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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마협-218화 (217/569)

218화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다

소수로 다수를 이기긴 힘들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정광은 전생의 경험을 통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압도적으로. 잔인하게.’

모두에게 본보기로 보여야 할 화린채주는 약하지 않았다.

잘린 부위의 혈도를 재빨리 짚고 살기를 키우는 걸 보면 경험과 투지도 상당했다.

그렇기에 더 쉽게 잡은 것처럼 보여야 했다.

화아아악-

정광의 손에 들린 금룡이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우아하게 휘놀았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다.

‘멋지구나…….’

하지만 금룡에 휩싸인 화린채주는 아니었다.

“끄아악!”

왼팔이 날아갔다.

“크어억!”

다음은 양다리였다.

정광은 사지가 잘린 화린채주가 갑판에 쓰러지자, 잘린 부위의 혈도를 짚어 출혈이 멎게 했다.

최소한 즉사는 면하게 한 상황.

“몸조리 잘하셔야겠어요.”

“마, 말도 안 돼……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몸을 일으킬 수도 없게 된 화린채주는 갑판에 엎어진 채 계속 중얼거렸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

허나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말도 안…… 아, 아파! 너무 아파! 아파 죽을 것 같아아아악!”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하게 느껴지는 고통이 그를 현실로 불러왔다.

“지, 진옥룡! 너 이 새끼! 이런 악랄한 짓을…….”

고개를 치켜들고 악을 쓰던 화린채주가 굳어버렸다.

정광의 깊은 눈을 보자 이상하리만치 공포심이 치솟았다.

“……아, 아니야. 사, 살려줘! 살려주세요! 진옥룡님, 네?”

정광은 운룡을 가볍게 휘돌려 핏물을 털어낸 뒤 되물었다.

“거슬리는 자의 사지를 잘라 죽이는 게 취미라 들었는데. 아닌가요?”

“마, 맞습니다! 그랬습지요!”

“그런데 본인이 당하는 건 별로인가 봐요.”

“당연하지 이 미친놈아! 아! 노, 농담이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오락가락하시네.”

혀를 차던 정광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무인이라면 지조가 있어야죠. 이래서야 쓰겠어요?”

“…….”

“어? 다들 다르게 생각하시나? 곤란한데.”

“……!”

얼음처럼 굳어 있던 수적들이 두려움에 질려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채, 채주를 순식간에 저 꼴로 만들다니!’

‘악귀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고수인 화린채주를 이렇게 쉽게 이긴 것도 놀라웠지만, 흉악하기 그지없는 그를 이리도 비굴하게 만든 건 경악스러웠다.

육신을 꺾은 건 물론이요, 정신까지 붕괴시키지 않았는가.

소문보다 더한 괴물.

그 괴물이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뭐 바쁘니까 일단 넘어가죠. 무혈단!”

정광이 화린채주를 굴복시키는 사이, 가까이 다가온 연화에서 무혈단이 건너왔다.

“네! 단주!”

“어떤 상황인지 아시죠?”

무혈단은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애원하는 화린채주와 공포에 질린 수적들을 보고 정광의 말을 이해했다.

‘일부러 손을 독하게 썼군.’

‘기선을 제압해 수적들의 의지를 꺾었구나.’

‘아미타불. 적이 너무 많으니 그럴 수밖에. 오늘은 살계를 열어야겠도다.’

정광의 잔인한 손속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긴 힘들었으나, 그간 그를 따르며 벌였던 혈투들은 손을 과하게 씀으로써 피를 덜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아실 거라 믿고. 제가 앞장설 테니까 뒤를 부탁드려요.”

무혈단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네! 단주!”

“무당혈선께선 단원들 선두에 서시고요. 무명을 날리셔야죠.”

“……알겠네.”

“아. 맞다.”

정광은 시선을 돌려 연화의 선수에 우뚝 서 있는 화진양에게 청했다.

“채주님. 따라오시면서 뒤처리를 해주시겠어요?”

“……!”

몸은커녕 입도 꼼짝할 수 없는 화진양은 분노에 찬 눈초리로 정광을 노려봤다.

그 대신, 옆에 있던 우경이 크게 소리쳤다.

“채주께서 진옥룡과 함께하겠다고 하신다! 모두 두려워 말고 힘을 내라!”

일곱 개의 수채와 정면 대결을 벌이는 판에 두려워 말라니.

평소라면 씨알도 안 먹힐 소리였으나 지금은 달랐다.

저 악명 높은 화린채주를 저리도 쉽게 눕히다니!

정광의 신위를 지켜본 연화채 수적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가자! 가자!”

“연화채의 힘을 보여주는 거다!”

어쩌다 싸우게 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싸움에서 정말 이길지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만이 그들의 몸과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럼 가죠.”

정광은 화린채의 다른 배로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내려서자마자 주변을 훑어봤다.

‘저놈이네.’

병기를 든 채 덜덜 떨고 있는 다른 수적들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른 강자.

그래 봐야 정광에겐 별것 아니었다.

화아아악-

“아아악!”

덤빌 의지조차 말살해 버리는 가공할 무위.

불복할 마음마저 짓밟아 버리는 잔인한 손속.

수장이 쓰러지자 몇몇 수적들이 병기를 팽개치며 갑판에 엎드렸다.

“진옥룡님! 투항하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정광은 운룡을 거꾸로 쥐며 두 손을 모았다.

“무량수불. 협조 감사합니다. 뒤에 오는 분들한테도 그렇게 말씀해 주세요.”

“……네?”

“그럼 이만.”

정광은 또 다른 배를 향해 몸을 날렸다.

화아아악-

“으아악!”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정광은 배에서 배로 건너다니며 그 배의 수장을 쳤다.

무혈단이 한발 늦게 건너가 싸울 의지가 있는 자들을 제압했다.

마지막으로 연화채가 투항한 이들을 결박하고 배를 탈취하며 정광과 무혈단의 뒤를 따랐다.

이런 수순을 통해 화린채가 와해됐을 때쯤에, 다른 여섯 수채가 근처까지 다가왔다.

‘잘도 오네. 가볼까.’

계속 이런 식으로 해치워 나가면 된다.

정광이 갑판을 박차고 날아오르려 하는데.

제일 가까이 다가온 선단의 우두머리인듯한 외팔이 노인이 작살을 움켜쥔 채 외쳤다.

“쏴라!”

정광은 눈살을 찌푸렸다.

‘머리가 없지는 않은 건가.’

꽤 귀찮아질 것 같았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다.

수많은 화살이 정광을 향해, 그것도 직사(直射)로 쏘아졌다.

“다들 잘 피하세요!”

정광은 모두 들으라 외치며 운룡을 휘둘렀다.

운룡이 화려한 금광을 뿜으며 원을 그렸다.

그 금색 원에 부딪힌 화살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튕겨 나갔다.

무인이라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장관!

허나 화살은 많고 정광에게만 향한 게 아니었다.

그의 경고를 듣고 준비하고 있던 무혈단원들은 어떻게든 막아냈으나…….

“으아악!”

“커헉!”

무공 수준이 낮은 수적들은 화살에 꿰여 쓰러지기 시작했다.

“방패를 들어!”

“아예 엎드리자고!”

당황한 수적들이 웅크리려 하자 정광이 소리쳤다.

“안 돼요! 적선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고 있다간 포위돼서 화살 꼬치가 됩니다!”

수적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럼 어쩌라고?’

정광이 답을 줬다.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제 뒤를 따르세요!”

말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 어디 갔지?’

‘저, 저쪽이다!’

정광은 도복을 펄럭이며 우아하게 장강 위를 날았다.

외팔이 노인이 탄 배가 있는 방향.

노인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이미 명을 내린 상태였다.

“쏴라! 이놈만 죽이면 돼!”

퓨슝- 슝-

또다시 정광을 향해 화살들이 쇄도했다.

정면의 배뿐만 아니라 좌우의 배에서까지. 삼면에서 쏟아져 오는 화살비!

‘이러다간 내공이 바닥나겠는데.’

아직도 남은 배는 많고도 많았다.

정광은 대응 방식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하는 거였나?’

후우웅-

운룡이 움직였다.

화려한 금광을 토해내는 게 아니라 본연의 검붉은 검신을 빛내며 원을 그렸다.

정광도 그 움직임에 맞춰 허공에서 몸을 돌렸다.

검과 사람이 그려내는, 부드러우면서도 도도한 원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채채채챙-

그 원에 휩쓸린 화살들이 방향을 바꿔 날아왔던 곳으로 쏘아졌다.

“우, 우리 쪽으로 튕겨냈다!”

“젠장! 피해…… 악!”

화살을 쏘아낸 수적들이 화살에 꿰여 쓰러졌다.

정광은 그사이 외팔이 노인의 배에 내려섰다.

‘이럴 수가…….’

모두의 눈이 커졌다.

한 호흡으로 이 먼 거리를 뛰어넘는 신법이라니!

허나 제일 놀라운 건, 정광이 조금 전 펼친 검법이었다.

피아를 가리지 않고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태, 태극인가!”

“그 유명한 태극혜검(太極慧劍)?”

“진옥룡이 무당의 제자였어?”

그럴 리가 있나.

정광은 운룡의 검면을 어깨에 걸치며 혀를 찼다.

‘태극도 수많은 무리와 이치 중 하나일 뿐인데. 내 것 네 것이 어딨어?’

전생에 천마신교까지 기어와 귀찮게 했던, 무당의 태극검존(太極劍尊)과 놀다가 얻은 작은 심득을 녹여낸 수이긴 했다.

그래도 지금 막 만든 따끈따끈한 정광의 무공이지, 무당의 것이 아니란 말이다.

‘부드러움에 패력을 섞어 넣었는데 무슨 무당이야. 하긴. 태극 늙은이도 결국엔 나한테 힘의 쓰임새를 배웠었으니 무당 애들도 비슷한 걸 배웠으려나.’

배웠다해도 펼치진 못할 것이다.

그만큼 쉬운 게 아니었으니까.

‘대진이라면 흉내 정도는 낼 것 같은데…… 응?’

대진이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를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돌아가신 조상님을 뵌 듯한 얼굴 아닌가.

표정을 보아하니 흉내도 못 내는 게 분명했다.

‘아. 이거 귀찮아질지도 모르겠네.’

무당을 일으키기 위해 한 수 가르쳐 줄 생각이었지만, 이걸 익히게 하려면 보통 애를 써야 하는 게 아니었다.

‘가만. 심마로 일그러진 태극을 그려내니 의외로 쉽게 익힐지도.’

뭐 그건 그거고.

쐐액-

정광은 가볍게 허리를 틀어 가슴을 찔러오던 작살을 피했다.

“성격이 급하시네요.”

“죽어!”

외팔이 노인이 작살을 회수하며 오른쪽 무릎을 올려쳤다.

부웅-

정광은 왼손으로 그 무릎을 가볍게 쳐낸 뒤 운룡을 내려쳤다.

“헉!”

균형을 잃은 노인이 재빨리 옆으로 굴렀다.

정광은 그를 쫓으며 운룡을 계속 내려쳤다.

콰직! 콰작!

“어헉!”

노인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간발의 차이로 갑판이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계속 그러실 거예요? 이러다 배 가라앉겠는데.”

정광이 걱정스럽다는 듯 묻자 노인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았다.

‘그렇게 살벌하게 내려치면서 어쩌라고!’

노인은 구르고 또 굴렀다.

수치스러운 나려타곤(懶驢打滾)의 수법이었으나 수치를 알면 수적질을 하겠는가.

하지만 배가 넓어 봐야 얼마나 넓을까.

가까스로 운룡을 피해내던 노인은 뱃전에 부닥쳐 멈춰 버리고야 말았다.

‘망할!’

이렇게 된 이상 별수 있나.

노인은 드러누운 상태로 필생의 공력을 끌어 올렸다.

그것을 모두 작살에 담아 횡으로 들어 올렸다.

‘빌어먹을! 결국 이걸 써야 하는가!’

정련에 정련을 거듭하고 내공까지 쏟아부은 작살이었으나 정광의 일검을 막아낼 거란 기대는 안 했다.

운룡이라 했던가?

근래 들어 명성이 자자한 신검 중의 신검 아닌가.

‘잘라라! 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고수를 만났을 때를 대비해 숨겨왔던 비장의 수.

작살이 갈라지면 속에 채워져 있는 독침들을 쏘아낼 심산이었다.

독에 능하다는 정광이라 해도 일순간이나마 엄청난 충격을 받을 터!

‘그때 멱을 따면 돼!’

그의 바람을 이루어주려는 듯, 운룡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떨어져 내리다가…….

‘……어?’

멈추고, 대신 발이 날아왔다.

빠가각!

“끄아악!”

콰지직!

정광의 발길질에 옆구리를 차인 노인이 뱃전을 부수며 훨훨 날아갔다.

‘크윽. 왜? 어째서?’

안타깝게도 노인은 정광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대로 장강에 빠져 가라앉은 것이다.

그 대신 다른 수적들이 듣게 됐다.

“볼품없게 쓰러진 노인을 검으로 양단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정광이 중얼거리자 수적들이 입을 떡 벌렸다.

‘차라리 검으로 깔끔하게 죽이는 게 예의 있는 거 아닌가?’

‘아까 그 소리. 갈비뼈가 다 나간 것 같던데.’

‘그 상태로 자맥질을 어떻게 해?’

뭍과 물은 다르다.

자맥질은 전신을 써서 하는 것.

한쪽 옆구리가 전부 바스러진 외팔이가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채주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투항하자!’

수적들은 병기를 내던지며 갑판에 엎드렸다.

“살려주십시오!”

“새사람이 되겠습니다!”

정광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네?”

“뭐 뒤에 오는 분들과 상의해 보세요.”

정광은 또다시 다른 배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행동이 반복됐다.

정광에 의해 수장을 잃은 수적들은 대부분 투항했고, 저항하는 자들은 무혈단이 단죄했다.

연화채 수적들도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숙달이 되었는지, 눈부신 속도로 투항한 자들의 혈도를 짚고 포박하게 되었다.

‘수가 많긴 많네. 꽤 오래 걸리겠는걸.’

정광은 내공을 안배하며 이 배에서 저 배로 날아다녔다.

수장들 중 기운이 더러운 자는 잔인하게 죽였고 그나마 나은 자는 적당하게 죽였다.

구심점을 잃은 수적들은 급속도로 무너져 갔다.

연화채를 우습게 보고 바짝 다가온 대가를 치른 것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살기를 불태우는 자가 있었으니.

거대한 도끼를 든 덩치 큰 노인.

이곳에 모인 무리 중 가장 강한 세력을 자랑하는 영화채(榮華寨)의 채주였다.

“진옥룡! 네놈이 감히 나를 상대할 수 있겠느냐?”

말이라고.

정광은 즉각 화답했다.

“저는 그런데. 그쪽은 계속 바깥쪽에서 맴도시네요? 너무 멀리 계신데요.”

“여기까지 와서 네가 나를 상대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라!”

“좀 비슷하시네.”

“무슨 말이냐?”

“우리 군사가 그쪽 같은 면이 있거든요.”

“대체 무슨 개소리…….”

“나머진 얼굴 마주하고 얘기하죠.”

“……?”

정광은 시선을 돌려 투항한 수적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깐 실례할게요.”

“마음껏 하십시오! 아주 마음대로 실례하셔도 됩니다!”

“뭘 또 그렇게까지.”

정광은 수적의 윗도리를 챙긴 뒤 갑판을 박찼다.

잠시 뒤.

영화채주는 물론 모두가 경악했다.

“드, 등평도수(登萍渡水)!”

정광은 장강에 옷조각을 뿌리며 밟고 달렸다.

영화채주가 탄 배가 급속도로 확대됐다.

‘내공 아까워라. 그래도 조금만 가면…… 어?’

문득 느껴지는 기운에 고개를 돌리자.

쿠우우우우-

물속에서 둥근 물체가 튀어나와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방패?’

물고기의 짓일 리는 없고 사람의 소행일 텐데.

아무리 물속이라 해도 이 거리까지 몰래 다가오다니.

게다가 이렇게 강한 위력으로 방패를 던졌다?

정광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한 손을 뻗었다.

그 손에 방패가 날아와 잡혔다.

콰앙!

“아야!”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가!

‘대체 어떤 놈이…….’

그때.

장강에서 한 사내가 돌고래처럼 솟구쳐 오르며 신음했다.

“과연 진옥룡. 명불허전이외다.”

그 사내의 등에 업힌 다른 사내는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내가 던진 걸 막다니! 이게 말이 돼?”

정광이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완벽한 민머리와 반질거리는 피부를 가진 돌고래 같은 놈에…….

둥근 방패를 등에 지고 단창 두 자루를 엇갈리게 맨, 자라처럼 땅딸막한 녀석이라?

‘뭐야? 이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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