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30화
이왕 하시는 거
마뇌는 송곳같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연혁소와 곽상을 번갈아 봤다.
‘이놈들이 왜 신전에서 나오는 것이지?’
선자불래(善者不來) 내자불선(來者不善)이라.
착한 사람은 오지 않고 오는 사람은 착하지 않다.
자신이 안 좋은 마음을 품고 왔듯이 이들 역시 그럴 터.
연혁소가 그 사실을 증명했다.
“밖이 시끄러워서 나와봤소. 안은 평온하거늘 살육이 벌어지고 있다니 무슨 말이오?”
왜 갑자기 찾아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냐는 의미.
마뇌는 연혁소를 쏘아보며 되물었다.
“아극소연가주는 신전에 무슨 일로 오셨소?”
“먼저 물은 건 이쪽이외다.”
마뇌가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자리에 앉아 있긴 하나 연혁소도 마도칠대가문 중 한 가문의 가주다.
배분은 낮아도 지위에 걸맞는 대접을 해줘야 했다.
마뇌는 이를 지그시 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결례인 건 알지만 중요한 사안이라 그러니 이해해 주시오. 하필이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이때, 안에서 나오셨잖소. 무슨 용무로 온 것이오?”
“아무 일도 없다고 했소만.”
마뇌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그야 들어가서 확인해 보면 될 일이고. 연 가주가 이 이른 시간부터 신전에 있다니 이해가 가지 않소. 다들 비슷한 의문을 느끼고 있을 것이오.”
그의 말대로였다.
아극소연가주가 이 시간에 왜 신전에 있단 말인가?
구경꾼들이 의아한 얼굴로 웅성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혁소가 이유를 밝히자 모두 어이가 없어 눈만 끔뻑거렸다.
“신실한 교도답게 예배를 드리러 왔소. 이제 됐소이까?”
“…….”
될 리가 있나.
마뇌의 눈썹이 솟구쳤다.
머릿속에 진혼이 떠오른 것이다.
“신실한 교도라. 어디서 들어본 말인 것 같소.”
“기분 탓일 것이오.”
“언제부터 그렇게 독실한 교도셨소? 처음 들어서 말이오. 지금껏 견문이 넓은 편이라 자부했는데 아니었나 보오.”
연혁소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믿음이란 어느 한 순간에 찾아오기도 하더이다. 그럴 만한 상황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소.”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고, 이 말을 괜히 한 게 아니었다.
마뇌는 그 속뜻을 읽고 눈살을 찌푸렸다.
‘가문이 막다른 곳에 몰렸으니 아비에게 반기를 들어서라도 지키겠다 이거군.’
입맛이 썼다.
연혁소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다.
연휘준이 죽을 때까지 그의 그늘에 짓눌려 살 놈이라고 판단했거늘, 이런 순간에 갑자기 떨치고 일어나 맞설 줄이야.
연혁소는 아비에 비해 모자랄 뿐이지 능력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보다 무공만큼은 더 뛰어난 무인이 그처럼 반기를 들고 있었다.
마뇌의 시선이 꼿꼿하게 서 있는 노인에게 향했다.
“삼향주도 예배를 드리러 온 건가?”
곽상은 무뚝뚝하게 답했다.
“그렇습니다.”
“근무지를 이탈하면서까지?”
“오늘은 비번입니다.”
“비번일 때도 항상 나와서 정문을 지키지 않았는가?”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은 힘듭니다.”
곽상의 설명에 사람들의 반응이 양쪽으로 갈렸다.
그의 나이를 떠올린 자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성품을 생각한 이들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마뇌는 물론 후자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군.’
곽상은 죽는 순간에도 약한 말을 할 사내가 아니었다.
‘이놈이 왜 이러는 거지?’
눈을 데구루루 굴리며 머리를 굴려봐도 납득할 만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권력욕도 재물욕도 없는 녀석이야. 전대 교주님이 돌아와 이러라고 명하셨으면 모를까. 역심을 품을 놈이 아닌데…….’
마뇌의 눈이 커졌다.
‘……혹시?’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살아난단 말인가!
이지를 상실한 강시로 만드는 건 가능하나 곽상이 강시에게 복종할 리 만무했다.
허나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시신이 갑자기 없어져서 그렇게 마음에 걸리더라니.’
마령강시 제조법을 막 복원했을 때의 일이다.
전대 교주에게 대법을 펼치려고 하는데 만년빙(萬年氷)으로 만든 관에 들어 있던 그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귀곡자의 소행인 걸 밝혀내고 모진 고문을 가했으나 결국 알아내지 못했지.’
설마 그때 없어졌던 시신이 정말 살아 돌아온 걸까?
마뇌는 세차게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아무리 그분이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야. 그런 귀찮은 짓을 하실 리도 없고.’
설령 진혼이 그분이라 해도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했다.
‘둘 중 어느 쪽이어도 나를 반드시 죽일 거야.’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두려움이 분노로 치환되어 솟구쳤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내가 왜!
용납할 수 없었다.
진혼이 누구든 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야 했다.
그를 따르는 놈들도 모두.
‘계속 시간을 끌도록 내버려 둘 것 같으냐?’
연혁소를 노려보며 경고했다.
“독실한 교도가 된 걸 축하하오. 이제 들어가야 하니 비켜주시오.”
연혁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 일도 없다고 했잖소. 정말 신전에 별일이 없는지 확인하시려는 게 맞소?”
“물론이오.”
“그럼 마뇌께서만 들어오시오. 직접 안내해 드리겠소.”
“불가하오.”
“왜 그렇소?”
마뇌의 음성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안에서 일을 벌인 게 연 가주일 수도 있어서 그러오.”
연혁소의 눈이 살짝 투명해졌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소?”
“물론. 보고 나서 이상이 없으면 사과하겠소.”
“왠지 누군가 소란을 일으키고 내게 죄를 뒤집어씌울 것 같소.”
“기분 탓이겠지.”
“우리끼리 이러지 말고 저자에게 물어봅시다.”
신전에서 피칠갑을 하고 뛰쳐나와 살육이 벌어지고 있다고 외쳤던 신관을 말하는 것이었다.
마뇌도 동의했다.
“시랑대주(豺狼隊主), 그자를 취조해라.”
“존명.”
시랑대주가 기절한 척 쓰러져 있는 턱이 뾰족한 신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상세를 살피는 척 손목을 쥐고는 암경(暗勁)을 흘려 넣었다.
신관은 몸을 미세하게 떤 뒤 죽어버렸다.
시랑대주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보고했다.
“늦었습니다. 상세가 꽤 깊었나 봅니다.”
“저런.”
마뇌는 짧게 탄식하고 연혁소를 바라봤다.
“그렇다고 하는구려.”
연혁소가 냉소를 흘렸다.
“그걸 믿으란 말이오?”
“서로 못 믿으니 답은 하나군.”
두 사람의 시선이 팽팽히 부딪혔다.
구경꾼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일이 터지리란 걸 알아챈 것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신관 등현이 다급히 만류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습니다.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으셨길래 이러십니까? 정 못 믿으시겠으면 성녀님을 모시고 나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뇌는 낮게 코웃음 쳤다.
“자네도 의심스러워. 성녀를 협박해서 거짓을 말하게 할지도 모르는데 어찌 기다릴까. 좌우광명사자(左右光明使者)는 나서시게.”
광명좌사자 은호정과 광명우사자 우경환이 앞으로 나왔다.
“신전에 변고가 생겼네. 가로막는 자는 신분을 막론하고 적으로 간주하게나.”
“알겠소이다.”
“시랑대(豺狼隊)도 마찬가지다. 신전으로 들어가 불온한 무리를 제압해라.”
“존명!”
상대측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신전에서 두 무리의 사람들이 나와 연혁소와 곽상 뒤에 늘어섰다.
아극소연가 무인들과 나민 일행이었다.
마뇌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안이 아니라 밖에서 싸우시겠다? 노골적으로 시간을 끌려고 하는구나.’
좁은 실내에서 붙으면 힘과 힘의 대결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좌우광명사자는 천마신교에서 손꼽히는 고수.
신전 안에서 그들을 상대하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봐야 시간문제지만 탁 트인 밖에서 싸우는 게 나을 수밖에.
‘반원진(半圓陣)으로 상대하려 하는군. 위치를 보면 오로나가의 여식이 지휘자야.’
제법 똑똑하다고 들었거늘 과연.
신전을 등지고 싸우려 드는 모습이 제법이었다.
‘두 놈이 안 보이는데. 어디 간 것이지?’
흑조와 혈조가 없었다.
‘은신술이 뛰어나다더니. 놈들이 불을 질렀나 보군.’
그놈들도 그렇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진혼이 돌아올지도 모르니 그 전에 끝내야 했다.
“시작하라!”
마뇌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광명좌사자 은호정이 곽상에게 달려들었다.
간발의 차이로 늦게 출발한 광명우사자 우경환은 인상을 찡그렸다.
‘은호정 이 교활한 새끼! 내게 짐 덩이를 떠넘겨?’
연혁소가 칼을 거꾸로 쥐었다는 걸 확인했으나 어찌 됐든 간에 교주의 아들 아닌가?
놈을 죽이면 기분이 찜찜해질 수밖에.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
백태가 낀 눈을 희번덕거리며 잔뜩 굽은 등을 바로 세웠다.
우드득-
우경환의 키가 커졌다.
그만큼 상문봉(喪門棒)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허리를 숙이며 내려쳤다.
뼈마디가 뒤틀리는 소리가 다시 나며 상문봉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졌다.
타배신공(駝背神功)을 이용한 맹렬한 일격이었다.
연혁소는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상대보다 하수인 걸 인정하고 마환보(魔幻步)를 밟았다.
신형이 뒤로 밀려나는가 싶더니 옆으로 흐릿하게 움직이며 상문봉을 아슬아슬하게 흘렸다.
그리고 반격하려는 듯 검을 내지르다가 채 반도 뻗지 않고 회수하며 뒤로 물러났다.
우경환의 눈에 맺혀 있던 살기가 짙어졌다.
‘이놈! 싸우지 않고 요리조리 피할 셈이냐!’
은호정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우경환보다 훨씬 더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놈이 왜?’
유성추(流星鎚)를 몇 번이나 날렸거늘 임전무퇴 정신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곽상이 쳐낼 생각조차 안 하고 피하기만 하는 것 아닌가?
헛손질을 몇 번이나 하자 약이 바짝 올랐다.
“곽가야!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이냐? 도올대에서 쫓겨나 문지기 노릇을 하더니 명예마저 버렸구나!”
뻔한 격장지계였으나 곽상은 보법을 계속 밟으며 당당히 외쳤다.
“호교당원은 말하라! 본당의 임무가 무엇인가?”
구경꾼들이 허튼짓을 못 하게 감시하러 왔다가 그들처럼 구경꾼이 되어버린 호교당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총단을 전력으로 보호하되 적이 강할 시엔 최대한 시간을 끌며 구원군을 기다립니다!”
은호정이 유성추를 휘돌리며 비웃었다.
“구원군 같은 소리! 역도인 네놈을 도우러 올 무리는 없어!”
“제일 주의를 기울여 지켜야 하는 곳은?”
곽상의 말에 호교당원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본교의 근간인 신전입니다!”
“그렇다!”
곽상은 귀두도(鬼頭刀)의 도면으로 은호정이 쏘아낸 유성추를 간신히 쳐내고 외쳤다.
“본교의 근간을 겁박하는 건 누구이며 지키는 건 누구인가? 누가 역도고 누가 교도인가?”
유성추가 몇 번 더 날아왔으나 곽상은 상처를 입어가며 피한 뒤 말을 이었다.
“호교당이 사흉대보다 못할 게 무엇이냐! 명예를 지켜라!”
“……!”
쩌렁쩌렁한 음성이 호교당원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 가슴들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튀어나왔다.
“존명!”
“이쪽이에요!”
단영을 비롯한 고이륵단가 무인들과 관엽을 지휘하며 시랑대와 싸우던 나민이 손을 흔들었다.
호교당원들은 그 의미를 알아채고 나민 무리에 합세했다.
곽상이나 연혁소를 돕기엔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걸 알아서였다.
나민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간단한 명을 내렸다.
“반원진 안에 작은 반원진을! 앞열이 위험하면 막아주거나 교대하십시오! 목숨을 거시진 마세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시랑대원들 중 한 명이 크게 비웃었다.
“누가 또 온다고 헛소리를 지껄이느냐!”
구경꾼들도 궁금했다.
‘올 사람이 더 있나?’
‘그래봐야 죽을 텐데.’
반원진을 단단히 굳히며 저항하고 있긴 하나 시랑대의 전력이 압도적이었다.
곽상과 연혁소의 처지도 마찬가지.
조금만 더 지나면 좌우광명사자에게 죽을 판이었다.
‘역시 허장성세인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떠올린 그때.
콰앙!
신전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두 갈래로 갈라져 우경환과 은호정에게 쇄도했다.
총단 곳곳에 불을 지르고 숨어 있던 흑서와 자오가 정광이 일으킨 혼란을 틈타 비밀통로를 거쳐 돌아온 것이다!
우경환과 은호정이 분통을 터뜨렸다.
‘감히 암습을 해?’
‘비참하게 죽여주마!’
하지만 바로 생각을 바꿔야 했다.
‘엇?’
‘이건 뭐야!’
요절을 내려 했건만 둘 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아닌가?
우경환과 은호정은 고수 중의 고수답게 경각심을 느꼈다.
‘아래!’
‘위구나!’
우경의 그림자에서 흑서가 솟아나며 쌍철괴(雙鐵拐)를 내질렀다.
은호정의 머리 위 허공이 찢어지며 자오가 나타나 쌍단봉(雙短棒)을 내려쳤다.
두 개의 굉음과 신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까앙!
“큭.”
우경환의 상문봉에 담긴 힘은 대단했다.
흑서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쌍철괴를 힘주어 잡으며 뒤로 튕겨 나갔다.
은호정의 장력도 무시무시했다.
자오는 쌍단봉을 엇갈려 간신히 막은 뒤 재주를 넘어 충격을 흘렸다.
허나 투지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혈조! 죽지 마라!”
“흑조 어르신이야말로 조심하시길 빌겠습…….”
“시끄럽다! 떠들 힘으로 싸우기나 해!”
“네!”
흑서는 연혁소와 합세해 우경환을 상대했다.
자오는 곽상을 도와 은호정의 빈틈을 노렸다.
거기에 나민이 합세했다.
-좌로!
연혁소는 어린 것이 말이 짧다고 탓할 수 없었다.
반사적으로 진혼의 당부를 떠올리며 몸을 움직이니 우경환의 상문봉에서 암기가 튀어나와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능력은!’
감탄할 겨를도 없었다.
-숙여!
허리를 급히 숙였다.
부웅-
우경환의 왼발이 사각에서 나타나 뒤통수를 스치고 지나갔다.
실로 간발의 차!
모골이 송연해져서 반격하려고 하는데 혈조가 뒷덜미를 잡고 끌어당겼다.
부와앙-
그 덕에 상문봉에 머리통이 곤죽이 되는 걸 피할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구나!’
그건 그거고.
이대로 가다간 얼마 못 버틸 터.
온몸의 피가 싸늘히 식었다.
‘진혼! 언제 올 것이냐? 아니, 올 수는 있는 것이냐?’
* * *
“정말 못 봐주겠네. 다녀올게요.”
섬랑이 삼신기(三神器)를 챙기고 문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성녀가 잡았다.
“가봐야 짐이 될 뿐이다.”
“전부 짐인 처지인데 하나 더 추가되는 게 어때서요. 어차피 다 죽게 생겼구만.”
“굳이 빨리 죽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 너는 아직 어려.”
섬랑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어린 게 무슨 상관이라고. 내 사람들을 못 지킬 바엔 먼저 죽고 말지.”
“……!”
성녀의 눈이 커졌다.
‘내 사람들을 못 지킬 바엔 먼저 죽겠다고?’
어린아이의 치기가 아니었다.
말에도 표정에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아이가 성장해서 교를 이끌면 어떻게 될까?’
그런 교주 아래 있어 보지 못해 상상이 되진 않았으나,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성녀가 묘한 눈으로 내려다보자 섬랑이 반색했다.
“전에 했던 그 주술(呪術) 쓰시는 거예요?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이왕 하시는 거, 듬뿍 쓰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