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381화 (380/569)

2부 110화

궁기(窮奇)

정광은 장문인의 배려로 하루 동안 편히 지낼 수 있었다.

그 하루가 지난 오늘부터는 바쁠 수밖에.

곤륜산에 모인 무인치고 정광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자가 있을까?

아침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려와 아우성쳤다.

“진옥룡이 방에서 나왔다!”

“좀 비켜보게나! 내 긴히 할 말이 있어 그러네!”

“어허! 밀지 마십시오! 이게 무슨 무례입니까?”

“진옥룡! 그대의 벗 요지환검(搖之幻劍) 안중이외다! 다시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그간 미뤄왔던 곡차나 한잔…….”

“귀따갑네! 조용히 좀 하게!”

사람들은 말로 다투다가 얼굴을 붉히더니 주먹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난장판이 될 지경.

허나 그 사태를 진정시킨 자가 있었으니.

독존 당기황이었다.

“시끄러워! 내 제자와 상관도 없는 녀석들이 왜 이리 난리야?”

창존 악만춘도 뒷짐을 지며 점잖게 이죽거렸다.

“허어. 할 일 없는 한량들이 이리도 많을 줄이야. 정광 저 아이와 사승 관계가 아닌 이들은 그만 물러나게. 사제 상봉을 외인들이 이렇게 방해해서야 쓰겠는가?”

당기황과 자신만 빼고 다 꺼지라는 얘기.

사람들이 어이없어하다가 불만을 표출하려는 그때!

걸존 윤희구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 쏘아붙였다.

“무늬만 스승인 두 놈이 기고만장해서 날뛰는구나. 정광을 봐라, 네놈들을 보고 기뻐하는지.”

남궁학도 한마디 했다.

“녀석이 두려워 겨룰 생각도 못 하고 별것 아닌 걸 가르쳐 준 뒤 사부를 자처하는 꼴이라니. 한심하군.”

구경하던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너무 과한 도발 아닌가!

독존과 창존의 더러운 성격을 감안하면 보나 마나 싸움이 벌어질 터.

사람들이 우르르 물러났다.

동시에 독존과 창존이 버럭 화를 내려고 하는데.

크지만 더없이 자애로운 목소리가 주변을 따스하게 감쌌다.

“아미타불. 우리끼리 싸우면 마교만 좋아하지 않겠소? 흥분을 가라앉히고 언행을 부드럽게 합시다.”

불존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으나 더 설득력을 주는 건 승복이 찢어지진 않을까 걱정될 만큼 엄청난 근육이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환존 자성, 권존 언패호까지 앞으로 나와 불존의 좌우에 섰다.

“그만 좀 하시게.”

“이럴 때가 아니지 않은가?”

창존은 나직이 혀를 찼으나 독존은 달랐다.

오히려 한 걸음 나서며 안 그래도 흉악한 얼굴을 더 일그러뜨렸다.

“이것들이 숫자로 나를 핍박해? 그러면 내가 ‘어이쿠, 죄송합니다’ 하면서 쩔쩔맬 줄 알았냐?”

불존이 탄식했다.

“아미타불. 당 시주. 꼭 그래야 하겠소?”

“그렇다면 어쩔 건데, 이 돌중아. 부처라도 모셔와서 나를 막을 거냐?”

불존이 정중하게 반장(半掌)했다.

한 손을 들어 가슴 앞에 세웠을 뿐인데 그의 승복이 늘어나며 ‘찌직, 찌지직’ 비명을 질렀다.

“중생을 돌보시느라 바쁜 부처께 어찌 그런 폐를 끼치겠는가? 미약한 힘이지만 내가 해보려 하네.”

“어쭈. 오랜만에 열 좀 받았나 보네. 말도 짧아지고.”

당기황의 푸르딩딩한 안색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런데 어쩌냐. 내가 더 화났거든. 어서 덤벼, 숨어서 몰래 고기나 뜯는 이 돌중…….”

“그만하시지요.”

“누가 감히…… 헉!”

살기를 뭉클뭉클 일으키던 당기황이 기겁했다.

사람들 틈에서 우아한 인상의 중년 여인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당기황은 두 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화, 화 매(妹). 내가 경우 없이 싸우려는 게 아니라…….”

“다 지켜봤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어찌 성정이 그대로이십니까?”

“아, 아니. 나는…….”

“악 시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시면 안 되지요.”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던 창존이 힘 빠진 목소리로 사과했다.

“그래. 전부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 다오.”

“뭘 잘못하셨는지 정녕 알고 그러시는 건가요?”

“그, 그야…… 마, 많지. 암. 많고말고.”

“한번 말씀해 보시지요. 당 시주도 말입니다.”

“헉! 나, 나는 또 왜?”

가만히 지켜보던 정광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말 몇 마디로 저 둘을 찌그러뜨려? 누구길래?’

부풀렸던 근육에서 힘을 빼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불존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어르신. 저분은 누구세요?

-보타산 보타문(普陀門)의 검후(劍后)다.

-아아. 십존 중 살존(薩尊)으로 꼽히시는 분. 무공에 재능이 있는 여인을 속가제자로 받아 검후로 키운다더니 과연. 그런데 왜 두 분이 저렇게 기를 못 펴세요?

불존이 쓴웃음을 지었다.

-오래전 혈기방장했던 시절의 얘기다. 독존과 창존이 검후에게 경쟁하듯이 구애했었지.

-전부 차이셨겠네요.

-당연히…… 아미타불. 어쨌든 그렇게 됐다.

-그때 검후께서 무슨 약점이라도 잡으셨나 보죠?

-그렇다고 알고 있다.

-수완이 좋은 분이시네. 무공은 어떠세요?

-너라면 알아볼 수 있을 텐데?

-강하신 건 아는데, 어떤 식으로 싸우시는지는 몰라서요.

불존이 목에 걸린 염주를 손가락으로 한 알씩 천천히 돌렸다.

-보타산은 천 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된 주산군도(舟山群島)에 있다. 흉악한 해적들이 아주 많은 곳이지.

보타문은 불문이지만 그런 해적들과 싸우며 이어져 온 문파. 자연히 불문 무공답지 않게 살기를 띠게 됐고 가차 없는 검술과 놀라운 신법으로 명성을 떨쳤다.

-검후는 해적들과 싸울 때 언제나 최선봉에 선다. 물러날 땐 최후방에 서고. 괜히 속가로 키우는 게 아니야.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느냐?

-네. 충분히요. 그런데 다른 분들도 저렇게 쥐 잡듯 잡으시나요?

불존이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다. 단단히 맺힌 게 있는지 저들에게만 그러더구나.

-아주 좋네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정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검후를 주시했다.

‘용감하고 살생을 꺼리지 않는다는 얘기네. 원한도 잊지 않고. 마음에 들어.’

누굴 붙여야 당기황을 통제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참에 귀인이 나타난 격.

정광은 그녀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검후님. 곤륜의 정광이 인사드려요.”

독존과 창존을 눈빛만으로 압박하고 있던 검후가 시선을 돌리며 웃었다.

“천하의 진옥룡을 드디어 만났구나. 영광이다. 듣던 대로 천하제일미남인걸?”

“검후님도 고우세요.”

“무어라? 하하하. 말하는 솜씨도 대단하다더니. 고맙다.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

검후의 압박이 사라지자 독존과 창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슬그머니 물러났다.

-제자야. 고맙다.

-혹시 우리에 대해 무슨 말을 하면 믿지 말거라. 그냥 농일 뿐이야.

정광은 두 사람의 전음을 귓등으로 흘리고 검후에게 물었다.

“요즘 해안가에서 해적들이 날뛰고 있다던데 어떻게 오셨어요? 주산군도는 괜찮나요?”

“얼마 전 해적들의 총두령을 잡았단다. 수많은 두령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내분을 벌일 테니 당분간은 괜찮을 게야.”

“조금 여유가 생기셔서 본문을 도와주러 오신 거군요. 감사합니다.”

검후가 생글생글 웃었다.

“새로운 사람을 대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고 들었다만. 뭔가 부탁할 게 있어서 이러는 것 같구나.”

“물론이죠.”

“하하. 뭐길래 그러지?”

“음. 삼청전에서 회의할 때 말씀드려도 될까요? 다른 분들도 모두 아셔야 할 일이어서요.”

“기대되는걸. 그렇게 하려무나.”

“네. 그럼 이따 봬요.”

정광은 신법을 펼쳐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디 보자. 먼저…….’

위진홍의 거처로 달려가 방문을 벌컥 열고 물었다.

“탑극랍마간에서 활동할 불회당에 붙일 고수. 생각해 두셨죠?”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위진홍이 퀭한 눈을 뜨며 대꾸했다.

“당연히 독존 아니오? 그의 암기와 독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넓은 외부에 풀어놓는 게 맞소. 게다가 기습할 때나 퇴각할 때나 원거리에서 손을 쓸 수 있으니…….”

“역시 군사시네요. 불회당에 검후님도 넣어주세요.”

위진홍의 눈이 빛났다.

안 그래도 고민 중이었던 문제가 풀린 것이다.

“그녀가 당기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리오만.”

“척하면 척이네요. 네.”

“알겠소. 그렇게 하리다.”

“여기까진 됐고. 그 괴이한 학창의(鶴氅衣)요. 좀 다른 것으로 갈아입으시면 안 돼요? 그럼 다른 분들께 조금이나마 호감을 얻을지도 모르는데.”

위진홍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가슴을 활짝 폈다.

“내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오.”

“뭐 편할 대로 하시죠. 아침 드시고 바로 삼청전으로 오세요. 시간이 부족하시면 굶고 오시고요.”

정광은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신법을 펼쳤다.

팽가의 숙소에 내려서서 제자를 찾았다.

“수빈아. 사부 왔다.”

팽수빈이 구르듯 뛰어나와 환하게 웃었다.

“사부님! 기침하셨습니까?”

“응. 밥 먹으러 가자. 곤륜의 칼바람을 맞고 골방에서도 자봤으니 풀도 씹어야지.”

“네!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정광은 팽수빈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좋아할 일인가?’

부잣집에서 나고 자라 불편함을 좀 겪어봐야 할 것 같아 이러는데 왜 이리 웃는지.

어쨌거나 나쁘지는 않은 일.

팽수빈에게 내공을 불어 넣어주며 곤륜을 비롯한 도문들과 불문들이 식사하는 곳으로 달음박질쳤다.

도착해서 보니 곤륜 도사들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아! 사질!”

“사제 왔는가!”

그들은 정광을 보고 반가워하다가 팽수빈의 깍듯한 인사를 받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허어! 사질의 제자가 이리도 바르다니! 원시천존께서 도우셨구나!”

“사제! 제발 부탁이니 심성만큼은 가르치지 말게나! 지금이 딱 좋아!”

운 자 배는 특히 더 기뻐했다.

마치 친손녀라도 생긴 것처럼 애지중지하는 모습이라니.

성 자 배 아이들도 지지 않았다.

팽수빈을 힐끔힐끔 보며 얼굴을 붉히거나 부러운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들여다보였다.

정광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진지하게 조언했다.

“너희들은 도사잖아. 포기해.”

“…….”

“부러워하지도 말고. 사형들 가르침을 잘 따르다 보면 천하제…… 아니지. 순위는 대충 가자. 훗날 십존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천하의 진옥룡이 열심히만 하면 미래의 십존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찌 의욕이 솟지 않겠는가!

“네! 사숙! 열심히 하겠습니다!”

“응. 틈이 나면 몰래 사냥해서 고기도 먹고. 어느 정도는 못 본 척해 주실 거야.”

“……아, 알겠습니다.”

“그래. 술은 웬만하면 삼가고.”

정광은 얼떨떨해하는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팽수빈을 봤다.

팽수빈은 엄청난 환대에 놀랐다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곤륜 도사들에게 또박또박 다짐하고 있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사부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협객이 되겠습니다.”

“…….”

“왜, 왜 그렇게 이상한 표정을 지으시는지…….”

정광은 애제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협객 같은 거 굳이 할 필요 없으니까. 인사 끝났으면 수빈이 너도 도와. 손님들 오신다.”

소림, 화산 등 다른 문파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네, 사부님.”

잠시 뒤, 수많은 탁자는 모두 풀로 뒤덮였고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정광은 운후, 허청, 팽수빈과 함께 앉았는데 대충 먹다가 젓가락을 놓고 맞은편의 허청에게 물었다.

“사부님. 그런데 사제한테 도호 안 내리실 건가요? 아직도 못 받았다고 걱정하던데요.”

백승무는 당분간 부모와 함께 지내도록 배려를 받고 자리를 비운 상태.

허청이 빙그레 웃으며 운후를 바라봤다.

운후가 고개를 끄덕이고 찬찬히 설명했다.

“승무는 도기(道器)가 아니다.”

“저도 아닌데.”

“그렇긴 하지. 허나 너는 억지로라도 그래야 한다. 천하를 위해, 너를 위해.”

“뭔가 좀 억울하네요.”

“어쨌든 승무는 상인이 더 어울려. 게다가 백가상단의 첫째는 관부에 투신해 머나먼 광동성에서 나랏일을 보고 있다더구나. 승무까지 도호를 받고 도사가 되면 백가상단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지 않느냐?”

“그건 그렇죠.”

“장문인과 승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었는데, 이번에 백가상단주가 부인과 함께 과거의 속가제자들처럼 본문을 위해 온 걸 보고 뜻을 정했다.”

“아. 속가를 다시 세워 사제를 첫 번째로 삼으시려고요?”

“길게 말할 필요가 없어 좋구나.”

“잘됐네요. 안 그래도 할 일이 천지였는데.”

허청이 장난투로 나무랐다.

“설마 곤륜산을 전표로 뒤덮을 생각은 아니겠지?”

정광이 날카롭게 응대했다.

“그러면 뭐 해요. 다 긁어모아서 이곳저곳에 뿌리실 게 뻔한데.”

“무어라? 하하하.”

정광이 앉은 탁자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자 곤륜 제일의 의술을 가진 운연이 미소 지으며 합석했다.

“화기애애한 게 참 보기 좋군.”

“오셨어요, 사숙조님. 잘 계셨죠?”

정광의 인사에 운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소문을 듣느라 심심하진 않았지. 당가 사람들 때문에도 그랬고.”

“당가가 왜요?”

“네가 무림맹에서 당가주에게 부탁해 의술에 밝은 네 명을 본문으로 보내달라 하지 않았더냐?”

“네. 십 년 동안 의술을 펼치게 하고 본문은 약초와 독초를 채집하는 데 편의를 봐주기로 했었죠.”

“그래. 그들과 교류한 덕에 많은 걸 배웠다. 인근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고.”

“잘됐네요.”

“하지만 고생도 했지.”

“네?”

운연은 물론이오, 허청도 쓰게 웃었다.

“독존이 철월이라는 자의 머리를 고치겠다고 호언장담했다가 당가주에게 떠넘겼다지? 당가가 총력을 다해 완치는 장담할 수 없지만 손을 써볼 방도를 찾았고.”

“네. 그랬죠.”

“치료에 필요한 재료가 청혈화(靑血花), 습암균(濕巖菌) 등, 반선단의 것들과 비슷하더구나.”

“아. 본문이 약초와 독초를 채집하는 데 편의를 봐주기로 했으니 그걸 구해달라고 한 거예요?”

“그렇다. 한번 모아봤던 것들이라 전처럼 큰 고생은 안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어. 근래에 새로 생긴 수적과 산적에게 협조를 받아 간신히 해냈지.”

“융통성이 많이 느셨네요.”

“……크흠. 모두 네 덕이다.”

정광은 피식 웃었다.

‘생각이 깨는 건 좋은 거지. 그보다 당가주가 약조를 잊지 않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건가.’

재료 중엔 정광만이 구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쌍각사룡의 피 한 말이었다.

‘어차피 탑극랍마간을 왕복해야 하니 그건 됐고.’

당가에서 구명약(救命藥)을 조제하고 당가비전 반혼침법(返魂鍼法)을 펼칠 준비를 끝내면 나머진 정광의 몫이었다.

‘철월의 사문이 쇄혼문(碎魂門)이라 했나.’

오래전 천마신교의 배교자들이 중원에 들어와 흩어지며 만든 문파일 게 분명했다.

‘멀쩡한 마혼철신신공에 잡스러운 사공을 섞어 애를 바보로 만들다니. 내겐 좋은 기회지만.’

바보가 된 이를 정말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됐다.

‘일단 천마신교 일부터 끝내고.’

정광은 시간이 되자마자 삼청전으로 향했다.

삼청전에 곤륜의 운 자 배와 허 자 배, 각 문파와 가문의 수뇌부가 모였다.

“오늘도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오.”

곤륜 장문인 운적이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현안을 꺼냈다.

“아직 군사를 정하지 못했는데 정광이 추천할 인재가 있다 하오.”

사람들의 시선이 정광에게 꽂혔다.

정광은 옆에 앉아있던 위진홍을 옆구리를 찔러 일으켰다.

“이분요.”

“……!”

경악하는 사람들과 달리 정광과 위진홍은 태연했다.

“군사. 뭐 하세요? 앞으로 나가셔서 인사드리고 설명하셔야죠.”

“알겠소.”

위진홍은 운적에게 다가가 예를 표한 뒤 신형을 돌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포권했다.

“남궁세가에서 일하고 있는 위진홍이라 하오. 앞으로 잘 부탁드리오.”

“……!”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광조차 존댓말을 꼬박꼬박 쓰거늘, 어린놈이 저렇게 혀가 짧을 수 있나!

위진홍의 과거도 문제였다.

화산파 장로 한 명이 벌떡 일어섰다.

“너는 사마련에서 사뇌(邪腦)라 불리던 녀석 아니냐?”

“맞소.”

장로의 얼굴이 붉어졌다.

“말투하고는! 걸치고 있는 해괴망측한 의복과 똑같구나!”

칠흑보다 어두운 흑색 학창의 가슴에 붉은 실로 수놓은 날개 달린 범.

전설로 전해지는 사흉(四凶) 중 하나인 궁기(窮奇) 아닌가!

“궁기처럼 불길한 것을 수놓고 다니다니! 개과천선한 게 맞긴 한 것이냐?”

위진홍이 차갑게 대꾸했다.

“궁기가 어때서 그렇소? 내가 인정하는 두 사람 중 한 명의 상징이오. 모욕하지 마시오.”

“허어! 인정? 한번 말해봐라. 다른 한 명은 누구지?”

“진옥룡이오.”

“……크흠. 진옥룡은 누구의 인정도 받을 만하지. 그렇다면 그 궁기는?”

위진홍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고.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심지어 정광조차.

“고금제일인, 진천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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