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08화
잊지 않겠네
“멸혼생사투 본선 두 번째 날! 첫 번째 생사투를 시작하겠소! 이 번 출전자, 묵영권가 섬랑! 사 번 출전자, 아극소연가 연규서! 두 사람은 비무대 위에 올라 마주 서라!”
예기주(禮旗主) 양방의 외침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응원했다.
“섬랑! 오늘도 어제처럼 멋지게 이겨야 한다! 비기를 남김없이 꺼내서 몰아쳐!”
“상대가 칠대가문 도련님이라고 기죽지 마! 개똥밭에서도 인물이 난다는 걸 보여줘라!”
칠대가문의 세가 대단하다고는 하나 머릿수는 한미한 집안이 많을 수밖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밑바닥에서 구르다가 본선까지 올라온 섬랑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열광했다.
섬랑의 생사투 상대인 연규서는 강한 압박을 받았다.
‘인기가 대단하구나.’
마음이 위축되자 몸도 움츠러졌다.
‘이런. 내가 무슨 생각을. 저런 응원을 받으면 나보다 더 떨릴 게 뻔하잖아.’
연규서는 억지로 어깨를 펴고 섬랑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평온하게 명상에 잠겨 있다고? 정말 대담한 녀석이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며칠 전이었으면 그저 바람으로 끝났겠지만…….
‘꺾고 빼앗으면 돼.’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을 밖으로 드러내게 해준 녀석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했다.
오그라들었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펴졌다.
이 정도면 됐다 싶어 눈을 뜨자.
세상에서 두 번째로 부담스러운 사람이 코앞에 서 있었다.
“……아버님.”
갑자기 숨이 콱 막혔다.
아비가 드리우고 있는 그림자에 심신이 짓눌리는 것 같았다.
이 중압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극소연가주 연혁소는 늦둥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마음이 바뀌었으면 솔직히 말해.”
연규서는 저도 모르게 ‘아버님의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려다가 화들짝 놀랐다.
‘이런 한심한! 다시 돌아갈 뻔했잖아!’
태어나 열두 해 만에 간신히 첫걸음을 떼었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 있나.
할아버지의 냉대와 아버지의 덤덤한 태도, 맏형의 무시 때문에 억눌려 있다가 섬랑과 오경의 혈투를 보고 불이 붙은 욕망이 솟구쳤다.
셋째로 태어나 가문을 이어받을 수는 없으니 다른 길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아비를 올려다봤다.
“소자, 전력을 다해서 싸우고 싶습니다.”
소가주이자 연규서의 맏형인 연규종이 한마디 하려고 했으나 연혁소가 막았다.
연혁소는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셋째 아들을 내려다보다가 경고했다.
“오늘 상대는 어제 상대보다 강하다. 다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죽을 수도 있어.”
“각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싸우려 할 줄이야. 정말 많이 변했구나.”
“속에 눌러두고 있던 것을 꺼냈을 뿐입니다.”
“꺼냈을 뿐이라…….”
연혁소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 뽑은 검을 도로 넣는 건 아깝지. 네 뜻대로 휘둘러라.”
“……!”
“산을 오르기 전, 네 상대에 대해 말해준 것을 기억하느냐?”
“……아! 네.”
“독종에 승부사의 감각까지 있으나 너무 어려. 성격이 급한 편이니 그걸 이용해야 한다. 알아들었느냐?”
연규서는 아비를 멍하니 봤다.
한번 말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던 사람이 다시 얘기하며 주의를 주는 모습이 낯설었다.
‘아니, 말씀뿐만이 아니야. 아침에는…….’
가슴을 조심스레 쓰다듬는데 아비가 무겁게 말했다.
“못 알아들었으면 솔직히 말해라. 다시 설명해 주마.”
“아, 아닙니다. 확실히 숙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긴장이 덜 풀린 것 같구나. 되도록 천천히 걸으며 호흡을 다스려라.”
“알겠습니다, 아버님. 소자, 다녀오겠습니다.”
연혁소는 아들이 신형을 돌리자 등을 가볍게 쳤다.
“기다리마.”
“……!”
연규서는 석상처럼 굳었다가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네!”
처음 몇 걸음은 빨랐으나 곧 늦어졌다.
연규서는 아비의 조언대로 천천히 걸으며 호흡을 골랐다.
긴장감이 점차 사라지고 등에 남아 있던 온기는 더 따뜻해졌다.
동시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버님께서 나를 인정해 주셨어!’
어제도 어깨를 두드려 주셨지만 이런 온기는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럼 혹시 할아버님도?’
아니었다.
슬쩍 보니 천마신교주 연휘준은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실망감이 훅하고 밀려왔으나 바로 떨쳐버렸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지금은 생사투에 집중할 차례였다.
연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기분으로 비무대에 올라갔다.
그리고 반드시 이기고픈 상대와 마주 섰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작구나.’
그렇다고 방심하지는 않았다.
싸움은 체격으로 하는 게 아닐뿐더러 자신보다 고수라고 평가받는 아이 아닌가?
눈에 힘을 주고 신중하게 뜯어봤다.
그러자 상대가 반응했다.
“새꺄. 뭘 노려봐? 눈 안 깔아?”
“…….”
“어쭈. 이놈 봐라? 눈알부터 뽑아줘야겠네.”
“…….”
천마신교주의 손자요, 아극소연가주의 아들인 연규서가 이런 저렴한 말들을 들어봤을 리 있나.
지독한 모욕감을 느껴서 분노하는 게 당연했으나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다.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받아쳤다.
“혀가 무척 더럽구나. 그것부터 잘라주마.”
“입을 꾹 닫고 있을 건데 어떻게?”
“……뭐?”
“너도 눈을 꼭 감고 싸우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내가 못 뽑을 것 아냐.”
연규서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웃겨줘서 고맙다. 긴장이 완전히 풀렸어.”
섬랑이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쳇. 흔들고 시작하려 했는데 샌님은 아니었네. 예기주 어르신, 뭐 하세요? 빨리 시작하죠.”
예기주 양방은 작게 한숨을 쉰 뒤 소리 높여 외쳤다.
“상대가 더 이상 싸우지 못하거나 항복할 때까지다!”
섬랑은 쌍단봉을 쥐고 연규서는 검을 뽑았다.
“어떤 수를 써도 좋다! 시작해라!”
약자가 강자를 이기려면 선수(先手)를 잡아야 하는 법.
먼저 움직인 건 연규서였다.
보법을 어지럽게 밟아 섬랑의 주위를 맴돌았다.
빠르고 기기묘묘한 검법으로 사정없이 몰아쳤다.
이쯤 되면 당황할 법도 하건만.
섬랑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굳건히 서서 쌍단봉으로 검을 후려치거나 밀어내 균형을 무너뜨리려 했다.
틈이 날 때마다 반격했는데 위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스무 합 이상 겨루자 연규서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성품이 급한 녀석이 이렇게 신중하게 나올 줄이야. 적게 움직여서 체력을 보존하며 장기전으로 가려는 건가?’
되도록 다치지 않고 이기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글쎄. 네 성격에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잔인무도한 초식으로 급소를 노렸다.
질풍처럼 접근하다가 귀신같이 물러나고 측면을 점하는 척하다가 뒤로 돌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갈수록 손발이 어지러워진 섬랑은 제 자리에서 대응하는 걸 포기하고 간간이 신형을 움직여 피하기 시작했다.
허초(虛招)를 복잡하게 섞어 헛손질까지 하게 하니 섬랑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았다.
연규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근질근질하지? 어서 와라! 흥분해서 빈틈을 보여!’
그때, 섬랑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연규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됐어!’
화가 났으니 동작이 조금이라도 커질 터.
눈을 부릅뜨고 허점을 노리는데.
섬랑의 관자놀이에 솟았던 핏줄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참았다고?’
정말이었다.
섬랑은 무표정한 얼굴로 단단히 방어했다.
연규서는 몇 차례 더 도발해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자 허탈하게 웃었다.
‘급한 성품을 억누를 만큼 대단한 독종이구나.’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섬랑이 호흡을 가늘고 길게 하며 평정을 유지하는 걸 보자 승부욕이 치솟았다.
지금껏 수련해 온 모든 무공을 펼쳐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끊임없이 공격을 가해 실수를 유발했다.
체력과 내공은 계속 빠져나갔으나 정신과 감각은 더 또렷해졌다.
‘위험!’
위기를 감지하자마자 뒤로 주르륵 물러났다.
콧잔등이 시원해지는가 싶더니 금방 뜨거워지며 비릿한 혈향이 풍겼다.
“하압!”
검을 연달아 내질러 섬랑을 물러나게 하고 혀를 내밀었다.
코가 단봉 끝에 스쳐서 살짝 베이며 토해낸 핏물이 혀 위에 안착했다.
그걸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꿀꺽 삼킨 뒤 싱긋 웃었다.
승부사라더니 과연!
까딱했으면 머리가 박살 날 뻔하지 않았는가!
계속 공격을 가해 빈틈을 노리는 한편 반격을 대비했다.
싸우면 싸울수록 투지가 샘솟았다.
그만큼 몸은 지쳐가고 상처도 늘었다.
‘굵직한 것만 따져도 세 개야.’
단봉에 맞은 왼쪽 어깨와 옆구리가 퉁퉁 부었다.
비수에 찔린 오른쪽 허벅지는 혈도를 눌러 지혈은 했으나 움직일 때마다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다른 데야 그렇다 쳐도 허벅지가 문제구나. 갈수록 보법을 펼치기가 어려워.’
발이 묶이면 승산이 완전히 없어진다.
더 늦기 전에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머릿속에 연혁소의 근엄한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님의 명대로 도발해 봤는데 넘어오지 않습니다. 이제 제 뜻대로 하겠습니다.’
아비의 얼굴을 지우고 섬랑을 노려봤다.
부상은 없으나 힘든 건 마찬가지인지 얼굴이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온몸이 짜릿해졌다.
더 빠르고 더 기묘하게 검격을 날렸다.
웬만한 반격은 몸으로 받아내며 살초(殺招)를 퍼부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점점 처져 가는 육신을 정신력으로 붙잡아 일으켰다.
온 신경을 섬랑 단 한 사람에게만 쏟으며 모든 걸 풀어냈다.
이를 악물고 맞서던 섬랑이 벽안을 빛냈다.
정신력으론 한계가 있었는지 연규서가 진각을 밟다가 살짝 비틀거린 것이다.
대인의 당부가 떠올랐다.
‘빨리 승부를 내려고 서두르지 마. 기다리다가 기회가 오면 치명상을 먹여.’
지금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가 기회일까.
마침 적당한 초식이 있었다.
멸살법(滅殺法) 제이식(第二式).
대인이 지은 초식명은 너무 끔찍해서 떠올리지 않았다.
단봉으로 연규서의 검을 강하게 쳐내고 그대로 반원을 그려 치켜들었다가 내려쳤다.
동시에 반보 내디디며 다른 단봉을 내질렀다.
그 단봉 끝에 머리통이 부서지기 직전 가까스로 옆으로 피한 연규서가 걸렸다.
그것도 심장이.
콰직!
“아악!”
연규서는 입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섬랑은 내공을 과하게 쏟아낸 여파로 허리를 숙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물었다.
“헉. 헉. 예기주 어르신, 끝냈는데 뭐 하세요?”
예기주 양방이 딱딱한 어조로 대답했다.
“상대가 더 이상 싸우지 못하거나 항복할 때까지라고 말했을 텐데.”
“심장을 박살 냈는데 무슨…….”
섬랑은 고개를 들어 항변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대자로 뻗어 있던 연규서가 천천히 신형을 일으키고 있는 것 아닌가?
“……강시?”
설마 그럴 리가.
충격의 여파로 찢어진 연규서의 옷에서 형편없이 우그러진 호심경(護心鏡)이 떨어졌다.
섬랑은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리고 이죽거렸다.
“준비성이 꽤 좋네. 그런 쓸데없는 걸 다 챙기고. 움직이기 불편하지 않아?”
연규서가 기침을 몇 번 토하고 웃었다.
“콜록. 콜록. 하하하. 전혀. 아버님께서 정말 오랜만에 선물해주신 거거든.”
“망할.”
섬랑은 바로 사과했다.
“요즘 눈이 침침해져서 잘못 봤네. 아주 실용적인 거잖아. 나도 하나쯤 장만하고 싶다.”
연규서는 쓰러진 와중에도 움켜쥐고 있던 검을 똑바로 세웠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다음 생에는 꼭 그래라.”
섬랑은 쌍단봉을 양어깨에 척 기대며 나무랐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놈이 할 말이냐? 갈비뼈 서너 개는 박살 났지? 숨 쉴 때마다 부러진 뼈들이 속을 찌를 텐데 괜찮아?”
연규서는 섬랑을 노려보며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또 한 걸음.
다시 몇 걸음 더 걸어서 싸울만한 거리에 이르자 악물고 있던 입을 벌렸다.
“직접 확인해봐라.”
“호오. 기꺼이 해주마.”
두 소년이 격돌하기 직전.
서늘한 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아극소연가주로서 말하겠소. 본가를 대표해 출전한 연규서의 패배를 인정하오.”
“……!”
연규서는 경악한 얼굴로 아비를 바라봤다.
승패를 판정하는 예기주 양방은 연혁소의 얼굴을 확인하고 크게 소리쳤다.
“섬랑 승! 연규서 패! 멸혼생사투 본선 두 번째 날! 첫 번째 대결의 승자는 묵영권가를 대표해 출전한 섬랑이오!”
숨죽여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허나 생사투를 시작하기 전의 환호와는 달랐다.
섬랑은 물론이오, 연규서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참! 소심한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들었는데 헛소문이었군!”
“내 말이! 섬랑도 대단하지만 연규서도 훌륭해! 질풍이 따로 있나? 아주 멋졌어!”
“그뿐인가? 저렇게 다쳤는데도 투혼을 잃지 않고 싸우려 하다니! 아극소연가에 인물이 났구먼!”
연혁소는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아들을 바라봤다.
갈채를 받아 기뻐하는 게 아니라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짙은 상실감과 분노가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미안하다. 아비가 너를 잘못 보고 잘못 대해왔구나…….’
슬쩍 단상 위를 보니 천마신교주 연휘준도 흥미로운 얼굴로 자신의 셋째 손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혁소는 작게 한숨을 쉬고 식솔에게 아들을 데려오라 명했다.
그리고 진혼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고맙네. 어제 자네가 호심경을 준비하라고 해서 규서가 살았어.
진혼이 어깨를 으쓱했다.
-머리가 박살 날 수도 있었는데 아드님이 잘한 거죠.
-…….
-아드님이 껍데기를 깨고 나온 거 축하드려요.
-……잊지 않겠네.
사람들은 멋지게 싸운 두 소년의 이름을 연호하다가 아극소연가와 진혼도 칭찬했다.
아극소연가 소가주 연규종은 질투 어린 눈으로 진혼과 동생을 번갈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비 연혁소가 엄하게 물었다.
“어딜 가려는 게냐?”
“측간에 가려고 합니다.”
“사고를 치는 건 며칠 전 일로 족해.”
“아버님, 정말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연혁소는 큰아들을 노려보다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영 미심쩍었으나 어제 진혼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매정하셔라. 친부가 아니신 것 같네요.”
“친아버님일세.”
“저런. 너무하시네. 가주님께선 아드님들한테 따뜻하게 대하시죠?”
‘…….’
전혀 아니었다.
아비로부터 사랑을 받은 적이 없는데 아들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하겠는가.
‘아까 규서에게 정을 표현해봤으니 규종이에게도 그래야겠지.’
애써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다. 다녀오거라.”
“네, 아버님.”
연규종은 조심스럽게 물러나다가 신형을 돌려 대연무장 밖으로 나갔다.
그의 얼굴은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한편, 정광은 갑자기 자신에게 꽂힌 천마신교주 연휘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고 있었다.
연휘준의 입가에 희미한 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