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403화 (402/569)

2부 132화

투지가 아닌 투혼

땅거미가 내리는 어둑어둑한 저녁을 지나 깊은 밤을 거쳐 찾아온 차가운 새벽.

고풍스러운 멋을 뽐내며 서 있는 향리객잔(香梨客棧) 이 층 벽이 굉음을 내며 터져 나갔다.

콰쾅!

“끄악!”

단말마의 비명이 칠흑 같은 어둠을 찢어발겼다. 비산하는 나무 파편들 사이로 숨이 끊어진 고깃덩어리들이 튕겨 나와 땅바닥에 처박혔다.

먼지가 어느 정도 걷히자 객잔에 뚫린 구멍에서 두 사람이 가볍게 뛰어내려 소리 없이 착지했다.

흑서는 원래도 흉악하고 역용해도 흉악한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뜨리며 투덜댔다.

“재물에 눈이 멀어 어설프게 숨어들어 와 독을 마구잡이로 뿌리려고 해? 이런 썩을 놈들을 봤나.”

자오가 한숨을 쉬었다.

“어르신. 과합니다, 과해요. 왜 이리 요란하게 처리하셨습니까?”

“단주가 부탁했던 말 잊었어? 혹시라도 도둑이 들면 본때를 보여 다른 놈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경고하라 했잖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웃기는 소리. 딱 적정선을 지켜서 끝냈는데 무슨.”

흑서는 콧방귀를 뀌며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널려 있는 시체들 중 한 구(具)에 다가가 머리통을 철괴(鐵拐)로 부쉈다.

움푹 함몰된 가슴이 기이하게 꿈틀거리며 복구되고 있던 중년인이 그제야 완전히 죽었다.

“빌어먹을. 귀찮게 하는 것도 어지간해야지.”

흑서는 철괴에 덕지덕지 묻은 피와 뇌수를 중년인의 옷에 문질러 닦으며 중얼거렸다.

“황금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향리객잔에서 일을 벌이려고 하다니. 실력은 별것 아닌 것들이 간도 크네. 가만. 이거 혹시 또 오는 거 아냐? 아예 포를 떠서 현판 밑에 걸어두면 좀 나으려나?”

도둑이 또 들면 오늘처럼 늙은 뼈마디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이런 일은 외팔이에게 시키면 딱인데, 그 백정 놈은 섬랑의 수혈을 짚어 푹 재우고 보호하는 손쉬운 임무를 맡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건 아니지. 밤마다 이 고생을 할 순 없어.”

산불 속으로 뛰어들 부나방들에게 확실히 경고해야 했다.

“까마귀, 내가 지도할 테니 이놈부터 정성 들여 포를 떠라. 우선 정수리를 열십자로 가르고…… 부숴 버렸구나. 그럼 목부터…… 음?”

자오는 우두커니 서서 새벽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외로워 보이는지, 흑서의 마음속에서 동정심이 솟을 정도였다.

‘그래. 매일매일 혼란스럽겠지. 그래서 더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자오는 믿기 힘든 일들을 연달아 마주하면서도 끝끝내 아무런 의문도 표하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아 그러는 게 아니었다.

눈동자가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리는 게 빤히 보였다.

‘때가 되면 교주가 알려주겠지만 그 전에 망가지는 거 아냐?’

그간 미운 정이 들어 그런 걸까?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 주고 싶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거라. 해줄 수 있는 말은 해주마.”

“…….”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자오가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흑서를 바라봤다.

자오의 두 눈은 별빛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우선 가벼운 것부터 여쭙겠습니다. 향리객잔은 어떤 곳입니까?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해 봐도 마인들이 함부로 굴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민현유의 부친이라는 주인은 누구인지요? 총단의 높은 분과 줄이 닿아 있다고 들었는데 대체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인지 궁금해 미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이륵단가 소가주 말입니다. 그는 왜…….”

흑서의 눈이 암울하게 가라앉았다.

정말 미칠 것 같은 건 그였다.

* * *

정광은 푹 자고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벽에 뚫린 큰 구멍으로 눈보라가 미친 듯이 들이치고 있었다.

‘이거야 원.’

정광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흑서가 과하게 손을 써서 그런 것도, 추워서도 아니었다.

벽이 터지는 소리는 무시하면서 잤고, 한서불침(寒暑不侵)에 가까운 경지에 오른 그에게 이 정도 눈보라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비무대 바닥이 미끄러워지겠네. 섬랑에게 불리하겠어.’

아니지. 어차피 불리했는데 뭐.

눈이 수북이 쌓인 바깥 풍경을 잠시 감상하다가 일 층으로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요.”

먼저 모여 있던 일행이 분분히 인사했다.

정광은 의자에 앉아 자오를 쳐다봤다.

“밤새 수고하셨어요. 생각보다 안색이 좋으시네요.”

좋은 정도가 아니라 자오의 얼굴엔 생기가 가득했다.

목소리도 그랬다.

“하하. 그렇게 보이십니까? 실제로 몸도 마음도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잘됐네요.”

정광은 고개를 끄덕이며 흑서에게 시선을 옮겼다.

-너는 왜 눈그늘이 짙게 내려앉았어? 쓰레기 몇 치우는 게 그렇게 힘들었냐?

흑서는 너무 억울해서 반박하려다가 억지로 삭였다.

모두 자신이 입을 잘못 놀려서 벌어진 참사 아닌가?

-죄송합니다, 교주.

-그래, 반성해.

정광이 아침 식사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민현유가 다가와 따뜻하게 덥힌 물수건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대인, 푹 주무셨습니까?”

“응. 너는?”

민현유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는 정광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대인 덕분에 잘 잤습니다. 일 층을 손봐주신 것으로도 모자라 이 층도 통풍이 잘되게 해주셨더군요.”

정광이 위로했다.

“그래서 어제 미리 달아놨잖아.”

“대인의 선견지명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단가 소가주에게 사람 보냈어?”

“지금쯤 장원에 도착했을 겁니다. 제가 대필한 서신을 전하고 답신을 받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필값은 알아서 챙겨.”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가 ‘대필’을 말할 때 힘을 줘서 그런 거잖아. 그냥 어제 소가주를 만나서 얘기할걸.”

“다른 아이들의 대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 귀찮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어차피 이런 공적인 일은 절차를 따져 진행하는 게 맞으니 잘된 일입니다.”

“오늘 아침 식사 절차는?”

“공복인 상태시니 부드러운 것에서 식감이 살아 있는 것으로, 날이 추운 만큼 뜨거운 요리로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좋아. 그렇게 가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말 잠시만 기다리면 됐다.

정광 일행은 탁자에 연이어 놓이는 요리들을 차례대로 즐기다가 젓가락을 놨다.

그리고 따뜻한 찻물로 입가심을 하는데…….

한 사내가 객잔 문을 열고 들어와 민현유에게 서신을 내밀었다.

“수고했네.”

“아닙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내가 민첩한 걸음걸이로 사라지고 민현유는 정광에게 서신을 건넸다.

“여깄습니다, 대인.”

“단가 문턱이 별로 안 높은가 봐. 생각보다 빨리 왔네.”

“융통성을 발휘했을 뿐입니다.”

“현유와 친해지길 잘했다니까. 앞으로도 잘해보자고.”

민현유가 작게 한숨 쉬며 다시 말했다.

“여깄습니다, 대인.”

서신에 적힌 내용은 간단했다.

“멸혼생사투에서 섬랑의 순서를 맨 뒤로 돌릴 테니 신시(申時)에서 유시(酉時)로 넘어갈 때쯤 와서 생사투를 끝낸 뒤 논의해 보자?”

정광이 서신을 읽자 민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 사업의 첫 고객이 될지도 모르니 상당한 편의를 제공하는군요.”

“그때면 저녁 먹을 시간이잖아.”

“자고로 거래란 밥을 먹으며 해야 부드럽게 풀리지 않습니까.”

“먹다 얹히겠네.”

정광은 피식 웃으며 서신을 품속에 넣었다.

이유 없는 호의는 없는 법.

사업 하나만을 이유로 이럴 리 있나. 달리 바라는 것이 있는 게 분명했다.

“현유.”

“네, 대인.”

“소가주가 뭘 원하는 거 같아?”

“떠오르는 게 하나 있습니다만 성사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내 생각도 그래. 수고했어. 이 층 구멍부터 막아줘.”

“그럴 참이었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현유가 일을 보러 가자 섬랑이 코를 쥐며 인상을 찡그렸다.

“더러워라. 대인이 말씀하셨던 대로 무작위 추첨으로 대진을 정하는 게 아니라 야바위였네요.”

“이제야 믿냐?”

섬랑이 목을 움츠렸다.

“늦더라도 믿는 게 중요하죠. 단가도 참, 다른 출전자와 가문에게 뭐라고 설명하려고 이러는 거죠?”

“설명할 필요가 뭐 있어. 네가 어제 제일 강한 녀석을 꺾었으니 그 정도는 다 이해할 거야.”

강자존(强者尊).

강자에게 작은 혜택을 주는 걸 가지고 누가 왈가왈부할까.

물론 그에 따른 사소한 불이익을 받게 되겠지만 섬랑이 겪을 일이니 상관없었다.

“흑조와 혈조는 눈 좀 붙이세요. 섬랑 너는 따라오고.”

“왜요?”

“오늘 이길 준비를 해야지.”

“역시 대인이시네요. 비책을 준비하실 줄 알았어요.”

섬랑은 잔뜩 신이 나 정광과 함께 후원으로 향했다.

나가자마자 매서운 눈보라가 온몸을 할퀴고 때렸다.

‘으으. 추워. 갑자기 웬 눈이야?’

오들오들 떠는 섬랑과 달리 정광은 담담한 얼굴로 소맷자락을 가볍게 떨쳤다.

후우웅-

세찬 바람이 일어나 바닥에 쌓여 있던 눈을 깨끗이 날렸다.

“묵영보(黙影步) 펼쳐봐.”

“네!”

섬랑은 눈옷을 벗고 거죽을 드러낸 땅 위에 서서 심호흡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눈을 빛내며 왼발을 비스듬히 내디뎠다. 오른발을 그 뒤에 붙이고 상반신을 소리 없이 틀어 다시 왼발을 움직…….

콰당!

“으윽!”

땅바닥에 나자빠진 섬랑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재빨리 일어섰다.

“대, 대인! 제 탓이 아니에요! 눈은 없지만 바닥이 얼어있어서 살짝 미끄러진…….”

“역시 안 되네.”

“……네?”

“하긴. 하체 힘이 형편없는데 될 리가 없지.”

“아, 아닌데!”

“그대로 가만히 서 있어.”

“으으…….”

시간이 흘렀다.

눈이 계속 내려 섬랑은 물론이오, 깨끗해졌던 바닥도 다시 하얗게 되돌렸다.

‘미친. 뭐가 이렇게 추워?’

칼바람까지 불어 체온이 급격하게 내려간 섬랑은 파리해진 입술을 질끈 깨물며 억지로 버텼다.

이미 창피한 꼴을 보였는데 약한 소리까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처마 밑 벽에 기대 눈을 피하며 오랜만에 현오의 유작을 감상하고 있던 정광이 입을 열었다.

“다시 묵영보.”

섬랑은 얼어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움직였다.

“네!”

내가 이따위 추위에 질 것 같냐!

장차 천하를 굽어볼 이 몸이?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마!

조심스레 왼발을 내디뎠다.

작은 발이 그새 제법 쌓인 폭신한 눈더미에 쏙 들어갔다.

뽀드득-

섬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얼어붙은 바닥보단 눈밭이 백배 낫네!’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자신감이 솟았다.

그만큼 보법도 제대로 펼쳐졌다.

섬랑은 시리도록 허연 입김을 내뿜으며 하얗게 물든 땅에 발자국을 심었다.

눈이 조금 거치적거렸지만 상관없었다.

전신에서 배어 나온 땀이 차갑게 식으며 더 추워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보법의 무리대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몽롱한 쾌감이 솟아 전신을 질주했다.

‘진짜 끝내주네! 술에 취했을 때보다 훨씬 나아!’

그 기분에 마음과 몸을 맡긴 채 묵영보를 펼쳤다.

후원 전체에 발자국을 찍으며 실실 웃었다.

‘더! 조금만 더하면 뭔가 보일 것 같…….’

그리고 갑자기 힘이 풀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기 직전, 어느새 다가온 정광이 섬랑의 뒷덜미를 잡고 일으켰다.

섬랑은 탈진해서 기절해 있었다.

정광이 혀를 찼다.

“쯧. 운수대통해서 한 걸음 나아가나 싶더니.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라니까.”

섬랑의 한쪽 발목을 잡고 빙빙 돌려 눈을 털어냈다.

들쳐 메고 객잔 방으로 돌아와 침상에 눕혔다.

추궁과혈을 하고 내력을 밀어 넣으니 섬랑이 눈을 떴다.

“……대인. 제가 기절했었나요?”

“응.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실실 웃더라.”

“……쪽팔리네 진짜.”

“뭐 어때. 좋으면 좋은 거지.”

섬랑은 아까 느꼈던 기분을 떠올리다가 씩 웃었다.

“그러게요. 정말 좋았어요. 저, 더 열심히 수련할게요.”

“일단 오늘 살아남기부터 하고. 일어나서 앉아.”

“네!”

섬랑은 발딱 일어나 앉았다.

정광도 침상 위에 걸터앉은 채 오늘의 전술을 설명했다.

“생사투를 시작하기 전에 비무대에 쌓인 눈을 치울 거야. 그래 봐야 바닥이 얼어붙은 건 어쩔 수 없을 거고.”

“하아. 미끄럽겠네요.”

“그러니까 기다려.”

“네?”

“비무대에 오르면 눈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라고. 아까 해봤듯이 얼은 바닥보단 눈밭이 낫잖아.”

“으음. 확실히 그렇긴 하죠. 제가 어제 최강자인 단성오를 꺾었으니 상대가 누구든 간에 함부로 덤비진 않을 거예요. 기세로 위압하며 시간을 벌게요.”

정광이 황당한 얼굴로 섬랑을 바라봤다.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이겨놓고는 무슨. 사람들 눈이 전부 옹이구멍이냐? 네 진짜 실력을 모르게?”

“…….”

“독을 뿌리든 비수를 던지든 하면서 시간을 끌어. 보법만큼은 제법 쓸 만해졌지만 내력을 못 쓰니 단 한 순간을 노려서 움직이고.”

“……네. 그렇게 할게요.”

“별것 아닌 걸 가지고 풀 죽기는.”

정광의 이어지는 말에 섬랑이 푹 숙이고 있던 얼굴을 번쩍 들었다.

“네 연배에 너만 한 승부사는 찾기 힘들어. 버티기만 잘하면 반드시 이긴다.”

“……!”

‘이길 거다’도 아니고 ‘이긴다’!

섬랑의 눈이 뜨겁게 빛났다.

“네! 대인!”

“좋아. 점심 먹으러 가자.”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정광보다 한발 앞서 계단을 기운차게 내려가던 섬랑이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저 근데…….”

“뭐?”

“눈이 그치면 어떡하죠?”

“아.”

“……아?”

정광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천지신명께 더 내리게 해달라고 빌어 볼까?”

* * *

다행히 눈은 계속 내렸다.

섬랑은 멸혼생사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가자마자 대결 상대를 확인하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필이면 단성오 다음으로 강하다고 평가받는 놈이라니. 뭐가 이래?’

혜택을 받은 만큼 주어진 작은 불이익이었다.

이래야 구경꾼들에게서 아무런 뒷말도 안 나올 것 아닌가?

멸혼생사투를 진행하는 단가 중년인이 싸우고 있던 아이들의 승패를 외친 뒤 비무대를 정리할 것을 명했다.

추첨은 필요 없었다.

“정리가 끝나면 마지막까지 남은 두 출전자의 생사투를 바로 시작하겠소!”

정광은 자신을 주시하는 단가 소가주 단영에게 씩 웃어 보이고 전주(錢主)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정광이 늦게 와서 온종일 공치고 있던 전주가 돌아가신 조상님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반겼다.

“오셨습니까, 대인! 다들 대인과 승부를 내려고 하는지라 파리만 날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런. 섬랑에게 전부요.”

자오는 아예 마차를 끌고 와 탁자 옆에 세웠다.

전주의 수하들이 마차에 실려 있던 금은보화를 꺼내 탁자 위에 정신없이 쌓았다.

장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정광을 노려보며 살기를 피어 올리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오, 아무 상관없는 이들조차 전주에게 미친 듯이 달려왔다.

“난 반대쪽으로!”

“나도!”

“전 재산을 털어 왔다! 반드시 이긴다!”

정광은 고개를 돌려 섬랑에게 외쳤다.

“이번에 이기면 일할이 아니라 이할 줄게!”

섬랑은 투지가 아니라 투혼을 활활 불태웠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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