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452화 (451/569)

2부 181화

헛소문

과거 모서형이 식구(食口)란 한집에서 살며 밥을 함께 먹는 관계라는 것을 설파한 이래로 이녕임가 사람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게 됐다.

물론 예외인 경우도 있었는데 사업에 대해 논의할 객이 방문하면 따로 조용한 자리를 마련해서 융숭한 대접을 했다.

보통 이런 자리는 화기애애하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온기는 흐르기 마련이건만.

오늘은 아니었다.

냉랭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시비들이 음식을 날라 탁자 위에 놓고 물러났다.

시비들을 지휘했던 모서형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사람들에게 권했다.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드시오.”

모두 감사를 표하고 젓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정광은 아니었다.

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뿐더러 고기 요리만 가득한 걸 확인한 후에야 양 소매를 걷어 올리고 젓가락을 잡았다.

“잘 먹겠습니다.”

꽤 괜찮은 요리들이었다.

한 젓가락씩 집어 먹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모서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맛이 어떠냐?”

“좋은데요.”

너무 짧은 대답에 모서형이 인상을 찡그렸다.

“미식가 행세를 하더니 감상이 고작 그것이냐?”

정광은 계속 젓가락을 움직이며 대꾸했다.

“미사여구를 붙여서 장황하게 늘어놓을 시간에 더 먹으려고요.”

요리가 맛있어서 먹느라 바쁘다는 얘기.

모서형은 정광을 물끄러미 보다가 중얼거렸다.

“은근히 사람 비위를 맞출 줄 아는군.”

“그런 거 못 하는데. 다 먹기 전에 철모(鐵母)도 드시죠.”

정광은 씩 웃어 보이고 식사에 전념했다.

다른 이들도 묵묵히 먹었기에 방안은 깊은 산속에 박혀 있는 절간처럼 조용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광이 볼록 나온 배를 문지르며 침묵을 깼다.

“오길 잘했네. 잘 먹었습니다.”

이녕임가 가주 임종호가 기다렸다는 듯 운을 떼었다.

“고이륵단가의 전장 사업에서 빈객인 자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들었네.”

“투자를 좀 했고 이런저런 자문을 하시면 적당한 방안을 제시해 드리고 있죠.”

“기대되는군.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임종호는 단영에게 시선을 옮겼다.

“소가주, 시작하세.”

“네, 가주.”

단영은 가장 큰 쟁점 사안을 담담히 꺼냈다.

“전장 사업의 핵심은 전표의 신용성인데 가주께서는 그것을 문제 삼으셨습니다.”

“자네 가문은 믿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네.”

“폐가 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오로나가에서 전장 사업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 한 발 담그기로 한 문서를 보여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 봐야 두 가문이지.”

단영의 눈이 빛났다.

“임가가 합류하면 세 가문이 됩니다. 칠대가문의 과반수에 근접하게 되지요.”

“바로 그게 문제일세.”

임종호는 탁자 위에 두 손을 올리고 깍지 꼈다.

“하나씩 다시 짚어보세나. 전표의 신용성은 그 가치가 제대로 보장되고 많은 곳에서 통용되어야 인정받을 수 있지?”

“그렇습니다.”

임종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전자야 받은 현물을 잘 지키고 발행한 전표를 확실히 책임지면 되니 수많은 피를 흘려서라도 어떻게든 해낸다 치세. 후자는 어쩔 셈인가?”

“차차 넓게 늘려 나가면 됩니다.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과욕을 부리는 게 아닐세. 첫술이 막술이 될 수도 있어.”

임종호의 이마에 밭고랑 같은 굵은 주름이 패었다.

“교주의 가문인 아극소연가(阿克蘇燕家)는 탐탁지 않아 할 게야. 인정하나?”

전장 사업이 성공하면 또 다른 권력이 될 터.

욕심 많은 교주가 그걸 반길 리 있나.

단영은 순순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공산이 큽니다.”

“그것으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지. 교주를 지지하는 극랍염가(克拉閻家)와 토로번손가(吐魯番孫家)도 반대할 걸세.”

“그렇겠지요.”

“그럼 객십설가(喀什薛家)가 남는데. 그들이 전장 사업을 반길 거라고 확신하는가?”

단영은 솔직히 답했다.

“자신은 없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일세.”

임종호는 깍지 낀 손을 풀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전표라는 것은 무척 편리한 것이지. 본가도 쓰고 싶네. 허나 그러기 위해선 널리 통용되어야 하거늘, 칠대가문 중 반도 안 되는 가문만 사용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단영은 반박하지 못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임철환과 모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광은 아니었다.

“의미는 충분히 있는데요.”

임종호의 얼굴에 있는 화상 자국이 꿈틀했다.

“지금부터 내 기대를 충족시켜 주려는 겐가?”

“기대를 받았으면 부응해야죠.”

“재밌군. 한번 말해보게.”

정광은 찻물로 목을 축이고 지적했다.

“위만 보시지 말고 아래도 살피세요.”

“무슨 의미인가?”

“신강은 칠대가문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죠.”

정광은 손가락에 찻물을 적셔서 탁자 상판에 세모를 그렸다.

“보기 우스꽝스럽지만 이게 신강이라 치죠.”

그리고 그 위에 가로로 직선을 그어서 세모를 둘로 나눈 뒤 윗부분을 가리켰다.

“이게 칠대가문이고요. 물론 총단도 여기에 들어가겠죠.”

임종호가 알겠다는 듯 세모 밑부분을 응시했다.

“아래에서 떠받치고 있는 대다수의 일반 교도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군.”

“네.”

정광은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번갈아 가리키며 설명했다.

“부(富)의 상당량을 칠대가문과 총단이 품고 있지만 일반 교도들이 가진 것도 전부 합치면 만만치 않아요. 일반 교도들이 전표를 사용하면 칠대가문 중 세 가문만 뭉쳐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전표가 더 널리 퍼지고 사용량이 늘면 반대하던 가문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

“제 말이 틀렸나요?”

임종호는 꾹 다물고 있던 입술을 떼었다.

“말이야 쉽지. 칠대가문이 모두 전표를 쓰면 일반 교도들도 믿고 따르겠지만 자네 희망처럼 그들이 먼저 사용할 리는 없어.”

“불안해서 못 쓸 거란 말씀이네요. 사실 그렇긴 해요.”

“잘 알면서 왜 그런 소리를 했나?”

“조금 길게 보고 공을 들여서 믿음을 심어주면 되니까요.”

“무슨 수로?”

정광은 품속에 손을 넣었다가 꺼냈다.

그 손엔 작은 목패(木牌)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뭘까요?”

“멸혼생사투 참가자임을 증명하는 목패일세.”

“어떻게 아셨죠?”

“재질과 적힌 글로. 뻔한 걸 자꾸 묻는군.”

“예를 들며 설명해 드리려고요.”

정광은 전표 한 장을 꺼내 목패 옆에 나란히 놓았다.

“이 목패는 재질과 적힌 내용으로 멸혼생사투 참가자임을 증명하죠. 전표도 비슷해요. 일련번호, 금액, 발행처 등을 적고 직인을 찍어서 진품임을 보장하죠.”

“계속 말해보게.”

“그런데 이런 목패를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도박꾼이죠.”

정광은 목패를 들어 누군가와 주고받는 시늉을 했다.

“도박꾼이 돈을 걸면 전주는 금액과 배당률이 적힌 목패를 줘요. 도박꾼은 아무런 불만 없이 그걸 가지고 있다가 그 판에서 이기면 전주에게 건네주고 돈을 받죠.”

“그러고 보니 그렇군. 허나 그건 전주와 돈이 눈앞에 있으니 안심하고 그러는 것 아닌가?”

“그게 어디에요. 거기서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되죠.”

정광은 태상가주 임철환을 슬쩍 보고 말을 이었다.

“어제 철화각(鐵花閣)에서 살짝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요. 그 사건 때문에 전주들은 겁에 질렸고요.”

광명좌사자 은호정이 행패를 부렸던 걸 말하는 것이었다.

임종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지.”

“그분 어디 계세요? 설마 또?”

“철화각은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네. 아마 다른 주루를 기웃거리고 있겠지. 그리 좋은 대접은 못 받을 걸세.”

“손해를 끼쳤으니 대가를 치르게 하신 건가요?”

“자네가 그에 대해 평한 걸 아버님께서 말씀해 주셨네. 적절하다 싶어 살짝 흘렸을 뿐이야.”

정광은 그때 했던 말을 떠올리고 피식 웃었다.

“좋은 수네요. 그래도 그분의 성정을 생각해 보면 힘없이 돌아오시진 않을 것 같은데요.”

“풀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니 그럴지도.”

“흠. 어쨌든 전주들을 안심시키고 제 숙소 주변에 묵으라고 했는데 그들은 계속 두려워할 거예요. 우리에겐 좋은 기회죠.”

“기회라니?”

“도박장을 하나 만들고 그들이 운영하게 해주세요. 적당한 보상을 받고 보호해주는 거죠. 그리고 도박을 할 때 전표만 사용하게 하는 거예요.”

“전주들이야 그렇다 치세.”

임종호가 의문을 표했다.

“전표를 다른 곳에선 사용할 수 없는데 도박꾼들이 받아들이겠는가?”

“이녕에 사업장 많으시죠? 객잔이나 반점, 주루 같은 곳요.”

“꽤 있지.”

“임가 사업장에서만큼은 전표가 통용되게 하고 도박꾼들에게 알려주세요. 한동안은 거부감을 느낄 테니 전표를 사용하면 가격을 깎아주는 혜택을 주는 것도 좋겠죠. 그러면 도박꾼들이 더 많이 이용하게 될 테고 임가도 손해는 안 볼 거예요.”

임종호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정광은 그를 주시하며 덧붙였다.

“이녕은 총단에서 가깝고 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교통의 요지죠. 밤이 낮보다 아름답기로 유명하고요. 철화각, 꽤 괜찮던데 도박장으로 바꾸시죠.”

“철화각을?”

“네. 기녀들은 손님을 시중들게 하고요. 기녀가 아니라 시비로서요. 퀴퀴하고 음침한 여느 도박장과는 다르게 아름답고 우아한 시비들이 요리와 차를 나르며 접객한다? 도박꾼들은 저도 모르게 체면을 지키려고 할 거예요.”

“그만큼 소란이 일어날 일도 적어지겠군.”

“물론이죠. 소문이 퍼지면 신강 전역에서 큰손들이 몰려올걸요. 도박에 관심 없던 높은 분들도 재미 삼아 들를 거고요. 전표는 그만큼 많이, 널리 쓰이게 되겠죠.”

“으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세간의 인식이 안 좋은 도박꾼들이 전표를 믿고 사용하면 보통 사람들도 구미가 당길 거예요. 한동안은 갖가지 사고가 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되겠죠. 너무 낙관적으로 말씀드린 감이 없지는 않지만 해볼 만한 일이라 자신해요.”

“…….”

임종호는 팔짱을 풀고 아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버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임철환은 무뚝뚝하게 답했다.

“자네가 가주일세. 가주가 명하면 식솔은 따를 뿐이야.”

“가주로서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언을 해주십시오.”

임철환은 정광을 노려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가주면 이놈을 빨리 보내고 단가 소가주와 세부 사항을 논의할 걸세.”

“저와 비슷하시군요. 어머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모서형은 손을 살짝 저었다.

“가주. 이 어미는 주방만 책임질 뿐이오.”

임종호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서 여쭙는 겁니다. 밥은 제대로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농이 느셨구려.”

아니었다.

임종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임철환도 굳은 얼굴로 모서형을 주시했다.

모서형은 이맛살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가주와 태상가주가 한마음인데 내가 뭐라 하겠소?”

“마음이 동하셨다는 말씀이군요. 다행입니다.”

임종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광에게 포권했다.

“자네, 소문 이상이군. 기대에 부응하는 걸 넘어 훌쩍 뛰어넘어줘서 고맙네.”

정광도 일어나 포권하고 입을 열었다.

“가기 전에 하나 여쭤봐도 돼요?”

“얼마든지.”

“멸혼생사투 본선에 적자를 출전시키실 건가요?”

“본가 일만 해도 바빠. 그런 건 관심 없네.”

“역시 소문이 맞네요. 딱 하나만 부탁드릴게요.”

임종호의 눈에 이채가 맺혔다.

“들어보고 판단하지. 말해보게.”

“섬랑이라는 아이 아시죠?”

“자네가 데리고 다니는 묵영권가의 적자 말인가? 꽤 영특하더군.”

정광은 별것 아니라는 듯 요구했다.

“그 녀석이 소교주가 되면 밀어주세요.”

임종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섬랑이 멸혼생사투에서 우승할 거라고 믿나?”

“물론이죠. 제가 생사투에서 누가 이길지 전부 맞히는 거 보셨죠? 제 안목은 정확해요.”

“얼마나 밀어달라는 말인가?”

“교주가 될 때까지는 죽지 않을 정도로요. 고이륵단가도 도울 거예요. 오로나가도 모르는 척하지는 않을 거고요.”

정광은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 섬랑이 교주가 되면 임가의 편의를 봐 드릴 거예요.”

“……자네, 그 아이를 조종해서 본교를 쥐락펴락할 심산인가?”

“그런 귀찮은 짓을 왜 해요. 멸혼생사투 본선이 끝나면 바로 신강을 떠날 건데.”

“…….”

“지금껏 한 입으로 두말한 적은 없는데. 흐음. 가주님 말씀대로 제가 그런다고 쳐보죠. 어차피 소교주니 교주니 하는 자리엔 관심이 없으시니까 상관없잖아요.”

임종호는 정광을 뚫어져라 보다가 탁자를 가볍게 쳤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네.”

그때, 임철환이 반대했다.

“가주, 다시 생각해 보시게.”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교의 후계 문제는 중립을 지키는 게 좋네. 쓸데없이 많은 피를 흘릴 수도 있어.”

임종호는 아비의 말을 되뇌다가 정광에게 물었다.

“자네의 부탁을 거절하면 어떻게 되나?”

정광이 단영을 바라보자 단영이 대신 대답했다.

“전장 사업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총단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당대는 어쩔 수 없으나 차기 교주는 우리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섬랑은 훌륭한 인재고 의리 있는 아이입니다. 믿고 힘을 보태주십시오.”

임종호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다가 아비의 기색을 살폈다.

아비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임종호는 정광에게 다시 한번 포권했다.

“논의를 해보겠네. 내일 보세나.”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정광은 답례를 하고 전각 밖으로 나갔다.

차가운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시자 폐부가 시원해졌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아들놈은 솔깃해하니까 됐고. 아비가 반대하는 것 정도야.

그래 봤자지.

이녕임가를 움직이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마침 오고 있네.’

식사를 마친 모서형도 뒤따라 나왔는데 발걸음을 빨리해 정광에게 다가왔다.

“잠깐. 미처 말하지 못한 게 있다.”

정광은 계속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뭔데요?”

“어제 철화각에서 일하는 아이를 구해줬지? 고맙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세요. 가는 게 있으면…….”

“흥. 오는 게 있어야겠지. 뭘 원하느냐?”

“아까 제가 가주께 부탁드린 거요. 태상가주님이 반대하실 것 같은데 설득해 주세요.”

“그건 어려우니 다른 걸 요구해라. 나는 주방 관리만…….”

“할 수 있어.”

“……!”

정광의 말투가 바뀌었다.

동시에 눈동자도 변했다.

무저갱보다 깊고 어두워진 눈에서 그보다 짙은 마혼이 지옥의 겁화(劫火)처럼 일렁였다.

“지난 세월이 너무 평화롭고 아늑했던 건가? 왜 어울리지도 않는 겸양을 떠는 거지?”

“대체 무슨…….”

정광이 말을 잘랐다.

모서형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내 말이 틀렸나, 철혈화(鐵血花)?”

* * *

광명좌사자 은호정은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

철화각이 문을 닫은 거야 그렇다 치자.

다른 주루에 갔더니 기녀들이 바들바들 떨며 떨어지려고 애쓰는 것 아닌가?

술에 취하기 전이라 부드럽게 대하며 달랬으나 소용없었다.

이쯤 되면 원래 성품이 나올 수밖에.

“이것들이 진짜! 대체 왜 그러느냐? 어서 토설해라!”

한 기녀가 눈물을 흘리며 더듬거렸다.

“과, 광명좌사자께서…… 트, 특이한 취향이 있으시다고 들어서…….”

“특이한 취향이라니?”

기녀는 두려운 눈으로 마령강시(魔靈僵屍)들을 힐끔거렸다.

“가, 강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을 통하는 걸 즐기신다고…….”

은호정은 분기탱천했다.

“갈! 어떤 놈이 그런 개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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