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52화
드디어 해내셨군요
습관이란 정말 무서운 것.
동방장은 성문을 나가자마자 자연스레 수레를 밀며 뛸 준비를 했다.
그런 그를 정광이 만류했다.
“뭐 하세요? 피곤하실 텐데 수레 위에서 쉬시지 않고.”
“……!”
동방장의 눈이 커졌다.
죽어라 밀면서 뛰라고 재촉할 줄 알았건만, 쉬라니?
이 악귀가 이럴 리 없는데?
허나 정광이 그런 말을 할 것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급한 일로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서 올라오시죠.”
과연. 듣고 보니 맞긴 했다.
안 그래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던 참이다.
정광을 업고 성까지 미친 듯이 달려와, 바로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하며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는가!
“암. 주군의 명에 따라야지.”
사양하지 않고 냉큼 올라탔다.
정광이 피식 웃으며 자오에게 명했다.
“조양사가 있던 곳으로 부탁해요.”
“네, 단주.”
그들은 광활한 대평원을 거침없이 질주했다.
동방장은 정광에게 잡힌 이래 항상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걸 느꼈다.
정광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해서였다.
‘……부릴 땐 부리고 놓을 땐 놓는구나.’
부릴 때 극도로 심하게 부려서 그렇지, 끝없이 괴롭히는 건 아니었다.
뿐이랴.
나름의 배려도 했다.
“동방장님. 잠시나마 눈 좀 붙이세요.”
“……알았다, 주군.”
편하게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숨을 몇 번 쉬기도 전에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정광은 자신이 했던 말을 지켰다.
동방장이 눈을 붙인 건 정말 잠시였다.
“뭐 하세요? 일어나시지 않고. 아, 어서요.”
“뭐, 뭐? 버, 벌써?”
마차는 이미 멈춘 상태.
상체를 일으켜 둘러보니 드넓은 밭이 펼쳐져 있었다.
‘……밭? 여기에서 뭘 하려고?’
정광은 이미 땅바닥에 내려서서 수레에 실려 있던 삽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 하나씩 쥐게 되자 밭을 가리키며 웃었다.
“자. 힘 좀 써볼까요?”
습관이란 얼마나 무서운지.
한동안 같이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여기에도 따라온 모용수수가 얼굴을 굳혔다.
“……단주. 설마 조양사가 있던 자리를 파려는 것이오?”
“네.”
“……이 넓은 곳을 어떻게?”
“하하. 무슨 그런 걱정을. 설마 파야 할 곳도 모르고 왔겠어요?”
일전에 모용상현이 건네준 조양사에 대한 기록에는, 별다른 내용은 없었으나 당시의 전경이 그려져 있었다.
정광은 밭에 들어가 한곳을 가리켰다.
“이쯤일 거예요.”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다.
‘……안다며? 그런데 이쯤이라고?’
그들의 마음을 읽은 정광이 별것 아니라는 듯 설명했다.
“지하 비밀 서고가 있는 건 아는데 어떤 전각 밑에 있는지는 모르거든요. 하나씩 파다 보면 나오겠죠.”
동방장이 반발했다.
“안 해! 이번 싸움 끝나면, 나 건들지 말라고 했지! 최소 사흘 이상은 죽은 듯이 잘 거라고!”
“아. 그게 나으시려나? 아예 더 잠드시는 건 어때요?”
승낙하려던 동방장은 더 잠드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됐다.
‘죽은 듯이 자는 게 아니라 정말 죽어서 영원히 자게 될지도.’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진 않겠지만, 또 모르는 일 아닌가?
“후우우. 내가 진짜 더러워서 하고 말지.”
마지못해 삽질을 하는 그와 달리, 자오와 혜진은 최선을 다했다.
정확히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정광이 항마주에 대한 단서를 찾길 원하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모용수수도 그들과 비슷했다.
“훅. 훅.”
정광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자 구슬땀을 흘리며 힘을 썼다.
정광 역시 놀고 있지는 않았다.
과거 운후를 살리기 위해 영약 재료를 모았을 때처럼 곤륜 비전 절기를 펼쳤다.
낙화검(落花劍) 열여섯 번째 초식, 낙화발아(落花發芽).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떨어져 땅바닥에 운룡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발경(發勁).
콰아아앙!
추운 날씨 때문에 단단히 굳어 있던 땅이 폭발하듯 터졌다.
마침 근처에 있다가 비산하는 흙먼지를 맞게 된 모용수수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 대단한 신검과 무공을 이런 식으로 쓰다니…….’
말도 안 되는 짓이었지만 그래서 더 정광답다고 할까?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으며 피폐해졌던 얼굴에 가는 선이 그어졌다.
아비인 모용오의 것과 닮은 희미한 미소였다.
‘힘을 더 내야겠군.’
내공을 끌어올려 삽질에 열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힘껏 내리꽂은 삽날에서 불똥이 튀었다.
까앙!
“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주위의 밭을 전부 터뜨리고 있던 정광은 어느새 모용수수의 옆에 나타나 바닥을 살피고 있었다.
“철판이네. 수고하셨어요, 모용 소저.”
“여기가 맞는 것이오?”
“당연하죠. 밑에 비밀 서고가 있지 않으면 뭐 하러 철판을 덮었겠어요.”
“그렇긴 하오.”
“잠깐 물러나 주실래요?”
“알겠소.”
정광은 운룡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황금빛 광채가 일어나 철판을 두부처럼 뚫고 들어갔다.
“여차.”
그 상태에서 사람이 드나들 만한 크기의 사각형을 그었다.
잘린 철판이 밑으로 떨어지며 시커먼 어둠이 드러났다.
동시에 퀴퀴한 냄새가 훅 올라왔다.
백 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지하 서고의 공기였다.
정광의 눈이 빛났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올게요.”
대답도 듣지 않고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에 내려서 안력을 돋운 뒤 내부를 확인했다.
여러 책장에 서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급히 옮긴 것인지 바닥에 쌓인 것들도 보였다.
‘……오래도 걸렸네.’
황태손을 시해하려고 수작을 부렸던 상소운에게서 요귀와 부처의 형상이 번갈아 새겨져 있는 서른여섯 개의 구슬이 꿰어진 단주(短珠)를 빼앗으며 시작된 여정이었다.
단주의 이름은 사불주(邪佛珠).
사기는 물론 마기 또한 감춰주는 기물이었다.
강한 마공을 쓸 때의 마기까지 감춰주진 못했지만 천변만화역용축골마공(千變萬化易容縮骨魔功) 정도는 충분히 가려줄 정도.
반불(半佛)이라 이름 붙인 뒤 지니고 다녔다.
여기까진 쓸 만한 물건을 얻었다고 여겼는데.
불존이 그걸 알아보면서 바뀌었다.
항마주(降魔珠)라니.
단주 주제에 마를 물리쳐서 항복하게 해?
내가 마(魔)의 화신이었는데?
이름처럼 정말 그런지 알기 위해 소림으로 가 현오를 만났다. 꽤 재밌는 추억을 쌓으며 그 유래에 대해 알게 됐다.
항마주는 까마득한 옛날 천축에서 중원으로 온 고승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자신들과 제자들을 지키고 악을 정화(淨化)하기 위해 만든 법보(法寶)였다.
그 단서를 찾아 산서성 현통사(顯通寺)에 가, 남겨진 기록을 봤다.
‘항마주의 힘은 무공이 아닌 그 어느 것보다 순수한 기운. 부처의 힘 자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고 했지.’
부처가 정말 있을 리는 없고.
그렇게 순수한 기운이라면 자연지기(自然之氣)밖에 더 있을까?
가섭마등과 축법란은 보리달마보다도 훨씬 전 시대의 인물들.
그 시절의 무공은 자연지기를 그대로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불존이 전해줬던 깨달음과도 비슷한 면이 있어.’
자연에서 무한하게 생성되는 자연지기를 그대로 쓸 수만 있다면 순수한 만큼 모든 힘들을 압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부처나 신선이 되는 지름길일지도.
부처나 신선 따위는 관심 없었지만 자연지기를 쓰는 것에는 흥미를 느꼈다.
현생은 전생보다 더 오래 살 것이 분명했고 그럴 마음까지 있는 상태.
천하를 주유하며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궁리하며 가지고 놀만 한 장난감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비밀을 풀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오가 알려준 천하 각지의 사찰들을 모두 돌아다니다가 절강성 영은사(靈隱寺)에서 단서를 얻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바로 여기였는데…….
‘이제야 겨우 다 왔어.’
정광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가 사라졌다.
이번에도 없으면 부처고 뭐고 가만두지 않으리라.
우선 바닥에 쌓여 있는 서책들부터 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역시 너무 오래 지난 건가. 상태가 영…….’
원래는 귀중한 서책들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있었을 것이다.
허나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묻혀 있던 상황.
그대로일 리가 있나.
예상했던 일이지만 실제로 그러니 조금 힘이 빠졌다.
‘뭐 완전히 엉망인 상태는 아니니까.’
군데군데 훼손된 부분도 있었으나 거의 읽을 만했다.
정광은 무서운 속도로 서책들을 확인해 나갔다.
‘바닥에 쌓여 있던 것들 중엔 없고.’
책장에 꽂힌 서책들을 일일이 읽었다.
파라라라락-
아니었다.
파라라라락-
또 아니었다.
남은 서책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정광의 인내심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도 참고 있는 게 기적이었다.
‘또 없어? 진짜?’
그냥 불을 확 질러 버리고 다시 파묻을까 고민하는데.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미친. 바보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이야.’
가섭마등과 축법란은 후한(後漢) 명제(明帝) 시대의 인물들.
종이는 지금도 비싸지만, 그때는 비싼 정도가 아니라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명제 사후 수십여 년이 지나서야 환관 채륜이 천하의 장인들을 끌어모아 채후지(蔡侯紙)라는 실용적인 종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간독(簡牘). 간독을 찾자.’
구석으로 가니, 죽간(竹簡)과 목간(木簡)이 모여 있는 책장이 있었다.
당연히 서책들보다 상태가 훨씬 안 좋았다.
천 년을 훌쩍 넘긴 것들인데 제대로 보존돼 있으면 그게 정상인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바쁘게 움직이던 정광의 손이 멈췄다.
새로 집어 든 죽간 때문이었다.
[항마토납술(降魔吐納術)]
이거다!
이것이어야만 한다!
정광의 손놀림이 신중해졌다.
해진 끈으로 엮여 둘둘 말린 죽간을 조심스레 펼쳤다.
다 펼쳐지기도 전에 죽간 끄트머리에 그려져 있는 그림의 일부가 보였다.
‘설마?’
다행히 춘화는 아니었다.
항마주를 손목에 찬 중이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됐다! 드디어 찾았어!’
기쁨도 잠시.
냉정을 회복하고 완전히 펼쳤다.
다행히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다.
훼손된 부분도 있었으나 그 정도야 감수해야지, 더 이상 뭘 바랄까.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이름은 분명 토납술인데, 알고 있던 수많은 것들과 궤가 완전히 달랐다.
‘……불경보다 더하네. 뜬구름을 잡아도 너무 과도하게 잡는 것 같은데.’
일단 빠짐없이 외웠다.
죽간에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랐기에 아예 통째로 챙겼다.
‘어쨌든 찾았어. 자세한 건 시간을 두고 알아보자.’
당황스러움과 만족감이 섞여 있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최대한 빨리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황궁으로 떠나야 했다.
땅 위로 올라가자 자오가 급히 다가와 물었다.
“단주. 뜻은 이루셨습니까?”
“네.”
“하하. 드디어 해내셨군요.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수레 위에 쓰러져 잠든 동방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정광을 축하했다.
정광은 예를 표한 뒤 저 멀리 있는 거대한 장원을 바라봤다.
이제는 정광의 것이 된 대흥장(大興莊).
모용세가 본가와 투항한 회천회 무인들이 그곳에 남아 있던 잔당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정광은 내공을 끌어 올려 외쳤다.
“되도록 살살 좀 해주세요! 다치실 것 같으면 그냥 해치우시고요!”
황당한 얼굴로 뒤돌아보던 무인들이 두 손을 모아 포권했다.
정광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일행에게 명했다.
“성으로 돌아가죠.”
“네, 단주!”
성에 도착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성에서도 내성에서도 사람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었다.
정광은 일행과 함께 모용오의 집무실로 향했다.
가다 보니 산산이 부서진 자신의 전각을 둘러보며 허탈하게 웃고 있는 모용상현이 보였다.
정광은 그를 따뜻하게 위로했다.
“살다 보면 이럴 수도 있죠. 액땜했다 치시고 힘내세요.”
“……단주가 이런 것 아니오?”
“그러니까요. 구명절초(求命絶招)라도 좀 알려드릴까요?”
“하하하.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도저히 안 되겠소이다. 잘 부탁하오.”
뭐 대단한 일이라고.
몇 수 가르쳐 주고 모용오를 만났다.
“언제쯤 출발하실 수 있으세요?”
“최대한 빨리하면 사흘 후쯤? 그 이상은 무리니 푹 쉬고 있게나.”
“본가, 방계, 호족, 이민족. 모두 적당한 수만 빼고 하북성으로 가실 거죠?”
“그래야겠지. 내 이미 비초회에게 부탁했지만 자네도 한마디 해주게.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들이 요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줘야 하지 않겠나?”
정광은 가볍게 승낙한 뒤 야율초를 찾아가 당부했다.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니 잘 부탁드려요. 가주께선 대인의 풍모가 있으신 분이니 섭섭지 않게 보답하실 거예요.”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럼 이만.”
“잠깐.”
“왜요?”
화상으로 뒤틀린 야율초의 얼굴이 이리저리 일그러졌다.
“뒷간이 급하세요?”
아니었다.
야율초는 본인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포권했다.
“진옥…… 아니, 단주. 고맙소.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으리다.”
정광이 기겁했다.
“그런 얼굴로 그런 말씀을 하시다뇨. 원한을 품고 복수를 다짐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잘 가거라. 또 보자.”
“아. 제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그때까지 대흥장을 대신 관리해 주셨으면…….”
“알아서 할 테니 어서 가!”
시간이 흘러 요녕성을 떠날 날이 왔다.
그때까지 남아 머뭇거리던 낭인향의 몇몇 이들과 동방장 휘하에 있던 낭인들이 정광에게 몰려와 부탁했다.
“저희도 데려가 주십시오. 이런 싸움에서 빠지고 싶지 않습니다.”
정광은 시원하게 거절했다.
“가면 낭왕 어르신을 만나 같이 움직여야 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을 리가 있나.
낭인들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차라리 요녕을 지켜주시는 건 어때요? 가주님께서 섭섭지 않게 고용하실 텐데.”
결국, 그렇게 하기로 됐다.
돈은 많이 써야 하나, 한시름 덜게 된 모용오가 정광에게 말했다.
“가세나.”
“네.”
정광은 수레가 아니라 화려한 사두마차(四頭馬車)에 올랐다.
모용오에게 맡겨뒀던 전표들은 튼튼한 수레에 옮겨 실은 상태.
먼저 마차에 들어가 있던 동방장이 억지로 자는 척을 했다.
뒤따라 들어온 자오와 혜진이 빙그레 웃었다.
말에 올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용수수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성에 남게 된 모용상현이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전송했다.
“출발!”
모용오의 명과 함께 수많은 인마가 딜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하북성 인근.
며칠을 달려 도착한 그곳엔 낭왕과 그의 수하들이 있었다.
“이거야 원. 빨리도 오네. 기다리다가 지쳐 쓰러질 정도였다니까.”
모용오가 받아치려고 하자 정광이 나무랐다.
“애들처럼 뭐 하시는 거예요? 팽가에 가서 황태손 저하께 안내를 부탁할 테니 연락드리기 전까지 싸우시지 말고 친분을 나누세요.”
“그게 되겠냐!”
“조심하게나. 이자처럼 유치하게 굴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고.”
정광은 마차에 올라 길을 떠났다.
모용수수와 함께.
오랜만에 도착한 하북팽가는 여전해 보였다.
정광은 역용을 푼 뒤 정문을 지키는 위사에게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제자를 만나러 왔는데요. 수빈이요.”
“……지, 진옥룡!”
팽가에 난리가 났다.
팽수빈이 구르듯 뛰어나와 정광을 힘껏 안았다.
“사부님! 제자, 너무나 뵙고 싶었습니다!”
지켜보던 동방장이 경악했다.
‘이 악귀를? 왜?’
물론 정광도 황당했다.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