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382화 (381/569)

2부 111화

하늘이 안배한 쓰임

“크흠. 진옥룡은 누구의 인정도 받을 만하지. 그렇다면 그 궁기는?”

“고금제일인, 진천마외다.”

“……!”

위진홍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만악의 근원인 진천마를 고금제일인으로 높이다니!

정광은 다른 이유로 놀랐다.

위진홍이 천하에서 유이(唯二)하게 인정하는 자들이 모두 자신이어서가 아니었다.

‘전설 속의 사흉(四凶) 중 궁기(窮奇)가 내 상징이라고? 저 흉측한 게? 언제부터?’

이름부터 괴팍하기 짝이 없다.

성품은 또 어떤가?

선한 이는 싫어해 잡아먹고, 악한 이는 좋아해 상을 주는, 한마디로 비뚤어진 놈이었다.

‘사흉에서 최강이라 하지만 그러면 뭐 해.’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한 명이며 성군으로 유명한 순제(舜帝)가 서북쪽 변방으로 몰아내 이매망량(魑魅魍魎)의 침입을 막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쫓겨난 거잖아. 감히 그깟 덜떨어진 악수(惡獸)와 나를 비교해?’

천마신교 최정예 무력대 넷이 사흉의 이름을 쓰던 것도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를 상징한다고?

정광이 분노하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먼저 고성을 질렀다.

“진천마 그 악적이 고금제일인이라니!”

“아니, 그런 천하의 대마두를 인정하고 놈을 수놓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사파무림 출신이라 해도 마교의 종자를 높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네 속내가 의심스럽구나!”

정광은 어이가 없었다.

다른 것들이야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 시각차가 있다 치자.

하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그렇지.

내가 고금제일인인 게 왜 말이 안 되는데?

위진홍도 그렇게 생각했다.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하나씩 풀어주겠소. 먼저 진천마가 고금제일인인지, 아닌지부터. 왜 아니라고 생각하시오?”

화산파 장로가 날카롭게 따졌다.

“너는 왜 맞다고 확신하느냐?”

“무림맹에는 현협각(顯俠閣)이 있지 않소?”

“그렇다.”

“진천마의 수하들과 싸우다가 쓰러진 이들의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고 알고 있소만. 그의 수하들이 중원에서 떨쳤던 무위를 떠올려 보시오.”

“…….”

화산파 장로는 물론이오, 삼청전에 모인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교는 정말 강하고 잔인했다.

그들이 중원을 휩쓸 때마다 중원무림은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야 하지 않았던가?

저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마인들을 중얼거렸다.

“혈면마도(血面魔刀) 한상여…….”

정광은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만 갈궈도 얼굴이 빨개져서 울던 소심한 녀석이 혈면이라니.

“철혼붕권(鐵魂崩拳) 모경후…….”

철월이 차라리 낫지. 제 이름 석 자 쓸 줄 아는 게 평생의 자랑거리였던 바보가 철혼은 무슨.

“환락마녀(歡樂魔女) 소희빈…….”

얘는 왜 자꾸 오해하는 거야? 성격이 까칠할 뿐, 나름 정숙한 아이였는데.

허나 이 사실을 모르는 화산파 장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가 억지로 태연한 척했다.

“마인들이 강했던 건 인정한다. 허나 결국 모두 막아냈지.”

공동파 장로가 거들었다.

“진천마는 중원무림의 피를 말리는 전략을 썼다. 한꺼번에 밀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틈만 나면 침공했어.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더냐? 우리가 이겼다.”

위진홍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두 잘못 알고 있소.”

“……무어라?”

“아니, 알지만 애써 부정하고 있는 것이겠지. 정말 칠 마음이 있으면 총공세를 펼치지, 산발적으로 밀고 들어와 전력만 낭비하는 바보가 천하에 어디 있소?”

“그, 그건…….”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소이다. 수많은 소문을 듣고 오래된 문헌을 읽어봤단 말이오. 혈면마도 같은 마인들과 그 수하들을 처음 목격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증언했소. 첫 싸움이 벌어지기 전부터 멀쩡해 보이는 이들이 없었다고!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소?”

“……!”

화산파 장로가 급히 대꾸하려 했으나 팔짱을 끼고 앉아있던 남궁학이 더 빨랐다.

그의 차가운 음성에 삼청전이 얼어붙었다.

“진천마가 보낸 게 아니라 그에게 쫓겨난 뒤 중원으로 흘러들어 왔을 공산이 크지. 그것도 일부의 놈들만.”

“……!”

배분이 높은 이들은 애써 숨기고 있던 비화가 나오자 얼굴을 붉히거나 눈을 지그시 감았다.

배분이 낮은 자들은 처음 듣는 얘기에 놀라 당황했고.

위진홍은 그런 두 부류의 사람들을 빠짐없이 훑어보며 설득했다.

“사기를 위해 현실을 외면했던 것은 이해하오.”

“…….”

“허나 마교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앞둔 지금, 예전처럼 그래선 곤란하지 않소?”

“…….”

모두 복잡한 표정을 지었으나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세상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듯이, 사기가 내려가더라도 얻는 게 있어서였다.

남궁학이 모두를 대표해 말했다.

“다들 받아들인 것 같으니 계속해라.”

위진홍도 남궁학은 조금 부담스러운지 슬쩍 포권하고 입을 열었다.

“다시 진천마 얘기로 넘어가겠소. 마교는 극히 폐쇄적이어서 소문을 듣기 힘든 곳이오. 그래도 모두 아는 유명한 얘기가 있소이다. 진천마의 아비는 극히 무능했다 하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의 지위와 비교해 봤을 때 그랬다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자연히 수하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소. 마인이 괜히 마인일까. 반란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소.”

위진홍의 눈이 빛났다.

“헌데 어렸던 진천마가 어떻게 계속 살아남아 마도칠대가문을 하나씩 복속시키고, 그 와중에 포달랍궁(布達拉宮)을 비롯한 새외무림(塞外武林)까지 전부 물리쳤을까? 대체 어떤 자이기에 그냥 천마도 아닌 진천마(眞天魔)라 불리며 천하 마인들 위에 군림했겠소? 무림사에 이런 일들을 해낸 자가 있소이까? 전혀 없소. 그래서 그를 고금제일인이라 단언한 것이오.”

독존과 창존이 콧방귀를 뀌며 부정하려다가 검후의 눈치를 보고 몸을 사렸다.

검후는 두 사람의 행태에 내심 웃은 뒤 위진홍에게 물었다.

“그가 고금제일인까지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몇백 년으로 좁히면 최강의 무인이라는 건 분명해. 하지만 너는 무공을 못 익히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그를 높이는 거지?”

위진홍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가 고금제일고수이자 고금제일천재라 그렇소. 두뇌가 무공만큼 뛰어나지 않았으면 진천마라 경배받긴커녕 독심악혼(毒心惡魂)이라 불렸던 어린 시절에 이미 제거됐을 것이오.”

“네 말을 들어보니 그렇긴 하구나. 일리가 있어.”

“더구나 그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천하를 탐하지 않는 대인이었소. 쥐꼬리만 한 권력만 있어도 휘두르고 싶어 하는 범인과는 격이 다른 인물이란 말이오. 정사마(正邪魔)를 떠나 그런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누굴 인정하겠소?”

화산파 장로가 격앙해서 언성을 높였다.

“보자 보자 하니까 선을 아득하게 넘는군! 그 대마두를 대인이라고 칭할 줄이야!”

위진홍은 당당히 맞섰다.

“그가 중원을 침공한 적이 있소? 그러고 싶어 안달이 난 수하들을 달래느라 허리가 휘었을 것 같소만.”

“……곤륜을 봐라! 백 년 동안 일곱 번이나 공격하지 않았더냐?”

위진홍이 운적에게 시선을 돌렸다.

운적은 손을 살짝 들어 보인 뒤 화산파 장로를 응시했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오. 마교가 마음먹고 쳐들어왔으면 본문은 주춧돌 하나 남지 않았겠지. 애초에 멸문시킬 마음이 없었든가 진천마가 제지해서일 것이외다.”

“허어! 장문인, 어찌 그런 약한 말을…….”

“지금 왜 약한 말을 하냐 물었소? 화산이 본문처럼 그들과 싸워왔으면 그런 말을 못 할 것이오.”

“……흠. 흠. 무례를 저질러 죄송하오.”

“괜찮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운적은 위진홍에게 손짓했다.

“계속하시게.”

위진홍은 예를 표하고 사람들을 둘러봤다.

“대인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이해하나 나는 그게 맞다 보오.”

“…….”

“조금 더 설명하리다. 내가 왜 그를 궁기라 칭하는지 아시오?”

검후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지?”

“아득히 오래전, 삼황오제 중 한 명인 순제가 궁기를 서북쪽 변방으로 보내 이매망량의 침입을 막도록 했다는 전설이 있소. 중원에서 서북쪽이 어디겠소?”

“하하. 마교가 있는 신강(新疆)이구나. 그렇다면 이매망량은 마교의 마인들이라 볼 수 있겠는걸.”

“그렇소. 진천마는 하늘의 안배에 따라 마교에서 태어났고 마인들을 통제해 중원으로의 진출을 막았다고 볼 수 있소. 다소 감성적으로 표현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됐으니 큰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하오.”

“아주 그럴듯한데? 재미있는 얘기야. 안 그런가요?”

검후가 돌아보며 묻자 독존과 창존이 떨떠름한 얼굴로 동의했다.

“……나쁘진 않군.”

“……상당히 흥미로워.”

누가 봐도 억지로 맞장구치는 것이었으나 다른 이들도 크게 책잡지는 않았다.

그런 그들을 보는 위진홍의 눈에 강렬한 의지가 맺혔다.

“나는 그를 인정하는 걸 넘어 능가하려 하오. 그 첫걸음을 이번 싸움으로 뗄 것이오. 이제 어떤 식으로 싸울지 설명해도 되겠소?”

정광이 벌떡 일어나 손뼉을 쳤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많지만 아주 명쾌한 분석이네요.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하실 줄은 몰랐어요.”

“……갑자기 왜 그러시오?”

“그럴 만하니까요. 진천마 그분도 많이 늦었지만 누명을 벗으셔서 다행이네. 이제 시작하시죠. 제갈세가분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계시니 잘하셔야 해요.”

“…….”

위진홍이 속한 남궁세가와 대대로 무림맹 군사를 배출해 온 제갈세가는 영락제를 등에 업고 강소성에서 여러 사업을 함께 벌인 관계.

자연히 서로의 능력을 알고 인정하게 됐으나 자신보다 뛰어나다 여길 리 있나.

위진홍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의 오만한 눈빛과 제갈세가 사람들의 담담한 눈빛이 부딪혔다.

위진홍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소.”

* * *

정광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좁디좁은 데다 낡기 그지없는 골방이었으나 기분은 여전히 상쾌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와중에도 입가에 맺힌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위진홍 그 녀석. 살려서 키우길 잘했다니까.’

자신을 궁기와 연관시킨 정신 상태나 언젠가는 능가하고야 말 것이란 망언은 기가 찼지만 나머지는 꽤 괜찮았지 않은가?

‘전략 전술도 좋은 편이고.’

사파의 신선한 수법과 정파의 고리타분한 방식을 적절하게 섞었다.

어디에 무슨 진을 펼치고 인원을 어떻게 나눠 배치하는가는 물론이오, 여러 상황을 가정해 그때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힘없이 설명했다.

가끔 반대하는 이들은 제대로 된 논리로 찍어 눌러 다시는 반박을 못 하게 했고.

덕분에 사람들은 정광이 소수 인원만 데리고 천마신교에 뛰어드는 것까지 납득하게 됐다.

‘회의가 길어져서 점심도 걸렀잖아. 빨리 출발하자. 저녁은 밖에서 거하게 먹어야지.’

병기들을 챙기고 봇짐을 어깨에 메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미타불. 들어가도 되겠느냐?”

“네, 어르신.”

불존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모든 게 정해지자마자 출발하려고 하다니. 너무 성급한 것 같구나.”

“천마신교가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서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잠깐 앉아보거라.”

“네.”

불존은 맞은편에 앉은 정광을 지그시 바라봤다.

“말하기 부끄럽다만 정파무림은 사파무림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이권을 챙기느라 혈안이 된 상태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곤륜을 돕기 위해 한마음으로 모였지.”

“네. 감사하고 있어요.”

장문인이나 가주는 당연히 안 왔지만 그 다음가는 이들은 빠짐없이 모였고 십존조차 대부분 달려왔다.

먼저 와 있던 천룡단과 지룡단 중 지룡단은 이미 돌려보냈으나 어차피 그들이 속한 곳의 고수들을 끌어오기 위해 청해성으로 데려왔던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정파무림은 이번 싸움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아. 솔직히 밀릴 거라 예상한다.”

“그러신 것 같더라고요. 만일의 일을 대비해 구룡사봉 같은 후기지수들은 남겨두고 오신 거죠?”

“그렇다. 지룡단도 그래서 돌려보냈고. 팽 소가주 같은 이가 직접 온 건 특별한 경우지.”

“그렇긴 하죠.”

“허나 너는 더해. 곤륜의 미래이자 천하의 미래인 너를 사지로 보내게 되었구나.”

“아. 전 또 뭐라고. 노파심이 심해지셨네요.”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다. 현오 사제가 입버릇처럼 말했듯이, 하늘이 안배한 쓰임이 있어 너를 세상에 내려보냈겠지만 네가 꼭 그걸 따라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그런다.”

“네? 하하. 지금 어르신 같은 고승께서 역천을 하라 부추기시는 거예요?”

“아미타불. 너는 이미 과도할 정도로 많은 선을 베풀었다. 그때마다 홀로 피를 흘리며 고생하는 걸 자처했어.”

“그게 편해서인데.”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혼자서 모든 걸 하려 들지 마. 더는 무리하지 말고 너를 아끼는 이들과 나누라는 의미다. 입적한 현오 사제도 그걸 바랄 게야.”

“…….”

정광은 현오를 떠올리며 품속에 있는 춘화를 어루만졌다.

‘내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더 생생한 춘화를 그리기 위해 용맹정진하고 있을 텐데.’

어쨌든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네. 적당히 적당히 할게요.”

“……별로 믿음이 안 간다만 믿으마.”

“고승답게 말씀이 무척 복잡하네요.”

정광은 씩 웃어 보인 뒤 일어섰다.

“그만 가시죠.”

“아미타불.”

정광은 불존과 함께 방에서 나가 대연무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이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짐을 짊어진 독존이 한걸음 내딛더니 가슴을 펴며 으스댔다.

“흐흐. 제자야, 네가 선택한 소수 정예 중 제일을 자랑하는 이 사부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다른 십존들은 눈썹을 꿈틀거리면서도 타박하지 못했다.

정광이 독존을 택한 건 사실이었기에.

허나 검후는 아니었다.

“누구보다 진중하셔야 할 때 그런 말을 하시다니. 함께 가는 저는 뭐가 됩니까?”

“그, 그게 아니라…….”

“체통을 지키세요.”

“……암. 그래야지. 화 매, 나만 믿으라고.”

검후가 독존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사이, 정광은 곤륜에 남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먼저 운적, 운후, 허청을 비롯한 곤륜 도사들.

“이번에 드린 재물은 좀 아껴 쓰세요.”

“노력하마. 곤륜은 언제나 여기에 우뚝 서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제자 팽수빈과 언제 친해졌는지 찰싹 붙어 있는 유모 산양.

“수빈아, 유모와 잘 지내. 유모, 수빈이를 부탁해요.”

“네! 사부님! 제자, 사부님을 기다리며 열심히 수련하고 있겠습니다!”

메에에에-

십존을 거쳐 팽강웅, 석가장주, 장이, 철월, 그 외의 사람들까지.

그리고 백가상단주 부부, 백승무와 대화를 나누는데 뺨에 칼자국이 있는 독존의 사촌 아우, 사천당가 대원로 당기철이 슬며시 다가와 작은 보따리를 찔러줬다.

-전에 내가 줬던 산공독(散功毒) 있지? 그걸 개량한 거다. 다른 것들도 좀 챙겼으니 요긴하게 쓰려무나.

-오오. 수왕 어르신한테도 어느 정도는 통한 괜찮은 독이었는데. 잘 쓸게요.

-다행이군. 형님이 난동을 부리면 괜히 손 더럽히지 말고 그걸로 제압해 버려라.

-아. 그런 깊은 뜻이.

정광은 마지막으로 위진홍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수고하세요. 뭐 군사시면 잘 해내실 테니 긴 말씀을 드릴 필요는 없겠죠.”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소만. 아까부터 자꾸 왜 그러오?”

“쑥스러워하시긴. 그럴 만하니까 그러죠.”

정광은 신형을 돌렸다.

독존, 검후, 흑서, 자오가 모든 채비를 갖추고 나란히 서 있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수많은 이들이 두 손을 모으며 우렁차게 외쳤다.

“무운과 건승을 비오!”

운무가 짙게 낀 어느 날.

오랜만에 곤륜산에 올랐던 용이 전생의 고향으로 향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