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385화 (384/569)

2부 114화

길잡이

불회당은 날카로운 살기를 쏟아내며 돌격했다.

독존과 검후도 천마신교와 싸우기 전에 합을 맞춰보기 위해 함께 달렸다.

정광은 낙타 위에 편히 앉아 느긋하게 구경했고.

흑서와 자오도 마찬가지.

이 저주받은 땅에 남지 않고 정광과 떠날 예정이었기에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오가 신중한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탑극랍마간을 휩쓰는 악명 높은 마적단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흑서가 코웃음 쳤다.

“슬쩍 간을 보다가 바로 꽁무니가 빠지게 줄행랑을 치고 있는데 무슨.”

“어르신, 그게 대단하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빙빙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

자오는 재빨리 심호흡한 뒤 입을 놀렸다.

“이런 오지에서 거주민과 상인을 상대로 오랫동안 행패를 부렸던 자들이라면 항상 기고만장하기 마련인데, 상대의 전력을 살피는 걸 게을리하지 않고 강하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도주하지 않습니까? 약한 이에겐 철저히 강하고, 강한 자로부터는 재빨리 달아나는 악인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지요. 헌데 그뿐입니까?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하건만, 불회당이 죽일 기세로 계속 추격하니 백기를 든 자가 뒤로 쳐져 협상을 시도하지 않습니까? 저런. 황 당주가 낙타를 타고 달려가 바로 목을 날려 버리는군요. 뭐 예견된 일이었지요. 하지만 보십시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 와중에도 계속 도망치고 있습니다. 화살로 반격까지 시도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요녕성 마적단들도 상당했으나 진짜 마적다운 마적을 꼽으라면 이들이 한 수 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흑서의 눈이 암울하게 가라앉았다.

이걸 진짜 죽일 수도 없고.

한동안 조용하더니 마수를 드러내는구나!

내가 미쳤지. 모르는 척 흘려들었어야 했거늘, 왜 쓸데없이 물어서 이 고생을 한단 말인가?

흑서는 참아보려고 갖은 수를 다 써봤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교주.

-응?

-이 까마귀 놈. 시끄럽지 않으십니까? 감히 교주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속하가 지울까요?

정광이 한심하다는 듯 흑서를 흘겨봤다.

-아직도 안 익숙해졌어?

-네?

-쯧쯧. 앞으로 어쩌려고 그러냐.

-하, 한동안은 어떻게든 견뎌볼 수 있습…….

-그 후엔 어떡하려고?

흑서의 눈이 동그래졌다.

-……교, 교주. 그 후라니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정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찬찬히 설명했다.

-어린 시절 학대를 일삼았던 암왕과 달리 너는 너무 잘해주니까 사부처럼 모시고 따르잖아. 꽤 오랫동안 따라다니며 배우려고 할 것 같은데 어떻게든 익숙해져야지.

흑서는 육성으로 쌍욕을 날리려다가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해 간신히 참았다.

본인이 때리면 안 된다고 협박해 놓고선 뭐가 어째?

손발을 다 묶어놔서 억지로 받아줄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너무 잘해줘서 그런 거라고 책임을 떠넘기다니!

‘내 이놈의 교주를 그냥!’

흑서의 가문은 과거 마도칠대가문 중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던 북천호가(北天扈家)!

엄청난 위세를 뽐내다가 전생의 정광에게 박살 났던 가문이기에 즉시 꼬리를 말았다.

-금과옥조 같은 가르침, 명심하겠습니다. 교주의 하해와 같은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응. 그러는 게 좋겠지. 너를 위해서.

흑서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슬슬 지루해지는데.

흑서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슬슬 지루해진다니.

오래전 똑같은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됐더라?

‘안 돼!’

이 와중에도 계속 떠들고 있는 자오는 문제가 아니었다.

흑서는 불회당을 노려보며 속으로 질타했다.

‘이놈들아! 빨리 다 죽여 버려! 인세에 지옥이 펼쳐지기 전에!’

흑서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불회당은 애를 먹고 있었다.

황웅은 고삐를 연신 내려치며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요런 쥐새끼 같은 놈들을 봤나! 요리조리 잘도 도망치는구나!’

오이라트의 기마술과 궁술에는 못 미쳤지만, 사막이라는 환경을 이용하는 능력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모래 구릉을 넘어가길래 열심히 뒤따라갔더니, 잠시 안 보였던 틈을 타 철질려를 뿌려놓고 다른 쪽으로 튀어?

‘또 방향을 바꾸잖아!’

갑자기 혈사풍이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황웅으로선 쫓을 수밖에.

‘빌어먹을 맞바람 같으니.’

세찬 바람에 실려 온 모래알들이 두 눈에 따갑게 박혔다.

동시에 화살비가 쏟아졌다.

황웅은 바람에 떠밀려 더 세차게 날아오는 화살들을 구환도로 쳐내며 악을 썼다.

“너 이 새끼들! 반드시 다 죽여 버린다!”

그때, 옆에서 달리던 군사 서도한이 그를 진정시켰다.

“당주! 마냥 흥분할 일이 아닙니다!”

“무슨 헛소리냐?”

“은공께서 천마신교와 제대로 싸우기 위한 전초전으로 삼으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말입니다!”

“그게 뭐!”

“저들에게 배운 뒤, 마교를 만났을 때 저들처럼 싸워야 합니다!”

“……아!”

황웅은 성품이 거칠어서 흥분을 잘할 뿐, 바보는 아니었다.

더구나 감숙성에서 의용단을 지휘하며 연륜이 붙은 상황.

서도한의 조언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망할. 같이 듣고도 몰랐네. 이렇게 쉽게 풀어서 말해줘야 확실히 이해할 거 아냐.’

모래에 막힌 불회당원들의 귓구멍이 바로 뚫릴 만큼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고함을 질렀다.

“야 이 새끼들아! 격이목에서 조금 굴러봤다고 자신감이 가득하냐? 진체는 이해하지 못하고 겉핥기만 했으면서 무슨! 여긴 탑극랍마간이야! 쟤들을 보고 배워야지! 투덜대지 마! 나한테도 하는 말이다!”

인상을 일그러뜨렸던 불회당원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황웅의 눈썹이 솟구쳤다.

“어쭈! 웃어? 이 새끼들, 죽기만 해봐! 내가 몸소 묻었다가 당장 꺼내 부관참시 해주마!”

부당주 쌍도비호가 대꾸했다.

“당주야말로 죽지 마시오!”

또 다른 부당주 지재원도 거들었다.

“어디 한번 배우면서 사냥해 봅시다! 당주의 활약을 기대하겠소!”

불회당은 많이 강해져 있었기에 큰 피해는 보지 않은 상황.

황웅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만 따라와, 새끼들아! 군사는 아까처럼 잘 보좌하고!”

불회당원들이 동시에 화답했다.

“하아!”

목소리만 하나가 된 게 아니었다.

움직임도 그랬다.

한 몸처럼 달리며 혈사풍의 숫자를 차근차근 줄여 나갔다.

그럴수록 혈사풍은 다양한 수법을 보여줬다.

불회당은 그 모든 것들을 뇌리에 단단히 새기며 활을 쏘고 칼을 휘둘렀다.

부글부글 끓는 표정으로 함께 달리던 독존은 그제야 인상을 펴며 이죽거렸다.

“몇 놈 두들겨 패서 정신 좀 차리게 하려고 했는데 점점 그럴듯해지네.”

검후도 동의했다.

“이 정도면 정광이 부탁했던 대로 가까이 접근하는 마인들만 상대하면 되겠군요.”

독존이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흥. 마교 놈들을 상대로 치고 빠지라니. 오랜만에 실컷 싸우나 싶었는데 흥이 안 솟잖아.”

“당 시주. 마교를 가볍게 보지 마세요. 그런 취급을 받을 자들이 아니란 걸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독존은 콧방귀를 뀌며 반박하려다가 꾹 참았다.

검후에게 또 한 소리 들을까 봐 그런 게 아니었다.

마교는 정말 쉽지 않은 상대.

머릿속에서 오래전 만났던 마인 몇 명이 떠올랐다.

독존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소싯적처럼 애먹을 줄 아느냐? 나는 독존이다.’

얼마 안 가 싸움이 끝났다.

불회당은 피곤함을 씻을 새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사상자를 나눠 묻을 이는 묻고 치료할 자는 치료했다.

생포한 혈사풍 마적들의 마혈을 짚고 무릎 꿇리는데, 멀리서 구경하던 정광이 흑서와 자오를 데리고 왔다.

“고생하셨어요.”

황웅이 대표로 예를 취했다.

“아닙니다, 은공.”

“겸손을 표할 만큼 가벼운 성취가 아니죠.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많이 나아지셨잖아요.”

“……감사합니다.”

황웅을 비롯한 불회당원들이 가슴을 폈다.

정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 낫네요. 이제 심문을 시작할까요?”

“네, 은공.”

“이런. 잠깐만요.”

“……네?”

정광의 신형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멀리 떨어진 시체 더미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미미하게 솟아오르고 있는 모랫바닥을 허리춤에 차고 있던 새카만 마적(魔笛)으로 내려쳤다.

까앙!

크롸악!

몰래 땅 위로 올라와 시신들을 꿀꺽하려던 무각사룡이 비명을 지르며 땅속으로 도주했다.

쿠콰콰콰-

어찌나 빠르게 달아나는지.

녀석이 도망친 방향의 지면이 들썩거리며 긴 선을 그렸다.

허나 멀리 가지는 못했다.

-미쳤냐? 남은 내단도 마저 꺼내줄까?

우뚝.

-헛짓거리 말고 이리와. 배는 채우게 해줄게.

슬- 슬-

무각사룡은 죽어라 뚫으면서 기어갔던 굴을 되짚어 돌아와 모랫바닥 위로 머리를 빼꼼히 내밀었다.

정광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뀨, 뀨웅?

-그거 하지 말라고 했지. 한 번만 더 그러면 모래만 먹인다.

무서운 경고에 무각사룡은 입을 꾹 다물었다.

-너도 모래는 싫은가 보네.

그걸 말이라고.

-기분이다. 낙타만 먹어. 죽은 애들만.

…….

무각사룡은 속으로 장탄식했다.

사람도 못 먹게 해, 사람 시체도 못 먹게 해.

낙타를 먹게 하려면 하다못해 살아 있는 놈을 삼키게 해줘야지, 식감이 얼마나 다른데!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분노를 가라앉혔다.

이 괴물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 아닌가?

억지로 입을 벌려 죽은 낙타 두 마리를 삼켰다.

정광은 무각사룡의 머리를 마적으로 통통 두드리며 다독였다.

-옳지. 잘 먹네. 식성은 바꾸기 마련이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마.

더 우울해졌다.

사는 즐거움 중 반 이상이 먹는 즐거움이거늘, 이따위 망발을 할 줄이야.

하지만 정광의 이어지는 말에 무각사룡은 두 눈을 크게 떠야 했다.

-식단을 바꿨으니 당분간 기분이 안 좋을 거야. 그건 싸우는 거로 풀자. 구경만 하니까 근질근질하지?

그걸 말이라고!

내 집인 탑극랍마간에서 하찮은 인간들끼리 아웅다웅하는 게 얼마나 눈꼴 시린데!

정광의 전음이 낮아졌다.

-너는 탑극랍마간의 사신이야. 우리의 날카로운 비수지. 조금만 참아. 너도 싸울 수 있게 해줄게.

크롸롸롸롸뢋!

무각사룡이 격렬하게 머리를 끄덕이며 포효할 때, 정광은 어느새 황웅 무리 곁에 가 있었다.

“뭐 하세요? 심문을 시작하시지 않고.”

“……아, 알겠습니다.”

생포한 이들 중엔 혈사풍의 우두머리, 대주도 있었다.

그는 악랄한 마적단의 두령답게 대가 셌다.

산전수전 다 겪은 황웅과 불회당원들의 거친 손속에도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며 버텼다.

꾹 참고 지켜보던 독존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나섰다.

“애들 장난은 집어치워! 문초가 뭔지 똑똑히 보여주마!”

과연 독존!

독은 위대했다.

피륙의 상처에는 어떻게든 견디던 혈사풍 대주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뭐, 뭐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발 그만해 주십시오!”

하품하고 있던 정광이 독존을 칭찬했다.

“역시 어르신이시네요.”

“……표정과 말이 따로 노는구나.”

“설마요. 지금부턴 제가 할게요. 혈사풍 대주님, 별호가 어떻게 되시죠?”

“저, 적사(赤沙)라고 합니다.”

“짧아서 좋네요. 천마신교의 주구 노릇을 하고 계시죠? 그분들, 요즘 뭐 하세요?”

적사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후환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의 고통을 더는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들이 뭘 하고 있는지 저 같은 조무래기가 감히 알 수는 없으나 근래에 한 가지 지시를 받았습니다.”

“뭐죠?”

“곧 청해성으로 사람과 물자를 나누어 이동시킬 건데 탑극랍마간을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편한 길을 확보해 놓으라고 했습니다.”

“아. 길잡이 역할을 맡게 되셔서 주변을 확인하느라 임시 주둔지에 계셨구나.”

“그렇습니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거죠?”

적사는 숨김없이 토설했다.

정광은 그 내용을 머릿속에 담으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확실한 형태를 띠자 적사를 향해 두 손을 모았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벼, 별말씀을…….”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아, 앞으로라니요?”

정광은 적사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이제 저희 길잡이를 하셔야죠.”

“어억!”

독존은 정광의 부탁을 받아들여 적사에게 만성 독약을 먹였다.

“에잉. 이깟 놈에게 이런 귀한 걸 쓰다니.”

“한 식구가 됐는데 아까워하시면 안 되죠. 여기까진 됐고. 잠깐 회의 좀 할까요?”

정광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일단 계획은 이런데. 사막이라는 특성과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임기응변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첫 싸움은 저도 함께할 테니 한번 붙어보고 나머지는 차차 논하죠.”

처음부터 끝까지 신중하게 듣고 있던 검후가 손을 들었다.

“정광아. 나도 불회당에게 한마디 해도 될까?”

“물론이죠. 저와 수응 어르신, 자오는 먼저 천막으로 가도 되죠?”

“다 함께 들었으면 하는데.”

“무슨 말씀을 하실지 대충 짐작이 가서요. 저는 곤륜 제자잖아요. 많이 들어왔으니 이 두 분께는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그랬지. 그렇게 하려무나.”

세 사람이 떠나자 검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아미타불…… 정광의 말을 가슴에 새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네. 지금 이 자리에서 마교도들과 한 번이라도 싸워본 건 당 시주뿐 아닌가?”

정광은 천하마도의 정점 진천마였고 흑서는 마도칠대가문의 일원이었으나 검후가 알 리 있나.

그녀는 독존에게 정중히 청했다.

“시주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시지요. 예전에 제게 들려주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니, 내가 왜…….”

“다른 옛 얘기를 해볼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크흠. 시체 치우느라 고생하느니 말 몇 마디 하는 게 나으려나.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독존은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뀔 만큼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왼쪽 옆구리가 그때처럼 생생하게 쑤셔왔다.

자연히 입에서 나오는 말도 곱지 않게 됐다.

“네놈들 출신은 빤히 안다. 밑바닥에서 구르고 굴렀던 놈들이지. 지금껏 해온 싸움들은 모두 잊어라. 이제부터 할 것은 어디 좀 베였다고, 부러졌다고 나자빠져서 울먹이는 그런 장난질이 아니야.”

“……!”

난데없는 모욕에 불회당원들이 주먹을 움켜쥐었으나…….

독존의 충고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적의 심장을 잡아 뽑아 터뜨려도, 목을 잘라 머리통을 짓이겨도 방심하지 말아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과장이 아니야. 내가 옆구리에 구멍이 뚫려가며 깨달은 것이니라.”

불회당원들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마인이라 해도 사람일진대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지.

농으로 치부할 수도 없었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독존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경고하지 않았는가.

검후의 안색도 어두웠다.

‘얼마나 험난한 싸움이 될지 모르겠구나.’

그녀는 속으로 길게 탄식한 뒤, 마교라는 대적과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 이들을 진심으로 축원했다.

“아미타불. 부처께서 그대들과 함께하실 걸세.”

소용없었다.

부처의 따뜻한 광휘가 아닌, 탑극랍마간 바람보다 더 차갑고 매서운 불안감이 모두의 마음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 * *

다음 날 아침.

혈사풍 주둔지에서 체력을 보충한 정광 일행은 길을 떠났다.

그리고 이틀을 더 나아가 황량한 사막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강한 마기의 집합체.

천마신교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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