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곤륜마협-220화 (219/569)

220화

무척 서글픈 일

압도적인 무위와 잔인함.

지금까지의 싸움에서 정광이 계속 보였던 모습이었지만 이번 것은 특별했다.

다른 이도 아닌 영화채주를 죽인 것이다.

총채주에게 반기를 든 일곱 수채의 최고수인 그가 죽자 남은 이들의 마음도 완전히 꺾였다.

땡그렁-

쿠웅.

여기저기서 병기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투항하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정광은 그들을 둘러보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정리가 끝난 건가. 꽤 피곤하네.’

신법을 펼쳐 배에서 배로 건너뛰며 수많은 화살을 쳐냈다.

각 배의 수장들을 최대한 빨리 해치웠다.

마지막으로 꽤 강한 영화채주까지 무리해서 죽였으니 그럴 수밖에.

‘일단 정리부터 하고.’

정광은 담담한 얼굴로 수적들의 투항을 받아들였다.

“그래요, 여기까지만 하죠.”

“감사합니다!”

수적들이 바짝 엎드리자 정광은 우경을 찾았다.

“회유할 분, 포박할 분, 치료할 분을 나눠서 조처해 주시겠어요?”

우경이 눈을 빛냈다.

‘내게 이 일을 맡긴다는 건?’

정광이 마치 그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덧붙였다.

“적절하게요.”

“……!”

객관적으로가 아니라 적절하게라.

우경의 입맛대로 정하라는 얘기 아닌가.

‘일곱 개나 되는 수채를 내 맘대로 다룰 수 있게 됐다. 내게 힘을 실어주는 건가.’

이걸 덥석 삼킬 만큼 우경은 아둔하지 않았다.

-뭘 원하는가?

-별거 아니에요.

우경은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자네 기준으로 천하에 별것이나마 되는 게 얼마나 있을까.

-네?

정광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그라 해도 뭐든지 원하는 대로 될 리가 있나.

‘그러면 이런 고생도 안 하지.’

이제 겨우 장강수로연맹의 총채주인 수왕을 만날 기틀을 닦은 거다.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게다가 수왕과의 일이 잘 풀린다 해도 그것 역시 큰 그림의 일부일 뿐 아닌가.

‘할 일부터 하자.’

정광이 입을 열자 긴장하고 있던 우경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총채주가 연화채를 가만둘 리 없다는 건 아시죠?

-……알고 있네.

-연화채가 일곱 수채를 전부 흡수해도요.

-……그렇겠지.

우경은 선미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장강쌍위(長江雙衛)를 슬쩍 봤다.

백기돈은 눈살을 찌푸렸고 왕팔은 눈을 부라렸다.

누가 봐도 호의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아까의 대화도 그렇고, 저들이 여기까지 온 것도 그렇고. 총채주가 반기를 든 수채들을 정리하려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껏 연화채주와 다른 채주들이 연합하여 정치적으로 맞서왔지만 총채주는 대단한 자였다.

그저 그런 위인이었다면 수십 년 동안 장강에서 군림하지도 못했을 터.

똑똑한 화진양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다른 채주들을 부추기기만 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채주도…… 아니지.’

화진양이 문제가 아니었다.

군사인 우경의 목도 잘릴 판이었다.

‘그렇다고 맞설 수도 없고…….’

일곱 수채가 투항했다곤 하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진옥룡. 편히 말하게. 내가 무엇을 해야 살 수 있겠나?

정광의 답은 간단했다.

-당분간 제 청을 들어주세요.

말이 청이지.

하라는 대로 하라는 의미.

우경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광이 총채주를 공격하라 해도 그럴 수밖에.

-……알겠네. 그렇게 하지. 그 대신이라 말하긴 뭣하지만 내 목숨을 부탁하네.

-물론이죠.

우경의 안색이 한결 편해졌다.

정광은 최소한 허튼소리를 내뱉는 자는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정광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대신이라 말하긴 뭣하지만, 운이 좋아야 가능할 것 같네요.

-……후우우. 그 운을 조금이라도 높여주게나. 부탁하네.

우경은 삽시간에 십 년은 늙어버렸다.

-힘내세요. 어떻게든 되겠죠.

정광은 그를 응원한 뒤 백기돈과 왕팔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이 바짝 긴장하며 병기를 고쳐 잡았다.

“싸우려는 거 아니에요.”

“…….”

“표정 좀 푸시죠. 살벌해서 말을 못 하겠네.”

두 사람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살벌하다고?’

‘네가 아니라 우리가?’

물에서 솟구쳐 올라 배에 내려서기 전, 정광이 영화채주를 죽이는 광경을 똑똑히 본 그들이었다.

‘영화채주를 그리도 손쉽게 해치울 줄이야.’

‘이놈. 우리보다 많이…… 아니, 살짝 강해.’

지근거리에서 마주 서자 몸이 떨렸다.

정광이 손을 쓰면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내가 대화할 테니 나서지 말게.

-…….

백기돈의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평소의 왕팔이라면 욕설을 내뱉으며 날뛰었을 게 뻔하건만, 침묵을 지키는 걸 보자 지금 상황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싸우려는 게 아니라 했으니 묻겠소. 무슨 일이오?”

정광이 미소 지으며 두 팔을 벌렸다.

“오해를 풀려고요. 선입견은 버리고 마음을 활짝 여시죠.”

백기돈의 머릿속에서 정광에 대한 소문과 그가 벌인 살육이 그려졌다.

“……그건 좀 힘들고, 일단 들어봅시다.”

“이런.”

정광이 혀를 찼다.

“두 분도 그렇고. 총채주께서는 특히 더 꽉 막히신 것 같아요.”

“……고지식한 면이 없으시진 않소.”

“그게 그거죠.”

“아니. 전혀 다르오.”

백기돈은 자신을 어릴 때부터 키워준 수왕을 떠올렸다.

“총채주께선 혼란스러웠던 장강을 바로 잡으셨소. 덕분에 수많은 민초들이 생을 이어갈 수 있었소이다. 모두 원칙을 세우시고 철저히 지키셔서 가능했던 일이오. 그걸 꽉 막혔다고 폄하하는 건 동의하지 못하겠소.”

가만히 있던 왕팔도 당연하다는 듯 거들었다.

“이 녀석 말이 맞아. 총채주께선 훌륭하신 분이다.”

정광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수왕이 인물이긴 인물인가 보네. 이 정도로 충성하는 놈들도 있고.’

정광의 손속을 보고도 이렇게 나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면 어떨까.’

정광은 두 사람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의 맑은 눈에서 막대한 살기가 쏘아졌다.

“이런!”

“젠장!”

순간 얼어붙었던 두 사람이 내공을 끌어 올리며 병기를 곧추세웠다.

‘죽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총채주를 위해서라면!’

‘썅! 네놈의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에 밭고랑을 그어주마!’

이렇게 비장한 마음으로 얼어붙은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 하는데.

정광의 살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역시. 총채주께서 보통은 아니신 모양이네요.”

“…….”

“굳이 피를 볼 필요는 없으니 대화에 집중하죠.”

정광은 아예 근처의 수적에게 부탁했다.

“혹시 술 있나요?”

“물론입니다!”

수적은 없어도 만들어올 기세로 사라졌다.

잠시 후 돌아온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수적들과 함께 술동이와 술잔들을 들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정광은 수적에게 감사를 표하고 갑판에 편히 앉았다.

그리고 백기돈과 왕팔에게 손짓했다.

“앉아서 한잔하시죠.”

“…….”

“무인들은 술 한 잔씩 해야 가까워지잖아요.”

“……알겠소.”

장강쌍위는 정광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으나 순순히 따랐다.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왕팔이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 단숨에 들이킨 뒤 중얼거렸다.

“도사가 술이라. 개판이군.”

“선입견은 버리시라니까요. 장강이야말로 개판 아닌가요?”

“우리가 왜? 뭐가 문제인데?”

정광도 한 잔 마신 뒤, 씩 웃었다.

“원래 안에서는 몰라요. 밖에서 봐야 잘 보이지.”

왕팔이 따지려 들자 백기돈이 나섰다.

“무엇이 보인단 말이오?”

“수해를 입은 장강의 민초들이요.”

백기돈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걸 말하는 것이었소?”

“네.”

“그들이 힘들어하는 건 아오. 그래도 우리가 있기에 그나마 그 정도인 것이외다.”

“장강수로연맹에서 뭘 했는데요?”

“본맹은 오래전부터 수재민들을 도와 왔소. 곡식과 의복을 푸는 건 물론, 악소(惡少)들이 행패를 부리는 것도 막았소이다.”

“옛날 얘기겠죠. 직접 보니까 아니던데.”

정광은 시선을 돌려 연화의 선수에 우뚝 서 있는 연화채주에게 물었다.

“그렇죠, 채주님?”

“……!”

마혈과 아혈이 제압된 연화채주의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정광은 그를 가리키며 백기돈을 나무랐다.

“거봐요.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시니까 분노해서 움직이시지도 못하잖아요.”

“……지금 그걸 믿으란 말이오?”

“그럼 다른 증인들을 불러 드리죠. 선주님들!”

정광이 내공을 끌어 올려 외치자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진옥룡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가겠습니다!”

일향주부터 사향주까지.

정광의 충직한 일꾼이 된 네 사내가 배를 건너뛰거나 헤엄을 쳐서 다가왔다.

불손한 마음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었으나 정광의 무위를 제대로 본 뒤였다.

그들은 정광의 앞에 이르자 공손한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명해 주십시오.”

“하명이라니요.”

손을 저은 정광이 장강쌍위를 가리켰다.

“이분들께 선주님들이 수재민들에게 행한 일들을 들려주시겠어요?”

고작 향주인 그들에게 장강쌍위의 심기를 거스를 배짱은 없었다.

허나, 정광의 명은 천명과 같았다.

“실은…….”

장쾌풍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데 있어서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그가 자신이 저지른 만행을 줄줄이 읊었다.

백기돈과 왕팔은 언짢은 얼굴로 듣다가 장쾌풍을 제지했다.

“그만하고 가게. 곧 처분이 내려올 테니 그때까지 자중하고.”

“퉤. 쓰레기 같은 새끼.”

네 향주가 정광의 눈치를 보자 정광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하셨어요. 이따 봬요.”

그들이 떠나자 백기돈이 힘주어 말했다.

“일부의 일탈일 뿐이오. 큰 것을 봐주셔야 하지 않소.”

“일부요?”

“그렇소.”

“일탈?”

“그렇다 하지 않았소?”

백기돈의 당당한 말에 정광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나쁜 짓은 좋은 짓보다 쉽죠. 훨씬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고요.”

“갑자기 무슨 말이오?”

백기돈이 의아해했으나 정광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사람은 누구나 나쁜 짓을 벌이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그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백기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설마 발본색원(拔本塞源)을 말하는 것이오?”

그런 짓을 저지를 만한 놈들의 뿌리를 뽑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누가 그럴지 어떻게 알겠는가?

게다가 사람이란 변하기 마련.

강철 같은 의지를 지닌 자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세상사였다.

정광도 그 점은 인정했다.

“그건 힘들고요. 그런 짓을 벌이는 자들을 일일이 잡아 처벌하는 거죠. 일부의 일탈로 보고 손을 놓으면 금세 전염돼요. 손쉽게 이익을 보는 자들이 늘어나는데 바보같이 원칙만 지키는 분이 얼마나 남겠어요.”

백기돈의 눈에 우울한 빛이 떠올랐다.

“맞는 말이긴 하나, 그 역시 불가능하오.”

“시간과 인력이 모자라서요?”

“그렇소이다.”

정광은 백기돈을 보며 힘주어 말했다.

“그냥 솔직하게 귀찮아서 모르는 척했다고 하시죠.”

“……무슨?”

“그게 편해서 그러신 거잖아요.”

백기돈이 항변했다.

“아니오. 몰라서 그랬지, 알았으면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오.”

“거짓말.”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총채주께선 반대 세력을 제거할 마음을 먹으신 게 맞죠? 더는 좌시하실 수 없으니까.”

“…….”

“여러 수채에서 비밀리에 반기를 든 걸 알아낼 만큼 튼튼한 정보망이 있으니까 준비하실 수 있었겠죠. 그 증거로 두 분이 여기 오셨고요.”

“…….”

백기돈은 계속 침묵했으나 정광은 아니었다.

“그런 정보망이 있는데도 수하들이 민초들에게 행패를 부린다는 걸 몰랐다? 말이 돼요?”

백기돈이 음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모두 쳐낼 순 없소. 장강을 다스리려면 사람이 필요하오.”

“보통 그렇게 썩어 들어가죠.”

“……거대한 조직은 다 그렇소이다. 황실까지 갈 필요도 없이, 무림맹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잖소이까?”

“뭐 그렇기는 한데.”

정광은 술을 한 잔 더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천자 그분은 제가 잘 모르니까 넘어가고. 지금 맹주님이요. 맹주가 되시기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죠.”

“……?”

“협을 행하는 조직을 본인의 의지대로 굴리는 쾌감을 얻기 위해 맹주가 되고 싶다고.”

백기돈은 하북팽가주 팽수관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떠올렸다.

“……그다운 말이오.”

“그리고 덧붙이시더라고요. 힘을 휘두르다 보면 본인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고. 임기인 십 년 동안 어떻게든 버텨보겠노라고.”

“…….”

“느낌이 딱 오시죠? 영 자신 없게 들리지 않나요?”

“……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것이오?”

정광의 눈이 빛났다.

“초심이란 게 막상 힘을 얻으면 십 년도 버티기 힘들다는 거죠. 그런데 총채주께서는 너무 오래 하셨어요. 장강수로연맹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될 만큼.”

“……!”

이런 망언을 내뱉다니!

백기돈보다 왕팔이 먼저 반박했다.

“네놈이 총채주에 대해 뭘 안다고 나불대느냐?”

“최소한 사람인 건 알죠.”

“그분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무림맹주께서도 그러신데요.”

“이익!”

왕팔이 호통치려 하자 백기돈이 말리며 끼어들었다.

“진옥룡. 그러는 그대 역시 사람 아니오? 왜 자신의 잣대로 총채주를 재단하는 것이오?”

전생에 그만큼 오래 살며 별의별 군상을 다 겪어봤으니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일.

정광은 간단히 답했다.

“그럼 누구 잣대로 재단해요? 저는 저인데.”

“…….”

백기돈이 정광을 노려보다가 낮게 경고했다.

“나도 내 잣대로 말하겠소. 총채주께서는 훌륭하신 분이오. 허나 모욕을 참을 정도로 너그러운 분은 아니시지. 그분 앞에서 조금 전의 말을 했다간 절대 용서치 않으실 것이외다.”

왕팔도 동참했다.

“아무리 네놈이라 해도 총채주를 이길 순 없어!”

정광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공(水功)으로는 천하제일인이다, 이거군요.”

“그렇다! 감히 그분 앞에서도 우리에게 한 말을 지껄일 수 있겠느냐?”

정광은 대답 없이 술을 우아하게 마셨다.

왕팔의 눈에 조소의 빛이 맺혔다.

‘흥. 그러면 그렇지. 할 말이 없으니까 딴짓을 하잖아. 제 놈이라고 별수 있나.’

정광은 딴청을 부리는 게 아니라 전생을 생각하고 있었다.

‘살아남으려면 상대에 따라 말을 가려야 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지.’

아무리 고금제일의 천재라 해도 어렸던 그에겐 한계가 있었다.

굽히면 살 수 있다는, 도산검림(刀山劍林)에서 구르지 않아도 된다는 유혹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굴복하면 편해진다고 생각하자 서글픔이 치밀었다.

동시에 오기가 솟았다.

‘한 번 굽히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되면 세 번은 금방이야. 그래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마도(魔道) 칠대가문(七大家門)의 괴뢰(傀儡)가 되어 비루하게 삶을 연명하느니 죽는 게 낫지.

정광은 결국 목숨을 걸고 모두를 똑같이 대하게 됐다.

당연히 현생의 그도 마찬가지.

정광이 술잔을 내리고 입술을 움직이자 장강쌍위의 눈이 커졌다.

“물론. 할 말은 해야죠. 상대를 보고 해야 할 말을 못 하는 건 무척 서글픈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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