덕분인지 알아서였다.
“수빈아, 네가 곤륜파 성(成) 자 배 아이들과 나를 구했지? 고맙다. 잊지 않으마.”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잊지 않겠습니다.”
“무엇을 말이냐?”
팽수빈이 또박또박 답했다.
“걸존 어르신과 다른 분들께 들었습니다. 남궁 대협께서 용전분투(勇戰奮鬪)하시다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모두 피가 끓어올라 전세를 일시적이나마 뒤집을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
남궁기윤은 팽수빈을 멍하니 보다가 주먹을 쥐었다.
죽기 싫어 도망치려 한 것이었는데 용전분투라니.
너무 부끄럽고 한심해서 토악질할 것 같았다.
‘이래선 안 돼.’
사실을 바로잡아야 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칭찬은 비난으로 바뀌고 흠모하는 표정은 멸시 어린 눈으로 변할 게 뻔해서였다.
남궁기윤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어디까지 비겁해질 것이냐!’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쉽기 마련.
진창에 빠진 발을 당장 들어 올리지 않으면 얼마 안 가 온몸이 가라앉으리라.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이 작게 열리고 그보다 더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나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죽는 게 무서워서 길을 뚫으려고 한 것이야.”
팽수빈의 눈이 살짝 커졌다.
남궁기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하다. 너희들을 크게 실망시켰구나.”
팽수빈이 부정했다.
“아닙니다. 더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더?”
“그렇습니다. 예전에 사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빈아, 무인이란 족속들은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걸 미덕으로 여겨. 정신 나간 짓이지. 그러다 죽으면 하늘에서 돈이라도 떨어지나? 살려고 하는 게 어때서? 도망치면 후일이라도 도모할 수 있지. 그게 뭐 하는 짓인지 원.”
“……!”
남궁기윤은 입을 떡 벌렸다.
정광을 떠올리게 하는 말투는 일단 제쳐두고 사파인들이나 지껄일 소리 아닌가?
하지만 팽수빈은 담담히 사부 흉내를 냈다.
“누구나 속으로는 알고 있는 건데 겉으로는 인정 안 한단 말이야. 그놈의 체면 때문이지. 체면이 손상되는 게 죽는 것보다 두려운 거야. 웃기지?”
아무도 안 웃는 가운데 팽수빈의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남궁 대협, 이다음부터는 과격한 얘기들이라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저는 사부님의 말씀을 듣고 크게 깨달았습니다.”
“…….”
뭐를?
사부를 잘못 만났다는 거?
팽수빈은 진지했다.
“목숨보다 소중한 체면이 손상되는 걸 무릅쓰고 솔직해지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용기 있는 무인이라고 가르침을 내리신 것이지요.”
“…….”
남궁기윤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후안무치하다고 손가락질받을 것 같다만.”
“후안무치라는 말은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 아닙니까? 대협처럼 깊이 고민하고 크게 부끄러워하는 분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팽강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 같긴 하나 일리 있는 말이구나.”
팽수빈이 싱긋 웃었다.
“사부님께서는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부끄러움을 알면 부끄러운 게 아니지. 정말 창피한 건 부끄럽다고 주눅 드는 거야. 고개를 빳빳이 들어도 극복할 수 있을까 말까 한데 축 늘어지면 뭐가 되겠어? 평생 그렇게 살 수밖에.”
남궁기윤은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을 줬다.
‘축 늘어지면 평생 그렇게 살게 된다고?’
정말 그럴 것 같았다.
지금도 이렇게 비참한데 또 비슷한 일을 겪으면 얼마나 더 망가질까?
보나 마나 폐인이 될 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절대 안 돼. 내가 그렇게 될 것 같냐?’
뜻이 바로 서자 몸도 움직였다.
흐릿해졌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숙였던 고개가 똑바로 세워졌다.
주변에서 조용히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던 부상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남궁기윤은 침상에서 억지로 일어나 어린 은인을 향해 정중히 예를 표했다.
“팽 소저, 고맙소.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됐소.”
팽수빈도 급히 답례했다.
“죄송합니다. 아는 것도 없는 어린아이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괘념치 말아 주십시오.”
남궁기윤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걸렸다.
“당치 않소. 팽 소저처럼 훌륭한 제자를 두다니. 진옥룡이 부럽소이다.”
“과찬이십니다. 천하에서 제일 훌륭한 사부님을 두고도 턱없이 부족한 아이일 뿐입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남궁기윤과 팽강웅도 마찬가지였다.
‘천하에서 제일…… 뭐?’
‘……무공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래, 그럴 거야.’
정광을 생각하자 애써 억누르고 있던 의문이 떠올랐다.
‘천마신교를 들쑤실 거라 했는데 잘하고 있을까?’
‘아무리 진옥룡이라 해도 힘들 텐데.’
곤륜산으로 원정을 온 자들이 강하고 많기는 하나 신강에 남아 있는 이들에 비할까.
정파 무인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어.’
‘아직도 소식이 없다는 건 실패했다는 의미겠지.’
팽수빈을 제외하고 모두 불길한 상상을 하는 그때.
한 청년이 뛰어 들어와 고함을 질렀다.
“큰일 났습니다! 마교가! 마교 놈들이!”
“……!”
또 쳐들어온 건가?
아니면 악랄한 음모를?
바짝 긴장한 사람들의 귀에 믿기지 않는 말이 꽂혔다.
“숙영지를 버리고 산을 내려갔습니다! 모조리 말입니다!”
“……!”
사람들은 두 눈을 부릅떴다.
팽강웅도 당황하다가 다급히 물었다.
“이보게, 군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청년이 빠르게 설명했다.
“숙영지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한편 고수들을 선별해 마인들의 뒤를 쫓게 했습니다.”
함정을 판 것인지 퇴각한 건지 파악하는 중이라는 얘기.
천막 안이 희망으로 가득 찼다.
‘제발 퇴각한 것이었으면!’
‘가만. 그런데 갑자기 왜?’
사람들은 아까 생각했던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천하제일미남이었다.
‘설마 진옥룡이?’
시간이 흘렀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마인들을 쫓아갔던 고수들이 돌아왔다.
불존이 대표로 말했다.
“아미타불. 마졸들이 청해성을 벗어나 신강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왔소.”
“와아아아!”
수많은 정파 무인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함성을 질렀다.
무슨 연유로 이렇게 됐는지, 또 다른 음모의 시작인지 불안하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뻐하고 싶었다.
허나 기묘한 흑색 학창의(鶴氅衣)를 걸치고 짙은 눈그늘이 얼굴을 거의 뒤덮고 있는 소년은 달랐다.
냉정하게 현 상황을 판단했다.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야. 소모전만 되풀이하다가 이렇게 퇴각해 버리는 건 말이 안 돼.’
분명 뭔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듯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진옥룡이라면 최소한 죽지는 않았을 거야. 그가 총단으로 가 교주라도 죽인 걸까?’
불가능했다.
오래전에 죽은 진천마가 살아 돌아왔으면 모를까, 일개인의 힘으로 단일 세력으론 천하 최강이라는 천마신교 총단을 어떻게 뚫고 들어갈 것이며 우두머리인 교주까지 주살하겠는가?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생각하자.’
소란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날카롭게 주의를 줬다.
“방심하면 안 되오. 상대는 마교외다.”
“……!”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식었다.
소년을 신뢰하는 마음과 이제껏 경험해 온 마교의 간교한 술책들 때문이었다.
운후가 대표로 물었다.
“군사의 말이 맞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군사 위진홍이 힘주어 답했다.
조금 전과 다르게 경어로.
“진과 방책을 보수하고 병장기를 정비합니다. 부상을 치료하는 한편 마교의 동태를 예의 주시합니다.”
“언제까지 말인가?”
“신강으로 간 그도 마교가 퇴각한 걸 곧 알게 되겠지요. 그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올 때까지입니다.”
‘그’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아들었다.
위진홍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덧붙였다.
“그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오. 지금부터 바로 시작합시다.”
* * *
정광은 침상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중얼거렸다.
“왜 이리 안 와? 그냥 돌아가 버려?”
옆에서 명상에 잠겨 있던 섬랑이 눈을 뜨며 만류했다.
“돌아오고 있다는 전서응이 왔다면서요. 마음 편히 조금만 더 기다리시…… 아야! 왜 때려요?”
“명상을 하는 녀석이 귀를 활짝 열고 있으니까. 귀가 망가진 것 같다더니 잘만 듣네.”
“며칠 전까진 정말 그랬어요. 혈조 아저씨가 얼마나 쉼 없이 떠드시는지. 중간중간 밥을 먹고 측간도 갔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면 목내이(木乃伊)가 될 뻔…….”
“네가 원한 거였잖아.”
“끄응. 네, 전부 제 잘못이죠. 죄송합니다.”
섬랑은 투덜거리며 눈을 감았다.
허나 얼마 안 가 다시 떠야 했다.
나민이 방에 들어와 공손히 아뢰었다.
“곤륜산으로 갔던 이들이 돌아왔습니다.”
“다행이네. 가보죠.”
그들은 대연무장에 도열해 있었다.
수많은 마인들이 몰려와 구경하고 있는 가운데 정광은 쉽고 빠르게 갔다.
마혼을 개방해 마신(魔神)으로 화했다.
자연지기를 순환시켜 성화(聖火)를 밝혔다.
그리고 싱긋 웃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죠.”
“……!”
마혼에 성화에 소름 끼치는 협박까지!
누가 정광의 진체를 부정하겠는가!
원정군 지휘자 단가휘는 물론이오, 모든 마인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다음 수순은 뻔했다.
만마(萬魔)가 엎드려 경배했다.
“만세만세만만세(萬歲萬歲萬萬歲)! 위대한 천마신교의 조종(祖宗)이시며 드높은 하늘 위에서 세상을 굽어보시는…….”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정광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원정에서 돌아온 한 마인이 전신을 부들부들 떨다가 벌떡 일어나 발작적으로 외쳤다.
“그래! 그럴 리 없다! 그는 죽었어! 게다가 천신이라니! 네놈은 대체 누구냐?”
“그쪽은 누구신데요?”
“이 어르신께서는 구영당주(九嬰堂主) 학무전…….”
“아. 하도 헛짓거리를 해서 스스로 고환 한 개를 자르게 했던 애? 얼굴이 화상으로 일그러져서 못 알아봤네.”
학무전은 급히 사타구니를 감싸며 말을 더듬거렸다.
“어, 어떻게 그걸?”
“소문으로 들었죠. 죽는 게 나은 분이네. 안녕히 가세요.”
정광은 손바닥을 슬쩍 내밀었다.
눈부신 황금빛이 쏟아져 나와 학무전을 덮쳤다.
소멸.
말 그대로 학무전이 사라졌다.
정광은 마인들을 둘러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교주님 장례를 치러야 하니 빨리빨리 가죠. 만년빙(萬年氷)에 계속 누워계시는데 얼마나 추우시겠어요.”
마인들이 만년빙에 짓눌린 것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정광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끼리 상의하시면 분란이 일어날 테니 제가 진행할게요. 먼저 새로운 교주를 뽑아볼까요? 추천부터 하죠. 저는 고이륵단가주님이요. 저처럼 추천하실 분 계세요?”
있을 리 있나.
“좋아요. 그럼 고이륵단가주님을 지지하시는 분?”
없을 리 있나.
폭양마검(曝陽魔劍) 단가휘는 만장일치로 교주가 되었다.
“교주님, 축하드려요. 한 말씀 하시죠.”
얼결에 교주 자리에 오른 단가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과묵하시네. 벌써 무게감이 대단하세요.”
정광은 두 손을 매만지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제 산적한 문제들을 처리해볼까요. 오늘 안에 전부 끝내죠. 제가 내일 날이 밝으면 바로 떠나야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