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338화 (337/569)

2부 67화

한 번에 쓸어버릴 기회

한왕(漢王) 주고후는 건장한 체격과 큼직큼직한 이목구비 때문에 호탕해 보였지만, 조간왕(趙簡王) 주고수는 호리호리한 체형인 데다 인상까지 날카로워 신경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눈매와 미간만큼은 친모 인효황후를 빼닮아 같은 직인으로 찍어낸 것처럼 똑같았는데…….

이는 조간왕의 피를 이어받은 혜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십여 년 전 딱 한 번 봤을 뿐이지만 저 얼굴을 어떻게 잊을까.

역용으로 본래 모습을 감춘 그녀는 친부 조간왕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꼈다.

새카맸던 머리에 드문드문 자리한 흰머리나 늘어난 주름살 때문이 아니었다.

인상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예전엔 저 정도로 성말라 보이진 않았는데.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허나 달라진 건 아비만이 아니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 않는가.

과거 어미의 죽음에 슬퍼하다가 갑자기 나타나 아비라 칭한 조간왕을 고개를 한껏 치켜들어 올려다봐야 했던 어린 소녀는 강호를 떨어 울리는 후기지수가 되어 지금 이곳에 서 있었다.

‘역용을 풀면 나를 알아볼까?’

혜진은 불쑥 떠오른 생각을 지워 버렸다.

‘아무 의미 없는 짓이야.’

아비가 알아보면 뭐 할 것이고 몰라보면 또 어쩔 것인가.

언젠가 한 번은 만나고 싶었고 그리했으니 된 거다.

혜진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 안심하며 해야 할 일을 했다.

자신을 믿고 임무를 내린 정광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친왕들의 됨됨이를 살펴보라 했지. 이상한 행동을 하지는 않나 감시도 하고.’

마음을 바로 세우고 두 친왕을 주시했다.

한왕이 예를 올린 소혜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껄껄 웃는 모습이 보였다.

“으하하. 오랜만이구나, 소혜야. 그간 잘 있었느냐?”

“네, 전하.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허. 전하라니. 사석에선 숙부라 부르라고 누누이 이르지 않았더냐.”

소혜의 어조가 더 정중해졌다.

“감당할 수 없는 말씀입니다. 거둬주십시오.”

“거참. 이리도 딱딱해서야 원. 누이를 어찌 이리 닮았을꼬.”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차던 한왕이 조간왕을 나무랐다.

“아우는 오랜만에 질녀를 봤는데도 표정이 왜 그런가? 제발 좀 부드럽게 풀게. 가만. 아우 때문에 소혜가 나를 어려워하는 건가?”

조간왕이 건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형님 때문에 불편해하는 것으로 보이오만.”

“아니. 누가 봐도 아우 때문이야. 대체 왜 그리 변했나? 그 귀엽고 겁 많던 아이가 이렇게 날카로워지다니.”

한왕의 한탄에 조간왕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변한 건 형님이외다. 포악하시던 분이 무슨 수로 이리 호탕해지셨소?”

“하하. 천성이 원래 이런데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우는군.”

“아니면, 호탕해진 척하시는 건가.”

“…….”

한왕의 눈썹이 위로 치솟았다가 내려왔다.

“적당히 좀 하게. 무슨 농을 못 하겠군.”

“소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오.”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를 탓했다.

그들을 지켜보던 혜진은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이가 무척 안 좋구나.’

성품이 갈수록 나빠진다고 나무라는 형과 변한 척하지 말라며 이죽거리는 아우라니.

언성을 높이지 않는 선에서 멈췄으나 대화마다 날이 서 있었다.

‘서로 그렇게 믿고, 실제로도 그런 듯싶은데…….’

두 사람의 대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다투니 목이 칼칼하군. 여기까지 하지.”

“그럽시다. 이러려고 온 게 아니잖소.”

“말이 나온 김에 여기서 정하세. 얼마 후면 만수절(萬壽節) 아닌가. 황족들은 물론 문무백관이 모두 모여 조하(朝賀)를 치를 텐데 그곳에서까지 이래선 안 돼.”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되오. 황상께서 계신 자리에서 우리가 어찌 다투겠소?”

“후우우. 작게라도 그러지 말자는 얘기 아닌가.”

“알겠소. 그렇게 합시다.”

한왕은 다시 웃음기를 머금고 소혜에게 시선을 돌렸다.

“누이의 상세가 안 좋다 들었다. 작은 위로라도 해드리려고 왔으니 네가 들어가서 전해다오.”

“네, 전하.”

소혜는 영평공주의 방에 들어갔다가 곧 나왔다.

“그래, 이제 들어가면 되느냐? 누이, 내가 왔소.”

한왕이 걸음을 떼려는데 소혜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리나, 병이 옮을까 저어되어 만나 뵙지 못함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건 아니지. 도저히 이해 못 하겠는데.”

한왕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금 크게 말했다.

“누이. 전장에서 다져진 이 몸이 그깟 감기에 당할 것 같소이까? 꾸지람은 누이를 위로한 뒤 받을 테니 지금은 너무 탓하지 마시오.”

그는 성큼성큼 걸어 영평공주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만히 지켜보던 혜진은 청력을 키워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전하를 걱정해 말씀드린 것인데 어찌 이리 나오시는 겁니까?”

“하하. 괜찮다지 않소. 용태가 나아졌다고 들었소만. 아직도 안 좋아 보이는구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흐음. 황궁에서만 지내셔서 그런 것 같은데. 조심스레 나들이라도 하시는 게 어떻겠소? 그렇지. 본 왕부(王府)로 모시오리까?”

대화가 계속 이어졌지만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혜진은 밖에서 주의 깊게 듣고 있다가 내심 고개를 저었다.

‘한왕은 정말 막무가내구나. 영평공주가 불편해하는 게 느껴져.’

얼마 안 가 축객령을 내릴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조간왕이 들어갈 터.

그는 뒷짐을 진 채 흐린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때, 조간왕이 고개를 내려 혜진을 바라봤다.

혜진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끼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크게 안 흔들려 다행이라 여겼는데. 아니었던 건가.’

조간왕이 입을 열자 마음을 다잡기가 더 힘들어졌다.

“복색을 보아하니 금의위 소기(小旗) 같은데. 그대 홀로 만안궁을 지키는 건가?”

“그렇습니다, 전하.”

“지휘사도 너무 하는군. 이 시국에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옆에 서 있던 소혜가 설명했다.

“전하. 공주께서 불편해하셔서 그런 것이니 너무 탓하지 말아주십시오.”

“이자가 남장한 여인이라는 걸 알 정도의 눈썰미는 있다. 그래서 누이가 허락하신 것이겠지. 무예를 안다면 강호의 여인일 터. 임시로 들인 것 같다만. 맞느냐?”

훤히 들여다보고 묻는데 부정할 수가 있나.

혜진은 솔직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내가 지휘사를 탓한 것은 이게 잘못된 처사여서다.”

조간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억지로라도 사람을 붙여야 해. 제대로 된 고수로 말이다. 천호(千戶)나 백호(百戶)는 못되더라도 총기(總旗) 여러 명쯤은 보내줘야지. 사실 그것도 부족한 것을, 단 한 명이라니.”

조간왕은 혜진을 흘깃 보며 덧붙였다.

“그것도 강호의 여인으로.”

“하오나…….”

“되었다. 내 직접 황상께 주청할 테니 그리 알거라.”

조간왕은 이견 따윈 듣지 않겠다는 듯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뭐라 항변할 수조차 없어진 소혜는 혜진에게 눈짓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강호인은 자존심이 강해서 모욕을 절대로 참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나면 불취검의 마음을 풀어줘야겠구나.’

소혜의 걱정처럼 혜진은 무척 불쾌한 상태였으나 그보다 짙은 의구심을 느끼고 있었다.

‘철혈(鐵血)이 흐른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무섭기로 유명한 황제에게 굳이 누이의 호위를 늘려달라 주청하겠다니…….’

사이가 나쁜 한왕과 달리 영평공주와는 좋은 편인 걸까?

설령 좋다 해도 그렇게 애쓸 성품인 것 같지는 않은데.

혜진의 눈이 빛났다.

‘단주를 따르며 배웠듯이,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도 깊이 파고들어 보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깔려 있어. 저들이 떠나면 소혜 소저에게 물어보자.’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한왕이 나오고 조간왕이 들어갔다.

한왕은 소혜에게 농을 몇 마디 더 던진 뒤 떠났고, 혜진은 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온정신을 집중했다.

‘……두 사람 모두 한왕을 대할 때보다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지만 평범한 안부 인사뿐이구나.’

잠시 뒤, 조간왕이 나와 소혜에게 당부했다.

“누이의 상세가 많이 안 좋지는 않으나 좋지도 않다. 네게 의지하고 있으니 더 힘써주길 바란다.”

“네, 전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간왕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호위 무장들과 함께 떠났다.

자신의 딸에겐 눈길 한번 안 주고.

모를 테니 당연한 일이었으나 혜진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 소혜가 다가와 나직이 달랬다.

“원래 언행이 차가운 분이시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악의가 있어 그러신 건 아닐 것입니다.”

혜진은 굳게 닫힌 영평공주의 방문을 곁눈질한 뒤, 소혜에게 은밀히 손짓하며 전각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따라온 그녀에게 물었다.

“저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보다 조간왕 전하께서 영평공주님을 무척 위하시는 것 같더군요. 두 분의 사이가 돈독하신지요?”

“그래도 제일 나은 편입니다.”

“공주님의 안전을 우려해 황상께 직접 주청할 정도로 말입니까?”

소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이긴 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요?”

“오래전 어머님께서 황궁으로 돌아와 지내게 되셨을 때 누구보다 자주 찾아와 위로해 주신 게 조간왕 전하셨으니까요.”

“……그렇군요.”

“저는 이만 어머님께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따 뵙지요.”

소혜가 떠나자 혜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뭔가 꺼림칙한데.’

자신을 버린 자가 다른 이에게 정을 준다는 사실을 못 받아들여서 느끼는 자격지심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정광을 따라 수많은 사람을 겪고 생사를 넘나드는 격전을 치르며 단련한 감이 뭔가 수상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단주에게 보고해야 해. 그라면 답을 줄 게 틀림없어.’

* * *

점심 식사를 핑계로 단본궁(端本宮)에 돌아온 혜진은 정광을 보자마자 기분이 싸늘해졌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히죽히죽 웃는 거지?’

정광으로선 천하 최고의 요리라 할 수 있는 궁중요리를 기미(氣味) 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어지는 미소였지만 혜진의 머릿속에서는 왠지 모르게 소혜의 입술이 떠오르고 있었다.

‘왜 자꾸 이런 생각을…….’

혜진이 다급히 마음을 다잡는데 정광이 신난 목소리로 선언했다.

“아무 이상 없네요. 황태손 저하, 드시죠.”

황태손이 껄껄 웃었다.

“하하. 오늘도 수고하셨소. 다 같이 듭시다.”

환관들과 궁녀들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저하께서 강호의 무부들과 겸상을 하시다니.’

‘고집을 계속 부리시니 어찌할 도리도 없고.’

‘이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경을 치게 될 텐데. 이를 어이한단 말인가.’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운 그들과 달리 정광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식도락을 즐겼다.

‘간밤에 찾아온 응일과 응이를 치료해 주느라 힘 좀 빼서 그런가. 오늘따라 더 맛있게 느껴지네.’

흑서의 두 제자는 정광의 무수한 주먹질과 발길질을 받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투명암혼마공(透明暗魂魔功)의 부작용을 없애준 정광을 경배한 건 당연지사.

허나 정광에겐 그들의 경배와 충성맹세보다 지금의 식사가 더 값졌다.

‘근데 얘는 또 왜 이래?’

돌아온 혜진은 싸늘한 표정으로 요리를 깨작거리고 있었다.

‘하긴. 자신을 버린 아비를 만났는데 기분이 좋을 리 있나.’

더구나 한왕 주고후가 훌륭한 성품을 지닌 군자는 아니지 않은가.

정광은 여전히 혜진의 친부를 잘못 알고 있었다.

그때, 혜진과 정광의 시선이 마주쳤다.

-혜진 소저. 고생하셨어요.

-……별일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말씀할 만한 일은 없었나요?

혜진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한왕과 조간왕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정광 역시 진지하게 듣다가 혜진을 칭찬했다.

-수고하셨어요. 한왕은 한 번 봤지만 조간왕은 아직 못 봐서 궁금했거든요.

-단주.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조간왕이 저를 무시한 건 그렇다 쳐도 금의위 고수들을 영평공주에게 붙이겠다고 나선 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소혜 소저의 얘기대로 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서일까요?

정광은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도 아닐 것 같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황상요. 저도 대하기 싫은 분인데 굳이 나서서 그런 걸 부탁드리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정광은 술을 한 잔 마신 뒤 덧붙였다.

-뭐 정신이 나간 상태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사실 혜진 소저께서 이상하게 느끼셨다니 저도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커요. 조만간 기회를 내서 직접 만나 확인해 볼게요. 그보다 다 없어지기 전에 어서 드시죠.

순간 혜진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시들어 버렸다.

-소혜 소저는 어때요? 영평공주님을 상대하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참 애쓰시네. 적당히 좀 하시지.

정광이 소혜를 염려하는 듯한 말을 하자 혜진은 저도 모르게 전음을 보냈다.

-단주야말로 소혜 소저에게 적당히 좀 하십시오. 무공도 모르는 것 같은데,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소혜의 입술에 난 상처를 지적한 것이었지만, 정광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역시 애들은 싸우다가 친해진다니까. 종일 어미를 똑바로 감시하라고 당부한 걸 가지고 그러나? 그게 뭐 힘들다고.’

소혜는 무공은 몰랐으나 대단한 심공을 익힐 만큼 정신력이 강한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한 사람에게 신경을 쏟는 게 무슨 대수라고.

-에이. 뭘 모르시네. 소혜 소저, 속은 얼마나 대단하신데. 저도 깜짝 놀랐었을 정도인데요.

-……!

속이 뭐?

네가 깜짝 놀라?

혜진은 젓가락을 놓고 일어섰다.

“황태손 저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녀의 싸늘한 말에 황태손은 얼결에 답했다.

“아, 알겠소.”

“어? 벌써 다 드셨어요?”

혜진은 정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라졌다.

정광은 황당한 얼굴로 눈을 끔뻑거리다가 황태손에게 물었다.

“저하. 제가 뭐 잘못했나요?”

“나도 모르겠소.”

“각응. 혹시 짚이는 거라도 있으세…… 아니지. 물을 분한테 물어야지.”

“다, 단주. 제가 어때서 그러십니까?”

“아시면서.”

정광은 배를 양껏 채운 뒤 황태손에게 물었다.

“이제 조회에 가실 거죠?”

“그렇소.”

“특이한 안건이 있나요?”

“몽고를 비롯한 외적들 얘기가 주로 나오겠지만 며칠 안 남은 만수절에 대해 논할 것 같소.”

“만수절이 뭔데요?”

“절일(節日)이오. 음. 쉽게 말하면 황상께서 탄생하신 날이외다.”

“아. 생신.”

“하하. 맞소. 봉천전(奉天殿)에 친왕 전하들은 물론 문무백관이 모두 모이는 의례인 조하(朝賀)로 치러지는데 올해는 좀 다르게 가게 되기로 얘기되고 있소이다.”

“어떻게요?”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황족들만 모일 듯하오. 와병 중이신 황태자 전하께서도 어떻게든 참석하시겠지.”

정광의 눈에 이채가 맺혔다.

‘황태자까지? 한 번에 쓸어버릴 기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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