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46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아량’이라는 건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것이다.
그래야 ‘아량을 베풀어 살려줄 테니, 그만 애들 물리고 좀 쉬자’라는 말이 성립된다.
그런데 지금은?
낭왕은 분명 강했지만 정광도 강했다.
전체적인 전황도 꿀릴 게 전혀 없었고.
이런 판국인데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올 리 있나.
“진짜 미치셨어요?”
정광이 황당해하자 낭왕이 유들유들하게 웃었다.
“네가 먼저 투항할 거냐고 물었잖아.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지.”
“잘 받았습니다. 그럼 다시 시작하죠.”
“잠깐. 잠깐. 왜 이리 성미가 급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낭왕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빠졌다.
“너나 나나 여기서 끝내는 게 좋아. 내 말이 틀렸으면 반박해 봐라.”
정광의 눈이 가늘어졌다.
“직접 일구신 것들에는 애착을 느끼시나 보네요.”
“아껴야 잘 살지. 저쪽에서 말 타고 싸우는 녀석들도 그렇지만 옆에서 붙고 있는 애들 봐봐. 이러다 다 죽겠다. 살릴 애들은 살리자고.”
그의 말대로 북방장과 동방장 무리의 싸움은 동방장 쪽이 근소하게 우세했으나 언제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정광에겐 해결 방법이 있었다.
왼손에 쥐고 있던 소운룡을 슬금슬금 움직여 소매 속에 넣었다.
비어 있던 왼손엔 어느새 철전이 몇 개 들려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던 낭왕이 이를 드러냈다.
“그거, 북호한테 던지면 죽는다.”
“그러려고 꺼낸 게 아닌데요.”
“그럼?”
철전들을 쥔 손을 움직이자 까드득 까드득 소리가 났다.
“생각할 때 습관인지라. 이해 좀 해주세요.”
“……진짜 쳐 죽이고 싶네.”
낭왕은 정광을 노려보다가 피식 웃었다.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 줄 아는 녀석이군. 빨리 정해. 당장에라도 요녕을 뜨고 싶으니까.”
“일단 가까이 있는 분들만 좀 쉬시게 하죠.”
정광과 낭왕은 동방장 무리와 북방장에게 명해 싸움을 멈추게 했다.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른 그들이 주저앉자 정광은 질문을 시작했다.
“정말 요녕을 떠나실 거예요?”
“당연하지. 뭘 더 먹겠다고.”
“회천회와의 계약은 어쩌시고요?”
“너는 계약 내용에 없었어. 이 정도면 할 도리는 다했지. 아니, 내가 손해를 본 상태인데 뭐가 켕겨?”
“회천회에 그걸 따지실 거예요?”
낭왕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마적과 이민족 소탕이라는 계약 내용을 못 지킨 건 사실이지. 회천회도 나도 반반씩 책임이 있으니 그렇게까진 힘들어.”
“그냥 가시기엔 손해가 크실 텐데요.”
“선수금과 중도금으로 삼분지 이는 받았겠다, 그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그래도 손해는 메꾸셔야죠. 제가 일거리 좀 드릴까요?”
“이게 진짜 나를 뭐로 보고.”
낭왕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한 싸움에서 배를 갈아타진 않아.”
“얼마면 되는데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신용 몰라? 신용?”
정광은 낭왕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전혀 흔들림이 없는 게 진심인 듯했다.
그래도 낭왕은 정광의 손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반역을 꾀하는 무리와 손을 잡으시고 무사하시긴 힘드실 텐데.”
“흥. 천하에 가주 자리를 두고 다투는 놈들이 한둘이냐?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 반역 말고 역천(逆天)요, 역천. 황상께서 가만히 계실까요?”
낭왕이 눈을 크게 떴다.
“모용회 그 늙은이가 반역을 꾀했어? 금시초문인데.”
“조직 이름부터 회천회(回天會)잖아요. 그런 연기가 통할 것 같으세요?”
낭왕이 미간을 찡그렸다.
“역시 안 되려나. 망할.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는데. 너 때문에 망쳤잖아.”
“위험을 무릅쓰고 왜 회천회의 의뢰를 받으셨는지 궁금하네요.”
낭왕이 입맛을 다셨다.
“그놈들이 성공하면 천하가 혼란에 빠질 테니까. 자연히 큰 싸움이 많이 일어날 거고 일거리도 많아지겠지. 얼마나 재밌겠어?”
“저는 재미없네요. 평화로워야 마음 편히 놀러 다니죠.”
“어울리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지금까지의 일은 황태손 저하께 잘 말씀드려 무마해 드릴 테니 힘 좀 쓰세요. 무상으로.”
낭왕의 얼굴이 굳었다.
무상으로 힘쓰라는 말 때문이 아니라 황태손 때문이었다.
“네가 그와 연이 있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사실이었나 보군.”
“귀가 많으시네요.”
“네 재주만 할까.”
낭왕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황태손이 아무리 너를 총애해도 반역은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라고 귀가 없겠냐? 얼마 안 가 알게 될 거다.”
“평소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몽고 때문에라도 받아들이실걸요.”
“몽고라니?”
“이거 왜 이러세요. 몽고군이 남하할 거잖아요. 그걸 믿고 대흥장주님께서 일을 꾸미셨을 거고, 그걸 눈치채셨으니 낭왕 어르신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셨던 거면서.”
낭왕이 빙글빙글 웃었다.
“짐작만 했을 뿐이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쨌든 죄(罪)를 공(功)으로 덮으라는 말이군. 몽고라. 싸울 만한 놈들이니 그리 나쁘진 않은 얘기이긴 한데…….”
낭왕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네가 황태손을 설득한다 치자. 여기까진 좋아. 그런데 황태자나 황제가 알게 되면? 황태손의 약조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게 될 텐데?”
“버티시면 되죠.”
“무슨 의미지?”
“황상이나 황태자 전하나 오늘내일하시잖아요. 그때까지만 버티시라고요.”
“흠.”
낭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애초의 계획인 중원을 떠나 변방으로 가서 낭인 짓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제안이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단, 황태손과의 약조는 문서로 남겨야 한다.”
“물론이죠. 말은 언제든 뒤바꿀 수 있으니까요.”
“네가 황태손을 설득할 거라는 약조도 문서로 남겨야 해.”
“뭘 또 그렇게까지. 혹시라도 안 되면 그냥 변방이나 세외로 가세요.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런 약은 녀석을 봤나.”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니 받아들일 수밖에.
정광과 낭왕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러 싸움을 멈추게 했다.
세부 사항을 논의한 뒤 낭왕은 백마에 올라탔다.
“벌써 가시게요? 다치신 분들이 꽤 많으신데. 치료라도 하고 가시죠.”
“네 녀석이 영 불편해서 말이지.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가서 알아서 할 거다.”
“돌아가신 분들은요?”
“소지품 다 챙겼잖아.”
“묻어드려야죠.”
“그대로 둬. 이리될 걸 각오하고 낭인이 된 녀석들이니까.”
낭왕은 수하들과 함께 대평원에 널린 시신들을 둘러보며 정중하게 포권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낭왕이 어깨를 으쓱하고 정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요. 안녕히 가세요.”
낭왕은 정광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물었다.
“왜 황실을 도우려고 하는 거냐?”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천하가 평화로워야 마음 편히 놀러 다니죠.”
“우하하하. 웃기는 녀석이군. 정말 웃기는 녀석이야. 그런 이유로 천하의 분쟁마다 끼어들어 종식하고 있어?”
이제껏 정광이 행해온 일들을 돌이켜 보면 거짓이 아니었기에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뭐 너 같은 녀석이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하지만 이것만큼은 똑똑히 알아둬라.”
낭왕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이죽거렸다.
“난 천하가 혼란스러워져야 삶이 재밌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요. 하나 여쭤봐도 돼요?”
낭왕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여간 멋없기는. 뭔데?”
“대흥장주님이 손자 되시는 분을 붙이시지 않았나요? 안내 겸 감시 역할로.”
“아. 모용중?”
“어디 계시죠?”
“사사건건 하도 시끄럽게 굴길래 마혈과 아혈을 짚고 말안장에 묶어놨지. 어이! 그놈 아직 살아 있지?”
한 낭인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낭왕이 정광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네. 그놈은 왜?”
정광이 해맑게 웃었다.
“저 주세요.”
“그쯤이야. 내가 준 게 아니라 네가 주운 거다.”
“물론이죠.”
“대답은 잘해요. 간다.”
말머리를 돌리려던 낭왕이 동방장을 쏘아봤다.
동방장은 부르르 떨면서도 딴청을 부렸다.
낭왕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흐흐. 동구야, 일 년 뒤에 보자. 몸성히 돌아와야 해. 네게 해줄 게 아주 많거든. 안 오면 알지?”
동방장이 참다못해 항변했다.
“왜, 왜 나한테만 그래? 다른 애들도 갈아탔잖아!”
“아래 애들이랑 너랑 같냐? 애들이 살길을 찾은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너는 아니지.”
“안 되겠다 싶으면 항복해서 목숨을 부지하라며!”
“너무 열심히 싸웠잖아. 북호 꼴 좀 봐라. 저승 문턱까지 갔다 왔구만. 하아, 말이 길어지네. 그때 얘기하자.”
낭왕이 눈을 찡긋하고 수하들과 떠나자 동방장은 정광에게 매달렸다.
“주군! 저거 죽여야 해!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이대로 보낼 거야?”
“일단 치료부터 하죠. 다리를 저시던데. 어디 보자.”
“아! 아야! 아프잖아!”
정광은 동방장의 다리를 손으로 꾹꾹 누르다가 놨다.
“부러지진 않았네요. 조금 쉬시면 회복되실 거예요.”
“조금이라니. 한참 쉬어야지. 상처를 어찌나 많이 입었는지…… 어?”
정광이 금창약(金瘡藥)을 꺼내 얇게 펴 바르자 동방장의 눈이 커졌다.
“뭐가 이렇게 시원해? 그거, 어디서 난 거야?”
“제가 만들었는데요.”
“오오. 역시 주군. 못하는 게 없네. 갈아타길 잘했다니까.”
만족스러워하던 동방장은 정광이 자오, 혜진, 모용수수에게 금창약을 바르는 걸 보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걔들은 왜 그렇게 두껍게 발라?”
“기분 탓이시겠죠.”
“기분 탓이라니! 나보다 서너 배는 두껍잖아!”
“고수와 하수가 같나요.”
“하긴. 그건 그렇지. 이럴 줄 알았냐!”
정광은 신경 쓰지 않고 치료를 계속했다.
모용수수는 탈진해서 쓰러졌던 것이기에 크게 치료할 게 없었으나 자오와 혜진은 얕지 않은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두 사람이 면목 없는 얼굴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단주께 또 신세를 집니다.”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 아!”
혜진이 말끝을 흐리며 탄성을 질렀다.
정광이 술병을 하나 꺼내 마개를 열자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이 훅하고 올라오는 것 아닌가!
“다, 단주. 보통 명주가 아닌 듯한데…….”
“장백삼주(長白蔘酒)예요.”
“……네?”
“요상약(療傷藥)은 아니지만 도움이 될 테니 한 모금씩 드세요.”
“…….”
산삼주도 아닌 장백삼주라니.
혜진과 자오의 눈에 물기가 맺혔다.
‘이제껏 받은 게 얼마인데. 이런 귀한 것을 또 주다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두 사람이 망설이자 정광이 덧붙였다.
“잘 버티실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주셨잖아요. 마시셔도 돼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얘기.
두 사람은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단주.”
“잘 마시겠습니다.”
정광은 자오에게 술병을 내밀며 다른 이에게 주의를 줬다.
“불취검. 이거 술이 아니라 약주(藥酒)거든요. 한 모금이에요. 딱 한 모금.”
동방장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혜진 뒤에 줄을 섰다.
“암. 그래야지. 이 귀한 것을 함부로 마셔서야 쓰나. 주군, 나는 믿어도 돼. 딱 한 모금만 마시지. 아니면 내 목을 쳐도 돼.”
정광은 동방장의 넉살에 피식 웃으며 한 모금 마시는 것을 허락했다.
“아. 회주님이랑 향주님도 이리 오셔서 드세요.”
애써 부러움을 숨기고 있던 야율초와 낭인향주가 눈부신 속도로 달려왔다.
“잘 마시마.”
“감사하오, 단주.”
그들까지 다 마시자 정광은 운기조식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 남은 술을 전부 들이켰다.
장백삼주가 들어가자 속이 후끈후끈해졌다.
‘역시 남기길 잘한 건가.’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술을 담그지 말고 다 먹을걸 하며 후회했으나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잘한 일이었다.
선택, 후회, 만족.
물론 선택, 만족,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그때는 후회를 엎어 다시 만족으로 돌리면 되는 것.
정광에겐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다.
‘하여간 전생이나 현생이나. 사는 건 비슷하다니까.’
운기조식은 잠시 미루고 다친 이들을 살폈다.
마적, 이민족, 낭인 모두 상처 치료에는 이골이 난 이들이라 돌이킬 수 없는 상세를 입은 이들을 제외하면 스스로 또는 동료의 도움을 얻어 치료를 끝마친 상태였다.
정광은 중상을 입은 자들을 하나하나 판별했다.
“음. 힘드실 것 같네요.”
“쿨럭쿨럭. 젠장. 그럴 것 같더라니.”
“남기실 말씀 있으시면 하시죠.”
“으으. 내, 내 돈을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전해주시오. 죽어서라도 은혜를 갚으리다.”
“뭘요. 원은 들어드릴 테니 귀천하시면 그냥 편히 쉬세요.”
정광은 죽어가는 자들의 유언을 상세히 들은 뒤 사혈을 짚어 편히 쉬게 했다.
그 일을 마치자 사람들에게 명해 죽은 이들을 한곳에 모아 똑바로 눕히게 했다.
묻어줄 여력은 없어 불을 질렀다.
불길이 타오르고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죽은 이들을 보낸 뒤 운기조식을 마친 사람들까지 모이게 했다.
모두를 둘러보며 나직이 말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
“그런데 더 많은 분들이 귀천하실지도 몰라요.”
“…….”
“유언을 말씀하시기도 전에 귀천하실 수도 있으니 다른 분들께 미리 말씀해 놓으세요.”
“…….”
가만히 듣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광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러면 살아남은 분들이 반드시 들어드릴 테니까.”
“……!”
정광은 아까 들었던 수많은 유언들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읊었다.
경악한 표정으로 듣던 이들은 정광의 이어지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고향이 가까운 분들이 전해 드리는 거예요. 이민족분들이야 원래 한 식구시니 알아서 하실 거고. 낭인향 분들, 자주 하시던 일이라 익숙하시죠? 돈이나 유품을 전달한다. 꿀꺽 삼키는 분이 있으면 모두가 합심해서 징치한다. 이런 방식요.”
낭인향주가 대표로 말했다.
“그렇소, 단주.”
정광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번엔 다 같이 그렇게 가보죠. 승리하면 그에 걸맞는 보상이 또 나올 테니 될 수 있으면 죽지 마시고 잘 싸우세요.”
“……우와아아아!”
사기가 충천했다.
뜨거운 사기가 정말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올랐는지, 대평원을 하얗게 물들이던 눈이 잦아들다가 멎었다.
“가서 좀 쉬죠.”
숙영지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데 도주했던 동방장의 수하들이 간을 보다가 나타났다.
정광은 그들까지 거뒀다.
“여기까진 됐고. 이런. 까먹을 뻔했네. 그분 좀 모셔와 주시겠어요?”
“네, 단주.”
자오가 모용중을 데려왔다.
정광은 안색이 시커멓게 죽은 그를 응시하며 싱긋 웃었다.
“한동안 격조했는데 다시 뵈니 좋네요. 해후의 기쁨을 나눠보죠.”
“아, 안 돼……!”
“돼요.”
모용중은 정광의 손속을 버틸 수 없었다.
알고 있던 모든 것을 기꺼이 토설했다.
“어? 빨리 가야겠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도 쉴 건 쉬어야죠.”
“물론입니다! 지당하십니다! 천하유람단주님!”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정광은 무거운 엉덩이를 뗐다.
“자. 슬슬 가볼까요.”
“존명!”
정광과 사람들은 건강해진 말들에 올라타 질주하기 시작했다.
길었던 싸움을 마무리 짓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