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260화 (259/569)

260화

용하네

‘좋구나.’

배 위에서 맞는 강바람은 아주 상쾌했다.

그래서도 그렇지만, 팽수관은 기분이 무척 좋은 상태였다.

이런 날이 또 올까 싶을 정도로.

모든 맹원들이 그의 명을 따르고 있지 않은가?

노망난 게 아닐까 싶은 당기황이나 걸존 같은 이들까지 말이다!

저도 모르게 미소 짓던 팽수관은 혀를 찼다.

‘쯧쯧.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꼴이면서 웃기는.’

말이 맹주지, 그의 권한은 적은 편이었다.

지금, 다들 그의 명을 따르는 것은 그의 힘이 아니라 다른 이들 때문인 것이다.

‘듣던 것보다 더 대단하단 말이야.’

팽수관은 옆에 서 있는 수왕을 슬쩍 바라봤다.

태산처럼 우뚝 서서 간간이 명을 내리는데, 그때마다 수적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대선단(大船團)을 조종하고 있었다.

‘누가 이들을 수적이라고 볼까?’

마치 관군 같은 느낌.

내심 수적 나부랭이라고 무시하던 맹원들이 감탄할 정도였다.

덕분에 ‘우리가 질쏘냐’라며 정파무림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팽수관의 명을 열심히 따라주고 있었고.

‘그리고…….’

팽수관은 대선단의 선두에서 길을 열고 있는 배를 지그시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 배의 선수(船首)에 서 있는 자를.

마침, 팽수관과 똑같은 자를 보고 있던 수왕이 물었다.

“맹주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수왕은 그가 지켜보고 있던 자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정광이었다.

“저 녀석 말일세.”

“대단하다고밖에 말 못 하겠소. 내가 평가할 만한 존재가 아니외다. 거참. 말하고 나니 속상하군.”

“그렇게나 높이 보다니. 질시하는가?”

“물론이오.”

“헌데 가까이 두고 쓰려 하는군.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여.”

“잘 보셨소.”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수왕의 눈빛이 강해졌다.

팽수관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강호의 평화와 무림사에 남을 영웅, 마지막으로 뒷방 늙은이가 된 내가 있을 것이오.”

수왕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질시하고 이용하려고 한다면서. 실제로는 아끼고 밀어주려고 하는 것 같네만.”

팽수관이 씩 웃었다.

“그러니 그러는 것 아니겠소?”

정광이 너무나 뛰어나기에 그런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렇게 행동하게 되며 그런 결과가 나올 거란 얘기.

수왕은 팽수관의 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중얼거렸다.

“현명해. 맹주는 그 자리에 꽤 오래 앉아 있겠군.”

“아쉽게도 단임제요.”

“연임제로 바꾸게나.”

“안 그래도 묘한 욕심을 억누르느라 피곤한데 바람 넣지 마시오.”

“흐음. 그릇이 거기까지인가?”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소. 총채주께선 어떠시오?”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놓지 않을 걸세.”

“그거야 알고 있소이다. 진옥룡을 어찌 생각하시냐고 여쭌 것이오.”

수왕의 대답은 간결했다.

“적으로 삼으면 안 될 녀석이지.”

“그래서 이렇게 도와주시는 것이오?”

“그렇네.”

“진옥룡이 잘못되면 언제라도 칼을 거꾸로 드실 수 있다는 말씀이신 것 같소만.”

“당연하지 않은가?”

수왕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저 녀석을 잘 지키는 게 좋을 걸세. 여기 중군(中軍)이 아니라 저렇게 선봉(先鋒)에 세우는 건 바보짓이야. 일이 터지면 제일 먼저 죽는 자리이거늘,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스스로 그러겠다는데 그 고집을 어떻게 꺾겠소?”

팽수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물은 잘 모르지만, 진옥룡이라면 안전할 거라 믿소이다.”

“물을 정말 모르는군.”

“물을 잘 아시는 총채주께선 어떻게 생각하시오?”

잠시 생각하던 수왕이 무심히 말했다.

“우습지만 맹주의 생각과 비슷하네.”

“다행이오. 잘 부탁드리겠소.”

“내 역할은 자네들을 뭍에 내려주는 걸세. 배를 움직이는 것이 전부란 말이지. 기습이라도 받아 싸움이 일어나면 알아서 하게.”

수왕은 정광을 한 번 더 바라봤다.

“그래서 저 녀석이 선두로 갔겠지만.”

* * *

호북성 무한(武漢)에서 출발한 선단은 어느새 적벽(赤壁)에 이르렀다.

정광은 연화(蓮花)의 선수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우경이 다가오고 있었다.

“무얼 그리 열심히 보는가? 우리와 싸웠던 추억이 떠올랐나?”

“아뇨.”

우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너무 일방적인 싸움이었는지라 별 감흥이 없겠지.’

연화채(蓮花寨)의 전 채주인 화진양과 전력을 동원해 덤볐으나 정광 단 한 명에게 무너졌었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왜 이리 멀게 느껴질까?’

그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기에 그럴지도.

민초들을 심하게 괴롭히던 장쾌풍 같은 이들을 처단했다.

연화채는 물론이요, 수왕에게 반기를 들었던 일곱 수채를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수왕에게 중용 받고 있었고.

‘하지만 영원한 게 아니야.’

모두 정광 덕분이었다.

정광이 없어지면?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터.

우경은 나직이 속삭였다.

“보중하시게. 반드시 그래야 해.”

“물론이죠.”

“그런데 왜 선봉을 자처했나? 자네 때문에 나까지 여기 있게 되어 묻는 게 아닐세.”

“피해를 줄여야 하니까요.”

“뭔가 내다보고 있는 것 같군. 사마련이 장강에서 기습을 할 거라 보는가?”

정광은 피식 웃었다.

“제가 무슨 신통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다만…….”

“……?”

“사마련주가 보통이 아니라는 건 알죠.”

제멋대로인 것으론 정파인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사파인들을 통제해 온 자다.

사파무림의 최강자들인 팔사(八邪)를 부릴 정도로 강한 무공도 갖고 있었고.

뿐이랴. 무슨 수를 썼는지 관에서 진천뢰(震天雷)까지 긁어냈다.

머리와 무력을 고루 갖춘 인물이란 얘기였다.

‘그런 놈이 배가 뭍에 닿을 때까지 가만히 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

물에 익숙하지 않은 무림맹에 타격을 줄 절호의 기회인데 왜 그러겠는가?

‘놈들도 물과 친하진 않지만 무슨 수가 됐든 반드시 쓸 거야.’

수왕도 별다른 예상을 하지 못했기에 정광도 궁금해하던 참이었다.

“사마련이 물에서 덤빈다면 어떤 방법을 택할까요?”

“방법이라 할 만한 게 없네.”

“수왕 어르신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그게 사실이니까.”

황제의 수군(水軍)이 몰려와 화포(火砲)라도 쏘아대면 모를까, 물 위에서 장강수로연맹을 당할 무림 단체는 없었다.

어찌어찌 배를 모아서 타고 와봐야 수없이 쏟아지는 화시(火矢)에 잿더미가 되어 스러질 텐데 누가 감히 덤비겠는가?

“그들이 진천뢰를 썼다고 들었는데. 설마 화포를 생각하는 건가?”

“아뇨.”

“그래. 그건 아니지.”

공성병기(攻城兵器)인 화포는 위력이며 사정거리며 진천뢰와는 격이 다른 물건.

장강수로연맹의 대선단을 상대하려면 화포 한두 문(門)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최소 수십 문은 있어야 하는데 그 무겁고 귀한 걸 어찌 빼내겠는가?

불만 붙이고 던지면 터지는 진천뢰와 달리 숙련된 포수(砲手)가 필요한데, 나라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그들은 또 어디에서 데려오고?

우경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데…….’

어느덧 적벽을 지나, 우측에 홍호(洪湖)가 펼쳐졌다.

호수답게 잔잔히 일렁이고 있었으나 가슴이 이상하게 흔들렸다.

우경은 그것을 보다가 정광에게 시선을 돌렸다.

“분명 없거늘. 불안하네. 자네 말대로 사마련주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내 자네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을까.”

“그게 아니라 실제로 닥치면 걱정하시라고요.”

“…….”

“미리 걱정해서 뭐 해요? 맞죠?”

어이가 없어 실소를 흘리던 우경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암. 믿어야지. 자네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계신데.”

우경은 고개를 살짝 돌려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노인들을 훔쳐봤다.

연화에 함께 오른 세 명의 십존이었다.

그들 중 다부진 체격의 노인이 우경과 시선을 맞췄다.

권존 언패호였다.

-얘기 중에 미안하네. 할 말이 끝난 것 같네만. 내가 끼어들어도 되겠는가?

우경은 정중히 답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헌데 제가 아니라 진옥룡에게 물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권존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닌 게 아니라 정광이 응해야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십존 모두가 정광과 같은 배에 타길 원했는데, 정광이 요구한 조건은 단 하나였다.

‘생각할 게 많으니까 말 거시면 안 돼요. 약조를 어기시면 평생 안 볼 거예요.’

정광이 누구인가?

한다면 하는 사내다.

독존, 걸존, 창존은 한참이나 투덜대다 떨어져 나갔다.

말도 못 걸게 하는데 함께 타서 뭐 할까.

허나 불존, 환존, 권존은 그러기로 하고 배에 올랐다.

바로 그 점을 지적한 것이었는데.

권존의 대답은 의외였다.

-저 아이는 강제할 수 없는 존재. 내 물음에 답하지 않으면 어차피 다시 보게 될 일은 없을 걸세.

-…….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할 말이 있나.

우경은 정광에게 포권했다.

“진옥룡, 자네 말대로 평정을 유지한 채 그 순간을 대비하고 있겠네.”

“수고하세요.”

“자네야말로.”

우경이 떠나자 권존이 빈자리를 채웠다.

정광은 빙그레 웃었다.

“오셨어요?”

“놀라지 않는군. 내가 이럴 거라 예상하고 있었느냐?”

“네.”

“왜 그렇지?”

“저를 보시는 눈초리가 좋은 느낌은 아니었으니까요.”

“오해는 하지 마라. 마냥 적대적인 건 아니야.”

“뭐가 문제시죠?”

권존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내 손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무나 황당한 물음에 정광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분이 누구신데요?”

“의진이를 말하는 게다.”

“아. 권봉 언 소저.”

정광은 고개를 갸웃했다가 답했다.

“이대로만 크면 언젠가는 어르신의 경지까지 오르겠죠.”

권존의 눈이 커졌다가 가늘어졌다.

“의진이를 무척 높게 보는구나.”

“아뇨. 적절히 본 건데요.”

“기쁘군. 다른 이도 아닌 네가 그런 칭찬을 하다니. 허나 내가 물은 건 무공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럼요?”

“예쁘지 않느냐?”

“예쁘죠.”

“……역시. 마음에 품고 있었군.”

“아뇨. 언 소저만큼 예쁜 분은 많은데.”

“……많다?”

“네.”

정광은 손가락을 하나씩 꼽았다.

“당장 떠오르는 분만 해도 독봉 당 소저, 교봉 혜진 소저, 지봉 제갈 소저 정도? 천하는 넓으니까 분명 더 계시겠죠.”

많다는 말에 황당해하던 권존은 언의진과 같은 반열에 있는 다른 삼봉(三鳳)의 이름이 나오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저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아요.”

“그럼 무엇으로?”

정광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능력이죠.”

권존의 눈에 묘한 빛이 떠올랐다.

“네 눈이 무척이나 높구나.”

“그런가요?”

“흠. 기분이 나쁘면서도 좋아. 재미있어.”

정광은 재미없었다.

‘이 영감이 미쳤나. 뭐 하자는 거야?’

권존이 스스로 알려줬다.

“의진이의 외모를 폄하한 건 불쾌하나 좋아하지 않는다니 안심했단 말이다. 무공을 칭찬한 것도 기쁘고.”

“아아. 복잡하네요. 그보다 언 소저와 어울리는 청년 협객을 소개해 드릴까요? 한 손에는 금력을, 한 손에는 검을 쥐고 천하를 울리는…….”

“너도 탐탁지 않은 판에 네 사제가 눈에 들어오겠느냐?”

“말씀이 심하시네요. 사제가 들으면 울겠어요. 뭐, 비밀로 해드리죠. 그럼 이만.”

“아니. 하나 더 남았다.”

권존의 눈이 깊어졌다.

“어떻게 그리 균형 잡힌 무공을 익힌 것이냐?”

“아. 전 또 뭐라고. 전부 수련했으니까 그렇죠.”

“…….”

권존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무공이란 넓고도 깊어 평생 하나만 파도 모자라거늘, 검은 물론 박투까지 그리도 강하다니.

정광이 환존을 두들겨 팰 때, 전신에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강렬한 의문을 느꼈다.

나라면 이길 수 있을까?

평생 수련한 권(拳)으로 저 사람 같지도 않은 녀석의 권을 이길 수 있을지 미치도록 궁금했다.

그래서 굳이 같은 배에 올랐다.

이 말을 하기 위해서!

“나와 비무를 해다오.”

“그러죠. 이번 일이 끝나고요.”

“…….”

너무나 쉬운 승낙에 맥이 탁 풀리려는 순간, 정광이 조건을 달았다.

“단. 제 부탁도 들어주셔야 해요.”

“……엄청난 부를 쌓았다 들었건만. 그것으로도 부족한 것이냐?”

“부족하긴 한데. 어르신께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때가 되면 말씀드리죠.”

권존은 정광을 지그시 노려봤다.

“협의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저를 뭐로 보시고 그런 말씀을. 당연하죠.”

“좋아. 네 말에 따르마.”

“복 받으실 거예요.”

“…….”

권존은 정광을 미심쩍은 눈으로 훑어보다가 사라졌다.

정광은 그의 뒤통수를 보며 씩 웃었고.

시간이 흘렀다.

대선단은 별일 없이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물살이 흐르는 게 아니라 고요히 고여 있는 동정호(洞庭湖)에 이르자.

정광의 품속에서 역천경(逆天鏡)이 울었다.

-우우우우웅.

정광은 깜짝 놀랐다.

-너, 살아 있었냐?

-……웅.

-용하네.

-…….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아하.

정광은 정면에 펼쳐져 있는 동정호를 노려봤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이(邪異)한 기운이 미묘하게 넘실거리고 있었다.

‘사술뿐만이 아닌데? 진법까지 설치한 건가?’

이런 미친놈들을 봤나.

호수 바닥에 진법을 펼쳐?

‘아니지. 물살이 흐르는 강이 아닌데 못 펼칠 건 또 뭐야? 생각보다 사고가 열려 있네.’

정광은 사마련주를 칭찬하며 역천경도 칭찬했다.

-네가 드디어 밥값을 하는구나.

-…….

역천경은 욕설을 내뱉고 싶었지만 입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

제 놈이 언제 밥을 줬다고 밥값을 운운한단 말인가!

-그건 그렇고. 기운이 심상치 않은 거 알지? 너나 나나 땀 좀 빼야겠다.

-……웅.

역천경은 마지못해 답했다.

대단한 요기(妖氣)가 정광과 자신에게 뚜렷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

저것들부터 해치우고 따져야 했다.

‘때가 왔으면 써먹어야지.’

정광은 내공을 끌어 올렸다.

사마련이 사술을 행할지도 몰라 데려온 이들이 있었다.

진법까지 펼쳤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불존 어르신! 항마진언(降魔眞言)을 부탁드려요!”

“아미타불! 알겠네!”

안 그래도 요기를 느끼고 있던 불존은 일체의 의구심도 없이 정광의 뜻에 응했다.

‘이래서 전음으로 선봉에 서달라 했구나. 내가 아니면 누가 이들을 구하랴.’

정광은 다른 이에게도 외쳤다.

“환존 어르신! 어른신께서도요!”

환존은 걸음을 옮겨 정광 옆에 섰다.

“내 도는 부족하여 요기를 제압하지 못한다.”

“이런. 저처럼 가짜 도사셨어요?”

정광이 눈살을 찌푸리자 환존이 담담한 얼굴로 검을 뽑았다.

“그 정도는 아니니라. 그리고 검으로 베면 돼. 이러려고 전음을 보냈었던 것 아니냐?”

“그렇긴 하죠.”

상황이 이쯤 되자 권존은 이상함을 느꼈다.

“……현강과 자성은 네가 원해서 태운 것이구나. 내가 널 따라서 이 배에 탈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던 게냐? 그렇다면 나는 왜?”

정광이 씩 웃었다.

“내공은 물론 외공까지. 보법과 신법마저 훌륭한 권사(拳師)시기 때문이죠.”

“…….”

권존은 그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정광같이 오만방자하고 제멋대로인 자가 이런 칭찬을 하다니!

하지만 과한 칭찬에는 이유가 있는 법.

콰아아아앙!

귀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정면에 있는 호숫물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점 크기를 키워 갔고 얼마 안 가 연화를 집어삼키려 했다.

누가 봐도 공포에 질릴 만큼 장엄한 모습!

정광은 그것을 가리키며 웃었다.

“어르신, 약조한 것 기억하시죠? 저 속에 뛰어드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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