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00화
밥값
마뇌가 굴리던 눈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생각 끝에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고로 당겨놓은 화살을 되놓을 순 없는 법이지.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시작한 일을 그깟 욕 좀 먹는다고 도중에 그만두어서야 되겠느냐?”
“…….”
정광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마뇌가 구경꾼들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힘으로 제압하겠다고 선언해서가 아니었다.
눈을 데구루루 굴린 뒤 ‘자고로’라는 단어를 넣고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저 쓸데없는 습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생에 적당히 좀 하라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가라고 그렇게 충고했거늘 아직도 저러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여든을 훌쩍 넘었는데도 그러네.’
미간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마뇌는 정광의 표정을 오해하고 빙그레 웃었다.
“넌 도주하지 못해. 포기하고 내 밑으로 들어와라.”
“싫은데요.”
“요절할 상은 아닌데 안타깝게 됐군.”
“장수할 상은 아닌데 오래 사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마침 가까이 있으니 그만 편해지시게 도와드릴까요?”
“허세는 적당히 부려야지. 너는 그렇게 어리석은 녀석이 아니야. 너도 반드시 죽게 될 텐데 왜 그러겠느냐?”
마뇌가 득의양양한 눈빛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수 따윈 상관없다. 나는 오래 살 것이다.”
“……!”
정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비록 찰나의 순간이지만 마뇌의 시선이 마령강시에게 향한 걸 봐서였다.
‘이놈, 혹시…….’
성지(聖地)에서 생각하다가 멈췄던 사안이 다시 떠올랐다.
‘무각공(無角公)의 뿔을 노렸다가 실패하자 마령강시 제조법을 복원하며 수명을 늘릴 만한 방법을 궁리한 건가?’
죽은 이에게 사기(死氣)를 극도로 응축시켜 넣어서 생을 불어넣는 사술을 만지작거리다가 뭔가 건졌을지도.
‘아니야. 그것만으론 안 돼. 무언가 더 있을 텐데, 뭐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데 마뇌가 미소 지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간단하게 가자.”
“무슨 의미죠?”
“나를 죽이든 인질로 삼든 간에 너는 곧 죽어. 될 수 있으면 살려서 써먹고 싶으니 길을 하나 열어주겠다는 말이다.”
마뇌는 정광을 똑바로 쏘아보며 또박또박 제안했다.
“네가 이 반점에서 벗어나면 억지로 거두려고 하지 않으마. 대신 그러지 못하면 얌전히 내 말을 따라야 해.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 반각 안에 마음을 정해라.”
반각씩이나 필요 있나.
정광은 바로 마음을 정했다.
언젠가는 마뇌를 죽일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새 교주 놈인 연휘준과 있을 때, 한꺼번에 죽여 버려야 몸을 빼낼 수 있었다.
“상냥하셔라. 생각보다 쉽게 포기하시네요.”
“흥. 오만방자하기는. 벌써 이긴 것처럼 거들먹거리는구나.”
마뇌는 코웃음 치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무인이라면 그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지. 그래야 클 수 있으니까.”
“역시 알아봐 주시네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너는 아직 너무 어려.”
“젊다고 실력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런 편견은 버리시죠.”
“그래봐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나이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전대 교주님밖에 없다. 내기를 받아들일 것이냐?”
“물론이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약조해라.”
“약조할게요. 어르신은요? 승복하실 거라 믿어도 돼요?”
마뇌가 자리에서 일어나 왜소한 몸을 꼿꼿하게 폈다.
“이 반점에서 새로 태어난 후, 약조를 깬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입 밖으로 꺼낸 말은 반드시 지켜서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지. 대답이 되었느냐?”
이는 전생의 정광에게 배운 것이었다.
정광도 그 사실을 잘 알았기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대신 한 가지를 더하려고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구경꾼들을 둘러보며 소리치려고 하는데.
마뇌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
“뭘요?”
“저들에게 내기 내용을 알리고 소란을 일으켜 쉽게 빠져나가려는 것 아니냐?”
“아! 그런 묘안이 있었구나. 역시 마뇌 어르신이네요.”
“능청을 떨기는.”
“왜 아직도 저러고 있는지 궁금해서 본 건데요.”
“안 그래도 치울 생각이었으니 신경 쓰지 말아라.”
마뇌는 내공이 없는 노인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우렁찬 목소리로 경고했다.
“여기까지! 이건 교의 중요한 행사다! 구경거리가 될 생각은 없으니 모두 돌아가라!”
“……!”
구경꾼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놈의 영감이 미쳤나. 뭐가 어쩌고 어째?’
‘지루한 걸 억지로 참고 기다렸는데 무슨 개소리야?’
‘안 가면 어쩔 건데? 응?’
마인들이 가라고 한다고 얌전히 갈 리 있나.
하지만 마음만 그랬을 뿐, 몸은 다르게 움직였다.
저 빌어먹을 영감은 그냥 영감이 아니라 천마신교의 이인자 마뇌 아닌가?
몸을 부르르 떨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 꼴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마뇌가 눈살을 찌푸리며 명을 내렸다.
“시랑대(豺狼隊).”
“네!”
“저놈들, 전부 치워.”
“존명!”
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마뇌의 수하들이 구경꾼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며 병기를 내려쳤다.
이곳저곳에서 핏물이 솟구치고 뇌수가 튀어 올랐다.
동시에 처절한 비명과 발작적인 고함이 장내를 울렸다.
“크아악!”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가, 가고 있잖소! 대체 왜…… 아악!”
마뇌의 수하들은 강했다.
구경꾼들은 저항할 엄두도 못 내고 뿔뿔이 흩어져 사라졌다.
마뇌는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다가 피식 웃었다.
“허허. 너무 총단에만 있어서 내 말을 우습게 여기는 건가? 앞으로 종종 내려와야겠어.”
“부드럽게 말로 타이르시지. 너무 잔인하시네요.”
마뇌가 신형을 돌려 정광을 응시했다.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제가 왜요?”
“그보다 아직 남아 있었구나.”
정광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마령강시들을 가리키며 투덜댔다.
“이렇게 포위하게 해놓고 놀리시는 거예요?”
“아까 말했듯이 만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을 뿐이다.”
“최후에 웃을 수 있는 진정한 승자가 되는 건 무척 피곤한 일이네요.”
“부정하진 않으마. 확실히 그런 편이긴 해.”
마뇌는 천천히 걸어가 구석진 곳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정광을 노려봤다.
“이제 그만 시작해라.”
“그럼 안녕히 계세요.”
“…….”
“너무 자주 내려오시지는 말고요. 사람들이 무서워할 거예요.”
정광은 목을 좌우로 움직여 우두둑 소리를 낸 뒤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마령강시 다섯 구만 있는 게 아니었다.
구경꾼들을 죽였던 시랑대라는 놈들도 어느새 돌아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적당히 좀 하지. 촘촘하게도 깔아놨네.’
그냥 늘어서 있는 게 아니라 상당히 괜찮은 진(陣)이었다.
‘처음 보는 거잖아. 마뇌 저놈이 만든 건가?’
은근히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녀석. 그냥 놀고먹지는 않았네.’
진법에는 큰 조예가 없던 녀석이 이 정도 진을 만들다니.
죽이기 전에 머리를 밀 때, 상으로 머리카락 한 올은 남겨주기로 했다.
‘일단 나가자.’
순간, 정광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좌측에 있는 마령강시 앞에 나타나 이녕임가에서 얻은 만마(萬魔)를 수직으로 그었다.
까앙!
검과 강시의 손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강시가 다른 손을 빠르게 뻗었다.
정광은 옆으로 한 걸음 움직여 피한 뒤 검을 휘두르다가 다른 강시가 옆구리를 움켜쥐려고 하자 뒤로 주르륵 물러났다.
그리고 신형을 솟구쳤다.
한 개의 다리와 두 개의 손이 정광이 있던 자리를 거칠게 휩쓸고 지나갔다.
정광은 허공에서 신형을 비틀어 떨어지는 방향을 바꿨다. 강시들의 포위망을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허나 소용없었다.
강시들이 일제히 움직여 바닥에 내려선 정광을 다시 둘러쌌다.
정광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정면에 있는 강시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강시는 피하지 않고 양손을 들어 검을 움켜잡으려 했다.
정광은 검을 도로 당기며 한 걸음 크게 내디뎠다.
진각을 강하게 밟고 허리를 회전시켰다.
회전력을 어깨로 끌어 올려 강시의 가슴을 때렸다.
쿠웅!
강시가 몇 걸음 물러났다.
정광은 바짝 따라붙으며 왼 주먹을 짧게 올려 쳤다.
쾅!
턱을 얻어맞은 강시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정광은 강시의 활짝 드러난 목을 검으로 베려다가 급히 보법을 밟았다.
다른 강시의 주먹이 정광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정광은 속으로 혀를 찼다.
‘망할. 다섯이나 되니까 손발이 너무 바쁘네.’
하나같이 방립을 쓰고 있어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번 강시들 역시 호경과 관태처럼 싸울 줄 아는 것들이었다.
‘저놈들도 엉망은 아니고.’
바깥쪽에서 오밀조밀하게 포위하고 있는 시랑대도 거슬렸다.
‘최소한 내 발걸음을 늦출 수준은 돼. 이거 영 피곤하네.’
한 놈씩 마무리를 지어야 편해지는데.
힘만 계속 빼다가 드러누울 판 아닌가?
‘쉽게 쉽게 가자.’
정광은 눈을 빛내며 움직였다.
* * *
마뇌는 전장을 주시하다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너무 빨라서 어지러울 정도군.’
무공을 모르는 그에겐 잔상만 언뜻언뜻 보이는 무시무시한 격전이었다.
그렇다고 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시랑대주(豺狼隊主).”
전장의 살기와 마기가 마뇌에게 닿지 않도록 막고 있던 시랑대주가 머리를 숙였다.
“네, 마뇌.”
“전황을 설명해.”
“존명!”
시랑대주가 입을 빠르게 움직였다.
“진혼이 마령강시들의 포위망을 뚫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놈이 부상을 입었나?”
“몇 군데 스치기만 했을 뿐 상처라 할 만한 건 없습니다.”
마뇌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수염을 쓰다듬었다.
“얼마 버티지 못할 줄 알았는데 대단하군.”
시랑대주도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무위입니다.”
“마령강시들의 피해는?”
“한두 군데씩은 맞았으나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진혼의 무위가 어느 정도지?”
시랑대주가 머리를 깊이 숙였다.
“속하의 무능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지금은 특이한 상황이라 더 지켜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뇌는 시랑대주를 탓하지 않았다.
마령강시들에게 상대를 죽이지 말고 도주하지 못하게 붙잡고만 있으라고 지시한 건 자신 아닌가?
마뇌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랑대주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마령강시는 단단한 육신과 끝없는 체력으로 지구전을 펼쳐서 상대를 절망에 빠뜨린다.
그런 것들이 다섯 구나 있는데 진혼이 오래 버틸 리 있나.
시간문제일 뿐, 힘만 빼다가 쓰러질 게 뻔했다.
마뇌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잘 정리돼서 다행이야.’
진혼처럼 오만한 자는 약조를 어기지 않는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인재를 손에 넣게 되었으니 마음이 기쁘기 그지없었다.
머리로 힘을 부려서 세상을 움직이는, 마뇌의 이상과 부합되는 결과인 것이다.
‘만에 하나, 놈이 도주하면…….’
그럴 가능성은 없으나 정말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거둘 수 없는 그릇이란 얘기니 아쉽지만 깨끗이 포기하고 교주에게 넘기는 게 나았다.
‘연휘준이 어떻게 반응할까?’
현 교주 연휘준은 그 누구보다 위에 서는 걸 원했기에 전대 교주를 넘어서려 했다.
아주 오래전 전대 교주에게 끌려가 포달랍궁(布達拉宮) 놈들과 싸울 때, 마뇌를 업고 뛰며 그 포부를 넌지시 드러냈다.
그리고 마뇌가 귀곡자에게 질투심을 느끼다가 능력을 인정하게 됐을 때,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지존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 그다음 자리라도 차지해야겠어.”
“내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귀곡자보다 네가 나으니까. 너도 빨리 선택해.”
“……!”
귀곡자보다 낫다니.
마뇌는 그동안 애써 억누르고 있던 열등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으나 덥석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나는 지금껏 능력을 보여왔으니 네 능력을 증명하라 했다.
연휘준은 기대했던 것보다 훌륭히 해냈다.
천하제이인(天下第二人)이라 할 수 있는 자를 죽인 것이다.
함정을 파고 암습을 해서 이뤄낸 위업이었지만 잠재된 능력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결국 마뇌는 연휘준과 손을 잡았다.
오랫동안 칼을 갈다가 전대 교주가 귀천하자 천마신교를 차지했다.
그리고 밀약을 만들어 천하를 움직이려 했는데…….
‘실패했지.’
중원무림은 만만치 않았다.
사분오열하긴커녕 진옥룡이라는 신성(新星)을 배출하고 똘똘 뭉쳐 대항했다.
현재 그놈들이 모여 있는 곤륜산을 공격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이렇게 뜻대로 되는 게 없는 판국에 전대 교주의 진전을 이은 자가 나타났고 그 능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출중하다면?
연휘준의 표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주 기뻐하겠지.’
전대 교주는 상대할 엄두도 못 냈었으나 그 후인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진혼이 이 자리를 벗어났을 때나 일어날 일.
마뇌는 시랑대주에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었다.
시랑대주가 조곤조곤 대답했다.
“아까와 별다른 차이는 없습…… 아! 진혼이 높이 뛰어올랐습니다. 왜 저런 악수를…… 음? 품속에서 종이들을 꺼내서 뿌리고 그것들을 밟으면서 더 위로…….”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었다.
마뇌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
닭 쫓던 개가 먼 산 바라보듯, 마령강시들과 시랑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진혼은 그들이 어찌하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간 뒤, 다시 종이를 꺼내 앞으로 던졌다.
그리고 그것들을 밟고 뛰어가 노상 반점 밖에 착지했다.
“아야야. 발 아파 죽겠네. 마뇌 어르신. 제가 이겼네요.”
“…….”
“밥값은 제가 냈으니 맛있게 드시다가 가세요. 아. 고이륵단가에 가져가시면 현물로 바꿔줄 거예요.”
허공에서 나풀거리던 종이들이 떨어졌다.
마뇌는 그것들 중 하나를 잡고 뚫어져라 봤다.
고이륵단가의 직인이 찍힌 소액전표였다.
“…….”
마뇌는 고개를 들어 진혼을 노려봤다.
“신법도 대단하지만 발상은 더 뛰어나구나.”
“뭐 이런 걸 가지고. 작별 인사는 아까 드렸으니 그냥 갈게요.”
진혼은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뇌는 진혼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널 보호하고 키워주겠다는데 왜 거절하는 것이냐? 수락하기만 하면 누구보다 큰 권력과 재물을 가질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라.”
진혼이 우뚝 멈춰서더니 뒤를 돌아봤다.
“재물은 어느 정도 있으니 됐고. 권력 따위 가져서 뭐 해요. 귀찮기만 하지.”
“……뭐?”
마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평생을 바쳐 얻어왔고 앞으로도 갖기를 갈망하는 것을 귀찮은 것으로 치부하다니!
네가 아직 어려서 세상을 모르는 거라고 외치려 하는데.
진혼이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딴 것에 속박되기 싫어요. 그럼 이만.”
“…….”
진혼은 사라졌지만 그가 뱉은 말은 남았다.
마뇌는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과연, 진천마의 진전을 이은 인물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